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모험따윈 하고 싶지 않았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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B둘기
작품등록일 :
2020.07.27 19:58
최근연재일 :
2021.05.31 01:01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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658,374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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21.04.03 23:28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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아침에는 가재

DUMMY

무언가가 머리에 닿았다.

반사적으로 붙잡힌 대거가 커다란 호를 그리며 나아가다, 멈췄다.

아슬아슬하게 닿지 않은 칼날.

깜짝 놀란 하렐뉴가 숨을 멈췄다. 그리고는 작게 미소를 지었다.

죽을 뻔했다는 사실을 알지 못한 걸까. 그게 아니라면, 죽어도 상관없다 생각한 걸까.

그녀가 아니기에 알지 못하고, 그녀가 아니기에 생각하지 않아도 된다. 둘 중 어느 쪽이건 쓸데없는 참견이라고 스스로에게 타이르며, 하렐뉴의 무릎에서 머리를 일으켰다.


“···죄송합니다.”

“아니에요. 허락도 없이 닿은 제 잘못이에요. 다음부터는 주의할게요.”


죽을 뻔한 상황이었음에도 그녀는 불평하지 않았다.

재를 쌓아가며 타오르는 모닥불의 거치대 위. 보글보글 끓던 냄비에서 거품이 넘치자, “아앗···!”하고 하렐뉴가 달려들었다.

나는 언제부터 누워있던 걸까.

오늘따라 잠결이 깊었다. 몸이 드러눕는 것도 알아차리지 못하고, 그녀가 나의 곁에서 잠들었다는 것도 옆구리의 온기가 떠나가고 있음을 깨닫고서야 깨달았다.

아마 상당히 피로가 쌓여있던 탓이겠지. 그렇게 여기기로 하고, 지나간 일로부터 신경을 거두었다.


“조금 더 걸릴 것 같네요.”


냄비 앞에 쭈그리고 앉은 하렐뉴가 국자에서 입을 떼며 말했다.

알겠다는 짧은 대답을 남기고, 등을 돌렸다.

대거를 뽑아들고, 어젯밤 만들어둔 올가미와 덫들을 천천히 살펴보았다. 대부분은 수확이 없었지만, 작게 만든 올가미에 들쥐 한 마리가 잡혀있었다.

죽지는 않았지만, 목과 팔 한 쪽이 올가미에 조여져서 움직이지 못하고 있었기에 손쉽게 숨통을 끊을 수 있었다.

두 사람이 먹기에는 지나치게 적은 양. 그래도 살기 위해서는 먹어야 한다. 보존식은 무한하지 않다. 식량은 확보할 수 있을 때에 확보하는 게 좋다.


“아, 그거 먹을 수 있어요. 거기도요.”


제자리로 돌아와 들쥐를 손질하던 와중, 곁으로 다가온 하렐뉴가 버리려던 내장들을 검지로 가리키며 먹을 수 있는 것과 없는 것을 짚어주었다. 맛있는 부위와 개인적으로 좋아하는 것까지 세세하게.


“아버지가 사냥꾼이었거든요. 커다란 마물부터 시작해서, 자그마한 짐승까지 곧잘 이야기해주셨어요. 어릴적의 저는 그런 잔인한 이야기보다 뜨개질에 관심이 더 많았지만요. 무척 상냥하셨는데, 이제는 얼굴도 기억나질 않네요.”


헤헤. 하렐뉴가 멋쩍게 웃었다. 어울리지 않는다는 생각보다는 나아졌다는 생각이 앞서 들었다.

조금씩 감정을 보여주고 있다. 조금씩 과거를 말해주고 있다. 관계가 조금씩 진전한다. 현상금사냥꾼들로부터 구해준 게 계기가 된 걸까.

이대로 가까워진다면.

잠시 희망을 품었다가 뿌리쳤다.

어디까지나 가능성에 불과했다. 희박하고도 옅은 가능성에 마음을 졸이고 싶지 않았다.

아직도 기대를 가지는가. 아직도 의지하고 싶다 생각하는가. 아아, 이제는 아니다. 둘 다 하지 않는다. 나약하게 바라지 않는다. 배신당하고 싶지도, 이용당하고 싶지도 않다.

누구도 믿지 않아.

단호하게 선언하면서도 의문을 제기한다. 그렇다면 어째서.

어째서 그녀를 구했는가.


“···이용하려고.”


작게 내뱉고는 납득했다. 가치가 있었기에, 이유가 있었기에 구했다고. 그렇게 믿고 싶기에 믿어버렸다.

사실은 아무래도 좋다. 어째서 구했는지, 생각하지 않아도 된다. 지나간 일이고, 누군가가 다치거나 죽지도 않았다. 심지어는 죽이지도 않았다. 더 생각할 필요는 없다.


“뭐라고 하셨나요?”

“혼잣말입니다.”

“그런가요. 신경 쓰이지만, 묻지는 않을게요. 심술궂잖아요, 그런 거요.”


들쥐의 내장과 고기를 깨작깨작 꼬챙이에 끼우던 하렐뉴가 어느새 완성된 꼬치를 모닥불로 가져갔다.


“다 됐어요. 오늘은 많이 호화로우니, 기대하셔도 좋아요.”


냄비를 들여다본 하렐뉴가 싱긋 웃어보였다.

다가가니 냄비 안에 들어찬 가재가 보였다. 크기가 크지는 않았지만, 세 마리나 있어서 부족할 일은 없어보였다.


“조금 떨어진 곳에 개울이 있더라고요. 거기에서 횡재 좀 했어요. 사람 발길이 잘 닿지 않는 곳이어서 그런지, 엄청 많더라고요.”

“···그렇습니까.”

“리시스님이 두 개 드시면 될 것 같아요. 저는 격하게 움직일 일이 없으니까요. 전투가 벌어져도 뒤에서 부적을 던지는 게 다잖아요.”


자리에 앉았다. 건네지는 그릇에는 두 마리의 가재가 꽉 차있었다.

가재를 전부 건지고는 그곳에 죽을 끓이겠다며 쌀자루를 붓는 하렐뉴였다.

여유를 부리고 싶지 않다, 서두르고 싶다고 말하려다가 이내 입을 다물었다. 이미 부어버린 이상은 어쩔 수 없었다.


“잠시 다녀올게요.”


좋은 식재료를 봐두었다면서 안개 속으로 사라지는 하렐뉴의 뒷모습을 가만히 지켜봤다.

다시금 홀로 남겨진 나는 가재의 껍질을 벗기고, 그녀의 그릇에 놔두었다.

미리 벗겨두면 먹는 데에 소모되는 시간이 줄어든다. 그만큼 출발이 빨라진다는 논리였다.

거의 모든 껍질을 벗겨갈 때쯤, 하렐뉴가 돌아왔다. 들풀처럼 보이는 것을 잔뜩 들고 있었다. 그녀는 그것들을 끓고 있는 죽에 집어넣으며, 들어가는 재료가 어떤 맛을 내는지와 어떤 이름을 가지고 있는지 같은 지식들을 말해주었다.


“이거는 소시아라는 풀이에요. 물가에서 쉽게 찾을 수 있는데, 특유의 신맛이 풍미를 더해줘요. 영양가도 좋고요.”

“그렇습니까.”


요리를 끝낸 그녀가 자신의 그릇을 바라봤다. “고마워요.”하고 짧게 말하고는 조신하게 입으로 가져갔다.

이미 그릇을 비워두었던 나는 조용히 해야 할 일을 찾았다. 손을 씻느라 물이 떨어진 물통에 물을 채우는 것. 그 이외에는 딱히 없었기에, 그녀의 자취를 따라 개울가에 다녀왔다.


“도망치신 줄 알았잖아요. 조마조마했어요.”


나름의 농담이었던 걸까. 하렐뉴가 작게 웃었다.


“···아마, 그런 일은 없을 겁니다.”

“그런가요. 그럼 안심이네요.”


농담만은 아니었던 걸까. 하렐뉴가 작게 숨을 내쉬었다. 굳어있던 어깨가, 꼿꼿했던 등줄기가 녹아내리듯 굽어졌다.


“···그림자 숲에서도, 버리지 말아주었으면 하는데요. 걱정이에요. 조금이지만요.”


작은 목소리. 혼잣말로 여기더라도 이상하지 않은 목소리였다. 하지만, 무시해서는 안 된다고 직감적으로 알 수 있었다.

그녀는 무언가를 알고 있다. 그림자 숲에 대해서. 그리고, 나의 무언가가 그림자 숲과 연관되어 있다는 것을. 알고 있기 때문에 불안해하는 게 아닐까.

문득 드는 의문이었다. 어디까지나 가능성이고, 그 또한 희박했지만. 억측밖에 되지 않는 생각이었지만. 마음에 걸려서 도저히 붙잡지 않을 수가 없었다.

그저 묻는다. 그것뿐이지 잃는 건 없다.


“문제라도 있습니까.”


하렐뉴는 고개를 저었다.


“아무것도 아니에요. 제가 생각해도 어처구니없는 걱정인걸요. 그래도···”


으음, 하렐뉴는 신음했다. 무언가를 고민했다. 오랫동안 조용하게 사색에 잠겼다.

무릎을 끌어안고, 그 속에 얼굴을 반쯤 묻었다. 새하얀 눈만을 드러내고, 지긋이 나를 바라봤다. 그러다가 결정했는지, 마침내 입을 열었다.


“잭이 주의를 줬었거든요. 그림자 숲에는 웬만해서 가지 말라고요. 아예 안 된다는 건 아니지만, 그래도 혹시 모른다면서요.”

“이유를, 말씀해주실 수 있습니까?”


하렐뉴는 잠시 입을 다물었다. 고민을 한다기보다는 잠시 숨을 고르는 것 같았다.

예상대로 기다릴 필요도 없이 대답해주는 그녀였다.


“조금 먼 옛날의 이야기인데요. 500년 전의 전쟁에서 용사가 잘라낸 마신의 머리가 떨어져서 생긴 곳이 바로 그림자 숲이래요. 리시스님의 안에 깃든 영혼은 마신전쟁 당시의 것일 가능성이 크고, 때문에 어쩌면 그림자 숲과 특수한 작용이 있을지도 모른다고 했어요.”

“···그렇습니까.”


정보들을 정리했다.

의외라고 한다면, 잭이 나의 영혼에 대해 단정 짓지 못했다는 것. 무언가가 있다는 건 알지만, 그게 무엇인지까지는 모른다는 소리일까. 그게 아니라면, 나에게 거짓된 정보를 심을 셈인가.

어느 쪽이 진실인지는 알지 못한다. 어쩌면, 하렐뉴가 발설할 가능성을 고려하고 직접 말해주지 않은 걸지도.

생각하고는 고개를 저었다.


“특수한 작용이라면···”


중얼거렸다. 역시나 무언가가 와닿지는 않았다. 기대보다는 걱정이 앞섰다.

언제나 고려해야 하는 것은 최악. 그림자 숲에서의 ‘특수한 작용’이라는 것이 좋은 영향을 끼칠 거란 보장은 어디에도 없다.


“저도 별로 아는 게 없네요. 더 물어볼 걸 그랬어요. 뭐어, 물어본다고 해서 잭이 말해줄 것 같지는 않았지만요.”

“잭이라면 그럴 만도 하죠.”

“무얼 그렇게 숨기고 살아가는 건지, 저한테도 말해주질 않으니 새삼 섭섭하긴 하네요. 그래도 남들보다는 많이 알려주니까 그건 또 기쁘다고나 할까요. 애매한 심정, 이라는 표현밖에 나오질 않아요.”


그 말은 과연 사실일까. 의심을 하다 관두었다.

과거에 무슨 일이 있었는지는 알 수 없어도, 지금의 그녀에게 잭이 커다란 존재라는 것만은 사실이다. 그녀와 말을 섞을 때마다, 지내는 시간이 길어질수록, 점차 확실하게 깨닫는다.

잭이 감추라고 하는 정보라면, 죽는 한이 있더라도 감추겠지. 잭이 차지한 그녀의 마음을 빼앗을 자신은 없다. 때문에 더더욱 의심을 품어봤자 소용이 없다. 의심한다고 해서 무언가를 얻을 수 있는 게 아니다.


“세상을 구한다, 가 정확히 무얼 말하는 건지. 아직도 알려주실 수는 없는 겁니까.”


조심스레 내뱉었다. 어차피 원하는 답은 돌아오지 않을 거란 체념을 하고서, 어리광을 부리듯.


“그건, 워낙에 설명하기가 난해해서요. 말해도 믿어주지 않을 것 같다고나 할까요. 가볍게 말할 수 있는 것도 아니고요. 의심을 받는 상황에서 말해도 되는 것도 아니에요.”

“···그렇습니까.”

“언젠가, 반드시 말해드릴 테니 조금만 더 기다려주세요.”


고개를 끄덕였다. 언젠가가 언제인지는 모른다. 하지만 그 언젠가가 오지 않고서는 알아내지 못하는 사실이기에, 이번을 마지막으로 더이상 재촉하지 않기로 했다.


“···그나저나, 어디서 타는 냄새나지 않아요?”

“확실히···”


아, 하는 짧은 탄성. 그것을 하렐뉴가 내뱉고, 이어서 그녀의 시선을 뒤따라간 내가 내뱉었다.

모닥불의 위, 지지대에 놓인 냄비. 그 속에 있는 것은 더이상 맛있게 끓여진 죽이 아니었다.

어느 한때까지는 죽이었던, 새까만 얼룩이었다.


작가의말

 믿기지 않으시겠지만, 이번 화는 무려 43번의 퇴고 끝에 완성되었습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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121 불사를 베어내는 검-3 21.05.31 7 0 10쪽
120 불사를 베어내는 검-2 21.05.08 16 0 11쪽
119 불사를 베어내는 검-1 21.05.06 13 0 11쪽
118 녹빛의 검은 백화(白花)를 피워낸다. 21.05.04 20 0 12쪽
117 재생 21.04.28 16 0 12쪽
116 이뤄주지 못할 소원 21.04.27 40 0 11쪽
115 정보상과 의사 21.04.25 35 0 17쪽
114 상실 21.04.24 21 0 9쪽
113 고정부(固定附) 21.04.24 16 0 11쪽
112 낙마 21.04.14 19 1 13쪽
111 구역질 21.04.12 28 0 11쪽
110 발자국 21.04.09 61 1 12쪽
109 발을 들이다 21.04.07 46 0 11쪽
» 아침에는 가재 21.04.03 57 1 11쪽
107 별들에게 호소하는 밤 21.03.27 30 1 13쪽
106 지우지 못한 단서 21.03.24 27 1 11쪽
105 붙잡히다 21.03.23 25 1 11쪽
104 주맥시(呪脈視) 21.03.22 29 1 11쪽
103 잭이라는 화제 21.03.19 31 1 12쪽
102 믿음, 극복, 퍼져나가라 21.03.17 29 1 13쪽
101 성당, 시체, 전투 21.03.13 26 1 24쪽
100 외전-사냥꾼들의 밤 21.03.12 23 0 22쪽
99 간단한 수수께끼 21.03.03 20 0 12쪽
98 이동계획 +1 21.02.18 39 1 11쪽
97 쥐구멍에서 +1 21.02.16 30 0 13쪽
96 촉수 21.02.08 37 1 11쪽
95 협력제안 21.02.08 38 0 12쪽
94 탄로 21.02.06 29 0 11쪽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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