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모험따윈 하고 싶지 않았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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B둘기
작품등록일 :
2020.07.27 19:58
최근연재일 :
2021.05.31 01:01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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21.04.14 20:13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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13쪽

낙마

DUMMY

어둠속에서 무언가가 기어나왔다.

네 개의 다리로 걸어나온 그것에게는 두 팔이 부자연스럽게 달려있었다. 몸통보다도 기다란 팔을 흐느적거리며, 노랗게 충혈된 눈으로 이곳을 바라봤다.


“히, 히히··· 히히히···!”


눈이 마주치자, 노인의 주름진 얼굴이 헤벌쭉 웃었다.

그리고···


“히아아아아아아아아아아아아아아아아아아아아아아아아아아아아아아아악!!”


두 팔을 휘두르며 달려왔다.


“웃···!”


그것의 기다란 손톱이 팔목을 찢었다.

붙잡으려 했으나, 흐느적거리며 휘두르는 휴먼페이스의 팔목을 포착하기란 힘들었다.

발로 그 턱을 차서 밀어내려 했지만, 휘둘려지던 손에게 발목을 붙잡혔다.


“우웨에에에어웨에!!”


고막을 휘젓는 괴성. 입을 틀어막은 발이 저리도록 진동했다. 재빠르게 빈손으로 창을 뽑아들어 등으로 추정되는 부위에 내리꽂았다.


“웨에에엑!!”


구토를 하는듯한 단말마. 그대로 죽을 거라 예상했으나, 죽는 것만으로는 끝나지 않았다.

발목을 붙잡은 팔이, 창을 꽂은 등이 흘러내린다. 그리고는 차마 닦아내기도 전에 딱딱하게 굳어버린다.


“리시스 님!”


말들을 진정시킨 하렐뉴가 고삐를 끌고 왔다. 도망치려면 지금밖에 없다고 알면서도, 움직일 수 없었다.

녹아내린 시체에 발이 묶였다. 창을 뽑으려 했으나, 딱딱하게 굳어서는 뽑히지 않았다.


“옷을 자를게요!”


곁으로 달려온 하렐뉴가 대거로 하의를 일부 도려냈다. 피부에 달라붙은 것은 아닌지 곧바로 발을 뽑을 수 있게 되었다.


“웨에어에오에에에!”


어둠속에서 또 한 마리가 모습을 드러냈다. 그리고 머지않아 다시 한 마리가 달려들었다.

두 마리, 라고 인식하는 순간 셋으로 늘어난다.


-푸슉!


“에에에엑!!”


가장 가까이 다가온 한 마리를 석궁으로 처리하고 안장에 뛰어올랐다. 하렐뉴의 말은 그녀를 태우고 앞서 달려가고 있었다.

그 뒷모습을 쫓았다. 살고 싶은 건 말이라고 다르지 않았다. 경이로운 속도로 질주하여 거리가 좁혀졌다.


“위 조심해요!”


하렐뉴가 부적다발을 흩뿌리며 경고했다. 공중으로 날아간 종이들은 주변의 적들을 찾아 달라붙었다.


-화르륵!


푸른 불꽃이 무수하게 타올랐다. 검은 천장을 밝히며, 휴먼페이스들을 허공에 묶었다.

그것들의 묶인 위치를 눈에 새겼다. 위험한 장소들을 판별하고, 떨어지는 순서를 구분했다.

숫자는 셀 수 없었다. 아무튼 압도적인 숫자. 뒤쫓아 밀려오는 파도 못지않게 많았다.

숲의 천장을 온통 뒤덮고 있다.


"와악! 와아아아아악!!"


먼 곳에서부터 들려오는 괴성. 빛이 비추는 먼 곳에서부터 돌아오는 녀석들이 나무를 타고 오르는 모습이 보였다.

개의 것과 같은 네 다리로 줄기를 박차고, 두 손으로 가지를 붙잡아 뛰어내릴 준비를 마친다.

머지않은 앞.

녀석들이 반동을 이용하여 몸을 앞뒤로 왕복시킨다. 뛰어오르려 준비하는 모습이 보인다.


“고정부···!”


하렐뉴가 재차 부적들을 흩뿌렸다. 마침 날아오려던 휴먼페이스들에게 달라붙고, 타오르며 고정시켰다.

왕복하던 녀석들의 일부가 경직하며 떨어졌으나, 압도적인 자릿수는 줄어들 기미가 없었다.

그 전에 사용했던 부적들은 효력을 다했고, 때를 기다리던 노안의 원숭이들이 쏟아져내렸다.


“우오아아아아아악!!”


괴성을 지르며 수직에서 떨어지는 한 마리.

재빠르게 뽑아든 할버드로 호를 그렸다. 떨어지는 녀석의 옆구리를 파고들고, 바닥으로 내려찍듯이 떨쳐냈다.

기억해두었던 위치. 오른쪽 대각선으로 석궁을 발사했다.


“꾸에에에에엑!!”


하렐뉴를 덮치려던 휴먼페이스가 화살에 맞아 떨어져나갔다.

쉴 틈은 없다.

석궁을 다리 사이에 끼우고, 한 손으로 화살을 메긴다.

왼쪽에서 뛰어드는 녀석에게 할버드를 가져간다. 자신의 무게와 속도를 주체하지 못하고 창끝에 꿰뚫려 죽는다.

녹아내리기 전에 떨쳐내고, 석궁의 장전을 마친다.

다시금 앞을 바라본다.


-화르륵!


세 번째로 타오르는 부적. 다시 위치들을 기억한다. 높다란 가지에 매달린 녀석들. 먼 곳은 신경쓰지 않는다.

바로 앞. 직선의 경로 안에 든 녀석들만을 기억하고, 두 번째로 밀려오는 낙하에 대응한다.


-푸슉!


석궁을 쏜다.

할버드를 휘두르고, 떨쳐낸다.

시위를 당기고, 그 사이 뛰어드는 녀석의 미간에 대거를 던진다.

할버드의 사정거리를 넘어온 녀석을 검으로 베어내고, 안장 위로 올라온 녀석을 화살로 찍어죽인다.

발로 차서 떨쳐내고, 장전을 마친다.

일련의 과정을 뒤죽박죽 반복한다. 순서도 없다. 뾰족한 수도 떠오르질 않는다. 반사적으로 처리하는 수밖에 없다. 오면 죽인다. 올라타면 떨쳐낸다.

그 반복을 해나가며 화살이, 대거가 빠르게 소모되어간다.


“우아···?!”


숨을 고를 틈도 없는 와중, 하렐뉴의 짓눌린 비명이 들려왔다.

고정부를 던져야 하는 타이밍. 그러나, 손에 든 부적다발이 날아가지 못하고 흘러내렸다.

미처 처리하지 못한 한 마리가 그녀의 머리채를 붙잡고 있었다. 뭉특한 이빨로 그녀의 목을 물어뜯으려 하고 있었다.

곧바로 석궁을 겨눴다. 그러나, 쏘지 못했다.

하렐뉴가 몸을 틀어 이빨을 피했다. 악착같이 매달린 휴먼페이스가 그 몸부림에 맞추어 시계추처럼 허공을 오갔다.


“왜애애애애애애액!”


어린아이처럼 울부짖는 휴먼페이스가 그녀의 머리에 날카로운 손톱을 꽂아 넣으며, 부러뜨릴 기세로 흔들었다.

죽지 않은 하렐뉴가 대거로 저항을 시도했지만, 등 뒤에 달라붙은 녀석에게는 작은 생채기밖에 주지 못했다.


“아웨에에에에에에엑!!”


쏴야 한다. 생각하면서도 쏠 수 없었다.

몸부림이 지나치게 격하다.

그것은 요요처럼 왼쪽에서 오른쪽으로 말의 엉덩이를 뛰어넘는다. 그녀의 어깨를, 머리채를 손잡이로 잡고 턱걸이를 하듯 오르락내리락 타고 오른다.

그러는 시시각각 하렐뉴는 일방적으로 살점을 내준다. 그녀가 붙잡으려고 해도, 손을 피한다.

그렇게 갈 곳 잃은 손으로 말의 뒷다리를 깎아내리며 다시 올라서기를 반복한다.


“달려···!”


내가 소리치며 말을 재촉해도, 이미 전속력이었다. 더는 빨라지지 않았다.

거리는 좁혀지지 않고, 하렐뉴의 비명이 거세져갔다.


“흐으아악···!”


망설이는 사이 새로운 녀석들이 뛰어들었다. 말의 다리를 긁으며 떨어졌다.


"우윽?!"


한 마리가 나의 허벅지에 손톱을 박았다. 달리는 말 위에서 거칠게 흔들리며 점차 미끄러져내렸다.

녀석의 손톱이 내려갈수록 허벅지의 살이 벌어진다. 근육이 늘어진다. 그럼에도 이를 깨물고 버틴다. 살이 떨어져나가도 개의치 않는다.

수면을 취하지 못한 의식이 집중을 방해하지만, 바라본다. 주시한다. 조준하고, 발사한다.


-슈욱!


바람을 가르는 소리.

화살이 허공을 지나갔다.

위험을 감수한 마지막 화살은 허무하게 빗나갔다. 맞지 않았다. 스치지도 않았다.

안 그래도 흔들리는 말 위에서 격동적으로 날아다니는 표적을 맞추기란 쉬운 일이 아니었다.

동요했던 탓도 있다. 빗나가서, 그녀를 맞을까봐 염려했던 탓도 있다.

그러거나 말거나 방금이 마지막. 화살통에 든 마지막 화살이었다. 그 마지막이 빗나갔다.

아직 포기하긴 이르다. 대거, 대거를 찾아 손이 헤맨다. 그곳에는 빈 칼집만이 남아있다. 전부 던지고 없었다.

그제서야 실패했다고 깨달았다.

구하지 못한다.

빗맞혔다. 마지막이었는데.

맞췄다면 살았다. 그런데 맞추지 못했다.


"리시스 님···! 제발···!"


그녀가 나를 부른다. 애타게 울부짖는다.

어쩔 도리가 없는데.

그렇게 사정해도 나는 무엇도 해줄 수 없는데.

아아, 미안하다는 말밖에 건네줄 게 없다.


"제발···! 살려줘···!"


하렐뉴가 괴롭게 신음하며, 몸부림쳤다.

그녀의 등에 이제 살점은 남아있지 않았다. 벗겨져나간 피부가, 찢어진 근육이 적나라하게 드러나서는 척추까지 내비치고 있었다.


-터걱!


석궁을 떨어뜨렸다.

시간이 유난히도 느리게 흘렀다. 하렐뉴가 찢어져가는 장면이 한 장씩 뇌리에 새겨졌다.

그 광경을 바라보았다. 가만히, 멍하니.

그녀의 등은 내게서 아득하니 멀기만 했다. 단순히 뻗은 손으로는 닿지 않았다. 닿을 리가 만무했다.

실수했다. 한심하다는 생각도 아까운 자신의 무력함에 이제는 한탄조차 나오질 않았다.

잃어가고 있다. 그 사실로부터 다가오는 죄책감에 이성이 절여졌다. 그것은 이내 자기합리화로 이어졌다.

그녀는 분명 나에게 있어서 소중한 존재는 아니었다. 구할 이유도, 애초부터 없었다. 처음부터 혼자 할 생각이었는데, 그녀가 멋대로 끼어들어서는 의지하게 만들어놓았다.

그러니까, 나의 잘못은 없다. 없는 거다. 그녀가 나를 따라왔기 때문에 죽는 거다. 따라오지 않았더라면 일어나지 않았을 일이다.

죄책감을 느낄 이유는 어디에도 없다. 그녀에게 고집할 이유도, 구태여 위험을 감수하며 구해낼 이유도. 존재하지 않는다.

내가 구할 대상은 아루아 한 명밖에 없다. 그녀는 해당되지 않는다.

그렇게 생각하자니, 걸리는 점이 하나 있었다.


“허억···! 허억···!”


머릿속에서 포화하는 거친 숨결.

그 속에서 생각한다.

그럼 어째서, 하고.

어째서 그녀를 구했더라, 하고 생각한다.

잡혀갔던 그녀를 버리지 않고, 구태여 되돌아와 구한 이유가 뭐였더라.

스스로에게 물었다.

이유는 있었다.

많았다.

기적을 사용할 수 있다는 것. 마물에 대해 빠삭하다는 것. 아직 듣지 못한 여러 이야기들이 있다는 것. 그것이 그녀에게 말했던 이유였다.

타당하다고 생각했다.

그런데, 정작 되돌아보면 그게 아니다.

그것은 타당하지도, 논리적이지도 않다. 그저 한순간의 변덕. 쌓이고 쌓인 과거의 울분이 만들어낸 하나의 바람.


“더는 잃고 싶지 않아···”


그녀가 누구이건 상관없다. 어떤 목적을 지녔는지도 이제 신경 쓰지 않는다.

바라는 건 하나밖에 없다. 여전히 그녀는 내게 아무래도 좋은 존재이다. 죽어도 좋고, 사라진다 해도 괜찮다.

하지만, 그녀가 죽는 장소가.

내가 있는 곳이지 않았으면 한다.

죽는 계기가 나에게 있지 않았으면 한다.

분명 그런 이유였다. 그런 이유여서 그녀를 구했다.

그리고 지금도.

···아니, 이제 와서는 그것조차 만족스런 이유가 되지 않는다.


-퍽!


날아오는 한 마리를 도끼로 찍었다.

떨어지는 한 마리를 검으로 베었다.

매달리는 한 마리를 주먹으로 때렸다.

소리치는 한 마리를 찌르고.

일어섰다.

중심을 잡고, 안장에 발을 디뎠다.

완전히 일어서서는 비틀거렸다.

중심을 잡기도 전에.

머리까지 질주했다.

그 끝을 밟고, 뛰어올랐다.

몸을 날렸다.

허공에 뜬 몸이 한순간 가속하며, 거리를 좁혔다.

온몸을 감싸는 부유감.

자살하는 자에게 주어지는 마지막 위로인지, 한 줌의 해방감까지 느껴지는 순간이었다.

모든 것은 여전히 느리게 흘러갔다.

게으름을 피우는 시간 속에서, 그녀가 살아있다는 것을 확인하고는 안도했다.

안도하며, 나를 안심하지 못하게 만드는 새까만 악마에게로 신경을 집중했다.

집요하게, 그리고 정확하게.

휘둘렀다.


-촤악!


개운한 절단음과 함께 녀석의 몸뚱아리가 반토막났다.

시끄러운 단말마를 들으며 떨어지는 하반신과 함께 지면으로 낙하했다.


-퍼억!


무언가와 부딪히는 소리.

흙과 뒤섞이며 뒹굴고, 검이고 뭐고 전부 떨어뜨리며 낙마했다.

스스로가 죽음을 자처했다. 아무래도 좋은 소녀 하나 살리겠다고. 말을 버리고, 실패할지도 모르는 작전에 목숨을 내다버렸다.

그 결과 성공했다. 하렐뉴를 덮치던 녀석을 죽였다. 그녀를 태운 말은 무사히 달려 나가고 있고, 내가 짓밟은 말도 중심을 잡고 그녀를 쫓아가고 있다.

그런 광경이 멀어지고 있다. 희미해져간다.

지켜냈다는 달성감. 무사히 빠져나가달라는 염원이 나를 감쌌다.

그곳에 이기심은 남아있지 않았다.


『그러니까, 으음··· 리시스 님이 괜찮으시다면, 하렐이라 불러주셔도 괜찮아요.』


후회도 생겨나지 않았다.

그 한 마디는 마치 구원이었다.

그 말에 담긴 의미가 실은 너무나도 좋았다.

환호를 내지르고 싶을 만큼 기뻤다.

그걸 이제야 깨달았다.

너무 늦었잖아.

스스로를 질책했다.

웃음이 나왔다.

조금이라도 좋으니 곱씹을 시간이 필요했었는데.

두 번째로 찾아온 구원을 이제서야 깨달았다.


“웨에에에에에엑!!”


매섭게 쫓아오던 파도가.

떨어져버린 나를 향해 밀려왔다.

집어삼키려 둘러쌌다.

퇴로도, 여력도 남아있지 않지만.


“···여기서 죽을 생각은 없어.”


피를 토하며 일어섰다.

죽기엔 지나치게 이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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119 불사를 베어내는 검-1 21.05.06 13 0 11쪽
118 녹빛의 검은 백화(白花)를 피워낸다. 21.05.04 20 0 12쪽
117 재생 21.04.28 16 0 12쪽
116 이뤄주지 못할 소원 21.04.27 40 0 11쪽
115 정보상과 의사 21.04.25 35 0 17쪽
114 상실 21.04.24 21 0 9쪽
113 고정부(固定附) 21.04.24 16 0 11쪽
» 낙마 21.04.14 21 1 13쪽
111 구역질 21.04.12 28 0 11쪽
110 발자국 21.04.09 62 1 12쪽
109 발을 들이다 21.04.07 48 0 11쪽
108 아침에는 가재 21.04.03 58 1 11쪽
107 별들에게 호소하는 밤 21.03.27 30 1 13쪽
106 지우지 못한 단서 21.03.24 28 1 11쪽
105 붙잡히다 21.03.23 25 1 11쪽
104 주맥시(呪脈視) 21.03.22 29 1 11쪽
103 잭이라는 화제 21.03.19 31 1 12쪽
102 믿음, 극복, 퍼져나가라 21.03.17 29 1 13쪽
101 성당, 시체, 전투 21.03.13 27 1 24쪽
100 외전-사냥꾼들의 밤 21.03.12 23 0 22쪽
99 간단한 수수께끼 21.03.03 20 0 12쪽
98 이동계획 +1 21.02.18 39 1 11쪽
97 쥐구멍에서 +1 21.02.16 30 0 13쪽
96 촉수 21.02.08 37 1 11쪽
95 협력제안 21.02.08 38 0 12쪽
94 탄로 21.02.06 30 0 11쪽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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