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109) 변화 속의 갈등과 주변과의 갈등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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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대헌률, 혹은 대헌장을 조정에 올려진 7개의 초안을 다 검토하고 하나를 정하던가. 아니면 이 초안을 결합하여 내년에는 그해가 가기 전에 조종성헌과 기존의 대전을 대신할 큰 법을 담은 새로운 대전이 나오기를 바란다.”
태왕 이영의 이런 말에 많은 신료가 눈치를 보고 있다. 사실 꽤 파격적인 제안이다. 조종성헌은 영국과 미국의 관습법처럼 판례와 같이 기능하고 있다.
다만 그 조종성헌은 자세히 뜯어본다면 무조건 전례대로 행하는 일도 아니었다. 권위가 쌓인 군주에 의해서 파훼 되는 일이 종종 있었다. 이건 태왕 이영도 해낸 일이 있었다.
가장 대표적으로야, 노비 제도에 대해서 폐지하였다. 물론 노비와 백정 등의 소멸은 태왕 이양 이전 선대의 임금들도 원하던 일이었지만, 녹록하지 않았고 어떤 면에서 조종성헌에 어긋난다는 명분으로 이를 막아 왔었다.
이런 조종성헌을 대체하여, 확고하게 기록으로 남기는 법이 필요하다는 공감대가 있었다. 그렇기에 대조선국의 새로운 대전이 필요했다. 따라서 많은 이들이 새로운 대전, 서양식 헌법의 초안을 작성했다.
“예. 여러 초안은 중추원에 제출했습니다.”
“이를 중추원이 검토하고 가장 합당한 초안, 아니면 여러 초안을 조합하여서 아국의 새로운 대전을 만드는 받침돌처럼 쓰일 것입니다.”
따라서 한 개의 초안만 있지 않다. 5개가 넘는 초안이 올라온 상태이다. 이를 다 검토하려면 내년인 1868년에 이를 시행할 수가 있을지도 걱정이다.
그래도 해야 할 일이라고 여기기에 의지를 불태우는 중추원 의관이 많았다. 태왕 이영도 그들한테 이런 전권을 맡기고 자신은 최종결정권만을 쥐었다. 다만 세상은 이런 기쁘고 고된 일만 있는 상황이 아니다.
“아국의 새로운 대전, 대헌이 나올 기대는 좋다. 그런데! 왜국은 아직도 그 모양인가? 참으로 안타깝다고 여기오.”
“예. 옛 대군부와 조정을 통합한 왜국의 신 조정에서 왜황이 훼방을 심하게 놓고 있다고 합니다. 송구함이 너무 크옵니다.”
대조선국의 태왕인 이영은 이웃 나라인 일본과 관련한 일로 매우 상황이 걷잡을 수가 없게 커져서 골치가 아팠다. 게다가 그 원인이 이영의 말에 답한 신료가 말 한 대로 조선에는 왜황이라고도 불리는 덴노가 원인이다.
덴노의 고집이 자못 심각하다. 일본을 신국으로 높이 생각하는 미토학에 경도되었다는 주장이 사실인 듯 마냥 굴었다는 소식을 전하는 다른 신료의 말에 모두가 이를 다시금 떠올리자, 이가 갈리게 화를 참는 신료도 있다.
그 정도는 아니라도 그런 이웃 나라 군주 때문에 원래도 중독 직전까지 간 가배차 사랑, 커피 사랑을 논하는 영의정 윤종의도 매우 골치가 아팠다. 좌상의 자리에 있는 환재 박규수도 말하지 않아도 될 정도로 골치가 아프다.
“아국한테서 요구하는 보상이 과하더군요. 죽은 사람당 은자 천 냥?
이 조선 땅에 몰래 무기를 밀매하고 개방장에 무기를 꺼내서 난동을 부린 자들이 저항해서 일을 키우자 제압했을 뿐이지요. 그들의 죽음에 대하여 견외통사의 사과를 넘어서 전권견외대사 같은 것을 보내서 사과하기를 원하고 있습니다. 이게 말이 되옵니까?”
중추원의 고관들도 동래의 부산포 개항장에 있던 일로 일본과 조선 사이의 갈등이 예상보다 길어지는 상황을 원하지 않는다. 사실 조선 조정과 일본의 새 조정도 적당히 묻어갈 생각이 강했다. 이를 막고 있는 존재는 다른 누구도 아니고 일본의 군주인 덴노다.
그래서 중추원의 의관 일동 중 일부는 강경하게 일본과 일본의 덴노를 책망하는 말을 꺼냈다. 가장 열렬하게 이에 관해서 의견을 꺼내는 이는 이영의 칙임으로 다시 의관이 된 화서 이항로가 보인다. 화서 이항로는 흑단령을 입고 단호한 표정으로 자기 견해를 밝히고 있는 중이다.
“왜황이라는 자가 억지를 부리는 일이 아닙니까?”
“새로운 조정의 어린 대군과 그 대군의 섭정, 아니면 제후원의 제후들이 왜황의 고집에 쩔쩔매고 있답니다. 과거 대군부가 있던 시절 실정과 군주를 존대하는 마땅한 일로 갈팡질팡하는 모습인데···.
저런 이들이 신하를 자처하는 일이 웃기지 않습니까? 신하란 군주의 견해에 대해서 잘못되었다고 보인다면 간언할 수 있고 그에 최선을 다해야 합니다. 그런데! 지금 왜국의 저들이 하는 행태가 어찌 바른 신하의 면모란 말입니까?
제 잇속을 채우려고 부덕하고 자기 밖에 모르는 악덕상인보다 더 천박합니다. 이익도 고려해야 하지만, 의가 중요한 법이지요.
태왕 폐하! 저들이 도리가 없이 자기 고집만으로 구는 자들이라는 사실을 이전부터 알았지만, 저들에게 명목상 충성을 받는 왜국의 왜황도 저러니까 왜국의 사정이 짐작이 갑니다. 우리 조선은 그런 일에 유감만을 표하면 되는 일이라고 여겨야 한다고 보고 있습니다. 이 조선에 난리를 피운 자들이며, 그들에 대한 처결은 우리도 담당하게 됩니다.”
화서 이항로 말고도 많은 고관이 그와 의견과 비슷하다. 그들은 강경하게 나아가야 한다고 말하지 않고도 얼굴로 그렇게 자신들의 군주인 이영에게 말하고 있다. 다른 이들도 견해는 비슷하면서도 달랐다.
“더 대화의 여지를 열어놓는 편은 좋다고 봅니다. 언근 영지와 대마, 강호의 신 조정에 우리가 포섭한 쪽이 왜국에 주재하는 견외통사한테 털어놓은 일을 바탕으로 장계를 우리 조정에서 확인한 바에 따르면 왜황의 고집을 그렇게 좋게 받아들이지는 않는다고 전하고 있지요.
즉 왜황의 고집을 그들도 좋게 보고 있지 않다는 결론을 알 수가 있습니다. 아무리 권위가 강하다고 하여도, 왜황한테 현실을 직시하게 만들어 준다면 정신 차릴 것이라고 소신은 보고 있지요.
다만! 필요하다면 아 해군의 함대가 원양 초계와 훈련을 명목으로 움직여서 압박하는 계획도 진지하게 검토해야 하는데 어떻게 생각하십니까?”
이런 의견을 내는 신료는 환재 박규수다. 비교적 온건한 정책 지향하고 있지만, 여차하면 저강도의 무력시위를 긍정하고 있는 모습을 견지한다. 무력시위.
원래 이영은 이를 매우 적극적으로 사용할 생각은 없다. 이웃인 일본에서 이전에 상정한 대로 내전이 일어나지 않는 이상은. 물론 지금 상황이 달라졌다.
그런데도 필요 이상의 대외적 군사작전에 큰 비용을 지출할 마음은 아직 없다. 하지만 근해와 원양에 훈련을 겸한 삼도해군통제영 소속 전력의 순양 초계라면 압박으로도 기능하면서 불필요한 지출로도 이어지지 않을 수가 있다.
“그렇다면 병부에게 물어보겠소. 그런 방식으로도 충분히 왜국에 압력을 줄 수가 있다고 생각하오?”
“흠···. 좌상 대감의 의견은 충분히 왜국에 압박을 줄 수가 있다고 답하겠습니다. 충장을 위시한 우리 조선의 새로운 전선들은 마침 배에 탄 수부들이 훈련이 더 필요하지요. 그들의 훈련을 통해서 숙련됨을 높이고 불필요한 잡음은 혹여 있다고 봅니다.”
“그렇군. 병부의 해방국 독판! 귀관은 의견이 어떠한가?”
“예! 폐하! 해방국 독판! 신 이경순이 조심히 아룁니다. 병부상서 대감이 한 말과 의견을 같습니다. 다만 차이점은 있지요.
그 이유를 조심히 아뢰고자 합니다. 들어주시옵소서. 먼저 충장에 배치한 수부는 삼도해군통제영 소속으로 가장 우수한 이들만 모아서 투입했습니다.
단지 기존에 다루던 기범선 종류와는 좀 다르기에 어색해하는 정도입니다. 미국에서 사들인 전선들도 삼도해군통제영 소속의 수부들이 잘 다루기 시작했지요.
그런데도 다른 문제가 있습니다. 각 전선이 손발을 맞춘 일이 드문 일이지요. 이를 보완하려면 당연하게도 훈련만이 답입니다.
폐하께서는 이런 압박이 아니라도 해군의 강함을 육성하기 위해서 수락하시리라 여기고 있습니다. 기왕이면 우리 대조선국의 해군을 강하게 하는 훈련이 주가 되었으면 바라지요. 왜국을 압박하기 위해서 훈련이 진심이 아니어서는 아니 된다고 생각합니다.”
군부로 개칭할 예정인 병부에서도 긍정적인 반응이 나온다. 대조선국의 태왕인 이영은 조선은 왜황이라고 부르는 일본의 군주, 덴노를 압박하기 위한 유사 무력시위 패로 좌상인 환재 박규수가 꺼낸 제안을 매우 긍정적으로 검토한다.
그렇다고 해도 해군, 삼도해군통제영 소속 전력이 훈련하는데 형식적이게 할 수가 없다. 해방국 독판인 이경순 해군 부장이 하는 말을 들어보면 이영은 그가 하는 말도 고려하기로 한다.
많은 사안을 고려해서 대조선국의 태왕으로서 이영이 명령을 내렸다. 이영이 내리는 왕명에 많은 신료가 귀를 당연하게도 기울인다. 이영의 명령은 다음과 같다.
“내가 생각하건대, 아직 왜국과 더 대화를 해야 한다고 여기오, 전쟁은 저 서역의 한 병학자가 썼던 구절을 인용한다면 전쟁은 최후의 수단이오.
이는 손자병법도! 다른 병학도 긍정하는 말이라고 생각하오. 그렇지만! 저들에게 우리 조선이 낮게 보일 필요는 전혀 없소.
따라서 경들의 고견도 듣고 이리 고려해 봤는데. 삼도해군통제영의 전력들을 더 강하게 조련할 겸! 왜국과 조선 사이의 해역을 순찰하라고 명하도록 하지요. 왜국을 지나치게 압박할 필요는 없다! 라고 강조하고 싶소.
적어도 나는 불필요하고 무리한 대외 원정으로 백성들의 세수로 구성되는 나라의 곳간을 낭비할 생각이 없어요. 우리 조선의 내실을 더 다지는 일이 중하다고 이전부터 생각했소. 나의 생각은 이러하오. 경들은 어떤가?”
태왕 이영의 총신 집단은 당연하게도 이에 동의한다. 본격적인 무력 투입은 최후 수단이 맞았다. 이전에는 무력시위도 자제할 생각이었다.
다만 추세를 보고 과하게 비싸지 않은 무력시위 정도는 상정하게 되었음을 환재 박규수는 알아차렸다. 그리고 이영의 총신 집단도 대체로 비슷하다. 그들 말고도 다른 신료들도 그런 이영의 내심을 알아차렸다.
“합당한 고견이십니다. 폐하!”
“다시 생각해 보니까 당장 견문발검할 정도로 화를 낼 일은 아닙니다. 저들이 그런데도 방자하게 군다면 그때에는 진지하게 아국의 군대가 움직여야 할 수가 있음을 생각하여 주시지요.”
“영국하고 협의해서 이참에 영국 해군과 함께 움직여서 왜국의 반발을 최소로 해도 될 수가 있다고 봅니다.”
좌의정인 환재 박규수의 발언을 시작으로 충추원 의관 화서 이항로, 영의정인 윤종의로 대표되는 발언들이 나온다. 이 외에도 많은 의견을 보이는데 대체로 태왕 이영의 고견에 긍정적으로 동의하는 이들이 많았다.
그래도 불만이 있는 이들은 없지는 않았다. 물론 태왕 이영이 꺼낸 논리도 일리가 있기에 더 생각해 볼 구석이 있다. 게다가 일본보다는 청나라 견제가 더 우선되어야 했다.
이후 조정에는 백관 회의가 다른 안건들로 이를 통과한다고 바쁘다. 특히 병부의 해방국이 쉬이 결정하기 애매했던, 동해 방면에 더 보강된 해군 전력을 배치해야 한다는 동의를 얻었지만, 통제영/통어영 수준으로 키울 필요가 당장 있는가에 대해서 왈가왈부가 있다.
“적어도 수영을 설치해야 한다는 사실에는 동의합니다. 하지만! 동해에 해군 전력의 배치가 완료가 되지도 않은 상황에서 통제영 혹은 통어영과 대등한 지방의 해군 군영을 당장 설치할 이유는 없습니다.”
“그렇지요. 신은 좌상 대감의 의견에 동감해요. 동해에 통제영/통어영과 대등한 조직을 세우는 일은 나중에 하면 될 일이 아닐까 싶습니다.”
“애초에 동해 방면에 경상좌수영을 제외하고 제대로 된 해군 전력이 있었습니까? 옛 수군에서 비롯된 이들이 있습니다. 그나마도 덕원의 원산포에 배치한 일부 양선들로 구성한 전력만이 있는데 이들은 통제영과 통어영에 속한 전력에 비하면 낙후한 편이에요.”
러시아와의 미래에 있을 갈등을 고려하는 일은 좋지만, 너무 이르다고 주장하는 이들이 많다. 러시아와의 갈등을 낙관적으로 생각하지 않는 이들은 이와 같은 반론을 시작한다. 그들도 그 반론을 경청한다.
“영원한 우정은 없습니다. 영국과 우리 조선 사이에 지난 천조, 명나라와 그 사이의 의리만큼이나 두터움은 없다고 인정하지 않습니까?
아라사! 그들과 우리 조선 사이는 영국과의 사이만큼이나 신의가 있습니까? 아니요. 없습니다.
그렇기에 언젠가 서해와 남해보다 더 넓은 동해 일대에 우리의 해군 전선이 빠르게 대응하지 못하고 아라사의 함대가 들이닥친다면 문제가 생길 수가 있습니다. 그런 악몽 같은 미래가 없어야 하기에 준비해야지요. 무엇보다 당장 동해에 대규모로 많은 수영과 통제영, 통어영 같은 군영을 설치하기엔 포구들이 문제이지 않습니까? 이도 해결하려면 중장기의 시일이 걸립니다.”
근래 러시아와의 우호적인 상태를 고려해도 이게 영원하지 않을 수도 있음을 인정했다. 러시아의 남진 욕구가 다시 언제 부활할지 모를 일이다. 러시아에 견외통사를 배치하지 못했고 유럽에서 조선으로 소식이 전달되려면 멀었기에 그들의 의중을 빨리 알 수가 없다.
적어도 요동 등의 일선은 러시아의 극동 세력에 대해서 딱히 그렇게 좋은 감정은 아니다. 그들 개척민 소집단과 가살극, 카자크 기병대의 남하를 겪었기에 특히 그렇다. 바다라고 해서, 언제 국경지대처럼 될지도 모른다고 생각하기에 우려한다.
게다가 그 반론도 자신들이 무조건 옳다! 라는 식으로 우기지 않는다. 동해에 장차 강력한 함대를 배치해야 한다는 이들도 중장기를 생각해서 타협을 고려한다. 사실 조선이 대규모로 고위의 장군을 많이 유지하고 싶지도 않기에 선임 대령에 가까운 준장을 육군과 해군에 도입하기로 생각하는 판에 해군에 갑자기 너무 많은 수사제독을 두기는 애매했다.
이런저런 이해관계로 이 일도 잘 타협해서 통과했다. 물론 이런 군사 관련 외에도 내정 문제는 여전히 해결할 일들이 산적했다. 조선의 북부 새로운 영토인 요동 관련도 조선 중앙 조정은 많은 고심을 하게 만든다.
***
“타락죽을 저렇게 쉽게 먹다니.”
“무도한 놈들.”
“어찌 종친과 임금께서 드시는 귀한 음식을!”
요동에 사는 일부 조선인들은 누군가 들을 욕하고 있다. 물론 조선처럼 소를 키워도 젖소가 드물고 유제품을 이용한 요리가 적었던 곳에서는 당연하게도 우유와 유제품은 귀한 물산이다.
몽골인들과 만주인들은 이를 상대 비교적 잘 먹은 상황이다. 조선인 소치기 등도 그들의 식문화 영향을 받았다. 물론 그런 그들도 양 같은 다른 동물의 젖도 써먹는 편이다.
그래도 일부 조선인들이 보기에는 우유로 만든 타락죽이던, 양젖으로 만든 타락죽이던 그들은 어찌 보면 불경하게 여겨질 수도 있다. 그런데도 환경의 그런 차이를 고려하지 않고 말하니까, 신지 요동의 주민들은 짜증이 났다.
게다가 정작 태왕 등 대조선국 왕실 인사들이 먹는 소의 젖은 서사 갈우, 스위스 브라운이라고 부르는 품종의 소에게서 채취한 제일 좋은 우유다. 타락죽의 다른 재료들도 비슷하다.
즉 알게 모르게 타락죽의 질이 더 올라갔는데 이를 무시하고 말하는 셈도 있다. 아마도 팔도의 일부 조선인과 요동의 조선인 소치기 및 몽골족, 만주인들은 이런 일로 꽤 싸울 듯하다.
사실 그들이 마냥 단결하는가? 그렇지도 않다. 꽤 갈등하는 면모가 있다. 조선 본토에서도 청나라 포로들이 노동하는데, 요동이라고 다르지 않았다.
“으아아악!”
“빨리빨리 지어라!”
몸값을 내지 못했거나 귀화하기로 한 이들을 빼고 남은 청나라 포로들은 일이 몰린다. 1868년이 된다면 이 포로들은 청나라로 돌아간다. 남은 노동력을 최대한 뽑아먹겠다는 듯이 악착같이 굴렸다.
그들 외에도 마적 행위, 즉 노략질을 하다가 잡힌 몽골족과 만주인도 노역형을 부과해서 강제 노역을 시키고 있다. 물론 이는 지난 전쟁에서 패하여 항복하고 붙잡힌 청나라 포로들과는 별개다. 신지인 요동에 지어진 새로운 유형소, 감옥에 수용되어서 일하고 있다.
또 몽골족과 만주인 말고도 조선인과 한인이지만, 마적에 속한 자들 중 이전에 토벌에 잡혀서 유형소에 보내진 자들과 끝까지 투항하지 않고 다시 토벌이 진행되어서 목숨을 부지한 자들도 같이 강제 노역을 하고 있다. 그들에게 내려진 벌이기도 했다.
“저 자들은 일로서 이 나라에 해를 가한 과거의 죗값 갚아야 한다.”
포로와 죄수를 관리하는 요동의 관료들은 아주 강경하게는 아니나, 그들에게 딱히 유화적이지는 않다. 조선인과 한인들은 상대적으로 나을 수가 있지만, 죄수이기에 벌을 받고 있다.
다만 문제는 만주인과 몽골족인 포로와 죄수들은 더 혹독하게 처우를 받고 있다. 그래서 이게 불만을 키울 수도 있다. 그나마도 전자, 포로들은 내년인 1868년에 풀려나지만, 죄수들은 상황이 다르다.
“이 망할 여진 오랑캐들. 만주? 어디서 만주라고 운운해?!”
“너희는 이제 다시 여진족이야!”
“우리는 여진족이 아니다!”
“우리는 만주에 속한 이들이다. 옛날의 여진족이 아니다.”
게다가 만주족이라고 불리는 이들은 대체로 조선반도의 조선인은 물론이고 요동으로 이주한 조선인들 일정 비율한테 멸시를 받고 있다. 그들과 비교하면 요동에 주로 한족은 더욱 사람 취급을 해주고 있다.
그렇다고 만주족 일행을 노비로 부리는 것은 아니다. 어디까지나 상대적이라고 할 수가 있다.
그러나 사실상 사라졌다가 완전히 사라진 천민 신분처럼 업신여기기도 한다. 알아서 투항한 조선인 조상을 둔 주방 팔기들도 있지만, 그들에 대한 시선도 그리 고운 편은 아니다.
“그냥 청나라로 건너갈까요?”
“아니야. 의외로 따뜻한 이들도 있어.”
“그래도요. 우리보다 저기 우리한테는 아랫사람이던 한족을 더 쳐주잖아요?”
“우리는 배신에 가깝게 항복했던 이들이야. 살려고 했다지만, 다이칭 구룬이 우리를 용서할 리가 없어.”
그런데도 불구하고 만주인들 중 이곳에 남는 이들은 많다. 자신들의 고향이기도 하면서도 청나라로 간다고 해도 좋은 취급을 받지 않을 것을 알아서 그렇다.
또 조선 사람인데도 백정 등의 소치기와 그들과 부대껴서 사는 이들은 오랑캐라는 편견을 내려놓고 이웃으로 대하게 되었다. 막상 그들을 조선 조정과 조선 조정 아래의 심국 조정에는 한인 외에도 학문에 능하면 만주인, 몽골인 가리지 않고 써주면서 한인 일방의 보복을 의도하지 않게도 막았다.
그렇기에 요동에 사는 만주인들 중 남은 이들은 마적과 이상하게 조선의 통치력이 닿지 않은 이들을 제외하면 대부분 이전과 큰 차이가 없는, 청나라 백성에서 조선의 백성으로 그냥저냥 사는 이들과 친조선파만 남은 상황이다.
몽골족도 마찬가지다. 특히 그들은 말을 타고 다니면서 마적화되려는 조짐이 있자 철저하게 진압했다. 그래도 통치에 순응하는 이들이 의외로 있는데 그 청나라를 이겼기 때문이다.
“강자의 말을 따른다.”
“청나라는 이제 더는 강자가 아니다.”
“게다가 우리가 유목을 하더라도 조상의 땅을 어찌 함부로 떠나는가?”
이런 생각을 견지하고 있는 이들이 많았다. 그런 몽골족 위에서 높은 신분인, 이 요동에 살던 몽골의 귀족들 중 요동 남부에 있던 귀족들은 청나라에 충성하는 이들은 조선의 지배가 아닌 청나라 소속의 몽골 지역인 북부로 떠난 이들이 있다. 하지만 대부분은 남았다.
그들은 청나라 황실의 위상을 더욱 의심하는 모습도 보인다. 아울러서 만주족 아래의 여러 씨족과 몽골족, 그 아래의 사람이라도 귀족인 이들은 일반 만주인 및 몽골족 백성에 비하면 대조선국에 충성적인 이들에겐 감시가 있을지언정 나름의 신분 보장을 한다.
그러나 한족보다 통혼을 꺼리는 조선에서 요동으로 이주를 온 일부 반가이다.
“어찌 우리가 여진족의 후예와 달단과 섞여야 합니까?!”
그래서 소수만이 통혼한다. 오히려 요동의 한족 신사 계층과 통혼이 더 잘 될 정도이다. 다만 백성들은 정작 그들도 소수라도 한족, 만주인, 몽골인과 통혼하는 일을 완전히 꺼리지는 않는다.
그런데도 그들은 대체로 조선계 백성들 중에서 백정들이 그러는 모습이다. 아니면 노비 출신이거나! 그래서 일종의 통합은 도리어 아래쪽이 다양한 이유로 일으키는 중이다.
항상 최선을 다하겠습니다. 부족한 글이지만요. 조아라에서도 연재중입니다. 거기에는 HMS 아론다이트란 이름으로 연재를 합니다.
- 작가의말
조선과 일본 사이에 덴노가 트롤링 오브 트롤링을 하는 쪽이지요. 그러는 사이에 조선은 대헌률, 대헌장으로도 부르는 헌법을 준비하는 상황입니다. 그런데 일본이 저렇게 나서주니까 해군 함대의 훈련을 겸한 무력시위를 상정했습니다. 어떻게 될 지는?
그리고 조선의 새로운 영토인 만주, 요동 일대 이야기를 오랜만에 썼습니다. 차별이 아예 없다고 하기는 애매하지요. 서로에 대한 편견 등이 아직 짙습니다. 이를 어떻게 해결할지야? 게다가 오히려 의도하지 않은 통합은 아래쪽에서 일어나고 있음을 더 보여주고 싶네요.
다음편에 만나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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