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130) 군부 세대교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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1880년이 지나고, 수년이 조금 더 흘렀다. 1884년, 광명 26년이 되는 해에 육군 무관학교 졸업생을 향해서 명예직인 원수를 받은 퇴역 육군 대장이 열심히 연설 중이다.
육군 무관학교에는 전신인 육예당 출신인 육군 대장, 양헌수는 이후에 변모하는 조선군 체제에 적응하면서 여러 공훈 등을 누리고 이렇게 대장 자리에 올랐다. 그러고 군공을 인정받아서 명예직인 원수 직위를 수여 받았다.
서양식 군복을 두른 양헌수가 단상에 선 모습을 볼 수 있다. 늙어가는 몸을 가졌어도 일흔이 코앞인 68세 노장은 위엄이 가득하다.
그런 선배를 보면서 육군 무관학교 교장으로 같이 제3차 조청전쟁에 참전했던 한성근 부장은 옛날 생각으로 아련하다. 양헌수는 그런 후배가 어떤 생각을 하는지는 아랑곳하지 않고, 임관하는 까마득한 후배들을 훈시하면서 연설한다.
그리고 61세, 회갑인 어재연 대장은 총참모부 판사라는, 조선군에는 퇴역한 장신이나 문민 관료가 임명받는 자리인 군부대신을 제외하고 조선군에서 가장 높은 자리를 양헌수 다음으로 물려받았다.
“나는 그대들이 이 조선을 지킬 수 있는 무사들이라고 믿어 의심치 않는다. 문무를 겸전하는 유능한 무사들로서 살기를 바란다. 위대한 선배들 뒤에 이어서 성공하리라 생각한다. 그대들 품속에는 언제인가 명예직 원수가 되었다는 사실을 증명하는 원수인장이 들어있을 것이다. 충성과 무구한 용기를 가슴에 품어라! 일생일대에 자신을 거는 야망에 몸을 맡기면서도 냉정하게 살고, 뜨겁게 나아가라!”
이름난 장군이 된, 양헌수를 향한 무관학교 졸업생들이 하는 갈채가 쏟아진다. 존경하는 선배님인 하거 양헌수 퇴역 ‘원수’대장을 향한 갈채가 아주 우렁차다. 그다음은 육군 무관학교 교장인 한성근 부장이 졸업하는 학도들을 향한 졸업 축사이다.
그는 앞보다는 짧으면서도 교장이자, 선배로서 후배들을 걱정하고 격려하는 내용으로 축사를 준비했다. 유능한 교장으로 육군 무관학교를 더욱더 반석에 올려놓은 교장 중에 하나로 평가받고, 좋은 스승이던 그가 하는 축사에 졸업하는 학도들은 당연히 귀를 기울인다.
“자랑스러운 졸업 학도 여러분! 그대들은 조선군에 복무하면서, 여러 어려움을 겪을 것이 분명합니다. 하지만! 그런 위기들을 극복하라고 무관학교에서 알려주었던 가르침을 잘 써먹으리라고 믿습니다. 나라는 그대들이라는 젊은이들이 선택한 길을 지지합니다. 그대들로부터 나라와 백성, 그리고 왕실이 지켜진다는 긍지를 가져주기를 바랍니다!”
졸업해서 임관하면 대조선국 어립국군 무관이 되는 졸업 학도들에게 교장인 한성근 부장이 직접 긍지를 심어주려고 노력한다. 그 마음이 모두에게 다 닿을지는 알 수 없는 일이다.
그렇지만, 친애하는 교장이 하는 졸업 축사에는 그들도 꿈을 가진다. 퇴역 대장으로 원수라는 명예직을 받은 양헌수 대장에게 격려받았고, 교장에게도 격려받은 이들은 조선군에서 무관으로 열심히 근무하리라.
“와!”
“대조선국 만세!”
“태왕 폐하 만세!”
“감사합니다. 교장 선생님!”
졸업 학도들은 물론이고, 졸업식에 참여한 학도들도 환호를 보냈다. 궁무부를 대표하는 쪽 축사도 간략하게 졸업을 축하하고 태왕이 기대한다는 말로 넘어간다.
“졸업식이 잘 끝났습니다.”
“무묘에 헌화하고 제사하는 일도 잘 봤습니다. 그리고 저 젊은이들이 조선군을 지탱할 겁니다.”
“그렇습니다. 저는 믿어 의심치 않습니다.”
졸업식이 다 끝난 이후에 양헌수 퇴역 육군‘원수’대장과 한성근 육군 부장이 대화하였다. 그들은 앞으로 세대교체가 절실하다고 생각하였다.
이미 문신들도 교체가 이루어지는 편이었다. 50~60대인 문신들이 점점 기틀을 유지했다. 70대를 넘긴 이들은 점점 일선에서 물러나는 중이다. 윤종의와 박규수도 그런 명예직으로 일하는 중이다.
“그대도 뒤를 이어서 조선군을 지탱할 이라네.”
“그거 감사합니다. 하거 대감.”
“육군 무관학교 교장이 끝나면 자네도 중요한 지휘관으로 부임하겠지.”
“태왕 폐하의 의중입니까?”
한성근이 한 물음에 양헌수 퇴역 육군 ‘원수’ 대장은 웃을 뿐이다. 2년 전에 심국 대리청정을 마치고 조선으로 돌아온 왕태자 이환이 부왕인 이영과 협의해서 결정한 인사일 수 있다.
좋은 침대를 쓰고, 건강을 관리하는 이영이라도 몇 년을 더 살 수 있을지 모두가 알 수 없는 일이다. 그래서 태왕 이영은 이른 시일에 왕태자 이환에게 왕위를 물려준다는 소문이 들려도, 이를 쉽게 부정하지 않았다.
따라서 태왕도 점점 세대가 교체될 수 있다는 점에 많은 신료가 실감할 정도이다. 그래서 일부 신료들은 태왕 이영이 내리는 칙령이라도, 왕태자 이환과 협의하지 않았을까 추측을 자주 하였다.
하지만 섬기는 군주의 건강을 너무 쉽게 왈가왈부하기는 어려워서 함부로 말하지 않는다. 잘 들리지 않는 곳에서 그저 추측하고, 조심스럽게 의견을 꺼낼 뿐이다. 하거 양헌수도 그런 의향을 쉽게 들려주지 않는다.
“그건 쉽게 말해줄 수 없네.”
“예.”
“그리고, 자네보다는 젊어도 같이 최소 10년은 넘게 조선군을 지탱할 사람들도 있지.”
양헌수가 말한 ‘그들’에게 대해서는 한성근도 잘 알고 있다. 그래서 한성근은 빙그레 웃으면서 답했다.
“예. 짐작이 가는군요.”
“역시 말이지?”
“예. 성우 대감과도 몇 년은 함께할 수 있겠군요.”
성우는 총참모부 판사, 총참모장인 어재연의 호이다. 한성근 부장이 예측했듯이 몇 년은 같이 더 일할 수 있으리라. 다른 화제로도 넘어간다.
“그래.”
“공석이 된 육군청장은 어떻게 됩니까?”
“그 자리 말인가?”
“예.”
차기 육군청장, 대조선국 군부에서 조선군 현역 군인 전체를 대표하며, 군령 기관 삼군부를 계승하는 총참모부와 별개로 대조선국 군부에서 조선 육군에는 정점인 자리로 육군청 수장인 육군청장은 관심을 가질 군인들이 많았다.
한성근이 성실한 사람이라도, 한승렬과 이경하 같은 평범한 고관들도 지내고 물러난 조선 육군에는 수장 격인 자리에 조선 육군 장군이 관심이 없을 리가 없다.
차기 육군청장은 꽤 중요한 자리가 맞았다. 비교적 해군보다 입지가 굳건한 상황에서 육군청장을 거친 군인은 총참모장인 총참모부 판사와 군부대신에 가까워진다.
물론 육군청장을 거치지 않고도 총참모부 판사와 군부대신이 임명되는 예도 없지는 않았다. 게다가 지금 상황에서 한성근은 전방 군단으로 자신이 파견되리라고 생각한다.
어재연이 총참모부 판사로 진급하기 이전 보직이 바로, 육군청장 자리이다. 공석이 된 육군청장 자리는 누가 앉을지는 관심이 없다면 이상하다. 육군청장은 최소 육군 부장이 맡아서 대장으로 승급하는 자리거나, 임명과 함께 육군 대장으로 진급해서 직무를 보는 자리다.
“나중에 알게 될 걸세.”
“나중에 알 즐거움입니까?”
“그렇다네. 그리고 이제 조선군에서 중추인 자리를 맡을 이들은 자네가 더 말해보겠나?”
하거 양헌수는 주제를 바꾸려고 다른 말을 꺼내자, 눈치가 빠른 한성근도 그것에 따랐다. 한성근은 조선군에서 중요한 요직을 받은 이들을 생각해서 말한다.
“예. 하거 대감. 이번 졸업식에 참여한 이들에도 꽤 많았잖습니까? 육군 무관학교에도 근무했고요.”
한성근이 말 한대로 신입 무관들을 졸업식에 지켜보는 이들에는 조선군을 지탱할 차기 인재들이 많았다. 여러 명을 열거할 수 있다.
먼저 청나라 대한을 두 번이나 사로잡은 군공을 가지고, 상당히 출세해서, 근위 교도 사단인 ‘훈련도감’ 사단장을 맡고, 요동 좌군단장으로 진급해서 요동으로 부임하는, 51세로 육군 부장까지 오른 신정희가 대표적이다.
그런 신정희를 보좌하다가 곧 참장으로 진급할 예정인 홍계훈 준장도 보였다. 홍계훈 준장은 ‘훈련도감’ 중군장이었다가 참장으로 진급하면 근위여단 ‘수어청’ 여단장으로 부임한다는 세평이 들려온다. 다른 유력 보직도 맡을 수 있는 인재라고 인정받았다.
아직 한성근에게는 수하인 윤웅렬도 있다. 그는 육군무관학교 교수 무관을 지냈다가 준장으로 진급하고, 요동 좌군단 아래에 있는 독립 혼성여단 중군장으로 부임할 예정이다.
그리고 윤웅렬의 동생인 윤영렬 정위는 신정희 부장 부관이었다가 용호영 소속 중대장으로 옮겨갔다.
“군부대신도 바뀌었지.”
“예. 알고 있습니다. 예상 밖의 인선이었다고 봅니다.”
“그렇다고 하여도, 나쁘지는 않아.”
“그건 그렇습니다.”
퇴역한 장신으로 군부대신 자리에 있던 신헌 퇴역 육군 ‘원수’ 대장도 새로운 군부대신이 임명되자, 물러났다. 새로운 군부대신은 정기원, 이용희. 신헌 같은 장군 출신은 아니었다. 그래도 영관까지 오르고, 퇴역했다가 군부대신으로 인정받은 이승준이라고 하였다.
그도 조선과 국외 여러 전쟁에서 활약한 전적이 있고, 그러한 공적으로 작위를 하사받고 세족이 되었다. 영관 중에는 최선임인 준장까지 오르고, 군대에 퇴역한 다음에는 궁무부 관련 공직을 수행했었다고 두 사람은 기억한다.
그런 이승준과 군부대신 자리를 놓고 경합한 후보가 없던 편도 아니었다. 조선 왕조 선파인 이무수 퇴역 부장도 세평에 올랐지만, 그가 고사하여서 일어나지 않았다.
대신에 이무수 퇴역 부장은 흑수주 관찰사로 부임하였다. 군 출신이라서 흑수부 방면 부대 재편을 더욱더 깔끔하게 마무리하고, 러시아가 보일 돌발 행동을 잘 억제할 수 있으리라는 기대 덕분이었다.
“그 남작님이면 잘 해낼 것이 분명합니다.”
“그렇게 생각하는군.”
“예.”
이무수 퇴역 부장과는 동년배에 가까워도, 한성근은 이무수를 남작님이라고 조금 거리감을 두는 호칭으로 칭한다. 그래도 이무수가 보였던 행적 등을 생각해서 그가 보인 성과를 생각하기에 흑수주 관찰사 자리로 부임하는 일은 나쁘지 않다고 생각한다.
사실 양헌수도 그런 생각에 꽤 긍정하는 편이다. 더는 말을 하지 않아도, 한성근이 하는 말을 일리가 매우 많이 있다고 생각하였다.
이제는 다른 대화를 주제로 넘어갔다. 바로 해군 관련이다. 대조선국 어립국군, 조선군을 구성하는 양군 중의 하나인 조선 해군에 대해서 말이다.
“해군도 어떠한지 기억하는가?”
“해군 말입니까?”
“그래. 해군,”
“그쪽은 잘 모르겠군요.”
“이런, 내가 이야기를 꺼내야겠군.”
조선 해군도 이미 세대교체는 진즉에 일어나는 중이었다. 이미 판옥선은 더욱더 익숙하지 않은 이들이 주류가 된 상황에서, 증기선과 증기 기관에 친숙한 이들이 늘어났다.
“해군도 변화에 더욱더 익숙해졌다고 봐야 하네.”
“그렇습니까?”
“지난 일로 주목받았던 친구가 제독으로 완전히 승진했더구먼.”
“참장으로요?”
양헌수가 언급하는 해군 참장, 제독으로 진급한 사람은 이규원이다. 꽤 촉망받는 해군 무관인 그도 준장을 거쳐서 해군 제독으로 진급하는 데 성공했다.
“만취(이규원의 호 중 하나)는 저와 비슷한 연배인데, 진급이 느리군요.”
“자네가 전쟁에 참여해서 승진이 빨랐던 쪽이 아닌가?”
“그건, 그렇습니다.”
이규원 제독도 어떻게 보면 진급이 빠른 축에 속한다. 조선군 군부는 계급 재편과 평화기로 진급 적체가 일어나는 상황에도, 부대가 증가하는 일로 그런 후유증이 덜한 편이다.
그런 이규원 제독을 위시한 해군 주력 인사들도 교체되는 중이다. 해군청장도 교체되었다. 해군도 새로운 세대가 이끄는 일을 긍정하는 편이라고 봐도 무방하다.
다른 아랫세대 무관들이 임관하는 일로 한성근과 양헌수는 감성에 차서 이런저런 이야기를 나누었다. 며칠 뒤에 한성근은 새로운 인사 명령을 받았다. 육군 부장 신분으로 육군청장 자리에 올랐다.
사실 이런 인사 발령은 한성근, 자신도 전혀 예상하지 못했다. 아마 육군 대장은 육군청장 재직 중에 진급할 가능성이 컸다.
며칠 전에 양헌수가 헤어지기 전에 했던 말이 떠올랐다. ‘어떤 보직을 새로이 받아도 잘 해내리라. 귀관을 기대한다.’라고 말이다. 그게 복선이었다는 점에 놀란다.
그러다가 한성근 부장은 웃으면서 자신과 부관만이 들을 너스레를 떨었다. 그런 상관이 보여주는 모습에 부관도 속으로 웃었다.
“이거 매우 큰 중책을 빨리 받아버린 일이 아닌지 모르겠군요.”
50대 육군청장은 파격이라고 할 수 있다. 태왕 이영과 왕태자 이환에 총리대신이 고심해서 내놓은 인선이라도, 육군은 꽤 놀랐다.
물론 어느 정도는 이미 예상한 이들도 제법 많았다. 적절한 인선이라고 긍정적으로 생각하는 이들도 많았다.
이렇게 새롭게 신임 지휘부는 그들이 가진 능력을 시험받을 기회, 다르게 말하면 위기를 마주하게 되었다.
1880년대에 터지기 좋았던, 어떤 전란에 조선 세력도 끼어들게 되었다. 남만이라고도 부르는 일대, 동남아시아에서 청나라와 프랑스 사이에 있던 충돌이 전면전으로까지 이어졌기 때문이다.
청나라-프랑스 전쟁, 이른바 청불전쟁 혹은 청법전쟁이 베트남 북부를 넘어서 번져나갔다.
항상 최선을 다하겠습니다. 부족한 글이지만요. 조아라에서도 연재중입니다. 거기에는 HMS 아론다이트란 이름으로 연재를 합니다.
- 작가의말
이번은 짧습니다. 그래도, 핵심을 담았다고 봐도 무방합니다.
새로운 군부 수뇌부들은 곧 닥칠 전쟁에 어떻게 대처할지는 다음편부터 알 수 있습니다. 다음주에 만나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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