11편. 미친 말에 박차를(10)
11편. 미친 말에 박차를(10)
좌우로 각 세 개, 총 여섯 개의 문이 아가리를 벌리며 십수 명을 쏟아냈다. 에르네스트가 옳았다. 그들을 상대하려면 스무 명은 필요했다. 코르도바 역시 그 사실을 알고 있던 모양이었다. 대열의 머리와 허리와 꼬리가 동시다발적으로 공격받았다.
하나, 머리.
대열의 선두에 선 건 게르트와 프리다. 가로막힐 때를 대비해 돌파력을 갖춘 이들을 앞세운 안배였다. 그리고 바스티안이 이 둘의 뒤에서 보조하는 모양새였다.
그러나 앞을 가로막은 코르도바와 델피나라면 몰라도, 좌우에서 덮친 여섯 명에 대해선 도리가 없었다. 복도를 향해 양쪽에서 튀어나온 창이 게르트와 프리다를 꿰찔렀다. 둘은 창검을 휘둘러 첫 번째 공격자들을 떨어트려 냈지만 이어진 공격에는 속수무책이었다.
창수들이 나가떨어지자 도부수들이 차례를 넘겨받았다. 그들은 손도끼와 사냥칼을 움켜쥐고 사정없이 게르트와 프리다를 내리치기 시작했다. 고기를 다지는 듯한 소리가 연신 울려 퍼졌다. 프리다는 이를 악물고 버텼다. 자세가 무너지면 다시는 일어설 수 없으리라는 것을 알고 있었다.
그리고 이번에도 상대 또한 그 사실을 알고 있었다. 도부수들은 도끼를 낮게 휘둘러 게르트와 프리다의 다리를 박살내고 있었다. 그들은 조각칼로 점토를 긁어내듯 다리뼈에서 살점을 깎아냈다. 장화에 피가 들어차 발을 간신히 옮길 때마다 찰박거리는 소리가 났다.
게르트는 검을 거꾸로 잡고 상대를 향해 휘둘렀다. 말굽처럼 휘어진 날밑이 상대의 목덜미를 붙잡아 당겼다. 휘청거리며 게르트 앞으로 쓰러진 이는 뒷목에 칼끝을 맞고 영원히 침묵했다. 피는 그들 모두를 사납게 만들었다. 칼과 도끼 세례가 더욱 맹렬해졌다.
「그걸 불러요!」
바스티안이 프리다의 등에 단검을 꽂아 상처를 회복시키며 부르짖었다. 그러나 바스티안의 외침에도 불구하고 게르트는 〈유령 기마대〉를 불러오지 않았다. 주된 공격은 측면에서 이루어지고 있었다. 정면의 코르도바와 델피나를 기마대로 밀어낸들 상황을 타개할 수 없었다.
오히려 정면을 밀어내면 측면의 공격자들이 빈자리를 메울 테고, 유령 기마대가 재구 주기에 들어간 이상 반전의 실마리는 어둠 속으로 꼬리를 감출 터였다. 바스티안은 〈땅뱀의 식도〉를 재구했다. 바닥이 파도치듯 꿈틀거리며 게르트를 공격하려던 이를 자빠뜨렸다.
바스티안이 마련해 준 빈틈 속에서 게르트는 한쪽 무릎을 꿇은 채로 〈괴조의 고삐〉로 자신의 오른팔을 묶고 연이어 〈편자의 낙인〉을 어깨에 새겼다. 어느새 잃었던 오른손을 접붙인 코르도바가 만곡도를 휘둘러 게르트의 목과 어깨 사이를 노렸다.
게르트가 괴조의 고삐를 잡아 뜯자 압력이 분출되며 코르도바의 칼을 밀어냈다. 어깨에 새겨진 편자의 낙인이 불타오르기 시작했다. 수명을 연료로 몸을 데우는 불길이었다. 게르트는 피가 철철 흐르는 다리를 가까스로 일으켜 세웠다. 코르도바가 균형을 되찾고 다시 만곡도를 휘둘렀다. 델피나 역시 가세해서 레이피어를 내질렀다.
두 공격자는 게르트의 검이 어떻게 움직이는지 보지 못했다. 게르트의 검이 유일한 광원인 초의 심지를 잘라내자 두 칼끝은 갈피를 잃었다. 똑같은 어둠 속이었지만 게르트의 길은 그의 몸속에 있었다. 그는 헤매지 않았고, 곧고 정직하게 대적자들을 갈랐다.
검은 진공 속으로 검은 형체들이 꿈틀거리며 들이쳤다. 측면의 적이 비어버린 정면을 메우는 것이었다. 게르트는 〈유령 기마대〉를 재구할 준비를 했다. 그때 등에 부딪쳐 오는 충격이 있었다. 프리다였고, 스스로 지탱하지 못하는 무게감이 게르트를 눌러 자세를 흩트렸다.
무게감은 둘의 것이었다. 바스티안이 미끄러져 게르트의 발치에 쓰러졌다.
둘, 시간을 조금 뒤로 감아, 허리.
허리는 가장 약한 부위였다. 할덴과 사샤와 라울이 배치된 지점이었다. 전방과 후방에서 이루어질 공격에만 대비한 탓이었다. 설상가상으로 양옆에서 덤벼든 건 각 넷, 도합 여덟이었다. 할덴은 공격이 그들에게 집중된 이유를 알았다.
허리를 끊어 대열을 두 무리로 각각 고립시키려는 것이었다. 상대의 전략을 파악했다고 해서 도움이 되는 것은 아니었다. 오히려 알더라도 어찌할 방도가 없다는 사실 때문에 절망감만 더할 뿐이었다.
할덴은 냉철해지려 노력했다. 사샤는 배회자가 아니므로 부상을 입기라도 하면 치명적이었다. 라울은··· 배회자이므로 어떻게든 스스로를 지킬 수 있으리라. 할덴은 몸을 틀어 상대의 칼을 피한 뒤 팔을 휘저어 사샤를 뒤로 밀어붙였다.
벽에 등을 부딪히자 사샤가 헉 하는 숨소리를 뱉어냈다. 할덴은 〈스틸레토〉를 재구해 떠넘기다시피 사샤의 떨리는 손에 쥐여 주고, 그 자신은 두 자루의 메서 〈임전무퇴〉로 무장했다. 전투가 시작되자마자 불러냈던 〈브리간딘〉은 벌써 엉망이 되어 있었다. 그 갑옷이 언제 어떤 식으로 칼을 받아냈는지조차 기억나지 않았다.
독전관으로서 할덴이 높은 평가를 받았던 건 그가 비단 전도유망한 트래커이기 때문만이 아니라 전투에서도 기본기를 갖춘 배회자이기 때문이었다. 그러나 벽과 미처 다 가릴 수 없는 덩치의 여자를 등지고 괴한들의 공격을 받아내기를 기대받은 적은 없었다.
할덴은 기본기를 잊고 무아지경 속에서 두 자루 칼을 휘둘렀다. 하나를 제대로 베어 넘기고 다른 하나를 어설프긴 하지만 넘어뜨리는 데 성공했으나 그뿐이었다. 어둠 속에서 불쑥 튀어나온 팔이 칼자루로 할덴의 옆머리를 강타했다.
두개골 속에서 뇌가 진탕하고 무어라 형언할 수 없는 메스꺼움이 콧속과 입안을 가득 채웠다. 그렇잖아도 어두웠던 복도가 이젠 흐리기까지 했다. 할덴은 눈물과 코피를 줄줄 쏟아내며 눈을 부릅뜨려 안간힘을 썼다. 그 순간 눈앞에서 번득이는 물체가 있었다.
할덴은 거친 숨을 뱉어내며 목을 향해 찔러 들어오는 칼을 비껴 쳐냈다. 칼자루에 얻어맞았다고 생각했던 옆머리는 실은 칼날에 맞은 것이었다. 타격이 육중하고 둔탁해 착각한 것이었다. 뼈가 드러나게 벗겨진 머리 가죽이 귀 옆에서 덜렁거렸다.
그때 예리하고 뜨거운 고통이 옆구리를 쑥 찌르고 들어왔다. 거기에 있는 장기가 무엇이든 일격에 파열되었다는 것을 느낄 수 있었다. 할덴은 브리간딘을 꿰뚫은 무기를 알고 있었다. 라운들 대거, 갑주의 빈틈을 파고드는 데 특화된 단검이었다.
수혈침을 재구할 틈이 없었다. 할덴은 발을 내질러 상대의 무릎을 걷어차고 호흡을 끌어 〈머릿고기괄태충〉을 재구했다. 얼마나 필사적으로 찼는지 상대의 무릎이 반대로 꺾였다. 그러나 비명을 지르진 못했다. 모습을 드러낸 괄태충이 한입에 상대의 머리를 삼켜버렸던 것이다.
머리에 허여멀겋고 거대한 민달팽이를 단 상대는 휘청휘청 뒷걸음질 치다 열린 방 속으로 나자빠졌다. 우지직, 우적, 우적, 하는 소리가 뒤를 이었다. 이제 남은 상대는 다섯쯤. 어둠 속이라 확실치 않았으나 해볼 만하다고 마음을 다잡으려던 차에······.
라울이 쓰러졌다. 할덴은 절망과 울분을 실어 신음을 내뱉었다. 라울의 머리는 반쪽이 나 회백색 뇌가 훤히 들여다보였다. 모두가 죽어서는 안 될 사람들이었지만, 죽을 이유도, 필요도 없었던 인물이 있다면 라울이었다. 해귀는 그저 말을 전하고 길을 안내하는, 자신의 임무를 수행했을 뿐이었다.
라울의 죽음은 연쇄 반응을 일으켰다. 그가 온 힘을 다해 붙들어 두고 있었던 두 괴한은 이제 그 지난한 임무로부터 풀려나 할덴을 공격하는 셋에 가담했다.
「사샤··· 옆구리, 단검······ 뽑아···.」
할덴은 목소리를 쥐어짜내 말했지만 사샤는 들은 기색이 없었다. 그녀는 잔뜩 겁에 질린 채로 할덴이 준 스틸레토로 어떻게든 상대를 쑤시려 몸부림치고 있었다. 할덴은 어느 틈엔가 자신이 왼쪽 칼을 떨어트렸다는 것을 뒤늦게 깨달았다.
상대의 공격을 반쯤 막고 반쯤은 맞으며 왼손으로는 옆구리에 박힌 단검의 자루를 움켜쥐었다. 그러나 단검은 뽑히지 않았다. 할덴은 이제 라운들 대거의 이름 또한 알 수 있었다. 어처구니없게도 〈당근〉이라는 이름이 붙은 이 단검은 희생자의 몸에 잔뿌리를 내리는 표류물이었다.
회복할 수 없는 상처가 시시각각 더해지고 있었다. 이젠 다른 수가 없었다. 할덴은 뒤돌아 사샤를 껴안고 몸의 균형을 사선으로 비틀며 완전히 무너뜨렸다. 둘의 몸이 공격자들 중 하나의 몸 위로 엎어졌다. 그들은 엉망으로 포개져 방 안으로 쑥 들어갔다.
그렇게 허리가 비고 바스티안과 프리다는 뒤를 내어주게 되었다.
셋, 다시 처음으로 돌아가, 꼬리.
브레이든과 클레이본에겐 폭이 좁은 곳에서의 싸움에 대한 경험이 있었다. 비교적 최근 얻은 경험이었다. 그땐 바닥이 흔들리고 바닷물이 쏟아졌으니, 그리고 상대 또한 악명 높은 아룍이었으니 지금의 상황은 오히려 나은 편이었다.
양쪽에서 튀어나온 건 모두 다섯. 브렌과 클레이는 후방에서 덮친 훌리안과 또 다른 징벌관을 단죄자에게 맡기고 다섯을 상대하는 데에 집중했다. 브레이든은 그의 검 〈두릿그물〉이 뿜어낸 쇠줄로 첫 번째 상대를 꽁꽁 묶어 항거 불능의 상태로 몰아붙였다.
클레이본의 〈이안류〉가 쓰러진 이를 꿰뚫었다. 이안류는 멈추지 않고 복도의 벽과 열린 방문에 이리저리 되튕기며 습격자들을 혼란에 빠트렸다. 클레이본은 전열 보병의 방패에 비견될 만큼 거대한 견갑으로 왼편에서 이루어지는 공격을 차단했다.
그러나 다섯, 이제 넷이 된 습격자들은 끈질겼다. 그들은 무너지고 재구축되기를 반복했다. 오른편에 있는 세 습격자 중 하나가 동료들이 쓰러지는 족족 〈하얀 가시〉를 불러내 부상을 회복시키는 탓이었다. 일격에 숨통을 끊어야 했지만 난전 속에서는 쉽지 않은 과업이었다.
브렌과 클레이는 오랜 협력을 통해 빚어진 무언의 소통 속에서 왼편의 하나를 먼저 제거하기로 합의했다. 클레이가 몸을 돌려 견갑의 방향을 바꿨다. 브렌의 두릿그물이 반 박자 앞서 상대의 버클러를 쳐 올렸고 클레이본의 이안류가 박자를 따라잡아 빈틈을 파고들었다.
가슴을 갈라놓은 이안류는 등뼈에 부딪혀 몸속에서 굴절되며 상대의 얼굴을 뚫고 되돌아 나왔다. 심장과 머리를 한꺼번에 파괴하는 클레이본의 장기였다. 단단한 물체, 지금은 바닥을 매질 삼아 목표를 회복시키는 하얀 가시도 이번에는 완전히 무용하게 시체의 발을 찌를 뿐이었다.
「이제 셋.」
「한 번에 하나씩.」
브렌과 클레이가 동시에 말했다. 브레이든은 빈 왼편의 공간을 제대로 활용했다. 연기 속에서 형체를 갖춘 〈용잡이 당목〉이 상대를 향해 돌진했다. 방향은 사선. 당목의 대가리가 상대의 배를 들이박고 벽에 처박아 몸을 짓이겼다. 이안류의 구불구불한 칼날이 일시에 펼쳐지며 상대의 머리를 노렸다.
그러나 상대는 아래로 쑥 꺼졌다. 터진 배가 융해되어 흘러내리더니 연기와 함께 다시 굳었다. 클레이본이 빗나간 칼을 거둬들이는 틈에 한껏 자세를 낮춘 상대가 그녀의 다리를 끌어안았다. 그 상태로 몸을 앞으로 내리누르자 클레이본은 도끼에 찍힌 나무처럼 뒤로 넘어갔다.
뒷머리가 벽을 거세게 때렸다. 남은 둘이 쓰러진 클레이본을 향해 덤벼들었다. 브레이든도 다급해져서 두릿그물을 휘둘렀다. 클레이본을 넘어뜨렸던 이가 이번엔 브레이든의 오금을 베었다. 브레이든의 무릎이 꺾이며 아래에서 벌어지는 혼전 속으로 빨려 들어갔다.
뒤엉킨 검은 형체들 위로 피가 연이어 솟구쳤다.
그리고 마지막, 꼬리 뒤의 또 다른 꼬리, 최후의 보루.
「가까이 붙어!」 훌리안의 목에 핏대가 섰다. 「활을 못 쓰게 해!」
또 다른 징벌관이 훌리안의 지시를 따랐다. 그는 양손에 얼음 깨는 송곳처럼 가늘고 날카로운 검을 든 채 에르네스트에게 바투 다가붙었다. 에르네스트는 단죄자의 활짱으로 상대의 손목을 노려 방향을 뒤틀었다.
왼손에 든 송곳은 빗나갔다. 그러나 오른손··· 그것도 빗나가야 했다. 계산대로라면 그랬다. 그러나 왼쪽 송곳의 칼날이 사라지더니 오른쪽 송곳의 길이에 더해졌다. 송곳은 갈빗대 사이를 파고들어 에르네스트의 폐에 구멍을 내놓았다.
폐가 짜부라지자 현기증이 엄습했다. 그때 티라가 움직였다. 티라는 에르네스트의 몸에 등을 바싹 붙이고 치켜든 발로 상대의 아랫배를 걷어찼다. 그냥 걷어찬 것이 아니었다. 〈방아깨비 숨결〉이 터지자 상대와 훌리안이 비틀거리며 물러났다.
에르네스트는 숨을 고르려 애쓰면서 〈돌개바람〉을 내던졌다. 허공에서 분출된 돌풍이 그들을 덮치며 이번엔 더 멀리 떨어트려 놓았다. 에르네스트는 지체하지 않고 격살 세 대를 손 사이사이에 쥐고 연달아 시위를 당겨 한 발씩 쏘았다.
세 대의 화살이 모두 징벌관의 가슴에 정확히 박혔다. 파괴력이 곱절로 불어난 세 번째 격살은 상대의 상체를 곤죽으로 만들어 놓았다. 피를 뒤집어쓴 훌리안이 전의를 상실한 듯 주춤거렸다. 에르네스트는 〈거인의 담즙〉을 코로 들이켰다.
곧장 기도를 따라가 내려간 담즙이 폐에 난 구멍을 메웠다. 그 순간 훌리안의 모습이 일렁거렸다. 마치 허공에 새겨진 소용돌이 속으로 빨려 들어가는 듯한 모양새였다. 소용돌이는 뾰족한 끝으로 에르네스트를 겨누며 쇄도했다.
티라가 딱새를 휘둘러 소용돌이를 끊으려 했으나 소용없었다. 순식간에 거리가 다시 좁혀졌다. 소용돌이가 반대 방향으로 돌아 일시에 확장되자 훌리안이 다시 모습을 드러냈다. 그는 에르네스트 위로 덮쳐들어 날이 들쭉날쭉한 단도를 마구 휘둘렀다.
살점과 살갗이 이 빠진 날에 걸린 채로 찢겨 나갔다. 나동그라져 깔린 에르네스트는 격살을 손에 쥔 채 훌리안의 옆구리를 연신 찔렀다. 갑옷을 받쳐 입고 있는 모양인지 화살촉은 아무런 피해도 주지 못했다.
티라도 훌리안의 등과 머리와 다리를 사정없이 내려쳤지만 무용하긴 마찬가지였다. 갑옷을 걸친 게 아니었다. 훌리안의 피부는 전부 암석처럼 경화되어 있었다. 에르네스트는 단죄자를 거꾸로 쥐고 활대를 훌리안의 목에 걸었다.
「티라!」 에르네스트가 피 끓는 목소리로 외쳤다. 「검을!」
티라는 에르네스트의 의도를 곧바로 이해했다. 프리다가 알려준 도약법으로 풀쩍 뛰어 훌리안의 등 위에 착지한 티라는 칼자루를 시위에 걸었다. 그러곤 온 힘을 다해 당겼다. 어깨와 팔에 있는 근육이 모조리 찢어지는 것만 같았다.
뒤늦게 의도를 눈치 챈 훌리안이 몸을 내빼 달아나려 했다. 그 순간 시위의 탄력이 티라의 한계를 벗어났다. 화살 대신 쏘아진 딱새가 훌리안의 단단한 뒷목을 꿰뚫고 아래에 깔린 에르네스트의 가슴까지 뚫어 버릴 뻔했다.
훌리안의 시체를 걷어치우고 에르네스트가 몸을 일으켰다. 그리고 이때가 바로 머리의 프리다와 바스티안, 허리의 할덴과 사샤, 꼬리의 브레이든과 클레이본이 모두 쓰러진 시점이었다.
긴 복도를 메우고 있는 건 적들뿐.
다시 말해 활을 난사하기에 더없이 좋은 조건이 갖춰진 것이었다.
- 작가의말
업로드가 늦어져서 죄송합니다.
후원해 주신 파버카스텔 님께 감사드립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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