14편. 검은 종이 울리고(3)
14편. 검은 종이 울리고(3)
*
두 번째 순찰조는 조용히 죽지 않았다. 프리다가 창으로 꿰뚫은 이가 고꾸라지면서 짝을 건드렸고 그 탓에 티라의 겨냥이 빗나갔다. 넘어져 동료의 시체와 얽힌 여자는 이를 방패 삼아 프리다의 창을 막아냈고 그러면서 표류물을 재구하는 데 성공했다.
티라는 재빨리 〈복사뼈〉를 휘둘러 여자의 팔을 베어냈다. 여자의 손에서 떨어진 건 머리털 달린 두개골이었다. 프리다가 창끝으로 두개골을 겨눴으나 이 흉물은 변칙적으로 구르기 시작했다. 비명이 터져 나온 것도 그때였다.
두개골은 바닥 위를 정신없이 구르며 철필로 쇠를 긁어대는 것 같은 소리를 온 사방에 내질렀다. 경보였다. 티라와 프리다가 합심해 여자의 목숨을 끊었을 때에야 두개골은 재로 돌아가며 비로소 침묵했다.
그러나 얌전히 사라진 것은 아니었다.
「이건···?」
「강제로 돌려보내면 이렇게 되는 모양이군.」
프리다가 낭패를 봤다는 투로 말했다. 두개골은 그림자 강으로 돌아가면서 어마어마한 양의 연기를 뿜어냈고 이는 곧 집결 신호로 기능했다.
「연기가 다른 놈들을 끌어들이기 전에 여길 정리하자. 마이비!」
프리다는 소용없다는 것도 잊은 채로 마이비의 이름을 크게 외쳤다. 어쨌거나 마이비는 길가 수풀로부터 나와 둘에게 다가왔다.
「전투원이 아닌 건 알지만 같이 싸워 줘야겠어.」
자기도 한 사람 몫은 할 수 있다는 듯이 마이비가 자신의 가슴을 툭툭 두드린 다음 검지를 치켜세웠다. 이윽고 그녀가 재구한 무기는 장대였다. 티라는 장대 끝에 한 뼘 길이의 칼날 네 개가 마치 풍차처럼 달려 있는 것을 보았다.
마이비가 손을 쥐었다 펴며 손잡이에 달린 지렛대를 누르기를 반복하자 쇠로 된 부속들이 움직이며 칼날이 돌아가기 시작했다. 제법 멋진 무기가 아니냐는 듯 마이비가 씩 웃었다. 티라가 보기엔 무기로서 결격이었지만 프리다는 쓸모를 찾았다.
「좋아. 쓰러진 놈들의 숨통을 끊어.」
어깨에 그물을 두른 추종자들이 모습을 드러냈다. 모두 넷이었고, 왜 넷밖에 안 되는지는 자신들도 잘 모르는 눈치였다. 그들은 이미 죽어 널브러진 동료들이 어서 합류하길 기다리며 슬금슬금 소심하게 접근했다.
기세에서 이미 이겼어. 티라는 칼자루를 고쳐 쥐며 생각했다. 균열은 한금, 많아 봐야 두금. 제대로 된 훈련을 받았을 리도 없어. 너희들은 배회자도 아냐. 잔재주 좀 부릴 줄 아는 잔나비들이지.
「어린애랑 비쩍 마른 여자 먼저 덮쳐.」
어부의 추종자 가운데 하나가 지시를 내렸다. 어린애는 물론 티라였고 비쩍 마른 여자란 마이비를 가리키는 것이었다. 티라는 〈웅크린 지라〉를 재구해 삼켰다. 곁눈으로 프리다를 살폈으나 그녀는 도약할 생각이 없는 듯했다.
「오는 걸 기다리자.」 프리다가 말했다. 「뛰어들면 마이비가 위험해져.」
「아뇨.」 티라가 대꾸했다. 「아무도 위험해지지 않아요.」
티라는 땅을 박찼다. 떠오른 몸과 검이 먹잇감을 포착하고 사납게 내리꽂혔다. 지시를 내렸던 추종자는 얼른 철퇴로 검을 막으려 했으나 그러지 못했다. 티라는 손목과 목을 일거에 꿰뚫은 복사뼈를 뽑아냈다. 다음 순간 핏빛 안개가 퍼지며 시야를 뒤덮었다.
적들이 안개 속에서 허둥거리는 사이 티라는 베즈드노의 〈유리 심장〉을 불러내 깨트렸다. 예리해진 복사뼈가 베어낼 살을 갈망했다. 티라는 검을 낮게 휘둘러 두 번째 상대의 발목을 잘라내고 뒷발질로 등을 찼다. 마이비가 회전하는 칼날로 쓰러진 적의 목을 끊어내는 소리가 들렸다.
티라는 검을 아무렇게나 휘둘러 안개 속 그림자를 베어낸 뒤 발을 크게 굴러 허공으로 도약했다. 내려다본 안개는 검붉게 변해 있었다. 조금 전 벤 상대의 위치를, 티라는 알지 못했으나 복사뼈가 기억하고 있었다.
티라는 오른손으로 자루 끝을 감싸 쥐고 낙하했다. 칼끝이 상대의 정수리를 부드럽게 가르며 들어가는 것이 느껴졌다. 칼은 상대를 완전히 관통해 가랑이에서 머리를 내밀었다. 티라가 검을 뽑자 무릎 꿇은 상대가 앞으로 풀썩 쓰러졌다.
피를 마시고 짙어진 〈비린 해무〉가 점도를 더해 살갗 위로 끈끈하게 엉켰다. 선지 속을 헤매는 기분. 아니, 헤매는 건 내가 아냐. 티라는 눈을 감고 남은 하나의 움직임에 주의를 기울였다. 떨고 있어. 몸은 달아날 준비를 마쳤지만 마지막 남은 이성이 움직이지 말라고 경고하고 있지.
「달려들든 달아나든.」 티라는 미소 지었다. 「빨리 정해야 할 거야.」
상대는 제삼의 길을 찾았다.
「어부님! 어부님!」
티라는 소리가 난 쪽을 향해 검을 내질렀다. 무언가 턱, 하고 칼끝에 걸렸다. 거둬들일까? 아니, 뚫을 수 있는데 왜? 티라는 그대로 힘주어 밀었다. 상대가 숨을 뱉어냈다. 비명조차 제대로 지르지 못하는 걸 보면 폐를 뚫은 것 같았다. 티라는 검을 뽑아낸 다음 높게 휘둘렀다.
안개를 돌려보내자 방패를 쥔 채로 벌렁 누워 있는 시체가 보였다. 반쯤 잘린 목에서 핏줄기가 뿜어져 나오다 그쳤다. 방패가 재로 변해 흩어졌다.
「으아······.」
마이비가 발음이 어눌한 감탄사를 뱉었다. 함께 다니며 처음으로 듣는 목소리였다. 티라는 소매로 얼굴에 묻은 피를 닦아내고 둘을 향해 웃어 보였다. 그러나 게르트와 함께 티라의 검술 스승이었던 프리다는 조금도 자랑스러운 표정이 아니었다.
「그 섬에서 대체··· 무슨 일이 있었던······.」
갑자기 땅이 꺼졌다.
티라는 몸이 쑥 아래로 내려가는 것을 느꼈고, 간신히 정신을 수습한 뒤 균형을 되찾으려 했다. 그러나 디딜 바닥이 없었다. 티라는 자신이 물속에서 허우적거리고 있는 중이라는 걸 깨달았다. 마이비가 다급하게 외쳤다.
「디아! 이!」
티라는 마이비의 말을 용케 알아듣고 팔을 휘저어 몸을 돌렸다. 그러자 자신을 향해 달려드는 커다란 그림자가 눈에 들어왔다. 그건 물살을 가르며 쾌속으로 진격해 오는 나룻배였다. 티라는 피하지 못했다.
티라가 마지막으로 들은 건 뱃머리에 직격당해 자신의 얼굴뼈가 박살나는 소리였다.
*
갖바치의 부하들은 가장 먼저 늙은이를 공격했고, 판단 실수의 대가를 호되게 치른 다음 어딘가 정신이 불안정해 보이는 여자를 공격했고, 이 여자 또한 만만치 않다는 걸 깨달은 다음엔 비로소 말총머리 남자를 공격했다.
상대가 셋이고 세 번째 판단이니 틀릴 리 없다고 생각했을 터였다. 그러나 이 판단은 셋 가운데 가장 잘못된 것이었다. 바스티안이 미끼 역할을 하는 동안 게르트와 도르카는 마음 놓고 상대를 휘젓기 시작했다.
검객으로서 게르트의 실력이야 늘 보던 것이었기에 새삼스레 감탄할 필요 없었지만 바스티안을 놀랜 것은 도르카의 검술이었다. 얼핏 보기엔 법칙도 없이 무질서하게 휘두르는 것 같았지만 도르카 나름의 정합성을 갖고 있었다. 실을 받아쳐 끊고 허를 비집어 찌르는 동세는 바스티안의 눈에도 수준급이었다.
마치 빈 곳과 찬 곳을 본능적으로 느끼고 움직이는 것 같았다. 도르카는 눈앞에서 동료가 검게 썩어 문드러지는 걸 본 탓에 이미 위축되어 있는 상대를 몰아붙이며 압박했다. 그녀는 상대의 신경이 온통 〈기아〉의 칼날에 가 있는 틈에 〈군무나방〉을 불러와 스스로 내리쳐 터뜨리며 인분(鱗粉)을 끼얹었다.
인분을 뒤집어쓴 상대의 얼굴이 녹아내리며 증기를 뿜어냈다. 도르카는 고통 속에서 얼굴을 부여잡고 몸부림치는 상대의 목을 쳐 절명시킨 다음 칼을 휘두르던 바람으로 증기를 다음 상대에게 날려 보냈다.
다음 상대란 갖바치 아르베트였다.
갖바치는 살색 외투를 뽐내듯 펄럭거리며 증기를 몰아냈다. 그러고는 성큼 접근해 외투 속에 감추고 있던 무기로 도르카를 베었다. 도르카가 피를 흩뿌리며 휘청거렸다. 목, 위험한 부위였다. 바스티안은 곧바로 단검 〈극약〉을 내던져 도르카를 맞힌 뒤 땅을 짚고 〈땅뱀의 식도〉를 재구했다.
마치 파도가 일듯 땅이 한 차례 꿈틀거리며 갖바치의 발밑을 흔들었다. 피가 뚝뚝 듣는 밀낫으로 공격을 이어가려던 갖바치는 균형을 잃고 자빠졌다. 그는 일어나는 대신 뒤로 기었다. 상처를 회복한 도르카의 기아가 땅을 찍었다.
갖바치는 엉금엉금 물러나면서 손을 뻗어 쓰러진 수하의 얼굴을 그러잡았다. 팔을 들어 올리자 수하가 일어났다. 일어난 건 살가죽뿐이었다. 마치 껍질을 벗겨낸 과육처럼 시뻘건 몸뚱이가 바닥에 남아 바르르 떨었다. 게르트가 정보를 캐내기 위해 숨통을 완전히 끊어놓지는 않았던 것이다.
이 자비가 가죽 잃은 이에게 최악의 공포와 고통을 선사했다. 인간 형상의 그 벌건 알맹이는 자신에게 일어난 일을 뒤늦게 깨달은 듯 피와 기름을 줄줄 흘리고 뒹굴면서 도저히 사람이 내는 것 같지 않은 소리를 질러댔다.
「내 덕에 좋은 구경 하는군.」 갖바치가 실실 웃었다. 「안 그래, 사냥꾼 나리들?」
갖바치는 게르트 일행을 현상금 사냥꾼이라고 여긴 모양인지 조금 전부터 저렇게 부르고 있었다.
「더 좋은 걸 보여줄 테니 기대해.」
갖바치가 일어나 팔을 휘두르자 살가죽이 바스티안을 향해 달려들었다. 가죽을 벗겨내는 장면의 충격에서 아직 벗어나지 못한 바스티안에게, 바로 그 가죽이 살아있는 짐승처럼 덤비는 상황은 그야말로 혼을 빼놓는 일이었다.
바스티안은 비도 두 자루를 불러와 양발을 노리고 연이어 던졌다. 땅에 붙박아 놓을 요량이었던 것이다. 그러나 껍질뿐인, 그리고 지각 또한 없는 듯한 상대는 찌익 하고 찢어지는 기묘한 소리를 냈을 뿐, 조금도 줄어들지 않은 속도로 덮쳐들었다.
가죽은 바로 앞에서 마치 셔츠를 잡아 뜯은 것처럼 세로로 갈라지더니 그 틈으로 바스티안을 삼켰다. 새까만 어둠이 일시에 시야를 뒤덮었다. 이대로면 숨이 막혀 죽겠다는 생각에 비도를 불러내 찢으려 했으나 가죽에 먹힌 손은 머리의 지시를 따르지 않았다.
오히려 가죽은 바스티안에게서 통제권을 빼앗고 팔을 반대 방향으로 꺾으려 하고 있었다. 게르트를 부르려 했으나 밀착된 가죽이 입조차 틀어막고 있었다. 제기랄, 뭐라도 좀 해봐요. 바스티안은 무릎을 꿇고 엎드린 채 바닥에 얼굴을 문대며 돌부리가 빌어먹을 살가죽을 찢어주길 기도했다.
의식이 희미해지려는 찰나, 억센 손이 목덜미를 움켜잡고 고개를 뒤로 홱 젖혔다. 이윽고 뭔가가 입가를 스치고 지나갔다. 예리한 통증이 입술에 느껴졌으나 그보다는 공기의 고마움이 먼저였다. 바스티안은 숨을 헐떡이며 입가의 터진 자리를 손으로 붙잡고 가죽을 찢었다.
게르트가 가죽 벗는 일을 도왔다. 바스티안은 캑캑거리면서 눈물을 닦고 갖바치가 있던 쪽을 보았다. 갖바치는 두 다리와 팔 한 짝을 잃은 채로 흙바닥 위에서 버둥거리고 있었다. 도르카가 환부에 칼을 가져다 대어 회복하지 못하도록 부패시켰다.
「근사한 장면을 놓쳤군요.」
바스티안이 벗어낸 가죽을 내팽개치며 투덜거렸다. 갖바치의 수하들은 죄 죽거나 곧 죽게 만들어 줄 부상을 입은 채 널브러져 있었다. 도르카가 둘을 잡았으니 나머지 여덟은 게르트의 솜씨였다. 게르트는 바스티안의 어깨에서 가죽으로부터 묻어나온 살점을 툭툭 털어주고는 누워있는 갖바치에게 다가갔다.
도르카를 향해 바락바락 악을 쓰고 있던 갖바치는 게르트가 접근하자 수그러들었다.
「당신 대체 누구야?」
이제 그들이 현상금 사냥꾼 따위는 결코 아니라는 사실을 깨달은 갖바치가 물었다.
「지금은 네 대답을 들으려는 사람이지.」
게르트는 그렇게 대꾸하고는 갖바치의 목에 수혈침을 꽂아 넣었다.
「트라디토레, 비스트 프롬 이스트, 딥 바이올렛.」 바스티안이 갖바치의 배에 발을 올려놓고 말했다. 「그것도 아니라면 팩토리, 피에스타. 뭐든 간에 알고 있는 걸 전부 털어놔. 안 그럼 우리 사이가 급격히 나빠질 거야.」
「하! 고문이라도 하겠다는 거냐?」
「장제사는 고문을 하지 않아.」 바스티안이 고개를 가로저었다. 「하지만 무딘 칼 탓에 네 죽음이 늦춰질 순 있겠지.」
*
물 아래로 가라앉으면서 티라가 느낀 감정은 공포가 아니라 분함이었다. 난 이제 갈대밭도 물도 두려워하지 않아. 티라는 속으로 되뇌었다. 날 떨게 만들던 악몽들, 난 그걸 하나씩 집어삼켜 내 것으로 만들었어. 내 가장 어두운 밤은 오지 않았으니.
티라는 복사뼈의 검신을 이로 물고 손을 휘저었다. 수면을 향해 가는 게 아니었다. 다른 어떤 곳을 향해 가는 것도 아니었다. 그저 끊임없이 움직이려 했다. 티라의 짐작대로 작살이 종아리를 스치고 지나갔다.
깊이와 넓이. 어부가 맨땅에 만들어낸 호수에 대해 알고 있지 못한 정보였다. 그러나 한 가지 사실은 알 수 있었다. 오래가지 못하리라는 것. 어마어마한 호흡을 소모할 게 분명하니까. 그렇담 어부가 노리는 바는 먹잇감이 당황해 수면 위로 머리를 드는 것일 터였다.
티라는 쉬지 않고 움직였다. 다음 순간 물컹거리는 물체에 부딪혀 뭉개진 코에서 피가 뿜어져 나왔다. 티라는 고통을 참으며 머리 앞의 물체를 붙잡았다. 마이비였다. 그녀는 허우적거리며 수면 밖으로 나가려 애를 쓰고 있었다. 티라는 마이비를 붙잡아 당겼다.
잠시간의 실랑이 끝에 마이비가 저항을 그만뒀다. 수중에서 이뤄진 무언의 설득이 먹혀 다행이라고 생각하던 참에 마이비의 옆구리를 꿰뚫은 작살이 눈에 들어왔다. 티라는 한순간 물속이라는 것도 잊고 수혈침을 불러오려다 실패했다.
그때 꺼졌던 땅이 다시 아래로부터 차올랐다.
티라는 재빨리 몸을 일으켰다. 단단한 땅이 반가웠으나 경계를 늦추지 않았다. 안전해졌다고 믿을 때가 가장 취약한 순간이었다. 헴록이 에르네스트와 티라 자신을 구해 배에 태웠을 때, 안전해졌다고 믿었으나 기다리고 있던 건 가장 고약한 형태의 함정이었다.
이제 물도 나룻배도 없었다. 복사뼈를 쥐고 자세를 취한 티라 앞에 있는 건 세 사람. 쓰러진 마이비와 배에서 작살을 뽑아내고 있는 프리다, 그리고 머리가 하얗게 센 나이든 여자였다. 여자는 마치 면사포처럼 그물을 머리와 어깨 위로 드리우고 있어 인상이 흐렸다.
「너 같은 꼬맹이한테 당하다니 이렇게 황당한 일이 있나.」
그물을 뒤집어쓴 여자, 어부가 쓰러진 추종자들을 둘러본 뒤 거칠거칠한 목소리로 말했다. 티라는 마이비의 옆구리에서 작살을 뽑고 〈거인의 담즙〉을 재구해 환부에 떨어트렸다. 어부는 작살로 티라를 겨누고 있었지만 프리다를 의식해 던지지 않았다.
티라는 부러진 코를 제자리로 돌려놓고 입안에 가득한 코피를 뱉었다. 그러고는 손에 묻은 담즙을 얼굴에 펴 발랐다.
「나 역시 너 같은 잡것한테 시간을 허비해 몹시 유감이야.」 티라가 말했다. 「하지만 기왕 이렇게 된 거, 모든 순간을 즐기겠어. 나는 폭력을 알고, 폭력도 나를 알거든.」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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