14편. 검은 종이 울리고(4)
*
생글거리는 티라가 먼저, 심각한 표정의 프리다가 그다음으로, 그리고 마이비가 마지막으로 문을 닫으며 들어왔다. 할덴이 눈을 붙이고 있던 바스티안을 깨웠다.
「비배회자들이 있었소.」
일행이 화로를 중심으로 둥글게 모이자 게르트가 입을 열었다.
「이쪽도 마찬가지였어요.」 프리다가 말했다. 「배회자라 하더라도 우두머리인 어부를 제외하곤 모두 한금.」
프리다가 마이비를 향해 고개를 끄덕이자 그녀는 수거한 부표 더미를 책상 위에 올려놓았다. 프리다는 시선을 옮겨 알레한드라를 쳐다보았다.
「알고 있었나?」
「컬트라는 용어를 동원한 건 그 때문이었습니다.」 알레한드라가 순순히 인정했다. 「주민들은 이를 알지 못했을 겁니다. 컬트 역시 자신들이 모두 배회자로 이루어져 있다는 가짜 암시를 통해 주민들을 통제했던 거고요.」
「하지만 말레우스와 스틸 암즈의 방침은······.」
「압니다.」 알레한드라가 할덴의 말을 끊었다. 「원칙적으로 배회자만 상대하고 비배회자에 대해선 무장을 해제하는 수준에서 그친다는 것. 봉화대 산적들을 상대할 때도 이를 준용하셨죠. 이번 작전에선 그러지 않으셨길 바랍니다.」
「네 덕분에 그렇게 됐어.」 프리다가 쏘아붙였다.
「그렇다면 다행입니다. 미리 말씀드리지 않은 점에 대해선 양해해 주실 테죠. 이들은 유기적으로 움직입니다. 생존자가 있으면 우리의 패를 들킵니다. 긴 싸움이 될 겁니다. 저는 여러분을 속이지는 않겠지만 던져지지 않은 질문에 대해 미리 답해 드리지도 않을 겁니다.」
「어차피 아무도 그 사람들을 그리워하지 않을 거예요.」
모두의 시선이 티라에게 모였다.
「우린 옳은 일을 했어요. 안 그런가요?」
「티라.」
티라는 고개를 저어 에르네스트의 호명을 무시했다.
「다음 표적을 알려줘요. 놈들이 오늘 일을 알게 되면 주민들에게 보복할 거예요. 그런 일이 벌어지기 전에 우리가 움직여야 해요.」
「상황의 시급성을 이해하는 사람이 있어 기쁩니다.」
「아니.」
프리다가 손을 들어 알레한드라의 말을 막았다.
「그렇게 얼렁뚱땅 넘어갈 일이 아냐. 선전관, 당신은 우리에게 정직하지 않았어. 닭 잡는 데 소 잡는 칼을 썼고 그 반대는 아니었으니 아무 문제 없다고 생각할지도 모르겠지만 그건 사실이 아냐.」
「그래.」 바스티안이 거들었다. 「계단을 내려갈 때 한 단 더 남았다고 착각하고 내려밟는 기분이라고.」
「헛심 써서 발목 삐끗하는 걸로도 어이없게 당할 수 있어. 그러니까 빌어먹을 비밀주의는 집어치우고 앞으로는 알고 있는 모든 걸 털어놔. 이번 일은 합을 맞춰 가는 중에 생긴 의사소통 착오라고 생각하겠어. 하지만 다음부터는 아냐.」
「말씀해 주신 부분, 고려하도록 하죠.」
「게다가 우린 네가 생각하는 것만큼 무르지 않아.」 프리다가 말을 이었다. 「놈들이 배회자였든 비배회자였든 아드람멜렉과 그 무리들한테 협조하고 있는 이상 현장에서 처분했을 거야. 우린 원칙을 알지만 현장에서 발생하는 필요도 알고 있어. 그래, 타협이지. 하지만 타협을 의식함으로써 우린 원칙에 대해 다시 숙고할 수 있어. 넌 그 기회를 앗아간 거야.」
프리다의 말은 어째선지 알레한드라가 아닌, 다른 누군가를 향해 하고 있는 것처럼 들렸다.
「우린 수단으로서 폭력의 정당성을 믿지만 회의와 반성의 재갈을 물려야 한다는 사실도 잊지 않아. 걸음에 속도가 붙었다면 그것이 구렁텅이로 이어지는 내리막길을 따라가고 있기 때문이 아닌지 항시 자문해야 하고. 거침없는 결단은 쉽고, 조금도 고통스럽지 않아. 그 쉬움에 취하지 마. 우리가 택한 건 더디지만 옳은 길이야. 그래야만 하고.」
「틀렸어요.」 티라는 이제 생글거리고 있지 않았다. 「망설이는 마음이 우리를 죽일 거예요.」
티라의 콧잔등 위로 사나운 주름이 잡혔다. 불길한 그림자가 티라의 위로 덧씌워졌다. 살육으로 몸을 씻고 히죽거리다가 수틀리자 돌변하는 태도. 그림자의 주인이 누구인지는 이 자리에 모인 모두에게 명백했다.
「당신들은 위선자예요. 저들과 같은 일을 벌이면서 다른 결과를 낳고 있다고 믿죠. 아뇨, 또 틀렸어요. 당신들은 위선자도 되지 못해요. 선한 게 뭐고 옳은 게 뭔지 모르니까. 그건 마지막까지 남는단 거예요. 모두 죽고 홀로 살아남은 뒤에 지나온 길을 정의할 권리를 얻는다는 거예요. 그게 옳음이에요. 나는 이걸 섬에서 배웠어요. 날 조종하고 이용해 먹으려 쉬지도 않고 떠들던 놈들, 내가 목을 베어버리자 전부 입을 다물었죠. 그리고 깨달았어요. 난 그놈들을 죽이면서 비단 그네들 삶을 정복한 것이 아니라 품고 있던 과거까지도 정복할 힘을 얻었단 걸.」
「그자들이 네 입을 빌려 말하고 있다면.」
지금껏 잠자코 있던 게르트였다.
「이긴 건 너냐, 그자들이냐?」
「내가 이겼어요.」
「다시 답해라. 살아남은 건 너냐, 그자들이냐?」
「살아남은 건 나예요.」
「틀렸다. 그자들이 네 안의 너를 죽여 놓았다.」
「아니에요! 난···!」
티라가 팔을 휘두르다 화로를 넘어뜨렸다. 마이비가 펄쩍 뒤로 물러났다. 도르카가 숯덩이를 주워 들려 하자 바스티안이 말리고 불을 밟아 꺼트렸다. 지하실이 한층 어두워졌다.
「과거가 네 삶을 물고 늘어지고 있다면 네가 과거를 정복한 거냐, 과거가 널 정복한 거냐? 티라, 착각하지 말거라. 상처를 극복하려는 네 마음이 흉터를 뜯어 피를 흘리게 만든다. 고통은 우리를 다른 사람으로 만들지. 하지만 다름 가운데 같음이 있을 때 비로소 운명의 주인이 될 수 있는 거다.」
「나더러 그 인간들이 내게 했던 짓을 극복하지 말란 건가요?」 티라의 언성이 높아졌다. 「그게 대체 무슨 소리죠? 우리가 하려던 게 극복 아니었나요? 왜 그렇게 초연하신 거죠? 분노야말로 인간적인 마음 아니던가요? 모든 걸 버리지 않았다면 거길 빠져나올 수 없었을 거예요! 이제 이게 나예요! 운명의 주인이라고 했나요? 난 세계의 정신 나간 신 앞에 서서 그 개자식의 멱살을 잡고 이렇게 외칠 거예요! 이게 다시 벼려진 나라고!」
「누구도 새로 태어나지 않는다. 우린 거듭날 수 없는 숙명의 노예들이야.」
「주인이라더니 이제는 또 노예군요.」
「삶의 그 두 가지 얼굴에 진실이 있다. 주인이 되는 길은 노예의 굴레를 이해하는 데 있으니. 더 늦기 전에 네가 이걸 깨닫길 바란다, 티라.」
「게르트.」 에르네스트가 나지막이 불렀다. 「티라도 알아들었을 겁니다. 이 이상으로 몰아세우지 마시지요.」
「중재는 필요 없어요!」
티라가 버럭 고함쳤다. 화로에 다시 불을 붙이고 있던 할덴이 움찔했다. 티라는 에르네스트와 게르트를 원망스럽게 쳐다보다가 자리를 박차고 나갔다.
「제가 따라갈게요. 작전 회의 하시죠.」
할덴이 그렇게 말하고는 얼른 티라의 뒤를 쫓았다. 게르트는 흐트러진 앞머리를 쓸어 넘기고 한숨을 내쉬었다.
「트라디토레의 순찰 경로를 알아냈소.」
「어부는 성내에 대한 정보를 몇 가지 실토했어요.」 프리다가 말했다. 「세력이 세 개로 나뉘어요. 피에스타, 팩토리 잔당, 그리고 새로 합류한 범죄자들. 이 범죄자들은 비늘매 카본과 알베르티나의 지휘를 받아요. 그 청부업자 기억나시죠?」
「알베르티나 마인하르트.」 바스티안이 말했다. 「베르나라고 불리지. 팩토리 잔당과 한패 아닌가?」
「그렇긴 한데 어부는 독자적인 세력으로 인식하고 있는 것 같았어. 세력이 커지면서 아드람멜렉이 잡졸들 관리는 밑에 맡겨 버린 모양이야.」
「그럼 아드람멜렉은 뭘 관리하지?」
바스티안의 물음에 마이비가 자신도 궁금하다는 듯 고개를 주억거렸다.
「어부는 만나본 적도 없대.」 프리다가 어깨를 으쓱였다. 「영주가 쓰던 내성을 차지하고 거기 틀어박혀 있는 모양이야. 이번에 트라디토레 놈들을 잡아다 족쳐 보면 그 백발 미치광이가 무슨 짓을 벌이고 있는지 알 수 있을지도 모르지.」
「선전관, 컬트는?」 게르트가 물었다.
「하나 남았습니다. 견사장(犬舍長)이라는 인물이 이끄는 집단인데, 이번에도 역시 비배회자들이 포함되어 있습니다. 추종자의 머릿수는 다른 컬트보다 적습니다. 확인된 건 다섯 명. 견사장은 두금으로 보입니다. 데리고 다니는 사냥개들이 견사장 본인보다 더 위협적일 겁니다.」
마찬가지로 두금인 프리다가 고개를 갸웃거렸다.
「마지막에 덧붙인 말은···」 알레한드라가 부연했다. 「견사장을 얕봐도 된다는 뜻에서 한 것이 아니었습니다. 개들이 실제로 위협적이기 때문에 드린 말씀입니다. 사냥개가 일고여덟 마리쯤 됩니다.」
「개는 표류물입니까?」 바스티안이 물었다.
「아닙니다. 진짜 개입니다. 견사장은 주민들을 풀어놓고 이 개들을 부려 사냥을 하죠.」
「견사장 죽이는 것보다 개들 죽이는 게 더 마음 아프겠는데.」
그렇게 말했지만 바스티안은 어느 쪽도 별로 애석하지 않은 눈치였다.
「조를 재편하세.」 게르트가 말했다. 「트라디토레는 셋으로 감당할 수 없을 테니. 어니, 활을 쏠 수 있겠는가?」
「예. 하지만 연달아 쏘는 건 아직······.」
「견사장을 저격하게. 정보는 수하들에게서 얻어내면 될 터이니. 선전관, 마이비와 할덴을 데려가시오.」
「이렇게 넷이군요. 알겠습니다.」
마이비가 오른손을 활짝 펴 보인 다음 어깨를 으쓱였다. 트라디토레 상대로는 자연히 다섯 명이 가게 되는 셈인데 괜찮겠느냐고 묻는 듯했다. 바스티안도 여기에 동조했다.
「놈들은 전부 배회자예요. 게다가 약쟁이들이고. 지저분한 싸움이 될 겁니다. 견사장을 먼저 친 다음 다 같이 트라디토레를 만나러 가죠.」
「아니, 그럼 너무 늦네.」
「늦다니요?」
「견사장을 처리한 다음 합류하게. 그 길로 남은 두 길드들을 상대하러 가야 하니.」
「게르트, 서두르는 이유가 뭡니까?」
게르트가 바스티안을 쳐다보았다.
「아드람멜렉이 뭘 관리하느냐고 물었지.」
「세 길드가 아드람멜렉의 명을 받는단 말씀이십니까?」
「그렇다고 생각할 수밖에. 아드람멜렉이 뭔가를 준비하고 있어. 이 길드들을 속히 제거해 계획을 무너뜨려야 하네.」
*
베일이 말에서 내리자 에밀리가 달려들어 와락 안겼다.
「가마우지가 죽었어.」
「그래, 오는 길에 들었다.」 베일이 에밀리를 번쩍 들어 제자리에서 한 바퀴 돈 다음 내려주었다. 「변함없이 깜찍하군. 거기 있는 너희 둘도.」
베일이 문간에 서 있는 쌍둥이를 향해 윙크를 날렸다.
「뭐냐, 이 거지 떼는?」
아드람멜렉이 신경질적인 목소리로 물었다. 베일은 자신이 이끌고 온 서른여 명의, 팔다리의 길이가 맞지 않아 제각각 엉성한 모양새로 도열해 있는 이들을 돌아보았다. 이제 그들은 옷을 입고 있었지만 온통 적갈색 얼룩이 묻어 있어서 염색을 업으로 삼거나 그것도 아니라면 포도주라도 담그고 온 듯한 모습이었다.
「우스개.」
「뭐?」
「난 우스개라고 불러. 적절한 이름 아닌가?」
몰록이 고개를 내둘렀다. 그녀는 표정으로 불편한 심기를 드러내고 있는 아드람멜렉을 봤다가, 에밀리 쪽으로 시선을 옮겼다.
「엘리.」
「응?」
「이놈들 데리고 가서 거처를 마련해 주고 사람 구실 하도록 만들어 놔. 귀찮으면 베르나한테 넘기든지.」
「하지만······.」
「내가 지휘할 거야, 힐트.」 베일이 끼어들었다. 「내 직속 사단이라고.」
더 듣지 않겠다는 듯 아드람멜렉이 휙 돌아섰다. 성 내부의 어둠이 그의 뒷모습을 삼켰다. 몰록이 베일을 향해 고갯짓을 했다.
「부탁한다, 엘리.」 베일이 에밀리의 머리를 쓰다듬었다. 「베르나한테 내가 지휘할 거라고 꼭 좀 얘기해 줘.」
베일은 쌍둥이를 따라 내성의 복도를 걸었다. 그는 콧노래를 부르고, 성의 내부 장식을 칭찬하고, 두려움에 벌벌 떠는 하인들과 마주칠 때면 인사를 건넸지만 쌍둥이는 그런 베일을 무시로 일관했다.
「니스록 얘기는 들었다.」
아마도 영주의 집무실이지 싶은 방에 도착했을 때 아드람멜렉이 한 말이었다. 그는 하나뿐인 의자를 차지했고, 몰록은 그녀가 늘 그러는 것처럼 호위 무사처럼 곁에 섰다. 베일은 주변을 두리번거리다 장식장 위에 털썩 걸터앉아 담배를 물었다.
「슬픈 일이지. 하지만 내 탓은 하지 말아줘. 아이반이 죽는 걸 가장 막고 싶었던 사람이 있다면 나일 테니까. 근데 할 얘기가 그것뿐인 건 아니겠지? 삼 년, 아니 사 년이 다 되어 가. 너희를 마지막으로 본 게.」
「눈물의 상봉이라도 할 줄 알았나?」 몰록이 코웃음을 쳤다.
「그건 아니더라도··· 제기랄, 식구였잖아. 대체 어디 있었던 거야? 찾을 때는 안 보이더니 포기할 때쯤 되니까 나타나네.」
쌍둥이는 눈빛을 교환했다. 마치 그들이 알고 있는 걸 베일에게 말해 줄 필요는 없다는 듯이 몰록이 고개를 저었다. 모른다면 모르는 대로 두는 게 낫다는 듯, 아드람멜렉 역시 동생의 판단에 동의하는 의미로 고개를 끄덕였다.
그렇게 해서 감춰진 얘기는 대세륜의 밤 이후 니스록이 그들을 만나러 온 적 있었으나 뜻이 달라 헤어졌다는 것, 그런 니스록이 그다음으로 찾아갔던 게 아룍이었단 사실이었다.
「동쪽.」 아드람멜렉이 간단하게 답했다.
「역시 거기였군. 그래, 그 동네에 뭐, 옛 친구보다 신통한 게 있던?」
「있었지. 그보다 넌 뭐냐?」
「뭐가 뭐냐는 건데?」
「너나 조피엘이나 여전히 넉금이더군. 다른 힘을 얻은 것도 아니고. 니스록까지 데리고 다녔으면서 대체 이룬 게 뭐냐?」
「세상을 흔들어 놨지. 황제를 죽이고 국왕도 하나 죽이고, 단죄자랑 장제사 등골 서늘하게 만들어 주고, 그놈들이 데리고 다니는 떨거지들 꿈자리 뒤숭숭하게 만들어 주고······. 어디 신경도 안 쓰는 황무지에 숨어 있다가 이제야 기어 나온 녀석들한테 이런 얘기, 너무 자극이 강하려나?」
「정신 차려라, 아룍.」 몰록이 싸늘하게 말했다. 「언제까지 별 대단치도 않은 무위를 믿고 어린애처럼 날뛸 거냐?」
「아버지처럼 말하는군.」 베일이 귀를 후볐다. 「그런 인간들은 내가 다 죽여 버렸는데 말이야.」
「네 실력이 허락하는 한 그랬단 얘기겠지.」
그렇게 말한 아드람멜렉이 웃음을 흘리자 몰록도 씩 미소 지었다.
「재수 없는 새끼들.」 베일이 꽁초를 아무데나 던졌다. 「남매끼리 붙어먹는 거 너희 부모님도 아시냐? 아님 너희 부모님도 원랜 남매였냐? 그게 집안 내력······.」
몰록이 다가오자 베일은 얼른 말을 멈추고 벽을 따라 게걸음질 쳤다.
「혹시나 해서 하는 얘기지만 난 그거 문제라고 생각 안 해.」 베일이 계속 다가오는 몰록을 향해 손사래를 쳤다. 「거슬러 올라가면 우리 모두가 형제자매잖아? 게다가 나도 나를 사랑하니까 꼭 닮은 너희들끼리 사랑하는 건 따지고 보면 자기애의 발현이나 마찬가지인 거지. 그리고 생각해 보니까 너희도 나랑 엘리를 놀려 먹었······.」
몰록이 코앞까지 닥치자 베일은 입을 다물었다. 몰록은 그 상태로 베일을 노려보고 있다가, 그를 덥석 끌어안았다.
「네 멍청한 헛소리가 그리웠어.」
베일은 등을 부러뜨려 죽이려는 게 아닌지 여전히 의심하는 것처럼 버둥거리다 결국 몰록의 등을 토닥였다.
「그래, 나도 너희들이 사무치게 보고 싶었어. 근데 뭐 하나 물어봐도 될까?」
「물어.」 몰록이 답했다.
「여기서 뭘 하고 있는 거야?」
「기다리고 있지.」
몰록이 베일을 놓아 주었다. 베일은 아직 긴장이 덜 풀렸는지 떨리는 손으로 새 담배를 물었다.
「뭘 기다리는데?」
「세계의 종말.」
몰록은 그렇게 답하고는 베일의 손목을 잡고 아드람멜렉 쪽으로 이끌었다.
「이리 와. 설명해 줄게.」
- 작가의말
기다려 주셔서 감사합니다.
또, 후원해 주신 카노넨 님께 감사드립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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