표지

독점 평등주의 사회는 없다(기계...

웹소설 > 일반연재 > 퓨전, 판타지

연재 주기
soooos
작품등록일 :
2020.08.03 20:08
최근연재일 :
2022.09.02 06:00
연재수 :
215 회
조회수 :
6,035
추천수 :
25
글자수 :
1,224,447

작성
22.04.21 23:56
조회
13
추천
0
글자
10쪽

178화. 포이(6)

DUMMY

살리마가 어린 아이의 모습을 하고 있다는 것은 이제 더 이상 신경 쓸 일이 아니었다.


그의 입에서 나온 말은 수많은 정보를 담고 있었다. 역사를 알아야만 지금을 이해할 수 있다고 믿는 하칼은 살리마의 말을 하나도 빠짐없이 머리에 새겨 넣고 있었다.


거대한 줄기가 잡혀가는 것 같았다. 그러나 아직 가장 중요한 것이 빠져있었다.


그의 이야기에서 고대인은 아직도 건재했다. 새로운 제련 기술은 외뿔족을 본토에서 몰아냈고 태초의 땅에서 쌍뿔족을 불렀다.


“그래서 고대인은 어떻게 멸망하는 건가?”


하칼이 물었다. 살리마는 고개를 끄덕였다.


“이제 거의 다 끝났습니다. 신의 사자와 싸우는 두 번째 전쟁은 그리 길지 않죠. 그러나 그 힘이 너무 강해 그 충격으로 대륙은 두 개로 갈라질 정도였습니다.”


“대륙이 두 개로 갈라졌다고?”


“태초의 땅은 북쪽의 산맥 너머에 있습니다. 그리고 그 땅을 중심으로 남쪽의 거대한 대륙은 상당 부분 소실됨과 동시에 바다 한 가운데 하나의 거대한 섬을 남겨 놓고 양옆으로 갈라졌습니다.”


살리마가 말했다.


“그럼 원래 하나의 거대한 대륙이었다는 거냐?”


하칼은 악몽에서 얻었던 정보를 토대로 만든 지도를 생각하며 말했다.


“네, 맞습니다. 이 일을 기점으로 고대인은 사라졌습니다. 물론 모두 죽어서 그들의 자손이 하나도 없다는 뜻의 아닙니다. 그들의 자손은 네 가문 외에는 이방인이라 불리며 대부분 옴 대륙의 동쪽 바다 저편에 살고 있습니다. 추방당한 까닭도 있지요.”


“도대체 어떤 전쟁이었는데 대륙이 소실될 정도인가?”


“고대인은 아까의 제련법을 통해 발견해서는 안 될 힘을 얻었습니다. 이는 신의 분노를 산 정도가 아니었습니다. 신이 만들어 놓은 규칙을 깨버리는 일이었기에 신은 분노 같은 감정적인 행동이 아닌 잘못된 일을 바로잡기 위해 직접적으로 개입했습니다.”


“신이 직업?”


“네, 아마도 그럴 겁니다.”


“아마도?”


“네, 이때에 대해서는 그 어떤 기록도 정확하게 남은 게 없습니다. 구전만 돌 뿐이죠. 추측뿐이죠. 그렇게 고대인들은 역사에서 자취를 감췄습니다.”


“기록이 없는데 구전만으로 이야기를 다 알 수 있나?”


살리마는 자리에서 일어났다. 그는 천천히 걷기 시작했다. 목적 없는 그의 발걸음에서 긴장감을 느낄 수 있었다.


“치우는 신세계로 떠나기 전에 제게 말했습니다. 고대인의 실수를 똑같이 범하는 인간들이 나타났다고요. 그는 신이 직접 나서기 전에 먼저 넘어가 그들을 막을 것이라 했습니다.”


살리마의 목소리가 떨렸다.


“그럼 그때 아까 말한 서홍비와 패휘 같은 이방인들이 지나갔다는 말이냐?”


하칼이 물었다.


“네, 그들은 이곳에도 왔었습니다. 검은 모루의 꿈으로 가는 길을 물었죠.”


“검은 모루의 꿈? 그들은 사냥꾼 아닌가?”


“맞습니다. 검은 모루는 아주 오래된 꿈 중 하나입니다. 고대인들이 만든 꿈일 수도 있습니다.”


“고대의 딧 타르 일족이라면 그들의 비밀을 알고 있을 수도 있겠군.”


하칼이 말했다.


“네, 저도 그 이유 때문에 간 것이라고 생각합니다.”


“그렇다면 그 오랜 세월 동안 너는 왜 가만히 있었나? 포이 정도라면 무리해서라도 검은 모루의 꿈으로 갈 수 있지 않았나?”


살리마가 걸음을 멈추고 하칼을 바라봤다.


“가서 뭘 하겠습니까? 저는 치우처럼 능력이 출중한 사람도 아닐뿐더러 사람을 이끌만한 재목도 아닙니다. 그리고 제가 간절히 원하는 것은 평화입니다.”


살리마는 웃으며 말했다.


“평화? 기만하는 것이냐? 평화는 절로 얻어지는 게 아니다. 이미 이런 거대한 소용돌이에 휘말리고 아무것도 하지 않은 채 평화를 원한다고?”


“치우와 똑같은 말을 하시는 군요.”


살리마는 활짝 웃었지만, 눈에서는 금방이라도 눈물이 흐를 것 같았다. 그는 옛 친구를 만난 것 같은 느낌을 받았다.


“나는 치우가 아니다.”


하칼이 단호하게 말했다.


“알고 있습니다. 아무래도 저는 그때와 크게 달라진 게 없는 것 같습니다. 여전히 무섭고 두렵습니다. 치우가 부탁한 것을 지키는 조차 힘에 부칩니다.”


“치우가 부탁했다고?”


“네, 치우는 훗날 또다시 벌어질 이런 일을 대비해달라고 했습니다. 저는 전투에 특화되지도 좋아하지도 않습니다. 릴 림 가문이라 그런 것이 아니라 성격이죠. 태생부터 겁쟁이입니다.”


살리마는 이를 앙 다물었다.


“분한가?”


하칼이 물었다.


“분합니다. 하지만 그보다 두려움이 더 큽니다. 그리고 이런 저 자신이 너무나도 싫습니다. 제가 할 수 있는 일이라고는 고작 누군가 이끌어줄 사람을 기다리며 힘이 되어줄 꿈을 마련해 놓는 게 전부입니다.”


“친구를 잃은 게 분한가?”


하칼은 살리마가 치우에 대해 애틋하게 생각하고 있다는 것을 느꼈다.


“슬픕니다. 치우가 밉기도 했고요. 하지만 어쩌겠습니까? 그는 저는 완전히 다른 사람인걸요.”


“신을 모시는 작은 어촌의 꿈에 신세계와 통하는 길을 열어둔 자가 누구인지 아는가?”


그때 가만히 듣고만 있던 트러스티가 물었다. 살리마는 트러스티를 바라봤다.


“저는 지금 기쁘지 그지없습니다. 치우에게는 가까운 친구라곤 저밖에 없었죠. 하지만 저는 겁쟁이일 뿐입니다. 그러나 하칼님께는 이런 동료가 있습니다. 패휘의 말, 아니, 더 정확하게 말하자면 미래를 본 고대인의 말대로 한 것뿐입니다.”


“패휘가 알려주고 간 것이라고?”


하칼이 물었다.


“네, 패휘도 미래를 본 고대인에게 들은 것입니다.”


“그럼 이다음은 뭘 해야 하는 거지? 밖으로 나가서 이방인들과 싸우면 되는 것이냐?”


“결국에는 그렇게 될 겁니다.”


하칼은 자리에서 일어났다.


“가자.”


그는 트러스티와 적귀 그리고 청귀에게 말했다.


“어딜 가십니까?”


청귀가 물었다.


“밖으로 간다. 이 사실을 알리고 이방인들과 싸워야 해”


“아직은 안 됩니다. 물론 당신들은 강합니다. 그러나 수십 개, 어쩌면 수백 개의 꿈과 악몽을 지나온 그들에게는 역부족입니다. 심지어 그들은 강력한 군대를 만들지 않았습니까?”


“그걸 네가 어떻게 알지?‘


하칼이 물었다.


“그들은 꿈나라를 공격하기 시작했습니다. 그들이 들고 온 무기는 상상을 초월합니다. 지금까지 단 한 번도 보지도, 듣지도 못한 무기였습니다.”


“꿈나라를 공격했다고? 그것도 새로운 무기로?”


하칼은 놀랐다.


“네, 그들은 포이에 소속된 꿈 중 중요한 꿈인 사냥꾼들의 꿈을 공격했습니다. 그리고 이미 그곳은 더 이상 꿈이 아니게 되었죠.”


“꿈이 아니라면?”


“꿈의 주인은 그들의 거대한 공격 한 번에 죽었습니다. 주인만 죽은 정도가 아니라 모든 꿈이 파괴되었습니다. 도시는 흔적만 남았고 그 주변을 감싸던 자연은 이상한 것에 중독되어 인간을 끝없이 죽이고 있습니다. 이제 악몽보다도 더 끔찍한 곳이 되었습니다.”


“그런 무시무시한 무기가 존재한다고? 죽이는 것만이 아니라 독까지 들어있다고?”


하칼은 경악했다.


“네”


“나가서 무슨 무기인지 알아봐야겠다.”


하칼은 밖으로 나가려 했다.


“지금 가신다면 단 한 번 있을 법한 기회를 놓치게 될 겁니다.”


“기회?”


살리마의 말은 하칼의 발을 멈추게 했다.


“네”


“무슨 기회지?”


“지금 나가신다면 저희는 먼 훗날 보게 될 겁니다. 꿈과 신세계는 시간 차이가 많이 나니까요.”


“그런데? 너희는 어차피 늙어서 죽는 일은 없지 않느냐?”


“저희에게는 시간이 많습니다. 바깥에서 무슨 일을 하든지간에 저희에게는 준비할 시간이 있죠. 그러니 우선 제 계획을 들어보시고 결정하시는 건 어떤가요?”


살리마가 말했다. 하칼은 살리마를 물끄러미 바라봤다. 가슴팍 정도밖에 안 되는 키를 가진 아이는 깊은 눈을 가지고 있었다.


작고 앳된 얼굴에 새겨진 기나긴 시간의 흔적은 직접적으로 몸에 직접적으로 영향을 주지는 못했다.


그러나 그렇다고 시간의 흔적이 아주 사라지는 건 아니었다. 표정과 몸짓 그리고 말투와 눈빛에 묻어 있었다.


살리마는 너무나도 이상한 존재였다. 하칼은 이질적이면서도 자연의 섭리에서 벗어난 존재를 보고 신이 어째서 인간에게 시간이라는 것을 주었는지 알 것만 같았다.


하칼은 다른 대답 없이 조용히 걸어와 자리에 앉았다.


“네가 한 말처럼 계획을 듣는 것만은 그리 큰 시간 낭비가 아니겠지.”


살리마는 웃었다.


“감사합니다.”


“그래서 네가 제안하는 건 뭐지?”


살리마도 하칼을 따라 자리에 앉았다.


“그걸 가지고 오너라!”


살리마는 커다란 목소리로 소리쳤다.


철컥


잠시 뒤 문이 열리고 스위가 들어왔다. 스위의 손에는 동전처럼 동그랗고 납작한 물건이 들려있었다.


“기억 저장 장치?”


하칼이 반사적으로 말했다.


“이건 저희가 개발한 기술입니다. 이방인들이 이곳을 거쳐 가며 보고 습득한 것이지요.”


스위가 말했다. 그는 장치를 가져다 그들 가운데에 놓고는 손으로 마를 주입했다.


그러자 장치는 허공에 지도를 그렸다. 지도는 마치 우주에 있는 별처럼 떠 있었다.


“이게 뭐지?”


하칼이 물었다.


“이건 지도입니다.”


“지도?”


“그렇습니다. 이건 중요한 꿈들을 기록해 놓은 것입니다.”


“중요한 꿈들이라니?”


하칼이 지도를 살피며 물었다. 그리고 살리마는 지도 너머로 하칼을 바라봤다.


“저는 당신이 꿈나라를 통일했으면 합니다.”


이 작품은 어때요?

< >

Comment ' 0


댓글쓰기
0 / 3000
회원가입

평등주의 사회는 없다(기계들의 봉기) 연재란
제목날짜 조회 추천 글자수
215 215화. 대전쟁 제1막(2) 22.09.02 2 0 11쪽
214 214화. 대전쟁 제1막(1) 22.08.29 3 0 13쪽
213 213화. 대전쟁의 서막(13) 22.08.26 4 0 9쪽
212 212화. 대전쟁의 서막(12) 22.08.19 4 0 10쪽
211 211화. 대전쟁의 서막(11) 22.08.14 4 0 11쪽
210 210화. 대전쟁의 서막(10) 22.08.12 7 0 12쪽
209 209화. 대전쟁의 서막(9) 22.08.07 8 0 11쪽
208 208화. 대전쟁의 서막(8) 22.08.05 9 0 10쪽
207 207화. 대전쟁의 서막(7) 22.07.31 7 0 11쪽
206 206화. 대전쟁의 서막(6) 22.07.29 9 0 12쪽
205 205화. 대전쟁의 서막(5) 22.07.24 11 0 11쪽
204 204화. 대전쟁의 서막(4) 22.07.22 10 0 11쪽
203 203화. 대전쟁의 서막(3) 22.07.17 8 0 10쪽
202 202화. 대전쟁의 서막(2) 22.07.15 10 0 11쪽
201 201화. 대전쟁의 서막(1) 22.07.11 13 0 12쪽
200 200화. 죽음의 경계에서 본 지평선(8) 22.07.08 16 0 12쪽
199 199화. 죽음의 경계에서 본 지평선(7) +1 22.07.03 15 1 13쪽
198 198화. 죽음의 경계에서 본 지평선(6) 22.07.01 12 0 10쪽
197 197화. 죽음의 경계에서 본 지평선(5) 22.06.26 11 0 11쪽
196 196화. 죽음의 경계에서 본 지평선(4) 22.06.24 12 0 11쪽
195 195화. 죽음의 경계에서 본 지평선(3) 22.06.19 10 0 12쪽
194 194화. 죽음의 경계에서 본 지평선(2) 22.06.17 13 0 12쪽
193 193화. 죽음의 경계에서 본 지평선(1) 22.06.13 12 0 11쪽
192 192화. 꿈속의 전쟁(12) 22.06.10 11 0 11쪽
191 191화. 꿈속의 전쟁(11) 22.06.06 10 0 11쪽
190 190화. 꿈속의 전쟁(10) 22.06.03 11 0 10쪽
189 189화. 꿈속의 전쟁(9) 22.05.30 13 0 11쪽
188 188화. 꿈속의 전쟁(8) 22.05.27 11 0 11쪽
187 187화. 꿈속의 전쟁(7) 22.05.22 8 0 11쪽
186 186화. 꿈속의 전쟁(6) 22.05.20 9 0 13쪽
185 185화. 꿈속의 전쟁(5) 22.05.15 9 0 10쪽
184 184화. 꿈속의 전쟁(4) 22.05.13 9 0 12쪽
183 183화. 꿈속의 전쟁(3) 22.05.08 11 0 10쪽
182 182화. 꿈속의 전쟁(2) 22.05.05 12 0 13쪽
181 181화. 꿈속의 전쟁(1) 22.05.01 12 0 12쪽
180 180화. 포이(8) 22.04.29 12 0 12쪽
179 179화. 포이(7) 22.04.24 9 0 11쪽
» 178화. 포이(6) 22.04.21 14 0 10쪽
177 177화. 포이(5) 22.04.18 12 0 13쪽
176 176화. 포이(4) 22.04.15 12 0 11쪽

구독자 통계

신고 사유를 선택하세요.
장난 또는 허위 신고시 불이익을 받을 수 있으며,
작품 신고의 경우 저작권자에게 익명으로 신고 내용이
전달될 수 있습니다.

신고