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독점 평등주의 사회는 없다(기계...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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soooos
작품등록일 :
2020.08.03 20:08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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22.06.10 03:52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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192화. 꿈속의 전쟁(12)

DUMMY

“하...”


징명왕은 어이가 없었다. 지금까지 이렇게 자신과 대화를 한 인간도 없었지만, 이런 내용의 대화를 하리라고는 생각도 못했기 때문이었다.


심지어 지금 앞에 있는 인간은 자기보다도 강한 상대였다. 강함이 증명된 상태에서 이런 말을 한다는 건 상상도 하지 못한 일이었다.


징명왕은 믿어야 할지 말아야 할지를 떠나 본인의 말을 제대로 이해했는지조차 의심되었다.


“아무리 생각해봐도 네가 말하는 괴물과의 싸움과 내가 할 전쟁의 생존율은 내 쪽이 훨씬 더 우세하다. 그러니까 먼저 도와줬으면 한다.”


하칼은 별 심각한 이야기도 아니라는 듯 말했다.


“하하하하”


커다란 웃음소리가 들렸다. 웃음은 징명왕도 하칼도 아닌 관에서 이 광경을 지켜보던 남자의 입에서 나왔다. 징명왕은 남자를 바라봤다.


“뭐가 그렇게 웃기지?”


하칼이 물었다.


“대화가 웃긴 건 아니다. 그냥 그 대화를 하는 자들과 이 상황이 웃긴 거지.”


“처음 보는 군. 네가 웃는 모습은.”


징명왕이 말했다. 남자는 징명왕을 바라봤다.


“그러게 말이다. 너무 오랫동안 잠들어 있었던 탓인지 모르겠지만, 기억이 희미해졌다. 그로 인해 그때의 감정도 옅어졌지.”


“결국 다시 사는 것이냐?”


징명왕이 물었다. 남자는 징명왕을 보고 미소 지었다.


“아니, 이제 좀 더 미련 없이 갈 수 있겠다. 그때 내가 소멸하지 않았던, 아니, 못한 이유는 오히려 그 감정에 붙들려 미련이 남아서였다. 이제 확실하다. 아프고 안타깝고 슬프고 화난다는 건 아직 살고 싶다는 뜻이야.”


남자는 후련한 표정으로 말했다.


“이해할 수 없군.”


징명왕이 말했다.


“죽음은 인간에게는 가장 큰 축복이다. 모든 힘은 확정된 죽음으로부터 나온다. 지금 내게는 공허함과 함께 허무함밖에 남아있지 않다. 아무튼 내 신경을 쓰지 말고 계속 말해라. 너희가 있는 한 소멸하지는 않을 테니까.”


남자가 말했다.


“아까부터 소멸이라고 하는데 죽는다는 뜻이냐?”


하칼이 물었다.


“맞아, 꿈의 주인은 자신이 만든 꿈에서는 신과 마찬가지지. 신은 꿈을 끝낼 수 있어. 물론 자기도 죽겠지만”


“그런 방법이 있으면서도 신세계로 나가 죽으려는 거군.”


“인간은 자기 손으로 자기가 만든 세상을 소멸시키며 더불어 목숨까지 버리기 힘들다. 자연스러운 죽음을 갈망하지. 마치 노선을 이탈한 차프트가 원래의 노선으로 돌아오는 것과 같은 거라고 보면 된다.”


하칼은 고개를 끄덕였다.


“이해한다. 아무튼 내가 필요한 건 징명왕 너의 힘이다. 도와줄 거냐?”


“안 도와준다고 하면 여기서 끝을 보겠다는 뜻이냐? 어차피 협박할 거라면 왜 대화를 한 것이냐?”


징명왕이 비꼬았다.


“음...그렇게 생각하지는 않았다. 왜냐하면 나는 네가 같이 싸울 거라고 생각했거든.”


“뭐라고?”


“하지만 정 싫다면 어떨 수 없지. 내가 하는 일에 훼방을 놓지만 않는다면 그냥 가겠다.”


하칼은 고민 없이 대답했다.


“...”


징명왕은 아무런 대답도 하지 않고 그냥 하칼만 바라봤다. 징명왕은 자신이 수많은 사람을 겪어 봤다고 생각했고 인간은 모두 같다고 생각했다.


그러나 지금 눈앞에 있는 인간은 자신의 생각으로는 도통 이해되지 않는 인간이었다.


“생각할 시간이 필요한가?”


하칼이 물었다.


“무슨 생각을 해. 빨리 정해서 가라. 너희가 같이 손잡고 내 꿈에서 나간다면 난 곧바로 소멸시킬 것이고 아니면 다시 잠들어야지. 안 그래? 내가 너와 했던 마지막 약속은 지키고 싶군.”


남자는 징명왕을 보며 말했다.


“마지막 약속?”


하칼이 물었다.


“별거 없다. 그냥 저 녀석이 어떤 이유로든 떠나기 전까지는 꿈을 유지하겠다는 약속이다.”


“하하하! 나보다 더 웃긴 녀석이군.”


하칼이 말했다.


“그런가? 아무튼 결정되면 알려 줬으면 한다.”


남자는 다시 관속으로 누우며 말했다.


“너와 같이 간다면 전쟁에서 네 방패 역할을 하며 인간 대신 죽는 것 말고 할 게 더 있나?”


“혹시 치우라는 자를 알고 있나?”


“들어본 적 없다.”


징명왕이 대답했다.


“상관없다. 아무튼 그 치우라는 자의 능력은 괴물들과 이야기할 수 있었던 자였다. 괴물을 통솔하여 꿈나라를 평정했지.”


“설마...아주 오래전에 괴물의 왕이 있었다는 이야기를 들은 적 있다. 괴물을 통솔하려 군림하는 자라고 했지.”


“그 소문을 누구한테 들었는지는 모르겠지만, 조금 다르다. 왕이라기보다는 친구에 가깝다. 너도 알다시피 괴물들은 단순하잖아?”


“나는 모른다. 다른 괴물과 소통해본 적이 없다. 그 꿈을 먹는 놈을 제외하고는 말이야.”


“하긴 괴물끼리도 같은 동류가 아니면 소통이 안 되는 거 같기는 하다. 아무튼 난 그 치우의 능력을 가지고 있다. 그 뜻은 내게 괴물은 인간보다 어쩌면 더 친밀한 존재야. 그러니 방패가 된다는 둥 그런 말은 하지 마라.”


“네가 그 능력을 가지고 있다고? 그럼 너도 괴물들을 통솔하는 건가?”


“그래, 같이 오지는 않았지만 말이야.”


징명왕은 하칼을 물끄러미 바라봤다. 징명왕이 입을 열었다.


그 사이 밖에서는 징명왕의 부대와 대치를 하고 있었다. 그것도 청귀가 가까스로 나와 전투를 중지하라고 이야기했기 때문에 멈춘 것이었다.


트러스티는 여전히 노란빛을 위협적으로 내뿜으며 검은 모루를 노려봤다. 검은 모루 역시 트러스티에게서 눈을 떼지 않았다.


“지금 징명왕과 하칼님이 안에서 이야기 중입니다.”


청귀가 말했다.


“분위기는 어떤가요?”


스위가 물었다.


“저는 잘 모르겠습니다.”


“그대로 대화를 시작했다는 건 진전이 있는 거지.”


트러스티는 눈을 검은 모루에게 고정한 채 말했다.


“그렇죠.”


“근데 하칼님을 괴물과 단둘이 놔둬도 되나요?”


스위가 걱정스러운 듯 물었다.


“둘은 아닙니다. 이 꿈의 주인이 있었습니다.”


“꿈의 주인이요?”


“네, 하칼님을 믿어야 합니다. 위험함조차 계산하고 저를 내보낸 것일 겁니다.”


“알겠습니다.”


트러스티는 그들의 대화를 듣다가 갑자기 발을 움직이기 시작했다. 그녀는 징명왕의 부하들이 있는 곳으로 성큼성큼 가기 시작했다.


“어디 가십니까? 트러스티님?”


적귀가 다급히 물었다.


“너희는 가만히 있어라. 그리고 너무 걱정 말아라. 싸우러 가는 건 아니니까”


트러스티는 대답하고는 검은 모루에게 다가갔다. 검은 모루는 그녀를 기다렸다는 듯 다가오자 입을 열었다.


“너는 검은 모루가 아니냐?”


“그건 왜 물어보는 거냐?”


“검은 모루도 아닌데 이런 곳에 온 이유가 뭐지?“


검은 모루는 쉰 목소리로 그들이 온 이유를 물었다.


“그건 네가 알 바 아니다. 넌 나에게 검은 모루의 힘을 알려주면 된다.”


그녀는 검을 꺼내며 말했다. 그 모습을 보고 있던 청귀가 다급하게 달려왔다.


“싸우면 안 됩니다. 징명왕도 공격하지 않는다고 했습니다.”


“알고 있다. 난 검은 모루의 힘을 사용하는 법을 물어보고 있는 것이니 걱정하지 않아도 된다.”


트러스티는 재빨리 청귀를 납득시켰다.


“알겠습니다.”


“검은 모루의 힘이 아니다.”


검은 모루가 말했다.


 “그럼?”


“딧 타르의 힘이지. 딧 타르는 무기와 함께 싸우는 가문이다. 다른 가문과는 달리 무기의 유무에 따라 힘이 차이 나지.”


검은 모루는 입술이 없어 발음이 부정확하였다. 그 바람에 찬찬히 한 글자씩 또박또박 말해야 했다.


“그게 다인가?”


“넌 이미 딧 타르의 힘을 사용했다. 처음에는 어설프지만, 그걸 훈련해야지.”


트러스티는 자신의 검을 내려 봤다.


“고맙다.”


트러스티는 인사를 끝으로 다시 자리로 돌아왔다. 이후부터는 검은 모루에게는 눈길도 주지 않고 자신의 검을 뚫어져라 바라보기 시작했다.


잠시 뒤 검이 조금씩 움직였다.


“이게 검은 모루의 힘인가요?”


그 모습을 보던 청귀가 물었다.


“아니, 딧 타르의 힘이라더군.”


그녀는 눈을 감았다. 그러자 검은 공중에 높이 떠 이리저리 움직이기 시작했다. 청귀와 적귀 그리고 스위는 검을 눈으로 쫒으며 공중에서 부리는 곡예를 넋 놓고 감상했다.


섬은 빠르게 이리저리 날아다니다 갑자기 움직임이 멈췄다. 조금 시간이 지나자 다른 한 자루의 검이 공중에 같이 떠올랐다.


두 자루의 검은 조금씩 움직였지만, 한 자루였을 때보다는 빠르지도 않았고 민첩하지도 않았다.


챙그랑


별안간 공중에 떠 있던 검 두 자루는 땅에 떨어졌다. 트러스티는 눈을 뜨고 다시 검은 모루에게 갔다.


검은 모루 역시 멀리서 이 광경을 지켜보고 있었다.


“잘 안되나?”


검은 모루가 다가오는 트러스티를 보고 말했다.


“굳이 두 자루 모두 딧 타르의 힘을 사용해서 싸워야 하나?”


“아니지. 마음대로 쓰는 거다. 만약 네가 두 자루 모두 딧 타르의 힘으로 조종하여 자유자재로 쓸 수 있다면 좋겠지만, 안 된다면 다른 방법을 생각해야지.”


“나는 내 손에 검이 없다면 불안하다.”


트러스티가 말했다.


“무슨 느낌인지 안다. 그렇다면 한 자루는 네가 직접 쥐고 다른 한 자루만 딧 타르의 힘으로 조종하면 된다.”


“다른 무기는 안 되는 거냐? 검을 더 쓴다면?”


“딧 타르의 힘을 위해서만 급하게 사용하는 무기가 네 수족처럼 느껴질까?”


트러스티는 검은 모루의 말에 고개를 저었다.


“아니다.”


“그래, 그럼 쓰면 안 된다.”


“그럼 이렇게 한 자루만 딧 타르의 힘으로 조종하고 다른 한 자루는 내가 직접 쥐고 싸워야겠군.”


트러스티는 고개를 끄덕였다.


“자! 다들 돌아가자!”


그때 하칼이 성에서 나오며 말했다.


“징명왕은 어떻게 된 건가요? 이야기는 잘 된 건가요?”


청귀와 적귀가 성에서 나오는 하칼을 보고 달려와 물었다.


“뭐, 그럭저럭...일단 우리는 돌아간다. 징명왕은 놔둬라.”


“같이 안 갑니까?”


적귀가 물었다.


“그래, 우리만 돌아간다. 징명왕은 여기에 남을 거다.”


“설마...이야기가 잘 안된 건가요?”


하칼은 이후 징명왕에 대해서 아무런 대답도 해주지 않고 조용히 꿈을 떠아 다시 포이로 돌아갔다.


징명왕은 그들이 떠날 때까지 그 어떤 움직임도 없이 조용히 그들을 돌려보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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