평등주의 사회는 없다(기계들의 봉기)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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soooos
작품등록일 :
2020.08.03 20:08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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22.08.07 23:55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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209화. 대전쟁의 서막(9)

DUMMY

“괴물을 데리고 간다고요?”


청귀가 물었다. 그는 여전히 양손에 화공을 든 상태였다. 무슨 일이 일어나면 즉각 반응하여 공격할 생각이었다.


랑에서 온 사내는 청귀를 바라봤다.


“그래, 저 괴물을 우리에게 넘기면 일단 우린 이곳에서 물러나겠다.”


나쁘지 않은 제안이었다. 랑의 거센 공격에 포이의 병사들은 꽤 많은 수가 다친 상태였다.


죽은 이들은 시신만 겨우 수습해 한쪽에 놓은 상태였다.


“그 말은 어떻게 믿나요? 이 괴물을 주면 다시 괴물을 앞세워 우리를 공격하는 거 아닙니까?”


청귀가 물었다.


“믿고 안 믿고는 네 선택이다. 그러나 괴물에 대해 한 가지만 말하자면 이미 저렇게 괴물로 변한 자는 더 이상 인간이라고 생각하면 안 된다.”


“인간이 아니라고요?”


청귀는 양손에 들고 있던 화공을 없앴다.


“그래, 그는 이제 다시는 인간으로 돌아올 수 없다.”


랑에서 온 사내는 꿈틀거리는 괴물을 내려다보며 말했다.


“그럼 제가 숨통을 끊어도 되는 거 아니겠습니까?”


청귀가 물었다.


“아직 죽은 것은 아니니 공격하면 발악할 거다. 그러니까 내게 넘겨준다면 더 이상 피해는 주지 않게 하겠다.”


사내는 위협적이라기보다는 간곡히 부탁하듯 말했다. 청귀는 빠르게 생각했다.


괴물을 죽이는 것도 맞지만, 일시적으로 푸른 사막에서 랑이 물러나는 것도 나쁘지는 않았다.


청귀는 뒤로 돌아 나시림을 불렀다.


“뭐라고 합니까?”


나시림이 물었다.


“저들이 괴물을 데리고 다고 싶다고 하는군요.”


“말도 안 됩니다. 거의 다 죽였는데 그냥 데리고 가면 다시 치료해서 공격해올 게 뻔합니다.”


나시림도 청귀와 같은 생각이었다.


“저들 말로는 다시 인간으로는 돌아오지 못한다고 합니다.”


“그래도 괴물 자체로 위협적입니다.”


“이렇게 괴물이 된 자는 우리도 통제할 수 없다.”


청귀와 나시림의 대화를 듣고 있던 남자가 말했다. 나시림은 사내에게 눈을 돌렸다.


그는 마치 검은 모루처럼 온몸을 붕대로 칭칭 감고 눈만 내놓은 상태였다.


“통제할 수 없다면 죽이면 되지 왜 데리고 가는 거지?”


나시림이 물었다.


“...”


사내는 대답하지 않았다.


“대답하지 않겠다면 내줄 수 없다.”


나시림이 검을 잡으며 말했다. 그 모습을 본 청귀도 손에 불꽃을 만들었다.


사내는 한참 동안 괴물을 바라보다가 입을 열었다.


“좋다...전부는 이야기할 수 없지만...어느 정도는 알려주지. 대신 괴물은 내가 가지고 가겠다. 꼭 데려가서 폐기하겠다고 약속하지.”


나시림은 고민했다. 사실 괴물은 상관없었다. 죽이기만 한다면 누가 죽여도 문제가 될 건 없었다.


다만 괴물이 가지고 있는 꿈의 조각을 쉽게 내줄 수 없었다. 특히나 적에게서 뺏는 꿈의 조각은 단순하게 조각을 하나 더 얻는 것보다도 곱절로 좋은 일이었다.


이러한 이유로 나시림은 섣불리 대답하지 못하고 청귀를 바라봤다.


그리고 청귀는 그런 마음을 알고 있었다.


“일단 들어보고 결정하겠습니다. 무조건적인 약속은 없습니다. 그 정도 가치가 있는 이야기인지 아는 게 우선입니다. 하지만 당신이 이야기하지 않는다면 우리는 다시 생각해보지도 않고 괴물을 죽일 것입니다.”


사내는 청귀의 말을 듣고 한숨을 쉬며 고개를 끄덕였다.


“알겠다.”


청귀는 나시림을 돌아봤다. 나시림은 나쁘지 않은 제안이라고 고개를 끄덕였다.


“말해라!”


나시림이 소리쳤다. 사내는 입을 감싸고 있던 붕대를 살짝 매만지고는 말을 시작했다.


“우리는 너희가 괴물에 대해 연구한다는 것을 알고 있다.”


“그건...”


“그걸 뭐라고 하는 건 아니다.”


사내는 나시림의 말을 막았다.


“...”


“우리도 마찬가지니까. 바깥과 꿈의 세상은 비슷하면서도 전혀 다르다. 새로운 인간은 태어나지 않는다. 왜냐하면 인간에게 노화가 사라졌으니까. 꿈에서는 새로운 인간이라고는 새로운 꿈과 함께 들어오는 인간뿐이지.”


“그딴 건 우리도 알고 있다.”


나시림이 말했다.


“너무 서두르지 마라. 우리에게는 시간이 많다.”


사내는 재촉하는 나시림을 나무랐다.


“...”


“꿈은 원래 그 이름대로 현실을 벗어난 개인의 꿈, 즉 자신이 꿈꾸던 세상이나 마찬가지다. 거기에 영원한 젊음까지 얻었으니, 이건 그야말로 천국이어야만 했다.”


“천국이라...”


청귀가 나지막하게 중얼거렸다.


“하지만 현실은 그렇지 않았다. 인간은 결국 이곳에서도 욕심을 버리지 못했다. 힘을 갈구했고 그 결과로 꿈이 모여 나라가 만들어졌지. 나라는 수많은 인간을 모아 군대를 만들었고 군대로 다른 꿈을 침략했다.”


“이런 뻔한 내용을 계속 들어야 합니까?”


나시림이 청귀에게 말했다.


“일단 들어보죠. 경계는 늦추지 말고요.”


“거대하고 강력했던 첫 번째 꿈나라는 점점 그 강력한 힘에 의해 썩기 시작했다. 그렇게 시간이 지나자 그런 나라를 맞설 다른 나라가 세워졌지. 원래의 강력했던 나라는 무너지고 새로운 나라가 그 자리를 차지했다.”


“...”


“그렇게 시간이 흐르다 결국 지금처럼 두 개의 나라가 서로를 견제하기에 이르렀다. 그러나 이런 구도는 좋았지. 특히나 비슷한 힘을 가진 두 나라는 서로에게 자극이 되어 오랫동안 살아남게 만들었다.”


“흥”


나시림은 콧방귀를 뀌었다. 그는 좋은 자극이라 생각할 수 있는지 의문이 들었다.


“여기서 또 다른 문제가 발생했다. 포이도 그렇고 랑도 그렇고 더욱더 강한 힘을 갖기 위해 새로운 꿈을 찾아다녔다. 마치 신생아를 찾는 것처럼 말이지”


“...”


“그러다 우리는 우연히 어떤 꿈으로 들어가게 되었다. 그 꿈은 짙은 안개로 인해 한 치 앞도 내다볼 수 없는 곳이었다. 어떤 위험이 도사릴지 몰랐기 때문에 우리는 오랫동안 천천히 꿈을 탐색했다.”


사내는 잠깐 말을 끊었다.


“그래서?”


청귀가 재촉했다.


“꿈은 인간과 괴물의 경계가 허물어진 곳이다. 도대체 무슨 일이 있었는지 알 수 없는 그 꿈에서 우리는 인간이자 괴물인 존재들을 발견했지. 그들은 스스로를 짐승이라 불렀다.”


“짐승?”


“그래, 짐승은 인간도 괴물도 아니었다. 괴물의 모습을 하고는 인간처럼 생활했다. 생각하기도 했고 도구도 사용했다.”


청귀는 눈을 찌푸렸다.


“그게 정말입니까?”


“그래, 우리는 그들을 연구하기 시작했다. 그리고 그 연구 결과가 이 지경에 이르렀지”


사내는 괴물을 가리키며 말했다.


“도대체 어떤 연구를 하면 이렇게 되는 건가요?”


“우리는 그들의 피를 마시거나 직접 몸에 주입했다. 그러나 그것만으로는 별로 달라지는 게 없자 순수한 괴물의 피를 마시고 주입하게 되었지.”


청귀는 경악했다.


“그 꿈은 여전히 그대로입니까?”


“그래”


“그럼 한 가지만 약속하면 이 자를 순순히 넘기겠습니다.”


청귀가 말했다.


“뭐지?”


사내가 물었다.


“다음 꿈속 인원 교체 때 다시 들어와 혼자 이쪽으로 오시면 됩니다. 안전은 제가 보장하겠습니다.”


“혼자 너희 쪽으로 오라고?”


“네, 그때 이 괴물을 드리죠.”


사내는 눈을 가늘게 떴다.


“왜지? 설마...유 록스의 힘을 가진 군가가 오는 건가?”


사내는 오래 산 만큼 눈치도 빨랐다.


“네, 굳이 숨기지 않겠습니다. 유 록스의 힘으로 진실을 확인하겠습니다.”


사내는 괴물과 청귀를 번갈아 가면서 봤다.


“내게는 그 이상의 선택지는 없겠지?”


“그렇습니다. 어차피 당신은 조각 소지자도 아니지 않습니까? 여기서 제가 마음만 먹는다면 당신도 죽이고 이 괴물도 죽인 후에 꿈의 조각을 회수할 수도 있습니다.”


청귀는 아무렇지 않은 표정과 말투로 위협적인 마을 했다.


“좋다. 그렇게 하지. 정말로 네가 말한 것처럼 그때까지 이 녀석을 건드리지 않는다면 말이야. 저기서 지켜보겠다.”


사내는 뒤로 돌아 자신의 진영으로 돌아갔다. 청귀도 사내가 돌아가는 것을 보고는 다시 언덕 위로 올라갔다.


“나시림님”


청귀가 나시림을 불렀다.


“무슨 일입니까?”


“이제 다음 교체까지 반 정도 남았습니다. 저는 십 분 정도 남았을 때 밖으로 먼저 나갈 생각입니다.”


“그래도 괜찮을까요?”


“네, 그리고 그르나르님을 불러주세요.”


나시림은 반대쪽 언덕에서 병사들과 같이 있던 그르나르를 불렀다.


“무슨 일인가?”


그르나르가 다가오며 물었다.


“지금 곧바로 하칼님께 전령을 보내주세요.”


“뭐라고 적지?”


“이다음 교체 시간 전에 삭망의 꿈에서 보자고요.”


“근데 지금 꾼 네 개 전부 교체 시간이 같은가?”


그르나르가 물었다.


“네, 거의 비슷하게 유지하고 있습니다. 그러니 그대로만 적어주시면 됩니다.”


“네가 직접 하면 되지 않느냐?”


“제게 배당된 하칼님의 새는 이미 날렸습니다.”


“알겠다.”


그르나르는 휘파람을 불어 새를 불렀다. 그렇게 작은 새 전령이 꿈을 나가고 한 시간이 지났다.


청귀는 안 보이는 곳에서 숨어 지켜보다가 조용히 푸른 사막의 꿈을 나가 삭망의 꿈으로 갔다.


삭망의 꿈에서는 하칼이 먼저 와 기다리고 있었다. 하칼은 산 위에 서서 저 멀리서 다가오는 청귀를 내려다보고 있었다.


이윽고 청귀가 다가오자 하칼은 곧바로 입을 열었다.


“그 괴물은 뭐냐?”


“제가 직접 대답하기보다는 일단 제가 보고 들은 것을 읽으시는 게 빠를 것 같습니다.”


청귀는 하칼에게 다가갔다. 하칼은 손을 들어 청귀의 머리에 가져다 댔다.


잠시뒤 하칼은 눈을 찌푸렸다.


“이 자의 말이 사실인가?”


“확실하지 않습니다. 직접 들어가서 보여야 할 것 같습니다.”


“이렇게 선전포고하고 왔다면 다음 교체 때 적은 총공세를 펼칠 가능성이 높다.”


“총공세요? 저 괴물 하나 때문에요?”


“그냥 단순한 괴물이 아니다. 자신들의 연구 결과이자 커다란 전력 중 하나인 조각 소지자다.”


“그렇군요.”


“그래, 우리도 좀 준비해야겠군.”


“트러스티님을 부를 생각이신가요?”


“아니다. 겉으로는 크게 변하는 건 없을 거다. 괴물들을 준비시킬 거니까.”


청귀는 고개를 끄덕였다. 잠시 뒤 하칼과 청귀 그리고 이번에 들어가기 위해 준비했던 병사들의 몸에서 빛이 나기 시작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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208 208화. 대전쟁의 서막(8) 22.08.05 18 0 10쪽
207 207화. 대전쟁의 서막(7) 22.07.31 33 0 11쪽
206 206화. 대전쟁의 서막(6) 22.07.29 17 0 12쪽
205 205화. 대전쟁의 서막(5) 22.07.24 128 0 11쪽
204 204화. 대전쟁의 서막(4) 22.07.22 24 0 11쪽
203 203화. 대전쟁의 서막(3) 22.07.17 19 0 10쪽
202 202화. 대전쟁의 서막(2) 22.07.15 136 0 11쪽
201 201화. 대전쟁의 서막(1) 22.07.11 166 0 12쪽
200 200화. 죽음의 경계에서 본 지평선(8) 22.07.08 37 0 12쪽
199 199화. 죽음의 경계에서 본 지평선(7) +1 22.07.03 40 1 13쪽
198 198화. 죽음의 경계에서 본 지평선(6) 22.07.01 32 0 10쪽
197 197화. 죽음의 경계에서 본 지평선(5) 22.06.26 132 0 11쪽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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