평등주의 사회는 없다(기계들의 봉기)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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soooos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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2020.08.03 20:08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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2022.09.02 06:0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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22.01.14 04:44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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151화. 꿈속의 나라(4)

DUMMY

하칼은 고르지의 목을 죽일 듯 졸랐다.


“켁켁”


고르지는 발버둥 치며 하칼의 손을 뿌리치려 했지만, 뜻대로 되지 않았다.


그의 기억을 들여다보던 하칼의 손아귀에는 더더욱 힘이 들어갔다. 그의 마음은 화로 가득 차기 시작했다.


고르지는 아주 오래전부터 괴물과 사람을 합성시키는 실험을 해왔다. 꿈속의 시간으로 까마득한 옛날부터였다.


끔찍한 실험은 그 목표가 무엇인지 알기 힘들 정도로 잔인했다.


강한 군대를 만들기 위함인지, 새로운 종족을 탄생시킬 목적인지 그것도 아니면 그저 고문을 위한 것인지 알 수 없었다.


하나의 새로운 무언가를 만들기 위한 두 생명체의 결합은 결코 좋은 결과를 내지 못했다.


하칼은 한참 동안 고르지의 기억을 보고는 그를 다시 놨다.


“안내해라. 그 괴물에게는 어떻게 가야 하는 거지?”


자리에 주저앉아 목을 매만지고 있던 고르지에게 말했다.


“당신은...유 록스 가문의 사람이군요...유 록스 가문이 어째서 꿈속에서 배회하는 중인가요? 당신들은 꿈속으로 가는 것을 도망친다고 생각하는 사람들 아닌가요? 정신이 나약한 자라고요.”


고르지가 말했다.


“유 록스가 그러한가?”


하칼이 물었다.


“당신은...원래 세계에서 넘어온 사람이 아니군요...”


고르지가 말했다.


“...”


하칼은 아무 대답도 하지 않았다.


“당신들은 어디서 온 겁니까?”


고르지는 하칼의 옷깃을 부여잡으며 물었다.


“우리는...”


트러스티가 고르지의 말에 대답하려하자 하칼이 제지했다.


“정말로...신세계가 있는 겁니까? 살리마님의 말처럼 정말 우리가 신세계로 갈 수 있는 겁니까? 제발...제발 알려주십시오.”


고르지는 울먹이며 말했다.


“살리마? 그게 누구지?”


“포이의 왕입니다.”


“포이의 왕이 그런 것이냐? 신세계로 갈 수 있다고?”


“저는...잘 모릅니다. 그저 오래전에 신세계로 가는 자들이 이곳을 지나친 적이 있습니다.”


하칼의 눈썹이 꿈틀거렸다.


“신세계로 가는 자들이라고?”


“네”


“누구지?”


“저도 그건 모릅니다만...심상치 않았습니다. 저는 그들에 대해 아무것도 모릅니다. 다만 한 가지 아는 것은 그들은 강했습니다. 지금까지 만난 그 어떤 괴물보다 그리고 사람보다도 강했습니다.”


“네가 강하다는 걸 어찌 알았느냐?”


“그들은 이미 깊은 갱도에서 다른 열쇠 조각을 가지고 온 상태였습니다...”


하칼이 고개를 갸웃거렸다.


“그게 무슨 뜻이지?”


“그때 당시에는 갱도가 완전히 끝장난 줄 알았습니다...갱도를 끝장냈다는 건 이곳 역시 위험하다는 뜻이죠.”


“갱도와 여기는 완전히 다른 곳이지 않느냐? 어째서 갱도와 연결을 짓는 거지?”


“그게...무슨 말씀입니까?”


“내가 유 록스라는 것을 잊었나? 네 마음 한편에는 갱도보다 이곳이 열쇠를 보관하는 데에 있어 더 좋은 곳이라 생각하지 않느냐?”


고르지는 하칼을 올려다 보며 눈을 동그랗게 떴다.


“갱도는...갱도는...무법지대일 뿐입니다...그곳은 도둑질로도 열쇠를 찾아올 수 있습니다...무...물론 힘들겠지만, 불가능한 일은 아닙니다...갱도에 사는 이들은 열쇠에는 관심이 없으니까요...그저 죽이는 것에만 관심을 가질 뿐입니다.”


“그럼 그들도 훔쳐 왔을 수도 있지 않느냐?”


“아닙니다. 제가 그들을 봤을 때 느꼈던 것은...그들은 절대로 도둑이 아니라는 것입니다. 그들은...지배자들이었습니다.”


“지배자?”


“네...그렇습니다. 각 가문의 수장들...그들에게 저는 한낱 미물에 불과합니다.”


“말이 지나치게 비약적이군.”


“하지만 사실입니다.”


“그래서 그들은 뭘 했지?”


“그들은...열쇠 조각을 합쳐 문을 열고는 다시 열쇠 조각을 조각내어 원래 자리에 가져다 놓았습니다...”


“그들이 포이의 왕인 살리마에게 간 건가? 어째서?”


“저 같은 게 뭘 알겠습니까...그저 흘려들은 바로는 신세계와 관련된 일이라고 알고 있을 뿐입니다.”


“그래서 신세계로 가고 싶은 것이냐?”


“신세계는 몽과 몽의 왕이었던 치우 때부터 내려온 전설입니다...신세계는 꿈보다도 더 꿈같은 세계이며 정말로 행복한 일만 가득하다고 들었습니다...모두 전설이라고만 생각했죠. 그러나 저는 지금 그 전설이 그저 전설만이 아니라는 것을 두 눈으로 직접 보는 중입니다.”


고르지는 경배하듯 고개를 땅에 처박고 양 손바닥을 하칼 쪽으로 들었다.


“...”


하칼은 조용히 그를 지켜봤다.


“부디...이 비천한 자에게 은혜를 내려주십시오...”


하칼은 허리를 숙였다.


“그래서 지금 열쇠 조각은 어디 있나?”


하칼이 속삭였다.


“제가 인도하겠습니다. 당신들의 길에 자그마한 손길을 보태겠습니다.”


고르지는 아까와 같이 고개를 땅으로 향한 채 걷기 시작했다. 하칼은 그의 뒤를 따라갔다.


그는 조용히 방의 끝으로 그들을 인도했다. 그곳에는 위로 올라가는 계단이 보였다.


고르지는 계단을 올랐다. 나선형으로 된 계단은 끝이 보이지 않을 정도로 엄청나게 높았다.


그들은 계단을 오르고 또 올랐다. 얼마나 올랐을까? 고르지가 걸음을 멈췄다.


“도착했습니다.”


“도착했다고?”


“네, 이곳입니다.”


하칼은 주변을 둘러봤다. 주변은 온통 벽으로 둘러싸여 있었다. 계단 외에는 아무것도 보이지 않았다.


“장난치는 것인가?”


“제가 거짓을 말하는지 진실을 말하는지 유 록스 가문의 사람 앞에서는 아무런 상관이 없습니다. 당신은 제가 하는 말을 저보다 잘 아십니다.”


고르지가 말했다.


“어디로 들어가라는 것이냐?”


하칼이 물었다.


“잘 보십시오...이미 당신들 앞에는 이 탑의 가장 높은 곳이 보입니다. 그저 아니라고 생각하기에 안보일 뿐입니다. 꿈은 누구에게나 꿈일 뿐입니다.”


고르지가 말했다.


“...”


하칼은 아무리 보고 또 봐도 그저 끝없는 계단과 벽밖에 보이지 않았다.


“그런 것이었군...”


잠시 뒤 트러스티가 한마디를 하더니 벽 뒤로 모습을 감췄다. 하칼은 트러스티가 사라진 곳으로 다가가 만졌지만, 벽밖에 없었다.


“이게 무슨 일이지?”


하칼은 어리둥절하여 주변을 돌며 벽을 만졌다.


“아직도 안 보이십니까?”


고르지가 물었다.


“그랬군요. 애초에 이곳은 그런 곳이었군요.”


청귀가 손뼉을 쳤다. 청귀가 움직이려 하자 하칼이 청귀의 팔을 잡았다.


“뭐냐? 어째서 나는 안 보이는 거냐?”


하칼이 물었다.


“하칼님 이곳은 꿈속입니다. 꿈은 꿈을 꾸는 사람의 생각이 투영되는 곳입니다.”


“하지만 여기는 내 꿈속이 아니잖아?”


하칼이 어처구니가 없다는 듯 말했다.


“자신의 꿈이라 생각해보세요.”


청귀는 아리송한 말을 남기고 사라졌다.


“그럼 저도 이만 가보겠습니다.”


이렇게 하칼을 제외한 다른 모두는 단단한 벽 뒤로 사라졌다. 하칼은 조용히 생각했다.


자신의 꿈이 아닌 곳에서 자신의 꿈이라고 생각하는 방법이 무엇인지 알아내기 위해 집중했다.


어쩌면 자신이 자유로움을 가장한 가장 작은 틀 안에 가둬둔 것일 수도 있다고 생각했다.


헛웃음이 나왔다.




하칼은 벽을 부수기 위해 있는 힘껏 때렸지만, 벽은 꼼짝도 하지 않았다.


하칼은 조용히 생각했다. 벽이 없다고 생각하려 자신에게 최면을 걸었다. 벽이 없다는 생각에 사로잡힌 하칼은 더욱더 벽에 집착하게 되었다.


슬슬 짜증 나기 시작했다. 하칼은 벽에 기대고 잠시 생각에 빠졌다. 어쩌면 벽이란 것에 너무 집착하는 건 아닐까 하는 생각이 들었다.


그는 조용히 눈을 감고 아예 다른 생각에 빠졌다. 그리고 천천히 눈을 떴다. 그러자 등에 느껴지던 벽이 사라지고 길이 보였다.


하칼은 길 안으로 들어갔다.


“드디어 오셨군요.”


트러스티가 말했다.


“그래, 내가 네게 묻고 싶은 게 있다.”


하칼이 고르지에게 다가왔다.


“네, 말씀하시지요.”


“꿈을 바꾸는 것이 다른 꿈에서도 가능한 것이냐?”


“아닙니다. 오직 이곳에서만 가능합니다. 그렇기에 이곳은 특별합니다.”


“특별하다고?”


“네...”


“그것보다 이쪽으로 오시지요.”


그때 청귀가 하칼을 불렀다.


“뭐지?”


하칼은 몇 가지 더 묻고 싶었지만, 지금은 다른 것이 더 급했다. 청귀는 계단을 빠져나오면 나타나는 작은 방을 지나 커다란 방에 있었다.


하칼은 첫눈에 이곳이 어딘지 알아봤다. 탑의 꼭대기였다. 높은 천장은 뾰족한 탑의 끝이 보였다.


그리고 방 한가운데에 있던 거대한 벌레의 엉덩이같이 생긴 부분이 여신의 몸통이라는 것을 알아차렸다.


여신은 끔찍한 괴물 그 자체였다. 하칼은 조심스럽게 여신에게 다가갔다.


하칼은 다가가 조용히 손을 뻗어 여신에게 가져다 댔다. 그는 여신에게서 아무것도 느낄 수 없었다.


하칼은 허탈한 웃음을 지었다.


여신은 공허했다.


“여신을 만든 이가 누구더냐?”


하칼이 고르지에게 물었다.


“...”


고르지는 아무 대답도 하지 않았다.


“여신을 만든 이는 네가 아니라는 것을 안다. 누구냐?”


“그것은...”


“안내인이더냐?”


“네...”


고르지가 대답했다.


“여신 말고 다른 괴물과 사람이 합쳐진 적은 없었던 것이냐?


“없습니다. 여신 이외에는 모두가 실패작입니다.”


그때 누군가가 계단 쪽에서 걸어왔다.


“결국 배신했구나...약한 종이여”


안내인이었다.


“너로구나? 이 여신을 만든 자가”


하칼은 안내인에게 말했다.


“그렇다. 그녀는 내 걸작이다. 유일하게 살아남은 새로운 종족이다. 그녀는 아름답다.”


안내인은 황홀한 표정을 지었다.


“네가 왜 실패했는지 아느냐? 그리고 저 안내인은 어떻게 성공했는지 아느냐?”


하칼이 고르지에게 물었다.


“모릅니다.”


“여신에게는 영혼이 없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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162 162화. 깊은 갱도의 꿈(3) 22.02.25 17 0 11쪽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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158 158화. 신세계의 힘(3) 22.02.11 15 0 11쪽
157 157화. 신세계의 힘(2) 22.02.07 16 0 12쪽
156 156화. 신세계의 힘(1) 22.02.04 15 0 12쪽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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154 154화. 지옥에서 부르는 연가(2) 22.01.23 16 0 14쪽
153 153화. 지옥에서 부르는 연가(1) 22.01.21 21 0 12쪽
152 152화. 꿈속의 나라(5) 22.01.16 17 0 12쪽
» 151화. 꿈속의 나라(4) 22.01.14 16 0 11쪽
150 150화. 꿈속의 나라(3) 22.01.09 15 0 12쪽
149 149화. 꿈속의 나라(2) 22.01.07 16 0 13쪽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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