평등주의 사회는 없다(기계들의 봉기)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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soooos
작품등록일 :
2020.08.03 20:08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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2022.09.02 06:0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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21.02.26 00:27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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59화. 마지막 커튼콜

DUMMY

강철로 만들어진 배에 부딪혀 오는 인도양의 파도는 그리 강하지 않았다. 바다는 언제나 그랬듯 자신만의 호흡으로 강철 덩어리를 맞이했다.


증기선은 이전의 배들과는 달리 바람의 힘도 노의 힘도 필요치 않았다. 사람들을 공포에 떨게 했던 이 시대의 마지막 돛단배는 섬의 곁에 수몰되었다.


해적왕이라는 로맨스는 이제 더는 목격할 수 없게 되었다.


그저 망령처럼 전설로만 떠돌다 훗날 이에 관해 관심을 갖는 이가 나타난다면 해적왕의 뒤를 쫓을 테지만 모든 진실은 바닷속에 잠겨 찾지 못할 것이었다.


그들은 갑판 위에서 그 모든 것을 지켜봤다. 안개가 완전히 사라지자 거뭇거뭇한 나무로 만들어진 해적왕의 배는 유령선이라고 해도 과언이 아닐 만큼 섬뜩한 자태를 뽐냈다.


그들은 샬롭의 폭탄을 배 이곳저곳에서 터뜨렸다. 해적왕의 배뿐만 아니라 노예들을 실어 나르던, 선수에 해마 상이 붙어있던 배와 해적들을 실어 나르던 배도 같이 수장시켰다.


“저 섬 안에 있는 배는 어떻게 할까요?”


샬롭이 배 이곳저곳에 붙여둔 자신의 폭탄이 터지는 것을 경이롭게 바라보며 물었다.


“놔둬. 그건 해적왕보다 훨씬 이전에 이곳으로 들어온 배일 거다.”


제천성이 대답했다.


“해적왕보다 훨씬 전에 들어왔다고요? 헌데 저렇게 멀쩡할 수가 있나요?”


트러스티가 물었다.


“이 세계에서 만들어진 배가 아니니까. 생긴 걸 봐라! 누가 저런 둥근 배를 타고 다니냐?”




해적왕의 배는 커다란 폭발음과 함께 배 밑바닥이 부서지며 그대로 바닷속으로 사라졌다.


“그럼 해적왕은 이제 사라진 건가?”


뱃머리에서 해적왕의 배가 수몰되어가는 것을 바라보던 애드문드가 물었다. 꿈에서 깨어난 지 얼마 되지 않았던 그는 여전히 몽롱했다.


언제부터인가 잠에 빠져있었던 그는 하칼이 그랬듯 꿈속에서 헤매고 있었다. 트러스티가 도착했을 때 느꼈던 인기척은 그의 것이었다.


어둠은 그를 보호하기 위한 방어막이었기에 피안이 재로 변함과 동시에 어둠 역시 사라졌다.


아마 피안이 사라지지 않았다면, 트러스티는 힘이 다해 죽는 그때까지 끝없는 어둠 속에서 헤매고 있었을 것이었다.


그러나 어둠은 사라졌고 그와 동시에 트러스티는 누워 있는 애드문드를 발견했다. 그의 상태를 확인하고 얼마지 지나지 않아 하칼과 제천성이 그녀가 있는 층으로 도착했다.


그들은 잠에 빠져들어 있던 애드문드를 깨우지 않고 그대로 자신들이 타고 온 배로 데리고 왔다.


“해적왕은 애초에 존재하지 않았던 거다. 아까 봤듯 괴물일 뿐이었지.”


제천성이 대답했다.


“해적왕의 소문들은 하나같이 말도 안 되는 것들이었어...그 누구도 본 사람이 없고 그를 만나 살아 돌아온 사람조차 없었다.


애드문드가 낮은 목소리로 말했다. 그는 조용히 배의 끄트머리로 걸어갔다. 끝에 다다른 그는 걸음을 멈추고 천천히 자신의 품 안에서 칼을 꺼내 자신의 목으로 가져다 뎄다.


“뭐하는 거야? 굳이 죽을 필요는 없다! 내가 잘 이야기 하면 몽에서 자리를 잡고 살 수 있어!”


제천성이 소리쳤다.


“아니야...”


“뭐가 아니라는 거야?”


“언젠가부터 생각했던 거다. 어째서 나만 살아남았을까?”


“섬은 너 말고는 모두 죽은 망령들이었으니까!”


“아니, 그게 아니다. 분명 내 기억은 내 배가 부서지며 바다에 빠진 곳에서 끊겼는데...어느새 다시 눈을 떠보니 배 위였다. 그리고 아까의 전투를 보고 생각했지...어쩌면 말이야...나도 이미 죽은 것은 아닐까 하는 생각이...”




그는 주저 없이 자신의 목에 칼을 쑤셔 넣었다. 그의 몸은 힘없이 배 아래로 추락하며 바닷바람에 이리저리 나부꼈다.


“정말로 그는 이미 죽은 자였을까요?”


트러스티가 반신반의 하며 물었다.


“모른다. 아마 본인도 정확히 알지 못했을 거다.”


제천성이 대답했다.


“그럼 어째서 목숨을 버린 거지...”


“좋은 꿈이라도 꿨나 보지”


하칼이 대답했다.


“좋은 꿈을 꿨는데 왜 죽나요?”


트러스티가 물었다.


“그 꿈이 행복한 꿈이었으니까...악몽이었다면 깨서 다행이라고 생각했겠지...”


“너희는 이제 어떻게 할 거냐? 군으로 돌아오는 거냐?”


제천성은 우울해진 분위기를 전환하려 주제를 바꿨다.


“아니요. 저희는 먼저 조선에 갔다 와야 합니다.”


“조선?”


“네”


“왜?”


“그럴 일이 있습니다. 군으로 돌아가기로 하기 전부터 이미 결정되어 있던 겁니다.”


“알겠다. 그럼 므겐차프트를 타러 가겠구나?”


“그냥 이대로 배로 가면 어떨까 합니다만...”


“엄청나게 오래 걸릴 텐대?”


“그럼 차프트를 타야겠네요.”


“정한 건 없는 거냐?”


“네, 일단은요. 당신을 언제 찾을지 모르는 상황이었으니까요.”


“헌데 나는 왜 찾아온 거냐?”


“아! 맞다. 이것 때문에요.”


하칼은 품에서 편지 봉투를 하나 꺼내 제천성에게 건네주었다.


“이게 뭐냐?”


“대산에서 만난 발락이 꼭 전해달라고 부탁했습니다.”


“발락이?”


“네”


제천성은 편지 봉투를 건네받자마자 곧바로 뜯었다. 그 안에는 곱게 접힌 종이가 한 장 들어있었다.


그는 종이를 폈다. 종이에는 아무것도 쓰여 있지 않고 그저 한가운데에 자그마한 검은 점이 있었다.


“아...발락이 보낸 게 아니다. 율리우스 사령관이다.”


“서홍비를 말하는 건가요?”


제천성은 하칼의 입에서 서홍비라는 이름이 나올 줄 몰랐다는 듯 그 이름을 듣자 놀라 표정으로 하칼을 바라봤다.


“언제부터 알고 있었던 거야?”


“얼마 안됐습니다. 대산 꼭대기에서 여화를 만나고 곧바로 발락과 율리우스 사령관을 만났죠. 그때 직접 들었습니다.”


“그렇군...그럼 이야기가 빠르겠네! 내가 너희들을 조선으로 데려다주지”


“데려다준다고요? 우리도 가는 길은 알고 있습니다.”


“아니, 원한다면 오늘 안으로 보내주지”


제천성이 의기양양하게 말했다.


“어떻게...”


하칼은 믿지 못하겠다는 듯 제천성을 바라봤다. 그는 어느새 진지함을 벗어던지고 원래의 익살스러운 모습으로 돌아와 있었다.


“이 종이가 그냥 종이인 것 같아?”


“그럼 무슨 종이인가요?”


“아니! 내가 말해주기 전에 너희끼리 갈건 지 아니면 내가 보내줄 지부터 대답해!”


“보내주시면 좋겠지만 다른 일행이 있어서 바로 갈 수가 없습니다.”


트러스티가 대답했다.


“일행? 누군데?”


“사령관께서는 모르는 사람들입니다.”


“그렇다면 군 출신이 아니라는 거구만?”


“그들은 군 출신이 아닙니다.”


“그렇다면 안 된다. 이건 외부인은 절대로 알면 안 된다.”


“하지만 그들은 이미 여화의 존재를 보았고 이런 이질적인 것들에 대해 알고 있습니다. 줄 곳 저희와 함께 여기까지 왔습니다. 아마 그들이 없었다면 저희는 이곳에 도착할 수조차 없었을 겁니다.”


트러스티가 말했다.


“그것도 그렇지만 진짜로 조선에 가야 하는 사람은 우리가 아닙니다.”


하칼이 트러스티의 말을 이어받았다.


“도대체 누구...”


뿌우


갑자기 커다란 뱃고동 소리가 제천성의 말을 막았다. 소리는 점점 그들과 가까워졌다.


“트러스티!”


애타게 트러스티의 이름을 부르는 소리가 그 큰 뱃고동 소리를 뚫고 그들에게 닿았다. 심지어 배는 아직 섬에 가려 그들의 시야에 들어오지도 않은 상태였다.


“아...”


트러스티의 얼굴이 화끈거리며 부끄러움에 고개를 떨어뜨렸다.


“누구냐? 누가 이렇게 우렁차게 트러스티의 이름을 부르는 것이야! 하하하”


제천성은 배꼽을 잡고 웃기 시작했다.


“트러스티! 괜찮아?”


배가 보이자 더 커다란 소리가 들려왔다. 또 다른 증기선 한 대가 그들을 향해 다가왔다.


그리고 그 배의 뱃머리에는 난간에 아슬아슬하게 매달려 목을 앞으로 쭉 내민 한 사내가 보였다.


그는 트러스티가 보이자 활짝 웃으며 손을 흔들었다.


“야, 너 보면서 웃는 거 아니야? 손까지 흔드는데?” 이 정도면 남편 아니야? 낄낄낄“


제천성은 곧 숨이 넘어갈 듯 웃어댔다.


“제 약혼자는 맞습니다.”


트러스티가 대답했다. 그녀의 말은 그 어떤 공격보다 제천성의 뒤통수를 강하게 때렸다. 그는 머리가 띵한 듯 발작적인 웃음을 멈추고 트러스티를 바라봤다.


“정말이야?”


“네, 그리고 저 사람이 아까 말한 일행 중 한 명입니다.”


“와...살다가 이런 일을 보게 될 줄이야...”


“뭐...다 비슷한 반응이었죠. 트러스티를 알던 사람들이라면요.”


하칼이 말했다. 그 사이 로아가 타고 있던 배가 가까워졌다. 로아는 여전히 해맑게 웃으며 손을 흔들고 있었다.


로아가 타고 있던 배가 서서히 속도를 줄이다 완전히 멈춰 섰다. 두 배 사이에 오갈 수 있도록 다리가 연결되었다.


로아는 가장 먼저 다리에 올라 흔들리는 다리 위에서 낑낑대며 건너왔다.


“와...너 정말로 저런 사람이랑 같이 살 자신이 있냐?”


운동신경이라고는 찾아볼 수가 없는 로아의 몸짓을 보며 제천성이 물었다.


“아직 결혼을 한 건 아닙니다.”


“그렇지? 그냥 약혼만 하고 결혼은 생각 없는 거지?”


로아가 다리를 다 건너고는 후들거리는 다리로 비틀대며 걸어왔다.


“괜찮아?”


그는 트러스티에게 다가가서 이리저리 살피며 안부를 물었다.


“이거 가까이서 보니 여자인지 남자인지 구분이 되질 않는군!”


제천성이 흥미롭다는 듯 로아를 보고 말했다.


“나는 괜찮다. 다친 데도 없어.”


트러스티가 로아에게 말했다.


“다행이다...얼마나 걱정한 지 알아?”


로아는 그제야 안심하고 주변을 살폈다.


“나는 제천성이라고 합니다. 어쩌다가 트러스티에게 반하게 된 겁니까?”


제천성은 앞뒤 설명 없이 직설적으로 자기 생각을 물었다.


“트러스티는 제가 본 여성 중 가장 예쁩니다!”


로아는 당황하지 않고 당당하게 말했다.


“정말입니까?”


제천성은 놀란 표정으로 되물었다.


“네! 저는 로아라고 합니다.”


로아는 거대한 제천성의 몸집에 눌리지 않고 기세 좋게 대답했다.


“하하하”


제천성은 그런 로아를 보고 웃기 시작했다.


“왜 그리 웃는 거죠? 기분이 나쁘군요!”


“기분 나빴다면 미안합니다. 그저 트러스티가 약혼했다는 사실에 기분이 좋아서 그런 겁니다.”


로아는 여전히 불만이 가득한 표정을 짓고 있었다. 그 사이 하칼은 다리를 건너오는 한주민을 보고 있다 손이 닿을 거리가 되자 부축했다.


“소개해드리죠. 이분이 또 다른 저희의 일행입니다.”


“한주민이라고 합니다.”


주민은 다리에서 내려오자마자 얼떨결에 인사했다.


“이번에는 어떤 사실로 나를 놀라게 해줄 것이냐?”


제천성이 겉만 보고서는 그 속내를 알 수 없다는 것을 알고 있었다. 언제나 저렇게 웃고 농담을 했지만, 그 뒤에 무엇이 감추어져 있고 어떤 사실을 숨기고 있을지 알 수 없었다.


하칼은 잠시 고민했다. 어디까지 이야기를 해야 할지 빠르게 정해야했기 때문이었다.


주민이 어째서 같이 다니는지 자초지종을 마하려면 미카엘과 라파엘라에 대해서 말을 해야 했다.


하칼은 제천성을 믿어야 할지 도무지 감이 오지 않았다.


“왜 말 안 하는 겁니까? 내가 말할까요?”


침묵이 길어지자 샬롭이 참지 못하고 나섰다.


“조용해”


그러나 하칼의 생각을 알아차린 트러스티가 샬롭을 막았다.


“한 가지만 묻겠습니다. 당신은 누구의 편입니까?”


하칼의 목소리는 차분하고 비장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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92 92화. 이상자의 이상(1) 21.06.20 23 0 12쪽
91 91화. 섬 이에 21.06.17 24 0 11쪽
90 90화. 몽-002 21.06.13 29 0 13쪽
89 89화. 접신(10) 21.06.10 31 0 13쪽
88 88화. 접신(9) 21.06.06 29 0 12쪽
87 87화. 접신(8) 21.06.03 27 0 12쪽
86 86화. 접신(7) 21.05.30 33 0 13쪽
85 85화. 접신(6) 21.05.27 30 0 11쪽
84 84화. 접신(5) 21.05.23 32 0 12쪽
83 83화. 접신(4) 21.05.20 32 0 11쪽
82 82화. 접신(3) 21.05.16 30 0 12쪽
81 81화. 접신(2) 21.05.14 32 0 12쪽
80 80화. 접신(1) 21.05.10 31 0 14쪽
79 79화. 오랜 힘과 계획의 단면(7) 21.05.06 34 0 12쪽
78 78화. 오랜 힘과 계획의 단면(6) 21.05.02 31 0 12쪽
77 77화. 오랜 힘과 계획의 단면(5) 21.04.29 35 0 14쪽
76 76화. 오랜 힘과 계획의 단면(4) 21.04.25 34 0 15쪽
75 75화. 오랜 힘과 계획의 단면(3) 21.04.22 39 0 14쪽
74 74화. 오랜 힘과 계획의 단면(2) 21.04.18 37 0 14쪽
73 73화. 오랜 힘과 계획의 단면(1) 21.04.15 34 0 13쪽
72 72화. 백두산에서 시작되는 바람(5) 21.04.11 37 0 12쪽
71 71화. 백두산에서 시작되는 바람(4) 21.04.08 50 0 12쪽
70 70화. 백두산에서 시작되는 바람(3) 21.04.04 39 0 14쪽
69 69화. 백두산에서 시작되는 바람(2) 21.04.01 39 0 14쪽
68 68화. 백두산에서 시작되는 바람(1) 21.03.28 37 0 14쪽
67 67화. 범 사냥꾼들의 밤(5) 21.03.26 35 0 13쪽
66 66화. 범 사냥꾼들의 밤(4) 21.03.22 41 0 15쪽
65 65화. 범 사냥꾼들의 밤(3) 21.03.19 38 0 14쪽
64 64화. 범 사냥꾼들의 밤(2) 21.03.14 37 0 13쪽
63 63화. 범 사냥꾼들의 밤(1) 21.03.11 44 0 12쪽
62 62화. 이(異)와 이(利) 그리고 조선 21.03.08 35 0 13쪽
61 61화. 괴물들이 난무하는 곳 21.03.04 33 0 14쪽
60 60화. 괴물을 위한 괴물 21.02.28 35 0 12쪽
» 59화. 마지막 커튼콜 21.02.26 37 0 12쪽
58 58화. 과거의 눈물은 현재의 비가되어(3) 21.02.21 60 0 12쪽
57 57화. 과거의 눈물은 현재의 비가되어(2) 21.02.19 37 0 14쪽
56 56화. 과거의 눈물은 현재의 비가되어(1) 21.02.15 34 0 12쪽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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