평등주의 사회는 없다(기계들의 봉기)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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soooos
작품등록일 :
2020.08.03 20:08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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2022.09.02 06:0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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21.02.28 23:58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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60화. 괴물을 위한 괴물

DUMMY

“갑자기 그게 무슨 말이냐?”


제천성이 하칼에게 물었다.


“질문 그대로입니다. 대답부터 해주시죠.”


하칼은 단호하게 말했다.


“내가 하는 대답에 따라 네 대답도 달라지는 것이냐?”


“그렇습니다.”

“그렇다면 말하지 말거라. 나는 누구의 편도 아니다. 소속이라면 몽 군대 소속이겠지만 편이라는 건 다른 이야기지”


“예전에 당신이 말한 것 처럼요?”


“내가 네게 무슨 말을 했지?”


제천성은 정말로 기억이 나지 않았다.


“예전에 당신은 몽 군대에 들어와 몽을 위해 싸우는 것이 그저 애국심 같은 것 때문이 아니라 했죠.”


“그래? 그건 지금도 마찬가지다.”


“당신은 자신의 전투에 대한 갈망을 채우기 위해 이해관계가 맞는 몽에 몸을 담고 있다고 했죠.”


“그것도 틀린 말은 아니다. 여전히 달라진 것도 없고 말이야.”


“알겠습니다. 어쩔 수 없죠. 저희는 따로 가겠습니다.”


하칼은 체념하며 이야기를 마무리 지으려 했다.


“그게 무슨 말인가요?”


그때 주민이 하칼에게 물었다. 하칼은 주민을 데리고 제천성과 멀찍이 떨어졌다. 주민은 하칼에게 자초지종을 물었다.


하칼은 주민이 도착하기 전에 오갔던 제천성의 제안에 대해 이야기 했다. 그리고 그 제안을 거절한 이유도 말했다.


다른 사람은 몰라도 주민에게는 꼭 알려주어야 한다는 생각이 들었기 때문이었다.


“저는 미카엘과 라파엘라에 대해 누구에게도 말하고 싶지 않습니다.”


주민은 조용히 하칼의 말을 들었다.


“그렇군요...그럼 제가 한 가지만 물어보겠습니다.”


하칼이 말을 마친 후에도 잠시 동안 생각에 잠겨있던 주민이 물었다.


“말씀하시지요.”


“하칼님은 조선에 도착하여 미카엘과 라파엘라를 만난 뒤 어찌하실 생각이신가요?”


“그야,,,저번에 말했듯 군으로 돌아갈 생각입니다.”


“그렇다면 군에 소속된 상태에서 미카엘과 라파엘라에 대한 정보를 강요한다면 어쩌실 건가요?”


“음...”


하칼은 그 부분은 생각해본 적이 없었다. 주민의 말처럼 군으로 돌아가게 되고 정말로 군에서 미카엘과 라파엘라에 대한 명령이 떨어진다면 어떻게 해야 할지 상상이 가지 않았다.


그는 어느 쪽도 버릴 수 없는 갈림길에 서게 될 것이었다.


“제 생각은 이렇습니다. 일단 조선으로 같이 가겠지만 그 후에는 저와 아이들에 대해서 그 어떤 것도 알려드리지 않을 생각입니다. 그렇게 된다면 조선에서 헤어진 후에 행방은 모르시니 군에도 알릴 수 없겠죠. 그저 마지막으로 본 곳이 조선이라고 진실을 이야기하시면 됩니다.”


“음...”


하칼은 고개를 끄덕였다.


“그렇다면 지금 군에도 소속되어있지 않고 미카엘과 라파엘라에 대한 어떤 명령도 받지 않은 상태에서 조선에 가야 하는 이유를 알려주는 것도 크게 문제 되지는 않을 거라 생각합니다. 제천성 사령관이 조선까지 따라올 정도로 한가한 사람은 아니지 않습니까?”


“저 사람은 그 정도로 한가한 사람은 아닙니다. 싸우러 가는 것이라면 모를까 사람을 찾으러 가는 일에 발 벗고 나설 사람은 아닙니다.”


“혹시라도 사령관이 개인적으로 우연히 듣게 된 정보를 나라와 공유하는 사람이면 안 되지만요.”


“그렇지는 않을 겁니다.”


“확신하시나요?”


“네, 아마 미카엘과 라파엘라에 대해 누군가가 물어본다면 주저 없이 대답하겠지만, 묻지도 않았는데 먼저 말하지는 않을 겁니다. 그리고 말을 한다 해도 상관없습니다. 저희가 군으로 돌아가기 전까지는 목숨을 걸고 도망칠 수 있도록 할 것이니까요. 또한, 조선에 간다고 했기 때문에 조선에 있다고 생각하는 것이지 실제로 아이들이 어디 있는지는 모르는 일입니다.”


“알겠습니다.”


“감사합니다. 어쩌면 마를님은 이런 혜안을 가지신 분이라는 것을 진작 알아보고 아이들을 부탁하셨을 수도 있겠다는 생각이 드는군요.”


“당치도 않습니다.”


“이건 아주 개인적인 질문입니다. 대답하기 싫다면 안 하셔도 됩니다. 어째서 이렇게 아이들에게 마음을 쓰시는지 물어봐도 될까요?”


하칼의 질문에 주민은 잠시 고개를 돌려 바다를 바라보았다.


“저는 예전에 미카엘과 라파엘라의 실종 사건을 맡았던 형사 중 한 명이었습니다. 그때 당시 저희는 그 어떤 실마리도 찾을 수 없었습니다. 그러다 오랜 시간이 지난 후 이렇게 아이들이 건강하게 나타나 준 것이 얼마나 좋았는지 모르실 겁니다. 하지만 그와 동시에 아무것도 해주지 못했던 것이 너무나 미안할 뿐이지요.”


“그렇군요...”


“사령관께 말하기 힘들다면, 제가 말을 하겠습니다.”


주민은 담담한 어조로 말했다.


“알겠습니다.”


둘은 대화를 마치고 다시 자리로 돌아왔다.


“이야기는 다 끝났나?”


제천성은 팔짱을 끼고 그들을 기다리고 있었다.


“네”


하칼은 주민을 바라봤다.


“우선 저에 대해 말씀드리지요. 저는 여기 있는 그 어떤 분과도 직접적인 연관이 있는 사람이 아닙니다. 한두 달 전까지만 해도 전혀 모르는 남이었습니다. 그러다 갑자기 이렇게 같이 여행을 하게 된 것은 우연이라고도 생각 할 수 있지만 어쩌면 운명이었을 지도 모릅니다. 저는 환에서 형사 일을 했었습니다. 지금은 은퇴했지만요. 허나 은퇴 후에도 도저히 잊기 힘든 사건들이 몇 있습니다. 그중 하나가 바로 아젤혼 박사님의 자녀들 실종 사건입니다.”


“헌데 그 이야기를 제게 하는 건가요?”


“왜냐하면 제가 조선에 가야 하는 이유가 바로 그 아이들 때문이니까요.”


주민의 말에 제천성의 눈썹이 움찔거렸다. 아닌척했지만, 충격이 아예 없는 것은 아닌 듯했다.


“그럼...지금 미카엘과 라파엘라가 조선에 있다는 건가요?”


“그렇습니다.”


주민은 망설임 없이 대답했다.


“당신은 그 아이들과 무슨 관계이기에 아이들이 어디 있는지 알고 있는 거죠?”


“안타깝게도 제가 아이들과 관계된 건 그 사건을 맡았던 형사 중 하나였다는 것뿐입니다. 그렇기에 어째서 몇 주 전 마를님이 저를 갑자기 찾아오셨는지 저도 궁금합니다.”


“마를님이? 지금 어디에 있나요?”


제천성의 목소리는 한껏 높아졌다.


“아마 죽었을 겁니다.”


이 질문에는 주민 대신 하칼이 대답했다.


“죽었다고?”


“아마도요.”


“아마도?”


제천성이 되물었다.


“이미 마를님의 몸은 움직이기 힘들 정도로 좋지 않은 상태였습니다. 그리고 그때 대원에 대규모 공격이 있었죠. 마를님은 빠져나오지 못했습니다. 그건 그렇고 한 가지만 약조해 주실 수 있나요?”


“뭘?”


“미카엘과 라파엘라에 대한 정보는 먼저 보고하지 말아주셨으면 합니다.”


“먼저 보고하지 말라고?”


“네, 황제께서 콕 짚어 아이들의 행방을 묻는다면 대답하실 수밖에 없겠죠. 하지만 그전에는 굳이 먼저 아이들에 대한 이야기 자체를 안 해주셨으면 합니다.”


“음...”


제천성은 잠시 고민했다.


“부탁드리겠습니다.”


한주민이 고개를 숙이며 말했다.


“알겠습니다. 상황을 보아하니 얼마 전까지 아이들은 너희와 같이 있던 것 같군”


“네, 맞습니다.”


하칼이 대답했다.


“아이들은 괜찮냐?”


“둘 다 잘 컸습니다. 나이에 비해 조금은 거칠지만요.”


“너희가 나를 믿고 이야기를 해줘서 고맙게 생각한다. 그래서 내가 이 문을 열기 전에 한 가지 너희에게 충고해주지.”


“충고요?”


“명심해라, 방금 전에 싸운 괴물들과 싸울 때는 절대적으로 자신만을 믿어야 한다. 그들은 모습을 바꾸는 것도 누군가를 흉내 내는 것에도 능통하니까.”


“알겠습니다. 헌데 갑자기 괴물 이야기를 하시는 이유가 뭔가요?”


“그건 너희가 나중에 겪어본다면 알 것이다. 내가 어째서 이런 말을 하는지 말이다.”


하칼과 트러스티는 제천성의 말이 쉽게 이해가 되지 않았지만, 제천성은 더 이상 말을 하지 않았다.


“알겠습니다.”


“명심하죠.”


하칼과 트러스티가 대답했다. 제천성은 샬롭을 봤다. 샬롭은 멍한 표정으로 허공을 바라보고 있었다.


그는 고개를 절래절래 흔들며 종이를 폈다.


“아까도 말했지만, 이 종이는 그냥 보통 종이가 아니야.”


제천성은 주머니에 넣어둔 파편을 꺼냈다. 그는 파편을 마치 열쇠처럼 들고 그 끝을 종이 가운데에 있는 작은 검은 점에 가져다 댔다.


그러자 검은 점이 순식간에 커지더니 종이 전체를 검게 만드는 정도를 벗어나 점점 커져 허공에 가로 세로가 족히 이 미터정도 되는 검은 구멍이 생겼다.


“이게 뭐야?”


로아가 놀라 소리쳤다.


“문이죠. 말도 안 되는 소리 같지만, 이 문을 통해서 순식간에 다른 곳으로 이동할 수 있습니다.”


제천성이 말했다.


“어느 정도 거리까지 가능합니까?”


“이 세계에 국한되어 있는 장소라면 거리는 문제가 되지 않습니다.”


“이 세계에 속하지 않은 곳도 있나요? 그리고 거리가 아무런 문제가 되지 않는다면 단 몇 걸음으로 바다도 횡단 할 수 있다는 뜻인가요?”


“가능합니다. 다만 제약이 있습니다. 들어가는 곳이나 나오는 곳 둘 중 한 군데에는 이러한 문을 열 수 있는 능력을 가진 자가 있어야 한다는 거지요.”


“그럼 이 반대편에 그 사람이 있다는 뜻인가요?”


“그렇죠.”


“이런...말도 안 되는 일이 가능하다니...”


로아는 기가 찼다.


“웃기군요. 인과율에서 벗어난 괴물들을 잡으러 스스로 인과율에서 벗어난다는 건 괴물을 잡기 위해 똑같은 괴물이 되었다는 말이나 마찬가지 아닙니까?”


하칼이 날카롭게 물었다.


“맞아, 동등한 힘이 없다면 그들을 물리칠 수 없지:


“그렇다면 결국 마지막에는 홀로 이 세상에 괴물로 남아 다른 이들을 잡아먹을 겁니다.”


“그렇게 되지 않기 위해 다른 모든 괴물을 물리치고 유일한 괴물이 되는 상황이 온다면 스스로 그 목숨을 끊을 수 있게 만들어야지”


“당신도 괴물의 일부 아닌가요?”


“맞아, 하지만 아니기도 해. 이건 내가 말로 설명할 수 없이 복잡하다. 네가 모든 사실을 직접보고 느낀 후에 스스로 결론을 지어라.”


제천성은 말을 마치고 검은 문으로 들어갔다.


“그렇다는군...우리도 들어가자”


제천성이 순식간에 사라지는 것을 본 하칼이 어깨를 으쓱하며 구멍 안으로 들어갔다.


“잠시만!”


“하칼까지 검은 문 안으로 사라지는 것을 본 로아가 다급히 말했다.


“왜?”


“잠시 기관실에 갔다 올게”


“기관실을 왜?”


“배는 다시 돌려보내야지. 갑자기 우리가 사라지면 누가 말 할 거야?”


“알았다. 빨리 갔다 와”


로아는 빠르게 뛰어 기관실로 갔다.


“일단 먼저 들어가시지요.”


로아의 뒷모습을 보던 트러스티가 주민에게 말했다.


“알겠습니다.”


주민도 대답을 하고는 검은 문으로 걸어 들어갔다.


“샬롭, 너도 먼저 가”


“말하지 않아도 그럴 생각이었어”


샬롭도 문 안으로 사라졌다. 트러스티는 로아를 기다렸지만, 그는 좀처럼 돌아오지 않았다.


그녀는 순간 기관실로 가봐야 하는 것일까 생각했지만 혹시나 길이 엇갈릴 수도 있다는 생각에 참았다.


그녀는 초조한 마음으로 기다렸다. 검은 문이 얼마나 이곳에 존재할지 알 수 없었기 때문이었다.


잠시 뒤 로아가 숨을 헐떡거리며 갑판으로 돌아왔다. 트러스티는 그에게 다가가 그의 손을 잡고 그를 끌어 문 안으로 들어갔다.


문은 트러스티와 로아가 들어가자 순식간에 줄어들어 흔적도 없이 사라졌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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90 90화. 몽-002 21.06.13 40 0 13쪽
89 89화. 접신(10) 21.06.10 43 0 13쪽
88 88화. 접신(9) 21.06.06 42 0 12쪽
87 87화. 접신(8) 21.06.03 39 0 12쪽
86 86화. 접신(7) 21.05.30 49 0 13쪽
85 85화. 접신(6) 21.05.27 44 0 11쪽
84 84화. 접신(5) 21.05.23 47 0 12쪽
83 83화. 접신(4) 21.05.20 45 0 11쪽
82 82화. 접신(3) 21.05.16 40 0 12쪽
81 81화. 접신(2) 21.05.14 42 0 12쪽
80 80화. 접신(1) 21.05.10 43 0 14쪽
79 79화. 오랜 힘과 계획의 단면(7) 21.05.06 44 0 12쪽
78 78화. 오랜 힘과 계획의 단면(6) 21.05.02 41 0 12쪽
77 77화. 오랜 힘과 계획의 단면(5) 21.04.29 48 0 14쪽
76 76화. 오랜 힘과 계획의 단면(4) 21.04.25 47 0 15쪽
75 75화. 오랜 힘과 계획의 단면(3) 21.04.22 55 0 14쪽
74 74화. 오랜 힘과 계획의 단면(2) 21.04.18 48 0 14쪽
73 73화. 오랜 힘과 계획의 단면(1) 21.04.15 49 0 13쪽
72 72화. 백두산에서 시작되는 바람(5) 21.04.11 49 0 12쪽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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70 70화. 백두산에서 시작되는 바람(3) 21.04.04 50 0 14쪽
69 69화. 백두산에서 시작되는 바람(2) 21.04.01 57 0 14쪽
68 68화. 백두산에서 시작되는 바람(1) 21.03.28 46 0 14쪽
67 67화. 범 사냥꾼들의 밤(5) 21.03.26 50 0 13쪽
66 66화. 범 사냥꾼들의 밤(4) 21.03.22 54 0 15쪽
65 65화. 범 사냥꾼들의 밤(3) 21.03.19 49 0 14쪽
64 64화. 범 사냥꾼들의 밤(2) 21.03.14 52 0 13쪽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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