평등주의 사회는 없다(기계들의 봉기)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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soooos
작품등록일 :
2020.08.03 20:08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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2022.09.02 06:0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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21.04.08 23:55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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71화. 백두산에서 시작되는 바람(4)

DUMMY

똑 똑 똑


나무로 만들어진 호텔 객실의 문을 두드리는 소리가 났다. 소리는 낮고 묵직하게 울려 퍼지며 침대에 누워 잠을 자고 있던 미카엘의 귀까지 닿았다.


실프상단의 호텔은 특히나 좋다고 소문이 났는데 그 이유 중 하나가 바로 최고급 재질로 만들어져 있었기 때문이었다.


그만큼 값이 나가기는 했지만, 그래도 집에서 멀리 여행을 온 사람들은 질 낮은 곳보다는 실프상단의 호텔을 선호했다.


미카엘은 눈을 비비며 일어났다. 그의 옆에는 라파엘라가 누워 있었다. 미카엘은 여전히 깊은 잠에 빠진 라파엘라를 봤다.


그는 손가락을 그녀의 코끝에 가져다 댔다. 약하지만, 숨이 느껴졌다.


라파엘라는 지금 사지를 사용하지 못하는 상태였다. 미카엘은 그게 얼마나 답답하고 고통스러운지 감히 상상조차 할 수 없다는 것을 알았다.


그랬기에 한시라도 빨리 거구귀를 찾아야만 했다. 그것이야말로 라파엘라를 고통에서 벗어나게 해 줄 수 있는 가능성이 생겼다.


가장 확실한 방법은 그녀를 만든 아젤혼 박사를 찾아가는 것이었지만, 돌아갈 생각은 없었다.


미카엘의 증오심 때문이기도 했지만, 더 큰 문제는 공포심이었다. 공포심은 그 어떤 감정도 잡아먹는 괴물 같은 존재였다.


똑 똑 똑


또다시 문을 두드리는 소리가 났다. 잠시 예전 일을 떠올리던 미카엘은 문 두드리는 소리에 현실로 돌아왔다.


그는 자리에서 일어나 문 쪽으로 걸어갔다. 귀를 문에 가져다 대고는 숨소리마저 들리지 않도록 숨을 참았다.


그러나 문밖에서는 아무런 소리가 들리지 않았다. 그는 사슬을 걸고 문고리를 돌렸다.


철컥


문이 열렸다. 미카엘은 문틈 사이로 밖을 봤다.


“접니다. 김청진이요.”


그는 문틈 사이로 얼굴을 보이며 말했다.


“혼자입니까?”


“네, 혼자입니다. 저 말고 다른 사람이 오기로 되어있었나요?”


“그건 아닙니다.”


“아! 어제 그 무리 때문이신가요? 혹시 해코지하러 올까 봐요?”


“아...뭐...그렇죠.”


“설마 일반인도 아니고 군인인 제가 있는데 해코지를 하러 오진 못 할 겁니다.”


“잠시만요.”


미카엘은 문을 닫고 걸려있던 사슬을 풀고 다시 문을 열었다. 청진은 웃으며 걸어 들어왔다.


“좋은 아침입니다. 잠자리는 편하셨나요?”


청진은 활기찬 목소리로 물었다.


“네! 좋은 잠자리였습니다.”


어느새 일어난 라파엘라도 활기차게 인사했다.


“너 언제 일어났어?”


미카엘이 문을 잠그며 물었다.


“나? 아까 오빠가 내 코에다가 손 가져다 댔을 때 깼어.”


“미안, 내가 깨운 건가?”


“아니야”


라파엘라는 웃었다.


“제가 어제는 당신의 미모에 눈이 멀어 묻는 걸 깜빡했습니다. 혹시 성함이 어찌 되시나요?”


청진은 라파엘라와 눈을 맞추기 위해 침대 곁에서 무릎을 꿇었다.


“저는 라파엘라라고 합니다.”


라파엘라는 웃으며 대답했다.


“역시 다시 봐도 아름답군요.”


“감사합니다. 혹시 실례가 되지 않는다면 저를 좀 일으켜 주실 수 있나요?”


라파엘라가 물었다.


“오! 그럼요! 헌데 제가 도와드려도 될까요?”


청진은 고개를 살짝 돌려 미카엘의 눈치를 살폈다.


“도와주세요. 어제는 업어주기까지 하지 않았나요?”


“그건 그럴 상황이라 그랬던 거였지만, 아무튼 그러면 실례하겠습니다.”


청진은 조심스럽게 일어나 천천히 라파엘라의 등과 목을 받치고 일으켰다.


“감사합니다.”


침대에 등을 기대고 앉은 라파엘라가 인사했다.


“결정은 내렸나요?”


미카엘이 다가오며 물었다.


“성격이 아주 급하시군요. 아침밥이라도 먹으며 이야기 나누려 하는데 어떤가요?”


대원에서의 전투에서 율리우스 사령관에게 참패를 당하고 라파엘라의 상태가 저렇게 되어버린 후에는 언제나 쫓겨 다녔다.


그러자 자연스럽게 미카엘에게는 아침과 점심 그리고 저녁의 개념이 사라져버렸다.


시간이 되거나 여유가 조금이라도 나야 밥을 먹을 수 있었다.


심지어 다마스쿠스에서 의문의 의사에게 받은 약을 먹기 전까지 라파엘라는 정신을 차리지도 못했기 때문에 그녀에게 온 신경을 집중하고 있어야만 했다.


다행히 엘리야의 대장간에 도착하고서야 제대로 된 식사와 잠을 잘 수 있었다.


“지금 놀리는 건가요? 라파엘라를 데리고 식당에 가면 분명 사람들의 관심거리만 될 뿐일 탠대요?”


“신경 쓰지 않으면 상관은 없겠지만, 신경이 안 쓰일 수가 없겠죠. 죄송합니다. 그 부분은 제가 생각이 짧았네요.”


“괜찮습니다.”


라파엘라가 대답했다. 청진은 의자 대신 바닥에 가부좌를 틀고 앉았다.


“제가 두 분을 조선으로 모셔다 드리겠습니다. 어디까지 가시는지는 모르겠지만, 목적지까지 기꺼이 동행하겠습니다.”


그는 진지한 얼굴로 말했다. 미카엘은 속을 알 수 없는 무표정한 얼굴로 청진을 바라봤다.


“한 가지만 묻겠습니다. 어째서 도와주려는 거죠?”


그는 미카엘이 이런 질문을 할 것을 예상한 듯 묘한 표정을 지으며 숨을 크게 들이쉬었다.


“저도 모릅니다.”


“모른다고요?”


미카엘이 되물었다.


“네! 사실 어제 만났을 때부터 이미 제 마음은 도와주기로 했을 겁니다. 하지만 처음 본 사람을 도와준다는 것이, 그것도 어째서 조선에 들어가야 하는지 목적도 알려주지 않는 사람을 제가 도와주고 싶은지 저도 그 이유를 찾지 못해 망설였던 것입니다. 어제 혼자 방에서 곰곰이 생각했지만, 도저히 명확한 이유를 찾을 수가 없더군요. 가끔 그렇지 않습니까? 이유를 알 수 없는 행동을 하고 싶은 마음이 샘솟을 때가 있지 않나요? 그래서 굳이 이유를 찾으려 하지 않기로 했습니다.”


“음...”


“그러니까 오히려 마음이 한결 가벼워지면서 어떻게 해야 조선으로 들어갈 수 있을까 방법을 찾게 되더군요. 쉽게 이해가 가지 않으시겠지만, 솔직한 마음입니다.”


미카엘은 오히려 이런저런 말도 안 되는 이유를 붙이는 것보다 이렇게 말해 주는 편이 더 솔직하다고 느꼈다.


그러나 그것도 자신들의 정체를 모를 때의 이야기였다. 그가 정체를 알게 된다면 어찌 나올지 알 수가 없었다.


“잠시만 생각할 시간을 주시죠.”


미카엘은 조용히 생각에 잠겼다. 분명 도박이었다.


운이 좋아 끝까지 들키지 않을 수도 있었지만, 그것을 전제로 하다가 자칫 잘못하면 최악의 경우 강제로 환으로 돌려보내 질 것이었다.


미카엘은 차라리 죽는 것을 택할 만큼 그 상황만큼은 싫었다. 머리가 아파오기 시작했다.


자신 혼자만의 문제였다면 이렇게 선택이 힘들지 않았을 것이었다. 그의 선택으로 라파엘라에게까지 엄청난 영향을 주는 상황이었다.


하아


미카엘의 깊은 한숨은 조용한 방 안에 낮게 깔렸다.


“뭐가 문제입니까? 제가 혹시나 해서 지명 수배 단지도 찾아봤지만, 두 분의 얼굴은 없었습니다. 범죄자도 아니고 뭐가 문제입니까?”


미카엘은 순간 지명수배가 아닌 실종자 목록을 찾아보라고 말하고 싶었지만, 입 밖으로 꺼내지는 않았다.


“도와주세요. 오빠가 책임감은 강하지만, 힘이 없어서 저를 데리고 다니는 게 힘이 들 거예요. 그리고 보시다시피 매사 저렇게 진지해서 재미도 없고 분위기도 어두워요.”


라파엘라가 말했다.


“하하하”


청진은 무릎을 치며 웃음을 터뜨렸다.


“좋습니다. 라파엘라가 저리 말한다면 저도 이의는 없습니다. 다만 한 가지만 약조해 주시지요.”


“뭔가요?”


“도와주시는 건 감사합니다만, 저희의 개인적인 일을 알게 되더라도 절대 상관하지 말아 주세요.”


“말 못 할 사정이 있으신가 보군요. 좋습니다. 그런 사정이 없는 사람이 어디 있겠습니까? 그저 정도의 차이일 뿐이죠. 저도 있습니다.”


정진은 고개를 끄덕이며 말했다.


“그럼 어떤 방법으로 조선으로 들어갈 건가요?”


미카엘은 거두절미하고 곧바로 본론으로 들어갔다.


“언제나 느끼는 거지만, 성격이 정말로 급하시군요.”


“성격이 급한 것이 아니라 저희가 조선에 가려는 이유가 시급해서입니다.”


“어차피 이유도 말 안 해줄 거면서 그렇게 이야기하는 건 아니라고 생각합니다. 제가 이해할 수가 없죠.”


“저희는 조선의 어느 마을을 목적지로 삼아 가는 것이 아닙니다. 누구를 찾기 위해서 가려 합니다.”


“누구를 찾으시나요?”


“조선 최고의 기계공학자인 거구귀란 인물을 찾고 있어요. 그에게 가면 라파엘라의 왼팔과 양다리를 고칠 수 있을지도 모릅니다.”


“기계공학자요? 그것도 조선에요? 무슨 말도 안 되는 소리입니까? 조선에 그런 기계공학자가 어디 있답니까?”


청진은 기겁하며 말했다. 실제로 그의 말대로 조선은 기계공학과는 정말 거리가 먼 나라였다.


그렇다고 기계공학자가 아예 없는 것은 아니었다. 몽에서 들어온 공학자들이 꽤나 많았지만, 그들이 무언가를 발명하거나 신기술을 만들려고 조선에 흘러들어온 것이 아니었다.


기술적으로 낙후된 조선을 상업적으로만 생각하고 들어온 사람들이 대부분이었다.


그마저도 몽에서 수입과 수출에 제한을 두며 수많은 기계공학자가 조선을 떠났다.


“그는 분명 조선 어딘가에 있어요. 정확하지 않지만요. 아마 어딘가에 숨어 지내고 있을 겁니다.”


“이름 있는 기계공학자가 몽이 아닌 조선 어딘가에 숨어 지낸 다라...이거 뭔가 심상치 않군요.”


“그는 범죄에 연루된 적은 없습니다. 그저 속세를 싫어할 뿐이지요.”


“아! 마치 신선이나 도사 같은 느낌이군요!”


“아무튼 그를 찾아야 합니다.”


“알겠습니다. 제가 백방으로 찾아보겠습니다.”


“그에 대해서는 군에 알리지 않았으면 합니다. 속세가 싫어 떠난 사람이 군대 내에서 입소문이 난다면 금세 일반 사람들에게도 소문이 날것입니다.”


“음...그렇겠군요. 저희가 찾아서 부탁해야 하는 입장이니 최대한 그의 뜻을 존중해야겠지요. 허면 그를 어디서 찾아야 합니까?”


“일단 대도시부터 시작해 볼까 합니다.”


“좋습니다. 그리고 아까 물어보신 조선 안으로 들어가는 계획은 이렇습니다. 라파엘라님이 저의 약혼녀가 되는 겁니다.”


“뭐라고요? 장난하는 건가요?”


미카엘이 짜증냈다.


“아닙니다. 조선말은 끝까지 들어야 합니다. 그냥 그렇게 겉으로 보여야 더 아무런 질문을 받지 않습니다. 그리고 두 분은 남매라고 소개할 겁니다. 그렇게 된다면 신경 써야 할 부분이 적어집니다.”


“일리 있는 말이군요.”


라파엘라가 말했다.


“그리고 몽에서 사고를 당한 것으로만 간략히 하면 될 것 같습니다. 원래 거짓말이라는 것이 대부분의 진실 속에 핵심적인 부분만 살짝 바꿔야 완벽해집니다.”


“나쁘지 않은 계획이군요.”


미카엘도 동의했다.


“오라버니께서 저 정도 대답이라면 좋은 계획이라고 칭찬하는 것으로 알아들어도 될까요?”


청진이 라파엘라에게 물었다.


“극찬입니다. 하하”


청진과 라파엘라는 벌써부터 농담을 주거니 받거니 했다.


피식


미카엘도 결국 웃음을 터뜨렸다.


“오! 웃을 줄 아셨군요! 저는 또 웃는 법을 모르나 했습니다.”


방안은 또다시 한바탕 웃음바다가 되었다. 미카엘은 환하게 웃고 있는 라파엘라를 바라봤다.


예전보다 사람다운 건 라파엘라였다. 그 당시 그녀는 기계 같은 인간이었다. 말수도 없고 움직임마저 극히 간결해 필요한 행동 이외에는 움직이지 않았다.


미카엘은 기분이 이상했다. 우울한 동화에서 갑작스럽게 분위기가 바뀌어 희망차고 밝은 동화가 되어버린 것만 같았다.


언제 끝날지 모르는 동화 속에서 불안함은 그를 괴롭혔다. 미카엘은 이 동화가 계속되기를 바랬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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92 92화. 이상자의 이상(1) 21.06.20 22 0 12쪽
91 91화. 섬 이에 21.06.17 23 0 11쪽
90 90화. 몽-002 21.06.13 27 0 13쪽
89 89화. 접신(10) 21.06.10 30 0 13쪽
88 88화. 접신(9) 21.06.06 28 0 12쪽
87 87화. 접신(8) 21.06.03 27 0 12쪽
86 86화. 접신(7) 21.05.30 33 0 13쪽
85 85화. 접신(6) 21.05.27 30 0 11쪽
84 84화. 접신(5) 21.05.23 31 0 12쪽
83 83화. 접신(4) 21.05.20 32 0 11쪽
82 82화. 접신(3) 21.05.16 29 0 12쪽
81 81화. 접신(2) 21.05.14 31 0 12쪽
80 80화. 접신(1) 21.05.10 31 0 14쪽
79 79화. 오랜 힘과 계획의 단면(7) 21.05.06 33 0 12쪽
78 78화. 오랜 힘과 계획의 단면(6) 21.05.02 31 0 12쪽
77 77화. 오랜 힘과 계획의 단면(5) 21.04.29 33 0 14쪽
76 76화. 오랜 힘과 계획의 단면(4) 21.04.25 34 0 15쪽
75 75화. 오랜 힘과 계획의 단면(3) 21.04.22 38 0 14쪽
74 74화. 오랜 힘과 계획의 단면(2) 21.04.18 35 0 14쪽
73 73화. 오랜 힘과 계획의 단면(1) 21.04.15 33 0 13쪽
72 72화. 백두산에서 시작되는 바람(5) 21.04.11 36 0 12쪽
» 71화. 백두산에서 시작되는 바람(4) 21.04.08 50 0 12쪽
70 70화. 백두산에서 시작되는 바람(3) 21.04.04 38 0 14쪽
69 69화. 백두산에서 시작되는 바람(2) 21.04.01 38 0 14쪽
68 68화. 백두산에서 시작되는 바람(1) 21.03.28 36 0 14쪽
67 67화. 범 사냥꾼들의 밤(5) 21.03.26 35 0 13쪽
66 66화. 범 사냥꾼들의 밤(4) 21.03.22 41 0 15쪽
65 65화. 범 사냥꾼들의 밤(3) 21.03.19 38 0 14쪽
64 64화. 범 사냥꾼들의 밤(2) 21.03.14 36 0 13쪽
63 63화. 범 사냥꾼들의 밤(1) 21.03.11 44 0 12쪽
62 62화. 이(異)와 이(利) 그리고 조선 21.03.08 34 0 13쪽
61 61화. 괴물들이 난무하는 곳 21.03.04 33 0 14쪽
60 60화. 괴물을 위한 괴물 21.02.28 35 0 12쪽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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