평등주의 사회는 없다(기계들의 봉기)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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soooos
작품등록일 :
2020.08.03 20:08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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21.05.20 23:55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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83화. 접신(4)

DUMMY

“저쪽에서 냄새가 나는군요. 아마 국밥 냄새일 겁니다. 냄새가 정말 좋군요.”


청진이 말했다.


“조금 늦었지만, 아침을 저기서 먹을까?”


미카엘이 물었다.


“그래!”


그들은 맛있는 냄새가 나는 곳으로 걸어갔다. 평상과 나무로 만든 식탁에는 삼삼오오 앉아 이야기하는 사람들로 북적였다.


아침이었지만, 그들은 모두 순을 한 잔씩 곁들여가며 국밥을 먹고 있었다.


미카엘은 평상이 아닌 자리를 찾았다. 마침 식탁에 앉아있던 네 명의 사람들이 일어났다.


“저기가 좋겠군요.”


미카엘은 의자를 밀고 식탁 쪽으로 갔다. 라파엘라를 위해 의자 하나를 빼 옆으로 비켜 놓았다.


그때 누군가가 그들이 있는 식탁으로 다가왔다.


“합석해도 될까? 보시다시피 자리가 없어서.”


“싫습니다.”


청진이 딱 잘라 거절했지만, 노인은 그냥 자리에 앉았다.


“앉아, 앉아, 괜찮으니까.”


노인은 너무나도 자연스럽게 대화를 시작했다.


“누구시죠? 저희를 아시나요?”


청진이 물었다.


“일단 안자, 그리고 너희는 누군데 이렇게 꼬리가 길어? 도대체 몇 명을 데리고 온 거냐?”


노인은 허리에 차고 있던 술병을 꺼내 마시며 말했다. 미카엘은 주변을 두리번거렸다.


“두리번거리면 안 됩니다.”


청진이 미카엘에게 속삭였다.


“이 녀석은 뭘 좀 아는군.”


노인은 청진을 바라보지도 않고 능청스럽게 이야기했다.


“일단 앉죠.”


청진이 말했다.


“네 녀석이냐? 나를 찾아다녔다는 놈이?”


노인은 술을 벌컥벌컥 마시며 물었다.


“혹시?”


“그래, 네 녀석이 어제 애타게 찾아다녔던 사람이다.”


“퇴역 군인이신가요?”


미카엘이 물었다.


“그래, 몇 번을 더 이야기해야 하는 거냐? 어제 정복 전쟁에 참전했던 퇴역 군인 말고 또 다른 사람을 찾아다녔나?”


노인은 역정을 냈다.


“아닙니다.”


“뭐 드릴까요?”


얼굴에 땀이 송골송골 맺힌 주막 주인이 그들에게 물었다.


“우리는 국밥 네 그릇!”


노인이 말했다.


“알겠습니다.”


그녀는 빠른 걸음으로 주막 안으로 사라졌다.


“주문은 다 끝났고, 너희는 누구냐? 누군데 이렇게 평양을 시끄럽게 들쑤시고 다니는 거야?”


“저희는 아무것도 하지 않았습니다.”


미카엘이 말했다.


“아무것도 안 했는데 검은 사월회가 저리 사람을 많이 붙인다고? 말이 된다고 생각하느냐?”


“저희는 그저 거구귀를 찾고 있을 뿐입니다.”


자신을 미행하는 사람들이 검은 사월회라는 것을 듣고 상황의 긴박함을 눈치 챈 미카엘이 단도직입적으로 말했다.


“거구귀? 너희가 거구귀를 어떻게 아는 거냐? 나이도 어린놈들이?”


노인은 거구귀의 이름을 듣자 눈이 날카롭게 변했다.


“우연히 들었습니다. 우선 이 아이는 제 동생입니다. 지금 동생의 팔과 다리는 특수하게 제작된 기계식 팔과 다리를 하고 있었습니다...”


“근데 고장 나서 고치려고 거구귀를 찾는다는 거냐?”


“네”


“몽에서는 고칠 수가 없었던 거냐?”


노인이 물었다.


“네...”


“말이 되는 소리를 하거라! 몽에서 못 고치는 기계 의수가 어디 있더냐!”


노인은 콧방귀를 끼며 말했다.


“저희에게 거구귀의 행방을 알려주실 수는 없으신가요?”


미카엘은 애원했다.


“너희 거구귀가 정확히 누구인지 아느냐?”


“네, 기계공학자로 몽제국의 군대를 홀로 막아섰던 자입니다.”


“맞다. 그게 무슨 뜻인지 아느냐?”


“...”


미카엘은 노인이 어떤 대답을 원하는지 알지 못하여 아무런 대답도 하지 않았다.


“거구귀 혼자서 한나라를 순식간에 멸망시킬 수 있다는 뜻이다.”


“위험하다는 뜻인가요?”


“위험? 그저 위험한 것이 아니다. 거구귀는 다시는 세상에 나오면 안 되는 인물이다. 이단 됐다. 너희에게 말해줄 것은 아무것도 없다.”


노인은 자리에서 일어났다.


“어르신”


청진이 다급하게 불렀지만, 노인은 주막 주인에게 다가갔다.


“국밥은 먹은 것으로 치고 여기 국밥값이오.”


“고맙습니다.”


주막 주인은 갑자기 들어온 공짜 돈에 화색을 띠며 말했다. 노인은 유유히 주막을 빠져나갔다.


미카엘은 벌떡 일어나 노인과 똑같이 돈만 쥐어 주고는 라파엘라를 데리고 노인의 뒤를 따라갔다.


“놓치면 안 돼”


미카엘은 이를 악물고 사람들을 헤치며 나갔다. 청진은 이미 먼저 나가 노인의 뒤를 따라가며 미카엘에게 손짓을 해주었다.


미카엘은 청진을 따라갔다.


“어르신!”


청진이 다급하게 노인을 불렀다. 그러자 노인은 걸음을 멈추고 뒤로 홱 돌았다.


“너희 미쳤어? 이런 도시 한복판에서 그 괴물에 대해 말을 한다는 게 무슨 의미인지 알아?”


노인은 눈을 부릅뜨며 말했다.


“아뇨...저는 잘 모릅니다.”


청진은 당황했다. 거구귀의 이름에 노인이 이렇게나 화를 내리라고는 상상도 못 했다.


“너희들이 달고 온 저놈들이랑 당장 꺼져!”


“...”


청진은 아무 말도 하지 못했다.


“그 노인은 어디 갔죠?”


미카엘이 황급히 뛰어오며 물었다.


“저기 있습니다.”


노인은 아직 시야에서 완전히 사라지지 않은 상태였다.


“빨리 갑시다.”


미카엘은 의자를 힘차게 밀며 달리기 시작했다.


“잠깐 이야기 좀 나눌 수 있을까요?”


그때 그들을 따라다니던 사람 중 한 명이 미카엘 앞을 가로막았다. 그는 중절모와 길고 검은 코트를 입고 있었다.


“저희가 좀 바쁩니다.”


미카엘은 그를 지나치려고 했다.


“잠깐이면 됩니다.”


그러나 남자는 또다시 미카엘의 앞을 막았다.


“도시 한복판에서 이게 뭐 하는 짓이지? 검은 사월회는 그래도 된다는 거냐?”


청진이 남자를 밀쳤다. 남자는 뒤뚱거리며 뒤로 넘어질 뻔하다 겨우 중심을 잡았다. 그사이 청진은 미카엘과 함께 그를 지나쳐갔다.


“괜찮으신가요?”


또 다른 검은 코트를 입은 남자가 다가와 물었다. 다가온 남자는 모자를 쓰고 있지 않았다.


“그래”


모자를 쓰고 있던 남자가 코트를 털며 대답했다.


“이 녀석들이!”


모자를 쓰고 있지 않은 남자가 품에서 권총을 꺼냈다.


“뭐 하는 짓이냐? 다시 넣어라”


모자 쓴 남자가 말했다.


“놓치면 안 되지 않습니까?”


“아직 기회는 있다. 이번 접촉은 그저 목표를 확인 하려 했던 것일 뿐이다. 목표가 확인되었음을 모두에게 알려라. 그리고 네가 권총을 쓴다고 하여도 싸운다면 결국 죽는 건 너다.”


“저희가 찾던 아이들이 맞는다는 겁니까?”


“그래, 저들을 자극하면 안 된다. 특히 저 여자아이는 절대로 건드리지 마라.”


“알겠습니다.”


모자를 쓰지 않은 남자는 반신반의 한 표정으로 권총을 다시 집어넣었다. 그 사이 미카엘 일행은 노인을 따라잡았다.


“내가 가라고 했지”


“한 번만 도와주세요.”


미카엘이 말했다.


“그 전에 네 동생 상태나 살펴라”


노인은 혀를 차며 말했다. 미카엘은 그제야 라파엘라가 허리에 힘을 잔뜩 주며 넘어지지 않으려 안간힘을 쓰고 있다는 것을 알아차렸다.


“미안”


미카엘은 라파엘라의 어깨를 잡아 제대로 앉히며 사과했다.


“아니야, 괜찮아.”


라파엘라는 힘을 주며 입을 깨물었는지 입술에서 피가 났다. 청진은 손수건으로 피를 닦았다. 노인은 고개를 저었다.


“실력 있는 기계공학자는 몽에 훨씬 많다. 정 안되면 아젤혼 박사한테 가봐”


노인이 말했다.


“아젤혼은 안 됩니다.”


미카엘이 너무나도 단호하게 말하자 노인은 걸음을 멈췄다.


“어째서?”


노인은 돌아서서 미카엘을 바라봤다.


“그건...”


미카엘은 대답하지 못했다.


“도와달라는 녀석이 아무것도 안 가르쳐 준다고? 나는 네 녀석의 뭘 믿고 알려줘야 하는 거냐?”


미카엘은 침을 꿀꺽 삼켰다. 청진도 미카엘을 바라봤다.


“제가 설명을 한다면 도와주실 수 있나요?”


미카엘이 물었다.


“허! 웃기는 녀석일세! 순서를 잘못 알고 있는 거 아니냐?”


“그만큼 제가 하려는 말이 중요합니다.”


미카엘은 지지 않았다.


“중요하다고? 그건 어디까지나 네 생각인 것일 수도 있다. 네가 중요하다고 생각하지만, 남에게는 아무것도 아닐 수도 있어.”


“그렇지 않을 겁니다. 확신하죠. 목숨이 달린 문제입니다.”


노인은 미카엘의 눈을 바라봤다. 미카엘은 노인의 시선을 피하지 않았다.


“웃기는 녀석이군...일단 따라와라”


노인은 다시 걷기 시작했다. 그러나 이번에는 그들에게서 멀어지려는 걸음이 아닌 그들을 인도하는 걸음이었다.


“제 이야기를 들으신다면 분명 마음이 바뀔 겁니다.”


“마음이 바뀐다고?”

“청진님한테도 해당하는 말입니다.”


미카엘은 청진을 바라보지 못했다.


“뭔가 엄청난 비밀인가 보군요?”


“...”


미카엘은 청진의 질문에 대답하지 않았다.


“좋습니다. 일단 이곳을 벗어나죠. 특히 저들에게서 벗어나야 할 것 같습니다.”


“저들을 따돌릴 수는 없다. 도시를 벗어나야 한다.”


“벗어나면 저들에게 완전히 노출되는 거 아닙니까?”


청진이 물었다.


“너 군인이지? 무각하고 무반만 봐도 안다.”


“맞습니다.”


“넌 저들이 덤빈다면 순순히 잡혀갈 거냐?”


“절대 아니죠.”


“저들이 너에 대해 모를 것 같으냐? 아마 저들도 쉽사리 덤비지는 못할 것이다. 목적에 따라 다르겠지만, 지금 저들이 하는 행동을 봐서는 힘만으로 해결하려는 것은 아닐 게다. 그랬으면 진작 잡아갔겠지”


“알겠습니다.”


“그러니까 오늘은 적당한 곳에서 쉰다. 굳이 무리해서 도시 밖으로 나가지 않을 것이야. 그리고 네 이야기도 들을 거고.”


“그럼 내일은 밖으로 나갈 수 있나요?”


노인은 청진의 질문에는 대답도 하지 않고 좁은 골목길로 들어갔다.


노인이 인도한 곳은 초가집과 같이 낮은 집들 사이에 전혀 어울리지 않는 3층의 벽돌 건물 대여섯 개가 모여 있는 곳이었다.


건물 샛길로로 들어서자 그들은 순간 다른 도시에 와 있다는 착각이 들 정도로 이국적이었다.


“여긴 몽령 감사들이 지내는 곳이다. 누구도 쉽게 들어올 수 없어.”


“저희는 여기에 들어갈 수 있나요?”


청진이 물었다.


“기억해라, 네가 몽조수비대 소속 군인이라면 공짜로 이 건물의 숙박시설을 이용할 수 있다. 먼저 온 사람들로 꽉 차 있지 않다면 말이야. 대도시에는 무조건 있는 건물이다.”


“저는 몰랐습니다.”


“대부분 모르지”


노인은 건물 안으로 들어갔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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