평등주의 사회는 없다(기계들의 봉기)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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soooos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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2020.08.03 20:08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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21.05.23 23:55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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84화. 접신(5)

DUMMY

건물의 가장 높은 층의 방에 들어온 넷은 소파에 앉았다.


“이제 말해 보거라”


노인은 기다리지 않았다. 이건 미카엘도 원하는 바였다.


“우선 통성명부터 하지 않겠습니까?”


“통성명?”


미카엘이 통성명을 이야기하자 노인은 눈살을 찌푸렸다.


“네, 우선 이름부터 알아야 하지 않겠습니까?”


미카엘은 통성명을 고집했다.


“그럼 네 녀석이 먼저 말해 보거라”


노인이 미카엘을 보며 말했다.


“아뇨, 저희가 제일 마지막에 하겠습니다.”


“그럼 제가 먼저 하죠. 저는 김청진이라고 합니다. 지금은 몽조 수비대에 몸을 담고 있습니다.”


청진이 먼저 이름을 이야기했다. 그다음 미카엘은 노인을 바라봤다. 노인은 잠시 머뭇거렸지만, 이내 입을 열었다.


“권현이다. 지금은 쉬고 있다.”


노인은 간단하게 자신의 이름을 말하고 미카엘을 바라봤다.


“저는 미카엘입니다. 그리고 동생은 라파엘이라고 합니다.”


미카엘 역시 간단하게 소개했다.


“당최 이해가 가지 않는군. 어째서 통성명을 하자고 한 거지? 그저 예의를 차리자는 건가? 그럼 이제 내 마을을 움직일 수 있는 이유를 말할 건가?”


“저는 미카엘이고 동생은 라파엘라입니다.”


미카엘은 또 다시 자신들의 이름만 반복했다.


“장난치는 건가?”


“그리고 성은 아젤혼이라고 합니다.”


미카엘의 말이 끝나자 잠깐 정적이 흘렀다. 미카엘의 말은 단순했지만, 쉽게 이해가 가지 않았다. 그리고 잠시 뒤 커다란 파동을 일으켰다.


“장난은 아닐 테고, 아젤혼이란 성이 흔한 것도 아닐 테고 너희가 그 아젤혼 박사의 자시들이라는 거냐?”


권현이 조용히 물었다.


“네”


미카엘은 간단하게 대답했다.


“잠시만요! 아젤혼 박사의 자식이라면 왜 이런 곳에서 헤매는 건가요? 아젤혼 박사는 몽제국에서 꽤 높은 직위를 가지고 있지 않나요?”


청진이 다급히 물었다.


“너는 모르나 보군, 하긴, 나이가 어리니 모를 수도 있지. 더군다나 몽제국 군인도 아니고 몽조 수비대라면 말이야.”


“무슨 일이 있었나요?”


청진이 물었다.


“예전에 환에서 커다란 사건이 있었지. 둘밖에 없는 아젤혼 박사의 자식이 모두 사라졌다. 당연히 납치라고 생각했다. 경찰 역시 모두 그렇게 생각하고 수사를 했지만, 결국 아무런 단서도 찾을 수 없었다.”


권현은 아무것도 모르는 청진에게 설명해주었다.


“누가 납치한 건가요?”


“그거야 나도 모르지. 그 누구도 그 질문에 대답할 수 없었다. 근데 갑자기 나타난 거지, 대답해줄 수 있는 당사자들이 말이야. 정말로 이 아이의 말이 사실이라면 말이야.”


권현의 말이 끝나자 그와 청진의 시선은 미카엘에게 향했다. 둘은 미카엘의 말을 기다렸다. 미카엘은 마른 침을 꿀꺽 삼켰다.


“납치는 없었습니다. 그들은 완전히 잘못된 방향으로 수사했습니다. 그곳에는 그저 가출밖에 없었죠.”


“가출이라...그래서 못 찾은 거였어. 모두 너희가 스스로 떠났다고 생각하지 않았기 때문에 아무런 단서를 못 찾았던 거야!”


권현은 턱을 어루만지며 말했다.


“어째서 가출한 건가요?”


청진이 물었다.


“그건...”


미카엘은 난감해했다.


“저 때문입니다.”


그때 라파엘라가 대신 대답했다.


“그게 무슨 말인가요?”


청진이 되물었다. 잠시 생각에 잠겨있던 권현도 이들의 대화에 관심을 두고 집중했다.


“아버지인 아젤혼 박사는 제 몸을 이렇게 만들었습니다. 오빠 보여주자”


그녀는 미카엘에게 말했다. 미카엘은 잠시 머뭇거리다 라파엘라의 한복 소매를 걷었다.


“그건 사고로 잃었기 때문 아닌가요?”


청진이 말했다.


“사실 저는 아무런 기억이 없습니다. 사고의 기억도 수술받은 기억도요. 그저 그렇다고 들었던 것뿐입니다.”


라파엘라가 대답했다.


“아니, 이해가 되지 않습니다. 왜 가출한 건가요? 그저 어린아이의 반항이었나요? 아무리 그렇다고 해도 이 정도 상황이면 그냥 집에 돌아가서 치료를 받는 게 좋지 않나요?”


청진이 물었다.


“사고가 아니었습니다. 사고였다면 온전한 동생의 다리가 보관되고 있어야 할 이유가 없습니다.”


미카엘의 말에 청진의 미간에 주름이 잡혔다.


“그럼 사고가 아니었다는 건가요?”


“그걸 정확히 아는 사람은 아젤혼 박사 본인뿐이겠죠. 하지만 저는 똑똑히 봤습니다. 푸른 액체가 들어 있는 유리관 속에 있던 오른쪽 다리를요. 그리고 관에는 라파엘라의 오른쪽 다리라고 적혀있음과 동시에 그 옆에 있던 탁자에는 지금의 오른 다리 설계도가 있었습니다.”


미카엘의 고백에 청진은 입을 떡 벌렸다.


“어떻게 그럴 수가...정말입니까? 어떻게 부모로 그럴 수가 있답니까?”


“제가 느꼈던 감정도 똑같았습니다. 저는 부정했죠. 내가 잘못 본 것이다. 그럴 리가 없다고 했지만, 그럴수록 기억은 더욱 선명해졌습니다.”


미카엘은 덤덤하게 말을 했다.


“끔찍하군요...”


“이유는 뭔가? 그렇게 강제적으로 자신의 딸을 개조시킨 이유가?”


권현이 물었다.


“그건 모릅니다. 저는 그 후에 그를 제대로 쳐다보지도 못했습니다.”


“...”


권현과 청진은 미카엘이 들려준 형용할 수 없는 역겨움을 느꼈다. 그들은 뭐라고 미카엘과 라파엘라를 위로해 줘야 할지 알지 못했다.


“그게 예전에 말했던 말할 수 없는 비밀인가요?”


청진이 조심스럽게 물었다.


“네, 아마도 현상수배에는 올라있지 않았겠지만, 실종자 명단에는 있었겠죠.”


미카엘이 말했다.


“그럴 수도 있겠군요...실종자 명단까지는 확인해 보지는 않았으니까요.”


청진은 한층 더 측은한 눈빛으로 라파엘라를 바라봤다.


“저는 괜찮습니다.”


라파엘라가 청진과 눈이 마주치자 웃으며 이야기했다.


“몽에서 도망쳐야 했다는 것은 이해하겠어. 그런 게 어쩌다가 이 지경이 된 건가? 아젤혼 박사가 그렇게 심혈을 기울였다면 상상도 못 할 정도로 단단했을 텐데 말이야?”


“대원에서 있었던 학살에 휘말렸습니다.”


“정말인가?”


“네”


“그곳에서 살아나왔다는 거냐?”


“네”


권현은 라파엘라를 봤다. 아직 너무나도 앳된 얼굴을 한 소녀가 총알과 폭탄이 난무하는 전쟁 통을 빠져나왔다고 생각하니 안타까운 마음이 들었다.


“솔직히 네 사정은 딱 하기는 하다. 하지만 아젤혼 박사가 심혈을 기울여 개조했다는 건 아젤혼 외에는 그 누구도 고칠 수 없어. 그걸 인정해야 한다. 그런데 굳이 이 기계 팔을 고집하는 이유가 뭐지? 그냥 떼고 평범한 기계 팔을 달면 되는 거 아닌가?”


권현이 말했다.


“혹시 몸의 일부를 기계로 대체하는 것을 본 적 있으신가요?”


미카엘이 권현에게 물었다.


“뭘 묻고 싶은 것이냐?”


“그냥 그 과정이 얼마나 힘들고 고통스러운지 아시나 물어본 겁니다.”


“허허허”


권현은 웃음을 터뜨렸다.


“...”


그는 기다란 한복을 들쳐 자신의 다리를 보여주었다. 그의 양쪽 다리 모두 기계 다리였다.


“일반 병사에게 지급되는 보급형이군요. 보아하니 일반 병사는 아니었던 것 같은데요? 제가 잘못 본 건가요?”


권현은 미카엘을 바라봤다.


“그놈 참...아픈 데를 잘 찌르는구나. 맞다. 네 말대로 나름 천인장까지 올라갔었지. 너는 기계식 팔과 다리를 만드는 데에 있어 무엇이 가장 문제가 되는지 아느냐?”


“저도 나름 기계공학을 배웠습니다. 가장 먼저 다친 곳을 절단하고 그 끝을 마개로 덮어야 합니다. 마개를 덮을 때 몸에서 거부반응이 일어나면 처음부터 다시 수술해야 하죠.”


“마개가 뭔가요?”


청진이 물었다.


“기계식 팔과 다리는 소모 용품으로 취급합니다. 전쟁이든 일상생활이든 언제나 부서지고 망가질 수 있다고 판단하죠. 그럴 때마다 전체를 떼고 다시 붙이는 작업을 할 수 없습니다. 그렇기에 마개라고 불리는 연결 부위로 막고 그곳에 기계식 팔과 다리를 붙이는 겁니다.”


“아! 그렇군요.”


청진은 손뼉을 쳤다.


“나는 신체 능력이 그리 좋은 편은 아니었다. 진급의 조건이 신체적으로 강한 이유만 있는 것은 아니니까. 그렇다고 내가 보급형을 껴야 한다는 건 아니었어. 하지만 나는 골초에 술주정뱅이였다. 특히나 두 다리를 잃은 시점에는 의존도가 더욱더 심했지”


“담배와 술 그리고 마약은 기계 이식에 치명적이죠.”


“맞아, 나는 결국 담배와 술기운이 다 빠질 때까지 수술을 받을 수 없었다. 그리고 그때 결심했다. 그냥 일상생활에만 지장 없는 팔과 다리를 달고 제대하기로 말이야. 그래도 그때 일상용 팔다리가 아닌 병사용 팔다리를 달고 나와서 이렇게 살 수 있는 거겠지.”


“그렇군요...”


권현은 너털웃음을 지으며 품 안에서 담배를 꺼냈다.


“여전히 못 끊고 있지. 근데 그거랑 네 동생이 일반적인 팔과 다리를 달지 못하는 게 무슨 상관이지?”


“지금 동생의 팔과 다리는 아주 특수하게 제작된 것입니다. 이것을 다른 것으로 교체하려면 팔 끝을 다시 도려내고 일련의 모든 과정을 다시 겪어야 합니다.”


“음...위험한가?”


권현은 꺼낸 담배를 입에 물었다.


“모릅니다. 이런 상황은 한 번도 보지 못했습니다.”


“그렇군...”


권현은 담배에 불을 붙였다.


“그럼 거구귀의 소재를 알려주시는 겁니까?”


“아니”


권현은 담배 연기를 깊게 빨아들였다.


“타당한 이유라면 알려주신다고 하지 않았습니까?”


“맞아, 너희의 사정은 딱하다. 슬프고 괴롭지. 하지만 그렇다고 거구귀를 만나게 할 수는 없다. 괴물은 잠들어 있는 채로 놔둬야 해. 그리고 거구귀도 아무런 도움을 주지 못 할 거다.”


“그건 모르는 일입니다.”


미카엘이 다급히 말했다.


“뭘 모른다는 거지? 거구귀가 고칠 수도 있다는 거냐? 아니면 괴물을 건드려도 괜찮을 수도 있다는 거냐?”


“둘 다입니다.”


“재미있군...”


“대화 도중 죄송합니다만, 어르신은 뭐가 그리 무서운 겁니까? 거구귀의 심기를 건드리는 게 두려운 겁니까? 거구귀가 충분히 강하고 두려운 존재라는 건 인정하겠습니다. 하지만 지금까지 잠잠했는데 고작 이런 일로 문제로 삼겠습니까?”


청진이 말했다.


“나도 그걸 알지 못해서 이러는 거다. 내가 알 수만 있다면 너희에게 정확히 이야기를 해줬겠지.”


“인도해 주지 않으려는 이유가 단지 거구귀를 자극하지 않기 위함입니까?”


권현은 어느새 다 타버린 담배꽁초를 버리며 마지막 남은 술을 단숨에 마셔버렸다.


“후우...그래, 행여나 일이 잘못될까 하는 생각 때문이다. 고작 그런 부탁 정도로 거구귀가 자극되지 않을 수도 있다. 그러나 이거 하나만은 명심해야 한다. 그는 부는 바람에도 마음을 바꾸는 변덕쟁이라는 걸 말이다.”


권현은 완강했다. 쉽게 그의 고집을 꺾을 수 없어 보였다. 거대한 산 사이에 철로 지은 성처럼 문을 굳게 닫고 농성을 하는 것만 같았다.


그 안에는 분명 지도가 들어있었다.


미카엘은 그 지도가 자신이 원하는 내용의 지도가 맞을 것인가 확정 지을 수 없었지만, 충분히 문을 두드리고 안 되면 억지로라도 성안으로 들어가야 한다는 생각이 들었다.


미카엘은 자신이 가진 가장 강력한 한방을 꺼냈다.


“대원에 있었던 학살에 대해 얼마나 알고 계신가요?”


이 작품은 어때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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85 85화. 접신(6) 21.05.27 30 0 11쪽
» 84화. 접신(5) 21.05.23 31 0 12쪽
83 83화. 접신(4) 21.05.20 32 0 11쪽
82 82화. 접신(3) 21.05.16 29 0 12쪽
81 81화. 접신(2) 21.05.14 31 0 12쪽
80 80화. 접신(1) 21.05.10 31 0 14쪽
79 79화. 오랜 힘과 계획의 단면(7) 21.05.06 33 0 12쪽
78 78화. 오랜 힘과 계획의 단면(6) 21.05.02 31 0 12쪽
77 77화. 오랜 힘과 계획의 단면(5) 21.04.29 33 0 14쪽
76 76화. 오랜 힘과 계획의 단면(4) 21.04.25 34 0 15쪽
75 75화. 오랜 힘과 계획의 단면(3) 21.04.22 38 0 14쪽
74 74화. 오랜 힘과 계획의 단면(2) 21.04.18 35 0 14쪽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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70 70화. 백두산에서 시작되는 바람(3) 21.04.04 38 0 14쪽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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64 64화. 범 사냥꾼들의 밤(2) 21.03.14 36 0 13쪽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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