평등주의 사회는 없다(기계들의 봉기)

웹소설 > 일반연재 > 퓨전, 판타지

soooos
작품등록일 :
2020.08.03 20:08
최근연재일 :
2022.09.02 06:00
연재수 :
215 회
조회수 :
8,405
추천수 :
25
글자수 :
1,224,447

작성
21.06.03 23:55
조회
26
추천
0
글자
12쪽

87화. 접신(8)

DUMMY

권현이 창문에 머리를 기대고 있을 때 검은 사월회의 인도로 가까운 마을에 도착한 미카엘은 차가워진 라파엘라의 몸을 데우기 위해 목욕탕을 찾았다.


검은 사월회는 이런 크지 않은 마을에까지 그들에게 쾌적한 장소를 제공했다.


라파엘라를 도울 몸종까지 이미 대기하고 있던 터라 미카엘은 라파엘라를 몸종에게 맡기고 흠뻑 젖은 옷을 벗었다.


“여기 새 옷이 있습니다.”


기다렸다는 듯 누군가 다가오며 잘 개어진 옷을 미카엘에게 주었다.


“감사합니다.”


그는 고개를 한번 꾸벅이고는 밖으로 나갔다. 미카엘은 따뜻한 물에 목욕하고 저녁을 먹으러 갔다.


라파엘라는 이미 식탁에 도착하여 식사하고 있었다.


“몸은 괜찮아?”


미카엘이 라파엘라에게 물었다.


“응, 괜찮아.”


미카엘은 입맛이 없었다. 반면 청진은 배가 고팠는지 쉴새 없이 손을 움직이며 음식을 집어 입속으로 가져갔다.


그는 볼이 빵빵하게 부풀어 오를 때까지 입에 음식을 넣고 씹기 시작했다.


“풉”


그 모습을 본 라파엘라는 웃음을 터뜨렸다.


“천천히 드셔도 됩니다. 음식은 많습니다.”


음식을 가져다주던 웨이터가 웃으며 말했다.


“마이구요.”


청진은 머쓱했는지 입에 음식이 담긴 상태로 말을 했다.


“다 먹고 이야기하세요. 하하하”


라파엘라가 웃음을 터뜨렸다. 라파엘라가 크게 웃는 것을 본 청진은 절로 미소가 지어졌다. 그는 입안에 있던 음식을 모두 삼켰다.


“전 이렇게 먹는 게 좋습니다. 맛있는 음식을 한가득 넣고 먹으면 잘 어우러집니다.”


청진은 웃으며 대답하고는 다시 음식을 한가득 입안에 넣어 볼을 빵빵하게 부풀렸다.


“하하하”


그 모습을 본 라파엘라는 또다시 웃음을 터뜨렸다. 청진은 그 후로도 똑같은 방식으로 밥을 먹었다.


떠들썩했던 저녁 식사가 끝나고 셋은 방으로 올라왔다. 이번 숙소는 그리 큰 곳이 아니었기에 청진과 미카엘 그리고 라파엘라가 한방에서 묵기로 했다.


라파엘라는 침대에 누워 눈을 감았다. 미카엘도 침대에 누웠다.


“저는 정말 못된 놈인 것 같습니다.”


마지막으로 청진이 방으로 들어오며 말했다.


“왜요?”


미카엘이 물었다.


“가끔은 이런 시간이 좀 더 오래 갔으면 좋겠다는 생각이 듭니다.”


청진이 라파엘라를 바라보며 말했다.


“저도 가끔 그렇습니다. 오늘 저녁만 같으면 좋겠다는 생각이 들었습니다.”


청진은 걸어와 침대에 걸터앉았다.


“그렇군요...”


“혹시나 거구귀에게 가서도 라파엘라가 치료되지 못한다면 한 가지만 부탁드리겠습니다.”


“갑자기 그게 무슨 말입니까? 그런 불길한 말은 하지 마시죠.”

청진이 단호하게 말했다.


“저도 치료될 거라 굳게 믿지만, 행여나 안 된다면 라파엘라에게 일반적인 기계 수족을 권하려 합니다.”



미카엘은 덤덤하게 말했다.


“...”


청진은 아무 말 없이 미카엘을 바라봤다.


“알고 있습니다. 쉽지 않겠죠. 하지만 성공만 하게 된다면 평범하게 살 수는 있겠죠. 저는 라파엘라가 그런 삶을 사는 것도 너무나 좋을 것 같습니다. 그리고 평범한 가정에서 일반적인 삶을 사는 라파엘라의 옆에 당신이 있었으면 좋겠다는 생각이 듭니다.”


“그게 무슨 말입니까?”


“라파엘라만 괜찮다면 그리고 그때도 당신이 라파엘라를 마음에 두고 있다면 둘이 혼인을 하면 좋겠습니다.”


청진은 눈을 동그랗게 뜨고 미카엘을 봤다.


“진심인가요?”


“네”


“허허...갑작스럽군요...”


“싫다면 안 하셔도 됩니다.”


“아닙니다. 그런 말이 아닙니다. 참...저도 이기적인 것 같습니다. 그런 말을 들으니 마음 한편에 치료가 되지 않았으면 좋겠다는 생각이 스멀스멀 올라오는군요.”


“원래 그런 겁니다. 인간이라면요. 그리고 그런 본성이 오히려 입에 발린 말보다 더욱 믿을 수 있습니다.”


“동감합니다. 저도 요즘 그런 생각이 듭니다. 이렇게 밤마다 침대에 누워 있노라면 어째서 내가 두 분과 같이 가겠다는 생각을 한 건지 스스로 이해가 가지 않을 때가 있습니다. 그저 내가 좋아하기 때문에 그리고 마침 두 분이 누군가의 도움이 필요한 상황이었기에 그런 것이라고 생각할 뿐입니다. 제가 원하는 것과 두 분이 필요로 하는 것이 일치한 것이라고요. 결국 모두는 각자 자신을 위해 움직이는 것이지요.”


“다 똑같습니다. 예전에 라파엘라가 저에게 죄책감을 가질 필요가 없다고 했죠. 제 잘못은 없다고요. 저는 이미 라파엘라에게 용서를 받은 겁니다. 그러나 제가 자신을 용서하지 못했죠. 그것조차 이기적인 겁니다. 자신을 용서하지 못했기 때문에 당사자에게 용서를 받았다 하더라도 속죄하듯 살아가고 있습니다.”


“그렇군요...”


청진은 비가 내리는 창밖을 바라보며 말했다.


“어쩌면 우리 중 가장 어른스러운 건 라파엘라일지도 모릅니다.”


“하하! 그렇군요!”




그때 둔탁한 소리가 건물 전체에 울렸다.


“번개인가?”


쿵 쿵


연달아 건물이 울렸다.




이번에는 무언가가 부서지는 소리가 들렸다. 미카엘과 청진은 서로를 바라봤다. 불길한 예감이 엄습했다.


벌컥


노크 없이 문이 열렸다.


“빨리 피하십시오!”


그들을 여기까지 인도했던 남자가 허겁지겁 달려와 말했다.


“무슨 일인가요?”


“습격을 받았습니다.”


“습격이요?”


“네, 어떤 용병이 갑자기 들어와서는 다짜고짜 두 분을 찾았습니다.”


청진은 곧바로 일어나 라파엘라를 업었다.


“무슨 일이야?”


라파엘라는 눈을 뜨며 물었다.


“갑자기 일이 생겨서 지금 당장 출발해야 할 거 같아. 조금 힘들어도 참아줘”


미카엘은 라파엘라의 머리를 쓰다듬으며 말했다.


“응”


“정문은 안 됩니다. 저희가 최대한 막고 있기는 하지만, 전투 인원이 별로 없어 쉽지가 않습니다. 일단 뒷문으로 나가시죠.”


남자는 그들을 뒷문으로 안내했다.


쾅 쾅 탕탕


그들이 뒷문으로 빠져나가는 그 순간에도 총소리가 들렸다. 그들은 빠른 속도로 건물을 빠져나갔다.


“잠깐! 어르신은 어디 있죠?”


미카엘이 물었다.


“권현님은 아직 차에 계십니다.”


“안 돼...”


미카엘이 나지막이 말했다.


“여기에서 가까운 곳에 몸을 숨길만 한 곳이 있나요?”


청진이 소리쳤다.


“네, 뒤편으로 가면 창고가 있습니다.”


“일단 그곳으로 가죠.”


그들은 빗속을 뛰어 창고 안으로 들어갔다.


“여기라면 쉽게 들키지는 않을 겁니다.”


안내인이 말했다.


“마음을 놓을 수는 없습니다. 목표가 두 분인 인상 쉽게 물러나지는 않을 겁니다. 제가 일단 빠르게 권현님을 모셔오겠습니다.”


“네, 부탁드립니다.”


미카엘이 대답했다. 청진이 문 쪽으로 걸어갈 때 라파엘라가 그를 불렀다.


“청진님! 조심하세요. 꼭 돌아와야 해요.”


청진은 잠시 뒤를 돌아 라파엘라를 바라보며 씩 웃었다.


“당연하죠.”


그는 주먹을 불끈 쥐고 밖으로 나갔다. 그리고 무각을 이용하여 빠른 속도로 빗속을 뚫고 달렸다.


콰광 탕탕탕


건물에서는 끊임없이 총성과 파괴적인 소리가 들려왔다. 청진은 자신이 사용할 수 있는 최대의 속도로 맞췄다.


속도가 빨라질수록 내리는 비는 탄환처럼 변하여 그의 얼굴을 강타했다. 따가웠다. 그러나 속도를 줄일 수 없었다.


차가 너무나도 멀게 느껴졌다. 조금 전 라파엘라를 업고 뛰었을 때와는 전혀 달랐다. 어둠을 뚫고 차에 도착하자마자 그는 권현이 머리를 기대고 있는 창문을 두드렸다.


똑똑


권현이 일어날 기미가 보이지 않자 청진은 문을 벌컥 열었다. 그 바람에 권현의 몸은 밖으로 떨어졌다.




권현의 몸을 붙잡은 청진은 다급한 목소리로 말했다.


“지금 당장 가야 합니다. 위험에 처했습니다.”


빗방울이 권현의 얼굴에 떨어졌다. 그는 실눈을 뜨고 청진을 바라봤다.


“무슨 일이야?”


“지금 바로 출발해야 합니다.”


“어디를?”


“금강산으로요. 누군가 우리, 아니, 미카엘과 라파엘라님의 목숨을 노리고 있습니다.”


청진의 다급한 목소리는 운전석에 있던 다른 검은 사월회 회원들도 깨웠다.


“무슨 일입니까?”


“모르겠습니다. 습격을 받았습니다. 우리를 안내해준 당신네 사람이 우리에게 급히 도망치라고 했어요.”


권현은 몸을 일으켜 차 밖으로 나왔다.


“가자”


그는 지체하지 않았다. 그만큼 청진의 목소리는 다급했다. 권현은 청진의 뒤를 바짝 쫓아갔다.


건물이 가까워졌다. 건물에서는 더 이상 폭발음은 들리지 않았다. 청진은 두근거리는 가슴을 안고 뒤편에 있는 창고로 갔다.


벌컥


그는 창고 문을 열었다. 다행히 안에는 라파엘라와 미카엘이 있었다.


“다행입니다.”


청진이 말했다.


“뒤!”


그 순간 권현이 뒤에서 소리쳤다. 청진은 반사적으로 뒤로 돌았다.


부웅


그의 머리를 향해 날아오는 날카로운 검을 가까스로 피했다.


“아깝네.”


여성의 목소리인지 남성의 목소리인지 구분할 수 없는 목소리로 말했다. 검을 던진 거대한 그림자는 문 앞으로 다가와 청진을 공격했다.




청진은 피하지 않고 자신의 검을 꺼내 막았다.


“크윽”


습격자의 힘이 엄청나게 강해 청진의 무릎이 꺾이기 시작했다. 습격자는 다른 손을 들어 청진을 밀쳐냈다.


거구의 습격자는 허리를 살짝 굽히고 문안으로 얼굴을 들이밀었다.


번쩍


번개에 비친 습격자의 얼굴은 그야말로 괴물이 따로 없었다. 얼굴의 절반은 쇠로 덮여 있었고 덮여있지 않은 얼굴은 경련으로 인해 아무렇게나 움직였다.


“찾았다! 이런 곳에 숨어 있었구나! 쥐새끼 같은 놈들! 이번엔 둘 다 찾았다.”


미카엘은 생각났다. 며칠 전 평양 한복판에서 난동을 부렸던 사람이었다. 그녀는 흠뻑 젖은 머리칼을 쓸어 올렸다.


“아!”


라파엘라가 소리쳤다.


“왜?”


미카엘이 물었다.


“이 사람 대원에서 내가 죽였는데...”


그녀는 겁에 질렸다.


“대원에서 죽였다고?”


“내가 저격했던 쌍둥이 용병 중 한 명이야!”


라파엘라의 말은 미카엘의 뒤통수를 한 대 후려갈겼다. 그제야 미카엘은 어째서 이 용병이 여기까지 자신들을 따라왔는지 이해됐다.


“그때 분명 둘 다 머리에 맞았는데?”


미카엘이 말했다.


“나는 시실리아다! 이제야 기억이 나나 보구나? 너희 때문에 다마스쿠스까지 갔다 왔어! 헤헤”


시실리아는 소름 끼치는 웃음소리를 내며 다가왔다.




시실리아의 어깨에 누군가가 손을 올렸다.


“누구신지는 모르겠지만, 이렇게 난동을 피우면 곤란합니다.”


시실리아의 뒤에 그녀 못지않게 큰 키와 거대한 덩치를 가진 남자가 서 있었다.


이 작품은 어때요?

< >

Comment ' 0


댓글쓰기
0 / 3000
회원가입

평등주의 사회는 없다(기계들의 봉기) 연재란
제목날짜 조회 추천 글자수
95 95화. 세상이 꾸는 악몽(2) 21.07.02 25 0 12쪽
94 94화. 세상이 꾸는 악몽(1) 21.06.27 28 0 11쪽
93 93화. 이상자의 이상(2) 21.06.24 23 0 11쪽
92 92화. 이상자의 이상(1) 21.06.20 22 0 12쪽
91 91화. 섬 이에 21.06.17 23 0 11쪽
90 90화. 몽-002 21.06.13 27 0 13쪽
89 89화. 접신(10) 21.06.10 29 0 13쪽
88 88화. 접신(9) 21.06.06 28 0 12쪽
» 87화. 접신(8) 21.06.03 27 0 12쪽
86 86화. 접신(7) 21.05.30 33 0 13쪽
85 85화. 접신(6) 21.05.27 30 0 11쪽
84 84화. 접신(5) 21.05.23 30 0 12쪽
83 83화. 접신(4) 21.05.20 32 0 11쪽
82 82화. 접신(3) 21.05.16 29 0 12쪽
81 81화. 접신(2) 21.05.14 31 0 12쪽
80 80화. 접신(1) 21.05.10 31 0 14쪽
79 79화. 오랜 힘과 계획의 단면(7) 21.05.06 33 0 12쪽
78 78화. 오랜 힘과 계획의 단면(6) 21.05.02 31 0 12쪽
77 77화. 오랜 힘과 계획의 단면(5) 21.04.29 33 0 14쪽
76 76화. 오랜 힘과 계획의 단면(4) 21.04.25 34 0 15쪽
75 75화. 오랜 힘과 계획의 단면(3) 21.04.22 38 0 14쪽
74 74화. 오랜 힘과 계획의 단면(2) 21.04.18 34 0 14쪽
73 73화. 오랜 힘과 계획의 단면(1) 21.04.15 32 0 13쪽
72 72화. 백두산에서 시작되는 바람(5) 21.04.11 36 0 12쪽
71 71화. 백두산에서 시작되는 바람(4) 21.04.08 49 0 12쪽
70 70화. 백두산에서 시작되는 바람(3) 21.04.04 38 0 14쪽
69 69화. 백두산에서 시작되는 바람(2) 21.04.01 38 0 14쪽
68 68화. 백두산에서 시작되는 바람(1) 21.03.28 35 0 14쪽
67 67화. 범 사냥꾼들의 밤(5) 21.03.26 35 0 13쪽
66 66화. 범 사냥꾼들의 밤(4) 21.03.22 41 0 15쪽
65 65화. 범 사냥꾼들의 밤(3) 21.03.19 38 0 14쪽
64 64화. 범 사냥꾼들의 밤(2) 21.03.14 36 0 13쪽
63 63화. 범 사냥꾼들의 밤(1) 21.03.11 44 0 12쪽
62 62화. 이(異)와 이(利) 그리고 조선 21.03.08 34 0 13쪽
61 61화. 괴물들이 난무하는 곳 21.03.04 33 0 14쪽
60 60화. 괴물을 위한 괴물 21.02.28 35 0 12쪽
59 59화. 마지막 커튼콜 21.02.26 36 0 12쪽
58 58화. 과거의 눈물은 현재의 비가되어(3) 21.02.21 59 0 12쪽
57 57화. 과거의 눈물은 현재의 비가되어(2) 21.02.19 36 0 14쪽
56 56화. 과거의 눈물은 현재의 비가되어(1) 21.02.15 34 0 12쪽

구독자 통계

신고 사유를 선택하세요.
장난 또는 허위 신고시 불이익을 받을 수 있으며,
작품 신고의 경우 저작권자에게 익명으로 신고 내용이
전달될 수 있습니다.

신고