평등주의 사회는 없다(기계들의 봉기)

웹소설 > 일반연재 > 퓨전, 판타지

soooos
작품등록일 :
2020.08.03 20:08
최근연재일 :
2022.09.02 06:00
연재수 :
215 회
조회수 :
8,419
추천수 :
25
글자수 :
1,224,447

작성
21.06.06 23:55
조회
28
추천
0
글자
12쪽

88화. 접신(9)

DUMMY

“드디어 도착했군요!”


라파엘라의 옆에 있던 안내인이 소리쳤다. 그는 의기양양한 표정을 지었다.


“검은 사월회 사람인가요?”


“네, 검은 사월회 소속의 용병입니다. 그도 저희 쪽에 들어오기 전에는 꽤 악명을 떨쳤죠.”


시실리아는 뒤를 봤다.


“놔라, 일단 저 꼬맹이들을 손봐준 다음에 보자”


시실리아는 자신의 어깨에 올려 있던 손을 뿌리치며 말했다.


부웅


시실리아가 한 발짝도 떼기 전 그녀의 몸은 바깥으로 던져졌다. 두 거구의 움직임에 창고 문은 박살이 났다.


“이 틈에 가면 된다.”


밖에서 기회를 보던 권현이 말했다. 청진은 권현과 같이 창고 안으로 들어왔다.


“빨리 가시죠.”


청진은 미카엘을 업고 권현은 라파엘라를 업었다.


“잠시만요!”


안내인이 그들을 잡았다.


“무슨 일입니까? 지금 가지 않으면 기회가 없을 겁니다.”


“한 가지만 약속해주세요.”


“뭔가요?”


“나중에 힘을 다시 얻게 되었을 때 꼭 저희를 잊지 말아 주세요.”


그는 간절하게 말했다.


“잊지 말라고? 그리고 힘을 다시 얻는다고? 너희는 뭘 알고 그런 소리를 하는 거냐?”


권현이 물었다.


“자세히 말씀드릴 수는 없습니다만, 라파엘라님 부디 저희를 잊지 말아 주세요.”


그는 라파엘라 앞에서 무릎을 꿇으며 말했다. 라파엘라는 그 모습을 보고 놀라 눈이 휘둥그레졌다.


“무슨 말씀을 하시는지 이해가 잘 가지는 않지만, 절대 잊지 않겠습니다. 지금까지 감사했어요.”


“이제 됐습니다. 부디 무탈하게 도착하셔서 힘을 되찾길 바랍니다.”


안내인은 마지막으로 절을 하고는 그들을 보내주었다. 그들을 빗속에서 서로를 향해 위협적인 공격을 퍼붓는 시실리아와 검은 사월회의 용병을 지나쳐갔다.


둘은 무기도 꺼내지 않고 주먹다짐을 하고 있었다.


“어딜 도망가는 거냐!”


시실리아가 울부짖으며 그들의 뒤를 쫓아오기 시작했다.


“너야말로 어딜 가는 거냐?”


용병은 시실리아를 막아서며 말했다.


“저리 꺼져!”


시실리아는 그를 떼어내려 했지만, 그는 끈질기게 달라붙었다. 그사이 청진과 권현은 빠르게 어둠 속으로 사라졌다.


비가 오는 밤은 입에서 입김이 나올 정도로 추웠다. 권현은 물론이었고 청진 역시 사력을 다해 빗속을 뚫고 내달렸다.


몇 시간 동안 내린 비로 인해 질척해진 땅은 그들의 발을 무겁게 만들었다. 그러나 그들은 그런 것을 신경 쓸 여유가 없었다.


일단 습격자에게서 멀리 도망치는 게 급선무였다. 그렇게 그들은 어느새 금강산에 도착했다.


“잠시 쉬어간다.”


권현이 말했다. 그들은 경사가 시작되고 나무들이 어느 정도 비를 막아주는 곳에 멈춰 서서 숨을 돌렸다.


허억 허억


비에 잔뜩 젖은 옷과 가방은 그 무게가 더해져 평소보다 몇 배는 더 무겁게 느껴졌다. 청진은 긴장하여 얕은 숨으로만 호흡해 체력이 방전된 상태로 땅바닥에 누웠다.


나뭇잎 끝에 대롱대롱 매달려 있던 빗방울이 한 방울씩 그의 이마에 떨어졌다.


드르렁


청진은 코를 골기 시작했다.


“많이 힘들었나 봐요.”


라파엘라가 말했다.


“그럴 것이야. 좀 자게 놔둬 오래 자지는 않을 거니까. 원래 이렇게 한 번씩 전력을 다하면 잠시라도 자는 게 가장 회복이 빠르다.”


권현이 말했다.


“너도 폭주한 후에 잠에 빠졌었어. 잠깐 정도가 아니었지만...”


미카엘이 말했다.


“그나저나 너희들 아까 그 거인을 알고 있는 거냐?”


권현이 담배를 꺼내며 물었다.


“네, 그녀는 용병이었습니다. 대원에서 만났고요. 쌍둥이였는데 한 명이 죽고 그에 대해 복수를 하려고 따라온 것 같아요.”


미카엘이 말했다.


“그때 왜 둘 다 죽이지 않았던 거냐? 어떤 상황이건 사람을 죽인다는 건 그만큼 증오와 화를 심어준다는 것을 모르냐? 죽이려면 후환이 될 만한 모두를 죽이거나 아니면 아무도 죽이지 않아야 한다.”


권현은 꾸짖듯 말했다.


“저도 알고 있습니다. 저는 저 사람이 살아있을지 꿈에도 생각 못 했습니다.”


미카엘이 말했다.


“제가 그때 둘 모두의 이마를 저격했습니다.”


라파엘라가 말했다.


“저격?”


권현이 의외라는 듯 되물었다.


“네”


“이마에 맞고 살았다는 건가...천운이군. 그런 천운으로 살아남은 목숨을 복수에 쓰다니...참으로 안타깝군.”


권현은 담배에 불을 붙였다. 입에서 나오는 김이 담배 연기인지 아니면 추위에 나오는 입김인지 알 수 없었다.


그는 오들오들 떨고 있는 미카엘에게 납작한 철통에 담긴 술을 건넸다.


“괜찮습니다.”


미카엘이 말했다.


“안 마시면 체온이 떨어져 죽을 수도 있다. 술을 마시라는 게 아니라 살기 위해서는 마셔야 한다는 거다.”


미카엘은 떨리는 손으로 통을 받아 입에 가져다 댔다. 독한 위스키는 그의 목구멍부터 뱃속까지 지나가는 곳마다 불을 지피며 내려갔다.


딸꾹


순간 몸속으로 들어온 도수 높은 술은 미카엘을 딸꾹질하게 했다. 잠시 뒤 뱃속 저 깊은 곳에서부터 화끈거리기 시작한 온기는 점차 온몸으로 퍼져갔다.


떨림이 서서히 진정되어갔다. 미카엘은 자신이 내뿜은 숨에서 위스키의 향을 맡을 수 있었다. 향은 의외로 좋았다.


“이게 뭔가요? 정말로 술인가요?”


“어때? 괜찮아졌지?”


권현이 웃으며 물었다.


“네, 확실히 몸이 뜨거워집니다.”


“하하하”


권현이 웃음을 터뜨렸다.


“뭐가 그리 재미있습니까? 또 저 빼고 무슨 재미있는 농담을 하신 겁니까?”


그때 바닥에 누워 잠을 자던 청진이 눈을 뜨며 말했다.


“잠은 잘 잤냐?”


권현이 물었다.


“네, 잠시지만 잠을 자니 몸이 개운해졌습니다. 그나저나 그 위스키 저도 좀 주시죠.”


“자”


권현은 위스키가 들어 있는 통을 건넸다. 청진은 통을 받아 입 한가득 넣고 삼켰다.


“감사합니다.”


청진은 통을 다시 넘겨줬다.


“이제 슬슬 다시 움직여야 한다. 사실 그 습격자가 얼마나 강한지는 모르겠지만, 우리 둘이 같이 싸운다면 지지는 않을 것 같기도 해”


권현은 다 타버린 담배를 비벼 껐다.


“그럼 싸우는 게 좋지 않나요?”


미카엘이 물었다.


“그럴 수도 있다. 근데 만약 그 여자가 혼자가 아니라면 어쩔 건가? 아니면 목표인 너희만을 죽이기 위해 움직인다면? 우리가 싸워서 이길 수 있다는 뜻이 너희를 완벽하게 지키며 싸울 정도로 여유로울지는 싸우기 전에는 모르는 거다. 정말로 자신이 죽더라도 너희만 죽이려 한다면 너는 모르겠지만, 스스로 한 발짝도 움직이지 못하는 네 동생은 위험할 거다.”


권현은 그들이 처한 상황을 말했다.


“일단 움직입시다. 그리고 그 거구귀에게 가서 최소한 움직일 수 있을 정도만이라도 치료받으면 되는 거 아닙니까?”


청진이 벌떡 일어나며 말했다. 그는 손으로 흙을 털어내고는 라파엘라에게 다가가 그녀를 업었다.


“으차!”


이상한 기합과 함께 권현도 일어나 미카엘을 업었다.


“저번부터 생각했지만, 그림이 이상하기는 하군요.”


청진이 미카엘을 업은 권현의 모습을 보고 말했다.


“동감이다. 겉으로 봐서는 내가 업혀야 하는 것 아닌가? 나보다 한 뼘이나 커다란 젊은 사내를 이렇게 업고 가야 한다니...”


권현이 말했다.


“죄송합니다.”


미카엘이 사과했다.


“너를 탓하는 게 아니야. 이 기계 팔과 다리는 실로 엄청난 발명이다. 특히나 몽에서 만든 이 팔과 다리는 큰 부작용도 없다. 재활이 힘들 뿐이지. 근데 요즘 부쩍 이상하다는 생각이 든다.”


권현과 청진은 아까와 같은 속도는 아니었지만, 일반인의 걸음에 몇 배에 달하는 속도로 걸었다.


“뭐가 이상한가요?”


“기계 의수가 아닌 내 진짜 몸은 늙어 힘이 빠지고 약해지는데 기계인 부분은 그대로라는 거야. 이게 어째서 이상하냐고 물을 수 있겠지만, 생각보다 위화감이 심하다. 노화하기 전에는 절대 알 수 없는 위화감이지.”


“확실히 온전히 이해하기는 힘든 것 같습니다만, 그렇다고 전혀 이해가 안 가는 건 아닙니다.”


라파엘라가 말했다.


“오호? 그렇군. 역시 같은 동족만 이해할 수 있는 거로군!”


권현은 웃으며 말했다.


“저는 반대였습니다. 제 몸은 작고 힘이 없었는데 팔과 다리는 그 어떤 전사보다 강했죠.”


라파엘라가 말했다.


“하하하! 그렇겠구나!”


권현의 웃음소리는 산속에 울려 퍼졌다.


번쩍


번개가 쳤다. 순간 엄청난 빛이 번쩍이며 온 세상을 밝혔다.


우르르르


하늘은 숨을 머금었다.


콰광


머금었던 숨은 한 번에 뿜어져 나오며 엄청난 소리를 냈다.


“혹시 보셨나요?”


청진이 물었다.


“네가 말하지 않았으면 내가 물었을 것이야. 어째서 범이 우리와 같이 달리고 있는 것이냐?”


그들의 말처럼 조금 떨어진 숲속에서 그들의 속도에 맞춰 거대한 호랑이 한 마리가 달리고 있었다.


호랑이는 거대한 몸집에 비해 아무런 소리도 기척도 없이 달리고 있어 번개가 치기 전까지는 전혀 알아차리지 못했다.


“어찌합니까?”


“모르겠다. 범이 저리 따라온다는 건 이미 우리를 먹잇감으로 생각한다는 뜻이다. 정말로 금강산에는 소문처럼 사람을 잡아먹는 거대한 귀신같음 범이 있다는 게 사실이었구나!”


“근데 왜 그 범이 산속이 아닌 이렇게 산 아래쪽까지 온 겁니까?”


“내가 그걸 알겠냐? 인간의 고기 맛이 그리웠나 보지”


“싸워야겠죠?”


“일단 두고 보자. 우리가 이렇게 계속해서 도망간다면 포기할 수도 있다. 부디 그러기를 바라야지”


권현은 속도를 조금 더 올리며 말했다. 그러나 거대한 검은 그림자는 나무와 나무 사이를 내달리며 그들을 쫓아왔다.


“잠시 멈추는 게 좋을 것 같습니다. 이렇게 가다가는 호랑이에게 대적할 힘이 안 남겠습니다.”


청진이 말했다.


“그래야겠다. 쉽게 포기할 것 같지는 않구나.”


청진과 권현은 자리에 섰다. 권현이 미카엘을 땅에 내려놓자 미카엘은 청진에게서 라파엘라를 받아 안았다.


청진과 권현은 곧바로 총을 꺼냈다. 그들은 사방을 경계했다.


투둑 투둑


나뭇잎을 두드리는 빗소리만 들려왔다. 거대한 짐승 특유의 살기도 기척도 심지어는 숨소리조차 들려오지 않았다.


숨을 쉬지 않는 것만 같았다. 청진은 바짝 긴장했다. 군대에서 받은 훈련은 그의 몸 구석구석 스며들어 자신이 알지 못하는 사이에 전투에 적응해갔다.


그의 숨소리는 점점 옅어져 거의 들리지 않을 정도가 되었고 오감은 활짝 열려 오로지 거대한 짐승만을 찾았다.


그런데도 짐승이 어디 있는지 좀처럼 알 수 없었다. 형체가 없는 귀신은 아닐까 하는 생각이 드는 찰나였다.


바스락


육중한 무언가가 그들을 향해 걸어 나왔다. 한눈에 보더라도 거대했다. 그 크기가 얼마나 컸던지 네발로 기어 다니고 있음에도 청진의 키보다 컸다.


그림자는 천천히 다가왔다. 청진은 방아쇠에 손가락을 가져다 댔다.




청진이 총을 쐈다.




그러나 총알은 호랑이에게 닿지 않았다. 말 그대로 눈 깜짝할 사이에 호랑이는 거대한 몸을 공중에 띄우며 총알을 피했다.


짐승은 이미 알고 있었다는 듯 움직였다. 호랑이는 사뿐하게 땅에 착지했다.


“기다리고 있었다.”


범은 자신의 아가리를 벌리고 인가의 말을 내뱉었다.


이 작품은 어때요?

< >

Comment ' 0


댓글쓰기
0 / 3000
회원가입

평등주의 사회는 없다(기계들의 봉기) 연재란
제목날짜 조회 추천 글자수
95 95화. 세상이 꾸는 악몽(2) 21.07.02 26 0 12쪽
94 94화. 세상이 꾸는 악몽(1) 21.06.27 28 0 11쪽
93 93화. 이상자의 이상(2) 21.06.24 23 0 11쪽
92 92화. 이상자의 이상(1) 21.06.20 22 0 12쪽
91 91화. 섬 이에 21.06.17 23 0 11쪽
90 90화. 몽-002 21.06.13 27 0 13쪽
89 89화. 접신(10) 21.06.10 30 0 13쪽
» 88화. 접신(9) 21.06.06 29 0 12쪽
87 87화. 접신(8) 21.06.03 27 0 12쪽
86 86화. 접신(7) 21.05.30 33 0 13쪽
85 85화. 접신(6) 21.05.27 30 0 11쪽
84 84화. 접신(5) 21.05.23 31 0 12쪽
83 83화. 접신(4) 21.05.20 32 0 11쪽
82 82화. 접신(3) 21.05.16 29 0 12쪽
81 81화. 접신(2) 21.05.14 31 0 12쪽
80 80화. 접신(1) 21.05.10 31 0 14쪽
79 79화. 오랜 힘과 계획의 단면(7) 21.05.06 33 0 12쪽
78 78화. 오랜 힘과 계획의 단면(6) 21.05.02 31 0 12쪽
77 77화. 오랜 힘과 계획의 단면(5) 21.04.29 33 0 14쪽
76 76화. 오랜 힘과 계획의 단면(4) 21.04.25 34 0 15쪽
75 75화. 오랜 힘과 계획의 단면(3) 21.04.22 39 0 14쪽
74 74화. 오랜 힘과 계획의 단면(2) 21.04.18 35 0 14쪽
73 73화. 오랜 힘과 계획의 단면(1) 21.04.15 33 0 13쪽
72 72화. 백두산에서 시작되는 바람(5) 21.04.11 36 0 12쪽
71 71화. 백두산에서 시작되는 바람(4) 21.04.08 50 0 12쪽
70 70화. 백두산에서 시작되는 바람(3) 21.04.04 38 0 14쪽
69 69화. 백두산에서 시작되는 바람(2) 21.04.01 38 0 14쪽
68 68화. 백두산에서 시작되는 바람(1) 21.03.28 36 0 14쪽
67 67화. 범 사냥꾼들의 밤(5) 21.03.26 35 0 13쪽
66 66화. 범 사냥꾼들의 밤(4) 21.03.22 41 0 15쪽
65 65화. 범 사냥꾼들의 밤(3) 21.03.19 38 0 14쪽
64 64화. 범 사냥꾼들의 밤(2) 21.03.14 36 0 13쪽
63 63화. 범 사냥꾼들의 밤(1) 21.03.11 44 0 12쪽
62 62화. 이(異)와 이(利) 그리고 조선 21.03.08 34 0 13쪽
61 61화. 괴물들이 난무하는 곳 21.03.04 33 0 14쪽
60 60화. 괴물을 위한 괴물 21.02.28 35 0 12쪽
59 59화. 마지막 커튼콜 21.02.26 36 0 12쪽
58 58화. 과거의 눈물은 현재의 비가되어(3) 21.02.21 59 0 12쪽
57 57화. 과거의 눈물은 현재의 비가되어(2) 21.02.19 36 0 14쪽
56 56화. 과거의 눈물은 현재의 비가되어(1) 21.02.15 34 0 12쪽

구독자 통계

신고 사유를 선택하세요.
장난 또는 허위 신고시 불이익을 받을 수 있으며,
작품 신고의 경우 저작권자에게 익명으로 신고 내용이
전달될 수 있습니다.

신고