평등주의 사회는 없다(기계들의 봉기)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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soooos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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2020.08.03 20:08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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21.06.10 23:55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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89화. 접신(10)

DUMMY

“사람의 말을 하는 거대한 범이라니...”


청진은 놀라 말했다.


“기다리고 있었다고?”


권현이 물었다. 그러나 범은 권현의 물음에는 대답하지 않았다.


노랗게 빛나는 범의 눈은 공중에 떠서 그들을 내려다보고 있었다.


탕 탕


이번에는 권현이 범을 향해 총을 발사했다. 그러나 이번에도 범은 가뿐하게 총알을 피했다.


“와...”


청진의 입에서 감탄이 나왔다. 거대한 몸은 아름다운 곡선을 그리며 공중에서 한 바퀴를 돌고 다시 땅에 찾기 했다.


그리고 범은 조용히 기다렸다.


“알겠다. 네 마음대로 해라. 더 이상 공격하지 않겠다.”


권현은 총을 집어넣고 두 손을 들었다. 청진도 권현을 따라 총을 품 안에 집어넣었다. 어차피 몇 발을 쏘든 범은 총알을 모조리 피해버릴 것만 같았다.


그들 사이에 정적이 흘렀다. 잠시 뒤 범은 천천히 그들에게 다가왔다.


걸음걸이에서는 아무런 소리도 들리지 않았다. 그들 곁에 도착한 범은 다리를 굽히고 앉았다.


그 모습이 마치 이집트의 스핑크스를 연상케 했다. 청진은 긴장했다. 이 정도 거리에서 공격을 받게 된다면 그들은 꼼짝없이 죽게 될 것이었다.


그때 청진은 자신의 눈으로 보고도 믿기 힘든 광경이 펼쳐졌다. 호랑이의 거대한 아가리가 조금씩 버러지더니 점점 커져 사람이 지나갈 수 있을 정도의 크기가 되었다.


범의 아가리 안은 캄캄한 동굴 같았다.


“이게 뭐지?”


청진은 자신의 눈앞에서 아가리를 벌리고 있는 범을 보며 말했다.


“이번에는 범이었구나!”


권현은 손뼉을 탁치며 말했다.


“그럼 이게 거구귀의 정체라는 겁니까? 이 커다란 범이요?”


청진이 흥분해 물었다.


“맞다. 한 번이었지만, 내가 예전에 봤던 입구는 거대한 도깨비가 입을 벌려 만들었었다. 도깨비가 그저 거대한 범으로 바뀐 거다.”


“도대체 거구귀가 뭐란 말입니까? 정말로 귀신인 겁니까?”


청진이 물었다.


“겨우 이 정도로 놀라는 거냐? 그렇다면 거구귀의 힘을 본다면 너는 까무러치겠구나! 하하하”


권현이 말했다.


“대단하군요. 움직이는 문이라니...이러면 찾기가 거의 불가능한 거나 마찬가지죠.”


나무 뒤에 숨어있던 미카엘이 라파엘라를 업고 범에게 다가왔다.


“이제 다 온 거네?”


라파엘라가 웃으며 말했다.


“그런 것 같아. 목적지가 코앞이야.”


미카엘은 범의 아가리 안을 살피며 말했다.


“들어가자고”


권현이 머리와 옷에 방울져 붙어있던 빗물을 털며 말했다. 미카엘은 크게 한번 심호흡을 하고는 범의 검은 아가리 안으로 들어갔다.


그러자 둘은 검은 동굴 안으로 흔적도 없이 사라졌다. 그다음 권현이 따라 들어갔다. 이번에도 그의 몸은 검은 장막 안으로 들어가듯 순식간에 사라졌다.


이제 청진만 남은 상태였다. 그는 여전히 반신반의했다. 이게 함정이라면 모두 범의 입속으로 자진해서 들어간 것이나 다름없었다.


그는 잠시 갈등하다 이내 결심했는지 눈을 질끈 감고 범의 입속으로 들어갔다.


청진은 잔뜩 긴장해 힘이 들어가 있던 어깨를 조금씩 내렸다. 눈을 감은 채 목부터 자신의 몸이 온전한지 확인했다.


그는 실눈을 떴다. 그곳에는 범의 아가리가 사람의 키만큼 커지며 문을 만든 것보다 더 휘황찬란한 풍경이 펼쳐져 있었다.


수많은 별이 금방이라도 쏟아질 듯 수 놓인 검은 하늘이 가장 처음 보였다. 자신의 바로 눈앞에 누군가가 하늘을 가져다 놓은 것만 같았다.


“뭐해? 구경은 나중에 해도 된다.”


그는 멍하니 하늘을 보다가 권현의 목소리에 정신을 차리고 고개를 내려 앞을 봤다. 그리고 그제야 앞에 펼쳐진 무릉도원의 풍경을 봤다.


무릉도원, 단어의 뜻 그대로 이 세상이 아닌 별천지였다. 처음 보는 풍경이라 그는 어떻게 표현해야 할지 알지 못할 정도였다.


바닥은 초록색이 아닌 푸른색을 띤 잔디가 깔려 있었고 그 위에 은빛으로 빛이 나는 돌을 박아 길을 만들어 놓았다.


빛이 나는 돌길을 따라 조금만 걸으면 커다란 버드나무가 멋스러운 가지를 늘어뜨린 채 지나가는 사람의 얼굴을 간질이는 돌계단이 나왔다.


돌계단을 올라가다 보면 옆에는 자그마한 연못이 있었고 그 안에는 네다섯 마리의 비단잉어들이 헤엄치며 노닐었다.


계단의 정상에는 어떻게 존재하는지 모를 폭포가 있었는데 연못의 물은 그곳에서 흘러 내려왔다.


폭포에서 떨어진 물은 시냇물처럼 흘렀고 그 위를 가로지르는 나무로 만든 다리를 지나자 또다시 잔디밭이 나오며 그 가운데에는 커다란 기와집이 있었다.


그리고 기와집의 마당으로 들어가는 입구 어귀에 거대한 나뭇잎을 머리 위에 올려놓고 비를 피하고 있는 커다란 도깨비가 앉아 있었다.


도깨비는 삐죽 튀어나온 이빨을 가지고 있었고 머리는 마구 헝클어져 까치집보다 더했다.


미카엘 일행이 입구에 도착하자 도깨비는 커다란 손으로 자신의 머리에 쓰고 있는 여러 장의 나뭇잎을 한 장씩 꺼내 나눠주었다.


“생긴 것과는 다르게 귀엽네.”


라파엘라가 웃으며 나뭇잎을 바라봤다. 도깨비는 라파엘라의 말에 기분이 좋아졌는지 자리에서 일어나 춤을 췄다.


신나게 춤을 추던 도깨비는 순식간에 미카엘에게 다가와 라파엘라를 가리키며 업는 시늉을 했다.


“뭐라는 거지?”


미카엘이 물었다.


“얘가 자신이 나를 업고 가고 싶대”


라파엘라가 대신 대답했다.


“으앙으엉”


도깨비는 라파엘라의 말이 맞는다는 듯 고개를 격하게 끄덕이며 소리 냈다. 도깨비가 낸 소리는 말이라기보다는 어린아이가 옹알이하는 듯했다.


다만 소리가 이미 변성기가 지난 남자의 목소리라는 것 때문에 기괴하게 들렸다.


“괜찮을까?”


미카엘이 물었다.


“응, 괜찮아. 착한 아이야”


라파엘라가 웃으며 말했다. 미카엘은 조심스럽게 라파엘라를 도깨비에게 넘겨주었다. 도깨비는 거대한 덩치 때문에 라파엘라를 업지 못하고 거대한 손바닥 위에 올려놓고 걷기 시작했다.


그렇게 그들은 마당 입구를 지나 기와집을 향해 걸었다. 바람 한 점 불지 않는 곳이었다. 고요했다.


가장 처음 기와집에 도착한 도깨비는 문을 열었다. 문은 도깨비가 지나갈 수 있을 정도로 거대했다.


도깨비는 한 손에 라파엘라를 얹은 상태로 안으로 들어갔다. 집안은 따뜻했다. 바깥과는 공기부터가 달랐다.


은은한 촛불의 빛이 사방을 비췄다. 그러나 빛을 내는 촛불은 그 어디에도 보이지 않았고 빛은 사방에서 퍼지는 듯 그림자도 만들지 않았다.


이 사실을 청진이 알아챈 건 꽤 오랜 후였다.


“반갑습니다. 먼 길 돌아오시느라 수고했습니다.”


비단옷을 입은 사람이 계단을 내려왔다. 그는 여자인지 남자인지 모르는 중성적인 얼굴을 가지고 있었다.


예쁘게 생겼다기보다는 말 그대로 중성적이었다. 남자라고 해도 수긍이 갔고 여자라 해도 이해할 수 있었다.


큰 키에 기다란 손가락으로 자신의 비단 옷소매를 잡아 계단을 내려갈 때 펄럭이지 않도록 했다.


붉은 비단과 새하얀 비단은 빛을 받아 반짝였다. 미카엘은 자신이 상상하던 생김새와는 완전히 다른 모습에 잠시 멍해졌다.


“거구귀?”


미카엘은 자신도 모르게 물었다. 상상과 현실의 괴리감 때문에 그의 머릿속은 이미 엉망진창이었다.


그는 적어도 그렇게 커다랗고 강한 기계 병사들을 만든 자는 오랜 시간 기름때가 낀 손가락과 거뭇거뭇한 얼굴 그리고 철을 다루는 자들의 우람하고 거대한 덩치를 하고 있을 거라고 생각했다.


그런 게 아니라면 아젤혼 박사처럼 설계하는 과학자일 것이라고 생각했다.


“예상하던 모습과 많이 다른가 보군요.”


거구귀는 마음을 읽은 듯 말했다.


“당신이 거구귀라고? 그 구암 황제의 몽군을 홀로 맞서 싸운 사람이라고?”


청진이 물었다.


“거구귀가 제 이름은 아니지만, 최근 들어 몽에서 그런 이름으로 불리고 있더군요.”


그는 계단 중간쯤에서 더 이상 내려오지 않고 섰다.


“정말 거구귀가 맞나요?”

청진은 여전히 못 믿겠다는 표정으로 권현을 봤다. 권현의 얼굴에는 진지함이 묻어있었다.


“저 표정...생각난다. 천연덕스러운 표정 뒤에는 심각한 변덕이 있다. 그리고 그 변덕은 엄청난 힘을 동반하여 마치 아무렇게나 치는 파도 같지. 그건 사람을 집어삼키는 거대한 파도다.”


권현의 이마에서 땀 한 방울이 흘러 내렸다. 청진은 권현의 반응을 보고나서야 자신의 앞에 있는 저 사람이 거구귀라는 것을 인정했다.


“제 동생을 치료해주세요.”


미카엘이 말했다. 거구귀는 도깨비의 손에 누워있는 라파엘라를 봤다.


“너 친구 말고는 자신의 손을 내어주지 않잖아?”


거구귀가 도깨비를 보고 물었다.


“으우아”


도깨비는 고개를 끄덕이며 라파엘라를 담고 있는 커다란 손을 내밀었다.


“친구를 도와달라고?”


“우우아”


거구귀는 잠시 도깨비를 바라봤다.


“나는 도와줄 수가 없어요.”


거구귀가 말했다.


“안 돼...”


미카엘은 잡고 있던 한 가닥 희망의 끈이 끊어진 듯 그 자리에 주저앉았다. 그 역시 마음속 어딘가에서 거구귀가 도와주지 못할 수도 있다는 생각하고 있었다.


그저 외면하고 마주하지 않았을 뿐이었다. 라파엘라는 도깨비의 품이 편했는지 어느새 잠들어있었다.


“정녕 라파엘라님을 도와줄 방법이 없는 겁니까? 당신은 거구귀잖소!”


청진이 간절히 물었다. 거구귀는 청진을 바라봤다.


“다신 한번 말하지만 내 이름은 거구귀가 아닙니다. 당신들이 그리 부를 뿐입니다.”


“지금 이름이 중요한 게 아니지 않습니까?”


청진이 말했다.


“중요합니다. 이름은 모든 것의 시작이자 근원입니다. 이름을 모른다면 벗이라 부를 수도 없고 가족이라 할 수도 없습니다. 더더욱 나아가 내게 도와줄 힘이 있더라도 도와줄 이유가 없는 거죠.”


거구귀가 말했다.


“제발 라파엘라님을 도와주세요.”


청진이 간곡하게 부탁했다.


“다시 한번 더 말하지만, 저에게는 도울 방도가 없습니다.”


“제발...”


미카엘은 주저앉은 상태로 눈물을 흘리기 시작했다. 여태까지 겪었던 일들이 주마등처럼 스쳐 지나갔다.


오로지 라파엘라를 치료해야 한다는 생각만으로 버텼던 그는 마지막 희망이 사라지자 무너지기 시작했다.


“저는 정말로 도울 수 없습니다. 하지만 그렇다고 치료를 받지 못한다는 뜻은 아닙니다.”


“네?”


미카엘이 되물었다.


“따라오시지요. 당신들을 기다리는 사람이 있습니다. 아마 그분이 도와줄 수 있을 겁니다.”


거구귀는 계단 위쪽으로 몸을 돌렸다.


“잠깐! 거구귀가 아니라면 네 이름은 무엇인 거냐?”


권현이 다급히 물었다. 거구귀는 고개를 살짝 돌려 권현을 내려 봤다.


“언젠가 한 번 봤던 얼굴이군요.”


“그래, 네놈이 만든 전투기계에게 양 다리를 잃었지. 그 덕에 지금은 이런 상태다.”


권현은 자신의 두 다리를 가리키며 말했다.


“제 탓으로 돌리는 건가요? 당신들이 먼저 침범해오지 않았습니까?”


“그때 어째서 우리를 살려준 것이냐?”


“그건 너희 황제에게로 가서 물어라. 어째서 내게 이러는 건지 말이다.”


거구귀는 눈 하나 깜짝하지 않고 목소리를 바꿔냈다. 거구귀의 목소리는 마치 잠잠한 호수에 떨어진 벼락같이 변했다.


“황제?”


“그래, 어째서 구암이라는 이름으로 인간 앞에 나타나 그들의 황제를 자칭하는지 말이다.”


“그게 무슨 말이냐?”


“모든 건 황제가 알고 있다.”


거구귀는 끝까지 답하지 않았다.


“...”


권현은 더는 아무 말 하지 않았다. 머리가 복잡해졌다. 엉킨 실타래의 끝을 찾아 조금씩 풀어가는 듯했지만, 결국 마주한 것은 다른 쪽 끝이 아닌 더 커다란 실타래였다.


“아참, 제 이름은 단군이라 합니다.”


거구귀는 다시 처음의 예의 르고 차분한 목소리로 자신을 소개하고는 계단 위로 훌쩍 올라가 버렸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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80 80화. 접신(1) 21.05.10 31 0 14쪽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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