92시간 후 내 능력치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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완결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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작품등록일 :
2020.08.03 23:01
최근연재일 :
2020.11.17 21:0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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20.10.05 21:0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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비밀 공유

DUMMY

<비밀 공유>


[누, 누나. 저 끊어봐야 할 것 같아요! 2주 뒤에 길드로 찾아갈 테니까 기다려주세요!]

김지후가 내 말을 끊고 다급하게 속삭였다.

어딘가에 감금을 당한 건가? 아니면 누군가의 감시를 받고 있는 건가?

제발, 왜 그러는 건지 이유라도 알려준다면 괜한 걱정은 안 할 텐데.

이렇게 꽁꽁 감추고 있으면 걱정이 안 될 리가 없다.

“왜 그래! 야! 무슨 일인데! 제발 말 좀···”




“···”

그냥 그렇게 끊겨버렸다.

“이번에는 또 무슨 일이야···”


우리의 만남은 그랬다.

레드게이트 사건에서부터 시작해서 게이트를 함께 공략하고 나와 내가 쓰러지는 사건.

그 이후 공항에서 저격을 당하는 사건과 김지후의 집이 습격받는 사건.

얼마 안 지나 유혜성의 협박을 받고 유성길드의 용병이 되었었으며, 얼마 안 지나 차수연 헌터가 실종되는 사건이 일어났다.

그리고는 최성우가 김지후를 포섭하기 위해 더러운 수를 쓰며 다가왔었고, 곧바로 유성 길드의 SSS급 게이트 장난질을 쳤다.

그 장난질의 여운이 가시기도 전에 김지후와의 사이가 틀어져 버렸으며, 그와 거의 동시에 김지후가 살인을 저질렀다는 사실이 온 세상에 알려졌다.

김지후라는 이름이 세계에 알려지고 나서, 운명의 장난일까.

블랙 게이트 사건이 벌어졌다.

그 다음으로 나는 김지후의 전화를 받고는 새롭게 공략할 필리핀 게이트로 향했다.

그 결과가 지금 이 상황.


만남부터 지금까지, 한 가지 문제가 생기면 쉴 틈 없이 곧바로 다음 문제가 터져 버린다.

우리는 정말 필사적으로, 바쁘게 달려왔는데.

운명이라는 철인 삼종 경기는 휴식시간조차 주지 않는다.


‘2주 뒤라···’

김지후가 길드에 찾아온다면 무슨 일인지 전부 다 물어보리라.

그리고 또 다른 사건이 터지기 전, 그와 자그마한 추억을 만들어보리라.


***


억겁의 3일이 지났다.


딱, 딱, 딱

덜덜덜덜


부회장실 의자에 앉아서 손톱을 뜯고, 다리를 떨며 시간을 30초에 한 번꼴로 확인하는 중이다.

동안의 몇 주는 눈 깜짝할 새 지나갔건만, 김지후를 기다리는 시간은 한없이 길게만 느껴진다.

그저 잊고만 있으면 이렇게 초조할 필요도 없을 텐데, 뉴스를 틀면 전부 김지후와 관련된 뉴스밖에 나오지 않는데 어쩌라는 건가.

그리고 어제저녁, 안상민의 시체가 발견되었다는 뉴스 소식이 올라왔다.

그의 사망 원인으로는 ‘자살’로 추정.

물론, 그건 사실이 아니다.

여러 국가기관의 압력이 수사 과정에 들어간 것이 분명하다.

HSI가 했던 김지후의 죄를 지워준다는 말은 사실이었다.


“···@%!”


김지후 생각을 한창 하고 있자, 문밖에서 알 수 없는 외침이 작게 들려왔다.

“$#^@%!”

그 외침 소리는 점점 가까워졌고.

“...치세요!”

점차 목소리가 또렷하게 들려온다.

“켁, 도망치세요! 민혜린 헌터님, 도망치세요!”

목이 멘듯한 남성의 목소리였다.

장난기나 웃음기는 전혀 없었다.

오히려, 목소리가 안 나오는 상황에서도 목소리를 쥐어짜내 말하는 것이 필사적임을 알아차릴 수 있었다.

설마.

‘HSI가 다시 찾아온 건가?’


그런데 이곳, 부회장실은 9층.

녀석들은 벌써 문 앞까지 온 상태.

도망칠 곳이 없다.

궁지에 몰린 쥐는 고양이를 문다고 했던가?

‘도망칠 수 없다면 맞선다.’

김지후가 선물해 준 날이 날카롭게 서 있는 검을 꽉 쥐어 들었다.


“여기 확실해!?”

필리핀 게이트에서 나왔을 때 보았던 남성의 목소리가 들릴 거라는 내 예상과는 다르게, 여성 한 명의 분개한 목소리가 울려 퍼졌다.

“커흡··· 맞, 맞습니다···”


쿵-

철푸덕.


남성이 벽으로 던져진 것인지, 그 이후로 컥컥 거리던 숨 막히는 소리는 들리지 않았다.

나는 자리에서 일어나 전투태세를 취하며 마른 침을 삼켰다.


쾅-

챙그르르- 팅, 티딕.


문 손잡이의 존재가 무색하게 문의 경첩이 박살 나며 공간이 훤히 뚫렸다.

그리고 그 너머에서 보이는 것은.

하은하 헌터였다.


“하은하 헌터?”

나는 놀랄 수밖에 없었다.

그녀의 성격이 까칠하고 강압적인 것은 맞으나, 이렇게 갑자기 남의 길드에 쳐들어와서 무력을 행사하는 몰상식적인 행동을 할 사람이 아니다.


타탓!


하지만 그녀는 아무 설명도 없이 나를 죽일 기세로 달려들었다.

‘위험하다.’


나에게 달려드는 그녀를 향해 날을 들이밀 수는 없는 노릇이라, 검의 면 부분으로 후려칠 생각으로 강력하게 횡으로 휘둘렀지만.


후웅-


하은하는 여유롭게 몸을 낮춰 피했고, 몸을 날려 머리통으로 나의 복부를 강타하며 덮쳤다.

내 손에 들려있던 검은 바닥으로 떨어졌고, 하은하는 천장을 바라본 상태로 쓰러진 내 위로 올라타 멱살을 잡고는 움직이지 못하게 하였다.

“민혜린 헌터, 김지후 헌터는 어디 있지?”

“커흑··· 무슨 일인데요···?”

“김지후 어디 있는지 알지? 그렇지? 네가 모를 리 없잖아.”


투둑.


하은하의 두 눈에서 타고 흐른 눈물이 내 얼굴에 떨어져 내렸다.

그녀의 등장이 너무 갑작스럽고, 몸싸움 또한 너무나 급격하게 끝나 그녀의 표정을 살필 여유가 없었는데, 이 어금니를 꽉 물고 눈물을 흘리는 분한듯한 표정은 무엇이란 말인가.

“하은하 헌터···?”

솔직히 너무 당황스러웠다.

‘싸움에서 먼저 울면 이긴다.’ 라는 장난스러운 말이 있는 것처럼, 그녀가 울면서 내 멱살을 쥐고 있어도 뭔가 내가 잘못을 한 것 같다.

그리고.


“당장 말해!”

하은하가 내 멱살을 잡고 앞뒤로 흔들며 소리쳤다.

하지만, 나도 억울하다.

안 그래도 지금 어디 있고 어떻게 될지 모를 보고 싶은 얼굴을, 나더러 어디 있는지 말하라니.

그걸 알면 내가 먼저 찾아갔다.

“저도 몰라요! 저도 알고 싶다고요!”

나 또한 그녀만큼 목소리를 높여 소리쳤다.

“···”


스르륵, 툭.


하은하의 손에서 힘이 한순간에 빠져나갔고, 그녀는 내 위에서 내려와 한쪽 벽면에 기댄 채 허공을 응시했다.

“너가 모르면 누가 아냐고···”

“도대체 무슨 일인데 그래요?”

“···안상민 말이야. 김지후가 너희 길드 탈퇴했다는 소식 듣고 바로 뛰쳐나갔었어. 그때부터 연락이 안 되더니 어제 뉴스에서 본 것처럼···”

하은하는 안상민이 김지후에게 살해당했다는 확신을 하고 있는 듯했다.

그야, 그렇게 급하게 뛰쳐나갔던 사람이 외진 곳에서 시체로 발견되어 자살했다고 그러면 의심이 될 만하다.

그리고 나는 아무런 말도 할 수 없었다.

나는 대한민국의 큰 이슈였던 안상민의 실종에 대한 소식이 나올 때에도, 모든 사실을 알면서 가만히 잠자코 있던 사람이었다.

그런 사람이 뭘 어떻게 위로의 말을 건넬 수 있겠는가.

“··· 뭐야, 왜 아무 말도 없어. 내가 김지후를 범인으로 몰고 있는 건데 넌 기분도 안 나쁘냐?”

“···”

듣고보니 그랬다.

평소의 나였다면 김지후가 아무리 망가졌다고 해도 함께 싸웠던 동료는 죽이지 않는다··· 뭐 이런 말들을 하며 그를 변호 했을 것이다.

그렇지만 이번에는 마치 그것을 인정하듯, 아무 말도 하지 않았다.

“야··· 설마···”

“···”

“아니지?”

하은하가 고개를 저었다.

“진짜야? 진짜 김지후가 범인이야?? 그 사실을 알고도 말을 안 해줬다고?”

···이제는 안상민이 저지른 짓들을 설명해 줘야 할 때인 것 같다.

“하은하 헌터, 사실 안상민 헌터는···”

오래전부터 김지후를 살해하려 했다.

그리고, 그가 결국 김지후 헌터에게 정면으로 이빨을 드러낸 결과가 이것이다.

그렇게 모든 걸 설명해 주었다.

“거짓말··· 그럼 왜 그런 짓을?”

“지후가 듣기로는 우리 길드를 견제하기 위함이라고 하던데··· 한국의 새로운 강력한 헌터를 견제하기 위한 일본의 헌터 몇 명과 손을 잡아서 공격했다고···”

나는 김지후에게 들었던 단편적인 이야기들을 하은하에게 이야기해 주었다.

그리고, 그 헌터들이 공항에 있던 우리를 저격했던 사건과 김지후가 예전에 살던 곳을 공격했던 사건 등을 이야기해 주니 하은하의 표정이 점차 충격으로 물들어갔다.

“그럼 그때 팔에 났던 상처가 사슬에 묶였던 상처이고, 강력한 적을 상대하는 방법을 물어봤던 게···”

“하지만 왜 그런 짓을···? 초환 길드가 우리 길드를 뛰어넘는다 해도 신경 쓰지 않기로 회의를 다 마쳐놓았는데도···”

그녀의 말을 들어보니, 청림 길드에서는 우리 길드의 급성장을 견제하기 위한 회의가 한 차례 열렸었나 보다.

“그건 저도 잘···”

“그런데, 너도 김지후가 어디 있는지 모른다고?”

하은하가 내가 했던 말을 떠올리며 물었다.

“네···”

“난 분명히 둘이 연락하고 있는 줄 알았지.”

“최근에 안 하다가 다시 하게 됐는데요···”

“하게 됐는데?”

“며칠 전에 일어난 일 때문에···”

“무슨 일이길래 그래?”

그녀도 그녀 나름대로 나를 도와주고 싶었던 것일까.

계속해서 물어보길래, 결국에 답을 해주기로 했다.

“절대 아무한테도 말하면 안 돼요?”

“무슨 대단한 일이라고···”

“HSI”

내가 중얼거리자, 여유롭던 하은하가 눈을 크게 뜨고 헉 하는 소리를 내며 헛숨을 삼켰다.

일반인들에게는 잘 알려지지 않은 이름이지만, 우리 헌터들에게는 공포의 대상이자 정의의 상징이었다.

“그, 그 사람들이 왜···?”

“필리핀 게이트를 공략하고 나왔더니, 주변에 쫙 깔려있어서 일단 도망치긴 했는데. 뭐, 결국 일반인 상태가 되어버려서는 도망치는 게 불가능했죠.”

“잠깐, 일반인 상태가 됐다고? 진짜 그 소문이 사실이었어?”

“네. 그리고 지후를 요구하더라고요. 그동안 정부에서 잘 키워놨으니까 이제 도움을 줄 때라면서···”

실제로 들은 말은 이것보다 어감이 나빴지만, 민혜린은 말을 순화해서 말했다.

그리고 김지후에 대해 잘 알지 못하는 하은하는 절대적으로 한 가지 의문이 생길 수밖에 없었다.

“정부가 키워줬다고? 그게 뭔 말이야?”

이제 더 숨길 게 없다.

이미 김지후가 사람들을 죽였다는 사실은 널리 퍼진 사실.

이런 사실까지 숨겨버리면 김지후의 평판만 나빠질 뿐이다.

나는 김지후가 들려주었던 그의 어린 시절 이야기를 천천히 해 주었다.

“아니··· 사람들을 죽인 게 고의가 아니라면 해명을 하란 말이야 해명을···”

하은하가 이마를 짚으며 깊은 한숨을 쉬었다.

김지후의 행동거지가 심히 답답하긴 하지만, 그의 소극적인 행동은 그의 트라우마에서부터 비롯된 행동들이었기 때문에 면전에다가 구박을 하기도 미안한 상황이다.

“그래서, HSI가 어떻게 했는데?”

“도망치려던 저희의 다리를 쏘고 나서··· 그리고 정신을 차렸을 때는 이미 치료를 받고 한국에서 일어난 상태였어요. 김지후는 보이지 않았고요. 아, 그리고 그날 늦은 저녁에 연락이 왔었어요.”

“뭐? 도대체 어떻게?”

“전화를 빌렸다고 했는데··· 무슨 일 중이라고 했어요. 무슨 일인지는 자세히 말할 수 없다고 하고··· 그리고 제 걱정을 하고는 2주 뒤에 길드로 찾아온다면서 다급하게 끊었고요.”

그 말을 들은 하은하가 혼잣말을 하듯 중얼거렸지만.

“연락은 못 해도 달달하네···”

분명 일부러 들리게 말했다.

“네? 아니 그게 아니구···”

“됐고, 김지후 HSI에서 일하고 있는 거 아니야?”

“···아.”

잠깐만 생각하면 쉽게 알 수 있는 사실.

분명 녀석들은 국가를 위해 힘을 사용하라고 했다.

그리고 HSI는 국가에 소속되어 있으며.

김지후가 이렇게 잡아놓고 통제를 할 수 있다는 것은 김지후가 제 능력을 발휘하지 못하는 환경에 있다는 의미이다.

확실히, 나는 단지 김지후의 생사와 그의 건강에 대해 걱정하고 있었을 뿐, 이성적으로 생각하지 못하고 있었다.

단순히 일하고 있는 것이라면, 더 이상 걱정은 되지 않는다.

내 가슴속의 무거운 짐 덩어리가 하나 빠져나갔다.

남은 2주는 편안하게 보낼 수 있을 것 같다.




오늘도, 감사합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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94 마지막 블랙게이트 (2) 20.11.07 372 10 12쪽
93 마지막 블랙게이트 (1) 20.11.06 369 10 13쪽
92 프랑스 몬스터 토벌(4) 20.11.05 387 8 12쪽
91 프랑스 몬스터 토벌 (3) +2 20.11.04 367 9 12쪽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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