92시간 후 내 능력치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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완결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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작품등록일 :
2020.08.03 23:01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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2020.11.17 21:0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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20.10.12 21:0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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타임스퀘어(1)

DUMMY

<타임스퀘어(1)>


“허억··· 허억···.”

민혜린은 김지후와 캐리어를 짊어지고 공항 내부를 달렸다.

“누나, 이제 안 쫓아오는 것 같은데요?”

“하아··· 아, 그래? 하아··· 왜 안 쫓아오는 거지?”

김지후의 외침에 그녀는 달리는 것을 멈추고 숨을 몰아쉬며 뒤를 돌아 확인했다.

“포기한 거 아녜요?”

“쟤네가 이렇게 쉽게 포기할 애들이 아닌데···”

확실히 지금까지 오토바이를 타고 쫓아온 것만 봐도 질릴 정도로 끈질겼다.

“일단 비행기부터 타요. 시간 거의 다 됐겠다.”

“그래야겠다.”


···.


“비행기 타니까 그때 생각난다.”

“그때요?”

“너가 사람들 신발 안 벗는데요? 한 때 말이야.”

“아 그때··· 그때는 누나가 거짓말해서···!”




누군가 지나가는 김지후의 손목을 낚아챘다.

“어?”

아직 능력이 풀리지 않은 힘이 없는 상태.

그대로 자신의 손목이 이끌리는 방향으로 넘어졌다.

“왜, 왜 그래?”

민혜린은 그런 그를 보고는 깜짝 놀라며 뒤를 돌아봤다.


“지, 지후 헌터님···? 왜 이렇게 힘이 약해졌어요?”

성예빈이었다.

그녀는 김지후를 멈춰 세우려 힘을 줬건만, 그가 이렇게 맥없이 끌려올지는 몰랐다.

김지후가 넘어지며 성예빈의 무릎 위에 김지후가 앉아있는 모양새가 되었고.

“예빈씨? 사정이 좀 있어서···”

김지후는 당황하며 성예빈의 대답에 얼버무렸지만, 그런 모습을 가만히 보고만 있을 민혜린이 아니었다.

“둘이 비행기에서 뭐 하는 거야? 일로 와, 나랑 같이 앉아야지.”

민혜린은 김지후의 손목을 재빨리 낚아채 자신의 품으로 끌어당겼다.

“으으윽···”

성예빈은 그런 그녀를 보고는 두 눈을 부릅뜨고 노려봤지만.

민혜린이 싱긋 웃으며 가볍게 넘겨버렸다.

“가자 지후야!”

“오빠, 나중에 나랑 진득하게 대화 좀 해줘!”


움찔


김지후를 자신의 자리까지 끌고 가던 민혜린이 성예빈의 외침을 듣자마자 몸을 흠칫 떨고는 김지후와 팔짱을 끼웠다.

둘은 자리에 앉았고, 민혜린의 심문이 시작되었다.

“너··· 저 성예빈 헌터랑 무슨 관계야?”

눈을 치켜뜨고 김지후를 노려보았다.

“그냥··· 게이트 몇 번 같이 공략한 관계?”

“솔직히 말해봐··· 안 그러면 혼난다?”

김지후는 있는 사실 그대로 말 한 거지만, 민혜린에게는 마음에 들지 않는 대답이었다.

그녀는 아직 힘이 약한 김지후의 두 손목을 잡고는 얼굴을 천천히 들이밀었다.

“···”

“아, 힘 돌아왔다.

타이밍 좋게 김지후의 힘이 놀아왔고, 둘의 관계는 순식간에 역전되었다.

“자, 잠깐만··· 장난이었던 거 알지?”

“그동안 저 힘으로 이겨서 좋았어요?”

김지후의 얼굴이 민혜린의 얼굴에 가까워지기 시작한다.

“아 아닛···! 진짜? 여기서?”

김지후의 숨결이 민혜린의 볼에 닿을 때, 그녀는 얼굴을 잔뜩 붉히고 눈을 질끈 감았다.




그녀는 입술에 무언가 닿는 느낌이 들자 눈을 천천히 떴다.


김지후의 손등이었다.


“이런...!”

민혜린은 원망스러운 얼굴을 하고서는 김지후를 바라봤고, 그는 소리 없이 웃을 뿐이었다.


“크흠!”


움찔


옆 자리에서 기침 소리가 들리자, 두 사람의 몸이 동시에 움찔거렸다.

비행기에는 둘만 있는 게 아니었다.

둘의 얼굴이 동시에 붉어졌다.


***


존 F 케네디 국제공항에 도착했다.

나와 민혜린이 비행기에서 내리자마자 성예빈이 뒤를 졸졸 따라와 내게 팔짱을 끼웠다.

그러자 민혜린도 내게 팔짱을 끼며 성예빈에게 으르렁거렸다.

나는 두 여자 사이에 갇혀버렸다.

“성예빈 헌터님이 여긴 무슨 일일까?”

“나는 아직 우리 지후 오빠랑 나눠야 할 대화가 많이 남았거든요!?”

“지, 지후 오빠···!”

민혜린이 나를 노려봤다.

“아, 아무 사이 아니라니까요···”

“아무 사이도 아닌데 왜 오빠라고 부르냐고! 좀 친하니까 오빠라고 부르는 거 아냐!”

“사실 호주 게이트에서 지후 오빠와 남몰래 약속을···”

성예빈이 얼굴을 붉히며 손바닥으로 자기의 볼을 감쌌다.

이정도면 연기 대상감 아닌가.

“안 했어요! 그건 그렇고, 예빈씨는 왜 여기 있는 거에요?”

“저는 미국 지원하러 왔죠! 블랙 게이트 붕괴되면 처리 하려구”

“···혼자 왔어요?”

“아뇨? 뒤에 유혜성 헌터님 계시잖아요.”

“히익!”

민혜린과 내가 동시에 뒤를 돌아보며 깜짝 놀랐다.

그 곳에는 눈을 무섭게 뜨고 나를 죽일 듯이 쳐다보는 유혜성이 있었다.

“···김지후 헌터··· 살인마 주제에 여자 하나는 잘 홀리는군요.”

“오, 오랜만이네요···?”

“···설마 이성을 홀리는 능력이 있다거나···”

유혜성이 자신의 양팔을 쓰다듬으며 뒤로 물러났다.

“없거든요!?”

그렇게 대답하자, 갑자기 눈앞으로 한 여자가 얼굴을 불쑥 내밀며 말했다.

“헤에~ 있는 것 같은데에? 그치 뽀송아?”

“뀨욱!”

“누··· 누구세요···?”

기억이 날 듯 말 듯한 여자.

“··· 완전 나쁜 남자다 뽀송아...”

“뀨우욱···”

갑자기 시무룩해졌다.

“신유이 헌터님?”

“블랙 게이트 사건 때에도 있으셨는데··· 헤헤···”

민혜린이 그녀를 보고 목소리를 높였고, 성예빈이 머리를 긁적였다.

“너희는 나를 알아봐 주는구나!”

“보통 그게 정상이라고요···”

민혜린이 나를 바라봤다.

“어이 신유이, 녀석과 가까이하지 마라.”

신유이를 부른 사람은 최성우였다.

“헤에~ 우리 중년 오빠 질투하는고야?”


지이잉-


그의 손에 푸른 빛이 일렁였다.


“자, 잠깐만 아저씨! 여기서 능력 쓰면 안 돼! 내가 미안해!”

그것을 본 신유이가 우왕좌왕하며 사과했고.


“뭐야, 여기는 왜 이렇게 시끌벅적해?”

갑자기 이태양이 나왔다.

동맹국인 미국을 지원한답시고 S급 헌터들은 죄다 불렀나 보다.

“어이~ ‘이몸’에게 진 참새 아닌가?”

최성우의 뒤쪽에서 한 남성이 또 나왔다.

“으윽, 수백산··· 저번은 체육관이 무너지고 직원이 나를 먼저 말려서 그런 거라고!”

“아아~ 패배자의 변명 같은 건 들리지 않는걸?”

“···원래 이 사람들 모이면 이렇게 시끄러운가요.”

S급 헌터들은 서로 친분이 있는 건지 악연이 있는건지, 만나면 항상 시끌벅적한 것 같다.


‘···그런데, 하은하 헌터는 없는 건가?’

“누구 찾아?”

내가 주변을 두리번거리자 민혜린이 물었다.

“아··· 하은하 헌터가 안 보여서요.”

“그 언니는 또 왜 찾아요!”

갑자기 성예빈이 불쑥 치고 들어왔다.

“아니, 전해줄 말이 있어서···”

“뭔데요! 지금 여기서 말해봐요!”

“그래!”


“···안상민 헌터 묘지 좀 찾아가 보라고···”

“아···”

“미안해요···”

갑자기 분위기가 다운됐다.

다른 헌터들도 이를 들었는지, 시끌벅적하던 헌터들이 조용해졌다.


“···빨리 이동이나 하지. 준비된 차량이 있다고 하니까 따라오도록.”

이번에도 최성우가 다른 헌터들을 이끌었다.


“지후 헌터님이랑 민혜린 헌터님은 정식으로 초청받은 게 아니죠?”

성예빈이 말했다.

“어떻게 알았어요?”

“그야 민혜린 헌터님은 A급이니까.”

참 간단명료한 대답이었다.

그렇다는건 S급 헌터들만 불렀다는 뜻이겠지.


“그럼 그쪽은 준비된 차량 없을 텐데, 우리 차량 탈래요?”

선심을 써줘서 고맙긴 했지만.

‘우리’차량이라면 유성 길드의 차량을 말하는 것일 텐데···

“···성예빈헌터. 그런 걸 멋대로 결정하지 말아 줄래요?”

역시나 유혜성이 성예빈을 째려봤다.

“아, 앗. 죄송합니다··· 그럼 가기 전에 한 가지만 물어봐도 돼요?”

성예빈이 유혜성에게 사과하고 내게 질문했다.

“뭔데요?”

“가장 최근에 뭐 했어요?”


멈칫.


성예빈의 그 질문에 S급 헌터 모두가 멈춰 섰다.

좋든 싫든, 내 최근 행방은 궁금했을 것이다.

몇 주간이나 헌터 활동을 하지 않았으니 말이다.

유혜성이나 최성우와 같이 나를 살인마로 여기고 있다면 더더욱 궁금할 것이다.

그리고, 나는 생각 없이 말을 내뱉었다.


“음··· 최근에는 브라질 갔···읍!”

민혜린이 내 입을 급히 틀어막았지만, 너무 늦었다.

“···.!?”

모두의 표정에는 놀라움이 가득했다.

브라질.

그 곳은 어디인가?

바로 며칠 전까지 반군이 수도를 점령한다고 난리를 피우던 곳이 아닌가.

게다가 반군 중에는 S급 헌터가 다수 포함되어 있었는데, 그중 132명이 죽었다.

그리고 한국의 HSI가 브라질의 땅을 밟았다는 소식이 들려오고 5시간이 채 지나지 않아 모든 상황이 마무리되었다고 한다.

이는 브라질의 BOPE가 아니라 한국의 HSI가 다 했다는 합리적 의심마저 들 정도였다.


인터넷에는 한국의 무력이 이렇게 강했느냐며 감탄하며 자랑스러워하는 글들이 쏟아졌고, 해외에서는 HSI가 무엇인가에 대해 전문적으로 다루는 곳이 생길 정도로 브라질의 사건은 뜨거웠다.


헌터라면 모를 수가 없는 이 내용을. 김지후가 아무렇지 않게 ‘브라질에 갔다왔다.’라고 한다면.

추측이 되지 않는가?

김지후가 HSI에서 작전을 수행하고 있었다.


“우와아아! 지후 헌터님이 HSI 였어요!?”

성예빈의 눈동자가 초롱초롱해졌다.

헌터들 사이에서는 용맹함으로 유명한 HSI의 이미지가, 성예빈에게는 김지후를 더 좋게 비춰주는 데 한몫했고.

“서, 성예빈 헌터··· 빨리 이동하죠.”

“우, 우리도 빨리 이동하도록 하지.”


유혜성과 최성우는 공포에 떨 수밖에 없었다.

안 그래도 김지후를 살인마로 보고 있는데, 브라질에 갔다왔다는 사실은 그들에게는 이런 생각을 심어주기 충분했다.

‘김지후는 브라질을 명목으로 합법적인 학살을 즐기고 능력을 흡수했다.’

실상은 92시간이 안 지나면 능력 흡수를 못 하고, 그게 아니더라도 능력을 차단당한 상태였기 때문에 능력 흡수는 전혀 불가능했지만 말이다.


“아···”

나는 그제야 자신의 말실수를 깨달았다.


“하아··· 이제 어떻게 할 거야? 뉴욕 가?”

민혜린은 그런 나를 바라보고는 고개를 저으며 말했다.

“네. 자동차 쫓아가죠.”

“그래···”


***


김지후와 민혜린이 미국에 온 타이밍은 기가 막혔다.

바로 지금이 블랙 게이트가 붕괴하기 직전이었기 때문이다.

사실 김지후는 블랙 게이트 안쪽으로 들어가고 싶었지만, 헌터들과 방송용 헬기가 떠있는 덕분에 보는 눈이 너무 많아 그러지는 못했다.

그 결과 다른 곳에서 더 있을 필요 없이 바로 뉴욕으로 달려가 몬스터가 쏟아지는 것만을 기다리면 됐다.

“누나, 어디 피해 있을래요?”

“나도 블랙 게이트 경험자거든? 도망은 안 칠 거야.”

김지후는 게이트가 붕괴되면 더 이상 민혜린을 지키고 있을 여유따위는 없을 수 있으니 그렇게 말 한 거지만, 민혜린은 자존심을 치켜 세웠다.

“블랙 게이트에서 죽을 뻔했잖아요.”

그는 블랙게이트에서 민혜린이 즉사기에 당했던 것을 떠올렸다.

“···그건 그런데··· 아무튼! 나도 싸울 거야.”

“못 지켜줄 수도 있어요. 조심해요.”


타임스퀘어의 블랙 게이트가 요동치기 시작했다.




오늘도, 감사합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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