붉은 추적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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J.J.wise
작품등록일 :
2020.08.07 14:01
최근연재일 :
2024.03.27 10:0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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21.01.06 06:45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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7쪽

탐색의 장 Episode #6 - 얻은 자와 잃은 자(1)-1

DUMMY

탐색의 장 Episode #6 - 얻은 자와 잃은 자(Some one get, Some one lose) (1)-1



계절은 바뀐다? 아니, 그것은 착각이다. 계절은 바뀌지 않는다. 단지 순환할 뿐이다. 오직 네 가지의 것이 계속 영원히 반복되는 것이다.


하지만 인간에게 계절은 바뀐다고 인식된다. 왜냐하면, 인간에게 계절이 바뀐다는 것은 생활의 형태가 바뀐다는 의미이기 때문이다. 여름에는 차갑고 시원한 물이 맛있고, 겨울에는 따뜻한 차(茶)가 그리운 게 인간이다.


그리고 이것은 어쩔 수 없는 인간의 생존문제이기도 하다. 주변 환경을 작게 손보고 조절할 수는 있지만, 자연과 같은 거대한 흐름에는 그저 순응하고 맞춰야지만 겨우 생존이 가능한 게 인간이라는 존재다.


물론, 그렇다 해도 생존과 적응만으로 계절을 접하는 것은 너무 팍팍한 일이다. 누가 뭐래도 인간은 힘든 와중에서도 기쁨과 즐거움을 찾는 존재이기도 하니까.


아무튼, 그렇게 봄이 찾아 왔다. 유난히도 추었던 지난겨울이 마치 거짓말처럼 흔적도 없이 사라지고, 따뜻한 기운에 꽃봉오리들이 하나둘 눈에 띄기 시작했다.


‘거짓말 같은 변화야. 계절이 바뀌는 순간은 언제봐도 극적이란 말이지.’


건물의 창밖으로 보이는 풍경을 물끄러미 바라보던 조이가 잠시 상념에 빠져있었다.


“스승님! 점심시간이에요! 빨리 밥 먹으러 가죠!”


“벌써 시간이 그렇게 됐나? 그래, 알았다. 그럼 먼저 내려가 있거라. 나는 곧 내려가마. 아, 지부장님 모시고 가는 것도 잊지 말고.”


“당연하죠! 이미 지부장님께는 말씀드렸어요. 스승님만 내려오시면 돼요.”


레이의 우렁차고 활기찬 목소리가 잠시 상념에 빠져 붕 떠 있던 조이를 현실로 잡아 끌어내렸다.


‘구김살 없는 아이야. 이제는 완전히 이곳의 구성원이 됐으니···그나저나 시간은 정말 빨리 흘러간단 말이지.’


레이가 이곳, 그리폰 길드 제4지부에 온 지도 벌써 반년이 훌쩍 지나갔다. 군터와 함께했던 퀘스트가 여름이 막 끝나가는 무렵이었으니 말이다. 그리고 이후의 그 반년의 시간은, 조이에겐 짧고도 긴 나날들이었다.


처음 레이를 데려왔을 때만 해도 고민이 무척 많은 조이였다. 일단 아이의 숙소문제부터 당장 해결해야 했으니까. 하지만 그것은 의외로 쉽게 해결이 되었다.


“길드 건물에 남아도는 게 방인데, 뭔 걱정인가? 마침 자네 옆방에 공실(空室)이 있으니, 그곳을 손을 좀 보고 정리하면 레이가 지내는 대는 아무 문제가 없을걸세.”


조이의 고민을 아는지, 군터 지부장이 레이의 숙소문제를 해결해 주었다. 여러모로 조이에겐 고마운 사람, 아니 은인(恩人)에 가까운 군터였다.


그다음에 걱정되는 것은 이곳에서 레이가 잘 적응할 수 있을까 하는 문제였다. 환경이 바뀌고, 생활의 패턴이 바뀌는 것은 쉽게 받아들여지지 않는 법이다. 더군다나 아픈 기억이 있다면 더더욱.


하지만 다행스럽게도 레이는 이곳 생활에 잘 적응했다. 그 속내가 어떤지야 정확히 알 수는 없지만, 레이는 구김살 없이 사람들과 잘 융화했다.


무뚝뚝한 조이와는 달리, 살가운 성격에 눈치까지 빨라 사람들의 마음을 금방 사로잡아버린 것이다. 특히 알리시아와는 매우 돈독한 사이가 되었다.


인연인 있는 조이 자신보다도 더 가까운 관계처럼 보여서 질투가 조금 날만큼 말이다. 둘이 그렇게까지 친해진 그 과정까지야 자세히는 알 수 없었지만, 고달픈 과거를 가지고 있었다는 공통점이 그 둘을 누구보다 가깝게 한 것일지도 모를 일이었다.


아, 그리고 놀랍게도 레이는 여자아이였다.


처음 만났을 때, 짧은 머리에 중성적인 외모를 가지고 있었기에 당연히 남자 아이인줄 알았던 조이였다. 그래서 퀘스트가 끝난 후 길드에 돌아와서 가장 먼저 레이의 꼬질꼬질한 묵은 때를 벗기려 목욕을 같이하려 하자, 레이는 쭈뼛거리며 말했다.


“저···남자랑 목욕을 같이해 본 적이 없는데요? 왜냐고요? 그야 당연하잖아요! 여자니까요!”


그 말에 당황한 것은 조이였다. 이미 자신은 홀딱 벗고 레이의 옷을 벗기고있는 중이었으니까. 조이는 다시 후다닥 옷을 입고, 알리시아에게 레이를 맡겼다. 다행히 알리시아는 거부감 없이 조이의 부탁을 들어주었다.


그렇게 알리시아, 레이, 공주는 같이 목욕탕으로 향했고, 그곳에서 무려 두 시간이 지나서야 나왔다. 그리고는 그 셋이서 함께 밤을 보내며 레이는 이곳에서의 첫날을 보냈던 것이다.


‘어쩌면 동병상련(同病相憐)에다 같은 여성이기에 더욱 가까워졌을지도···’


그것이 조이의 추측이었다. 그리고 알리시아 덕분에 레이가 이곳에 잘 적응한 것도 있는 것도 같아서 그녀에게 꽤 고마운 마음이 드는 조이였다.


하지만 왠지 알리시아는 물론 공주에게조차도 순위가 밀린 것 같은 마음이 들어 조금 아쉬운 건 어쩔 수 없었지만 말이다. 아무튼, 레이는 그렇게 이곳과 잘 융화되었기에 큰 걱정을 덜 수 있었던 조이였다.


하지만 그것과는 전혀 다른 곳에서 문제가 발생했다. 바로 지난가을에서 겨울로 넘어가는 때쯤이었다.


“슬픈 소식이에요. 군터 지부장님의···아내분이 돌아가셨다네요.”


인간은 누구나 죽기 마련이다. 그것을 모르는 사람은 아무도 없다. 하지만 실제로 그것을 현실에서 항상 생각하는 이는 별로 없다. 살아있다는 것은 대개 그런 식이니까.


하지만 죽은 이와 특별한 관계를 맺고 있는 사람에게 이 죽음이란 녀석은 갑자기 닥쳐온다. 깊은 폐부를 찌르는 비수(匕首)마냥 잔인하고 비정하게 다가오는 것이다.


“평소부터 폐(肺)가 좀 안 좋았어. 내 아내가 되기 전에 용병을 그만둔 것도 그것 때문이지. 난 괜찮으니 너무 걱정들은 말게.”


군터는 마치 아무 일도 아닌 것처럼 행동했고, 장례식도 무탈하게 잘 마무리를 지었다. 군터를 걱정했던 이들의 우려와 달리 그는 의연한 모습을 보여주었다.


“힘드실 텐데···역시 지부장님은 대단해.”


“그러게 말이야. 역시 높은 사람은 아무나 되는 게 아닌가 봐?”


장례식을 찾아온 용병들이 이런 소리를 나눌 만큼 군터는 단단한 것처럼 보였다.


‘틀렸어. 저것은 그냥 가면일 뿐. 가장 가까운 사람과의 이별이, 다시는 만날 수 없는 영원한 이별이 주는 상실감과 허무함은 어디에도 비길 데가 없어. 나도 겪어봤기에 잘 알지. 뼈저리게 말이야···

그리고 인간은 나이를 먹는다고 슬픔이 덜 해지는 것이 아니야. 단지 그것을 감추는 것에 능숙해질 뿐···’


그런 조이의 걱정과는 달리 군터는 처음에는 별문제가 없어 보였다. 하지만, 조금씩 사별(死別)의 후유증이 보이기 시작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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392 2부 귀검의 장 Episode #5 - 엘레지(élégie, 悲歌)-귀검(鬼劍)의 노래 (12) 24.03.27 3 0 16쪽
391 2부 귀검의 장 Episode #5 - 엘레지(élégie, 悲歌)-귀검(鬼劍)의 노래 (11) 24.03.20 6 0 16쪽
390 2부 귀검의 장 Episode #5 - 엘레지(élégie, 悲歌)-귀검(鬼劍)의 노래 (10) 24.03.16 9 0 16쪽
389 2부 귀검의 장 Episode #5 - 엘레지(élégie, 悲歌)-귀검(鬼劍)의 노래 (09) 24.03.13 10 0 15쪽
388 2부 귀검의 장 Episode #5 - 엘레지(élégie, 悲歌)-귀검(鬼劍)의 노래 (08) 24.03.09 13 0 18쪽
387 2부 귀검의 장 Episode #5 - 엘레지(élégie, 悲歌)-귀검(鬼劍)의 노래 (07) 24.03.06 9 0 17쪽
386 2부 귀검의 장 Episode #5 - 엘레지(élégie, 悲歌)-귀검(鬼劍)의 노래 (06) 24.03.02 12 0 16쪽
385 2부 귀검의 장 Episode #5 - 엘레지(élégie, 悲歌)-귀검(鬼劍)의 노래 (05) 24.02.28 11 0 16쪽
384 2부 귀검의 장 Episode #5 - 엘레지(élégie, 悲歌)-귀검(鬼劍)의 노래 (04) 24.02.24 12 0 17쪽
383 2부 귀검의 장 Episode #5 - 엘레지(élégie, 悲歌)-귀검(鬼劍)의 노래 (03) 24.02.21 12 0 15쪽
382 2부 귀검의 장 Episode #5 - 엘레지(élégie, 悲歌)-귀검(鬼劍)의 노래 (02) 24.02.17 16 0 16쪽
381 2부 귀검의 장 Episode #5 - 엘레지(élégie, 悲歌)-귀검(鬼劍)의 노래 (01) 24.02.07 13 0 15쪽
380 올리는 말씀 - 2부의 마지막 에피소드만이 남았습니다. 24.02.03 11 0 2쪽
379 2부 귀검의 장 Episode #4 - 드워프의 땅 (26) 24.01.31 12 0 15쪽
378 2부 귀검의 장 Episode #4 - 드워프의 땅 (25) 24.01.27 10 0 17쪽
377 2부 귀검의 장 Episode #4 - 드워프의 땅 (24) 24.01.24 14 0 17쪽
376 2부 귀검의 장 Episode #4 - 드워프의 땅 (23) 24.01.20 13 0 18쪽
375 2부 귀검의 장 Episode #4 - 드워프의 땅 (22) 24.01.17 15 0 15쪽
374 2부 귀검의 장 Episode #4 - 드워프의 땅 (21) 24.01.13 16 0 15쪽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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