이거, 사람새끼 아니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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결이현
작품등록일 :
2020.08.10 19:0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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2020.10.09 06:0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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20.09.03 06:0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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13쪽

#23 - 대화

DUMMY

”역시 그분들의 말씀은 하나도 헛된것이 없구나.”


혼자 이상한 소리를 하며 웃고 있는 가면인의 모습에 진대불은 부아가 치밀었다.

자신의 이름까지 알고 있는 것으로 보아, 이곳에 자신이 오게된 것까지 계획의 일부일 수도 있었다.

그때, 가면인이 웃음을 멈추고 다시 입을 열었다.


“내가 누군지 모르겠나?”

“얼굴을 다 가려놨는데 어떻게 알아 새끼야.”

“아, 그렇군.”


능청스럽게 대답하며 자신의 가면으로 손을 가져가는 가면인.


“아차차, 알려주고 싶지만 사람이 너무 많아서 말이야.”


하지만 곧바로 손을 내리며 다시 한 번 진대불을 약올리는 가면인의 행동에 진대불의 표정도 더욱 굳어졌다.

하지만 곧 이어진 가면인의 질문에 진대불의 표정에는 의문이 서렸다.


“진대불, 너도 엘젤린인가?”


진대불은 그때까지 가면인이 자신의 정체를 알고 있는게 아닐까 생각하고 있었다.

그가 그분들이라고 지칭한 엔젤린의 단체가 자신의 종족을 이미 알고있고, 이 만남까지 계획한 것이 아닌가 생각했는데, 가면인의 질문을 듣고보니 그런것은 아닌듯 했다.


“진작에 알아챘어야 했는데, 네놈이 엔젤린이라서 견제를 했던 거였군. 그나저나 이 던전은 네가 차지한 건가?”


‘견제? 누가 날 견제했다는 거지?’


진대불은 가면인의 물음에 대답없이 노려보기만 할 뿐이었다. 가면인은 그것을 긍정으로 받아들였다.


“외국의 엔젤린들과 접촉한 건가? 그냥 우리쪽으로 받아들여서 이용해먹으면 될 것을 괜히 남겨놔서 외국인들이나 데려오게 만들고 말이야.”


혀까지 차며 말하는 가면인의 모습에 진대불은 마치 자신이 무슨 잘못이라도 했나 싶은 생각이 들 정도였다.


“이 던전을 스위칭 시키려고 얼마나 공을 들였는데.”


던전에 대한 단서가 나오자 진대불은 드디어 입을 열었다.


“지상던전을 만드는 걸 스위칭이라고 하는 모양이네. 너는 스위칭이란 것을 위해 네 명을 전부 죽일 생각이었나?”

“아니, 한 놈만 죽으면 되는걸 굳이 넷 씩이나 죽일 필요가 있을까. 약한 놈들이 떼거지로 몰려들어 죽음을 자초한 것 뿐이지.”


사람의 죽음에 대해서 아무렇지 않게 말하는 가면인의 모습에 진대불은 소름이 돋았다.


“이번 일이 실패로 돌아간건 짜증나지만, 내가 너에게 한 짓도 있고 하니 한 번은 그냥 넘어가주지.”


‘나한테 무슨 짓을 했다고?’


진대불은 의문 투성이었다. 뭘 물어봐야 할지도 정리하기 힘들 정도로 머릿속이 복잡했다.


“날 견제한다는 놈들이 대체 누구...”


하지만 질문을 해볼 겨를도 없이 가면인이 움직였다.


펑.


폭발 소리와 함께 짙은 연기가 피어올라 한치앞도 분간할 수가 없었다.


“앞으로는 그냥 넘어가지 않을테니 나대지 않는게 좋을거야, 진대불.”


가면인은 목소리만 남긴 채 그 곳에서 사라졌다.

할 수 없이 연기가 다 사라질 때까지 기다린 진대불은 처참한 사건현장을 수습하기 시작했다.

일단 경찰과 구급차를 부른 진대불은, 우정연을 살펴보았다. 그리고 생각보다 멀쩡해 보이는 모습에 안도의 한숨을 내쉬었다.


“이봐 대불. 이 자도 아직 살아있는데?”


잭의 목소리에 뒤를 돌아보니, 지현성을 안아든 잭이 보였다.

그 모습을 보고 진작에 신고부터 하지 않은것이 후회되었지만 어쩔 수 없었다.

환자에 신경을 쏟고 있었다면 가면인이 무슨 짓을 했을지 모를 일이었다.




*****


경기도 외곽의 외진 곳에 덩그러니 서있는 별장.

그 곳에 두 인물이, 아니 한 엔젤린과 한 몬스터가 대화를 나누고 있었다.


“그래서 원하는게 뭔가?”

“회장님 때문에 난 이미 죽은거나 다름없게 되었으니, 내 가족이라도 잘 봐달라는 것입니다.”


말을 하고 있는 이 몬스터는 이전에 폭발 현장에서 몬스터에게 기생을 한 이정환이었다.


“그게 왜 나 때문인가? 자네가 일처리를 똑바로 하지 못해 이리 된 것인데, 오히려 우리 쪽에서 보상을 받아야 할 판이야.”


그 말에 이정환이 흥분했는지 목소리가 약간 커졌다.


“일처리를 똑바로 못하다니요. 살수 두명이 덤벼도 안되는 놈인데 일반인이나 다름없는 무력을 지녔다고 한 쪽은 회장님 아닙니까.”


잘못된 정보 때문에 모든것이 어긋났는데 이걸 내탓이라니, 라고 중얼거리는 이정환.

그 얘기를 듣고 있던 회장이라는 노인은 피식 웃더니 입을 열었다.


“자네가 우리 말을 무시하고 진대불을 스카웃하려고 한 것을 모를줄 알았나?”

“그, 그건 우리쪽으로 끌어들인 다음 조용히 처리하려고 한 것이었습니다.”

“그래? 그럼 스카웃하지 못한것 자체가 일처리를 똑바로 못했다는 얘기 아닌가?”


이정환은 반박하고 싶었지만 딱히 떠오르는 말이 없었다.

논리적으로 해결이 안되니 화풀이나 할까 싶은 생각이 들던 그때, 회장이 먼저 제안했다.


“현재 놈의 행방을 확인해 두었으니, 확실히 처리해주게. 사실 이전에는 좀 눈에 거슬리는 정도였는데, 이제는 좀 방해가 되는 모양이더군. 이번에 진대불을 잡으면 가족의 미래는 책임져주지.”

“회장님이 부리는 인물들이라면 충분히 처리가 가능할텐데 왜 저에게 맡기는 겁니까? 혹시 이 일을 빌미로 저를 처리하고 싶으신거 아닙니까.”

“훗, 자네는 그럼 왜 길드원에게 안 맡기고 따로 살수를 고용했나? 사람들은 다 저마다 사정이 있는 법일세.”


그 말에 이정환은 할말이 없었다. 모두 맞는 말이었다. 오히려 길드 하나 운영하던 자신보다 더 복잡한 문제들이 산재할 터였다.


“그럼, 놈의 위치라던가 정보같은건 받아볼 수 있는겁니까?”

“그 정도는 지원해줄 수 있지. 현재 놈의 위치네.”


회장은 쪽지를 하나 건네주며 말했다.

그것을 펼쳐본 이정환은 바로 자리에서 일어나 문으로 향했다. 문을 열고 밖으로 나가기 직전, 이정환은 마지막 한마디를 남기고 사라졌다.


“가족에 대한 약속은 꼭 지키시는 것으로 알겠습니다.”




*****


“현성이형이 깨어났다고요?”

“그래, 같이 병원에 가보자.”


김준과 진대불은 지현성이 입원해 있는 병실을 찾았다.

시간대가 잘 맞았는지, 다행히 지현성은 잠들어 있지 않았다.


“왔냐.”

“형 이제 괜찮은거에요?”

“그래, 생각보다 심하게 다치진 않은 모양이야. 물리적인 상처보다는 대부분 마나 역류로 인한 상처라서.”

“그게 더 치명적인거 아니에요?”

“뭐, 실질적으로 장기가 손상된 것보다야 나으니까.”


어깨를 으쓱 하며 아무렇지 않은 듯이 말하는 지현성의 표정은 왠지 씁쓸해 보였다.

좀 더 경과를 봐야겠지만, 마나유저로서의 능력들에 이상이 생길지도 모르는 상황이었다.


“그런데, 수경이 누나는 어디갔어요?”

“바람 쐰다고 나갔어.”


이수경은 그날 이후로 매일같이 벤치에 앉아 멍하니 시간을 보내곤 했다.

진대불이 걱정스러운 표정을 짓자, 김준이 진대불의 등을 탁 치며 말했다.


“걱정하지 마라. 수경이가 좀 놀라서 그렇지, 곧 훌훌 털고 일어날거야.”


진대불은, 이수경이 그저 우재혁의 사망 때문에 충격받은 것으로 끝이 아니라, 진대불을 원망할까봐 걱정스러운 마음이 들었다.


‘그것도 아니고 만약 스스로를 원망하게 되면 큰일인데.’


계속 자책만 하다가 폐인이 되버리는 것은 아닌가 하는 걱정이 들기도 했지만 진대불은 의식적으로 생각을 지웠다.


‘괜히 재수없게시리 이런 생각은 하지 말자.’


진대불은 양손으로 뺨을 찰싹 때려 정신을 환기시키고는 지현성과 대화를 나눴다.

그때, 이수경이 병실로 들어왔다.

진대불은 어색하게 인사를 나누었다. 이수경은 그런 진대불을 향해 똑바로 걸어오더니 눈을 똑바로 쳐다보고는 입을 열었다.


“그날 있었던 일에 대해서 제대로 듣고 싶어.”


이 상황을 피하고 싶었지만, 꼭 설명해주고 싶기도 했던 진대불이었다.

굳이 설명하기 난처한 내용들이 많았지만, 가만히 오해만 키울 수는 없는 일이었다.

그때 문 쪽에서 다른 목소리도 들려왔다.


“저도 자세히 들어야겠어요.”


목소리의 주인공은 우정연이었다.

이 일로 인해 오빠를 잃은 우정연이 누구보다도 진실에 대해 궁금해하는 사람일지도 몰랐다.

그렇게 다섯 명은 지현성의 침대를 중심으로 둘러앉았다.


“일단 일이 이렇게 된 것에 대해서, 모두에게 미안하다고 말하고 싶어요. 이유는, 제가 그 폭발에 대해서는 전혀 관여를 안했지만, 폭발을 일으킨 자는 저를 염두에 뒀을지도 모르기 때문이에요."


일단 사과로 말문을 연 진대불은 어떻게 설명을 해나가야 할지 갈피를 잡지 못했다.


“그러니까, 내가 어디부터 이야기를 해야될지 모르겠는데, 궁금한게 있으면 일단 질문을...”

“나중에 나타난 가면 쓴 사람이 누군지 말해주세요.”


가면인이 나타날 때까지만 해도 의식이 있었던 것인지, 우정연은 가면인에 대해서 궁금해 했다.

사실 그 자에 대해서 아는 것도 없는 진대불이지만, 그 자의 이야기로 시작하는 편이 설명하기 수월할 것 같았기에 먼저 가면인의 얘기를 하려 했다.

그때, 진대불의 휴대전화가 울렸다.


“잠시만요.”


이야기를 끊고 일단 전화를 받은 진대불은 그대로 굳어버렸다.


“진대불, 나다 이정환.”

“이정환?”

“설마 그새 나를 잊은 건 아니겠지? 아니면 설마 내가 죽은 줄 알았나?”


죽은 줄 알았던게 맞았지만, 그런 것에 일일이 대답할 바보는 아니었다. 진대불은 이정환이 연락해온 타이밍이 공교롭다고 느껴졌다.


“이번 던전에서 일어난 일에 당신도 연관되어 있는 거였나?”

“어허, 쓸데없는 억측은 그만두고 나랑 이야기를 좀 해보는게 어때.”

“이야기는 무슨, 이번에는 또 무슨 폭발을 일으켜서 날 죽이려 할지 모르는데?”

“너희 크루 사무실이라고 하는 곳으로 5시까지 와라.”


뚝.


이정환은 자신의 할말만 한 채 전화를 끊어버렸다.

진대불이 시계를 보니 5시까지는 30분 정도가 남아있었다. 병원에서 사무실까지 가기 위해서는 곧 출발해야 했다.

심각한 표정으로 계속 무언가를 고민하는 듯한 진대불을 다른 사람들은 가만히 쳐다보고 있었다.

한참을 고민하던 진대불이 입을 열었다.


“죄송한데, 잠깐 어디좀 다녀와서 이야기 해도 될까요?”

“아니.”


고민할 것도 없이 단숨에 대답한 이는 이수경이었다.


“그 이정환이라는 자를 만나러 가는거니?”


진대불은 머뭇거리며 대답하지 못했다.


“나도 따라가야겠어. 이번 일과 관련된 자라면 그자에게 직접 이야기를 듣는 편이 나을지도 모르니까.”

“누나, 그 놈이 또 무슨 일을 꾸미고 있을지도 몰라요. 일단 제가 만나보고...”

“저도 따라가겠어요.”


무표정한 얼굴로 단호하게 말을 꺼낸 우정연.

진대불은 그녀의 표정을 보고 차마 말리지 못했다. 어떤 말을 해도 뜻을 꺾을 것 같지 않았기 때문이었다.

이수경과 우정연을 번갈아 본 진대불은 함께 가기로 결정했다. 어차피 자신만 간다고 해도 그녀들이 뒤따라올것이 뻔해 보였다.


“그럼 함께 가죠. 그리고 그 사람이 연관 되어 있는지는 아직 모르니까 먼저 섣불리 나서지 않기로 해요.”


그때, 누워있던 지현성이 몸을 일으키려 했다.


“나도 같이...”


이수경은 그런 지현성의 어깨를 손으로 눌러 도로 눕힌 후 말했다.


“넌 그냥 누워있어. 내가 다 알아보고 올게. 준아, 현성이 부탁할게.”


진지한 이수경의 표정을 보고 지현성과 김준은 고개를 끄덕였다.

지현성은 이수경이 너무 감정적으로 대처할까봐 나서려 했지만 표정을 보아하니 그리 걱정하지 않아도 될 것 같았다.

병원을 나서며 진대불은 잭에게 연락했다.

잭 일행은 아직 한국에 머물며 던전을 돌아보고 있었다. 사실 진작 돌아갔어도 되지만, 잭은 이 곳에서 엔젤린에 대한 단서를 더 잡을지도 모른다는 생각에 남아있는 것이었다.

잭은 던전을 찾던 중에 진대불의 연락을 받고는 곧장 사무실 쪽으로 방향을 틀었다.



탑센스 크루의 사무실.

한쪽엔 검은색 천을 두르고 있는 덩치 큰 인물이 앉아있고, 반대편 소파에 진대불과 이수경, 우정연이 앉아있었다.

그리고 타이니픽셀의 사람들이 그 뒤편에 서 있었다.


“다들 이야기할 준비가 되었나보군.”


말을 마친 이정환이 검은 천을 걷었다.


“헛.”

“음...”


사람들은 저마다 소리를 내었다.

검은 천 안에서 나타난 모습은 사람이 아닌 몬스터의 모습이었기 때문이었다.

이정환은 사람들이 놀란 마음을 추스르기도 전에 다시 한 번 당황스럽게 만들었다.


“진대불, 날 도와다오. 내가 아는 정보를 최대한 말해 주겠다."


진대불은 혹시 자신이 잘못 들었나 싶어 다시 그 말을 되뇌어 보았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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44 #44 - 아무것도 발견할 수 없었다 +1 20.10.01 46 2 12쪽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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42 #42 - 고레벨 던전 +1 20.09.29 42 2 12쪽
41 #41 - 예고편 20.09.28 44 1 12쪽
40 #40 - 앞으로의 계획 20.09.25 32 1 13쪽
39 #39 - 또 하나의 요새 20.09.24 68 1 12쪽
38 #38 - 허세충 20.09.23 48 1 12쪽
37 #37 - 요새의 주인 20.09.22 54 1 13쪽
36 #36 - 적 20.09.21 47 1 12쪽
35 #35 - 그러면 그렇지 20.09.19 46 1 13쪽
34 #34 - 후작의 무력 20.09.18 57 1 12쪽
33 #33 - 성 20.09.17 58 1 12쪽
32 #32 - 용기가 가상하군요 20.09.16 63 1 12쪽
31 #31 - 상륙 20.09.15 64 1 12쪽
30 #30 - 몬스터 웨이브 20.09.14 69 2 12쪽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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