이거, 사람새끼 아니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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결이현
작품등록일 :
2020.08.10 19:0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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2020.10.09 06:0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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20.09.24 06:0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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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39 - 또 하나의 요새

DUMMY

청와대는 지도에 제대로 표시되어 있지 않기에 바로 알아보지는 못했지만, 주변 도로를 보니 청와대가 확실한 듯 했다.


“일본놈의 새끼가 여기까지...”


당장이라도 가서 살펴보고 싶지만, 진대불은 고민했다.

위치가 위치인 만큼, 함부로 이동하기 꺼려진 탓이다.


“에라이, 내 영역이라는데 이것도 무서워서 못 가면 되겠냐.”


결국 확인해보기로 마음먹은 진대불.

혹시나 이동한 곳에 다른이가 들어올지도 모른다는 생각에 머뭇거렸지만, 생각해보니 그럴 가능성이 가장 낮은게 지금이라는 판단이 들었다.

다나카 신지로의 죽음이 알려지기 전에 후딱 확인하는 것이 가장 나은 선택이라는 판단이었다.



[영지(서울) 로 이동 하시겠습니까?]



그냥 서울이라도 되어있는 이름만 봐도, 애초에 서울에 추가로 요새를 만들 생각이 없었다는 것을 알 수 있었다.


“나도 그럼 영역 선포한 다른 던전으로 이동할 수 있나?”


아직은 그런 기능이 오픈되지 않았지만 언젠가는 가능할 수 있을거라 믿으며 진대불은 텔레포트를 감행했다.


번쩍.


자신도 모르게 눈을 감았던 진대불이 천천히 눈을 떴다.

그러나 주변은 바뀐 것이 하나도 없었다.


“뭐가 잘 안된건가?”


의아한 표정으로 집무실 내부를 둘러보던 진대불은 반색을 했다.

조금전에 자신이 집무실을 둘러보며 앉아 보았던 의자의 위치가 달라진 것을 본 것이다.


“여기 처음 들어왔을때랑 세팅이 똑같네.”


아마도 요새마다 똑같이 꾸며놓은 집무실로 이동이 가능한 듯 했다.

자신의 가설을 확인하기 위해 진대불은 요새 밖으로 나와 보았다.


“이런, 씨.”


진대불은 당황하며 급히 요새 안으로 다시 들어왔다.

진대불이 밖에서 본 장면은 대한민국의 대통령이 침대에서 자고있는 모습이었다.

진대불은 머릿속이 복잡했다.


“그럼 정부랑 일본놈이랑 한 패인 건가? 아니면 그저 어쩔수 없이 휘둘리고 있는거?”


이런저런 생각을 하던 진대불은 하나의 가설을 떠올렸다.


“대통령도 엔젤린인가?”


하지만 곧 고개를 저었다.

지금까지 여러 대통령이 있어왔고, 그들은 전부 투표를 통해 뽑혔으니 엔젤린이라고 단정짓기 어려웠다.

결국 어떤 식으로든 엔젤린이 따로 접근을 해서 대통령에게 영향력을 끼치고 있다던가, 아니면 과거에 끼쳤었다고 봐야했다.


“다나카 신지로가 나라마다 지부를 가지고 있긴 했지만, 그렇게 지 혼자 뭘 하고 다닐 깜냥은 안되는것 같았는데.”


아마도 다나카 신지로 개인적으로 움직인 것이 아니라, 세계적인 엔젤린 조직의 하수인으로서 이곳을 방문 했으리라.

이것이 우리나라만의 문제인지 다른 나라도 그런것인지는 모르겠지만 상당히 기분 나쁜 일이었다.

정부가 엔젤린에게 강제적으로 조종당하는게 아니라 협력관계일 뿐이라고 하더라도, 국민의 입장에서 속고 있었다는 것에 대해 기분 나쁜것은 마찬가지였다.

진대불은 복잡한 머릿속을 정리하기 위해 집으로 돌아왔다.

오늘 더이상 파고들어봤자 사고만 칠 뿐, 현 상황에 별로 도움이 되지 않을것 같아서 였다.



다음 날.


뉴스는 한강 요새에 대한 이야기로 난리가 났다.

이미 한강에 나타난 정체불명의 요새와 몬스터에 대해서 한창 떠들어댄 후였는데, 오늘 아침 일어나보니 요새의 모습이 사라져 있었기 때문이었다.

요새의 모습은 사라졌지만 사람들은 점점 더 요새에 대한 언급을 많이 하기 시작했고, 그것은 많은 음모론을 낳게 되었다.

그렇게 시간이 일주일 정도 흐르자, TV에는 자칭 전문가라는 사람이 나와 토론까지 벌이게 되었다.


“이건 일시적으로 마나가 뭉쳐서 폭발한 현상으로, 이미 뭉쳐있던 것이 해소가 되었으니 이런 일이 다시 일어나지는 않을 것입니다. 그저 다른 지상던전과 같이 관리하면 될 일이지요.”

“세계 그 어디에서도 보고되지 않은 현상을 가지고, 마치 당연히 알고있던 자연현상인 것처럼 이야기 하지 마십시오. 이건 국가 전복의 음모가 아닌지 조사가 필요합니다.”

“제 연구에 따르면 충분히 자연적으로 발생 가능한 일입니다.”

“아무런 증거도 보여주지 못하고 상상만으로 만들어진 그 이론은 좀 그만 언급했으면 합니다.”


사회자가 말릴 틈도 없이 서로 말을 주고받는 사람들.

그들은 스스로를 전문가라 칭하고 있긴 하지만, 실질적으로 던전 한 번 돌아본 적 없는이가 대부분이었다.

탑센스 크루의 사무실에서 그런 답 없는 토론회를 보고 있던 김준이, 옆에 있는 이수경에게 물었다.


“넌 어떻게 생각해?”

“뭐가?”


TV를 보다 말고 뜬금없이 묻는 김준의 말에 이수경이 퉁명스럽게 답했다.

그녀의 귀찮아하는 표정이 보이지 않는지 김준은 질문을 계속했다.


“저기 한강에 뭐 생겼다는거, 진짜 일시적인걸까?”

“글쎄, 저기서 몬스터도 나오고 다시 들어가기까지 했다고 하니까 그냥 던전같은거 아닐까?”

“지금까지 본 던전이랑 너무 다르잖아.”

“지상던전 처음 봤을 때는 그 전에 봤던 거였냐? 그리고 그냥 던전 처음 생겼을때는 어떻고?”


김준은 자신을 무시하며 대답하는 이수경에게 뭐라 반박하고 싶었지만, 딱히 반박할 수 없는 맞는말이어서 가만히 있었다.

그때, 옆에있던 지현성이 입을 열었다.


“대불이한테 한 번 물어보던지. 지금 서울에 있으니까 아무래도 정보도 많을테고, 그리고 엔젤린에 대해서도 알고 있으니까.”

“아, 그렇네. 지상던전처럼 이것도 엔젤린이 꾸민 짓이라면 대불이가 잘 알고있을지도 모르겠어.”


역시 현성이가 현명해, 이라고 말하며 엄지손가락을 내미는 김준.

그가 휴대전화를 들어 진대불에게 연락을 하려는데, 이수경의 전화벨이 울렸다.

그녀가 전화를 받는 소리에 김준은 하려던 행동을 멈췄다.


“어, 대불아 웬일이야?”


발신자는 진대불이었다.

김준은 자신이 통화할 상대를 뺏긴 것 같아 잠시 인상을 썼지만, 전화가 온 김에 바로 궁금한 것을 물어보면 되니 나쁠것 없다고 생각했다.


“마침 전화하려던 참이었는데 통했네?”

“아, 진짜요? 무슨 일인데요?”

“내가 아니고 준이가 전화 하려던 거야. 네가 먼저 전화 했으니까 먼저 말해.”

“정연이 번호 좀 알고 싶어서요.”

“정연이? 그건 갑자기 왜?”


이수경은 눈이 가늘어지며 미심쩍은 목소리로 물었다.

진대불은 잠시 머뭇거리다가 조심스럽게 대답했다.


“저, 우윤호 회장의 번호 좀 물어보려고요.”

“우윤호 회장 번호는 왜? 또 놈들이 해코지라도 했어?”

“아, 아니 그건 아니고요.”


그때, 옆에서 귀를 바짝 대고 대화 내용을 듣고 있던 김준이, 전화기를 뺏어들고는 진대불에게 말을 쏟아내기 시작했다.


“그럼 왜? 설마 우회장이 한강에 섬을 만든 다음에 몬스터들을 풀어서 사람들을 몰살시키고, 그것을 바탕으로 공포를 이끌어내서 그 공포를 먹고 점점 힘을 키운 다음에 지구를 지배하고, 더 나아가 우주까지 지배하려고 해?”

“...”


진대불은 할 말을 잃었다.

이수경도 잠시 얼어 있었지만, 김준의 헛소리에 진대불보다는 익숙했던지라 금새 정신을 차리고 휴대전화를 뺏어들었다.


“번호는 문자로 알려줄게.”

“누나, 대낮부터 형들이랑 술먹었어요?”

“아니야!”


이수경이 소리를 빽 질렀다.

그리고는 조금 민망했는지 헛기침을 하며 말을 돌렸다.


“큼, 그건 그렇고 한강에 나타났다는 섬이랑 몬스터에 대해서는 좀 알아?”

“그거 관련해서 한 번 얘기 드리려고 했는데, 일단 확인할게 좀 있어서요. 우윤호 회장 만나보고 제가 연락 한 번 드릴게요.”


그 말에 이수경은 약간 놀라운 표정을 하며 김준을 곁눈질로 쳐다보았다.


“진짜 우회장이랑 관련 있는거야?”

“일단 엔젤린이 관련된건 맞아요. 다만 우회장이 어디까지 엮여있는지는 확인이 필요하고요.”

“설마 진짜로 우회장이 세상을 지배하려는...”

“누나!”

“알았어, 농담이야 농담.”


그렇게 통화를 마치고 진대불은 이수경에게서 전화번호를 하나 받았는데, 그것은 우정연의 것이 아니고 우윤호의 것이었다.

진대불이 우정연에게 요청하기 불편할까봐 직접 수고를 들인 것인지, 아니면 진대불에게서 우정연을 보호하기 위해서인지는 모르겠지만 진대불 입장에서는 나쁘지 않은 일이었다.

진대불은 호흡을 가다듬고 전화번호를 눌렀다.




*****


“대체 그 진대불이란 놈이 뭔데 영상을 공개 못한다는 거야!”


MKN 방송국의 사무실에서 정은지가 누군가에게 한소리 듣고 있었다.

하지만 그녀는 풀죽어 있는 표정을 하고 있으면서도 자신의 뜻을 꺾지 않았다.


“다음번 특집에 출연할 사람이에요. 그 사람이 영상의 공개를 원하지 않아서...”

“지금 그게 말이나 되는 소리야! 한강에 몬스터 섬이 떴다고 일주일이 넘도록 온 나라가 떠들썩한데 이걸 그냥 묵혀두고 있겠다고?”


정은지에게 큰소리를 내고 있는 사람은 그의 상사인 배지환이었다.

배지환의 말도 일리가 있었다. 영상의 가치는 날이 갈수록 떨어질테니 최대한 일찍 공개하는것이 맞는 판단이었다.


“그 사람의 요청 때문이기도 하지만, 그 영상은 나중에 특집때 들어가는 편이 좋을 것 같아서 남겨두는 겁니다. 사실 영상 풀어봤자 돈이 되는것도 아니잖아요.”


그랬다.

굉장한 이슈를 불러일으킬 수 있는 영상이지만, 이걸 뉴스를 통해 공개하게 되면 보도국 쪽만 웃음꽃이 필 것이 자명했다.


“그건, 그렇지만...”


사실 배지환도 그걸 알고 있었지만, 위에서 자꾸 압력이 들어오고 있어서 이렇게 정은지를 닦달해 본 것이었다.

진짜로 영상을 공개하고 싶었으면 이렇게 정은지를 들들 볶을 필요 없이 직접 움직이면 되었다.


“그럼 지금 가서 출연 스케줄이나 잡아와. 그놈이 출연할지도 모른다 해서 사정 다 봐주고 있는데, 한참 지나서 영상도 똥되고 그놈도 섭외 못하면 안되니까.”

“넵!”


정은지는 힘차게 대답하고는 재빠르게 배지환의 시야에서 사라졌다.

그렇다고 해서 당장 진대불을 찾아가려는 건 아니었고, 그저 그 자리를 빨리 피하고 싶어서였다.

옥상으로 몸을 피한 정은지는 하늘을 바라보며 한숨을 쉬었다.


“에휴, 난 그 사람 전화번호도 없는데.”


정은지는 지난 며칠동안 진대불의 연락을 기다리며 피가 마르는 듯 했다.

출연을 안할거라면 안하겠다고 확답이라도 듣고 싶었지만, 그녀는 진대불의 전화번호를 모르는 것이다.

정은지는 자신의 전화번호만 진대불에게 건네주며 연락을 기다리겠다고 했었기에 그의 번호가 없었다.


“왜 이렇게 멍청했을까.”


아마 다른 선배들이 이 사실을 알았더라면 당장이라도 영상을 보도국에 넘기겠다고 할 테지만, 정은지는 희망을 놓지 않았다.


그때.


위이잉.


정은지의 휴대전화가 울렸다.


‘설마?’


“여, 여보세요.”

“안녕하십니까? 해피 캐피탈에서 한도 없이 당일...”


뚝.


순간적으로 큰 기대가 배신 당해서였을까.

정은지의 표정은 마치 영혼이 빠져나간 것처럼 공허했다.


지이잉.


다시 한 번 울리는 휴대전화 진동에 정은지는 반응하지 못했다.

다행히 전화는 아니었는지, 진동은 한 번만 울리고 멈췄다.

정은지는 그대로 휴대전화를 주머니 속에 넣으며 터덜터덜 걸어 계단으로 향했다.


“열심히 일이나 하자.”


기분을 전환 시키려면 신나게 놀거나 바쁘게 일하거나 해야 하는데 지금은 바쁘게 일할 때인 것이다.

그렇게 마음을 다잡으며 계단을 내려가는 정은지의 주머니 속 휴대전화에는 문자 메시지 하나가 와 있었다.


- 안녕하세요, 저번에 만났던 진대불이라고 합니다. 방송 출연 관련해서 만나뵙고 이야기를 좀 하고 싶은데요...


정은지가 이 메시지를 언제 확인할 수 있을지는 모를 일이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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40 #40 - 앞으로의 계획 20.09.25 32 1 13쪽
» #39 - 또 하나의 요새 20.09.24 68 1 12쪽
38 #38 - 허세충 20.09.23 48 1 12쪽
37 #37 - 요새의 주인 20.09.22 54 1 13쪽
36 #36 - 적 20.09.21 47 1 12쪽
35 #35 - 그러면 그렇지 20.09.19 46 1 13쪽
34 #34 - 후작의 무력 20.09.18 57 1 12쪽
33 #33 - 성 20.09.17 58 1 12쪽
32 #32 - 용기가 가상하군요 20.09.16 63 1 12쪽
31 #31 - 상륙 20.09.15 64 1 12쪽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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