이거, 사람새끼 아니네

웹소설 > 일반연재 > 현대판타지, 판타지

결이현
작품등록일 :
2020.08.10 19:00
최근연재일 :
2020.10.09 06:00
연재수 :
50 회
조회수 :
6,862
추천수 :
122
글자수 :
277,480

작성
20.10.01 06:00
조회
45
추천
2
글자
12쪽

#44 - 아무것도 발견할 수 없었다

DUMMY

촬영이 모두 끝난 저녁 시간.

오랜만에 술 한잔 하자는 최수혁을 뿌리치고 진대불은 집으로 들어왔다.

혼란스러운 머릿속을 정리할 필요가 있었기 때문이었다. 진대불은 멀쩡한 정신으로 오늘 일에 대해서 복기해보고 싶었다.

최수혁은 좀 섭섭해 하는 것 같았으나, 던전에서의 일도 있고 하니 그냥 넘어가 주었다. 하루종일 표정이 좋지 않다보니, 최수혁도 사정을 봐줄 수 밖에 없었다.


“일단, 엔젤린은 아니야.”


던전에서는 정황상 엔젤린은 아닐거라 짐작했었지만, 지금은 확신하고 있었다.


“엔젤린이라면 내가 기운을 느낄 수 있었을리가 없지.”


분명 출구 마법진을 찾을 때, 진대불은 벽 속에 숨어있는 몬스터의 기운을 느낄 수 있었다.

이것은 진대불이 던전이나 다른 몬스터들을 느낄때와 같은 느낌이었다.


“기운을 봐서는 사탄인 것은 확실하고...”


진대불은 그렇게 중얼거리며 무의식 적으로 자신의 상태창을 확인했다.



...

[1차 클래스: 지구 유일의 사탄]

...



상대가 자신과 같은 존재는 아닐거라는 생각이 들었다. 그것은 그저 몬스터였던 것이다.

문득, 진대불은 외롭다고 생각했다.

엔젤린들은 전 세계적으로 똘똘뭉쳐서 작당모의를 하고 있는 판국에, 사탄들은 죄다 몬스터들 뿐인 것이다.


“에휴.”


사실, 이렇게 집에서 혼자 생각에 빠진다고 해서 아까 본 몬스터의 정체를 알 수 있을 리 없었다.


“생각해봐야 머리만 아프지.”


진대불은 고민과 추리가 아닌, 상상을 시작했다. 거미 몬스터의 존재가 무엇인지 고민해봤자 답을 알 수 없으니 그저 상상의 나래나 펼치며 머리를 식히기 위함이었다.


“다나카 신지로의 휘하 관리인이라는 놈일까? 그런데 왜 사탄의 기운을 가지고 있었을까. 나를 공격 안했던 것은 나를 보호하기 위해...”


그렇게 가만히 누워 이런 저런 생각을 하다가 진대불은 잠이 들었다.



다음 날.


“미국에 무슨 일 있어?”


진대불은 오늘 미국으로 돌아간다고 하는 잭과 인사하기 위해 나와 있었다.


“아니 별일은 없어.”

“그런데 왜... 아!”


별일 없는데 왜 미국에 가냐고 하려던 진대불은 자신의 멍청함에 실소를 흘렸다.


“왜긴, 나랑 루나도 집에는 가봐야 하지 않겠어?”

“하하, 미안. 일 있을 때마다 만나니까 한국에 있는게 너무 자연스러웠나봐.”

“풉.”

“어?”


멋쩍게 웃으며 뒤통스를 긁적이는 진대불을 보고, 루나가 웃음을 흘렸다.


“설마, 내 말을 알아들은건 아니지?”

“아마 그정도는 알아들을걸? 루나도 계속해서 공부를 하고 있으니까 말이야. 어린데다가 똑똑하기까지 하니 아마 금방일거야.”


잭이 말을 하는 동안 루나는 진대불을 빤히 쳐다보며 고개를 끄덕이고 있었다.


“다음번에 만났을때는 대화까지 가능할지도 모르지.”

“그럼 다음번엔 잭 없이 루나만 한국에...”


진대불이 쓸데없는 소리를 한다고 생각했는지 잭이 말을 가로채며 말을 돌렸다.


“그건 그렇고, 루나가 또 확인해 줄 것이 있다면서?”

“그래, 어제 들렀던 던전에서 특이한 몬스터를 봤거든.”

“특이한 몬스터?”

“보스급 몬스터라고 불러도 될 정도로 특별히 강한 놈이었어. 게다가 말까지 하더라고.”

“말? 뭐라고 하는데?”

“어? 그, 그냥 살려두지 않겠다. 뭐 그런거지.”


사실대로 말할 수 없었던 진대불이 살짝 말을 더듬었지만, 다행히 잭은 이상함을 느끼지 못한 듯 했다.


“그런 놈이 발견되었다는 얘기는 못 들은 것 같은데, 한국에서 특별한 일이 생기는 건지 아니면 미국은 엔젤린에 의해 정보가 차단된 건지 모를 일이네.”


혹시나 있을 위험에 대비하여 최수혁까지 불러서 가본 곳에는 아무것도 없었다.

보스급의 거미 몬스터만 없던게 아니라, 정말로 아무것도 없었다.


“위치를 잘못 찾은거 아니여? 던전이 없어졌을리가 있나.”


최수혁은 진대불에게 물으면서도 잘못 찾아온 것이 아니라고 생각하고 있었다. 최수혁의 눈썰미로도 분명 위치는 이곳이 맞았다.


“루나도 이 주변에 던전은 없다고 해. 만약 산 자체를 잘못 올라온 것이 아닌 이상, 근처에는 던전이 없다고 봐야 할걸.”


궁금증을 풀려고 왔다가 혼란스러움만 가중된 채, 진대불은 산을 내려왔다. 그리고는 잭과 루나를 공항에 바래다주고 돌아왔다.

최수혁은 길드로 돌아간 상태였기 때문에 진대불은 혼자 다른 던전들을 둘러보기 시작했다.

하지만 보스 몬스터는 보이지 않았고, 던전이 없어졌는지는 확인이 불가능했다. 모든 던전을 기억하고 있지 않은 이상, 던전이 없어진 것을 바로 알아채기는 쉽지 않았기 때문이다.


그렇게, 그날 있었던 일은 그냥 하나의 해프닝으로 진대불의 기억 속에서 잊혀지는 줄 알았다.



*****


쾅.


우윤호는 엔젤스 길드의 길드장인 남진모에게 불같이 화를 내고 있었다.


“방송출연 따위는 필요 없다면서?”


남진모는 대꾸도 없이 고개를 숙이고만 있었다.

그들은 어제 방송된 헌터스와, 그 곳에 출연한 진대불에게 쏠리고 있는 대중의 관심에 대해서 보고받은 상태였다.

인터넷은 진대불에 대한 이야기로 난리였고, 최수혁도 많은 이들에게 회자되고 있었다.

남진모는 일전에 헌터스의 섭외가 왔을 때, 이런식으로 얼굴을 알릴 필요는 없다면서 좀 더 실적을 쌓는게 낫다고 말했었다.


“그래서, 그동안 실적은 얼마나 쌓았나?”

“여의도에 투입된 길드 중에서는 가장 많은...”

“아니, 그래서 그 실적을 누가 알고 있냐고.”


남진모는 또 한 번 할말을 잃었다.

차곡차곡 사람들에게 인지도를 쌓는 중에, 한강에 요새 섬이 생기는 바람에 모든 관심이 그쪽으로 쏠린 것이다.

게다가 다시 뭘 해보기도 전에, 헌터스에 출연한 진대불로 인해 엔젤스 길드는 관심 밖으로 멀어졌다.

남진모도 나름 억울했다. 자신이 출연을 거부할 때만 해도 헌터스는 이런 파급력을 지닌 프로그램이 아니었다.


‘그냥 땀범벅에 때묻은 얼굴로 힘들다고 인터뷰 하는게 전부였는데.’


게다가 원래 헌터스는 이번처럼 영상미를 뽐내지도 않았었다. 남진모는 자신이 삶에 찌든 육체노동자 처럼 보일까봐 출연을 거절했던 것이다.

스스로가 몸을 쓰는 헌터이면서도 몸 쓰는 일을 천하게 여기는 과거의 습성이 남아있는 탓이었다.


“그래서 앞으로는 어떻게 할 셈인가?”

“다음번 헌터스에...”


우윤호의 표정이 더욱 살벌해졌다.

그의 얼굴을 살핀 남진모는 급히 말을 바꿨다.


“그럼, 지금처럼 우직하게 몬스터를 사냥하면...”


우윤호는 자신이 너무 모자란 자를 길드장으로 앉혀놨나 고민해 보았다.

한참을 못마땅한 표정으로 남진모를 바라보던 우윤호가 입을 열었다.


“길드 차원에서 촬영팀을 꾸릴 예정이다. 그들이 길드원의 영상을 찍어서 인터넷에 공개할거고. 일개 다큐보다는 훨씬 괜찮은 영상을 뽑아낼테니 사냥이나 열심히 하도록 해.”


우윤호는 남진모보다 훨씬 나이가 많으면서도 젊은층에 대한 이해가 높아 보였다.

이것은 참모진의 아이디어이긴 했지만, 그것을 수용하는 우윤호도 감이 뛰어나다고 할 수 있었다.


그때, 집무실로 한 사람이 들어와 우윤호에게 보고를 했다.

옆에서 보고를 함께 들은 남진모의 눈도 동그랗게 떠졌다.


“마침, 영상을 찍기 좋은 기회가 왔군 그래.”

우윤호는 비릿하게 웃었다.



*****


대한민국이 또 한 번 떠들썩해졌다.

다수의 지상던전이 동시 다발적으로 발생한 것이다.

이제와서 지상던전의 출연은 크게 뉴스거리가 아닐 수 있었으나, 문제는 이 던전들이 도심지 한가운데에서 발생했다는 점이었다.


“여기에 던전이 있었다고?”


소식을 들은 진대불은 심히 놀랐다.

새로 생긴 지상던전 전부가 진대불이 모르고 있던 위치에서 발생한 것이다.


“던전 자체가 새로 생겼거나, 내가 감지할 수 없는 던전이란 말인데.”


만약 지하던전이 그냥 발견된 것이라면 단순히 새로 생겼을지도 모른다고 생각했겠지만, 이것들이 동시에 나타난 지상던전이라는 점에서 진대불은 엔젤린의 짓이라고 생각했다.

그래서 진대불은 이것들이 엔젤린형 몬스터가 있는 던전이라고 생각했다. 지금까지 아껴둔 것을 풀어놓는 것이 분명해 보였다.


“그런데, 굳이 숨겨놨던걸 풀어놓을 필요가 있나?”


진대불은 우윤호가 이 일을 꾸몄을 것이라 생각하긴 했지만, 이것으로 그가 무슨 이득을 얻는지는 알지 못했다.

몬스터 웨이브때 경험이 있어서인지, 아니면 인지도를 올리고 싶어서인지는 몰라도 많은 길드들이 발빠르게 움직여주었기 때문에 많은 피해 없이 수습이 진행되었다.

진대불도 던전마다 돌아다니며 특별한 것이 없는지 확인을 했지만 별다른 낌새를 느끼진 못했다.


“여기까지 온 김에 던전이나 좀 들렀다 가야겠다.”


새로 생긴 도심지의 던전을 확인한 진대불은, 이 근처에도 은폐만 시켜놓은 던전이 있다는 걸 기억해 내고는 그 곳으로 향했다.


“어? 이게 왜 이러지?”


한참을 산을 올라 던전에 다다른 진대불은 이상한 낌새를 느꼈다. 던전의 기운이 부글부글 끓어 오르는 것 같은 느낌을 받은 것이다.

던전의 기운은 진대불이 손을 대자 더욱 격렬해졌다.


“이건 마치...”


진대불은 언젠가 이런 장면을 본 것 같다고 느꼈다.

그리고는 우재혁이 죽었던, 던전의 스위칭 장면이 떠올랐다.

진대불은 당장 피해야 한다는 생각이 들었다.

하지만 사정없이 팽팽해지는 마법진의 기운을 보니 달아날 시간따위는 없어 보였다. 아니, 이미 폭발이 시작되고 있는 것 처럼 보였다.


‘땅 속으로 숨어야 하나?’


잠깐 그런 생각도 했지만 소용없는 짓이었다. 스위칭이 일어나면 일대의 땅이 뒤집어 지기 때문에 더 큰 타격을 입을지도 몰랐다.


“에라, 모르겠다.”


진대불은 던전에 입장해 버렸다.


콰과광.


그리고 잠시 후, 스위칭이 일어났다.




던전에 입장한 진대불은 주변을 가득 메운 기운에 답답해져왔다.


“기운이 이정도로 가득찬걸 보니, 진짜로 스위칭이 일어나기 직전이었던가?”


그때 멀리서 목소리가 들려왔다.

그 소리는 사방을 울리고 있어서 어느쪽에서 들려오는지 가늠하기 어려웠다.


“진대불?”


자신의 이름을 들은 진대불은 소스라치게 놀랐다.


“누구냐!”


자신을 아는 누군가가 또 스위칭을 꾸미고 있었단 말인가.


“남의 던전에 침입해 놓고는 누구냐니, 웃기는 일이로군.”


진대불은 조금 전에 떠올랐던 메시지를 다시 한 번 확인했다.



[던전을 최초로 개방합니다. 획득하는 보상이 증가합니다.]



‘저 놈은 이 던전에 들어온 것이 아니라 원래 이 곳에 있던 놈이구나.’


지난번 거미의 외형을 한 몬스터와 같은 종류라고 생각한 진대불.

정신만 차리면 충분히 해치울 수 있을 것이라고 보고, 전투 자세를 취했다.


“훗.”


목소리는 비웃는 듯한 바람 빠지는 소리를 내고는 아무런 움직임도 느껴지지 않았다.


그때.


쿠구구궁.


동굴 형태의 던전 전체가 울리는 소리와 함께, 바닥에서 진동이 느껴졌다.

잠시 후, 바닥과 천장이 모두 갈라지는 바람에 진대불은 중심을 잡기 위해 노력했다. 이 상태에서 공격을 받는다면 제대로 피할 수 없을 것 같았다.

얼마나 시간이 흘렀을까, 땅의 움직임이 멈췄다.

바닥을 이리저리 뒹굴던 진대불은, 곧바로 일어나 검을 고쳐잡고는 주변을 경계했다.


“뭐야, 밖이잖아.”


그곳은 던전 입구가 있던 산 속이었다.


“던전에 들어갔다가 스위칭이 되어서 밖으로 나온건가? 그럼 아까 그 목소리는?”


한참동안 주변을 돌아다녀봤지만 진대불은 아무것도 발견할 수 없었다.


이 작품은 어때요?

< >

Comment ' 1


댓글쓰기
0 / 3000
회원가입

이거, 사람새끼 아니네 연재란
제목날짜 조회 추천 글자수
50 #50 - 그들의 계획 20.10.09 23 0 13쪽
49 #49 - 산신령 +1 20.10.08 35 1 11쪽
48 #48- 이해하지 못했어 +1 20.10.07 33 1 12쪽
47 #47 - 적 +1 20.10.06 42 1 12쪽
46 #46 - 공작 +1 20.10.05 28 1 12쪽
45 #45 - 꿈인가 20.10.02 43 1 12쪽
» #44 - 아무것도 발견할 수 없었다 +1 20.10.01 46 2 12쪽
43 #43 - 대체 누구냐고 20.09.30 42 1 12쪽
42 #42 - 고레벨 던전 +1 20.09.29 42 2 12쪽
41 #41 - 예고편 20.09.28 44 1 12쪽
40 #40 - 앞으로의 계획 20.09.25 32 1 13쪽
39 #39 - 또 하나의 요새 20.09.24 67 1 12쪽
38 #38 - 허세충 20.09.23 48 1 12쪽
37 #37 - 요새의 주인 20.09.22 54 1 13쪽
36 #36 - 적 20.09.21 47 1 12쪽
35 #35 - 그러면 그렇지 20.09.19 46 1 13쪽
34 #34 - 후작의 무력 20.09.18 57 1 12쪽
33 #33 - 성 20.09.17 58 1 12쪽
32 #32 - 용기가 가상하군요 20.09.16 63 1 12쪽
31 #31 - 상륙 20.09.15 64 1 12쪽
30 #30 - 몬스터 웨이브 20.09.14 69 2 12쪽
29 #29 - 그들이 원하는 대로 +1 20.09.11 67 2 13쪽
28 #28 - 계급 차이 20.09.10 73 2 12쪽
27 #27 - 남작 쯤 되려나 20.09.09 69 1 12쪽
26 #26 - 잊고 있던 원수 20.09.08 81 3 13쪽
25 #25 - 전조 20.09.07 94 2 12쪽
24 #24 - 지배를 바랄 뿐 20.09.04 95 2 13쪽
23 #23 - 대화 20.09.03 86 2 13쪽
22 #22 - 영역 선포 20.09.02 97 2 12쪽
21 #21 - 열쇠 20.09.01 130 2 13쪽

구독자 통계

신고 사유를 선택하세요.
장난 또는 허위 신고시 불이익을 받을 수 있으며,
작품 신고의 경우 저작권자에게 익명으로 신고 내용이
전달될 수 있습니다.

신고