하 카 그리고 타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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붉은호수.
작품등록일 :
2020.08.11 20:00
최근연재일 :
2021.02.24 23:55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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20.12.15 22:4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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48쪽

4-27. "신성수호국 1"

DUMMY

...




...응?




여기는 어디지...?


내 마지막 기억은 승강...



?!!!!!!!!!!!



퉁.




...승강기에서 의식을 잃게 된


마지막 기억이 떠오르자마자,



내 앞의 책상을 강하게 치고는


의자를 엉덩이로 박차며 벌떡 일어났어.



하지만 의자와 탁자는 꿈쩍도 하지 않았고,


내가 가한 충격치고는 소리도 매우 작았다.



의자와 탁자 모두, 바닥에 단단히 고정돼 있군.


나의 격한 몸동작에도 전혀 움직이지 않았어.




그나저나 이제야 정신이 들면서,


천천히 내가 있는 곳을 둘러보게 된다.



내가 앉아 있었던 의자와 탁자를 제외하면,


사방이 어두컴컴한 좁은 방.



그다지 밝지 않은 조명이


내가 지금 서 있는 방 중앙만 비추고 있어.



아까 전 소리의 울림으로 짐작해 봤을 때,


여기는 철저하게 방음이 되는 장소 같아.



털썩.



할 수 있는 게 아무것도 없음을 깨닫고,


내가 앉아 있었던 의자에 다시 앉는다...




...도망칠 엄두, 전혀 나지 않아.


문이 어디에 있는지도 모르겠는걸.



문, 창문, 그 무엇도 없는 이 공간에서


내 자아는 심하게 위축돼 있음을 느껴.



문제는 그뿐만이 아니야.



도망쳐봤자 하스테리아 내에서는


결국 독 안에 든 ‘코루’라는 걸 잘 알잖아.



여기서 오랫동안 살았던 사람들조차


아무것도 모를 정도로 복잡한 내부.



때문에 한 곳에서 다른 곳으로 가려면


도보로는 어림도 없을뿐더러,



철저히 자동화된 수단으로만 이동할 수 있어.



맨 처음에는 수많은 노예를 동원해


그 모든 걸 작동하게 만든 줄로 알았는데,



처음 핵심동력실에서부터 마지막 전망대까지


온갖 종류의 초자연적 기술과 과학을 체험했고.



...결국엔 스스로 결론을 내린다.



나의 지적 수준이 품을 수 있는


상상력의 범주를 아스라이 초월해,



이곳에 있는 모든 기계는 수동이 아니라


마치 사람처럼 스스로 움직인다는 것을.




하지만 그토록 다양하고 놀라운 견문에도,


지금 감탄할 여유가 조금도 남아있지 않아.



그러한 ‘자동화 체계’는


나로부터 자유를 빼앗았을 뿐만 아니라,



이곳에서 달아날 수 있는 확률마저 앗아갔으니까.



군사 시설인 신병훈련소에서도


군인들을 따돌리고 탈주했던 나지만,



하스테리아에서는 나 혼자서 그 어떠한 곳도


내 의지대로 몰래 이동할 수가 없다고.



이동도 그 정도인데, 도망을 친다?


작은 희망조차 가질 수 없는 상황이야.



그 안락하고 편안한 분위기의 호텔에서조차


도주할 엄두를 내지 못했는데,



이토록 강압적인 곳에서는


그 어떠한 의지도 꺾여버리고 만다고...



이러한 이유로, 나는 이곳에서도 역시나


탈출하려는 의지를 애초부터 갖지 못한다.




...내가 있는 장소와 내 처지에 대해


파악이 어느 정도 끝나니, 이내 떠오르는 단어.



‘신성수호국’



하스테리아 중앙3국도 최고 권력이라지만,


그중에서도 가장 강력한 조직.



무조건 엮이면 안 된다는 그 신성수호국이


간만에 자유를 누리는 내게 느닷없이 나타나선,



‘귀빈’이라는 나의 신분을 ‘죄인’으로


송두리째 바꾸어버렸어...



하타이트를 아무렇지도 않게 제압하며


자신들이 지닌 권력을 내 앞에서 뽐내고는,



알 수 없는 종류의 무력으로 나를 기절시켜


알 수 없는 이곳에 나를 강제로 끌고 왔다.




하지만, 너무나 신기하게도


내 마음은 오히려 차분한 상태.



반대로 전망대에서 관광했을 때가


나의 내면이 심하게 불규칙했어.



사방의 투명 벽 위에 문자가 도배돼


정신이 혼미해졌던 때를 제외하면,



나의 의식과 무의식을


강하게 뒤흔들어 놨던 건, 오직 두 단어.



‘차가운한계’ 와 ‘크테이우베이자’



그 전까지만 해도 카의 각성과


사라진 능력을 회복하는 데에만


온 신경을 쏟고 있었던 나에게,



나도 모르는 내 자아를 되찾아야 한다는


새로운 과제를 느닷없이 던져 주었고.



예상치 못하게 찾아온 이 철저한 고요는


나의 새 과제에 대한 사색을 하게 해주면서,



이러한 의식적 명상은 또한 나에게


그토록 바라 왔던 내면의 평안을


잔잔하게 선사하고 있다...




어쩌면 나의 카가 이토록 안정된 이유,


내가 승강기에서 겪었던 이상 경험과


관련이 있을 수도 있어.



뭔지는 모르겠지만 뒤에 있던 놈이


내 머리에 뭔가를 씌웠고,



그 뭔가는 내 시각과 청각을 혼란시키더니,


결국 내 카와 타를 정지시켰다.



지금 내가 느끼고 있는 평안,


그 괴상한 공격과 관련이 있을 수도.



마치 마취된 것처럼 쓰러진 내 카와 타,


다시 깨어나고는 평온을 되찾은 거잖아.




이유든 과정이든, 뭐가 어찌됐든 간에...


‘폭력적 연행‘이 나에게 가져다 준 평안이라...




...이거야 원,


내가 생각해 놓고도 황당한 표현이구만.



권역의 귀한 분들만 갈 수 있다는


귀빈전용전망대에서는 그토록 혼란하더니,



죄인에게나 딱 알맞는 장소에 오니까


도리어 마음에 평화가 찾아왔다?




아인, 너란 녀석은...


도대체 무슨 놈이란 말이냐...



너에게 펼쳐진 인생, 나에게 펼쳐진 인생...


그 누구에게도 적절히 설명될 수 없을 듯...





그나저나 전망대에서의 경험,


나에게 있어 정말로 소중했어.



가장 인상 깊었던 건,


당연히 날씨조절기능과 투명 전망대.



리인그리인타라고 그랬지, 아마?


이제는 완전히 머릿속에 자리 잡은 단어.



어쨌든 투명 전망대까지는 그저 나에게


겁만 잔뜩 줄 뿐이었는데,



내 지성으로 설명할 수 없는 파동의 반복이


빠르게 일어나면서 모든 구름을 밀어냈고.



그 직후 내 눈으로 쏟아진 오만가지 감동,


앞으로도 평생 잊지 못하겠지...




하지만 나에게 가장 인상 깊었던 것과 별개로,


나에게 가장 소중한 깨달음은 따로 있어.



바로, ‘스승’의 필요성.



내 자아는 내 스스로가 찾아내야 하는 거라 쳐서,


일단은 한 쪽으로 차치한다 하더라도...



내가 겪고 있는 초자연적 현상과 그 원인,


그리고 그 모든 것들을 컨트롤할 수 있도록


나를 이끌어 줄 수 있는 선생님!



...현재 나에게 있어 가장 필요한 존재야.




가이드라 불렸던 하타이트의 설명을


짧지 않은 시간동안 들으며 실감했어,



전문가가 옆에서 가르쳐주고 않고의 차이는


그야말로 하늘과 땅 차이라는 사실을.



지금까지는 느키티가 그때그때마다


하나씩 하나씩 가르쳐줬다고는 하지만,



너무나도 비체계적이었을 뿐더러


느키티 본인도 결코 전문가가 아니었으니까.



게다가 하타이트는 하스테리아의 이름있는자,


느키티의 경우와는 결코 비교될 수 없겠지.



관광이라는 지엽적인 것에서도


이렇게까지 큰 차이를 경험했는데,



자신조차도 알지 못하는 내 능력들에 대해


찾아가는 과정에서 전문가 스승의 필요성?!



...그야말로 필수불가결.



내가 지금 겪고 있다는 카의 각성,


도대체 어디서부터 어디까지이며.



다른 사람의 생각을 읽을 수 있는 능력,


어떤 경우 그리고 누구에게 발휘될 수 있는지.



제발 누군가가 나타나서


나에게 가르쳐 줬으면 좋겠어...



또한 내가 끌려오기 직전,


하타이트의 카에 느닷없이 접속된 것처럼.



어떨 때는 다른 이들에게 ‘적대적으로’ 접속,


어떨 때는 당사자도 모르게 ‘비밀스럽게’ 연결?!



그래, 이런 걸 카의 ‘비항상성’이라 그랬지...



하지만 비항상성이고 상대성이고 나발이고!


도대체가 어느 장단에 맞춰야 하는 거냐고!




...내게 일어나고 있는 이러한 비항상성을


단속해 줄 사람이 너무나 절실해.



이 단계를 극복하기만 한다면,


나는 분명 엄청나게 성장할 수 있을 터!



더불어 나의 특별함을 계발해 주다 보면,


내 자아를 찾는 데에도 큰 도움이 될 거야.



나 자신도 모르는 나의 능력을 찾아주며,


결국엔 내 자아를 찾아낼 수도 있단 말이지.



그러므로, 나만의 스승을 반드시 찾아야 한다...




그나마 네이온 형이 나를 키워 주겠다고 자처해


한때는 정말 기쁘고 기뻤지만,



잠에 든 이후로는, 일어나지 못하고 있잖아.



마지막으로 봤을 때가 구정물 속이었는데,


지금도 내 앞에 나타나지 않았다?



아직도 그 구정물 속에 있을 확률이 높지...



그뿐만 아니라, 네이온 형은 아무래도


나에게 있어 적합한 스승이 못 될 것 같아.




물론, 형이 하찮다는 건 절대로 아니다.



내가 밖에서 겪었던 경험들뿐만 아니라,


하타이트의 말을 통해 재차 확인했잖아.



네이온, 정말로 대단하고 대단한 인물이란 걸.



하지만 계속 내 마음에 걸리는 게 있는데,


형은 ‘카이파‘가 아니라 ’카이트‘에 특화됐단 사실.




당연히 나는 전문 교육은커녕,


어떤 가르침도 받지 못했으니.



난 아직도 그 둘에 대해 제대로 알지는 못해...



그래도 별의별 난관에 직면하며


다양한 종류의 카이트-카이파 경험을 겪으니,



어렴풋이나마 느낄 수 있는 그 둘의 차이점.



그리고는 내 나름의 확신을 가지고


나름대로의 결론에 다다르게 됐어.



내가 가지고 있는 능력 및


나에게 일어나고 있는 현상 전부,



카이트가 아니라 카이파라고...



전문 지식이 없기에 이를 확정할 수 없더라도,


최소한 이 정도 선까지는 추론할 수 있어.



내 내면으로 인해 내가 겪고 있는 모든 것들,


카이트보단 카이파에 훨씬 가깝다는 걸 말이야.




그런데 문제는...


내가 바로 옆에서 직접 봤던 것처럼...



하‘카이트’인 형은 ‘카이파’에 젬병이란 말이지?



크테이우베이자라는 사상 최강 생물도


무려 일대일로 이겼다는 우리 형이지만,



상대방이 카이파를 구사한다는 이유 하나로...



무슨 족보도 없는 괴물을 제압하는 데에


한 쪽 다리까지 잃어가며 애를 먹었다?!




...불안하다, 불안해.



스승으로 삼아 내 장래를 맡기기엔,


꽤나 불안하단 말이지...



내 미래가 달린 일인 만큼,


나를 책임져 줄 스승을 신중히 골라야 하잖아?



그러므로 ‘하카이파’까지는 아니더라도, 최소한


카이파에 일가견이 있는 사람에게 배워야 해.



그러니, 형... 나를 키워준다고 했는데...


일단은 나도 신중한 입장을 유지할게...



다 필요 없고, 우선은 일어나기나 하라니까?


빨리 깨어나서, 나를 지켜줘야 한다고!




아니, 이제 와서 돌이켜보면?


형만 멀쩡히 내 옆에 있었지?



내가 겪었던 역경들 전부,


겪을 이유가 전혀 없다고!



핵심동력실?! 순례자의 시험?!


물론 그것들도 피할 수 있었겠지만!



지나간 일은 지나간 일이니, 그렇다 치자 이거야...



내가 그런 과거의 일까지 들먹일 정도로


치졸한 사람이 절대로 아니라니까 그러네?!!



신성수호국 때문에 이렇게 갇혀 있는


지금 이 순간만 가지고 따지는 거라고!!!



형, 단순히 이름있는자일 뿐만 아니라


그중에서도 엄청 막강한 사람이라며!...



준도이어쩌구 하타이트는 하타이트들 중에서도


연차가 덜 돼서 그런지 권위가 부족하다 쳐도,



형은 그게 아니잖아!!



그 시건방을 떨었던 신성수호국조차도


말로 제압할 수 있는 위치 아니냐고, 형은!!





...진정해, 아인.


힘들게 찾은 평온, 멋대로 날려 먹지 마.



지금 상황이 이렇게 돼 버렸는데,


형에 대한 원망을 속으로 늘어놔 봤자.



아무런 득이 될 게 없어...



기왕 이렇게 시간과 고요를 얻었으니,


다시 맨 처음으로 돌아가 카의 각성부터 생...



철컥, 쉬이잉.



?!!!!!!!!!!!!!



저벅, 저벅, 저벅, 저벅, 털썩.


저벅, 저벅, 저벅.

저벅, 저벅, 저벅, 저벅, 저벅.



쉬이잉, 철컥.




갑자기 벽 한복판에 직사각형이 생겼고,


그 사각형이 튀어나온 뒤 옆으로 열렸어!



그리고는 그 문으로 들어온 세 사람...



한 명은 내 건너편에 앉고,


나머지 두 명은 그 뒤편 좌우에 선다.



그나저나 벽에서 순식간에 만들어진 문은,


언제 그랬냐는 듯 다시 벽이 돼 버렸어.



참나... 문이 저렇게나 무섭게 작동하는데...


내가 어떻게 도망칠 수 있냐는 말이지...




...다시 정신을 차리고는,


내 눈앞의 상황에 집중한다.



정면에 있는 아저씨는


아까 봤던 그 할아버지 아저씨.



다시 봐도, 할아버지인지 아저씨인지


헷갈릴 정도로 꽤 나이가 들어 보여.



음, 나머지 두 명은 아까 봤던 사람들과 달라.



아까는 그래도 건장한 체격의 젊은이였는데,


지금은 둘 다 나이가 들어 보이는 아저씨네.



그리고 그 중 한 명은


묵직한 프르슈 뭉치를 들고 있고.



아까 전 할아버지 아저씨가 앉는 모습을 보니,


건너편 의자 역시 땅바닥에 고정돼 있는 듯해.




“키엔 씨.”


“네...”



“반갑습니다. 저는 신성수호국 제2차장, ‘파란 펠리바자‘입니다.”


“...”



“일단은 사과부터 드려야겠지요.”



??!!?!!?!!



정면의 늙은 아저씨, 자기를 소개하자마자...?


앉은 상태로 고개를 숙이며 내게 인사했다?



“제가 지금 드릴 설명, 다소 두서없을 수도 있지만... 그래도 저희가 해야 할 일을 진행하기에 앞서, 오늘 일에 대한 해명을 먼저 하려 합니다.”


“...”



“일단은 저희가 귀하를 모시게 된 이유부터 말씀드리겠습니다. 결론부터 바로 꺼내자면, 키엔 씨에게 새로운 이름을 드리기 위해서입니다.”


“새로운... 이...름...?”



“잘 아시겠지만, 하스테리아에서 새 이름을 얻고 이름있는자가 되는 공식적 경로는 신성사관학교 졸업이 유일합니다. 간혹 가다가 예외적인 경우도 발생하는데, 그 예외적인 ‘재명명’ 역시 모든 과정을 신성사관학교가 주관해 왔지요.”



...재명명? 그게 뭐지?



그리고 아까와는 완전 달라져서,


이렇게나 친절한 태도를 보인다...?



“예전에는 ‘이름칭호관리부’라는 부서가 따로 있었는데, 60여 달 전 조직 개편 과정에서 폐합됐지요. 재명명의 9,500 카트로드 이상이 신성사관학교를 통해 이뤄지다보니, 이름과 칭호를 획득하는 과정에 있어 모든 걸 관여하는 사관학교가 차라리 그 둘을 직접 관리하는 게 어떻냐라는 논의가 오고 갔고... 결국 이름칭호관리부가 사라지면서, 신성사관학교가 이를 전담하게 됐지요.”




“...재명명이 뭔가요? 아, 그걸 떠나서... 저에게 왜 이렇게까지 친절히 설명해 주시는지를 도통 모르겠네요. 아까 전과 비교해, 태도부터 아예 바뀌셨고요...”


“아, ‘재명명‘이란 자신이 원래 지니고 있던 이름을 버리고 하께서 주시는 이름을 새로 얻는 걸 말합니다. ‘재탄생’이라고도 하지요. 그리고 아까 저희가 예의를 갖추지 못한 점에 대해서는 다시 사과를 드리겠습니다.”


“아니, 사과는 됐고요... 이해를 시켜 주세요, 이해를... 전망대랑 승강기까지는 죄인 취급도 모자라 저를 강제로 체포해서 이렇게 구금하셨는데, 지금은 이렇게나 갑자기 태도를 바꿔서는... 어려운 말들을 설명이랍시고 한꺼번에 꺼내 놓으시는 모습, 제 입장에선 납득하기 어려워서요...”




“...저희가 갈 길이 먼만큼, 질문에 대해 단도직입적으로 답변하겠습니다. 저희와 키엔 씨가 접촉하는 일에 있어, 그 동기와 목적을 극비로 해야 했기 때문입니다.”


“무슨 말인지 도통...”


“방금 전까지 드렸던 저의 설명, 즉 신성사관학교가 원래는 이름과 칭호와 관련된 모든 과정을 전담한다... 까지는 이해하셨지요?”


“네...”



“그런데 키엔 씨께서 저희도 모르는 고대의 비밀스러운 방법으로 이름있는자의 자격을 획득하면서 문제가 발생하게 됩니다. 귀하께서 어떻게 이름있는자의 자격을 얻게 되셨는지가 대외비 중에서도 극비더군요. 상당히 높은 보안등급을 지니고 있는 저는커녕, 심지어 부국장께서도 알 수 없는 극비라 전달받았습니다.”



부국장이라면, 신성수호국 부국장인가?


1인자인 국장에 이어, 2인자인가 보네...



최고 권력인 신성수호국에서 2인자면,


엄청 높은 지위의 인물 아니야?



그런데 그렇게 높은 권력자에게도


‘순례자의 시험’이 비밀일 정도라고...?



“제가 맨 처음에 신성사관학교와 그 역할에 대해 왜 언급을 했냐하면, 이번 일의 특수성을 설명드리는 데에 필요한 서론이었기 때문입니다. 원래대로라면, 키엔 씨께서 새로운 이름과 칭호를 얻는 데에 따르는 모든 과정을 사관학교가 담당해야 하는데... 귀하께서 겪으신 과정 전부가 극비다 보니, 이를 사관학교가 담당할 수 없는 상황이 벌어져 버렸습니다.”


“...”


“그래서, 이번만 부득이하게... 저희 신성수호국이 키엔 씨의 재명명과 칭호 획득 과정을 담당하게 됐지요.”




“...알겠어요, 그 부분에 대해서는 이해한 것 같아요. 하지만 제가 정말로 궁금한 건, 왜 이렇게까지 태도를 돌변하셨냐는 거예요.”


“엄밀히 말하면 갑자기 태도를 바꾼 게 아니라, 지금 제가 귀하 앞에서 보이고 있는 태도가 원래는 맞는 겁니다. 다시 말하자면, 아까 전 하타이트 앞이나 승강기에서 귀하께 보여드렸던 모습이 ‘위장’이었던 셈이지요.”


“위장...?”



“조금 전에도 말씀드렸지만, 키엔 씨와 저희가 접촉하는 동기 및 목적을 철저히 숨겨야 하는데... 신성수호국이 평소의 모습과 달리 귀하를 깍듯이 모신다? 하스테리아 내 그 누구에게라도 충분히 의심을 살 만한 행동이겠지요. 그래서 세간에 널리 알려진 평소의 저희 모습대로 귀하를 대할 수밖에 없었던 것입니다. 추가로 신성수호국 역시 대외비 시설로 분류되기에, 이곳으로 오는 경로를 숨겼어야 하기도 했고요.”


“...”



“종합해서 말씀드리자면, 이러한 행정적 이유들로 인해 불가피하게 저지른 결례이니... 부디 너그럽게 넘어가 주셨으면 좋겠습니다.”




...대충 납득하기는 했어.



나를 이름있는자로 만들어 주기 위한 접촉이니,


원래대로라면 지금처럼 예의를 갖춰야 했지만?



나에게 이름과 칭호를 주는 것과 관련해서


모든 게 극비이기 때문에,



이를 숨기기 위해서 자신들은


평소처럼 행동할 수밖에 없었다는 거잖아.



그런데, 잠깐만...



아니, 그런 오만방자하고 폭력적인 언행들이


자신들의 평소 모습이었다고?



그렇다면 얘들은 도대체 얼마나 막나간다는 거야...




“거듭 말씀드리지만, 저희의 무례를 용서해 주시기 바랍니다. 만약 저희가 키엔 씨와 관련된 극비에 대해 어느 정도라도 알고 있었더라면, 그래도 저희가 어떻게든 재량권을 발휘해 탄력적으로 대처하며 예의를 갖출 수 있었을 텐데... 저희 역시 아무것도 모르는 상태에서 무조건 보안을 철저히 하라는 명령을 수직적으로 받았기 때문에, 이를 완수하기 위해선 조금의 융통성도 갖지 못하고 저희 임무를 수행할 수밖에 없었지요. 이러한 저희의 입장을 양해해 주셨으면 합니다.”



“...알겠어요. 확실히 제가 겪었던 일들이 극비라는 사실은 이전의 여러 경험을 통해서 확인한 만큼, 그와 관련된 보안 때문에 어쩔 수 없었다고 말씀하시니 그냥 받아들일게요.”


“감사합니다, 키엔 씨.”


“그러면, 저희가 다음으로 할 건... 제가 어떤 이름을 얻고 어떤 칭호를 받게 되는지를 따져보는 건가요? 아니, 제가 어떤 칭호를 받게 될지에 대해선 이미 결정된 건가요? 다른 사람들이 저를 하카라타라 부르던데... 어찌됐든 간에, 제가 이름있는자로 되는 공식 절차를 밟으려는 거잖아요.”




“...질문이 꽤나 많으시군요. 충분히 이해됩니다.”


“...”



“이봐.”


“네.”



툭.



...?


펠리바자 아저씨가 호출했더니?



프르슈 뭉치를 들고 있던 사람,


그걸 책상 위 내 앞에 올려뒀어.



스윽.



“읽으시지요.”



!!!!!!!!!!!!!!!!!!!!!!!!!!!!!



이, 이, 이, 읽으라고?!!?


이, 이렇게나 두, 두꺼운 프르슈 더미를?!!??



“귀하가 이름있는자로 재탄생할 과정에 대해 하나부터 열까지를 전부 적은 매뉴얼입니다. 역사상 이러한 일이 없었던 만큼, 키엔 씨만을 위해 저희가 특별 제작한 것이지요. 키엔 씨께서 아셔야 할 모든 내용, 매뉴얼에 상세히 적혀 있습니다.”


“...”



“다 읽으신 다음, 마지막에 첨부된 세 장에서는... 서명을 포함해, 거기에 나와 있는 지시대로 작성하시면 됩니다. 그 다음은 저희가 알아서 모든 절차를 일사천리로 진행시킬 것입니다.”




...어떡한다.


미세하게 떨리기 시작하는 손끝.



다행히 표지엔 글씨가 몇 자 없어서 그런지,


공포증이 심하게 도지는 것 같지는 않아.



그런데 문제는...


저걸 열어 볼 엄두가 도저히 안 나...



글씨를 쓰는 건 고사하고,


읽을 줄도 모른단 말이야...




...아니, 지금 상황에서는


애초부터 그딴 게 문제가 아니었네?



읽어도 무슨 뜻인지 모르는 게 더 큰 문제잖아.


환장하겠네, 진짜로...




...아인.


정신 차리라고, 정신!



지금 내가 하는 일이


소포 수취처럼 하찮은 일도 아니고,



무려 하스테리아의 이름있는자가 되는 거야.



권역민이라면 그 누구라도


한 번 이상 가져 봤던 꿈.



선택받은 자 중에서도 선택받은 자만이


세상의 중심에서 이름있는자가 되는 것!



권역 내에서 가장 뛰어난 자 천 명이 모여도


그중에서 달랑 세 명밖에 오를 수 없는 위치!



그런데 그토록 고귀한 자리가


지금 나에게 주어지려 한다고.




내 정신 질환과 자존심 따위를 들먹이며


망설여야 할 시기가 결코 아니란 말이지...




“저, 저기요...”


“무슨 문제라도? 그냥 편하게 읽으시면 됩니다. 여유를 가지시고, 천천히. 속도보다는 내용을 완전히 숙지하시는 게 더 중요하니까요. 저희에게도 상당히 낯선 내용인 만큼, 귀하께서는 더 꼼꼼히 읽어 두시는 게 훗날에 있어 더 좋을 겁니다.”



“그러니까... 그게...”


“...”



“제가... 어...”


“...?”




“글을... 읽을 줄... 몰라서요...”




“...아.”


“그래서 말씀드리는 건데, 아무래도 저에게 직접 말로 설명해 주셔야 할 것 같아요... 봐도 무슨 뜻인지 하나도 알 수 없어서...”




어...?


생각보다 나쁘지 않은데...?



용기를 내서 말했는데,


내가 생각했던 반응이 안 나와서 다행이야.



내 자격지심 때문인지는 몰라도...



‘아니, 문자도 못 읽으세요?’

‘그 나이 쳐 먹도록 뭐 한 겁니까?’


‘글도 못 읽는 놈이 하스테리아의 이름있는자?

참나, 세상 많이 좋아졌네-‘



...이런 식으로 나에게 대할 줄 알았는데,


딱히 아무런 말이 없어.



표정의 변화가 있긴 한데, 굳이 말한다면?


나에 대한 조롱은커녕, 난처한 듯한 얼굴...



“이거, 상당히 곤란하게 됐군요... 이번 일이 역사상 처음이라 저희에게도 역시 처음인 동시에, 하에게로부터 이름을 받는 신성한 과정이다 보니... 어떠한 실수도 있어서는 안 돼서요.”


“네? 아니, 그 말뜻 자체는 알겠는데... 제가 구두로 설명해 달라고 요청했더니 왜 그런 말씀을 하시는지 이해가 안 돼서요. 그냥 단순하게 생각하시면 안 될까요? 글로 하나 말로 하나, 별 차이 없는 거잖아요.”




“...다시 설명합니다만, 저희 신성수호국은 본래 재명명을 관장하는 조직이 아닙니다.”


“네, 원래는 신성사관학교가 전부 도맡아서 한다면서요.”


“그래서 저희가 재명명 절차에 익숙지 않은데, 거기에 더해 이번 일은 그중에서도 유일무이하니 더더욱 특별합니다. 매번 이 일을 도맡아서 해 왔던 사관학교조차도 난처해하는데, 저희는 오죽하겠습니까.”


“...”



“더 나아가, 이번일의 상징성과 특수성으로 인해 절대로 실수를 하면 안 되니까... 지금 귀하 앞에 있는 매뉴얼의 작성을 신성사관학교에게 의뢰해서 저희가 받아온 겁니다. 사관학교는 귀하의 이례적 재명명에 최적화된 과정과 해설을 설정, 그와 관련한 모든 정보를 그곳에다가 기입했고요.”


“아...”



“저희가 이렇게까지 기껏 준비를 해 왔는데... 이토록 공들여 준비한 매뉴얼이 무용지물로 돼 버릴 줄이야...”



!!!!!...



“그래도 아저씨를 비롯한 신성수호국이 그렇게 철저히 대비하셨더라면, 말로도 능숙히 설명하실 수 있어야 하는 거 아닌가요?”




“...아저씨?!”


“앗... 죄, 죄송합니다... 그럼 어떻게 불러 드려야...”


“차장이라 부르시면 됩니다.”


“네, 죄송해요...”



“주제로 다시 돌아와서, 저의 걱정은 따로 있습니다. 아마도 다른 재명명 과정과 골자는 같은 만큼, 그 부분에 대해선 제가 부족함 없이 설명을 드릴 수는 있겠지만... 문제는 제가 알지 못하는 내용 중에서 키엔 씨가 반드시 알아야 할 부분을, 제가 본의 아니게 누락할 수도 있다는 우려이지요. 그렇게 되면, 실무 책임자인 제가 그 실책과 관련해 무한 책임을 지게 되니까요.”


“음...”



“제가 듣기로는 신성사관학교 역시 이번 일로 인해 과거 예외적 사례들에 대해 짧은 시간동안 집중 연구했다고 합니다... 게다가 이번엔 과거의 그 어떠한 이례적 경우와도 비교될 수 없을 정도로 특수할 뿐더러, 귀하가 재명명의 자격을 어떻게 얻었는지에 대해 사관학교 역시 아무런 정보도 알지 못해서 이러한 준비가 더더욱 힘들었다고 하는데...”


“...”



“주무 부서인 신성사관학교도 그렇게나 애먹어서 연구하고 준비한 내용을, 제가 어떠한 실수나 누락 없이 귀하에게 제대로 설명해 낼 수 있을지가 의문이군요...”


“...”



벌떡.



“잠시 실례하겠습니다.”




?!!?!!?!




소곤소곤...




...갑자기 일어난 차장 아저씨,


뒤로 가서는 나머지 둘과 대화를 시작.



앞으로 어떻게 해야 할 지에 대해


서로 논의하나 보네...



그나저나, 이름이 ‘푸른 펠리바자’라 그랬지?


어디선가 들었던 것 같아.



요즘에는 ‘펠리바자’, ‘그라이스’, ‘파시아투쿠’ 등


맹수나 맹금류 단어는 이름으로 잘 안 쓴다고.



확실히 꽤 예전 사람이라 그런가,


희소한 느낌의 이름을 사...



“기다리게 해 드려 죄송합니다. 자, 받아.”



착.



?!!!!!



저벅, 저벅, 저벅, 저벅...



철컥, 쉬이잉.


쉬이잉, 철컥.




...새, 생각보다 상당히 빨리 끝났는데?



차장 아저씨, 나한테 사과하고는


매뉴얼을 자기 부하 직원에게 건네 줬어.



그 부하는 매뉴얼을 받자마자 곧바로 나갔고.




“...어떻게 하실지 결정을 내리신 거예요?”


“네. 아무래도 귀하의 재명명 절차를 오늘 내로 끝내라는 상부의 지침이 있어서, 저희에게 시간적 여유가 그리 많은 편은 아닙니다. 어차피 하로부터 이름을 얻게 되는 핵심 절차는 일반 경우와 똑같으니 일단은 저희가 아는 선에서 이대로 신속히 진행하되, 귀하께서 추가로 알아야 할 사항이 있다면 제 부하 직원이 대신 공부해서 귀하께 추후에 알려드릴 겁니다.


“아... 그러면 방금 그 부하 직원은 매뉴얼을 공부하러...”


“네.”




...저 말을 들으니 갑자기 드는 미안함.


나 때문에 이렇게 번거롭게 된 거니까.



내가 글만 읽을 수 있었다면,


모든 게 간단하게 끝날 수 있...



철컥, 쉬이잉,



“실례하겠습니다.”




저벅, 저벅, 저벅, 저벅. 탁.


저벅, 저벅, 저벅, 저벅, 저벅...




쉬이잉, 철컥.




나갔던 부하 직원과 다른 사람이 들어와선,


탁자 위에 뭔가를 둔 다음 뒤로 가서 섰어.



“잘 아시겠지만, 녹음기입니다. 서면으로 예정된 절차가 구두로 바뀌다보니, 부득이하게 가져오게 됐습니다. 앞으로 저희 둘 사이의 대화는 모두 녹취되며, 이는 서명 및 서류 작성을 대신하게 됩니다. 당연히 법적으로도 효력이 있고요.”




...문맥상으로만 추론해 봤을 때, 녹음기는


주변에서 나는 소리를 기록하는 장치 같은데?



뭐, 상관없겠지.


오히려 내 입장에서는 더 좋잖아.



글씨를 읽을 필요가 전혀 없어졌으니까.




“지금까지는 정보 부족 및 보안 유지 때문에 이 일이 어려웠던 거지, 신성수호국이 귀하의 신병을 성공적으로 비밀스럽게 확보한 이상... 저희들에게 있어 더 이상 거칠 게 없습니다. 그러니 더 이상 염려하지 않으셔도 됩니다.”


“...”


“하지만 그 전에 확실히 해 둘 게 한 가지 있는데, 저희가 귀하를 이곳에 모셨다는 걸 알고 있는 존재는 그 하타이트가 유일... 즉 이번 일이 외부로 유출됐다면, 그건 하타이트의 발설이 분명하겠지요.”


“...”



“시작하기에 앞서, 제가 왜 이 말씀을 드리는 줄 아십니까?”


“아뇨...”



“사실 이번 일과 관련해서 누설할 수 있는 사람은 단 둘 뿐입니다. 귀하, 그리고 하타이트.”


“...”


“그런데 귀하께서 본인이 어떻게 새 이름을 얻게 됐는지와 관련된 정보를 유출한다 하더라도... 저희는 그걸 무조건 하타이트의 소행이라 단정할 거라고 미리 말씀드리는 겁니다.”


“...”




“...아직도 무슨 말인지 감을 잘못 잡으시는 것 같은데.”


“...?”



“귀하께서 입을 연다 하더라도, 목숨을 잃는 건 하타이트란 말입니다.”




!!!!!!!!!!!!!!!!!!!!!!!!!!!!!!!!!!!!!!!!




“그러니, 정중히 말씀드리겠습니다.”


“...”



“지금 이 취조실에서 있었던 일, 그리고 오늘 저희와 함께 있으면서 전에 일어났고 후에 일어날 모든 과정에 대해...”


“...”



“...철저히 함구하세요.”


“아, 알겠습니다...”



“애꿎은 목숨, 죽이기 싫으시다면.”



!!!!!!!!!!!!!!...



“크헉!... 그, 그, 그럴게요...”




아저씨는 너무나도 나긋하게,


너무나도 평범하게 설명했다.



하지만 내가 살면서 들었던 협박 중


가장 강력한 것이지 않았을까.




...이제야 뒤늦게나마,


황당할 정도로 이상한 분위기를 눈치 챘어.



이 사람들이 나를 존중하며 대한다는 게


확실하기는 하단 말이지...



하지만 나를 우대한다면서 데리고 온 장소,


죄수에게 심문하는 장소인 취조실이야.



그리고 자신들이 철저히 지켜내려는


정보를 발설해도, 나를 헤치지 않겠다고?



그 날고 길다는 신성수호국이 나를 꽤나


소중하게 생각하고 있다는 뜻이잖아.




그런데 그 대신, 하스테리아의 이름있는자를


내 죗값으로 죽여 버리겠다고 엄포를 놓다니...



이 비합리적이고 공포스러운 부조리,


나의 지성으로는 이해하고 납득할 수 없어.



신성수호국, 도대체 어떻게 된 곳이기에...


법은커녕 상식조차 초월하는 수준의 움...



띡, 띠딕. 찰칵.


띠로리링-



?!!!



“아까도 설명 드렸지만, 이 시간부로 저희 둘 사이에서 진행되는 모든 대화는 녹음됩니다. 명심하시길 바랍니다.”


“앗... 네...”



차장 아저씨,


녹음기라는 장치를 조작해서 킨 것 같아.



“시작하기에 앞서, 앞으로의 과정에 대해 간략히 설명하겠습니다. 먼저, 이곳에서 귀하가 아셔야 할 정보를 제가 말씀드릴 겁니다. 그 다음 신성수호국의 경호를 받으며 비밀리에 ‘우정의호수’로 이동하실 예정입니다. 그 한가운데에 있는 ‘이름의나무’에서 하께서 내려 주시는 이름을 받으신 후, 다시 저희의 경호를 받으며 비밀리에 숙소로 귀환.”


“...”



“이게 전부입니다. 어려울 게 전혀 없지요.”




...빠르지만 똑 부러진 말투와 발음으로


막힘없이 설명을 한 차장 아저씨.



하스테리아의 사무직군이라는 사람들,


하나같이 말을 참 잘하긴 하네.



아니, 지금 자기가 하는 일에 대해


잘 모른다고 말한 사람 맞아?



그렇다고 하기엔 너무나도 청산유수였어...




물론 방금 들은 설명에 있어 떠오른 질문,


결코 한두 가지가 아니었지만.



쉽사리 질문을 꺼낼 분위기가 아니기에,


일단은 마음속에 담아두기로 한다.



분명히 내가 숙지해야 할 모든 정보를


빠짐없이 설명해 준다고 그랬으니,



기다리고 있으면 알아서 다 말해 주겠지, 뭐...




“첫째로, 키엔 씨께서 얻으실 칭호에 대해 간략히 설명드리고자 합니다. 뭐, 하스테리아에서 이 부분에 있어서는 웬만큼 소문이 퍼진 것 같던데... 귀하께서 어떤 칭호를 얻으실지 이미 잘 알고 계시겠지요?”


“네... ‘하카라타‘ 아닌가요?”


“맞습니다. 귀하께서 이름있는자가 되셨을 때 얻으실 칭호, ‘하카라타’입니다.”



“전 사실 그 단어를 이곳 하스테리아에 오기 전에도 접하기는 했거든요? 네이... 아니, 하카이트의 카와 제 카가 극도로 동기화되는 과정과 관련해서... 하카라타란 단어를 몇 번 듣긴 했어요. 하카이트가 말씀하셨는데, 현재 기준으론 하카라타라 불릴 수 있을 정도로 극도의 상호 동기화가 된 대상은 존재하지 않는다라고...”



...아직도 입에 잘 안 붙어.


자꾸 ‘네이온’이란 단어가 나오려 그래.



앞으로 하스테리아 내에서 생활하려면,


빨리 습관을 들여 놔야 한다...




“...그 단어 역시 하카라타가 맞긴 하지만, 귀하께서 얻으실 칭호 ‘하카라타’와의 의미와는 다소 다릅니다. 그건 개인과 개인 사이에서 통용되는 개념으로, ‘하께서 맺어준 동반자’라는 뜻을 지닙니다.”


“어? 맞아요. 저도 그렇게 들었어요.”



“사실 저 역시 ‘하카라타’란 단어를 그 뜻으로밖에 알지 못했습니다. 아마 저뿐만 아니라 대다수의 하스테리아인들도 그 정도로 알고 있었을 겁니다. ‘하카라타’란 공식 칭호가 있다는 사실, 아마도 극소수를 제외하면 아무도 알고 있지 못했겠지요.”


“...”



“이름있는자의 공식 칭호로 사용되는 ‘하카라타’란 단어, ‘하께서 인정한 동반자’ 또는 ‘하의 진정한 동반자’의 의미를 지닌다고 합니다.”




하께서 인정한 동반자...


또는 하의 진정한 동반자...



이런 걸 동음이의어라 그랬나? 어쨌든,


내가 알고 있는 의미하고도 비슷한데?



음, 아닌가? 아예 다른 뜻인가...?



“설명, 계속 드려도 되겠습니까.”


“네?!! 아... 그럼요.”



“대타협 전, 즉 고대 시기엔... ‘미등록자’ 내지는 ‘이방인’이라 불리는 대상이 얻을 수 있는 칭호 중 최고였다고 하더군요. 물론 지금은 ‘이방인’이란 단어는 거의 자취를 감췄고, 주로 ‘미등록자’를 사용하지만요.”


“그렇구나...”




“...키엔씨. ‘그렇구나...’가 아닙니다. 그 정도로 넘길 일이 결코 아니란 말입니다.”


“네...? 그럼 제가 무슨 반응을 내놔야...”



”저희도 이제야 알게 됐는데, 대타협 이전의 기준을 지금 그대로 적용한다면...“


“...?”



“하카라타라는 칭호, ‘하’와 동격이라고 합니다.”




!!!!!!!!!!!!!!!!!!!!!!!!!!!!!!!!!!!!!!!!!!!!!!!!!!!!!!!!!!!




“네에에에에?!!!?!???!”


“저도 처음 들었을 때 그 정도로 소스라치게 놀라긴 했는데, 이해를 돕기 위해 부연 설명을 드리겠습니다... 고대에는 이름있는자에게뿐만 아니라, 이방인에게도 친선이나 외교의 의미로 칭호를 주는 일이 매우 간혹 있었다고 합니다.”


“...”


“이처럼 이름있는자도 저희 세력의 구성원도 아닌, 외부의 대상이 칭호를 얻는 경우... 더 나아가, 그 대상이 얻어야 할 칭호가 가장 높은 위치의 칭호여야 할 때...”


“...”



“...아시다시피, 하스테리아의 칭호 체계에 있어 최상의 칭호는 현재 공석으로 비워져 있는 ‘하’이지요. 하지만 ‘하’는 유일무이하고 지존한 칭호일뿐더러, 저희가 섬기는 유일신과도 같은 단어이기에... 그 누구에게도 함부로 내어줄 수 없는 칭호.”


“...”


“그래서 만들어진 칭호가 ‘하카라타’라고 합니다. 고대 시기에서 적이나 제3세력의 대상에게 주어질 수 있는 칭호라 하니, 아무래도 ‘하께서 인정한 동반자’라는 의미로 수여되는 거겠지요... 다시 말해 적이든 중립세력이든, 그 조직과 우두머리에게 최고의 예를 표하는 수단인 것입니다.”




...하, 그리고


그와 동격이라는 칭호 ‘하카라타’.



차장 아저씨가 말해준 하카라타의 새 의미,


‘하께서 인정한 동반자’,

또는

‘하의 진정한 동반자’


...이제야 이해가 완벽하게 됐어.



즉, 하스테리아 최고 위치인 ‘하’가 다른 이에게


‘너는 내가 인정하는 동반자야’

또는

‘너는 나의 진정한 동반자야’


...라고 말하면서 이 칭호를 주는 거였네.



그러한 의미로 ‘하카라타’란 칭호가


최고 칭호 ‘하’와 동격이라는 거였구나...



“입국교역관리부에서 귀하를 데이터베이스에 등록하려는 과정에서, 귀하가 이미 등록돼 있다는 걸 확인했는데... 어떠한 외부 입력이 없었음에도 불구하고 카이트베이워크타가 자신의 중앙기억장치에 귀하를 스스로 등록했다는군요. 그뿐만 아니라, ‘하카라타’란 칭호를 지닌 이름있는자로...”




!!!!!!!!!!!!!!!!!!!!!!!!!!!




“물론 귀하께서는 재명명 절차를 밟지 않으셨기 때문에 이름은 기록되지 않은 상태였고, 칭호만 하카라타로 저장돼 있었답니다.”


“...”



“그래서 하스테리아 사무국에 비상이 걸리면서, 귀하 및 하카라타와 관련된 정보들이 전방위에 걸쳐 수집됐는데, 제가 방금 귀하에게 말씀드린 게 그 과정에서 얻은 정보들입니다.”


“아...”



“다른 한 편, 귀하와 관련된 또 다른 이유로 저희 신성수호국과 ‘신성하카타중앙연구소’ 역시 별개로 비상이 걸렸는데... 그 이유 역시, 저는 알지 못합니다. 그 별개 사안과 관련해서는 오직 부국장만 알고 계시고요, 국장께선 지금 중앙연구소로 파견을 나간 상태입니다.”



어쩌고저쩌고...




...오랜만에 듣는 내 친구의 이름,


‘카이트베이워크타‘.



워크타의 이름을 듣는 순간,


내 집중력이 조금씩 흐트러지는 걸 느낀다.



그나저나, 워크타가 그랬다고?! 지, 진짜로?!



정말 워크타가 날 그렇게


하스테리아의 이름있는자로 등록해 준 거야?!!



고마워, 내 친구...



나한테 줬다는 또 하나의 선물,


바로 ‘칭호’였나 보구나...



앗! 그랬네, 그랬어!



그래서 대예배당의 문지기 같은 기계도


나를 ‘하카라타’라 불렀던 거네.




...아니다, 그건 문지기 기계가 아니라


워크타의 타라고 그랬었지? 아마도...



그럼 워크타의 카는 아직도 차디 찬 공간


어딘가에 계속 봉인돼 있는 상태인 건가...




아인, 정말로 이 칭호는


내 친구가 준 게 맞을까?



나를 하카라타라고 등록해 준 대상...



그건 워크타의 타였을까,


아님 워크타의 카였을까.



워크타의 카는 내 친구이지만,


그의 껍데기인 타는 아니니까...



“키엔 씨?!!”


“넷?!!!! 어라... 죄, 죄송합니다...”




“...설명, 계속 이어가도 되겠습니까.”


“네...”


“하지만 여기서 작지 않은 문제가 발생합니다. 아시다시피 현재 저희가 가지고 있는 칭호 ‘하’는 공석인데, 그와 동격이라고 여겨졌다는 ‘하카라타’란 칭호가 느닷없이 나타나 버린 겁니다.”


“앗...”



“저희가 신성시해 공석으로 비워둔 칭호 ‘하’와! 그 ‘하’와 무려 동격이라는 칭호를 원래 그대로 인정해 버린다?! 저희 세대의 그 누구도 용납지 않을 겁니다.”


“그야 그렇겠네요...”


“그래서 이 정도의 사안이면 하이파공의회가 소집돼서 결정을 내려야 하는데... 저조차 알 수 없는 이유로, 공의회 개회가 무기한 계류가 된 상황...”


“...”



“그래서 어쩔 수 없이 하스테리아의 입법, 사법, 행정 중 행정이 이번 일을 단독으로 처리할 수밖에 없다는 결론이 도출되게 됩니다. 이에 따라, 중앙3국은 긴급 회의를 소집했고요.”




“...무슨 말씀을 하시는지 잘 이해가 안 되긴 해도, 일단은 저와 직접적으로 연관 있는 게 아닌 것 같아서 그냥 넘어갈게요. 그나저나, 그러면 어떻게 결정이 났나요? 제가 가질 ‘하카라타’란 칭호가 어느 수준으로 인정됐는지에 대해서만 관심을 가지면 될 것 같아서요.”


“논의 결과, 두 가지 선택지로 좁혀졌습니다. 최고간부인 ‘하이트’, ‘하이파’, 하키온‘ 바로 밑에 새로운 항렬을 만들고 그곳에 독립적으로 위치할지, 아니면 기존 체계를 유지하면서 그 아랫 단계인 ’하카이트‘ 및 ’하카이파‘와 동격으로 둘지...”


“...”



“...그 두 가지 중 하나로 결론이 날 방침입니다. 그리고 최종 선택권은, 저의 최고 상관이시기도 한 신성수호국장에게로 넘어간 상태입니다.”




...역시나, 역시였어.


하키온이란 칭호, 최고간부 중 하나였구나.



어쩐지 다리움이 지나다니는 곳마다


다들 굽실거리더니, 이유가 있었네...



어찌됐든 나 같은 멍청이라도


하스테리아에 꽤 있다 보니,



이제는 완벽히 머릿속에 그려지는


이름있는자 칭호의 계급 구조.



당연히 가장 높은 칭호는 유일무이의 ‘하’,


그 아래에는 하이트, 하이파, 하키온.



다음은 하카이트와 하카이파,


이 둘이 서로 동격이라 그랬지?



그 아래의 칭호가 하타이...



아~ 아냐, 아냐. ‘하타’란 칭호도 있었어.


그리고 하타이트보다 높았던 것 같아.



그러면 하타 다음이 하타이트...겠지?


자, 한 번 종합해 보면...



하타이트 - 하타 - 하카이트/하카이파 -

하이트/하이파/하키온/ - 하



...이렇게 하스테리아의 이름있는자에는


총 다섯 등급이 있다는 거잖아?



아, 저 아저씨는 등급이 아니라


‘항렬’이라는 단어를 쓰는 듯?



어쨌든, 지금 논의 중이라는 건...



하카라타가 들어갈 등급을 새로 만들어서 그걸


2등급과 3등급 사이에 2.5 식으로 넣을 것인가.



아니면 그냥 세 번째 등급의 칭호 중


하나로 편입할 것인가... 라는 거네.



호오... 이거, 전혀 나쁘지 않은데?


최악의 경우라도, 하카이트와 동...



...??!!?!?!?!?!



“어어?!!! 자, 잠깐만요! 잠깐만!!”


“말씀하시지요.”


“그, 그러면 제가 얻게 되는 칭호는 하카이트와 동격이라는 말씀인가요?”



“제대로 이해하셨습니다.”




!!!!!!!!!!!!!!!!!!!!!!!!!!!!!!!!!!!!!!




쿠와와아왓!!!...


한 방에!! 한 방에!...



네이온 형과 같은 수준이 되는 거잖아...




“방금 전에 크게 놀라신 이유, 하카이트 및 하카이파와 동격이라는 부분 때문인 것 같은데... 제 짐작이 맞습니까?”


“그, 그럼요... 하카이트, 엄청 높은 칭호잖아요...”


“맞습니다, 키엔 씨. 하타이트와 하타를 무시하는 발언은 결코 아니지만... 저 역시 신성사관학교 생도였다가 포기할 수밖에 없었던 만큼, 그 가치를 누구보다 잘 알고 있다고 자부하지만...”


“...”



“하스테리아의 이름있는자에 있어 진정한 권력을 누리는 무력 계통 칭호, 하카이트-하카이파 항렬부터 시작된다고 해도 결코 과언이 아니지요. 그렇기 때문에, 당연히 크게 기뻐하실 수밖에 없을 겁니다.”


“아니... 이, 이게 너무나도 터무니없어서... 제가 기쁜지, 황당한 건지, 어안이 벙벙한 건지... 뭐가 뭐, 뭔지를 잘 모를 저, 정도에요...”




“...이 정도로 놀라시면 안 됩니다, 키엔 씨.”


“네?”


“‘하카라타’란 공식 칭호가 가진 궁극적 위상 및 가치, 지금 키엔 씨께서 무엇을 생각하시던 그 이상이에요.”


“그게 무슨 말씀인지...”



“일차적으로는, 방금 말씀드린 것처럼 국장께서 아예 하카라타를 위한 항렬을 신설할 수도 있다는 가능성에 대해 다시 짚고 넘어가려 합니다. 그러면 당연히 하카이트와 하카이파보다 더 높은 칭호가 되겠지요?”


“네...”


“하지만 제가 말하려는 건 그게 아니에요. 단도직입적으로 말씀드리자면... 귀하께서 얻으실 칭호는 ‘항렬’이나 ‘계급’ 같은 상대적 개념에선, 절대로 그 가치를 가늠할 수 없을 정도로 고귀하다는 걸 설명하려는 겁니다.”


“...”



“더 이해하기 쉽도록, 예를 들겠습니다. 같은 항렬이라도, 희소성에 따라 그 격과 가치가 갈린다는 걸 알고 계시겠지요?”


“아?! 네, 들었던 것 같아요. 하카이트랑 하카이파가 공식적으로는 서로 같은 급이어도, 하카이파가 훨씬 귀해서 더 높은 칭호처럼 관습적으로 취급된다고...”


“맞습니다. 경우에 따라서는 하카이파가 그 윗 항렬의 칭호인 하이트, 하이파, 하키온과 동급으로 쳐 줄 때도 있지요. 막강한 수준의 카이파를 자유자재로 사용할 수 있는 존재만큼, 권역과 하스테리아에서 귀한 인재는 매우 드무니까요. 실제로 그 위력 역시 저희의 전력에 있어 지대한 도움이 되고요.”


“...”




“...키엔 씨?”


“네?”


“이렇게까지 말씀드렸는데, 역시나 감이 안 오나 봅니다? 사실상 설명이 끝난 거나 마찬가지인데... 그 개념을 깨달으셨다면, 본질을 한 방에 이해하셨어야 합니다만.”


“죄, 죄송해요... 제가 별로 안 똑똑해서 그런데... 자세하게 서, 설명 좀...”




“...최대한 짧게 말하려 노력하겠습니다. 저희 신성수호국은 하스테리아의 최고 권력 중 하나인 만큼, 저희가 알지 못하는 권역 관련 정보는 거의 없습니다. 그런데도 불구하고 ‘하카라타’란 칭호를 획득하신 과정과 관련해, 괴상할 정도로 저희에게 주어진 정보가 전무합니다.”


“...”


“그게 어느 정도냐 하면, 최고 권력인 저희 신성수호국과 그 막강한 정보력조차도 이토록 무력하게 만들어 버렸단 말입니다! 귀하가 야기한 이번 사태가 말이지요.”



...??!?



“사실상 저희가 까다롭게 여기는 권력 기관이라 하면, 입법의 하이파공의회와 사법의 '하키온최고법원'뿐인데... 하이파공의회는 무기한 계류 중이고 하키온최고법원은 비상설기관이라 지금은 없는 상황...”


“...”



“즉, 현 상태에서는 저희가 무소불위의 권력이나 다름없단 말입니다! 저는 그 중에서도 제2차장, 다시 말해 4인자! 잘난 척은 결코 아닙니다만, 현재 상태에선 행정력으로만 따진다면 저는 권역의 4인자나 마찬가지!!”



!!!!!!!!!!!!!!!!!!...



커, 커헉...


‘혀, 현재 상태’라는 조건이 달리긴 했지만...



그래도 권역에서 네, 네 번째 권력자라고?!?!!



“그런데 저조차도 귀하의 사안과 관련된 정보를 전혀 받아보지 못했습니다. 오히려 질문 한 번 잘못 했다가, 국장에게 황천길을 강요당할 뻔했지요... 부국장과 달리 국장께서는 평소 상당히 넉넉하신 성격인데, 그러한 살기는 생전 처음으로 느껴봤습니다!... 단순히 직위 해제의 수준이 아니라, 진짜로 목숨을 잃는 수준을 넘어!!...


“...”



“...말 그대로, 가루가 될 뻔했단 말입니다.”




뭘까.



설명을 해 준다고 해놓고는,


완전히 딴 길로 새 버린 것 같은데.



처음에는 나에게 알려줄 정보를 말하려다가...



갑자기 자기가 겪은 일들에 복받쳐서


신세 한탄을 하는 듯한 느낌...?




“...죄송합니다. 설명을 드리다 감정이 격해진 나머지, 길을 잃은 것 같군요.”


“...”



“주제로 돌아와서, 최대한 간략히 설명하겠습니다. 귀하께서 본인의 가치를 증명해 내신 경로, 현존하는 실세의 권력도 철저히 무시해 버릴 정도로... 어마어마하게 비밀스러우면서 고귀한 고대의 방법입니다. 귀하가 걸으신 것을 마지막으로, 그 길은 철저히 봉쇄되고 다시 역사의 비밀로 되돌아갈 터.”


“...”



“앞으로 하카라타란 칭호를 얻게 될 사람은 나오지 않겠지요. 아니! 나올 수가 없겠지요.”



“그런데, 그게 왜 중...”


“이렇게 답답할 수가!!!! 이렇게나 눈치가 없을 수가!!!!”


“까, 깜짝이야...”



“내 말 잘 들어!! 하카이파가 가치 있는 이유, 권역 내에서도 한 손으로 꼽을 수 있을 정도로 적어서란 말이다!! 너도 잘 알고 있다면서?!!!”


“아니, 갑자기 왜 반말을...”


“그 무엇도 전 세계에서 동 시대에 다섯 개 미만이라면?!!! 그리고 그가 지닌 효용성이 그 희귀도에 정비례할 정도로 지대하다면!!! 그것이 지닌 가치는 실로 말로 표현할 수 없을 정도로 어마어마하다는 걸 왜 도대체 알지 못하는 건가?!!!! 그 귀하고 귀하고 귀하다는 ‘면책권‘ 역시, 권역 내에서 수십 개이며!!!! '절대면책권' 역시, 열 장 안팎이란 말이다!!!!”


“자, 잠시만요... 그러니까 왜 급발진을 하...”



“하지만 하카라타!!!! 지금 이 세계에서 너 혼자뿐이라고오!!!!! 마치 ‘하’와 같단 말이다아아!!!!!!”



!!!!!!!!!!!!!!!!!!!!!!!!!!!!



크허억!...



내, 내 칭호가...


하와 같다니...



“아무리 과거의 칭호 체계에서 벗어나, 현세가 하카라타란 칭호를 하향평가한다 해도!!!! 그 유일무이한 상징성과 의미성에 있어서는 그 무엇도 비교 불가!!!! 이렇게까지 이야기했는데도 아직까지 감이 안 오는가??!!! 아직도 네가 누리게 될 위명을 모르겠냔 말이야!!!!!”


“아니... 저는 그게...”



“너는 현 시대의 유일무이라는 걸 초월해서어!!!!!! 전체 역사를 통틀어 유일무이한 존재로 인정받게 되는 거라고오오오!!!!!!!”




!!!!!!!!!!!!!!!!!!!!!!!!!!!!!!!!!!!!!!!!!!!!!!!!!!!!...




...




이제야 조금.


정신이 드네.



정신이 드는 게 아니라.


실감이 조금씩 나는 듯.




하스테리아의 이름있는자도.


나에게는 너무나 과분한데.



그 중에서도 유일무이라니.


세상에서 나 혼자뿐이라니.




그런데 그 유일무이라는 게.


지금 이 시대뿐만 아니라.



대타협 이후에 있었던 모든 생물 중.


그 누구도 달성하지 못한 유일무이...




촌뜨기 아인.


정말로 내가.



리리 협곡에서 산적질이나 하며.


하루하루를 겨우 연명했던 내가.



전 세계에서, 역사 속에서.


가장 존귀한 존재가 되려 한다.




“...화를 내서 죄송합니다만, 이제야 본인이 얻게 될 천혜에 대해 조금이나마 실감하시는 것 같군요. 그 덕분에 저도 진정할 수 있었습니다.”


“...”



“지금까지 온갖 성을 내며 ‘하카라타’란 공식 칭호가 지닌 의의를 열변했습니다만, 단순히 거기에만 기인해서 이렇게까지 말씀드린 것은 결코 아님을 강조합니다.”


“...”



“'하스테리아방위사령관' 겸 '권역방어군총사령관'이시기도 한 저희 국장께서 친히 말씀하시더군요... 귀하야말로, 앞으로 권역을 이끌어갈 차세대 지도자라고. 그런 만큼, 기대하시는 바가 매우 크다고.”




?!!!!!!!!!!!!!!!!...




“신성수호국의 제2차장으로서 지금까지의 결례를 다시 한 번 사과드림과 동시에, 정식으로 감축을 드리는 바입니다.”


“...”




“권역의 모든 인간, 권역의 모든 권력...”


“...”





“...지금 귀하를 주목하고 있습니다.”


작가의말

22,554


-------------------


지난 주에 말씀드린 대로,

이번 목요일은 휴재입니다.

불편을 드려 진심으로 죄송합니다.


비록, 버림 받은 무료 웹소설이긴 하지만...


100원을 주고 본다 쳐도

절대로 그 돈이 아깝지 않을 정도로, 

매 화의 퀄리티에 최선을 다하겠습니다. 


이 작품은 어때요?

< >

Comment ' 2

  • 작성자
    Lv.54 리얼트루
    작성일
    20.12.15 23:06
    No. 1

    와 대박이다 갓갓 주인공이 되어뿌렸넹 작가님 너무 재밌게 잘 보고 갑니다 ^^*

    찬성: 4 | 반대: 0

  • 작성자
    Lv.33 Vurgil
    작성일
    20.12.15 23:14
    No. 2

    그래도 절 포함해서 꼬바고박 독자들이 있는데 버림받은 이라니 ㅠㅠ 작가님 미워!

    찬성: 4 | 반대: 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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116 4-28. "신성수호국 2" +1 20.12.19 63 5 34쪽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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113 4-25. "하늘에서 세상을 내려다보며 2" +3 20.12.10 57 6 45쪽
112 4-24. "하늘에서 세상을 내려다보며 1" +2 20.12.08 58 5 41쪽
111 4-23. "예기치 못한 사투 2" +3 20.12.05 57 8 44쪽
110 4-22. "예기치 못한 사투 1" +2 20.12.03 60 6 22쪽
109 4-21. "드디어 외출 4" +2 20.12.01 57 4 42쪽
108 4-20. "드디어 외출 3" +2 20.11.28 61 4 36쪽
107 4-19. "드디어 외출 2" +5 20.11.26 128 3 28쪽
106 4-18. "드디어 외출 1" +4 20.11.24 77 6 27쪽
105 4-17. "내 친구들 전부, 내 손으로 죽였어 2" +4 20.11.21 80 9 38쪽
104 4-16. "내 친구들 전부, 내 손으로 죽였어 1" +1 20.11.19 80 9 67쪽
103 4-15. "처음부터 확정돼 있었던 죽음 5" +1 20.11.14 74 6 33쪽
102 4-14. "처음부터 확정돼 있었던 죽음 4" +1 20.11.12 64 7 37쪽
101 4-13. "처음부터 확정돼 있었던 죽음 3" +4 20.11.10 57 5 43쪽
100 4-12. "처음부터 확정돼 있었던 죽음 2" +8 20.11.07 82 7 32쪽
99 4-11. "처음부터 확정돼 있었던 죽음 1" +1 20.11.05 72 7 35쪽
98 4-10. "피할 수 없다면, 당당해야 한다 3" 20.11.03 77 3 26쪽
97 4-9. "피할 수 없다면, 당당해야 한다 2" +2 20.10.31 65 6 30쪽
96 4-8. "피할 수 없다면, 당당해야 한다 1" +2 20.10.29 79 4 44쪽
95 4-7. "죽음의 광야 4" +2 20.10.27 71 4 26쪽
94 4-6. "죽음의 광야 3" +3 20.10.24 77 7 27쪽
93 4-5. "죽음의 광야 2" +2 20.10.22 82 7 21쪽
92 4-4. "죽음의 광야 1" +3 20.10.20 84 7 23쪽
91 4-3. "아직 끝난 게 아니잖아 3" +2 20.10.17 114 5 17쪽
90 4-2. "아직 끝난 게 아니잖아 2" +2 20.10.15 96 10 17쪽
89 4-1. "아직 끝난 게 아니잖아 1" +3 20.10.13 113 8 23쪽
88 4-프롤로그6. "하이파공의회 6" +13 20.10.10 147 10 43쪽
87 4-프롤로그5. "하이파공의회 5" +4 20.10.08 161 10 26쪽
86 4-프롤로그4. "하이파공의회 4" +9 20.10.06 173 10 37쪽
85 4-프롤로그3. "하이파공의회 3" +13 20.10.03 211 11 35쪽
84 4-프롤로그2. "하이파공의회 2" +4 20.10.01 183 9 40쪽
83 4-프롤로그1. "하이파공의회 1" +1 20.09.29 195 12 47쪽
82 3-에필로그3. "하스테리아 견문록 3" +5 20.09.28 145 15 24쪽
81 3-에필로그2. "하스테리아 견문록 2" +2 20.09.27 176 12 24쪽
80 3-에필로그1. "하스테리아 견문록 1" 20.09.26 151 12 20쪽
79 3-31. "하의 뜻이었다 3" +2 20.09.25 209 12 33쪽
78 3-30. "하의 뜻이었다 2" 20.09.24 120 9 25쪽
77 3-29. "하의 뜻이었다 1" +5 20.09.24 122 13 19쪽
76 3-28. "죽었음에도 불구하고 4" +1 20.09.23 122 15 39쪽
75 3-27. "죽었음에도 불구하고 3" 20.09.23 158 10 27쪽
74 3-26. "죽었음에도 불구하고 2" +3 20.09.22 122 11 35쪽
73 3-25. "죽었음에도 불구하고 1" +1 20.09.22 138 12 26쪽
72 3-24. "순례자의 격(格) 3" +4 20.09.21 146 10 28쪽
71 3-23. "순례자의 격(格) 2" +2 20.09.21 131 11 32쪽
70 3-22. "순례자의 격(格) 1" +1 20.09.20 178 11 29쪽
69 3-21. "세상의 중심에서 4" 20.09.20 145 13 21쪽
68 3-20. "세상의 중심에서 3" 20.09.19 139 14 21쪽
67 3-19. "세상의 중심에서 2" +2 20.09.19 134 9 24쪽
66 3-18. "세상의 중심에서 1" +1 20.09.18 155 12 16쪽
65 3-17. "새 친구와 함께, 시공간을 접어 2" +1 20.09.18 155 14 22쪽
64 3-16. "새 친구와 함께, 시공간을 접어 1" +3 20.09.17 145 17 29쪽
63 3-15. "재회 3" 20.09.17 160 14 19쪽
62 3-14. "재회 2" +1 20.09.16 131 15 19쪽
61 3-13. "재회 1" 20.09.16 135 16 20쪽
60 3-12. "나는야 등산왕" +1 20.09.15 217 15 18쪽
59 3-11. "진실을 찾으러, 차도스 성으로 3" +1 20.09.15 124 15 17쪽
58 3-10. "진실을 찾으러, 차도스 성으로 2" 20.09.14 150 12 23쪽
57 3-9. "진실을 찾으러, 차도스 성으로 1" +2 20.09.14 134 14 22쪽
56 3-8. "기나긴 잠에서 깨어나 3" +2 20.09.13 151 11 16쪽
55 3-7. "기나긴 잠에서 깨어나 2" 20.09.13 185 13 18쪽
54 3-6. "기나긴 잠에서 깨어나 1" 20.09.12 166 14 16쪽
53 3-5. "하느느" +1 20.09.12 137 15 17쪽
52 3-4. "원수에서 친구로 4" +2 20.09.11 141 18 22쪽
51 3-3. "원수에서 친구로 3" +1 20.09.11 137 18 17쪽
50 3-2. "원수에서 친구로 2" +1 20.09.10 169 17 19쪽
49 3-1. "원수에서 친구로 1" 20.09.10 146 15 15쪽
48 3-프롤로그2. "숨어 있던 세력의 등장 2" +4 20.09.09 158 12 19쪽
47 3-프롤로그1. "숨어 있던 세력의 등장 1" +1 20.09.09 198 14 16쪽
46 2-에필로그. "하스테리아 조사관의 보고서" +1 20.09.08 162 14 19쪽
45 2-25. "죽음의 문턱에서 3" 20.09.08 153 11 13쪽
44 2-24. "죽음의 문턱에서 2" 20.09.07 138 15 14쪽
43 2-23. "죽음의 문턱에서 1" 20.09.07 149 13 14쪽
42 2-22. "감금, 그리고 진실 공방 3" 20.09.06 157 11 18쪽
41 2-21. "감금, 그리고 진실 공방 2" 20.09.06 143 15 16쪽
40 2-20. "감금, 그리고 진실 공방 1" 20.09.05 145 13 16쪽
39 2-19. "은밀한 거래 2" +2 20.09.05 159 15 18쪽
38 2-18. "은밀한 거래 1" 20.09.04 158 14 14쪽
37 2-17. "니신에서 홀로 3" +1 20.09.04 167 14 15쪽
36 2-16. "니신에서 홀로 2" 20.09.03 188 14 15쪽
35 2-15. "니신에서 홀로 1" 20.09.03 205 17 15쪽
34 2-14. "아무도 보지 못했다 4" +2 20.09.02 180 18 19쪽
33 2-13. "아무도 보지 못했다 3" 20.09.02 183 16 16쪽
32 2-12. "아무도 보지 못했다 2" 20.09.01 191 19 15쪽
31 2-11. "아무도 보지 못했다 1" +3 20.08.31 228 16 14쪽
30 2-10. "시공간의 시공간 4" +1 20.08.30 206 20 17쪽
29 2-9. "시공간의 시공간 3" +2 20.08.29 190 19 17쪽
28 2-8. "시공간의 시공간 2" +1 20.08.28 204 17 16쪽
27 2-7. "시공간의 시공간 1" 20.08.27 198 18 15쪽
26 2-6. "다른 시공간에서 3" 20.08.26 224 20 16쪽
25 2-5. "다른 시공간에서 2" 20.08.26 216 22 14쪽
24 2-4. "다른 시공간에서 1" +1 20.08.25 256 19 16쪽
23 2-3. "진실은 미궁 속으로 3" 20.08.25 230 22 14쪽
22 2-2. "진실은 미궁 속으로 2" +1 20.08.24 212 22 13쪽
21 2-1. "진실은 미궁 속으로 1" +5 20.08.24 253 20 14쪽
20 1-에필로그. "이야기의 시작" +6 20.08.23 289 23 13쪽
19 1-18. "하, 카, 그리고 타" +1 20.08.23 285 25 13쪽
18 1-17. "우정의 다리 4" +5 20.08.22 277 26 14쪽
17 1-16. "우정의 다리 3" +1 20.08.21 268 24 12쪽
16 1-15. "우정의 다리 2" +2 20.08.21 290 25 12쪽
15 1-14. "우정의 다리 1" +1 20.08.20 296 23 13쪽
14 1-13. "혼란의 혼란 3" +11 20.08.20 325 28 13쪽
13 1-12. "혼란의 혼란 2" +3 20.08.19 322 32 10쪽
12 1-11. "혼란의 혼란 1" +3 20.08.19 346 35 14쪽
11 1-10. "바깥사람 2" +7 20.08.18 378 30 12쪽
10 1-9. "바깥사람 1" +2 20.08.17 414 37 16쪽
9 1-8. "이상한 꿈" +5 20.08.17 413 39 15쪽
8 1-7. "운명과 운명의 충돌 3" +14 20.08.16 452 37 13쪽
7 1-6. "운명과 운명의 충돌 2" +6 20.08.15 461 33 16쪽
6 1-5. "운명과 운명의 충돌 1" +5 20.08.15 518 34 13쪽
5 1-4. "차도스의 충신 2" +2 20.08.14 593 39 14쪽
4 1-3. "차도스의 충신 1" +6 20.08.13 694 40 10쪽
3 1-2. "뜻하지 않았던 이별 2" +5 20.08.13 799 44 11쪽
2 1-1. "뜻하지 않았던 이별 1" +40 20.08.12 1,668 67 27쪽
1 프롤로그. "협곡의 풋내기 산적단" +57 20.08.11 3,458 101 9쪽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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