1장 [미궁숲의 나날] 11화 수상한 움직임
1
무수히 쏟아져 내리는 모래들 사이로 정체불명의 검은 옷을 입은 가면의 사내가 두 사람의 전투에 난입해왔다.
무슨 마법을 사용한 것인지는 모르겠지만, 상당한 실력자임은 틀림없었다.
"아저씨 내 마수들이!"
"시리, 그쯤이면 됐습니다. ——리베르타스 경도 그 검을 거두어 주시죠"
그 불길해 보이는 가면 너머로 소녀의 이름과 함께 전투를 중단시킨 남성은 재차 경계하는 자신에게도 똑같은 말을 보내왔다.
살기가 담긴 소름끼치는 압박감에, 단장급 또는 그 이상의 실력자 정도는 되야 한 합은 주고받을만 하다는 감상과 함께 그는 자신의 검을 조용히 거두었다. 그러자——,
"......하지마"
그가 옆에서 말릴수록 소녀의 분노는 가라앉지 않고 커져만 갔다.
"방해하지마 당장 죽여버릴꺼——으핫..."
"이거야 원, 큰 실례를 저지른게 아닐런지"
계속해서 자신의 말을 듣지않자 그는 눈에 보이지 않는 속도로 소녀의 뒷목으로 향했다.
그 충격으로 소녀는 의식을 잃고 힘없이 쓰러지고, 세베루스는 소녀를 품 안으로 끌어안았다.
"그 아이는 어떻게 할 생각이지"
여전히 느껴지는 살기속에서, 시리라는 아이가 차후에 어떻게 되는지 불안한 마음에 그에게 물었지만 돌아오는 대답에는 신빙성이라고는 하나도 느껴지지 않았다.
"걱정마시죠, 죽이지는 않습니다. 다만, 그에 합당한 처벌은 면할 수 없겠죠"
"...합당한 벌, 인가"
"무서운얼굴을 하면, 모처럼의 외모가 망가지지 않습니까. 저는 어디까지나 신사적으로 해결합니다. ——어디까지나 신사답게"
"——"
조롱아닌 조롱을 듣고 눈살을 일그리면서도 프레이는 그의 말에 입을 열기가 어려웠다.
"어디가는——, 큿!"
"경은 경대로 생각해도 좋습니다. 저희의 일에 방해만 들이지 않는다면 말이죠"
순간, 사방이 막혀있는 건물 안에 세찬바람이 불어왔고, 그는 의미심장한 말을 남기고 눈앞에서 사라졌다.
ㅇ
육체와 정신이 붕 떠있는 느낌을 받으며 어딘지 모르는 장소로 나는 흘러간다.
새하얀 세상속에 그 밖의 생물은 자신을 제외하고는 물줄기 위를 떠 다니는 것은 자기자신 뿐이다.
이 물줄기의 끝은 어디로 향하는 걸까.
나는 무엇때문에 이런 곳에 있는 걸까.
나는 분명 그녀를 위해서—─,
'......'
그런데, 그녀란 누구를 말하는 거지.
그녀가 누구인지 떠오르려고 해도 어떻게 생겼는지, 어떤 목소리를 가졌는지 떠오르지가 않는다.
"──"
그때, 자신의 앞에 이형의 그림자가 일렁이며 가로막고 있었다.
손에 닿지 않는 거리에 불과해도 나는 천천히 손끝을 여성의 그림자를 향해 뻗었다.
역시나 자신의 생각대로 닿지 않아 실망감을 안고 팔을 내리던 그 순간 그림자가 자신을 향해 떨어져 내려와 놀랄틈도 없이 꿈은 끝이나면서 의식은 각성했다.
"우와아아아아앗!"
의문의 남자가 사라지고 지금까지의 일들을 정리하고 있을 때, 하루의 비명소리가 그의 귓가에 찾아왔다.
"─—하루!"
급히 그의 이름을 부르고 달려갔지만, 의식이 막 돌아온 참 이었음에도 무엇인가에 떨면서 눈앞에 있는 프레이를 인식하지 못했다.
패닉에 빠져서 숨을 헐떡이는 그를 보고 어쩔수 없다는 듯, "미안!" 라는 한마디와 함께 하루의 뺨에 그의 손바닥이 날라갔다.
"아...프레이?"
그리고, 그의 동공의 떨림이 멈추고 천천히 자신을 인식하게 되면서 작게 한숨을 흘렸다.
"정신이 좀 들—─"
"...맞아, 아리아나는!"
의식이 제자리를 잡히자마자 하루는 그녀의 걱정이 자신보다 먼저 앞섰다.
자신의 마지막 기억에서는 그녀를 향하는 사악한 손길을 제지하기 위해 달려든 것으로, 그 다음부터는 필름이 끊겨서 생각을 하려고 해도 나오지 않는다.
그런 그의 심각해진 얼굴을 보고 놀란 나머지 말문이 잠깐 막히기는 했지만, "일단 진정해, 그녀는 무사하니까" 라고 흥분한 그를 진정시켰다.
"하아, 하아......"
"지금은 너의 안정이 최우선이야. 그 상태로는 얼마 못버틸거야"
"하아......"
한순간에 달아오른 머리로는 그의 걱정어린 말이 제대로 들어오지 않았다.
하지만, 그녀의 무사하다는 단어는 들어와 흥분을 가라앉히고 조용히 시선을 떨구었다.
"다행이야, 너라도 정신을 차려서"
"응......"
"조금만 기다려줄래. 그녀의 상태도 알아봐야 하니까"
"...응"
자신보다 조금 떨어진 위치에 쓰러져있는 아리아나의 상태를 확인하기 위해 일어선 프레이.
지금 달려가 그녀의 상태를 알고싶은 것은 자신이지만 이상하게도 몸이 마음대로 움직이지 않는다.
프레이의 말대로 회복에 전념하는 것이 좋을 것이라는 판단을 내렸다. 그도 그럴것이, 여기저기가 해지고 망가진 옷과, 쌓인 피로에 멍들고 잔 상처들이 자신의 몸에 가득해서 움직이지 못할 만 했다.
"크윽!"
그때, 붉게 달아오른 납이라도 삼킨것 마냥 가슴의 중심부에서 말로 표현할 수 없는 뜨거운 열이 찾아왔다.
그리고 그것은, 순식간에 전신으로 퍼져나가기 시작했고, 아리아나의 상태를 보러간 프레이를 부르고 싶어도 말이 제대로 나오지 않았다.
"크아아아아아악!"
매 1초마다 시간이 흐를수록 열의 온도는 더 높아져만 가서 숨을 고를 틈 조차 주지 않았다.
고열로 인해 정신이 혼미해져 가고, 이대로면 전신이 타오르면서 고열로 인해 죽는 것은 아닐까 라는 생각마저 들 정도로 고통스럽다.
뜨거워, 뜨거워, 뜨거워뜨거워뜨거워뜨거워뜨거워뜨거워뜨거워뜨거워뜨거워뜨거워뜨거워뜨거워뜨거워뜨거워뜨거워뜨거워뜨거워뜨거워뜨거워뜨거워뜨거워, —뜨거워!
지금 흐르는 눈물들이, 전신을 적시는 땀들이 마치 혈관들이 터져서 흐르는 피 처럼 느껴졌다.
괴롭다, 너무 뜨거워, 아무 생각도 들지 않아, 살려줘 프레—.
"──"
"하루!"
그의 비명소리를 듣고 황급히 돌아왔지만, 전신은 이미 불타오를듯한 고열에 시달리고 있었고 의식은 없었다.
"이건 대체......"
흘러내린 땀으로 흠뻑젖은 그의 몸은 여전히 불덩이 같았고, 인간이 이렇게까지 전신에 고열이 일어나는 일이 있을까 도 싶었다.
"그래 일단은 마법으로—─"
마법으로 만들어낸 얼음으로 몸을 식히려고 했지만 순식간에 녹아 사라져서 증기가 되었다.
"─젠장!"
여기서는 다른방법들이 소용없는 건가, 라고 자신을 질타하던 그 순간 자신의 뒤에서 들려왔다.
"이미 정리가 다 된것 보니까 저희가 좀 늦은 것 같네요"
"──!"
있을리가 없는 낯익은 목소리가 찾아와 화들짝 놀라면서도 때마침 잘됐다고 생각하고 심각한 얼굴로 그녀에게 달렸다.
"리즈!"
"무사하셔서 다행—─"
"당장 이곳에서 이탈한다!"
"에?!"
위급한 상태인 고열로 죽기직전인 하루를 보이면서 심각한 얼굴로 들이밀자 그녀는 당혹감을 드러냈다.
2
그 뒤로, 두 사람을 데리고 숲에서 이탈하던 도중 리즈의 주인 스피카와 합류하게 되었다.
하지만 두 사람을 왕도로 데리고 돌아가기에는 너무 먼 거리이기도 해서, 그녀에게 사정을 설명하자 어쩔수 없다는 얼굴로 가까웠던 그녀의 거처로 복귀하게 된다.
그렇게 깨어날 기미가 없는 소녀와 소년을 한 방에 두고 경과를 지켜보던 메이드가 자리를 비운 사이, 쌍둥이 묘인남매가 메이드의 눈을 피해 들어왔다.
"누, 누나......"
"왜~에, 알?"
"들키면 어쩌려구...!"
"그을~쎄에"
"으읏..."
자신은 관심 밖이라는양 적당히 내뱉는 친누나의 말에 알은 할 말을 잃었다.
지금당장 누나의 장난을 막아야 하지만 종잇장처럼 날라갈 상상을 하자니 전신이 떨렸다.
"히익!"
그러나 자신들의 뒤에서 발소리가 들려와 알은 흠칫 놀라면서 혼날 예감에 눈을 감았던 것 과는 달리 조용히 머리위에 손이 올라왔다.
"너희는 여전하구나"
"헤헷, 당연하지. 키도 요만큼이나 자랐으니까!"
"귀여운녀석"
몰은 평평한 가슴과 어깨를 펴고 자랑스럽다는 듯한 얼굴을 그에게 보이면서 콧방귀를 꼈다.
"열은 내려서 다행이야"
죽을 것 같았던 고비가 지나가고, 괴로워 보이던 하루의 얼굴도 지금은 평온을 되찾은 상태다.
그러던 그때, 자신을 찾는 사람이 찾아왔다.
"막 복귀 하자마자 미안하다만, 긴히 할 얘기가 있다"
"응"
두 사람이 자고 있는 방에서 나와, 복도 창가에서 멈추어선 스피카와 마주봤다.
그리고 그녀의 곁에는, 그녀의 호위기사인 리즈가 서 있었다.
"그래서 할 얘기라는게 뭔데"
"리즈 부탁할게"
"네. —숲에 대해서 입니다만 단도직입적으로 말해서, 숲의 결계가 소멸함에 따라 저주 또한 완전한 소실을 방금전에 확인했습니다"
"확실한거야?"
"믿기지 않았지만, 리즈의 말이 사실이다"
그 말을 들은 이 자리의 있던 사람들은 입을 열지 못하고 한동안 조용히 침묵할 뿐이었다.
——이날을 기점으로, 다가올 미래에 큰 악영향을 끼칠 것이라고는 여기있는 모두는 예상할수 없었다.
3
자신이 입고있던 검은 옷과 이상한가면을 집어던지고 사내는 탁상위의 과일주가 적당힌 담긴 잔을 들어올렸다.
코끝을 자극하지 않는 은은한 과일의 향과 나쁘지 않는 목넘김, 적당한 산미와 진하지 않는 단맛, 역시 카나비스 제일의 특산품이다.
가볍게 한잔을 끝낸 사내는 피로에 지친 몸을 풀어주기 위해 푹신한 소파에 몸을 맡겼다.
그리고 소파의 맞은편에는 지금도 집을 나서기 전과 별반 움직임이 없는 청년이 자기하고 있었다.
"뭐야, 생각보다 일찍온 것 보니까 특별한 정보는 없었나 보네"
"...없었지. 나라를, 세계를 움직일 큰 요소는"
사내의 그 말을 들은 청년은 입꼬리를 올리고 무언가를 작성중이던 손을 멈추고 뒤로 돌았다.
"건진건 있다는 소리군"
"이래서 당신은 미워할수 없는 존재입니다. 저의 웬만한 생각은 다 꿰뚫고 있으니까"
"카하하하하!"
그의 칭찬에 호탕하게 웃어보이면서 라크는 곧바로 화재를 전환했다. 그것은, 한쪽 구석에서 서글프고 울고있는 소녀——시리 그로스를 향해 삿대질 했다.
"그보다 저거 어쩔거야. 돌아오고부터 계속 칭얼대잖아"
"......바비"
"——흠"
자신이 소중히 아끼던 마수를 잃은 소녀의 마음은 충분히 이해는 간다. 그러나 앞으로도 저래서야 해야 할 일에 큰 지장을 중지도 모른다.
"아아아아아 정말, 골때리네!"
머리르 박박 긁으면서, 구석에 열린 창문으로 얼굴을 들이밀고, 연초에 불을 붙여서 입에 넣고 태우고 있었다.
그가, 세베루스가 연초를 태워서 나오는 연기 만큼은 극도로 싫어해서 라크 만의 배려라고도 할 수 있다.
그 또한 연구에 몰두하면서도 옆에서 어린아이가 칭얼대고 있자니, 그의 성질이 못버틸 것은 눈에 선하기는 했다.
"시리 그로스"
"...네"
"올때 말했지 않았니. 금세 또 잊은건 아니겠지"
"...죄송합니다"
"라크에게 부탁은 했으니 조금만 참아보는건 어떻겠니"
"얼마나...?"
"라크"
"푸웁——!"
입안에 머금고 있던 연기를 느긋하게 뿜어내려던 그 순간, 세베루스의 질문이 꽃혀와 무엇인가 걸리는게 있던 라크는 몇차례 기침소리를 냈다.
"그, 그것보다, 출발은 언제인데!"
그가 부탁한게 아직도 덜 된 것인지 라크는 얼버무리면서 화재를 바꿨다.
"내일 정오 전에 사자가 오는 것과 동시에 출발이지만 미리 준비는 해 놓도록. 그리고 시리는"
"——"
"나의 지시를 받기 전까지는 여기서 대기하도록"
"——칫"
"대답은?"
"네~에"
무심한듯 대답하는 시리였지만 세베루스는 별다른 질타는 가하지 않았다.
왜냐하면 그녀는, 자신에게 있어서 필요 이상의 존재이니까.
그러면서, 세베루스는 소파에 눌러앉아 다시 채워진 잔을 들어올리고 입을 열었다.
"어쨌든 간에, 이번일의 성공을 기원하며"
"——"
"——마녀의 축복을!"
자신들이 목적하는 것의 성공을 기원하면서, 사내는 들고있던 과실주 한모금을 들이키고는 미소를 지었다.
——마녀의 환영과 축복이 우리와 함께하기를.
- 작가의말
다음은 2장,『돼지의 욕망』입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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