현대에 용사로 살아가는 법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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완결

승비87
작품등록일 :
2020.08.16 23:30
최근연재일 :
2020.11.22 19:0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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20.10.14 19:0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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12쪽

61화 츠라라온나

DUMMY

「기를 판별하는 카테고리 알고리즘 개설을 시행합니다. 기를 판별하는 기능적 알고리즘 개발을 시행합니다.」


“오~ 가능한 거야?”


「주인님과 주변인의 데이터를 기반으로 연산합니다. 주의. 오류가 있을 수 있습니다. 오류는 데이터 기반으로 자동 수정합니다. 기초 연산이 끝나고, 사용 가능한 기능이 될 때 알려드리겠습니다.」


“땡큐!”


병연은 자신의 신체 변화보다 민초가 업그레이드해 준 지수의 기능에 흡족해했다.


그렇게 걷다 보니 제방에서 손을 흔들고 있는 숙희가 보였다.


“자. 네 남편의 유품이 맞는지 확인해봐. 배를 건져오고 싶었지만, 그건 지금 내 힘으로는 불가능할 것 같아서 챙길 수 있는 것만 가져왔어.”


여자는 반지를 보고는 다시금 울기 시작했다.


서럽게.


아주 서럽게 울었다.


그렇지만 차갑지는 않았다.


숙희는 상의를 벗고 있는 병연이 걱정되었는지 시선을 최대한 피하며 물었다.


“그······오빠. 춥지는 않고?”


“응. 괜찮아. 뭐, 유품 찾다가 내가 저 녀석 남편 옆에서 똑같이 될 뻔하기는 했지만, 덕분에 새로운 능력이 생겼고.”


“또 무슨 능력이 생겨? 거기서? 아니, 잠깐만, 죽을 뻔했다고?”


“응. 저체온증이랑 대충 그런 것 때문에?”


일 끝나면 무슨 얘기를 할지 뻔히 보이는 숙희의 매서운 눈.


병연은 딴 곳을 보는 척하며 휘파람을 불었다.


“자. 유품을 찾았으니까 이제 눈보라를 멈추고 얼어있는 사람들을 해동시켜.”


“예. 그 전에 남편을 잠시 봉양하고 싶어요.”


자리에서 일어난 여자가 눈물을 멈추고 걷기 시작하자 바람이 그쳤다.


하늘에서는 조금 전까지와는 확연히 다른 함박눈이 내리기 시작했다.


병연은 눈이 내리는 것을 보고 여자를 의심하며 여차하면 언제든지 칼을 빼 베어버릴 생각을 가졌다.


‘숙희가 나보다 앞에 있기는 하지만, 망치를 튕겨내던 걸 생각하면 나도 준비하는 편이 좋겠어.’


그렇게 걸어서 북문 신사에 도착했고, 여자는 얼어있는 무녀들을 지나서 안으로 향했다.


여자는 걸음을 멈추고 본전 앞에 있는 크고 둥근 고리 앞에 멈춰섰다.


그리고는 조심스럽게 병연의 상의를 펼쳐 남편의 유품을 땅에 내려놓고 무릎을 꿇었다.


“아마테라스시여. 부디 제 남편이 편히 쉴 수 있게 도와주세요.”


둥근 고리가 은은하게 반짝이며 빛나기 시작하고, 여자는 반지와 유해에 손을 댔다.


하나둘 뼈가 공중으로 떠오르고, 꽁꽁 얼었다.


언 뼈들은 깨지며 진눈깨비처럼 공중에 흩날리고는 사라졌다.


마지막으로 반지가 사라지자 둥근 고리의 빛은 사라지고 주변은 아무 일도 없었던 것처럼 잠잠해졌다.


여자는 조심스럽게 자리에서 일어났다.


“고맙습니다. 두 분 덕분에 남편을 제대로 보낼 수 있었어요.”


병연은 기다렸다는 듯이 말했다.


“자. 이제 원래대로 돌려놔야지.”


“예. 걱정하지 마세요. 저도 이제 여한 없이 떠날 수 있게 되었답니다.”


“뭐?”


여자는 병연을 향해 싱긋 웃고는 뒤돌아 걷기 시작했다.


어떠한 설명도 없이 걷는 여자의 뒤를 숙희가 따라 걸었다.


‘아니, 숙희, 이 녀석은 무슨 생각으로 순순히 따라가는 거야?’


불만은 있었지만, 특별하게 티 내지 않고 따라서 걸었다.


몇 분을 걸었을까.


여자가 멈춰선 곳은 빙설의 문이라는 장소였다.


와카나이시 앞의 바다가 한눈에 보이는 아름다운 장소에서 여자는 웃으며 인사했다.


“고맙습니다. 정말로······츠라라온나가 되었지만, 후회는 없어요. 이제 남편을 보러 가야죠. 다른 사람들에게도 정말 민폐를 끼쳤고······두 분의 이름은 모르지만, 잊지 않겠습니다.”


병연은 너무 뜬금없다고 생각했고, 이해가 안 갔다.


“아니, 잠깐만! 그렇게 남편을 잘 떠나 보냈으면, 너는 살 생각을 해야지! 어딜 간다는 거야?”


“오빠!”


“아니! 내가 머리가 나쁜가? 도무지 이해가 안 되는걸? 산 사람은 살아야지!”


츠라라온나는 이해한다는 듯이 아름다운 미소를 지으며 말했다.


“남편을 잃고, 제가 바라는 것은 그이의 흔적이라도 찾는 것이었어요. 그걸 위해서 매일같이 바다에 나가 빌었죠. 남편의 유품을 찾을 수 있게 해 달라고.”


“그래서 찾았잖아! 찾아줬잖아!”


“바다는 항상 파도가 치고, 침몰 된 배와 유품이 언제 어디로 가는지 알 수 없는 곳. 그렇다면 제가 할 수 있는 최고의 방법은 남편을 찾을 수 있는 사람이 올 때까지 유품이 그 자리 그대로 있을 수 있게 하는 것.”


병연은 계속해서 따지고 싶었지만, 숙희가 고개를 저으며 막았다.


“츠라라온나가 된 저는 목적을 이룰 때까지 요력을 발산하며 주변을 얼리는 것밖에는 못 해요. 그리고, 목표가 이루어지면, 사라지는 존재.”


여자의 몸은 조금씩, 조금씩 얼어붙기 시작했다.


병연은 어떻게든 살리고 싶었지만, 얼기 시작한 여자의 몸은 빠르게 투명하고, 깨끗한 얼음이 되기 시작했다.


“정말 감사했어요. 다시는 볼 수 없겠지만, 소중한 사람을 잃지 않게 기도할······.”


여자의 몸은 완전히 얼어 아름다운 조각이 되었다.


여자가 얼음 조각이 되자 북해도는 녹기 시작했다.


사람들이 움직이는 소리가 들리기 시작했고, 나무가 바람에 자연스럽게 흔들리고, 기계가 움직이는 소음이 병연의 귀를 때렸다.


북해도가 녹을수록 얼음 조각이 된 여자도 녹아내리기 시작했다.


그리고, 병연과 숙희가 보는 앞에서 순식간에 사라졌다.


마치 세상에 원래부터 존재하지 않았던 것처럼.


물 자국조차 남기지 않고, 사라졌다.


병연이 오덕을 타고 날아서 힘겹게 깨부순 바다도 녹아있었다.


“야. 숙희야. 납득이 가게 설명 좀 해봐. 나는 아무리 생각해도 도무지 이해가 안 가거든?”


숙희는 말이 없었다.


북해도는 모두 녹아 힘차게 움직였지만, 숙희와 병연의 마음은 한없이 차갑게 얼어있었다.


“나는 이게 도저히 감동적인 사랑 얘기처럼 느껴지지 않아. 무슨 말이라도 해봐. 내가 바다에 나가 있을 때 무슨 얘기라도 했을 거 아냐.”


“아무 얘기도 한 게 없어. 저 여자. 오빠가 간 뒤로······오빠가 간 바다만 멍하니 보고 있었어. 아주 행복한 얼굴로. 그것뿐이야.”


지수도 똑같이 얘기했다.


「주인님이 바다로 향하고 난 후 저는 통역한 것이 없습니다.」


병연은 한숨조차 쉬지 못했다.


무거운 기분을 당장이라도 떨치고만 싶었다.


“오덕!”


오덕은 하늘에서 내려와 병연의 어깨에 앉았다.


“오덕아. 일단 숙희를 천안에 바래다주고, 우리는 신대륙으로 가자.”


“나도 같이 가.”


“뭐하러? 그냥 가서 쉬어.”


“같이 가. 나도 드라이브하고 싶을 뿐이니까. 오빠도 기분 꾸리꾸리하겠지만, 나도 그래. 저 여자의 선택이 이해는 가지만, 그래도 구린 건 별수 없는걸.”


“이게 이해가 가는 너도 이해가 안 간다.”


“오빠도 사랑해 보면 알걸?”


“해봤어도 모르겠다. 그런 목숨을 걸어야 하는 사랑.”


숙희는 분위기를 전환하기 위해 병연에게 물었다.


“오빠가 연애를 해봤다고? 진짜로?”


“왜. 나는 사랑해봤으면 안 되냐?”


“분명 숫총각인 줄.”


“뭐?”


“아냐~ 쓸 때 쓸 줄 아는 남자라면 됐지! 가자!”


병연은 입을 삐죽이며 숙희를 나무라고 싶었지만, 숙희가 눈치를 주자 알아서 거대해져 버린 오덕.


병연은 다른 사람들의 눈에 띌까 싶어 재빠르게 등에 올라탔고, 두 사람이 등에 자리를 잡자마자 오덕은 날개를 펄럭이며 날아올랐다.


“야. 오덕. 너 일부러 커졌지.”


“아빠. 그렇게 낭자들에게 시시콜콜 잔소리하고 따지면 인기 없어.”


“그렇다고 그렇게 갑자기 커지면! 안 그래도 사람들 살아서 움직이기 시작하는데 누가 목격이라도 하면 어쩌려고 그래?”


“목격돼야 아빠가 일했는지 안 했는지 알 거 아니냐. 어디로 갈 거야? 신대륙?”


“응. 신대륙으로 가자.”


오덕은 모든 사람의 눈에 띄기 위해 저공비행을 하며 북해도를 한 바퀴 돈 후 동쪽을 향해 나아갔다.


시원한 바닷바람을 느끼며 동쪽으로 한참을 날아가자 조금씩 육지가 보이기 시작했다.


육지가 보이고 얼마 가지 않아 눈에 들어온 탑.


원근법이란 것을 무시한 듯한 모습에 병연은 호기심과 함께 압도되는 듯한 두려움도 느꼈다.


“오덕. 너 저 탑이 뭔지 알아?”


“알지.”


“안다고? 저게 뭐야 대체?”


“어떻게 설명해야 아빠가 잘 이해할 수 있으려나~”


“대충 간단하게?”


“여자의 마음도 이해 못 하는 아빠가 저걸 이해할 수 있으려나?”


“너도 이해 못 하니까 안 내려오고 피한 거 아냐!”


“아! 아니다!”


강한 부정은 강한 긍정이라고 했던가.


“오덕아······아빠에게 털어놔 봐. 예전에 황이랑 뭐 있었지?”


“아냐! 그런 일 없었다고! 내 짝은 내가 말만 하면 껌뻑 죽는다고!”


병연은 그런 것 치고는 반응이 심상치 않다고 생각했지만, 굳이 물을 필요는 없다고 생각했다.


“그래서 저 탑이 뭔데?”


“흠~ 누군가에게는 바벨, 누군가에게는 정토로 가는 길, 누군가에게는 세피로트의 나무, 누군가에게는 위그드라실, 누군가에게는 신단수. 또 누군가에게는 연옥으로 가는 문.”


병연은 오덕의 마지막 설명에 집중했다.


다른 명칭들은 각각의 신화나 종교, 전설에서 나온 이름들이었지만, 마지막 설명만이 처음 듣는 말이었기 때문이었다.


“다른 설명은 대충 들어봐서 알겠는데, 연옥으로 가는 문이라는 건 뭐야?”


“말 그대로야. 연옥으로 가는 문.”


“연옥이라는 건 뭔데? 그······막, 죽은 자가 머무는 장소 같은 곳이야?”


“아. 그건 아냐. 죄인들이 관계를 맺는 장소라는 의미야. 즉, 죽은 자가 거치기는 하지만, 반드시 죽은 자만 가는 곳은 아냐. 그~ 흔히 이쪽 세계에서 말하는 연옥이랑은 의미가 달라.”


이쪽 세계라는 말이 병연의 뇌리에 박혔지만, 모르는 것투성이인 상태에서 어설프게 접근하는 건 피해야겠다고 생각했다.


“네 말은 그러니까 저 탑을 끝까지 오르면 그 끝에는 연옥으로 가는 문이 있다는 거지?”


“그렇지! 이해가 빠르네?”


“그럼 이 대륙은 뭐야?”


“아까랑 비슷해. 누군가는 에덴, 누군가는 아틀란티스, 누군가는 신토, 누군가는 곤륜, 누군가는 아스가르드, 누군가는 올림포스라고 부르지. 뭐라고 부를지는 아빠가 정해. 어차피 정의된 것도 없잖아.”


“그럼 귀찮으니까 에덴이라고 하자. 탑도 바벨이라고 하고. 짧게.”


“그래. 또 궁금한 게 있어? 알려줄 수 있는 선에서는 알려줄게.”


“알려주지 못하는 것도 있어?”


“당연하지. 그걸 말이라고 해? 내가 관리하는 범주 내에서만 알려줄 수 있는 거야.”


“그럼 나중에 생각날 때 물어보지. 뭐.”


“그나저나 곧 대륙에 진입하거든? 원하는 곳 있어? 당장 바벨로 향하기에는 무리라고 보는데.”


“왜? 탑을 확인하고 싶은데.”


“에덴이 생기고 얼마나 지났다고 생각해? 한참 전이었으면 모를까. 지금이면, 보는 바와 같이.”


대륙에 접어들자 지상이 내려다보였다.


오덕이 고도를 낮출수록 개미같이 보였던 물체들의 정체가 서서히 드러났다.


기괴하고, 음습하고, 거대하고, 굉장한.


병연에게는 사람이 상상할 수 있는 모든 기괴한 것들이 한 자리에 있는 것처럼 보였다.


그리고, 그것은 지상뿐만이 아니라 바다와 하늘에서도 똑같았다.


거대한 날개를 펄럭이며 오덕을 내려다보는 까마귀는 다리가 셋이었고, 마치 인사를 하듯 고개를 끄덕이다가 다른 곳으로 날아갔다.


“지금 너한테 인사한 거지?”


“삼족오? 그치. 나랑 같이 안 있었으면, 아마 공격했겠지? 저 녀석, 저래 보여도 상당히 강해. 명성만큼.”


“그렇게 말하니까 네가 좀 대단해 보인다?”


“나 원래 대단하다고! 아빠니까 그러려니 하는 거야! 그래서 목적지는? 그냥 한 바퀴 돌고 가?”


병연은 잠시 생각했다.


신대륙에 대한 정보.


‘분명 신대륙에 안전한 장소가 있다고 들은 것 같은데······협회장이 그걸 찾아서 탑까지 갈 수 있었다고 했는데.’


병연은 장소를 특정할 수 없었기에 생각나는 그대로 물어보기로 했다.


“그 뭐시기냐, 내가 알기로는 에덴에 나무? 가 있는 거로 아는데.”


“지천에 깔린 게 나무야. 아빠······.”


“아니, 아니! 몬스터가 접근 안 하는 나무!”


“아~ 정령수?”


작가의말

안녕하세요. 최억만입니다.


재미있게 읽어주셨다면, 좋아요와 댓글, 선작 부탁드립니다.


감사합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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100 100화 장례와 새로운 시작 +2 20.11.22 315 5 14쪽
99 99화 잠깐의 방랑 20.11.21 215 6 12쪽
98 98화 분노와 복수와 결착 20.11.20 226 7 12쪽
97 97화 분노와 복수와 결착 20.11.19 205 6 12쪽
96 96화 분노와 복수와 결착 20.11.18 201 6 12쪽
95 95화 분노와 복수와 결착 20.11.17 230 6 13쪽
94 94화 신대륙 진출의 서막 20.11.16 233 6 12쪽
93 93화 신대륙 진출의 서막 20.11.15 225 6 12쪽
92 92화 신대륙 진출의 서막 20.11.14 238 5 12쪽
91 91화 신대륙 진출의 서막 20.11.13 238 5 12쪽
90 90화 신대륙 진출의 서막 20.11.12 264 6 12쪽
89 89화 신대륙 진출의 서막 20.11.11 231 6 13쪽
88 88화 신대륙 진출의 서막 20.11.10 229 7 12쪽
87 87화 세계용사협회 창설 발표 20.11.09 229 7 12쪽
86 86화 세계용사협회 창설 발표 20.11.08 245 7 13쪽
85 85화 모두가 보는 앞에서 삼팔선을 통과하는 용사 20.11.07 229 7 13쪽
84 84화 강철이 사냥 20.11.06 269 8 12쪽
83 83화 강철이 사냥 20.11.05 216 7 13쪽
82 82화 강철이 사냥 20.11.04 218 7 12쪽
81 81화 산군과 오작교 20.11.03 216 7 12쪽
80 80화 처용 가면의 소녀 20.11.02 219 7 13쪽
79 79화 북진 20.11.01 220 7 12쪽
78 78화 북진 20.10.31 222 7 12쪽
77 77화 작당의 시작 20.10.30 227 7 12쪽
76 76화 작당의 시작 20.10.29 230 7 13쪽
75 75화 설민초를 빼 오기 20.10.28 225 7 12쪽
74 74화 설민초를 빼 오기 20.10.27 238 7 12쪽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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