자작가의 계약직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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완결

꾸꾹
작품등록일 :
2020.08.18 11:00
최근연재일 :
2021.10.28 14:17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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20.09.26 12:26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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11쪽

내 이목을 돌려내!!

DUMMY

적당량의 구름이 얹어진 푸른 하늘 아래.


선우와 발리아는 서로를 마주보고 있었다.


일부 마당을 자리 잡은 그 둘의 주변을 기사단들이 둘러싸며 구경하고 있었다.


하늘에 떠있는 햇님마저도 이 둘의 대련을 보고 싶다는 듯이, 구름이 없는 쪽에 위치해 눈부신 빛으로 마당을 비추었다.


“검은 어디 있지?”

“검을 몸에 지니질 않습니다.”

“쯧, 볼수록 어처구니가 없는 녀석이군.”


발리아가 상대를 무시하는 듯한 표정을 지으며, 허리춤에 있는 검을 뽑아들었다.


“카발리어가 될 녀석이 검도 지니지 않은 거냐?”

“뭔가 착각하고 계신 모양인데···”


선우의 몸에서 소름끼칠 정도의 범상치 않는 기운이 흘러나왔다.


흘러나온 기운은 점차 증식되더니, 그대로 선우의 전신을 에워쌌다.


“검을 ‘몸’에 지닐 필요가 없다는 겁니다.”


머릿속에 담겨진 한 권의 소설을 주마등마냥 빠르게 회상하기 시작했다.


***


힘의 세계, [아울플리드]


힘이 곧 명성, 부, 권력을 동반하는 세계.


누구보다도 힘을 갈구하려는 자들의 소굴이라 부를 수 있는 곳.


이러한 약육강식의 대표 표본인 세상 속에서,


수많은 무기들을 궁극의 경지까지 다룰 수 있는 한 남자가 있었다.


어떤 무기를 휘두르든 주변의 지형이 바뀌었으며,


그 어떤 곳에 위치해 있든, 아랑곳 하지 않게 표적을 꿰뚫는 사내.


‘아우스 웨폴리온’


그의 뛰어난 무예실력에 많은 이들은 동경과 경외를 표하였고,


그들은 그를 향한 제자로서의 길을 나아가게 된다.


아우스는 수많은 제자들을 거느리게 되며, 그의 가르침에 제자들은 비약적인 성장을 이루게 되었다.


눈부신 성장을 거듭한 제자들은 스승과 같은 경지에 오르고자, 수도 없이 그에게 도전해 보았지만,


결과는 달라지지 않았다.


보다 성장한 모습으로 도전할수록, 그에 걸맞는 강함으로 제자를 대해주는 아우스.


누구도 범접할 수 없었던 그의 강함에, 제자들 사이에서는 신으로 추앙받기까지 하였다.


허나, 신이라 불릴 정도의 강한 존재라 할지라도 결국은 인간.


많은 제자들을 가르치며 그의 수명은 점차 줄어들더니,


끝내 죽음을 눈앞에 마주하게 된다.


슬프게 통곡하면서도, 그의 가르침에 목말라 하는 제자들에게 그는 유언을 남겼다.


“인간임을 인지하고, 무구(舞具)의 삶을 나아가라.”


***


“전신 투영 - 아우스 웨폴리온.”


회상을 마친 것과 동시에, 피가 끓어오르는 듯한 기운이 전신을 뒤덮었다.


(우와. 이거 장난 아닌데?)


짜릿한 감각이 몸 전체를 전율시켜 심장박동이 보다 격해졌다.


(뭐야, 저 녀석?!)


선우의 범상치 않은 기운을 감지한 발리아는 식은땀을 흘렸다.


(뭐가 어떻게 된 거지? 아까와는 분위기가 딴 판이잖아?!)


한손으로 쥐고 있던 검을 두 손으로 고쳐 잡으며 경계심을 높였다.


당연한 반응일 것이다.


불과 방금 전까지 아무것도 느껴지지 않던 그가,


지금은 180도 달라진 모습과 분위기를 다루고 있으니까.


“야···너도 느껴지냐?”

“ㅇ, 응. 거리를 두고 있음에도 피부로 느껴질 정도야.”

“기사생활을 16년 넘게 해왔지만 저런 녀석은 처음이군.”


다른 기사들 역시 눈치챘는지 주변은 점차 소란스러워지기 시작했다.


선우가 한쪽 손을 펼치자, 펼친 손에서 한 자루의 검이 만들어졌다.


“보세요. 검을 차고 다닐 필요가 없잖아요?”


이쪽 세계와 마찬가지로, [아울플리드]의 세계관에서도 마력에 대한 언급이 있다.


마력을 다룰 수 있다면, 그 마력의 성질과 형태를 자신의 의사대로 변환이 가능하다.


이를 이용함으로써 검이든, 도끼이든, 원하는 도구를 구현할 수 있다.


아우스 웨폴리온이 지녔던 마력이 검은색이다 보니 칠흑빛의 검이 구현되었다.


“흥! 고작 검 한 자루 만들었다고 우쭐거리는 거냐?”

“그럴 리가요.”


콧방귀를 뀌며 그의 행동을 지적한 발리아는 겉과는 달리 내심 동요하였다.


(대체 무슨 생각이지? 마력으로 구현한 도구에 의지하면 마력소비가 상당할 텐데!)


일시적으로 마력의 성질과 형태를 변화시키는 것은 별 문제가 안 된다.


문제가 되는 것은 그것을 유지하는 것.


마력을 지속시키는 것은 그만큼의 소비도 많아지고, 제어가 복잡해진다.


하지만 저건 뭐지?


마력으로 검을 구현하고 일정한 형태를 유지하고 있음에도 아무렇지 않다는 저 표정.


어떻게 저리 태연하게 있을 수 있지?


정말로 여유로운 건가?


(······아니, 저건 단순히 허세에 불과할 뿐!)


선우의 태연한 모습이 발리아에게는 그저 도발과도 같았다.


“그쪽에서 먼저 오는 건가요? 아니면 제가 먼저 휘두를까요?”

“다쳤다고 울어재끼지나 마라!”


마력으로 하체를 집중 강화한 뒤, 바닥을 박차며 매섭게 다가오는 발리아.


단숨에 둘의 거리를 좁히며 거센 횡베기로 검을 휘둘렀다.


그의 돌진과 함께 휘두르는 일격은 눈으로 쫒기 힘들다고 할 수 있는 속도였다.













.....평범한 사람의 기준이라면.


카앙!


선우는 정면을 향해 검을 올려 세운 자세로 그의 일격을 막았다.


“느려요.”

“얕보지 마라!!”


발리아는 교차된 칼날을 틀어, 선우의 등 뒤로 빠르게 이동해 그의 배후를 노렸다.


하지만.


카앙!


뒤를 바라보지도 않고, 상대의 움직임에 맞춰 등을 방어한 선우.


“뒤를 노린 건 좋지만, 그렇게 느려서야 의미가 없죠.”

“큭! 아직이야!!”


고함을 내지르며 즉시 다음 공격을 이어갔다.


“으오오옷!!!!”


온몸을 혹사시킬 각오로, 마력을 사용한 전신 신체강화를 걸어 검을 휘둘렀다.


캉! 캉! 콰캉!! 캉!


서로의 칼이 부딪히는 소리가 공기 중에 퍼져나간다.


쉴 세 없이 움직이는 동작들과 칼부림.


점차 빨라지는 속도와 다양한 공격패턴.


허나, 이를 악물며 검을 휘두르는 그와 달리, 선우의 표정과 모습은 얌전했다.


한 발짝도 물러섬 없이, 꿋꿋하게 제자리를 지키는 하체.


비어있는 손을 바지주머니에 집어넣은 자세.


순전히 검을 쥔 한 손으로만 최소한의 동작으로 발리아의 움직임으로 대처할 뿐이었다.


전후좌우로 덮쳐오는 그의 칼부림을 별거 아니라는 듯이 막아내는 선우.


“·······발렸네.”

“응. 이미 승부 났어.”

“마력으로 신체강화를 하고 있음에도 저 정도야?”

“육탄전의 기량과 검을 유지하는 마력 기량····둘 다를 압도하는데?”

“발리아 그 놈이 성격과 태도는 맘에 안 들어도, 우리 중에서는 나름 앨리트에 속하는데.”


대련을 관람하던 기사들 사이에 대화가 오갔다.


기사들과 마찬가지로 대련을 보고 있던 엘리아 역시 그저 놀랄 뿐이었다.


“선우씨·····당신은 대체····”


한 분야의 능력을 출중하게 끌어올리는 것만으로 고도의 시간과 노력이 소모된다.


하지만 눈앞의 그는 뭐냐.


도시 하나를 쑥대밭으로 만드는 상위종 마물을 사역하고,


심각한 중상을 단숨에 회복시키는 치유능력.


그리고 지금, [흑귀] 기사단의 정예라 불리는 남자를 가볍게 상대하는 모습까지.


(이례적인 것도 정도가 있지, 이게 가능한가?)


눈으로 직접 목격하고 있음에도 현실성이 와닿지 않는다.


(심지어 나보다 더 잘 다루잖아.)


그의 검을 다루는 능력이 결코 예사롭지가 않았다.


무예가 특기라 자부하는 나조차 다다르지 못한 경지.


실제로 선우와 대련하고 있는 발리아가, 검조차 만져보지 못한 초짜로 느껴질 정도이다.


(“3년이라는 계약 기간 동안 당신의 임시 카발리어가 되겠습니다.”)

(“카발리어의 계약이 끝남과 동시에, 이 왕국을 떠나주세요.”)


문득 어제의 계약 내용을 떠올린 엘리아는 스스로를 자책하였다.


(내가 어리석었어, 3년? 나라를 떠나? 그것으론 어림도 없잖아!)


평화주의적인 나라로 망명한들, 전쟁을 피할 수 없을 것이다.


만일 그의 존재가 발각된다면 그 어떤 나라든 간에.


전에 없었던 야욕을 품고, 그것을 행동으로 옮길 것이다.


압도적인 무력이란 그런 것이니까.


(앞으로 3년 안에, 그를 회유할 수밖에 없어.)


처음 둘의 대련을 바라보던 엘리아는, 어느새 미간에 주름을 잡으며 해결책을 고민하고 있었다.


(그런데 어떡해? 이제 와서 계약 내용을 바꾼다고, 그가 납득할 수 있을까?)


그를 속밖하기 위한 고민은, 문득 하나의 의문으로 바뀌어갔다.


(애당초····우리가 그를 감당할 수는 있는걸까?)


***


“허억···허억··헉.”


거침없이 공격을 쏟아붓다 못해, 결국 지쳐버린 발리아.


방어에만 전념하던 선우였기에 양쪽 모두 별다른 부상은 없었다.


“숨이 가빠졌군요.”

“시···시끄럽다····헉····난 아직···더··허억···할 수있····어.”

“물론 움직일 수 있어야죠.”

“뭐····?”

“지쳐 쓰러질 거면, 적어도 저를 한걸음이라도 밀려나게 한 뒤에 쓰러져야지 않겠어요?”

“네···놈!”

“애당초, 당신이 무시하던 자를 상대로, 이런 소리를 듣는 것 자체가 부끄럽지도 않습니까?”

“네놈!!!!!”


남아있는 마력을 거칠게 뿜어내는 발리아 디 테오그랑.


전 방향으로 방출됐던 마력이 그의 검으로 흡수되어가고 있었다.


“죽여····죽여버리겠어·····!”


검으로 흡수됐던 마력이 어둡게 변질되더니, 예리함과 섬뜩함이 느껴지는 검기로 바뀌었다.


“저 자식, 지금 검기 쓰는 거 맞지?”

“저게 미쳤나?”

“야! 저 ㅅ끼 말려!!”


주변 기사들이 그의 행동에 당황한 기색을 띠며 그에게 달려들었다.


허나, 기사들이 발리아를 억눌러 저지하는 것보다 그의 검이 한 발 앞섰다.


“이딴 ㅅ끼는 죽어버려야해!!!”


쿠콰콰콰콰.


검을 휘두름과 동시에 살의가 느껴지는 참격이 대지를 가르며 날아왔다.


(도발이 지나쳤나?)


나를 향해 정확히 날아오는 참격에 대응하듯, 선우는 마력의 검을 세차게 휘둘렀다.


콰쾅!!


참격이 부딪힘으로써 폭발음과 풍압이 거세게 발생하였다.


그러나 큰 폭발음과는 달리 실제 폭발은 조금도 발생하지 않았다.


풍압으로 인해 발생한 흙먼지가 시야를 가릴 뿐.


시간이 얼마 지나지 않아, 흙먼지가 점차 가라앉더니.


“흠, 뭔가 많이 부족한 참격인데····”


몸에 묻은 흙먼지를 털어내며 중얼거리는 선우가 모습을 드러냈다.


“·····”

“·····”

“·····”


생채기 하나 없는 선우의 모습에 주위 사람들은 충격을 먹었는지, 주변이 정적에 빠졌다.


허나, 정작 선우는 주변 반응에 관심이 없다는 듯이 발리아에게 다가갔다.


이미 동료 기사들에게 제압당해 땅바닥으로 엎드려진 그를 향해 선우는 검을 들이밀며 물었다.


“확인은 이걸로 충분합니까?”

“어, 어째서··어떻게····”

“별거 아니에요. 당신의 공격과 1도 차이가 없는 동등한 위력으로 참격을 상쇄시킨 것뿐이니까.”


별거 아닌 것처럼 말한 선우를 올려다보는 발리아 디 테오그랑.


“으···으으··내···”


그는 입가 주변을 씰룩이고 눈가에 이슬이 맺히더니.


“내 이목을 돌려내!!!!!!”


오열하는 기세로 피눈물을 흘리며 소리를 내질렀다.


이 세계의 미남을 대표하는 듯한 그의 외모는, 뭉개진 종이쪼가리 마냥 구겨졌다.


이 작품은 어때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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67 베루스 - 2 21.10.05 177 0 11쪽
66 베루스 - 1 21.10.04 172 0 11쪽
65 시커 - 4 21.10.03 182 0 12쪽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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