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완결

꾸꾹
작품등록일 :
2020.08.18 11:0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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2021.10.28 14:17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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20.10.31 14:59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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지하신전 - 2

DUMMY

“-----해서 이걸로 전부입니다.”


공용 마차 내에서 엘리아가 알아야 할 서류내용들을 읊어낸 선우.


영지 내 현황에 대해 설명을 마치자, 그녀의 얼굴색이 새파랗게 질렸다.


“원하신 대로 말씀드리긴 했는데, 어째 안색이 안 좋으시군요.”

“들은 내용이 너무 많은 탓에·····속이 울렁거려요.”


실제로 구역질이 나올려 하는 엘리아의 기색에, 선우는 그녀의 등을 조심스레 토닥였다.


“그러게 적당히 의지하셨어야죠. 처리하실 업무로부터 그렇게 도망치시니 이꼴나는 겁니다.”

“그만, 그만! 이 와중에 잔소리를 들자니 진짜 토할 것 같다고요.”


등을 토닥이는 자상한 손길과는 달리, 반박 불가한 잔소리가 그녀의 고막을 두드렸다.


애써 멀미를 견디는 모습에, 선우가 창문을 열려는 찰나.


“도착했습니다.”


마차가 멈춰서더니, 마부가 마차 문에 노크하며 도착을 알렸고, 기다렸다는 듯이 엘리아는 헐레벌떡 마차 밖으로 뛰쳐나갔다.


“허억, 헉. 이게·····멀미라는 거군요.”


그녀 따라 마차에 내린 선우는 호흡이 가빠진 그녀의 등을 다시 토닥이며 묻는다.


“근처에 방이 남는 여관을 찾아볼 테니, 그곳에서 쉬시는 것이 어떠신가요?”

“어, 그게····.”

“돈이 없는 것도 아니고, 땅개비 잡으러 가는 것에 나름 거부감도 있으신 거 같은데, 그냥 방 하나 잡아서 한숨 푹 주무세요. 그사이 다녀올 테니까요.”

“네에.”


그의 의견을 아무 저항 없이 수긍하는 엘리아.


그녀를 부축하며 자리가 남은 여관을 찾아 길을 나선다.


***


멀미에 지친 그녀를 여관침대에 적당히 던져놓은 뒤, 토갑땅개비들의 소굴지로 향하는 선우.


“금화 만들기 그렇게 어려웠는데, 어떻게 쓰는 건 순삭이냐?”


주머니를 뒤적이더니, 하나밖에 남지 않은 금화를 바라보며 투덜거린다.


토갑땅개비의 출몰이 가장 잦은 지구인만큼 그곳에 주둔하는 모험가들이 상당수 있었다.


그 덕분에, 서쪽 지구에 자리 잡은 웬만한 여관은 하나같이 만석.


허나, 자리가 아예 없는 것은 아니었다.


서쪽 지구에서 가장 비싼 땅값이 매겨진 곳에 위치한 최고등급 여관. [프라할]


유일하게 빈방이 남은 곳이자, 유일하게 방이 널찍한 곳.


방이 남아도는 이유는 간단했다.


(좀 전의 공방 점원과는 달리, 당연하다는 듯이 금화를 가져가니까 돈 쓰는 맛이 싹 가시네.)


선우가 내밀었던 금화를 대충 훑어본 뒤에, 조용히 고개를 끄덕이며 방을 안내한 종업원의 모습이 머릿속에 맴돌았다.


심지어 1일숙박이 아닌, 10시간대여 값이다.


방을 잡아 그녀를 침대에 눕히는 과정에서 상당한 고퀄의 여관 내부를 봐버렸기에, 이의를 제기할 수 없다는 것에서 의문의 1패를 느꼈다.


“돈 쓰기 쉬운 건 어느 곳에서나 똑같구나.”


유일하게 남은 금화 한 닢을 주머니 속 깊이 짚어 넣었다.


땅개비 소굴지가 최근 들어 핫 플레이스인 만큼, 녀석들의 굴 입구를 찾는 것 자체는 어렵지 않았다.


그러나.


(편히 들어가는 건 글렀네.)


굴속으로 통하는 입구 주위를 전신갑옷 차림의 기사들이 막아서고 있었다.


입구 주변을 철두철미하게 통재하고 있는 모습에 섣불리 다가가질 못하던 찰나.


(그걸 해보자.)


뭔가를 떠올린 선우는 손을 서로 마주보듯 모으더니, 이질적인 형태의 마력으로 감싼 두 손을 지면에 내려놓아 마력을 방출하였다.


극한까지 얇게 늘린 마력을 지하 땅속으로 방출하여, 놈들의 소굴로 향할 다른 루트를 찾는 것이었다.


“우와. 굉장한데?”


미로같이 복잡한 구조와 서쪽지구 못지않은 비범한 넓이의 굴이 선우의 머릿속에 선명히 그려진다.


굴 곳곳마다 땅개비들이 활개를 치고 모습이, 마치 개미굴을 관찰하는 기분이었다.


“오케이, 찾았어.”


별도의 루트를 찾아낸 선우는 자리에 일어나 발길을 돌린다.


북적거리는 사람들 사이를 해쳐나가며 도착한 곳은, 인근에 위치한 작은 나무숲.


좀 전의 길거리와는 눈에 띄게 대조될 만큼 조용한 숲속이었다,


“딱 이정도 위치였는데···.”


굴 속 탐색을 통해, 지면과 가장 가까운 빈 공간을 찾아낸 지점으로 다가갔다.


잡초가 무성히 자란 풀바닥에 멈춰선 그는 조그마한 천주머니를 꺼내들어 손을 집어넣더니, 공방에서 구매했던 곡괭이를 꺼내들었다.


두 손으로 꽉 쥔 곡괭이에 마력을 흘려보내더니, 허리, 어깨, 팔 근육에 힘을 가볍게 실어 곡괭이를 휘둘렀다.


“에잇.”


쿠구구구궁!


단 한 번의 휘두름으로 구덩이가 만들어져, 굴속으로 통하는 입구가 개통됐다.


“돈 값 제대로 하네.”


물리에너지를 증폭시키는 마력회로가 새겨진 곡괭이.


부피, 무게 등의 영향 없이 일정량의 도구들을 담아내는 파우치.


구입 초반부터 돋보이는 성능에 흡족한 선우는 곡괭이를 도로 집어넣으며, 굴속으로 주저 없이 뛰어들었다.


***


그 시각, 그레퍼드 저택.


“차 맛이 좋군요.”

“입맛에 맞아 다행입니다.”


[로도스] 기사단의 단장, ‘라드 디 슈벨’이 그레퍼드 가문을 방문하였다.


응접실에서 차를 마시는 그를 애써 웃으며 상대하고 있는 베라트.


상대가 그닥 반갑지 않아서일까, 거두절미로 본론을 묻기 시작하였다.


“왕실의 재산이라 불리는 단장께서 친히 이곳을 방문하시니, 무슨 일인지를 안 물을 수 없군요.”

“이유를 말씀드릴 필요가 있나요? 귀족들 사이에서는 물론, 왕국 내에서조차 화젯거리로 올라오신 분이.”


(능구렁이 같은 구석은 예나 지금이나 달라지지 않았군.)


말라쉬 가문의 비리도출에 대한 진상파악의 의도가 훤히 보였다.


“새로 하사받은 영지에 관여할 일이라도 있으신가요?”

“영지 쪽은 진작에 볼 거 다 봤습니다. 그쪽도 제 의도를 대충 파악하신 것 같으니 직진으로 말씀드리죠.”


찻잔을 테이블에 내려놓고는, 날이 선 눈빛으로 그를 바라보며 입을 열었다.


“말라쉬 가문의 비리. 어떻게 파헤치셨습니까?”

“목격했으니까요.”


무게가 실린 그의 물음에, 주저 없이 답하며 차를 음미하는 베라트.


그의 모습에 라드 디 슈벨은 이마에 핏대를 세웠다.


“그레퍼드의 가주께서 농담에 재미 붙으실 줄은 몰랐습니다.”

“매사에 진지하시고 남다른 ‘눈’을 가진 분에게 농담할 이유가 있을까요?”


왕실 연금술사들이 독자적으로 개발해낸 마안. ‘루 아우겐’


그저 주시하는 것만으로 그 대상의 진실 여부를 알 수 있는 최상급의 아티팩트이다.


라드 디 슈벨이 [로도스]의 기사단장으로 임명되면서 폐하께 친히 하사받아, 현재 그의 왼쪽 눈에 이식된 상태이다.


폐하의 충견이나 다름없는 루 아우겐의 소유자.


때문에, 강선우에 대한 정보를 그 어떤 때라도 일절 뱉어내선 안 된다.


“그 말씀이 진담이라면, 보다 구체적으로 말씀해주시기 바랍니다. 말라쉬의 바리조사는 현재까지도 진행 중에 있으니.”


루 아이트의 녹색 홍채를 일렁이며 베라트와의 시선을 맞추는 그.


말 하나하나에 진실을 담아 말해야 하기에, 상대하기 골치 아픈 사내다.


“···얼마 전. 저희 저택에 두 여성이 야심한 밤에 찾아왔었습니다. 로지터 타운에서 노예로 팔려나갔던 소녀들이었지요.”

“그 철두철미하던 위법경매도시에서 도망쳐 나온 겁니까?”

“팔려나간 뒤에 버려진 겁니다. 실컷 부려 먹힌 끝에 말이죠.”


자신의 아들이 저지른 일을 회상하며 그 사실을 돌려서 말하자니, 그의 손등에 굵은 힘줄이 잡혀졌다.


(결코 틀린 말은 아니지. 비록 내 아들이 저지른 일이라지만, 아들로부터 버려진 뒤에 발견되었으니까.)


“온 몸이 만신창이던 두 아이들로부터 그간 자신들이 겪었던 온갖 수모와 유린당한 삶을 그대로 전해 듣게 되었죠.”

“그녀들은 지금 어디에 있습니까.”

“·····”


조용히 숨을 내쉬며 바닥을 바라보는 그의 행동이 대답을 대신하였다.


“(죽은 건가.) 그렇군요. 경위는 알겠습니다.”


이해했다는 그의 억양에 안도한 베라트가 찻잔을 집으려는 순간.


“헌데, 풀리지 않는 점이 있군요.”

“(하아. 또 뭔데?) 어떤 부분입니까?”


품 안에 어느 서류를 꺼내들어 테이블에 펼쳐놓았다.


“[칼룬] 왕국 모든 귀족들의 행적들을 조사한 서류입니다.”

“····참 빼곡히도 적어놨군요.”


굳이 집어서 읽을 않아도 알 수 있을 섬뜩함을 견디며, 서류를 읽어보는 베라트.


“(거 서류 한번 토 나오도록 끄적여놨네.) 이걸 보여주신 이유가 뭡니까?”

“보시는 거와 같이, 웬만한 귀족들은 보다 높은 부와 권력을 쟁취하기위해 이것저것 손을 대시는 반면, 그레퍼드 가주께서는 유독 조용하시더군요.”


뭔가를 알고 있다는 그의 말이, 가주의 행동을 일순간이나마 멈추게 하였다.


“따님의 데뷔당트 때에도 마찬가지였지요. 그나마 친분 있으신 슈브셀 가문과 블로디우스 가문을 제외하고는, 타 귀족에 대해 일절 관심 없는 모습이지 않았습니까?”


그가 말 한마디를 내뱉을 때마다, 한 마리의 독사가 점차 거리를 좁혀오는 기분이 들었다.


“그만큼 남 일에 관심 없던 그레퍼드가 고작 두 소녀를 위해 그렇게까지 행동하시다니, 대체 무슨 목적이시기에 이ㄹ···.”

“이보게. 로도스 단장.”


맹수를 연상시키는 매서운 눈빛이 그를 노려본다.


“뭐가 문제라는 건가.”


베라트의 점잖았던 말투가 단숨에 바뀌며, 범상치 않은 분위기를 풍기기 시작했다.


“내 딸보다도 어린 두 소녀가 쥐꼬리도 못한 힘을 쥐어짜며 도움을 요청했어. 추잡스러운 짓거리 저지르는 애새끼들을 정당한 절차로 처리했잖아. 뭐가 문제인데?”

“······제 말뜻에 오해를 하신 것 ㄱ···.”


촤촤촤촥!


“크윽!”


칠흑빛이 감도는 예리한 칼날들이 라드의 주변을 에워싸 한 치의 망설임 없이 그를 덮쳤고, 시급히 방어마법을 구축한 라드는 가까스로 그 공격을 막아냈다.


“이게 무슨 짓입니까!”

“걱정 말게. 폐하께서 아끼시는 인재이니 만큼, 죽이지는 않고 팔 하나 가져가는 것으로 끝낼 생각이었으니까.”


진심 어린 그의 표정과 구현된 칼날로부터 느껴지는 살기에 당황하지 않을 수 없었다.


“전 싸우러 온 게 아닙니다. 베라트 경!”

“나 역시 싸울 생각은 없었다네. 허나, 어디 사는 누구덕분에 그 생각이 무척 샘솟고 있어.”

“잠깐 못 본 사이 상당히 미쳐지셨군요.”

“빌어 처먹을 놈의 서류더미들을 보름동안 밤낮 구분 없이 처리해왔어. 스트레스란 스트레스는 다 처먹으며 생활했는데 제정신이겠나?”


서류를 언급한 그의 말에 테이블을 바라보자, 방금 전에 펼쳐놓았던 서류는 어느 샌가 갈기갈기 찢어져있었다.


“(일단 물러나야겠어.)흐읍!”


미간에 주름을 잡으며 마력을 방출하니, 그를 보호하던 방어막과 대치하던 검은 칼날들이 하얀 입자들로 서서히 분해되었다.


“····제가 좋지 못한 시기에 찾아뵙던 것 같군요. 실례를 범했습니다.”


자리에서 일어나 옷걸이에 걸려있던 겉옷을 챙겨 문으로 다가갔다.


“다시 찾아뵙겠습니다.”

“이대로 영영 안 와도 되네.”


마지막 인사말과 함께 응접실을 나서자, 베라트는 크게 한숨을 토해냈다.


“후우·····은퇴가 답이야.”


천장을 올려다보며, 가주자리를 물러나려는 본인의 모습에 헛웃음이 나올려 했다.


“아직 갱년기도 아닌데 말이지.”


똑똑.


“들어오게.”

“가주님. 브륀 영지로부터의 서류들이 방금 조착했습니다. 급히 처리해야 한다는데요.”


한 때, 말라쉬 가문이 관리하던 영지 이름과 서류라는 단어에, 베라트는 나지막하게 중얼거렸다.


“·····ㅅX.”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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69 베루스 - 4 21.10.07 176 0 11쪽
68 베루스 - 3 21.10.06 173 0 12쪽
67 베루스 - 2 21.10.05 177 0 11쪽
66 베루스 - 1 21.10.04 172 0 11쪽
65 시커 - 4 21.10.03 182 0 12쪽
64 그녀의 제안 21.08.24 185 0 11쪽
63 시커 - 3 21.08.23 166 1 11쪽
62 시커 - 2 21.08.19 180 1 12쪽
61 시커 - 1 21.08.18 172 1 11쪽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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