192. 꿈 5
오래전, ‘저주’나 ‘악몽의 군주’라 불리며 공허한 우주 속에 무수한 촉수와 고름을 걸치고 있던 고대신은 꿈의 세계를 주시해왔다. 꿈을 통해 자신의 정신을 다른 세계로 보낼 수 있단 확신이 있었기 때문이다.
인간이 인지하는 게 불가능할 정도로 까마득한 시간이 지난 후, 그의 계획은 드디어 진전을 보였다. 생각 없는 서큐버스 하나가 꿈의 창문을 잘못 만들어서 그의 세계에 들어온 것이다.
꿈의 창문을 확보한 그는 헤아릴 수 없는 옛적에 구상한 계획을 진행했다. 꿈 저편에 있는 사람들 중 하나를 골라 자신의 정신체를 옮긴 것이다.
[때는 도래했다. 무수한 공상 앞에 조아릴 지어다!]
광기의 강림을 옆에서 보고 있던 전생자 마을의 농부는 거실에서 맥주를 홀짝이던 남편을 불렀다.
“여보. 우리 애한테 전생자가 들어왔나 봐요.”
“뭐 상관없겠지. 이 마을에선 대단한 일도 아니잖아?”
[너희에게 명하노니. 의식을 치러 나의 군단이 넘어올 포탈을 넓혀라.]
“그치만요. 질이 좀 나쁜 거 같은데요? 막 포탈 같은 것도 열라고 하고······. 사악한 계획이 있는 거 같아요.”
“저런. 그건 곤란한데. 알았어. 의사한테 다녀올게.”
[재미있구나 필멸자여. 저주이자 공포의 군주를 의사한테 데려간다고 떼어낼 수 있다고 생각하나?]
고대신은 악으로 가득 찬 안광을 빛내며 농부를 따라 의사에게 갔다.
유독 전생자가 많은 이 마을은 의사 또한 다른 세계에서 사건에 휘말려 다시 태어난 전생자였다. 그가 여섯 살이 되던 날 의사를 한다고 선언했을 때 반대하는 사람은 아무도 없었다.
그가 다른 의사와 차별화된 점은 전생자라는 게 아니었다. 과로사해 전생한 프로그래머들보다는 적었으나, 전직이 의사였다가 전생한 사람은 이 마을에 얼마든지 있었다.
하지만 그는 특별하다. 다른 의사들이 의사면허를 가지고 있던 것과 달리, 그는 마법사 면허를 가지고 진료를 봤던 의사였기 때문이다.
20분 후.
“네. 분리수술 끝났으니까. 한동안은 교회에서 성수를 길어다 마시게 하세요. 배탈 날지도 모르니까 꼭 끓여서. 양치는 하루 세 번.”
농부 가족은 의사에게 감사인사와 함께 대금을 치르고는 집으로 돌아갔다.
한편, 반쪽짜리 영혼상태가 된 고대신은 형언하지 못할 만큼 복잡해진 감정을 속으로 삼킨 채 새 숙주를 찾는 여행을 떠났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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