216. 제국 5
핏빛 꿈을 꾸며 건전한 사무를 본지 얼마나 지났던가.
황제의 몸을 빼앗은 고대신은 공문서의 바다를 건실하게 헤쳐나간 끝에 기어코 염원하던 계획을 실현시켰다. 군대를 일으킨 것이다.
다만 기존 황가의 방침과는 방향성이 틀렸다.
“협력만 한다면 세상의 반을 주도록 하지. 어떤가?”
“세상의 반이라. 그거 참 고전적이군. 마음에 들어.”
화상통신 마법을 이용해 마왕과 협의를 마친 그는 인류왕국의 거대요새를 우회하는 길로 군을 움직였다.
그러나 만사가 원하던 대로 풀리진 않았다. 보름 후, 그가 들은 것은 전장으로 보낸 군대가 마왕군의 습격을 받아 큰 피해를 입고 간신히 귀환했다는 소식이었다.
크게 분노한 황제는 다시 한 번 화상통신 마법을 통해 마왕을 불러내 따졌다.
“이게 뭐야! 약속이 틀리잖아!”
그의 비난에 마왕은 악의 왕 다운 미소를 지으며 말했다.
“그러게 마왕을 믿으면 쓰나. 애초에 동맹국도 아닌데 길 터달라고 자기나라 땅을 열어주는 바보가 세상에 어딨냐?”
“ ”
“세상의 반을 준다는 말은 말이지, 마왕들이 거짓말할 때 즐겨 쓰는 수사법이라고. 외교공부를 좀 하는 게 어떤가. 황제여?”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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