219. 시간마법
“해냈다! 시간을 다루는 마법의 비밀을 풀었어! 이걸로 떼돈을 벌어서 평생 놀고먹을 테다!”
가끔은 사심에 찌들어 있는 것이 기술이나 지식의 발전에 좋은 영향을 준다는 사실의 대표주자격이던 그 마법사는 오랜 동굴 은거 생활을 끝내고 가벼운 발걸음으로 밖에 나왔다.
그러나 그의 기쁨은 오래 가지 못했다. 너무 방정맞게 달려 나가다 그만 동굴 천장에 머리를 들이박은 것이다.
“아이고 아파라······.”
피가 철철 흐를 정도로 큰 상처였지만 마법사는 크게 개의치 않았다. 그가 개발한 시간마법을 사용해 체내의 시간을 되돌려 머리를 다치기 전의 시간대로 되돌아온 것이다.
그리고 이 마법은 그의 기쁨의 시간마저 되돌렸다.
“내가 뭐 때문에 나왔더라?”
체내 시간을 되돌리며 기억까지 되돌려버린 그는 한참을 고민하다, 잃어버린 기억만큼의 연구를 하기 위해 동굴로 되돌아갔다.
동굴 밖에 숨어 이를 지켜보던 고무나무 지팡이의 나그네는 조용히 포탈을 열고 어딘가로 사라졌다.
보름 후.
“해냈다! 시간을 다루는 마법의 비밀을 풀었어! 이걸로 떼돈을 벌어서 평생 놀고먹을 테다!”
기억을 잃었다는 자각이 없는 상태로 잃어버린 만큼의 지식을 수복하고 다시 한 번 시간마법을 완성한 그는 기쁜 마음에 폴짝거리며 동굴 밖으로 향했다.
그리고 보름 전과 같은 곳에서 머리를 찧고, 시간마법을 자기 머리에 시전했다.
이번에도 마법사의 동향을 감시하러 왔던 나그네는 그가 멍청한 얼굴을 한 채 동굴로 되돌아가는 것을 확인하고는 같이 왔던 피자배달부와 함께 다시 포탈을 타고 자리를 떠났다.
그리고 약 3주 후.
“해냈다! 시간을 다루는 마법의 비밀을 풀었어! 이걸로 떼돈을 벌어서 평생 놀고먹을 테다!”
동굴에서 환호성이 들리자 나그네는 고무나무 지팡이 끝으로 낮잠을 즐기던 피자배달부를 깨웠다.
“봐봐. 내말 대로지?”
“과연 그렇군. 하지만 아무리 바보라도 같은 실수를······.”
피자배달부가 말을 채 끝내기도 전에 동굴에서 커다란 비명소리가 들려왔다. 마법사는 이번에도 어김없이 동굴에 머리를 박고, 시간마법으로 자신의 기억까지 되감고는 거처로 되돌아갔다.
“ ”
“과연 시간마법사야. 피자배달부처럼 시간을 철저하게 지키지. 자, 그럼 내기로 걸었던 걸 내주실까?”
평소 눌러쓰던 붉은 모자를 위로 올려 보이며 놀라움과 당혹감을 숨기지 못한 피자배달부는 마뜩치 않다는 표정을 지은 채 나그네에게 피자쿠폰을 건넸다.
- 작가의말
글수정으로 덧붙이는 본편과 전혀 상관없는 공지입니다만, 예전에 썼던 단편을 방금 문피아에 올려놨습니다. ‘탕수육 전쟁의 서막에 대하여’라는 5천자쯤 되는 글입니다. 읽고 당황해주시면 기쁘겠습니다.
그나저나 문피아 탭에 중단편이 있다는 걸 오늘에서야 알았네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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