두가지 인생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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갑과을
작품등록일 :
2014.06.09 15:11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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2021.08.24 02:05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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18.10.29 00:09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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26쪽

법치의 세바퀴 - 01

DUMMY

Channel 0. Prelude


1624년 8월 4일


“알고 계셨습니까?”


남자의 질문에, 소녀는 눈이 똥그래져 그를 쳐다보았다. 음식을 먹느라 말을 하지는 않았지만, 남자를 보는 그녀의 얼굴에는 ‘무슨 뜬금없는 소리지?’라는 의문문의 형식이 고스란이 비쳐보였다.


“파멸과 질투가 만났습니다.”

“아 그거? 진작에 알고 있었지. 어차피 그것들이야 같은 곳에 있었잖아. 어디보자...... 걔들 근처에 뭐가 또 있었더라?”

“위선입니다.”

“아 맞아. 그랬지......”


그녀는 ‘오래전에 휘갈겨쓴 일기장이 어디 있었더라?’는 투로 물었다가, 남자의 대답에 ‘아 그래, 앨범 위 칸에 쳐박아 뒀었지.’라는 느낌으로 고개를 끄덕이고는 다시 고개를 박고 음식에 몰두했다.


“이제는 슬슬 나설 때가 된 것 같습니다.”

“음...... 그래?”


그녀는 남자에게 자신의 빈 그릇을 내밀었고, 남자는 그릇에 밥을 담아서 그녀에게 건네주었다. 그는 기왕 일어난 김에 자신이 해야 할 일이 또 있나 싶어 주변을 둘러보았다. 남자는 난로의 불이 시들해진 것을 깨닫고, 난로 옆에 쌓아둔 장작개비를 집어 그 안으로 집어넣었다.


“7월에 난로는 좀 심하지 않아?”

“아무래도 육신이 이 모양이다 보니, 몸이 덥혀지지 않으면 몸이 둔해지더라구요...... 더우십니까?”

“재미있는 농담을 하는구나, 내가 너 같은 유기물처럼 더위를 느낄 거 같니?”

“요즘 들어 많이 헷갈립니다. 이렇게 밥도 맛있게 드시니까요.”

“이건...... 옛 시절에 대한 반추라고 해두자구.”


단순히 추억을 곱씹는 것 치고는 먹는 양이 꽤 많았지만, 그는 소녀가 보여주는 언행의 불일치에 대해서는 지적할 생각이 딱히 있는 것 같지는 않았다. 그저 팔을 연신 쓸어대면서 그녀와 마주앉았을 뿐이었다.


“이야기를 다시 돌려서, 다녀오려고 합니다.”

“그래? 걔들 하는거 보면 워낙에 사고뭉치들인데, 네가 굳이 개입하지 않아도 알아서 잘 배워올 거 같지 않아?”

“잘 달리는 말에 채찍을 가하면 더 빨리 달릴거라는 생각이 들어서요.”

“......”


그녀는 남자의 말이 일리가 있다고 생각했는지, 볼이 미어지도록 음식을 머금은 입을 앙 다물고 고개를 끄덕였다.


“하긴 이번 애들은 이전에 비하면 유망주들이긴 하지. 반역자와 위선자에 매국노라니. 어쩜 저렇게 길 가다 칼맞아죽어도 할 말 없는 애들만 골라놨는지 원. 아 그러고 보니까 말이야.”

“네?”

“내 원수의 종놈도 거기에 있지?”

“......네? 아! 네. 거기에 있는 걸로 알고 있습니다.”

“흠...... 진짜 가보긴 해야 될 거 같구나. 혹여나 그 녀석이 우리 이쁜이들 한테 접근해서 모든 걸 망쳐버리려 들지도 모르잖아?”

“네. 그럼 다녀오겠습니다.”

“그래 근데, 급할건 없으니까, 오늘은 여기서 자고, 내일 아침에 출발하도록 해.”







Channel 1. 로키


1624년 7월 4일


“아무래도 위장신분이 필요할 것 같다.”


내 말에 일행들은 ‘그게 무슨 말이냐?’라는 얼굴로 쳐다보았다. 그래, 뜬금없는 맥락에서 나온 말이라 그렇게 의아하다는 반응을 보이는 건 충분히 이해할 수 있다. 하지만, 리겔과 주설까지는 그러려니 한다고 치더라도 답답이마저 그런 표정을 짓는걸 보노라면 부아가 치밀어 오르는건 어쩔 수가 없는 것 같았다. 아니 이 녀석은 나와 도망치듯이 그곳에서 나온 지가 얼마나 되었다고 벌써 그걸 잊어버릴 수가 있냐고......


답답한 동료를 만난 죄로, 결국 설명은 내 몫이 되었다. 나는 혹여나 듣는 귀가 있는지 주변을 살펴본 뒤에, 아무도 우리의 대화에 귀를 기울이지 않는다는 확신을 가진 뒤에 우리의 사정을 설명했다. 완전히 절망스러운 상황은 아니어서, 답답이는 내가 이야기를 시작하자마자 내가 무슨 맥락에서 이런 이야기를 했는지 충분히 이해를 했고, 나아가 내 설명이 부족하다 싶은 부분이 있을 때 마다 적절한 부연설명을 해주었다. 설명이 끝나자 리겔은 턱을 움켜쥐며 껄껄 웃었다.


“아따, 대단들 하시네잉. 네 명중에 두 명이 지명수배자냐? 일 꼬라지 참말로 잘 굴러 가겄다.”

“니까지 허믄 셋이여.”


저 방정맞은 입을 틀어막으려고 자리를 일어서려는 순간, 주설이 눈치 빠르게 리겔의 옆구리를 사정없이 찔러댔다. 불의의 습격을 받은 리겔은 눈물을 글썽이면서 ‘찔른대 또 찌르지 마야.’라고 중얼거렸다. 주설은 리겔을 제압하고서 한숨을 쉬었다.


“일행이 넷인디, 그중에 셋이 지명수배자라....... 일이 지법 빡세구먼....... 글치만 그 정도야 뭐......”


그녀는 자신의 어께에 걸린 색을 열어서 자그마한 카드 세 장을 꺼냈다. 다름 아닌 백지 신분증이었다. 그녀는 우리에게 신분증을 건네준 뒤에, 열차가 라스알게티 역에 도착하기 전에 알아서 적당한 가명을 생각해두라고 말했다. 나는 카트에서 산 말린 오징어를 질겅질겅 씹으며, 가명을 생각해보기로 했다.


“내 이름과 연관성이 있는거라면....... 아무래도 토르? 아니면 오딘? 흠...... 그런 식으로 지어버리면, 눈에 더 띄겠지?”

“눈에 띄는것도 문제지만, 너무 이름에 허세가 들어간거 아니에요?”

“음...... 그래, 왠지 망치를 들거나, 눈 한쪽을 떼버려야 할 것 같기도 하고.”

“로키군 이름의 철자를 반대로 해보는건 어때요? LOKI니까, IKOL....... 아이콜요.”

“왠지 아프로 컷을 하고 공룡 한 마리 데리고 다녀야 할 느낌이야. 넌 뭐 생각해둔 이름이라도 있는건가?”

“음...... 약간 남자 같은 이름이긴 한데.”


답답이는 이걸 이야기해야 하나 말아야 하나 하는 기색이었다만, 이대로 나만 당할 순 없다는 생각에 좀더 적극적으로 파고들어보기로 했다. 어차피 딱히 이름이 떠오르지도 않는 터인데, 녀석이 생각한 이름에서 힌트를 얻을 수 있을지도 모르는 일이 아닌가, 물론 후자보다는 전자가 내 행동에 더 큰 동기가 되기는 했지만...... 답답이는 완강하게 거부했지만, 내 추궁은 계속되었고, 결국 답답이는 두 손 두 발을 들고 내게 자신이 생각한 이름을 말했다.


“티리스요.”

“티리스?”

“어.....음. 좀 그렇죠? 그냥 생각만 해본 거에요 생각만.”

“잉 너무 남자 같은 이름디유? 너무 튀어버리믄 의심사기 딱 좋으니께, 흔한 이름으로 해보드라구유. 에바 워뗘유?”

“에바요?”


에바라는 이름을 가진 사람과 구면인 것일까? 주설의 제안에 답답이가 움찔하는 것이 느껴졌다. 물론 본인 딴에는 그 기색을 숨겨본다고 나름 노력을 기울인 것 같고, 주설과 리겔의 반응을 보면 그녀의 노력은 소기의 성과를 거둔 것은 분명해 보였지만, 내 눈을 피할 수는 없었다. 답답이의 반응을 보니 주설의 제안을 거절하라고 해야 하는 것이 아닐까 하는 생각이 들었지만...... 그만두기로 했다. 답답이는 마뜩잖아하는 자신의 감정을 철저히 감추고, 슬퍼보이는 미소를 지어보이며 ‘예쁜 이름이네요.’라고 대답했기 때문이다. 억지춘향이라도 춘향은 춘향이다, 본인이 수긍을 한 마당에 굳이 제 3자가 뜯어말리는 것도 웃기는 일이지 않겠는가.


아무래도 그 이름의 임자에 대해서는 나중에 답답이와 따로 이야기를 나누어 보아야 할 것 같다.


“아이리스씨는 이미 정했구....... 인자 너그 둘이여. 어쩔려?”

“음......”


답답이도 마뜩잖아 하는 이름을 정한 만큼, 나도 그녀에게 맞춰서 이 이름을 사용해야 할 것 같다는 생각이 들어, 그날 이후로는 사용하지 않으려고 했던 그 이름을 꺼냈다.


“난 산냐신으로 할게.”

“산냐신?”

“어...... 예전에 프로하기온에서 은신할 때도 이 이름을 쓰긴 했었다.”

“아따, 안 어울리게 이쁜 이름을 써브렀다?”

“예뻐서 썼다기 보다는...... 종교적인 의미가 담긴 이름이지.”

“종교? 니네겉은 하샤신 넘덜도 종교를 믿었냐?”

“애초에 우리 집단이 컬트집단에서 출발 한거다. 물론 지금은 종교색이 다 빠지긴 했지만......”

“그래서 그 뜻이 뭣인디?”

“...... 있다. 그런게.”

“아따 사람이 묻자네. 뭔 뜻인디?”

“아 있다고 그런게.”

“둘 다 조용 좀 혀! 가만보니께 둘다 애기여 아조.”


우리 둘이 티격태격 하는 꼬락서니가 못마땅했는지, 주설이 버럭 소리를 지르고는 신분증 두 장에 뭐라고 휘갈겨 쓰고는 나와 리겔에게 던져주었다. 내 몫의 신분증에는 산냐신이라는 이름이 적혀있었고, 리겔의 신분증에는...... 레이거라고 적혀있었다.


“옴마? 뭐여? 왜 내 이름도 니가 정해부렀냐? 음...... 쪼깐 까리헌디? 이건 워쩌케 생각을 한 것이여?”

“뭐긴 뭐여, 니 이름 반대로 적은건디?”

“......뭐여? 왜 나만 이따구로 하는디?”

“제한시간 초과 했잖어.”

“야이......”


나와 리겔의 다툼의 양상이 리겔과 주설로 전환되려는 차에, 기차가 꽤액하는 경적소리를 내며 검은 검은연기를 토해냈다. 소음과 매연이 만들어내는 환장의 콜라보에, 기차의 승객들은 기침을 해대면서 창문을 닫았다. 그들의 노력 덕분에 매연이 더는 들어오지 않았지만, 화통이 울부짖는 소리만큼은 기어코 창문의 방해를 뚫고 우리의 귓속으로 꾸역꾸역 밀려 들어왔다. 이쯤 되면 사실상 대화가 불가능하기에 싸움 또한 그만둘 법도 했건만, 저 둘은 소음 따윈 우리의 의사소통에 아무런 장애가 되지 않는다는 듯, 손짓 발짓을 동원해가며 치열하게 다툼을 이어나갔다. 어떤 의미로는 대단하다 싶다.








Channel 2. 아이리스


1624년 8월 4일


“흐미, 뭔 공기가 요로코롬 탁허다냐? 이래가지고 숨이나 쉬고 살겄어?”


벌써...... 저 말도 한 서른번 쯤 들은 것 같습니다. 열차에서 내리는 그 순간부터 시작된 그의 투덜거림은 검문소를 거쳐 이곳 라스알게티역 광장앞까지 끊임없이 이어졌어요. 처음에는 제가 마치 라스알게티의 대표가 된 것 마냥 송구스러워했었지만...... 라스알게티 역 앞에서도 그의 투덜거림이 멈출 생각이 없는 것이 확실해지자, ‘아버님’께서 왜 인간의 언어를 혼잡하게 만드셨는지 그 심정을 조금은 이해할 수 있을 것 같았습니다.


“이곳에서도 사업체를 꾸릴 생각이에요?”

“명장은 칼을 안가리구, 명필은 붓을 안가리는디, 장사꾼이 장소를 가릴 리가 있겠슈?”


리겔을 가만히 놔두었다가는 라스알게티 개탄 시위라도 벌일 것 같다는 생각에, 서둘러 주설씨에게 말을 걸었습니다. 다행이 주설씨도 그의 앵무새 같은 화법에 염증을 느꼈던 것인지, 제가 던진 화두를 얼른 받아 살을 붙이고 형상을 만들어가더군요. 리겔은 우리 일행들의 관심이 빠르게 식어가는 것을 이대로 묵과할 수는 없다고 생각했는지, 로키군 옆구리를 찔러가며 동감을 이끌어내려고 했지만...... 로키군은 찬바람이 춥다고 징징댈 정도로 그의 손을 홱 쳐내더군요, 여지껏 그를 보아온 시간을 통틀어 가장 날랜 행동이 아니었을까 하는 것이 제 개인적인 생각입니다.


“다만, 프로하기온서 했던거를 고대로 하진 않을거라.”

“아 그래요?”

“잉, 정확히 말하자믄...... 그렇게 못하는 거겠쥬. 여그는 프로하기온보담두 훨씬 체제가 잘 잡혀있을 것이구...... 시장 자체가 워낙 커버리니께 비단쪼가리 가지고는 함부로 설치덜 못 허지 않겄어유? 글고......”

“그리고? 또 다른 이유가 있어요?”

“로스차일드라는 거대 자본이 떡 버티구 있는디, 고 턱밑에서 사재기 같은 장난질을 쳐버린다는 건...... ‘나럴 잡아 조져주슈.’ 하는 거랑 진배가 없는 것이쥬.”

“사업도 사업이지만, 여기서는 ‘유품 소지자’와 합류해야 된다.”


끈덕지다 못해 질척거리는 리겔의 공세를 피할 방법은 이 대화에 합류하는 것 뿐 이라는 걸 깨달은 것일까요? 로키군은 리겔의 옆구리를 뻥 걷어찬 뒤에, 우리의 대화에 끼어들었습니다. 로키군의 말이 맞습니다. 우리, ‘필그림’들의 본질적인 목적은 그것에 있습니다. 아, ‘필그림’이 뭐냐고요? 눈치 챘을지도 모르겠지만, 우리는 우리 스스로를 필그림이라고 부르기로 정했어요. 적당히 ‘우리’라는 표현을 쓰고 싶었지만, 이미 그 단어는 로키군이 한때 몸담았던 ‘하샤신’이 선점했기 때문에, 스스로를 지칭할 다른 표현을 찾아야했거든요.


마침 우리의 행보가 성지를 순례하기 위해 대륙을 누비던 ‘필그림’들과도 비슷한 점이 있기도 해서, 적당히 가져다 붙여도 괜찮을 것 같았습니다. 그래요...... 제가 제안한 거에요. 제안할 당시에는 다들 마뜩찮아 했지만, 계속 밀어붙이고 솔선수범해서 사용하다보니, 나머지 분들도 포기한 것인지 수용한 것인지 스스로를 ‘필그림’으로 표현을 하게 되더라구요.


이야기가 잠깐 다른 곳으로 샜는데, ‘필그림’의 본질은 ‘유품 소지자’들과 합류해 궁극적으로는 이른바 ‘흑성왕’이라 불리는 미지의 존재가 재림하는 것을 막는 것에 있습니다. 그런 점에서 주설씨의 사업 확장은 부수적인 것에 지나지 않아요. 주설씨는 마뜩치 않았지만...... 결국은 동의한 부분이고요.


“일단 여그에 소재하고 있는 자유길드는 무엇이 있는가?”


결국 백기 투항한 리겔도 화재를 우리와 함께 공유하기로 한 모양입니다. 그의 용기있 는 결단에는 마음속으로 박수를 보내며, 저는 이곳에 있는 두 개의 자유길드 - 교회와 기사단에 대해 이야기했습니다. 아무래도 수도라는 위상 탓에 라스알게티에는 두 개의 자유길드가 있거든요. 다만...... 교회 소속인 저는 ‘유품’을 소지하진 않았어요. 어머니, 원장수녀님의 말씀에 따르면, 저를 위한 ‘유품’은 아케르날에 있다고...... 하더라구요. 그렇다면 우리가 접선해야 하는 ‘유품소지자’는 ‘기사단’으로 압축이 되겠네요.


“그렇다면 우리가 해야 할 일은 두 가지로 압축이 되겠구먼. 우선 기사단의 유품 소지자가 누구인지 알아야 겠고, 그다음에는 그 혹은 그녀를 ‘필그림’에 합류시켜야겠어.”

“하지만 상황이 쉽지는 않을겨. 암만혀두 너그덜이 쪼깐...... 그렇잖어?”

“.......”


맞는 말입니다. 일단 주설씨가 준 가짜 신분증으로 위장을 하긴 했지만, 저와 로키군 그리고 리겔은 본질적으로 ‘지명수배자’니까요. 기사단 쪽의 ‘유품 소지자’는 어쨌거나 저희를 체포해야 할 입장이겠구요. 우리를 체포해야 할 사람을 포섭해야 한다라...... 일이 여간 복잡한 게 아닙니다.


“일단 목표를 명확히 해보자고. 최선으로는 우리의 정체를 들키지 않으면서 ‘유품 소지자’에게 접근해 그를 포섭하는 것이겠지. 하지만 이건 말 그대로 최선책일 뿐, 현실화 되긴 어려워.”

“그렇담 최악의 상황도 생각을 혀봐야쓰겄지? 최악은 ‘유품 소지자’는 만나덜 못허고 정체는 정체대로 탄로나서 고대로 잡혀들어가는 것이겄제.”

“그렇다면...... 우리는 그 사이의 어딘가에 반드시 속해야 하는 거겠군요.”


제 말에 모두들 한숨을 쉬었습니다. 그게 어디 말처럼 쉽냔 말이지요. 정체를 들키지만 포섭을 한다, 포섭은 못하지만 정체는 들키지 않는다....... 애초에 포섭을 하지 못하면 우리는 그야말로 게임 오버가 되는 셈이란 말이에요. 그렇다면 우리의 선택지는 둘로 압축이 됩니다. 정체를 들키든 들키지 않든, ‘유품 소지자’를 포섭해야 한다는 것이겠죠.


“그럼 유품 소지자는 어떻게 파악허지?”

“음...... 저번에 쉐다르와 처음 접촉했을 때, 니할이 반응을 보였어. 공명이라고 해야하나......? 뭐라 말로는 설명하긴 힘든데, 울리는 듯한 기분이 들더군.”

“생각보다 기능이 좋은디? 그라믄 인자 그 놈 시끼랑 어떻게 접촉하냐는 건디......”


주설씨는 이제야 자신이 나설 차례가 됐다고 생각했는지, 빙그레 웃었습니다.


“뭣하러 발버둥 처감서 줄을 설라고 혀? 막말루다가 갸가 우덜헌티 오게 맹글믄 되는거 아닌감?”








Channel 1. 로키


답답이는 주설의 말에서 프로하기온의 추억을 떠올렸는지, 진저리를 쳤다.


“사재기는 이제 안한다면서요?”

“당연히 사재기 혀서 잡혀가는 작전은 안쓰쥬. 대신에, 갸덜이 우리를 신경쓰게 맹글면 되는거 아녀유? 말이 질어지는디, 일단 점포나 한자리 알아보러 가봐유.”


주설은 답답이를 다독인 뒤에, 우리에게 ‘이곳에 부유층들이 주로 찾는 상권은 어디에 있냐?’고 물었다. 뭐...... 내가 알기로는 그런데는 딱 하나 있긴 하다. 바로 ‘리버 다운’이다. 우리는 마차를 잡아타고 ‘리버 다운’으로 향했다. 뉴빌리지나, 이스트민스터와 달리 그곳은 걸어서 가기에는 너무나도 멀었기 때문이다. 허름한 복장을 한 네명이 마차를 잡아타는 것은 쉬운 일은 아니었지만, 일단 잡아타고 난 뒤에는 모든 것이 수월했다. 주설은 마부에게 ‘리버 다운’을 가자고 이야기했고, 이 간단한 한마디는 흡사 마술같은 일을 일으켰다. 우리와 말을 섞기 전만 하더라도 고압적인 태도로 나오던 마부가, ‘리버 다운’이라는 한마디에 순식간에 유들유들해진 것이다. 그 모습을 보노라니, 불과 며칠 전에 야자수 아래에서 먹었던 셔벗이 이렇게 사르르 녹아내렸던가 하는 생각이 들 정도였다.


마부는 번개같이 마차에서 내려와 문을 열고는 가식 섞인 웃음을 지으며 우리의 먼지 묻은 구두를 윤이 나도록 닦아주었다. ‘옷이 날개라고 구두하나 닦았는데 신수가 훤하십니다.’라는 직업정신에 투철한 멘트는 덤이었다.


“자 그럼 출발합니다.”


말은 발굽소리를 내며 경쾌하게 거리를 달려 나가기 시작했다. 기차만큼은 아니지만, 속도는 걷는 것 보다 훨씬 빠른 편이었고, 기차와 달리 거리 중앙을 지나는 터라, 풍경은 정신없이 우리를 지나쳐갔다. 직업적인 목적에서의 방문이지만, 왕도는 왕도였던지라 주설과 리겔은 왕도의 풍경을 두 눈에 담느라 정신이 없었다.


“아따 뭔 사람이 이렇게 많다냐?”

“여긴 기본 단위가 천만이라구요.”


답답이는 잔뜩 신이 난 채로 그 둘에게 왕도의 이모저모를 소개해주었고, 그들의 진심어린 리액션은 그녀로 하여금 더욱 신명이 나게 만드는 모양이었다. 이것이 바로 선 순환적 대화인 것일까? 답답이가 말하는 내용의 대부분은 이미 알고 있는 바이기도 하고...... 솔직히 말해, ‘리버 다운’은 나도 처음 방문해보는 것이니만큼, 나는 그들의 대화에서 한발자국 비켜서서 내 눈앞을 스치는 왕도의 풍경을 찬찬이 살펴보았다.


“왐마? 왕도에는 바다도 흐르는 갑소?”

“아아, 이건 바다가 아니라 강이에요 강.”

“잉? 이게 강이여? 음청 넓은디?”

“그랜드 스트림이라구 들어봤죠? 바로 이 강이 바로 그랜드 스트림이에요.”

“와......씨, 나는 핵교에서나 들어봤는디, 이걸 요러게 실제로 보는 날도 있네. 오매..... 그냥 대륙서 질루 큰 강이라는 말만 들었는디 실제로 봐븐께...... 느낌이 또 다르구마잉.”


둘은 그랜드 스트림을 보면서 믿기지 않는다는 표정이었다. 그들이 그런 반응을 보이는 것에 핀잔을 주거나 낮잡아 볼 이유가 없는 것이, 당장 나만하더라도 워터 프런트같이 라스알게티 남쪽의 위성도시에 있는 의뢰를 수행하러 갈 때면 으레 그랜드 스트림을 횡단해야 했거든, 그렇다면 객관적으로 그들보다 그랜드 스트림을 더 많이 접했을 테지만...... 접할 때 마다 그 강의 거대함에 나도 모르게 넋을 잃을 때가 왕왕 있어왔다. 대륙 곳곳을 가보진 않았지만, 알려진 바로는 이런 거대한 강을 낀 대도시는 그렇게 많지 않다고 한다. 그나마 견줄 수 있는게...... 아마 내가 알기론 그루미엄 정도? 하지만 엄밀히 말하자면 그루미엄은 수상도시이니까 엄밀하게 말하면 강을 ‘끼고 있다’고 할 수는 없을 테지.


마차는 강바람을 맞으며 시원스레 둔치를 타다가, 서서히 고도를 올려 강을 횡단하는 대교에 올라탔다.


“이봐, 이 다리의 이름은 뭐지?”

“클라허 타히 대교입니다요. 이 다리를 건너면 바로 그쪽으로 연결이 되지요.”


‘클라허 타히’라면 ‘리버 다운’에서도 손꼽히는 부촌이다. 대륙 각지의 산물들이 왕도로 모여든다고 하지만, 천만의 시민이 모두가 부유계층은 아닌지라 산물에도 급이 있게 마련이다. 지금 우리가 가려는 ‘클라허 타히’는 그 명성답게 대륙의 여러 산물 중에서도 명품의 반열에 오른 것만이 흘러간다. 오죽하면 ‘클라허 타히’에서는 50파운드 지폐 한 장은 개도 안 물어간다는 말이 있겠는가. 내가 이런 생각을 하는 동안, 주설과 리겔은 ‘클라허 타히’에 대해 물었고, 답답이는 자신이 아는 한도에서 성실하게 설명을 해주었다. 주설은 답답이가 했던 수많은 말들 중에 명품 거리라는 말에 크게 동한 모양이었다.


“거그서 점포 하나 맹글면 괜찮겄는디유?”

“뭘 팔지는 모르겠지만, 쉽지는 않을거다. 거긴 콧대 높은 라스알게티 치들 중에서도 가장 치수가 높은 동네거든.”

“그러냐? 콧대가 높으면 꺾어버리믄 되제. 안 그렇소? 주사장?”

“잉 그류. 높은 콧대 꺾는 것이 우덜겉은 반골덜 업계에는 질루 큰 포상 아녀?”


저런 부분에서는 찰떡이 울고 갈 정도로 잘 맞는단 말이지...... 리겔은 그렇다 치더라도, 주설이 저런 말을 하는 걸 보면, 저 녀석은 진정 사업을 하려는 것인지, 아니면 세상에 대한 불만을 표출하려고 하는지 구분이 되지 않았다. 하지만...... 리겔 쪽은 아직 검증이 되지 않은 반쯤은 허세라면, 주설의 경우에는 단순한 반항심을 넘어서 실제로 뒤집어 엎어버리는 수완까지 겸비하고 있단 말이지...... 나로서는 이 도시에 있는 동안은 별다른 사고를 일으키지 않고 조용히 잘 넘어갔으면 좋겠다만, 그건 저 붉은 머리칼의 양아치 자식이 주설을 어떻게 충동질 하냐에 따라 좌우될 것 같다.


“이 다리만 건너면 ‘클라허 타히’인데 어디로 모실까요?”

“명품거리로 갑시다.”








Channel 2. 아이리스


그랜드 스트림을 넘은 마차는 그길로 우리를 ‘클라허 타히’에 데리고 갔습니다. ‘클라허 타히’에 가까워 지고 있다고 굳이 말하지 않아도 거리는 우리에게 ‘곧 있으면 클라허 타히야’라고 무언의 메시지를 던져주고 있었어요. 건물들은 점점 더 높아졌고, 거리의 사람들은 점점 더 세련되어져 갔거든요. 땅거미가 져 하늘은 먹물을 풀어놓은 것처럼 까매졌지만, 건물들과 간판들이 내뿜는 휘황찬란한 불빛들 때문에 거리에는 어둠이라고는 찾아볼 수가 없었습니다.


“도착했습니다. 손님들,”


그의 위치선정에는 어느 정도 의도가 있었던 걸까요? 문을 열자마자 엄청난 크기의 마천루가 우리를 내려다보고 있었습니다. 마천루의 꼭대기에는 붉은 방패가 조명을 받으며 웅장한 위용을 뽐내고 있었지요. 우리는 이 아름다운 조형물을 보여준 답례로 그에게 팁을 건넸고, 그는 허리숙여 인사를 한 뒤에 다음 손님을 찾아 거리로 나섰습니다.


“여그가 ‘클라허 타히’인 갑소?”

“예 맞아요. 여기부터 ‘리버 다운’이 시작되는 거에요. 마차에서도 말했지만, 이븐 타운이나 뉴 빌리지가 구시가지라면, 이곳 ‘리버 다운’은 신시가지에 속해요. 그런 탓에 여기에는 ‘젠트리’라는 신흥 부유층이 많이 찾아온답니다.”

“음...... 확실히 뭔가 흥청거리는 느낌이구먼...... 까리한디유? 이곳이라면 새로운 아이템이 잘 먹힐거 같구먼유.”

“새로운 아이템이요?”

“잉.”


우리 필그림들은 ‘클라허 타히’의 일대를 찬찬이 돌아보았습니다. 거리 중앙에는 어림잡아도 100피트가 넘는 거대한 마차 전용 도로가 깔려있고, 그 양쪽 끝에 사람이 다닐 수 있는 인도가 놓여져 있었어요. 도로의 양식만 보아도, 그랜드 스트림 이북의 중심지들과는 느낌이 달랐지요. 이븐타운이나 뉴 빌리지에는 ‘마차 전용 도로’같은 것은 생각할 수도 없었거든요. 인도에는 거대한 마천루들이 위용을 뽐내고 있었습니다. 건물 높이가 어찌나 높은지, 그 끝을 보다보면 저절로 뒷목이 지끈거릴 정도였어요. 그리고 건물에는 거대한 통짜유리 안에 갖가지 물품들이 우리를 향해 유혹의 손길을 네밀고 있었답니다. 여긴....... 문자 그대로 별세계였어요.


리겔은 물론이고 로키군까지도 이곳의 풍경을 눈에 담느라 정신이 없었지만, 주설씨는 조금 달랐습니다. 제가 지켜보는 바가 정확하다고 할 수는 없겠지만, 그녀는 물건 자체의 화려함에 홀려 있다기 보다는, 좀 더 거시적으로 보는 것 같았어요. 이 건물에는 이러한 종류의 물건이 있구나, 그런데 비단 이런 게 한 건물에 해당되는 것이 아니라 이웃되는 건물 몇 개에 이르는 공통적인 현상이구나, 그렇다면 이곳은 옷가게 거리구나...... 이런 식으로 말이지요. 이렇게 네명이 동상이몽이다보니, 우리는 주설씨의 페이스를 따라잡지 못해 뒤처지기 일쑤였고, 그녀는 결국 우리에게 버럭 화를 냈습니다. 돈 주는 사장의 엄명이 엄명인지라, 우리는 아쉬움을 삼키고 그녀의 뒤를 따라야만 했었지요.


“대체 뭘 보려고 그렇게 정신없이 다니는거에요?”

“......”

“뭘 찾는지 알려줘야 우리도 협조를 할거 아니냐. 그런것도 공유하지 않고 무작정 소리만 지르면 다야?”

“......”

“아따 주사장 스타일 좆같네. 얼렁 말 안허냐!”

“찾았어.”


그녀는 리겔이 소리를 지르는 것과 동시에 우리에게 이 건물을 가리켰습니다. 건물의 쇼윈도에는....... 옷걸이며 의자 소파며 각종 가구들이 전시되어 있었지요.


“가구?”

“잉. 여그구먼.”

“여기서 뭘 팔 건데? 아이템이 뭐야?”


주설씨는 대답 대신에 자신이 신주단지처럼 모시고 있던 캐리어를 가리켰습니다. 그러고 보니, 그녀는 이 캐리어를 프로하기온에서부터 한시도 손에서 뗀 적이 없었던 것 같아요. 그때는 별 생각없이 지나쳐왔는데, 알고보니 그게 그녀의 새로운 사업 밑천이었던 모양입니다.


“이거여.”

“그게 뭔데?”

“허영심이지. 일단 들어가 보드라고.”


그녀는 또 다시 알 듯 모를 듯 한 소리를 하며 캐리어를 들고 건물 안으로 들어갔습니다.


이 작품은 어때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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86 법치의 세바퀴 - 12 19.07.09 58 0 26쪽
85 법치의 세바퀴 - 11 19.06.26 107 0 17쪽
84 법치의 세바퀴 - 10 19.06.02 63 0 30쪽
83 법치의 세바퀴 - 09 19.05.13 79 0 23쪽
82 법치의 세바퀴 - 08 19.04.25 84 0 18쪽
81 법치의 세바퀴 - 07 19.03.28 71 0 18쪽
80 법치의 세바퀴 - 06 19.02.17 142 0 28쪽
79 법치의 세바퀴 - 05 19.02.02 106 0 35쪽
78 법치의 세바퀴 - 04 18.12.27 85 0 31쪽
77 법치의 세바퀴 - 03 18.12.02 109 0 27쪽
76 법치의 세바퀴 - 02 18.11.08 143 0 18쪽
» 법치의 세바퀴 - 01 18.10.29 160 0 26쪽
74 고단한 아버지 - 07 18.10.11 124 0 23쪽
73 고단한 아버지 - 06 18.10.01 95 0 28쪽
72 고단한 아버지 - 05 18.09.17 125 0 33쪽
71 고단한 아버지 - 04 18.08.05 111 0 35쪽
70 고단한 아버지 - 03 18.07.20 125 0 37쪽
69 고단한 아버지 - 02 18.07.04 106 0 30쪽
68 고단한 아버지 - 01 18.06.06 118 0 28쪽
67 고단한 아버지 - 0 18.05.24 130 0 18쪽
66 구름의 아이들 - 15 18.05.13 119 1 37쪽
65 구름의 아이들 - 14 18.05.02 132 0 33쪽
64 구름의 아이들 - 13 18.04.19 147 0 33쪽
63 구름의 아이들 - 12 18.03.31 130 0 32쪽
62 구름의 아이들 - 11 18.03.20 123 0 33쪽
61 구름의 아이들 - 10 18.03.06 119 0 36쪽
60 구름의 아이들 - 09 18.02.21 127 0 33쪽
59 구름의 아이들 - 08 +2 18.02.12 166 1 43쪽
58 구름의 아이들 - 07 18.02.02 149 1 34쪽
57 구름의 아이들 - 06 18.01.03 137 0 44쪽
56 구름의 아이들 - 05 17.12.20 492 0 23쪽
55 구름의 아이들 - 04 17.12.14 132 0 44쪽
54 구름의 아이들 - 03 17.11.21 435 0 34쪽
53 구름의 아이들 - 02 17.11.07 163 0 32쪽
52 구름의 아이들 - 01 17.10.24 162 0 21쪽
51 사막의 어금니 - 06 17.10.07 178 0 35쪽
50 사막의 어금니 - 05 17.09.14 194 0 40쪽
49 사막의 어금니 - 04 17.09.01 155 0 15쪽
48 사막의 어금니 - 03 17.07.30 166 0 23쪽
47 사막의 어금니 - 02 17.07.20 194 0 24쪽
46 사막의 어금니 - 01 17.07.17 197 0 26쪽
45 당랑포선 황작재후 - 10 17.06.21 223 0 22쪽
44 당랑포선 황작재후 - 09 17.06.06 336 0 31쪽
43 당랑포선 황작재후 - 08 17.05.06 222 0 21쪽
42 당랑포선 황작재후 - 07 17.03.22 293 0 25쪽
41 당랑포선 황작재후 - 06 17.01.29 373 0 25쪽
40 당랑포선 황작재후 - 05 16.11.24 376 0 27쪽
39 당랑포선 황작재후 - 04 +2 16.11.07 610 1 22쪽
38 당랑포선 황작재후 - 03 16.10.18 543 1 25쪽
37 당랑포선 황작재후 - 02 16.09.26 561 1 25쪽
36 당랑포선 황작재후 - 01 16.09.11 494 0 30쪽
35 실마리 - 06 16.08.11 516 0 35쪽
34 실마리 - 05 16.07.21 575 0 30쪽
33 실마리 - 04 16.06.27 397 0 23쪽
32 실마리 - 03 16.06.09 393 0 28쪽
31 실마리 - 02 16.05.29 318 0 19쪽
30 실마리 - 01 16.05.23 467 0 13쪽
29 운터 브룩에서 - 04 16.05.22 301 0 12쪽
28 운터 브룩에서 - 03 16.05.08 462 0 28쪽
27 운터 브룩에서 - 02 15.11.04 528 0 21쪽
26 운터 브룩에서 - 01 15.10.10 478 0 11쪽
25 운터 브룩으로 가는 길 - 03 15.04.30 425 0 24쪽
24 운터 브룩으로 가는 길 - 02 14.07.18 620 0 19쪽
23 운터 브룩으로 가는 길 - 01 14.07.10 430 0 25쪽
22 뉴 빌리지와 뉴 빌리지 - 07 14.07.09 418 0 14쪽
21 뉴 빌리지와 뉴 빌리지 - 06 14.07.08 537 1 22쪽
20 뉴 빌리지와 뉴 빌리지 - 05 14.07.07 471 0 24쪽
19 뉴 빌리지와 뉴 빌리지 - 04 14.07.06 675 1 17쪽
18 뉴 빌리지와 뉴 빌리지 - 03 14.07.05 599 0 17쪽
17 뉴 빌리지와 뉴 빌리지 - 02 14.07.04 560 0 32쪽
16 뉴 빌리지와 뉴 빌리지 - 01 14.07.02 837 0 21쪽
15 운터 브룩과 무르짐 산맥 - 02 14.06.30 715 1 40쪽
14 운터 브룩과 무르짐 산맥 - 01 14.06.29 626 0 36쪽
13 이븐타운과 무르짐 산맥 - 03 14.06.28 571 2 43쪽
12 이븐타운과 무르짐 산맥 - 02 14.06.27 769 0 30쪽
11 이븐타운과 무르짐 산맥 - 01 14.06.26 519 0 14쪽
10 피아제와 비고츠키 14.06.25 567 0 13쪽
9 이스트 민스터와 이스트 민스터 - 05 14.06.24 700 1 45쪽
8 이스트 민스터와 이스트 민스터 - 04 14.06.23 349 0 37쪽
7 이스트 민스터와 이스트 민스터 - 03 14.06.20 512 0 32쪽
6 이스트 민스터와 이스트 민스터 - 02 14.06.19 384 1 10쪽
5 이스트 민스터와 이스트 민스터 - 01 14.06.14 592 3 23쪽
4 운터 브룩과 이스트 민스터 - 02 14.06.13 405 2 25쪽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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