두가지 인생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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갑과을
작품등록일 :
2014.06.09 15:11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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2021.08.24 02:05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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19.09.23 10:0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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법치의 세바퀴 - 16

DUMMY

Channel 1. 로키


1623년 8월 31일


드디어 오늘이다. 오늘의 태양을 보기까지 리겔과 각종 뻘짓들을, 그리고 답답이와는 더한 뻘짓들을 해오면서, 나는 가슴속에 소용돌이를 키워오고 있었다. 바다라는 곳의 뜨거운 열기 속에서 태어나 하늘을 뒤덮고 땅을 찢어발기는 소용돌이처럼, 내 가슴속의 소용돌이도 시간과 인내심을 먹으며 꾸역꾸역 덩치를 키워나갔다.


소용돌이가 자신의 존재를 증명하기 위해 대륙을 덮치듯, 내 가슴속의 소용돌이도 오늘 아침의 햇살이 내 망막에 들어차는 순간 왈칵 넘쳐흐르려고 했다. 3년간 울지도, 날지도 않은 새가 있다. 하지만 그 새가 한번 우는 순간 천지가 흔들릴 것이고, 한번 날개를 젓는 순간 하늘 끝까지 날아오르리라는 고사(故事)와 같이 내 혈관은 덥혀지다 못해 터지려고 했다. 하지만


“.......”

“.......”


나와 리겔은 움직일 수 없었다. Cloud에는 나의 노도같은 격양에 감히 침묵이라는 재갈이 물려있었기 때문이었다. 재갈을 손에 쥔 것은 알 샤인이었다. 이 망할 자식에게...... 이야기를 하는 것이 아니었다. 일이 잘못된 건, 나의 그릇된 판단 때문이었다. 녀석에게 ‘유품’의 존재를 이야기 한다면, 녀석의 관심이 그쪽으로 돌아갈 것이라고 착각한 것이 나의 첫 번째 실수였다. 녀석은 내 이야기를 ‘판타지 소설’같은 허황된 이야기 정도로 밖에 여기질 않았거든. 그 뿐만 아니라, 녀석은 내 말을 자신이 틀어진 우리의 ‘약점’을 무마시키려 하는 블러핑정도로 평가절하했었다. 이를 극복하기 위해 직접 ‘알기에바’를 전개한 것이 나의 두 번째 실수였다. 뭐..... 알기에바가 의욕적으로 나선 것도 없지 않아 있었지만, 어쨋거나 그로 인해 알 샤인은 ‘유품’이 실재로 존재함을 인정하긴 했었다. 다만...... 그 이후가 문제였지. 녀석은 ‘위험인물’들인 우리가 ‘가공할 무기’를 소지하고 있다는 것에 경악하며 더욱 ‘우리’를 감시해야겠다고 결심한 모양이었다. 수습하려 할수록 더욱 깊은 수렁에 빠져버린 것이다.


“.......”

“.......”


리겔의 눈이 시계를 향했다. 짧은 바늘은 1과 2의 사이에, 그리고 긴 바늘은 6을 넘어서 7을 향해가고 있었다. 이 시간이 무엇을 의미하는지는, 바깥의 소음이 증명해주고 있었다. 입 가진 이들이 너나 할 것 없이 내뱉느라 음파들이 뒤엉켜 의미를 해독하기 어려운 소음...... 하지만, 의미는 짐작하기 어려울 지언정, 그것이 싣어 나르는 감정은 어렵지 않게 해석할 수 있었다. 음파의 난상 속에는....... 증오와 경멸이 타르처럼 진득하게 배어있었다. 들려오는 소음들의 고저를 보아하니, 이곳에서 약 2Km정도 떨어져 있는 듯 하고....... 그럼 이곳에 다다르기 까지 약 삼십 분 정도 남았다는 것을 의미했다.


이들이 오기까지 삼십 분, 그리고 이곳에서 행패를 부리다가 집회를 마무리 하는데 삼십 분, 그리고 이들의 수뇌부가 ‘스톤 메이슨’까지 오는데 한 시간...... 시간을 더는 지체하기 어렵게 되었다. 리겔도 거기까지 생각이 다다랐는지, 자리에서 벌떡 일어났다. 녀석의 행위에 힘과 정당성을 싣어주기 위해 나 역시 자리에서 일어났고, 우리 둘의 행동에 알 샤인도 벌떡 일어났다. 위태하게 맞춰지던 침묵의 균형이 와르르 무너졌다.


“어디 가십니까?”

“볼 일이 있어서.”

“함께 가시죠.”

“되얐소. PBRC가 들이닥치는 판국에 이곳 ‘Cloud’를 지키고 있어야제라.”


리겔의 순발력있는 답변에, 알 샤인이 머뭇거렸다. 그래, 기회다. 지금 이 기회를 놓치면 녀석은 우리의 논리에 대한 대항 논리를 펼칠 것이고, 그건 아마 우리의 발목을 피가 나도록 물어뜯을 것이다. 덫에 걸려 버둥거리느라 피를 질질 흘리는건 이번 한 번이면 됐다. 덫이 헐거워 졌을 때, 빨리 발을 빼야 한다.


나와 리겔은 알 샤인에게 꾸벅 인사를 한 뒤에, 뒤도 돌아보지 않고 문을 나섰다. 우리를 지켜보던 주설은 알 샤인이 모르게 우리를 향해 ‘환호’하는 감정의 사인을 보냈다.


“이......이봐요! 야!”


문을 박차고 나가자마자 오후의 뙤약볕이 우리의 두피를 찍어 눌렀다. 습기 찬 공기가 우리의 어께에 내려앉았지만, 기분은 더없이 날아갈 것 같았다. 녀석의 순발력이 우리를 살렸다. 재갈에 묶인 채 그르렁 거렸던 내 가슴속의 소용돌이도, 환호하며 팔을 뻗어나가기 시작했다.


“어이!”

“응? 왜?”


알 샤인이 분하다는 얼굴로 씨근거리며 우리를 멈춰 세웠다. 어찌나 화가 나 있던지, 녀석의 주변이 아지랑이처럼 일렁이는 착각이 들 정도였지만, 아무래도 좋다. 녀석은 우리를 멈춰 세울 수 없었다. ‘공식적으로’말이지.


“혹시나 허튼 짓거리 하면 그대로 쳐 넣어 버릴 거다! 알았어?”

“......”

“알았냐고!”

“...... 해 보시던지.”

“이익.....!”


녀석은 분노로 발을 쾅쾅 굴렀지만, 그래봐야 닭 쫓던 개, 지붕 쳐다보는 격이다. 그건 우리도, 그리고 녀석도 잘 알고 있으며, 서로에게 공유하고 있는 사실이었다.








Channel 2. 아이리스


1623년 8월 31일


알 샤인씨의 왁 하는 소리와 함께 거칠게 땅을 두드리는 소리가 들리자마자, 주설씨는 웃음을 터뜨렸습니다. 오랜만에 보는 파안대소에요. 하지만 그 모습을 보노라니, 알 샤인씨가 불쌍하다는 생각이 들었습니다. 그녀에게 나름 호감을 가지고 있었는데...... 이런식으로 감정이 엇갈려버리니 말이에요.


“와 진짜 리겔놈 어서 그렇게 애드립을 하는지 참.”

“원래 가짜가 진짜보담 더 빛나는 법이유. 글고.”

“그리고요?”

“세금 안내고 허는 일이 세금 내고 허는 일 보다 몇 배는 더 빡시쥬.”


무심하게 한 말이지만, 곱씹을수록 맞는 말이라는 생각이 들었습니다. 나쁜 일로 돈을 벌려면, 아무래도 생각이 더 많아야 할 테죠. 돈을 벌기위해 사람의 심리를 알아야 할 것이고, 법망을 교묘하게 빠져나가기 위해선 법에 대해서 잘 이해해야 할 테니까요. 어쩌면 이 넷중에서 제가 제일 편견과 아집에 쌓여있었던 걸 지도 모르겠습니다. 그가 가진 배경에 주목하느라 제가 짐짓 그를 무시하고 있던 걸지도...... 모르겠어요. 그가 ‘나쁜 사람’이라고 해서, 멍청하다는 보장은 없었던 건데......


“이젠 어쩔 참이에요?”

“뭐...... 딱히 할 일은 없쥬. 남정네 덜이 큰일 치르러 갔으니, 우덜이야 뭐...... 여그가 박살나지 않게 잘 살피는거 정도 아니겄슈?”

“그것도 결국은 알 샤인씨와 그 동료들이 해줄테고요.”


주설씨는 제 말이 맞다고 말하면서 늘어지게 하품을 했습니다. 주설씨의 말이 맞아요. 리겔이 들으면 얄미운 소리나 한다며 이를 바득바득 갈 지도 모르겠지만, 우리가 할 일은 여기에서 꿀이나 빠는 것 정도에 불과한 걸요. 엄밀히 말하자면, 우리가 여기에서 죽치고 있는 것에 나름 명분이 있긴 해요. ‘알 샤인씨의 시선을 끄는 것’ 바로 그거에요. ‘필그림’들이 죄다 스톤 메이슨으로 우르르 몰려가버리면, 알 샤인씨가 우리를 의심할 테니, 저희 둘이서 그의 시선을 끌어야 하지 않겠어요? 뭐...... 그럴듯한 명분이지만, 실상은 가만히 앉아서 꿀 빠는게 현실이긴 하지만요. 어쨌거나 이번 오늘이 지나면 이곳에 역학관계에 변화가 생길겁니다. 나름 음지에서 활동하던 PBRC는 더 이상 언더그라운드에서 활동할 수 없게 될 것이고, 그들의 오버그라운딩에 기사단은 좌시할 수 없겠죠. 냉전이 전면전으로 변할 겁니다. 그로 인한 혼란상에서 우리는 준비해둔 사업을 현실의 무대로 올리는 거죠. 그 사이에 ‘유품 소지자’까지 찾는다면 정말 깔끔하게 일이 마무리 될 겁니다.


“구경 하러 갈래요?”

“아녀라. 어제 술을 많이 묵었드만 골통이 지끈거려서....... 끝나면 불러줘유.”


주설씨는 방으로 들어갔고, 저는 혼자서 멍때리느니 구경이라도 해야겠다 싶어, 테라스로 나왔습니다. 와...... 봐봐요. 인간의 파도가 블라우 브룩 코앞까지 흘러들어왔습니다.


“일자리 뺏는 기생충들은 당장 꺼져라!”

“당장 꺼져라!”

“로스차일드의 붉은 방패를 그들의 피로 물들여라!”

“물들여라!”


지극히 노골적이고, 원색적인 증오의 메시지들이 귓전을 쩌렁쩌렁하게 울렸어요. 차라리 멀찍이서 무슨 소리인지 분간이 안 갈 때가 차라리 더 나았던 것 같습니다. 그들의 불타오르는 증오와 경멸의 구호에 저는 비애감이 들었습니다. 불과 몇 달전까지만 하더라도, 사회적 약자들을 향해 손을 내밀기를 주저하지 않던 시민들이, 어쩌다가 이렇게 약자에게 침을 뱉고, 모욕하게 되었을까요? 그들은 단지 ‘일부’에 불과하다는 주장도 그냥...... 변명일 뿐이에요. 일부가 난장판을 칠 동안 ‘대다수’는 대체 어디에서 뭘 하고 있냔 말입니다.


나름 새로 짜여질 판을 생각하며, 그들에 대해 ‘우매한 녀석들’이라고 비웃어주려고 했던 마음은, 생각보다 저질스러운 그들의 수준에 잔뜩 얼룩이 져버렸습니다. 같은 사람 껍데기만 쓰고 있지, 그 안에는 다족류의 유기물보다도 더 못한 저들의 저열함에 완전히 질려버렸어요. 상대도 하지 말고 잠이나 자야겠다는 주설씨의 판단이 옳았습니다.


더러운 소리 지껄이지 말고 꺼져버리라고 말하고 싶었지만, 저도...... 결국은 비겁한 다수였던 거에요. 그냥 눈을 질끈 감고, 그것들이 제풀에 지쳐 나가떨어질 때 까지 기다리고 싶었던 모양입니다. 아마 ‘대다수’의 시민들은 그런 생각이었을 테죠. 다들 그러는데....... 제가 나선들 뭐가 달라지겠어요? 어차피 내일이 오기 전에 세상이 홰까닥 뒤집어 질 것이고, 점차 도태될 텐데요 뭘. 미래를 알고 있는 것이 어떤 느낌인지 잘 몰랐는데. 이번 기회에 잘 알게되었네요.

‘니들 세상 끝나기 전에, 실컷 지껄여라’라고 나름 통쾌한 말을 속으로 삼키며 저도 주설씨 옆에서 잠이나 청할까 하고 테라스를 떠나려는 차에


“으아악! 이거 놔요!”


어떤 소리가 제 발목을 잡아끌었습니다.








Channel 1. 로키


알샤인의 분통 터뜨리는 소리를 뒤로하고 스톤메이슨에 도착할 당시만 하더라도, 우리 둘은 꽤나 신이 나 있었다. 리겔은 자신의 순발력 있는 발언 타이밍에 대해서 거의 신화나 전설급으로 윤색했고, 나는 그에 질 새라 그에게 남긴 마지막 말을 상기시키는데 여념이 없었다.


하지만, 사람의 감정은 달궈진 쇠보다 빨리 식었고, 처음의 흥분과 통쾌함은 지겨움이라는 감정에 녹슬어갔다. 리겔은 나무위에 올라가 하릴없이 라스알게티 쪽 만을 응시했고, 나는 그 만큼이나 무의미하게 알기에바를 점검하고 또 점검했다. 다섯 번 째 점검을 마칠 때 쯤, 리겔은 분통을 터뜨렸다.


“지미럴 이 잡놈의 호로자석덜은 굼벵이를 삶아 처 묵었나, 뭣헌다고 여태 터럭 하나 안 비치는 거여!”

“그러게......”

“아야, 그 좆겉은 새끼가 우덜을 속여븐거 아니냐?”

“그런가......”

“아오..... 돌부처허구 야그하는게 낫제. 리액션에 야마 난 넘하고 뭘 헌다고......”

“방금 뭐라고 말했냐?”

“됐다...... 말을 말어야제.”


리겔이 지겨움에 몸살을 앓는 동안, 나는 녀석이 흘린 말을 곰곰이 곱씹어보았다. 내가 그자식의 목숨 줄을 틀어쥔 것은, 여기에 없는 그 놈까지 포함한 모든 사람이 공유하고 있는 사실이다. 그것은 상대에게 공포감을 낳았고, 그건 우리에게 틀림없는 전략적 자산으로 작용했다. 그런데...... 녀석이 뻔히 제 목숨 줄 틀어쥔 사람들을 속인다? 비합리적인 음모론에 가까운 망언이다. 그럴 리가 없지...... 그런데, 나는 흘려들을 가치조차 없는 말을 곱씹고 있다. 이것 역시 합리성을 잘라내는 행위임이 분명하다. 하지만...... 녀석이 뱉은 저질스런 음모론을 왜 나는 놓지 못하고 있는 것인가.


‘비정한 마음’에 금이 간 뒤로 이런 증상이 생겼다. 매사에 긍정적으로 생각하자는 명제를 가슴에 품고 나의 증상을 진단한다면, 이건 비정상적인 것은 아니다. 오히려 ‘비정한 마음’이 억눌러왔던 ‘감정’이라는 부분이 복구되고 있는 ‘정상화’ 수순을 밟고 있다고 할 수 있을 것이다. 비유하자면, 한쪽만 비대해진 날개로 펄럭거리던 새가, 묶여있다 풀려난 다른 쪽 날개로도 활갯짓을 하고자 하는 것이거든. 이런 심리적 작용은...... 합리적으로 설명할 수는 없지만, 내게 분명 이득이 될 것이 분명하다. 저질스러운 음모론에 경도된 것이 내게 무슨 이익이 될 것인가...... 그것이 문제라면 문제다.


“돌아가 볼까?”

“어딜?”

“어디겠냐?”


녀석은 내 턱짓을 보자마자 ‘무슨 말같지도 않은 소리냐’는 반응이었다. 분명 일리는 있었다. 알기에바를 작동할 수 있는 나라는 사람이 자리를 비운동안, 이 고장에 PBRC가 회의를 한다면...... 다 잡은 물고기를 방생하는 꼴이 될 테니까. 하지만 녀석의 말 대로 우리가 속은 것이라면, 아니 열 걸음 정도만 양보해서, 그들이 모종의 사정이 생겨서 이곳에 오지 못하게 된 것이라면...... 이곳에 죽치고 있는 것만큼이나 비효율적인 짓거리는 또 없는 셈이 아닌가. 이런 말을 해봤지만 리겔은 도통 수긍할 생각이 없어보였다. 그래...... 사실 그게 맞는 것이다. 내 주장을 정당화하기엔 근거가 너무나도 빈약한 게 사실인걸. ‘비정한 마음’이 정상적으로 작동한다면, 나는 아마 나 스스로도 설득하지 못할 것이다. 하지만 어쩌랴 가슴 한 켠이 더없이 찝찝한 걸. 그 마음속의 구김을 반듯하게 펴기 위해서라도 나는 이곳을 떠야만 했다.


“아따 무슨 쇠심줄이라도 볶아 묵었냐? 설득을 헐라믄 제대로 허든가. 나이를 애널로 잡순 것 맹키로 왜 이리 땡깡을 부리고 지랄이여?”

“뭐라 설명은 못하겠는데, 내 말 들으라고, 지금 여기에 있으면 안 될 것 같다니까?”

“같다고 같다고 허다가 일 그르치믄 어쩌케 헐라고 그러는디?”

“그건...... 그 때 가서 생각해 보면 안될까?”


리겔은 내 대답에 뒤통수라도 얻어맞은 표정으로 한참을 얼타다가, 고개를 절레절레 저었다. 그의 입은 열리지 않았지만, 그의 행동은 작은 구멍이 할 수 있는 그 어떤 말보다도 강한 메시지를 전달하고 있었다. 차라리 욕이라도 한 사발 시원하게 퍼 부었다면 아웅다웅하는 중에 내 심장 속 불안감을 조금이라도 덜 수 있었을 텐데......영리한 건지, 아니면 소가 뒷걸음 질 치다가 쥐를 잡는 것인지, 녀석은 도통 그래줄 생각이 없어 보였다.


“하샤신은 약쟁이들 소굴이라드만......”

“소굴이라서 뭐?”

“그냥 거까지 허자. 말 더 혀서 어따 쓰것어. 그냥 얼굴만 붉히는 거지 뭘.”

“이익.....”


이렇게 시피보이는 상황에서 더 나섰다가는 이득은커녕, 밑도 끝도 없이 후드러까이겠다는 생각에 나는 주저앉아 기다릴 수 밖에 없었다. 그래...... 나 자신도 설득을 못하는 마당에 본전도 못찾을 짓 따위 해서 뭘 하겠는가.


“다리 시짝 달고 태어났음, 사람이 묵직헌 맛이 있어야제. 잘 생각했...... 엥?”

“......?”

“옴마. 저것이 뭐시다냐?”

“저기는......”


리겔의 손이 가리킨 곳에는 검은 연기가 뿜어지듯이 솟음치고 있었다. 무한한 창공을 향해 검은색 감자를 먹이려는지 한도 끝도 없이 솟구치는 연기의 시작점은...... 라스알게티였다.


“아 뭣허냐, 얼릉 안 일어나고!”

“그래. 가자.”








Channel 2. 아이리스


어디선가 들려온 비명소리가 제 발걸음을 붙잡기는 했지만, 구체적으로 어디에서 누가 도움을 청했는지 찾는건 막상 쉬운 일이 아니었어요. 워낙 수많은 인파가 거리 곳곳에 뒤섞여 있는 터라, 그들이 내는 소리만 해도 ‘도때기 시장따윈 저기 구석에 찌그러져 있어라.’ 하는 수준이었거든요.


아마, 단 한번 들려온 비명이라면...... 몇 분정도 찾다가 ‘에이 못 찾겠다. 그냥 잠이나 자야지 뭘.’하고 쉽사리 포기할 수 있었을 지도 모르겠어요. 하지만, 인파의 망망대해에서 찾아낸 유리병 속 편지같던 비명소리는, 오와 열을 무너트리지 않고 이어졌으며, 심지어는 그 간극이 점점 좁혀지는 터라, 어느새 저는 테라스에 바싹 매달려서 사람의 파도속을 눈으로 샅샅이 수색하고 있었습니다.


“아아악!”


아! 드디어 찾았어요. 빽빽한 삼림속에서도 특히 더 사람의 장막이 빽빽하게 쳐진 곳이 있더군요. 미간을 찌푸려가며 자세히 들여다보니, PBRC 내에서 린치가 벌어지고 있었습니다. 여러 사람들이 한 사람을 둘러싸고 잔인한 폭력을 행사하고 있었던 거에요. 아이고 저런...... 군대개미 같은 인종차별주의자들의 용암에 어느 운 나쁜 사람이 휘말려버린 모양입니다. 왕도에 사는 사람 치고, 토요일에 이런 혐오의 쇄설류가 흐르는걸 모르는 사람은 없을 터인데...... 멋도 모르는 외지인이 이 고장을 지독히 좋지 않은 시점에 관광 와버린 모양이었나봐요.


안타까움에 발을 동동 구르기는 했으나, 솔직히 말해서 저 혼잡상에 발을 들일 엄두가 나지는 않았습니다. 솔직히 저라도 이성따윈 내팽개친 저 증오의 물결에 발을 잘못 디뎠다간 뼛조각도 추릴 자신이 없었거든요. 어휴....... 정말 왕국 수비대는 대체 어디에서 뭘 하고 있는 겁니까. 저런 놈들 싹다 잡아가질 않구요...... 어? 잠깐만요. 저거.......


“뭔일이유?”

“저기에......그......”


언제 왔는지, 발닦고 잠이나 자야겠다던 주설씨도 소란에 테라스로 왔고, 그녀는 제 손가락이 가리키는 곳을 한참동안 응시하더니, 린치를 당하는 당사자를 알아보고는 얼굴이 새하얗게 질려버렸습니다. 그래요. 사업차 운터브룩을 오갔으니 몇 번 얼굴을 봤을 겁니다. 저기에서 인두껍을 뒤집어쓴 짐승들에게 당하고 있는건, 쓰레기산에서 목숨붙이며 살던, 거리의 아이들이었어요.


“아니 쟤들은 저기가 어디라고......”

“저 개놈의 자석덜이.....”


안타까움과 힐난이 섞인 제 말과는 별개로, 그녀의 목소리에선 분노가 끓어오르는 듯 했습니다. 저도 그녀도 난간을 움켜쥔 손이 하얗게 질려버렸어요.


“죽여! 죽여! 죽여! 죽여!”


피곤죽이 되어 의식을 잃어버린 아이들이, 잔인한 어른들의 손에 들려, 마치 현수막이 펼쳐지듯이 손에서 손으로 붙들려 천천이 이동했습니다. 그 모습이 어찌나 위태롭던지....... 저는 용암에 싣려 떠내려가는 바위를 보는 것 같은 착가기 들 정도였습니다. 그 아이들이 이 곳에 겁도 없이 얼쩡거린 이유를 알 것 같았어요. 그들은 알 샤인씨를 감시하기 위해 이곳에 뻗치기를 하고 있었던거에요. 그러니까...... 저와....... 로키군 때문이었던거죠.


“아......안돼.”


이성도 합리도, 동정심도, 연민감도 날려버린 순수한 악의의 물결은 죽음을 외치며 일렁였습니다. 저는 눈을 질끈 감고 싶었어요. 하지만...... 마주치고 말았습니다. 아이의...... 눈과 말이에요.


‘그냥 부랑아 하나 죽은거 뿐인데 누가 관심이나 가지겠어?’

‘그래 부랑아 하나. 어차피 콩찌개미 주워 먹어가며 살아가는 빈대같은 인생인데, 기왕 이용만 당하다 죽을 바에야 맛있는 거라도 입에 집어넣고 싶어하지 않겠어?’


로키군의 말이 떠오르면서, 가슴이 미어지는 기분이 들었습니다. 그 말을 듣던 당시에도 기분이 언짢아지는 말이었는데, 그것을 눈 앞에서 보게 될 줄은...... 안돼요. 이렇게 할 수는 없는 노릇입니다.


“아니 시방 뭐하자는......? 아.....안돼유! 얼렁 내려와유!”


주설씨가 저를 말릴 새도 없이 저는 테라스에서 몸을 던졌습니다. 그녀의 목소리가 귓전에 스쳤지만, 바람이 제 머리카락을 펄럭이는 소리에 이내 묻혀 아무것도 들리지 않았어요.








Channel 1. 로키


뭐라 합리적으로 설명하긴 어렵지만, 아니 불가능하지만...... 라스알게티에 무언가 일이 벌어진 것은 분명했고, 나와 리겔은 그것이 ‘필그림’들과 관련된 것은 아니기를 빌면서 달려갔다. 라스알게티에서 스톤메이슨 까지 갈 때는 30분 정도 걸었던 것 같은데, 스톤메이슨에서 돌아오는데는 15분도 걸리지 않았다. 가슴 한복판이 찢어지다 못해 열려버리는 것이 아닐까 싶어지만 멈출 수 없었다.


“어어! 정지! 정지!”

“이...... 씨벌 새끼야!”


무슨 생각에서 그랬는지는 지금도 설명할 길이 없지만, 우리를 막아서는 경비병들을 발길질로 걷어차 버리고, 그대로 신서리티 게이트를 통과해버렸다. 소란스러운 소리가 등 뒤를 바짝 쫓았지만, 우리는 멈추지 않았고 그것은 결국 멀어졌다.


“하......씨. 잠깐만 쉬자.”

“그래.”


왕도에 도착했다는 안도감과, 육체적인 피로감이 한꺼번에 몰려온 터라, 우리는 마차 정류장에서 잠깐 한숨을 돌렸다. 스톤메이슨에서 보일정도니 말은 다 한 셈이다마는, 검은 연기는 왕도에 도착하니 그 규모가 어마어마해져서, 쉬는 동안 신선한 산소를 마셔야만 함에도 불구하고, 우리는 입과 코를 막고 얕은 숨을 몰아쉬어야만 했다. 거리의 사람들 역시 코와 입을 막으며 고개를 숙인 채 종종걸음을 하고 있었다.


“어이 여보쇼. 대체 뭔 일이 있습디까?”

“아이고 말도 마쇼. 블라우 브룩쪽에서 난리가 났다니까요.”

“블라우 브룩이요? 대관절 무슨 일인데요?”


마차 정류장에서 우리와 마찬가지로 한숨 돌리고 있던 마부는 우리에게 블라우 브룩에서 일어난 일을 설명해주었다. 말은 길고, 경황의 다발이 얽히고 설켰지만, 대충 요약하자면 블라우 브룩에서 PBRC와 기사단 사이에서 격렬한 충돌이 일어났다는 것이었다.


“그 호로넘의 새끼들이 시위 허는건 하루 이틀 일이 아닐 건디 뭐땀시 그랬습디여?”

“시위에 넝마주의들이 휘말려버렸다고 하더라구요. 넝마주의들이 봉변을 당하겠다고 어떤 여자 분이 말리러 갔다가 일이 엄청나게 커진 모양이에요.”

“대체 어떤 나사 빠진 년이 그런 멍충구 같은 짓을 헌다요?”

“내 말이 그거에요. 세금도 안내는 부랑아 몇 죽는 게 뭔 대수라고 허 참!”


그 말에 불현 듯 누군가의 얼굴이 떠오르긴 했지만, 나는 고개를 흔들었다. 아무리 답답이라도 그런 불구덩이로 몸을 던질 리는 없을 거라고 스스로에게 되뇌면서 말이다.


“혹시 블라우 브룩으로 가줄 생각 있습니까?”

“블라우 브룩에요? 미쳤어요? 저도 손님이고 뭐고 챙길 것도 없이 이제 막 탈출한 참이요. 같이 손님 기다리던 동료는 마차도 수습 못하고 몸만 빠져나왔다니까요? 충돌이 일어나니까 그놈의 개자식들이 바리게이트로 쓴답시고 마차를 때려 부수는 통에...... 허 참 제가 그놈한테 대물보험 들어 놓으라고 그렇게 입이 닳도록 말 해도 끝끝내 안 듣더니 망했다고 징징 거리고 있는 상황이요.”

“마차를 바리게이트로....... 그렇게 심각합니까?”

“말해 뭐합니까? 그 몇 달 전에 뉴빌리지서 철도 민영화 시위 난 거 기억하죠? 그때 이후로 저런 난장판은 처음이요.”


뜻밖의 영 좋지 못한 추억이 소환되자 가슴 한 구석이 아려왔지만, 그걸 따질 계제는 아니었다. 대화를 나누면 나눌수록 좋지 않은 예감이 단순한 예감을 넘어서 현실이 되는 것 같았거든. 나와 리겔은 마부에게 가격 협상을 몇 차례 시도해 보았지만, 그 남자는 물론이고, 우리의 대화에 흥미를 느끼고 다가온 다른 마부들 역시 얼마를 쥐어준다고 제시를 해도 손사래를 쳐댔다. 입안이 바짝바짝 타들어갔다. 일은 분명 벌어졌고, 거기에 우리 식구가 휘말렸을지도 모르는 이 상황에서 이대로 손 놓고 있을 수는 없는 노릇이니까. 리겔은 욕지거리를 퍼부으려다가 녀석으로선 엄청난 자제심을 발휘해 다시금 뛰어가자고 말했다. 그래 발 달고 뭐하겠는가 일단 달리는 수 밖에. 하지만 문제가 하나 있었다.


“비켜! 비키라고!”


블라우 브룩에서는 하수구가 역류하는 듯 한 인간의 파도가 세차게 흘러나오는 통에, 길로 가는 건 영 무리였다. 마부들이 손사래를 친 데에는 저것도 한 몫 단단이 했을 거란 말이지. 까딱하다 사람이라도 치는 날에는 그야말로 눈탱이 지독하게 맞는 셈이 될 테니까. 마차도 힘든 판에 사람이 가는건 더더욱 무리였다. 그렇다면 정말 방법이 없는 것인가.


“야......리겔.”

“어 왜?”

“나는 가능할 텐데, 너는 어쩔지 잘 모르겠어서 말인데......”

“뭔디? 일단 제시나 혀 봐라와.”

“저거...... 탈 수 있겠냐?”


나는 녀석에게 건물에 위태위태하게 붙어있는 비상계단을 가리켰다.


“그거 타는거야 일이겄냐?”

“고소 공포증은 있냐?”

“글씨.......? 딱히 없는거 같은디? 왜그냐?”

“그럼...... 지붕 넘어 가보자.”

“뭐?”









Channel 2. 아이리스


다리를 살짝 접지르긴 했지만, 걷는데는 큰 이상이 없었어요. 이상이 있다면 지금 제 눈앞에 펼쳐진 장면들이 문제겠죠. 거리의 아이들은 PBRC가 자행한 잔인한 폭력에 시달리느라 온몸이 피투성이었습니다. 저는 사람들을 밀치고 아이에게 다가갔어요. 어디까지가 얼굴이고 어디까지가 목인지 구별이 쉽지 않을 정도로 곤죽이 된 아이는 간신히 깔딱 숨만 쉬고 있었습니다.


“뭐야 이년은?”


그들이 해온 것 과는 전혀 다른 행보를 보인 저의 모습에, 그들은 적잖이 당황한 것 같았습니다. 동일한 생각, 그리고 그것을 담은 동일한 행동을 하는 동질집단에서, 아니오를 외치는 행동은 잠시나마 그들의 마음에 파문이 일게 만들었겠죠. 저는 아이를 안아 들고 몸을 일으켰습니다. 근처에 거울이 없는 지라, 제가 어떤 표정을 짓고있는지는 잘 모르겠어요. 하지만...... 저를 바라보는 그들의 얼굴 표정을 보아하니, 제가 어떤 얼굴을 하고 있는지 짐작하는 건 그닥 어렵지 않은 것 같았습니다. 그들은 저를.......


“왜 그래?”

“이익!”

“너희 눈에는 내가....... 괴물로 보이나?”


그 말이 끝나기가 무섭게, 제 손에서 피어오르기 시작한 푸른 오오라가 기름먹은 천이 타오르듯이, 제 온몸으로 번져가기 시작했습니다. 이전의 오오라는 따뜻한 온기를 가지고 있었다면, 이번 오오라는....... 찬물에 몸이 던져진 것처럼 차가웠습니다. 8월임에도 불구하고 그들에게 말을 거는 제 입에서는 입김이 피어올랐지요. 새로운 기분이 들었어요. 뭐든지 알 수 있고, 그 이상을 할 수 있을 것 같은 충만감이 제 가슴이 터지도록 커져갔습니다. 할 줄 아는 거라곤, 동족을 갈라치고 멸시하는 것 밖에 없는 비루한 것들...... 이 더러운 피조물들을 마음만 먹는다면 순식간에 유기물 덩어리로 만들 수 있을 것 같았습니다.


“대답해.”

“히익!”


저와 눈이 마주친 몇몇은 슬금슬금 뒷걸음질을 쳤어요. 우스운 일이죠? 이쪽은 꼴랑 한 명이잖아요. 그런데 저들은 숫자로 치면 저와 비교 자체가 무의미한 많은 수임에도 불구하고, 여자 한 명에 겁을 먹고 있습니다. 하! 그 꼬락서니를 비웃어줄 수많은 말들이 머릿속에 떠올랐어요. 그중의 십분지 일만 이라도 제 입밖으로 나오는 순간, 그들의 바지가 뜨끈하게 적셔지기엔 충분할 겁니다. 한번...... 해볼까요? 그때 천사님도 말 했잖아요. 제가 옳은 일을 해도 절대 칭찬하지 않을 것이고, 또한 제가 바보같은 짓을 하더라도 절대 책망치 않을 거라고요. 그럼....... 제 마음가는 대로 해도 되는거 아니에요?


“대답하라고!”

“으아악!”


제가 몰아세우자 제 눈앞에 있던 남자는 다리가 풀려 그 자리에 주저앉았습니다. 하하 저 꼬라지 보라지요! 정말 오줌을 지려버렸잖아요? 이 더러운 새끼....... 자신을 위해 먹을 것과 입힐 것을 예비하는 ‘아버님’의 은혜에도 할 줄 아는 거라곤, 음식을 똥으로 바꾸는 것과, 그보다 더 더러운 것을 입에 담는 것 밖에 못하는 무능한 잉여 유기물....... 지금 당장 이 유기물 덩어리를 본질에 충실한 형태로 바꾸어 주어야겠.......


“으음......”


제 품안에 안겨있던 거리의 아이가, 신음소리를 내었습니다. 저는 화들짝 놀라 그들을 몰아세우고 있다는 것도 잊어버리고 아이의 상태를 살폈습니다. 오 이런...... 제 서늘한 냉기에 아이의 입술이 파랗게 질렸어요. 이...... 이러면 아이의 상태가 위험하게 될 텐데...... 난감했습니다. 저 더러운 유기체들을 쓸어버리자니, 아이의 몸 상태가 그것을 견뎌낼 지가 의문이에요. 그렇다고 아이를 살리자니...... 저 더러운 극우 테러종자들에게 경종을 울리는 것을 멈춰야 하고 말이죠.


난감함에 하늘을 올려다보니...... 운터 브룩 쪽으로 양떼구름이 떠 있었습니다. 그 모습을 보노라니, 문득 ‘아드님’께서 공생애 기간동안 ‘바리사이’들과 얼굴을 붉혔던 일화가 떠올랐습니다. 창녀와 세금 징수인들과 같은 사회에서 천대받는 사람들과 함께 겸상하는 ‘아드님’을 보면서 바리사이들이 ‘저 치는 더러운 이들과 겸상한다’며 비웃자 ‘아드님’은 그들에게 ‘백 마리의 양을 가진 양치기가, 단 한 마리의 양을 잃어버렸다면, 나머지 아흔 아홉 마리의 양들을 들에다 두고, 한 마리의 양을 찾으러 산과 들을 헤매지 않겠냐’며 그들의 위선을 역으로 폭로해버렸지요.


애초에 잘못된 전제를 두고 갈등했어요. 사람의 목숨은 저울에 올려두고 잴 수 없는 것인데도 말이죠. 저는 홀가분한 마음으로 아우라를 꺼버렸습니다.


“.....저년 뭔가 달라졌는데?”

“그러게 말이야.”

“아까는 오줌 지리게 쏘아붙이던 독기가...... 갑자기 사그라든 것 같단말이지.”


그들의 수군거리는 소리를 듣노라니...... 무서운 생각이 스멀스멀 떠오르려고 하네요. 하하, 뭐...... 각오는 하고 있었지만...... 그래도 무서운 건 부정할 수 없겠는걸요?








Channel 1. 로키


내 생각이지만, 지붕을 타고 가는 건 탁월한 판단이었다. 거리에 몰려오는 사람들을 피할 수 있는 장점도 갖추고 있었지만, 위에서 아래를 내려다보는 각도로 움직이다보니, 상황이 어떤 식으로 흘러가는지 전체적으로 조망할 수 있었거든. 마부의 말마따나 블라우 브룩을 중심으로 인의 물결이 흘러나가고 있는 것이 확실해보였다. 저중에 PBRC가 섞여있을 수도 있고, 아니면 전부 다 PBRC일 수도 있겠지만....... 어느 쪽이건 간에, 수비대가 함부로 손을 대기 어려운 이유를 알 수 있었다. 저렇게 많은 수가 인종 차별적인 결사체에 가입한 마당에, 전원 체포하는 건 사실상 불가능한 일이다.


하지만 이 방식이 나의 기대치에 100퍼센트 부응을 할 수는 없었다. 굳이 따지자면...... 한 80퍼센트 정도는 만족하지만, 20퍼센트의 민원 요인이 내 마음에 걸렸다. 그것이 뭔고 하면


“으갸갸가가가가......”

“......”

“히익!”

“입으로 뛰냐?”


리겔쪽이었지 뭐. 녀석은 지붕과 지붕을 넘나 들 때 마다, 앓는 소리를 하며 구르고 깨졌거든. 신기한건 그렇게 앓는 소리를 하면서도 단 한 번도 발을 헛디디거나, 도약 거리가 모자라서 추락하는 일은 없다는 것이었다. 그래 뭐...... 초심자 치고 저정도면 잘하는 거라고 하자고. 그래도 히트맨 요원들과 비교했을 때, 기동성이 떨어지는건 사실이다.


“이 미친새끼...... 나가 너여?”

“애초에 고소공포증 없다고 말한건 너다.”

“아니 시펄, 고소공포증이란 단어를 적용하는데는 어느정도 사회적인 합의가 된 선이란게 있는거 아니냐? 이건 뭐 선을 넘어도 한참 넘...... 하아.”


리겔은 자신의 앞에 놓여진 다음 건물을 보자 한숨을 쉬었다. 음..... 그래, 저건 좀 거리가 되는군 그래. 녀석은 절망과 희망이 반쯤 뒤섞인 얼굴로 나를 바라봤다. 미안하지만, 굳이 골라야 한다면.......


“아 이건 못 넘어. 안댜.”

“이게 지름길이야.”

“그려 시펄 지름길이겄제. 5분 먼저 갈라다 한 50년 먼저 시원허게 가부리는.......”


리겔은 그 자리에 퍼질러 누워버리는 동안, 나는 우리가 있던 건물과, 반대편의 목표지점간의 거리를 어림해보았다. 그래...... 나도 어찌어찌 닿을 수는 있겠지만, 리겔같은 초심자한테는 확실히 무리겠구먼 여지껏 꽤나 운이 좋은 녀석이었는데. 그것도 여기까지인 모양...... 음. 잠깐만


“뭐혀 붕신아. 거의다 왔겄다. 그냥 여서부터는 걸어 가자.”

“잠깐만 기다려봐.”


마침 운이 좋았다. 가난한 사람들이 공동으로 주거하는 건축물인지, 이곳 지붕은 도에 지나치다 싶을정도로 굴뚝이 다닥다닥 세워져 있었다. 그렇다면...... 나는 시험 삼아, 그나마 튼튼해 보이는 굴뚝 두 개에 알기에바를 로프형태로 전개했다. 장력도......음 이만하면 나쁘지 않겠는데.


“뭐허냐. 얼릉 안내려가고.”

“나 한번 믿어볼래?”

“믿어? 뭐슬? 어? 어? 야 이 새꺄 뭐 허는거여 지금?”


나는 리겔을 붙잡아 로프에 단단이 고정시켰다. 녀석은 ‘설마 이새끼가.’라는 얼굴로 바둥거렸지만, 긴 시간 오버페이스를 한 그의 손은 아기 손 보다도 여렸다.


“쫄지말고 그대로 달려야 된다. 알았지? 쫄면 감속이 돼서 힘들어.”

“뭣헐라고! 아 잠깐 님! 님! 이건 아니제. 나 디진다고......이...... 씨벌새꺄!”

“타이밍 맞춰서 잘 뛰고. 그럼 반대편에서 보자.”

“야! 야! 고만..... 고만 해 새꺄! 이 개자석아! ......아이고 로선생님! 지발 살려주쇼. 야이 씨벌럼아. 개 씨벌새꺄. 나가 죽어도 니는 같이 델고 죽.......으아아아아!”


손을 놓자마자, 알기에바는 엄청난 인장력으로 원래 형태로 돌아갔고, 거기서 축적된 운동에너지를 그대로 이어받은 리겔은 그대로 지붕 끝까지 내달렸다.


“이 씨펄 호로 새끼야아아아아아악!”








Channel 2. 아이리스


나름 확신을 가지고 아우라를 꺼트리긴 했지만, 문제는 이세상 일이란게 동화책의 ‘그래서 그들은 행복하게 살았답니다.’로 끝나지 않는다는데 있어요. 그들을 유기물 덩어리로 만들지 않겠다는 내 각오를, 나를 둘러싼 저 악의에 찬 사람들에게는 호의로 느끼기 보다는 대항을 포기한 것으로, 즉...... 포식자에서 피식자로 입장이 달라졌다는걸 의미하게 되는 거거든요. 단순히 말하자면, 제 생사여부를 저에게 결코 호의적이지 않은 사람들의 손에 스스로 내맡겨버렸다는 것입니다.


저와 가까이에 있었던 이들은 제게 일어난 변화를 감지하고 수근거렸지만, 다행이도 저와 거리가 있었던 사람들은 아직까진 제 변화를 알아차리지 못했습니다. 저는 소리를 죽여 가며 침을 삼킨 뒤에, 아이를 안아들어 그곳을 떠나려 했습니다.


“비켜.”


서릿발 같은 차가움을 가장한 제 말에, 앞사람들은 움찔하며 자리를 터주었어요. 변화를 감지했지만, 제가 여지껏 보여준 모습이 잊혀 지지 않아. 인지부조화가 온 모양이었나 봅니다. 운이 좋다면, 이대로 모두를 속이고서 안전한 곳까지 갈 수도 있을 것 같아요.


사람들은 여전히 수군거렸고, 그 목소리가, 제 뒷목을 땅기게 만들었지만, 절대 티를 내선 안 될 노릇입니다. 제가 그들을 해칠 생각이 없다는 것을 들키는 순간, 모든 것이 끝나니까요. 한발자국 두발자국 걸음을 걸으면서 그들을 쏘아보았고, 사람들은 저를 동심원처럼 둘러싸긴 했지만, 다가갈 엄두도 못 내고 있었습니다. 거리를 어림해 보니 약 150걸음..... 그 중에서 열 걸음 까지만 남겨두더라도 저는......


“뭐 하는 거야? 왜 다들 멍청하게 얼 타고 있어?”


아..... 제발 닥쳐 좀.


미처 모든 상황을 지켜보지 못한 사람 하나가, 이 광경에 의문을 느낀 것인지 아니면 열통이 터진 것인지, 사람들을 향해 소리를 질렀습니다. 저는 떨리는 가슴을 숨기고 그를 뚫어질 듯 쏘아보았지만, 거리가 거리인지라 제 눈길이 그리고 그 속에 담은 의미가 그에게 닿지 못한 모양이에요. 뜻밖의 상황에 등 뒤로 땀이 흐르기 시작했습니다. 연극의 끝이 다가오고 있다는 것이 느껴졌거든요. 그가 퍼뜨리는 의문과 분노의 감정이 사람들을 잠식하기 전에 저는 이곳을 벗어나야 합니다.

하지만 동시에...... ‘너희는 한낱 유기물 덩어리에 불과하며, 내가 마음만 먹으면 너희들을 태초의 모습으로 돌리는 것은 어렵지 않은 일이다.’라는 메시지를 연기해야 해요. 걸음걸이를 도도하게 하느라, 속도는 여전히 더딘 반면, 저 사람이 터뜨리는 불리한 정보와 감정은 빠른 속도로 퍼져나갔어요.


하지만 한 가지 다행이라면 공격성의 기류가 물 컵을 서서히 채워갔지만, 아직 컵 밖으로 흘러넘치지는 않고 있다는 거에요. 더는 담을 수 없을 것 같은 양의 물이 컵을 채워도, 표면의 장력 때문에 의외로 쉽사리 넘치지 않는 것처럼, 저는 공격성의 물 위에서 아슬아슬한 줄타기를 하고 있는 형국이었습니다.


“왜 다들 저 여자한테 쫄아 있는 거냐고! 왜!”


저 망할 자식이 증오의 잔에 또다시 물방울을 떨어트리고 있습니다. 귀를 닫아야 해요. 저 말에 저까지도 흔들리고 있다는 것을 들켜버린다면 집어 삼켜지는 건 의외로 순식간일 겁니다. 귀는 막고, 눈은 치켜뜨고, 도도한 걸음걸이를 유지하는 것, 그것을 잊지 말아야 해요. 다행이..... 아직까지는......


“깡!”


그의 손을 떠나온 깡통이, 제 머리를 정통으로 맞혔습니다. 머리를 맞고 튕겨진 깡통은 바닥을 구르며 금속성의 소리를 내었고, 그것은 메아리가 되어 흩어졌어요. 그리고 그 메아리는 증오의 잔을 더욱 더 채워갔고...... 소금쟁이는 침을 꿀꺽 삼키며 다시 한 번 물 위로 발을 내딛었......


“저봐! 저년이 저걸 맞고도 가만이 있잖아! 쫄거 없다고!”

“.......하 씨발.”


그것을 신호로, 사람들의 손이 저를 덮쳤습니다. 그들은 제 머리채를 잡고, 옷을 잡아당기며, 발길질을 쏟아 부었어요. 제가 할 수 있는 거라곤, 그들의 폭력으로부터 아이를 지키기 위해, 제 온몸을 바치는 것밖에 없었습니다.


“크윽......”

“니가 뭐가 된다고 우리한테! 씨발련이...... 죽어! 죽으라고!”

“큭......”


솔직히 말해 지금의 심경을 말로 하자면, 그냥 아이가 죽든 말든 신경 쓰지 말고 아우라를 다시 전개해야 하나, 그래서 저 유기물 덩어리들을 정말 눈에 보이는 대로 다 조각조각 내버려야 하냐는 생각밖에 안들었어요. 하지만 아이를 끌어안다보니, 아이의 온기가 절절하게 제게 퍼져갔고, 아이의 숨소리가 제 귀에 작게나마 전해졌으며, 숨결이 제 볼을 타고 흘러갔습니다. 제가 제 몸하나 지키기 위해 아우라를 펼친다면, 이 작은 생명은 손짓하나 못하고 그대로 꺼져갈 판이었습니다.


저에 대한 그들의 조롱과 폭력으로 온몸이 다져지는 것 같았습니다. 어께며 팔뚝이며 등골이며 허벅지며 제가 느낄 수 있는 모든 부분의 감각이 비명을 질렀고, 이에서는 짠 맛을 내는 뜨거운 액체가 흘러내렸습니다. 아이의 이마에 저로부터 흘러나온 붉은 액체가 방울방울 떨어졌습니다.


“크흑! 컥!”

“나가 디지라고 이 씨팔ㄹ...... 으아악!"


폭력속에서 때아닌 산들바람이 부는가 싶더니, 저를 향해 폭력을 휘두르던 사람들 사이에서 비명소리가 들렸습니다. 그리고 그와 함께 산들바람은, 엄청난 폭풍으로 변해 제 주변의 모든 것들을 쓸어버렸어요. 얻어맞을 때에 비해서는 빈도와 강도가 훨씬 약해졌지만, 바람에 의해 날아가는 사람들이 곱게 날아가지 못하고, 저를 치며 날아가는 바람에, 저는 이 바람이 끝나길 기다리며 아이를 끌어안고 있었습니다. 대관절...... 무슨 일이 벌어지는거죠?


바람이 멎고, 더 이상 누군가의 발길질이 닿지 않는다고 생각할 무렵, 저는 고개를 들어 주변을 살펴봤어요. 넘어지고 깨져 신음하는 사람들 한가운데에 주설씨의 모습이 보였습니다.


“등증 끄즈 느그므 쓰블 스끄드르!”


그녀의 손에는 ‘쉐다르’가 들려져 있었고, 시위를 문 그녀는 사람들을 쏘아보며 엄포를 놓고 있었어요. 뭉개져셔 알아듣기 어려운 발음이었지만...... 의미를 전달하는데는 어려움이 없었던 모양이에요. 그녀의 말에 사람들이 슬금슬금 물러서려는 무렵......


“당신들을 집회 및 시위에 대한 법률 위반으로 체포합니다! 당장 끌고 가!”


알 샤인씨를 위시한 기사단원들이 완전무장을 갖추고, PBRC들을 체포하기 위해 움직이기 시작했어요. 하아...... 드디어 일이 끝나는가 봅......니......


“아이리스씨! 정신차려유! 오.....오매! 피! 어디 의사 없ㅅ......”


쉐다르의 시위를 놓고 저를 향해 달려오는 주설씨의 모습에 안도감을 느끼며 제 의식은 어두운 구멍속으로 떨어졌습니다.


이 작품은 어때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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69 고단한 아버지 - 02 18.07.04 106 0 30쪽
68 고단한 아버지 - 01 18.06.06 118 0 28쪽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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60 구름의 아이들 - 09 18.02.21 128 0 33쪽
59 구름의 아이들 - 08 +2 18.02.12 166 1 43쪽
58 구름의 아이들 - 07 18.02.02 149 1 34쪽
57 구름의 아이들 - 06 18.01.03 137 0 44쪽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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55 구름의 아이들 - 04 17.12.14 132 0 44쪽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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53 구름의 아이들 - 02 17.11.07 163 0 32쪽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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48 사막의 어금니 - 03 17.07.30 166 0 23쪽
47 사막의 어금니 - 02 17.07.20 194 0 24쪽
46 사막의 어금니 - 01 17.07.17 197 0 26쪽
45 당랑포선 황작재후 - 10 17.06.21 223 0 22쪽
44 당랑포선 황작재후 - 09 17.06.06 336 0 31쪽
43 당랑포선 황작재후 - 08 17.05.06 222 0 21쪽
42 당랑포선 황작재후 - 07 17.03.22 293 0 25쪽
41 당랑포선 황작재후 - 06 17.01.29 373 0 25쪽
40 당랑포선 황작재후 - 05 16.11.24 376 0 27쪽
39 당랑포선 황작재후 - 04 +2 16.11.07 610 1 22쪽
38 당랑포선 황작재후 - 03 16.10.18 543 1 25쪽
37 당랑포선 황작재후 - 02 16.09.26 561 1 25쪽
36 당랑포선 황작재후 - 01 16.09.11 494 0 30쪽
35 실마리 - 06 16.08.11 516 0 35쪽
34 실마리 - 05 16.07.21 575 0 30쪽
33 실마리 - 04 16.06.27 397 0 23쪽
32 실마리 - 03 16.06.09 393 0 28쪽
31 실마리 - 02 16.05.29 318 0 19쪽
30 실마리 - 01 16.05.23 467 0 13쪽
29 운터 브룩에서 - 04 16.05.22 301 0 12쪽
28 운터 브룩에서 - 03 16.05.08 462 0 28쪽
27 운터 브룩에서 - 02 15.11.04 528 0 21쪽
26 운터 브룩에서 - 01 15.10.10 478 0 11쪽
25 운터 브룩으로 가는 길 - 03 15.04.30 425 0 24쪽
24 운터 브룩으로 가는 길 - 02 14.07.18 620 0 19쪽
23 운터 브룩으로 가는 길 - 01 14.07.10 430 0 25쪽
22 뉴 빌리지와 뉴 빌리지 - 07 14.07.09 418 0 14쪽
21 뉴 빌리지와 뉴 빌리지 - 06 14.07.08 537 1 22쪽
20 뉴 빌리지와 뉴 빌리지 - 05 14.07.07 471 0 24쪽
19 뉴 빌리지와 뉴 빌리지 - 04 14.07.06 675 1 17쪽
18 뉴 빌리지와 뉴 빌리지 - 03 14.07.05 599 0 17쪽
17 뉴 빌리지와 뉴 빌리지 - 02 14.07.04 560 0 32쪽
16 뉴 빌리지와 뉴 빌리지 - 01 14.07.02 837 0 21쪽
15 운터 브룩과 무르짐 산맥 - 02 14.06.30 715 1 40쪽
14 운터 브룩과 무르짐 산맥 - 01 14.06.29 626 0 36쪽
13 이븐타운과 무르짐 산맥 - 03 14.06.28 571 2 43쪽
12 이븐타운과 무르짐 산맥 - 02 14.06.27 769 0 30쪽
11 이븐타운과 무르짐 산맥 - 01 14.06.26 519 0 14쪽
10 피아제와 비고츠키 14.06.25 567 0 13쪽
9 이스트 민스터와 이스트 민스터 - 05 14.06.24 700 1 45쪽
8 이스트 민스터와 이스트 민스터 - 04 14.06.23 349 0 37쪽
7 이스트 민스터와 이스트 민스터 - 03 14.06.20 512 0 32쪽
6 이스트 민스터와 이스트 민스터 - 02 14.06.19 384 1 10쪽
5 이스트 민스터와 이스트 민스터 - 01 14.06.14 592 3 23쪽
4 운터 브룩과 이스트 민스터 - 02 14.06.13 405 2 25쪽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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