내 피엔 마약이 흐른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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도모지
작품등록일 :
2020.08.21 00:57
최근연재일 :
2021.01.08 13:51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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20.09.19 15:49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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14화-방해꾼들

DUMMY

약속 시간 3분 전. 겨우겨우 안 늦게 약속 장소인 백화점 앞에서 미오와 만났다.



"오래 기다렸어?"


"한 두 시간 정도?"


"어? 우리 약속 시간까지 아직 멀었는데?"


"선배를 조금이라도 일찍 보고 싶어서요."



미오는 살짝 과하게 기뻐하며 그를 안으려 했지만, 진이 손가락으로 미오를 막았다.



"사람 많은 데서는 조금 자제하자."


"그럼 나중에 없는 곳에서는 해도 되죠?"


"그러던가."


"네. 그럼 나중...."



해맑게 웃던 미오의 얼굴이 단숨에 일그러졌다. 진을 뒤따라 온 이들을 봤기 때문이다.



"미오야. 하이. 오랜만이네?"


"미안. 방해는 안 할 테니까 이해 좀 해줘."



진을 혼자서 외출 보낼 수는 없어서 따라온 남매들이지만 미오의 눈에는 방해꾼 그 이상도 그 이하도 아니었다.


정말 빔이라도 나오기 직전의 눈빛에 몸에 구멍이 뚫리진 않았나 더듬어봤다. 그나마 진이 손을 잡아줘서 소리를 지르진 않았으니 망정이지.



"우리 엄청 노려보는데?"


"단 둘이 하는 데이트 방해하면 나 같아도 화내겠다. 하물며 미오잖아. 노려보는 것만으로도 다행이지."



진은 미오를 달래가며 그녀의 손을 이끌고 매장 안으로 들어갔다.



"무슨 일 있으면 연락해, 알았지?"


"알았어."



남매가 움직인 건, 두 사람이 들어간 지 1분 정도 지난 때였다.



"그렇게 네 명의 남녀는 각자의 데이트를 시작하게 되는 것이었다."


"한 번만 더 그딴 나레이션 넣었다간 진짜 죽는다."



친오빠랑 같이 하는 데이트? 농담으로라도 진짜 죽여 버린다.



**



미오는 오늘을 1주일 전부터 정말 간절히 기다렸다.


전에 흑막으로 보이는 여성을 잡아오자, 보기 드물게 미소를 지으며 자신의 머리를 쓰다듬으며 다음 주 주말은 같이 보내자는 약속을 잡았다.


어디어디를 갈까? 어떤 말을 할까? 밥은 어디서 먹을까? 그런 걸 열심히 조사해서 오늘 약혼자와 만났는데.



'오늘 왜 이러지?'



단 둘이란 걸 전제로 계획을 짰는데, 아까 남매들이 진을 지키러 온 것까지는, 그래 이해한다. 진의 체질이 체질이니만큼 위험에 쳐하기 쉬우니.



"아, 안녕하세요. 오랜만이네요."



근데 새하얀 언니는 왜 여기 있는 거냐? 대체.


자랑을 하긴 했지만, 설마 방해하러?



"난 그냥 옷 좀 몇 벌 사러 온 거니까, 너무 그렇게 보지 마요. 진짜 우연이라니까요."



의심의 눈초리를 수연을 지긋이 바라보다가 이내 눈빛을 거뒀다.



"그렇다면야.... 가요. 선배."



이번엔 미오가 손을 이끌고 진을 데리고 갔다. 눈길 한 번 안 주는 미오와는 달리 진은 수연을 스쳐지나가며 손을 적당히 흔들었다.



"잘 가."


"고생하세요."


"그럴게."



진과 미오가 옷을 사러 매장에 들어가는 것을 보며 수연은 모퉁이를 돌아서 아까부터 저들을 지켜보던 이들과 합류했다.



"몰래 따라다니는 거 되게 못하네요."


"....티나?"


"엄청요. 미오는 몰라도 진이는 100% 눈치 깠을 걸요?"



아나의 입술이 삐쭉 나왔다.



"있죠, 우리 괜히 진이 신경 쓰이게 따라다니지 말고 둘만 있게 해줘요."


"둘만? 괜찮을까?"


“나도 좀 걱정이지만, 오늘을 기다렸을 미오를 조금 배려해주자고요. 우리 후배잖아요.”


“....”



미오의 심정을 이해는 하지만 걱정되는 마음은 어쩔 수 없었다.



"왜, 둘이 뭐 불순한 짓 할까봐 불안해?"


"....조금은."


"....나도요."



아무리 봐도 저 둘은 친한 사이다.


아나는 헛기침을 내뱉으며 다시 분위기를 잡았다.



"한 명 정도는 붙어있는 게...."


"미오도 붙어있고 진이도 절대 무력하게 당하진 않겠지."



계속되는 하이드와 수연의 설득에 고민하던 아나는 결국엔 고개를 끄덕이고 말았다.



"하긴 진이랑 미오니까 괜찮겠지. 그럼.... 우리도 갈까? 쇼핑하러?"


"화장품? 옷? 아니면 밥부터?"


"선크림 떨어졌으니까 그것부터 사요."


“그럼 화장품부터. 잠깐이니까 괜찮겠지, 설마 별 일 있으려고.”



별 일 있기를 바라는 사람처럼 플래그를 수없이 꽂으며 쇼핑하러 올라간 남매들과 수연이었다.



**



미오와 진은 산책로에서 손을 잡고 산책을 즐기는 중이다.


단 둘이 쇼핑도 하고, 영화도 보고 밥도 먹으며, 오랜 시간을 함께 보내자 미오의 얼굴에는 웃음이 만개했다.


특히 미오의 옷을 사러 여성 의류 매장에 들어왔을 때, 진의 신체 사이즈를 묻는 점원들이 진이 남자라는 것을 깨닫고 사과하는 모습을 봤을 때는 정말 재밌었다.



"오늘 너무 좋았어요. 선배는요?"



미오는 진의 무표정한 얼굴을 보며 기대 반, 걱정 반 섞어서 물어왔다.


그리고 돌아온 대답은 전혀 예상 밖이었다.



"잘 모르겠어. 이런 데이트 같은 건 나도 처음이라서."


"어? 다른 언니들이랑은 데이트 안 해요?"


"항상 아까처럼 다른 사람들이 따라다녔거든, 이렇게 단 둘이 하는 건 난생 처음이야."



정말 보기 드물게 어쩔 줄 몰라 하는 진의 모습에 장난기가 발동한 미오였다.



"그럼...."



미오가 까치발을 서서 진의 귀에다 대고 속삭였다.



"내가 우리 서방 처음 가져간 건가?"



미오는 정말 장난으로, 저 무표정한 약혼자의 얼굴에 조금 더 파문이 이는 걸 보고 싶어서 해 본 말이었다.


하지만 진의 반응은 또다시 예상 밖이었다.



"....미안."



갑자기 도망이라도 치듯 진은 그 자리를 벗어나 화장실로 향했다. 미오의 말이 자신을 처음으로 강간한 그 여자가 했던 말과 너무나도 유사했던 탓에 순간적으로 구역감이 올라왔다.



"우웨엑....."



몰려오는 구역감을 이기지 못하고 변기에 속을 좀 게워냈다. 속을 비워냄과 함께 정신이 좀 진정되자 급격하게 부끄러움과 공허함이 몰려왔다.



'썩을. 아직도 이러네.'



벌써 10년 이상 지났는데도 그 때의 기억들이 영 떨어지질 않는다.



'오늘도 혼자는 못 자겠다.'



나이 먹고 할 생각이 아니란 건 알지만 어쩌겠는가? 무리는 무리인데.


세수를 하며 달아오른 얼굴을 식히자, 두고 온 미오가 걱정되기 시작했다.



‘최악이네. 나.’



데이트 상대를 혼자 두고 온 자신의 이기적인 모습을 탓하면서 미오에게 전화를 걸었다.


갑자기 두고 간 탓에 많이 삐졌는지, 전화를 받지 않는다. 순전히 진이 잘못한 거니 뭐라 할 말도 없고.


걱정되는 마음에 서둘러 화장실을 나와서 아까 헤어진 그 장소로 달려갔다.


없다. 어디로 갔지?


전화를 계속 해도 받질 않는다. 진짜 많이 화난 모양이다.


찾으러 가기 전에 선물이라도 하나 사야겠다. 조금 전 미오가 잠깐 흘겨보던 포켓몬 인형을 사서 매장 여기저기를 돌아다녔지만, 실마리도 찾을 수가 없다.



'집에 갔나?'



욕먹을 각오를 하고 미오의 집에 전화를 걸려던 순간, 낯선 목소리가 말을 걸어왔다.



"저기, 잠깐만요."


".....네?"



본능적으로 낯선 사람을 경계했다.



"아, 그게 두 분이 워낙 눈에 띄게 생기셔서, 조금 인상에 남았거든요."



두 분?



"혹시 여자 친구 분 찾으세요? 그.... 키 작고 회색 치마 입은 토끼 머리핀 하신 분이요."



정확히 미오의 인상착의가 나오자, 경계심이 조금 누그러들었다.



"어디 있는지 아세요?"


"아까 보니까 4층 주차장으로...."


"감사합니다!"



곧바로 4층으로 올라와서 주차장에 도착했다.


미오가 가끔씩 기분이 안 좋으면 구석에 쳐박히는 경향이 있다 보니 진도 크게 이상하게 여기지 않았다.


하지만 멀리서 미세하게 들려오는 소리.



"콜록! 콜록!"



거친 기침 소리와 쌕쌕거리는 호흡음이 진의 가슴을 졸이게 만들었다.


미오가 가진 여러 질병 중에는 천식도 있다. 그래서 매번 정량흡입기를 가지고 다니는데, 저렇게 기침이 심하다는 말은 진짜 무슨 일이 생긴 모양이다.


손가락 관절을 풀며 기침소리의 근원지인 가장 구석진 곳에 주차된 차들 쪽으로 달려갔다. 미오한테 무슨 일이라도 생겼다간, 미오한테는 물론 미오네 할아버지한테도 볼 낯짝이 없다.


다가갈수록 커지고 선명해지는 기침 소리에 진의 걱정도 점점 커져만 갔고, 이제 저 기둥만 돌면 미오가 있을 것이다.


기둥을 돌자 그곳에는 바닥에 쓰러져서 목을 부여잡고 힘없이 기침을 내뱉는 미오와 그녀의 주위에 서있거나 앉아있는 열 명의 남자들이 있었다.


하나 같이 건들건들 거리고, 자세가 영 삐딱한 게 좋은 사람 같아 보이진 않았다.


그 남자들은 진을 보자, 반가움인지 비웃음인지 의미 모를 미소만 지은 채, 멀뚱멀뚱 보기만 했다.


그들을 무시하고, 미오에게 다가가려는 순간 기둥 쪽에 기대고 있는 남자가 진의 어깨를 붙잡았다.


정리가 안 돼서 듬성듬성 난 수염이며, 한 쪽 입꼬리만 올린 기분 나쁜 웃음을 짓는 중년의 남자였다.



"네가 진 오디티냐?"



오만하기 짝이 없는 그 말에서 원래 목적이 자신이라는 것을 깨달았다. 우선 미오부터 구하기 위해 양손을 들어 올려서 충돌 의사가 없다는 것부터 밝혔다.



"나한테 용건이 있는 거라면, 우리끼리 해결하자고. 아니면 가방에 있는 흡입기라도 물려줘. 저 애 천식이 심하...."


"아, 천식이었어? 그래서 이거 들고 다녔구나?"



남자는 주머니에 넣어뒀던 미오의 흡입기를 꺼내서 진의 눈앞에 들어보였다. 흡입기를 든 중년인을 바라보는 진의 눈이 가늘어졌다.



"바닥을 기면서 돌려달라고 손 내뻗는 건 제법 재밌어서 사진 찍어놨는데 보여줄까?"



저게 이 남자 손에 있다는 말은 이놈들이 미오를 여기까지 데려와서 자신을 유도했다는 뜻.


미오가 그냥 끌려올 애도 아니고, 분명 증상이 나타나기 시작했을 때 흡입기를 뺏었을 것이다. 약이 없어서 미오가 괴로워하든 말든 전혀 신경조차 안 쓰고.



"표정이 왜 그래? 혹시 이거 필요해? 줄까?"


"....줬으면 좋겠는데."



슬슬 끓어오르지만 미오가 우선이니 일단은 한 번 참는다. 남자에게 손을 내밀었다.



"옜다. 받아라."



남자는 흡입기를 멀리 던져서 진의 뒤쪽에 있는 볼가에 흉터가 난 남자에게 던졌다. 흉터는 흡입기를 받아서 마치 장난감처럼 가지고 놀았다.



"이봐. 잘 좀 받아봐. 저 애 저렇게 힘들어하는 거 안 보여? 저러다 죽으면 다 네 탓이다."



누가 봐도 약이 오를 상황이었지만, 진은 꾹 참고 흉터에게 다가가서 손을 내밀었다. 당연하게도 순순히 줄 리가 없었다.


이번엔 흡입기를 미오에게 가까이 있는 귀걸이를 한 남자에게 던졌다.


귀걸이는 흡입기를 기침을 하는 미오의 입가에서 맴돌게 하며 미오와 진을 약 올렸다. 미오는 자신의 생명줄을 보고 손을 뻗었지만 귀걸이는 혀를 내밀며 흡입기를 바로 낚아챘다.



"어이쿠. 아깝다. 조금만 더 빨리 하지."



그렇게 말하고 다시 흡입기를 다른 동료에게 던졌지만, 거기까지였다.



"어?"



진이 아주 가볍게 날아가는 흡입기를 낚아챘다. 그 속도에 깜짝 놀란 귀걸이는 뒤로 한 채, 흡입기를 미오에게 물려줬다.



"스으으으으읍."



약이 목으로 넘어가자, 미오의 상태가 많이 호전됐다. 고비를 넘기고 정신을 차린 미오는 진을 올려다보더니 이내 울음을 터트렸다.


어릴 때 부모에게 버려진 것처럼 진에게도 버려진 줄 알고 많이 떨고 무서웠던 모양이다.



“죄송해요. 귀찮게도 안 하고, 이상한 장난도 안 치고, 말도 잘 들을게요. 그러니까....”


“난 너 절대 안 버릴 거니까 지금은 조용히 쉬어. 내가 괜찮다 할 때까지 가만히 있어. 알았지?”


“네....”



눈물을 닦으며 벽에 기대어 앉은 미오를 보자 조금은 안심이 됐다.


미오에게 전할 말도 전했겠다. 그럼 다음은.....



"청춘 드라마 나셨네."



진이 붙잡힐 차례다.


미오의 양 옆에 있던 귀걸이와 피어싱을 한 남자가 진의 양팔을 잡아서 묶었다. 부하들이 진을 붙잡자, 중년인이 진을 살펴보며 기분 나쁘게 웃으며 담뱃불을 붙였다.



"널 좀 보자고 하는 사람들이 있어서 우리랑 같이 좀 가줘야겠다. 뭐, 나쁘게는 생각마라. 우리도 돈 받고 하는 짓이니까. 아, 맞다. 그걸 빼놓을 뻔했네."



퍽!


담배를 물은 중년인은 갑자기 진의 복부에 주먹을 꽂았다. 그 충격에 몸을 반으로 접은 진을 내려다보며 중년인은 담배연기를 진의 머리에 내뱉었다.



"어른한테는 말을 높여라, 꼬맹아."



중년인의 말이 끝나자 부하들은 타고 온 승합차로 진을 옮겼다.



"저 여자애는 어쩔까요?"



미오를 지켜보던 한 남자가 대장인 중년인에게 물었다.



"그냥 같이 실어. 가면서 재미나 좀 보게."


“오우. 좋죠.”


"근데 이 새끼 완전 독종이네. 배에 주먹이 꽂혔는데도 신음 소리도 안 내고."


"뭔 상관이야. 어차피 거기 가면 살려 달라 빌 텐데."


"야야야. 시끄럽고, 빨리 끝내고 술이나 마시러 가자."



남자들이 작업 이후의 미래를 그리며 진과 미오를 끌고 가려는 사이, 진을 지키러 왔다는 이들은 지금.


아이스크림이나 사먹고 있다.



"진이.... 괜찮겠지?"



안 괜찮다.



"그거 벌써 여섯 번째 말하는 거 알아?"


"아무리 생각해도 너희 집 여자들은 전부 진이 과보호하는 것 같네요."


"내 말이! 아부지랑 나처럼 좀 자유롭게 풀어주고 그러란 말이야."


"....."



아나는 속없는 말만 늘어놓는 저 두 사람을 보며 아이스크림으로 걱정으로 달아오르는 속을 식혔다. 과보호라는 건 알지만, 걱정되는 걸 어쩌겠나.


거기다 수연의 입에서 과보호라는 말을 들으니까 어째 더 열 받는다.



“진이한테 무슨 일 생기면 나만 혼나는데.”


"너무 걱정하지 말라니까. 이 세상에 진이 이길 인간은 없다고."



다른 사람도 아니고 주방장인 렌이 공인한 사실이니 의심할 필요가 없다.



**



"하나만 묻자."



그 말은 남자들의 동료가 한 말이 아니었다. 접힌 몸을 들어 올리는 진이 한 말이었다.



"니들, 전부 인간이지?"



악마의 피인 진이나, 혈주 감혈을 가진 미오를 보고 입맛을 다시거나 냄새를 맡는 놈들이 없었다. 그렇다면 십중팔구 흡혈귀는 아니다.


확신에 찬 질문에 남자들의 시선이 진에게로 집중됐다. 복부에 제대로 주먹을 맞고도 너무나도 태연하게 입을 여는 모습에 놀라긴 했지만 거기까지다.



"어, 전부 인간이야. 근데 뭐 어쩌라고. 뭐가 달라지냐?"



하긴 흡혈귀라고 달라지는 것도 없지.



”궁금한 것도 많다. 야, 그 새끼 좀 조용히 시켜라."



중년인의 귀찮음이 섞인 명령을 수행하기 위해 피어싱이 고개를 끄덕이며, 진의 턱을 돌려버리기 위해 귀걸이에게 붙잡았던 팔을 넘겨줬다.


그러지 말았어야 했다.


진은 오른팔을 붙잡은 팔이 사라지자마자, 손을 뻗어서 피어싱의 머리채를 잡고 그대로 자신의 무릎을 갖다 박았다.



"푸헉!!!!"



코피를 흘리며 피어싱이 물러난 사이, 몸을 돌려 귀걸이의 머리에 박치기를 꽂았다.



"악!!!“



귀걸이는 부러진 코뼈를 더듬는 바람에 진의 팔을 놓치고 말았다.



**



"난 애초에 진이보다 그 놈한테 덤벼들 인간들이 더 걱정이다."


"그건 나도."



처음부터 흡혈귀를 상대하는 걸 상정해놓고 단련을 시켜놓은 탓에 진에게 싸움을 건 인간들은 기본이 골절을 깔고 간다.


본인이 일부러 힘 조절이나 타격부위를 조절 안하는 탓이 더 크다는 건 아직 모르는 남매들이었다.



**



구속이 풀린 진은 여전히 정신을 못 차리고 벽에 붙어있는 피어싱의 가슴 쪽을 달려가서 무릎으로 찍어버렸다.



"끄아아아악....."



으적! 하는 감촉이 진의 무릎을 타고 전해진다. 복장뼈부터 시작해서 갈비뼈까지 한 번에 부러졌다.



"이 새끼가!!!"



그대로 정신을 놓아버린 피어싱을 보고는 귀걸이가 코피를 줄줄 흘린 채 악에 받혀 달려들었다.



"뭐."



렌이나 밥의 주먹에 비하면 하품이 나올 수준의 주먹을 가뿐히 피한 후, 몸을 살짝 밀어서 벽에 붙게 만들었다.


이어지는 무자비한 귀싸대기.


저항할 때마다 한 대. 벽에서 떨어지려하면 또 한 대. 욕을 하면 또 한 대. 자길 노려보면 또 한 대. 생각해보니 또 기분이 더러워서 한 대 더.


짝! 짝! 짝! 짝! 짝!


주차장 안에 살이 찢어지는 소리가 울려 펴졌다. 한 10대 정도 맞으니, 볼이 완전히 찢어져서 멍이 들고 피가 흘러내렸다.


고통을 못 이긴 귀걸이는 무릎을 꿇고 진을 붙잡고 애원했다.



"그.... 그만. 아. 아파...."


"그래. 뺨은 그만 때릴게."



뺨은 말이다.


무릎을 꿇어서 적절한 높이에 놓인 귀걸이의 머리를 향해 돌려차기를 꽂아 넣었다.


쩍!!!!


무언가가 갈라지는 소리를 내며 눈을 뒤집고 그대로 쓰러지는 귀걸이를 보지도 않고 남은 인원에게 시선을 고정시켰다.



"오오오. 제법 하네?"



남자들은 자기 동료들이 얻어맞는 걸 재밌다는 듯이 지켜봤다. 진을 재롱 피우는 개처럼 보던 남자들 중 키가 가장 작은 난쟁이가 혼자 터덜터덜 진에게 다가왔다.



"근데 우리가 좀 바빠서."



난쟁이는 품에서 예리한 폴딩 나이프를 꺼내서 진에게 들이댔다.



**



"만약 칼 든 인간이면 어떡해? 다치기라도 했다간...."


"가방 안에 토마호크랑 권총을 들고 다니는데, 경찰한테 걸려서 테러범으로 몰리지 않을까가 더 걱정이네요."


"게다가 총이나 폭탄 아니면, 맨손으로도 이길걸?"



격투기 선수, 특수부대, 용병, 살인청부업자 출신이 널린 백사병의 흡혈귀 덕에 진의 전신은 이미 무기가 된 지 오래였다.



**



"왜 이리 설치냐고? 확 찔러 버리고 싶게아아아아악!!!!"



난쟁이의 말이 끝나기도 전에 진은 그의 손목을 빠르게 잡아서 반대로 꺾어버렸다. 인체 역학적으로 칼을 쥘 수 없게 된 난쟁이는 반항도 못하고 바로 주저앉았다.


땅으로 떨어진 나이프를 멀리 차버린 후, 그를 잡아당기며 인중에 힘을 실은 팔꿈치로 내려찍었다.


급소에 한 방. 의식은 그걸로 날아갔다.


난쟁이를 옆으로 던진 후, 특유의 무표정한 얼굴로 남은 인원들을 하나하나 훑었다. 마치 어떤 무기를 들고 있는지 어떻게 싸우는지를 훤히 다 들여다보는 듯한 눈빛에 남자들은 일제히 몸을 흠칫 하고 떨었다.


진은 남자들을 살펴본 후, 눈을 살며시 감았다 떴다.



"이 이상 피 보기는 싫은데?"



혹시나 해서 던진 질문이었지만 역시나였다.


다들 약속이라도 한 것처럼 일제히 무기를 꺼냈다. 칼, 도끼, 망치, 방망이 다양하기도 하다.


저들이 생각하기엔 아무리 그래도 맨 손인 인간 하나 상대로 무기를 든 장정들 7명이 질 거란 생각은 들지 않는 모양이다.



**



"적들 수가 많을 수도 있잖아."


"그래, 칼 든 놈들이 한 100명 정도 있으면 걱정 되겠네."


"10명 정도면, 뭐 상처도 안 나겠죠."



진이 고등학교를 다닐 때 미오를 건드린 인간들 20명 정도를 상처도 없이 아작 낸 기억이 아직도 선명한 하이드와 수연이었다.



**



남자들이 도망갈 기색을 보이지 않자, 진은 목과 손목, 발목을 돌리며 가볍게 몸을 풀었다. 미오 상태도 살펴볼 겸, 그냥 보내주려 했는데 지들이 가기 싫단다.



"뭐, 싫음 말고."



더는 대화를 할 필요도 생각도 없다.


아니, 대화는 필요하다. 단, 상대는 한 명만 있어도 충분하다. 그리고 그 한 명은 정해놨으니, 나머지 놈들은 필요 없다.


그러한 생각을 마친 진은 거침없이 눈앞의 적들에게 달려들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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