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Y.E.T.(Yame English Teache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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2020.08.22 20:15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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20.08.22 20:22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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김여사의 영어 조기 교육

DUMMY

내 아이는 이제 곧 초등학교 3학년이 된다.


내가 그다지 팔랑귀는 아니지만. 교육에서만큼은 주변의 속삭임을 무시할 수 없었다.


교육에 좀 관심 있다 하는 엄마들이 다 그렇듯, 나 역시 영어 조기 교육의 중요성을 일찍이 깨닫고, 남편의 반대를 물리쳐가며 우리 아이가 5살 때부터 우리 생활에 다소 버거운 교육비를 지불하면서 영어 유치원에 보냈다.


내가 선택한 영어 유치원은 "Only English"란 캐치프레이즈를 내세우며 오직 외국인들로만 구성되어 있어서 학원 내에서는 한국어를 전혀 쓰지 못하게 하는 곳이었다.


이런 곳이라면 왠지 우리 아이가 영어를 모국어처럼 잘 할 수 있을 것 같은 생각이 들었다.


T.O.가 얼마 남지 않아 서두르지 않으면 아이를 받을 수 없다는 상담실장의 속삭임에 나는 마음이 조급해져 남편과 상의도 없이 등록부터 했다.


그렇게 보내기 시작한 학원은 처음 내 계획보다 더 많은 비용을 요구했다.


학원비만 내면 다 해결될 줄 알고 너무 무리하지 않는 선이라, “어린애가 무슨 그런 비싼 학원이냐며 그런 거 다 여자들 치맛바람”이라고 조기교육에 회의적인 남편 몰래 어떻게든 보낼 수 있겠다 여기며 등록했는데, 교재비며 활동비 등 추가비용이 적잖게 나왔다.


내 남편은 현재 대기업의 과장이다.


남편과 사내 연애를 하면서 자연스럽게 퇴직의 압박에 부대껴서 결국 회사를 그만두었지만, 나도 한때는 잘나가는 엘리트 커리어우먼이었다.


남편의 수입이 적지는 않았지만 둘이 벌다가 혼자 벌게 되니 기존 씀씀이도 있고 해서 당연히 넉넉지 않게 되었고, 대학 졸업 이후 한 번도 무직이었던 적이 없는 내가 더 이상 경제활동을 하지 않는다는 괜한 자격지심이 생겨 돈을 허투루 쓸 수 없게 되었다.


나의 정체성이 직장인에서 전업주부로 전환되면서 생긴 약간의 낮은 자존감은 완벽한 육아에 대한 열망에 불을 지폈다.


나는 그렇게라도 내가 쓸모 있는 사람임을 증명하고 싶었는지도 모르겠다.


그런 바람으로 보낸 아들의 영어 유치원 비용 때문에 살림이 빠듯해지게 되었고, 구멍 난 살림을 메꾸기 위해 남편에게 자주 손을 벌리며 바가지를 긁게 되자 남편이 결국 폭발하고 말았다.


이 모든 사달이 영어학원비 때문임을 알고 화가 난 남편은 그동안 아들이 얼마나 대단한 것을 배웠는지 알아보기 위해 7살이 된 아이를 불러다놓고 기본적인 영어 회화를 시도했다.


나는 그때까지만 해도 아들이 오직 영어로만 말하는 학원에서 2년이라는 시간을 보냈으므로 보란 듯이 아빠와 영어로 이야기해 줄 것이라 철썩 같이 믿고 있었다.


그러면 나는 의기양양하게 그동안 나를 몰아친 남편의 콧대를 꺾고 나의 선택이 결코 틀리지 않았음을 증명할 수 있었을 것이었다.


"what did you do today?"

(오늘 뭐했니?)


"······."


"who is your favorite friend?"

(제일 친한 친구는 누구야?)


첫 번째 질문에 대답을 못해서 조금 의기소침해 있던 아들이 두 번째 질문은 알아들었는지 조금 밝아진 표정으로 말했다.


“James?”

(제임스?)


지나치게 단답이었지만, 틀린 것은 아니었으므로 남편은 다음 질문을 했다.


"why do you like him?"

(그 애가 왜 좋아?)


“응?”


남편의 표정이 조금 안 좋아졌다.


"why do you like him?"

(그 애가 왜 좋아?)


“······.”


남편이 한숨을 쉬고 다른 질문을 했다.


“what do you want to be when you grow up?”

(너 커서 뭐 되고 싶어?)


“Excuse me?”

(다시 말해주실래요?)


“what. do. you. want. to. be. when. you. grow. up?”

(너. 커.서. 뭐. 되.고. 싶.어?)


남편이 슬슬 화를 다스리는 것이 느껴졌다.


“Sorry?”

(죄송한데 다시 말해주실래요?)


아빠의 표정이 굳어져가는 것을 보며 아들의 표정도 조금씩 주눅들어가고 있었다.


“what······. do······. you······. want······. to······. be······. when······. you······. grow······. up······?”

(너······. 커······서······. 뭐······. 되······고······. 싶······어······?)


“Can you say that again?”

(다시 말씀해 주실래요?)


아이의 목소리가 점점 모기처럼 작아지는 것을 보고나니 나도 슬슬 회의가 들기 시작했다.


이 녀석은 2년 동안 도대체 뭘 배웠단 말인가!


마침내 화가 난 남편은 언성을 조금 높여서 말했다.


“너 영어로 할 줄 아는 말 아무거나 해봐!”


"Hi······? my turn······?"

(안녕. 내 차례야.)


아이는 아빠가 요구하는 것이 무엇인지 정확히 알 수 없는지 자신 없는 목소리로 작게 읊조렸다.


“아니 그게 전부야? 문장을 말하라고! 문장을!”


마침내 화가 폭발한 아빠의 얼굴을 본 아이는 사색이 되었지만, 그래도 무언가 생각난 것이 있는지 마구잡이로 말하기 시작했다.


“Can I get some water!

(물 먹어도 돼요?)

Can I go to the toilet?

(화장실 가도 되요?)

what time is it now?

(지금 몇시예요?)

what color is it?

(무슨 색이에요?)”


2년 정도 배우면 그래도 간단한 자기 의견 정도는 말할 수 있을 거라고 생각했던 것과는 달리 아이 입에서 나온 문장의 수준에 나도 실망스러울 지경이었다.


“당장 학원 때려 쳐!”


불같이 화가 난 남편의 외침이었다.


남편이 비록 화가 나서 한 말이긴 했지만, 나는 남편이 너무나 이해되었다.


나는 다음날 학원에 가서 아이가 학원에서 하루 종일 무엇을 하는지 알아보기로 했다.


혹시라도 학원이 나빠서가 아니라 애초에 내 아이의 그릇이 그것 밖에 안 되어서 그런 건 아닌지 확인해야 했다.


나는 무조건 남 탓만 하는 그런 교양 없는 여자가 아니었다.


내 눈으로 확인한 교실의 광경은 오직 외국인으로만 구성된 선생님들이 하는 수업인 것은 분명했지만, 그들은 수업시간 내내 아이들과 게임을 하며 놀고 있었다.


물론 게임을 통해 즐겁고 자연스럽게 영어에 익숙해질 수 있다면 아이들도 즐겁고 좋겠다는 생각이 들기도 했지만, 충격적인 것은 게임을 하는 내내 원어민 선생님들과 실제로 대화를 하는 아이들은 거의 없다는 사실이었다.


그나마 대화에 참여하는 몇 명의 아이들은 나도 아는 아이들로 해외에서 살다온 아이들이었으니 학원에서 잘 배워 말을 하는 아이들은 한명도 없는 셈이었다.


나머지 아이들은 기껏해야 어제 우리 아이가 아빠 앞에서 했던 “Can I get some water?”, “It's my turn." 정도의 문장을 말하는 것이 고작이었다.


실로 그동안 쏟아 부었던 돈이 너무 아까워지는 순간이었다.


나는 그날로 그 학원을 그만 두고 다른 학원을 알아보기 시작했다.


나는 영어 좀 한다하는 아이들의 엄마들의 소개로 요즘 한창 유행이라는 패턴 영어를 가르치는 학원을 가보았다.


그곳에서는 100개의 문장을 달달 외우면 그 문장을 응용해서 영어가 자유자재로 나오게 된다며 상담선생님이 입에 침이 튀기며 자랑을 했다.


가만히 듣고 보니 그도 그럴듯했다.


우리가 생활에서 쓰는 말의 유형이 뭐가 그리 많겠는가!


나는 주저 없이 바로 학원에 등록했다.


이 학원도 지난번 어학원처럼 학원비 외에 이런 저런 명목으로 들어가는 돈이 수월치 않았다.


그러나 100문장만 외우면 입이 트여 영어가 술술 나온다는 상담선생님의 말과는 달리 우리 아들은 정말 100문장만 달달 외웠다.


그것도 순서대로 외울 뿐 무작위로 물어보면 얼른 말하지 못했다.


화가 난 내가 항의를 하러 가자 그들은 처음에 말했던 것과 달리 그 위 심화반이 있다고 했다.


그 반은 그 100문장을 응용한 500문장을 배우는데 그것만 하면 웬만한 영어는 자유자재로 말할 수 있게 된다고 했다.


비용이 좀 더 추가되기는 하겠지만, 상담선생님이 워낙 자신 있는 투로 말을 한 데다 지금까지 한 것도 있는데 이제 와서 새로운 학원을 찾기보다는 그래도 한 번만 더 믿고 맡겨보기로 했다.


새로운 추가비용으로 부담스러워진 학원비에 금액대비 실력이 괜찮다는 소문이 최근 심심찮게 들려오는 ‘멘사 학원’을 한번 알아볼까 싶은 생각도 잠깐 들었지만, 그래봤자 동네 보습학원이고 싼 게 비지떡이지 싶은 생각을 지울 수가 없었다.


내가 그동안 영어에 투자한 비용이 있는데, 학습지보다 조금 나은 수준의 영어나 가르치려고 남편이랑 싸워가며 이렇게 아등바등한 것이 아니었기 때문이었다.


아들이 1학년이 되었을 때, 드디어 학교에서 여는 ‘영어말하기대회’에 나가게 되었다.


내가 아들에게 영어말하기대회에 참가하기 위해 제출할 에세이를 작성하라고 시켰을 때 나는 실망했다.


아들이 쓴 것은 도저히 에세이라고 보기 힘들었다.


내용이 앞뒤도 없고 그저 학원에서 외운 100문장 중 몇몇 문장을 나열해 놓은 것에 불과했다.


일단 시간이 촉박했던 나는 그동안 영어를 사용할 일이 없었던 탓에 조금 녹슬긴 했지만, 나의 모든 실력을 끌어 모아 아들의 에세이를 대신 작성해주고 외우라고 시켰다.


내가 비록 지금은 전업주부지만, 나도 한때는 수능에서 좋은 성적을 받아 일류대에 입학하고, 어학연수도 1년 다녀왔고, 우수한 토익점수로 대기업에 입사했던 재원이었으니까.


“와, 이거 꽤 잘 썼는데? 우리 아들 상 받는 거 아냐?”


내가 쓴 에세이를 본 남편은 그것을 내가 작성한 줄은 꿈에도 모르고 입상을 확신하며 칭찬을 아끼지 않았다.


나는 좀 뜨끔했지만, 좋은 게 좋은 거라고 생각하며 우선 그 상황을 넘겼다.


우리의 예상과는 달리 아들은 입상하지 못했다.


그것까지는 괜찮았다.


왜냐하면 내가 사는 동네는 교육열이 높아 수많은 어학원과 대형학원들이 즐비하고, 해외에서 살다온 애들도 수두룩했으니 그럴 수도 있겠다 싶었다.


그러나 입상한 아이들과 그 아이들이 다니는 학원에 대해서 듣게 된 나는 놀라지 않을 수 없었다.


처음 예상처럼 해외에서 살다온 아이들과 유명 어학원이나 대형 학원 출신들이야 그렇다 쳐도 입상명단에 떡하니 자리를 차지하고 있는 ‘멘사 학원’ 출신의 아이들은 어떻게 설명해야 할까?


나의 정보력에 의하면 그 학원은 불과 얼마 전까지만 해도 동네 보습 학원 그 이상도 이하도 아니었다.


입상한 학생 수도 얼마 되지 않았는데 거의 전 학년에 걸쳐 입상자가 있었다.


‘우리 아이가 영어를 배운지 얼마 되지 않아서 그렇겠지. 어차피 에세이도 내가 작성해 줄 실력이었으니······.’


지금까지 들인 막대한 비용과 시간도 아깝고, 남편 볼 낯도 없었으므로 내 선택은 옳아야 했다.


아직 우리 아들은 학원에서 주장한 500문장을 마스터하지 못했다.


그 과정을 수료하고 나면 상담선생님이 자신 있게 주장한대로 영어로 줄줄 말할 수 있게 되겠지.


나는 당장 눈앞의 결과만 좇는 성급한 여자가 아니었다.


2학년이 되어 또다시 영어말하기대회에 아들을 내보낸 나는 이번에야말로 우리 아들이 입상할 것이라고 굳게 믿었다.


왜냐하면 우리 아들은 학원에서 주장한대로 그 500문장을 달달 외울 정도가 되었으니까!


아들이 그 문장들을 기막히게 외우게 될 때까지 내가 얼마나 꼼꼼히 확인했는지는 눈물겨워서 차마 말로 다 할 수가 없었다.


그러니 이번 대회에서 그간의 교육의 효과가 나올 것이라고 나는 믿어 의심치 않았다.


그러나 대회의 결과는 다시 한 번 나를 당혹시켰다.


우리 아들이 또 입상을 못한 것이 문제가 아니었다.


내가 당혹한 이유는 아들과 같은 반에 있는 한 아이가 너무 잘했다는 것인데, 그 아이는 당연히 2학년에서 1등을 했고, 하필 또 ‘멘사 학원’에 다니는 아이였다.


나는 패턴영어 학원에 가서 심하게 따져 물었다.


상담선생님이 나에게 고정하시라고 하면서 100문장은 초급반, 500문장은 중급반인데 고급반인 3000문장 클래스가 있으니 그 반에 등록하라는 기시감이 드는 설명을 다시 시작했다.


‘이것들이 사람을 놀리나!’


나는 그만 열불이 나서 수업을 듣고 있는 아이를 불러내어 아이의 손을 낚아채듯 잡고 집으로 돌아왔다.




영어에 관한 질문을 댓글에 작성해주시면 선별하여 소설에 채택하여 사용하려고 합니다. 많은 참여 부탁 드려요^^


작가의말

안녕하세요?

본격 영어교육 로맨스 소설을 쓰게된 나불리스트입니다.

잘 부탁드립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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67 I wish 가정법, as if 가정법, 혼합가정문. 집밥 정 선생 21.04.30 30 1 11쪽
66 가정법 21.04.27 22 1 12쪽
65 산은 산이요 물은 물이다 21.04.21 25 1 11쪽
64 최종보스 공략전 21.04.16 27 3 11쪽
63 조동사, Battle 1:N 21.04.13 25 2 11쪽
62 그 남자의 관심사 21.04.09 21 1 11쪽
61 데이트 21.04.09 17 0 12쪽
60 현재, 진행, 과거, 현재완료 下 21.04.02 19 2 11쪽
59 현재, 진행, 과거, 현재완료 上 21.03.31 18 2 11쪽
58 오버 정용화 선생 21.03.25 15 2 11쪽
57 그럼 뭐 먹지? 21.03.23 19 1 11쪽
56 지각동사 下, 소개팅? 21.03.19 24 1 11쪽
55 무대, 사역동사, 지각동사 上 21.03.16 60 1 11쪽
54 탑골 미션 21.03.12 21 1 11쪽
53 마음이 흐르는 방향 21.03.09 18 1 11쪽
52 실력자 21.03.04 18 1 11쪽
51 테스트, 연습 21.03.03 20 1 11쪽
50 막무가내 YET 선생 21.02.26 24 1 11쪽
49 YET, 문제적 영작 21.02.24 28 1 11쪽
48 최 실장이 궁금한 그녀, 신현정 21.02.19 23 1 11쪽
47 PC 구하기 대작전 2 21.02.16 22 2 11쪽
46 PC 구하기 대 작전 21.02.05 42 1 11쪽
45 질문, 질문, 질문! 21.02.03 22 1 11쪽
44 부가의문문, 간접의문문, 도시락 21.01.28 26 1 11쪽
43 이게 학원이냐? 21.01.22 33 2 11쪽
42 정 선생의 도전기: 운전면허 21.01.20 25 1 11쪽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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