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Y.E.T.(Yame English Teache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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작품등록일 :
2020.08.22 20:15
최근연재일 :
2021.05.14 00:06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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글자수 :
365,104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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21.02.16 22:29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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11쪽

PC 구하기 대작전 2

DUMMY

그렇지만, 발로 뛰는 것도 뭐가 있어야 뛸 텐데 그저 막막하기만 했다.


그때 인터폰이 울렸다.


“이 근처나 번화가에서는 찾기 힘들 거니까 좀 벗어난 변두리 같은 데 가서 찾아봐!”


‘여보세요.’라고 말하기도 전에 먼저 수화기 너머로 들려오는 것은 다름 아닌 정 선생의 목소리였다.


“힘들겠지만 분명히 하나쯤은 있을 거야! 특히 전봇대 같은 데 전단지 같은 거 잘 보면서 다녀봐! 힘들겠지만 다 학원도 잘 되자고 하는 일이니까 사실 이건 네 일이기도 한 거다!”


“알아요!”


“비용은 500이하로 하고 더 깎을 수 있으면 그건 네 수완이니까 나머진 너 가져! 부탁해.”


전화는 내가 대답할 새도 없이 끊어졌다.


특별히 따로 처리해야하는 업무는 없었으므로 아주 일상적이고 평범한 업무들만 남아 있었다.


나는 그 일들을 상담실장에게 위임하고 차를 몰고 나왔다.


문득 정 선생이 어떻게 2~3일 내에 500만원을 만들겠다고 호언장담을 할 수 있는지 의문이 들었다.


말하는 뉘앙스로 봐서 대출은 아닌 것 같고, 어디서 벌어오기에는 2~3일 만에 500만원을 벌 수 있는 벌이가 무엇인지 짐작조차 되지 않았다.


땅이라도 팔려는 건가?


땅이 있다면 500만원일리도 없고 이렇게 뜬금없이 2~3일 만에 팔릴 리도 없을 것이다.


적금 만기라도 됐나?


단순히 그런 거라고 하기엔 수업을 하루 뺄 만큼 바쁜척하는 것이 이치에 맞지 않았다.


아, 몰라몰라. 난 그냥 형만 믿고 가는 거야!




이미 짐작했지만, 폐업한 PC방을 찾아내는 일은 쉽지 않았다.


문득 배가 고파서 시계를 보니 이미 상당한 시간을 거리에서 헤맸다.


변두리 주택가를 헤매고 다니는 터라 밥을 먹을 만한 적당한 식당을 찾기가 어려웠다.


편의점에서 김밥과 음료수를 사들고 차에 올라 주변을 두리번거리며 먹었다.


다시 다른 동네로 가 주차를 하고 정처 없이 헤매고 다녔다.


얼마나 열심히 동네 구석구석을 뒤지고 다녔는지 추운 겨울이었음에도 불구하고 이마에 땀이 송글송글 맺혔다.


오늘은 그냥 갈까?


해가 뉘엿뉘엿 넘어가는 것을 바라보며 낙심에 젖어있을 때 전봇대에 붙어 있는 하얀 종이 한 장이 내 눈을 붙잡았다.


미적 감각이라고는 눈을 씻고 찾으려 해도 도무지 찾을 수 없는 전단지 한 장.


흰 종이에 검고 굵은 고딕체로 ‘PC방 컴퓨터 처분합니다.’라는 문장과 연락처 하나만 달랑 쓰여 있는 전단지.


그러나 그것은 내가 그토록 찾아 헤매던 전단지였다.


나는 마치 사막에서 오아시스를 발견한 사람처럼 한달음에 전봇대로 달려가 전단지를 손에 넣었다.


다른 사람이 보면 안 되는 보물지도라도 되는 양 조심스럽게 떼어내 숨겼다.


나는 전단지의 연락처로 전화를 해서 위치를 확인한 후 바로 그곳을 찾았다.


전단지가 붙은 곳에서 얼마 안 되는 거리에 있는 PC방이었다.


허름한 상가 2층에 위치한 PC방은 상가와 운명을 같이했던 듯 간판이 낡고 헤져있었다.


좁은 계단을 올라가면서 ‘이 낡은 건물과 PC방 간판만큼 컴퓨터들도 다 낡아빠졌으면 어쩌지?’하는 걱정이 들기 시작했다.


외관과는 달리 깨끗한 내부의 PC방에 들어서자 40대 후반쯤 되어 보이는 남자가 카운터에서 고개를 빠끔히 내밀었다.


“아, 방금 전화했던 사람입니다. PC 구입 건으로.”


PC방 사장은 컴퓨터를 직접 보여주면서 CPU가 어떻고, 그래픽카드가 어떻고, 인문대 출신인 내가 도무지 알 수 없는 말들을 쏟아내기 시작했다.


“이게 심플해 보여도 최신 게임도 팡팡 잘 돌아가요.”


‘최신 게임도 팡팡 잘 돌아가요.’ 내가 유일하게 알아들을 수 있는 말에 나는 기쁨을 감출 수 없었다.


“가게 계약 기간이 얼마 안 남아서 빨리 처분하려고 싸게 주는 겁니다. 40만원 더 줘도 이런 사양은 못 구한다고요.”


예산보다 높은 가격 때문에 내가 망설이자 사장은 잔뜩 인상을 쓰고, 푸념을 늘어놓기 시작했다.


“우리 집 컴퓨터들이 오래 되서 게임이 잘 안돌아가서 손님이 떨어지나 싶어서 작년에 큰 맘 먹고 싹 갈아 넣은 컴퓨터들이거든요. 이거 다 간다고 돈이 얼마나 들어갔는데, 손님이 늘기는커녕 전기세도 안 나와서 장사 접는 거예요.”


우리 학원도 불과 얼마 전까지 비슷한 사정이었기 때문에 정말 남일 같지 않았다.


그럼에도 불구하고 우리의 예산은 대당 30만원 정도였기 때문에 마음을 단단히 먹었다.


“다 새거나 다름없어요.”


사장의 마지막 일침에 나는 더 눈물겹게 애걸복걸해야했다.


나는 내가 지을 수 있는 최대한의 불쌍한 표정을 지으며 얼마 전 까지 망해가던 학원에 대해 늘어놓았다.


그리고 이제 겨우 학원에 빛이 들게 해준 정 선생님이 컴퓨터 15대를 요구했고, 학원은 그 값을 치를 형편이 안 되어 그 빛과 같은 정 선생님이 자신의 전 재산 500만원을 투자해주었다고, 이 미션을 해결하지 못하면 마지막 빛인 그 선생님마저 우리 학원을 포기할거라고 거짓말을 조금 섞어서 최대한 불쌍하게 말했다.


한없이 불쌍한 표정으로 자신의 사정을 늘어놓던 사장의 눈이 불현 듯 동정 내지는 동질감으로 변했다.


“젊은 사람 한 명 살려주는 셈치고 대당 30만원에 팔아 주시면 안 될까요?”


나는 그 눈빛에 애절하게 달라붙으며 마지막 말을 얹었다.


사장이 한숨을 푹 내쉬었다.


“그럼, 그렇게 합시다.”


대당 30만원씩 15대의 가격을 치르면 450만원.


50만원이 남는다.


그렇다면 저런 쓸만한 컴퓨터 2대가 더 있으면 어떨까 싶은 생각이 들었다.


상담실과 내 사무실 컴퓨터도 사실 모양만 컴퓨터지 돌아가는 게 신기할 정도니까.


그 컴퓨터로 월급날 인터넷 뱅킹을 하고나면 득도를 한 내 자신과 만나곤 했다.


“혹시 컴퓨터 2대 더 해서 17대에 500만원 해주시면 안 될까요?”


안다! 나도 안다.


내가 지금 얼마나 염치없는 요구를 하고 있는지!


망한 가게에서 싸게 급처하는 컴퓨터를 대당 만원도 아니고, 10만원씩 깎은 걸로도 모자라 토탈 금액에서 10만원을 또 빼달라고 하다니!


그러나 그만큼 절박했다.


역시나 사장이 어이가 없다는 표정을 지었다.


그러나 나의 숨김없이 드러난 애절한 표정을 보더니 너털웃음을 터뜨렸다.


“그러십시다.”


“감사합니다!”


나는 그에게 거의 90도로 인사를 했다.


나는 장 기사에게 전화를 해서 학원 주소를 알려주자고, 사장 마음이 변하기 전에 근처 CD기로 가서 돈을 뽑아왔다.


내가 현금다발을 내밀자 사장은 조금 당황하는 눈치였다.


장 기사가 오자 학원 버스와 내 승용차에 컴퓨터를 나누어 싣고 학원으로 돌아왔다.


이미 모두가 퇴한 후라 장 기사의 도움을 받아 일단 학원 로비에 17대의 PC를 내려놓았다.


“장 기사님, 오늘 수고하셨습니다. 원래 하셔야하는 일도 아닌데.”


“도와줄 수 있는 일은 돕고 살아야죠.”


순하게 웃는 장 기사에게 나는 고개를 숙여 인사했다.


“퇴근 잘 하십시오.”


나는 즐거운 마음으로 상담실과 내 사무실에 컴퓨터를 한 대씩 옮겨놓고 201호로 향했다.


정 선생은 아직 무언가 일을 하고 있었다.


그런데, 그의 옆에 웬 여자가 앉아 있었다.


뒤태가 윤 선생은 아니었다.


어깨선까지 내려오는 단정한 생머리의 윤 선생과는 달리 저 여자는 허리까지 내려오는 갈색 머리가 우아하게 굽이굽이 웨이브 져 있었다.


비록 뒷모습만이긴 하지만 옷차림새도 단정한 윤선생과는 달리 뭔가 무척 세련되었을 것 같은 느낌이었다.


나한테 일 시켜놓고 여자랑 노닥거릴 정 선생은 아니니 무슨 사정이 있어서 부른 여자일 것이었지만, 무슨 관계의 여자인지 궁금증이 일었다.


나는 201호 문을 열면서 정 선생에게 말했다.


“형님! 형님말대로 컴퓨터 구했어요! 그런데 저렇게 많은 컴퓨터가 왜 필요한 거예요?”


“응! 그래 고생했어! 잠시만 요거 하던 거만 좀 마무리하고 이야기하자!”


정 선생은 내 얼굴은 보지도 않고 말했다.


여전히 내 얼굴을 보지 않은 채 고개만 까딱하며 말을 이었다.


“저기 족발하고 탕수육이랑 고추잡채 있으니까 소주랑 같이 먹고 있어!”


책상을 2개 붙여서 만든 식탁에는 신문지가 깔려있고, 그 위에는 아직 포장을 뜯지 않은 음식들이 있었다.


그래, 일!


도데체 무슨 일이기에 2~3일 만에 500만원을 만드는지 하루 종일 나를 궁금하게 했던 그 일의 정체를 알고자 정 선생의 뒤로 가 그의 작업을 관찰했다.


영어네, 영어. 그냥 다 영어네.


“형! 지금 뭐 하고 있는 거예요?”


“지금 번역 아르바이트 하고 있잖아! 바쁘니까 이야기는 좀 뒤에 하자!”


“아니 형이 번역도 했어요?”


“응! 대학교 때 잠시 대기업 번역 팀에서 아르바이트 했었는데 그 때 일 잘한다고 실장님이 가끔 일을 주곤 하셔.”


“대기업에서도 알바를 뽑아요?”


“그럼. 이쪽도 일이 몰릴 때가 있거든. 팀이 다 소화를 못 하면 할 정도로 많은 분량이 오면 알바를 쓰기도 하지. 알음알음 퇴사한 동료라던가 후배라던가 다 연줄 있는 알바지만. 이번에 갑자기 엄청난 분량을 빠르게 해야 되는 일이 있었다는 거야! 그래서 제일 빠릿빠릿 일 잘하는 나한테 제일 먼저 전화가 왔지.”


정 선생의 목소리에 왠지 모를 자부심이 서렸다.


“그래서?”


“그래서긴 뭐 그래서야! 보통은 쪼개서 여러 명한테 부탁하셨을 일이지만, 내가 실장님한테 급전이 필요하다고 기한까지 책임지고 무조건 다 해놓을 테니 나한테 다 달라고 했지!”


“그래서 다 받은 거예요?”


“실장님은 아무래도 무리라고 그게 가능하겠냐고 만류하셨지만, 기한내로 못하면 한 푼도 안 받겠다고 서약서 쓰고 받아왔어.”


뭔가 가슴이 뭉클해졌다.


“그런데 이게 받아놓고 나니 양이 엄청 나잖아! 그래서 얘까지 동원하게 된 거야!”


정 선생이 옆의 여자를 가리키자 그녀가 나를 힐끔 돌아보았다.


“야! 좀 있다 소개시켜줄 테니까 일단 신경 쓰지 말고 하던 것 마저 해! 이 페이지만 마무리 짓고 우리도 좀 먹자! 배고프지?”


정 선생이 그 여자를 향해 싱긋이 웃었다.


나는 그들의 뒤에 의자를 하나 빼들고 앉아 두 사람이 일하는 모습을 보고 있었다.


여자가 다리를 꼬고 앉았기 때문에 의자 옆으로 그녀의 빨간 하이힐이 눈에 들어왔다.


음식을 보자 시장기가 들었지만, 일하는 사람들을 두고 먼저 먹을 수는 없었다.


여자가 또랑또랑한 목소리로 영어를 쏼라쏼라 읽으면 형이 뭔가 타닥타닥 타자를 치고 있었다.


놀라운 점은 여자의 발음이 한국 사람이 영어 하는 것 같지 않고, 외국인이 영어를 하는 것 같다는 점과 형이 타닥타닥 자판을 두드리는 것이 다름 아닌 그 해석이라는 것이었다.


영어를 보면서 해석하는 것도 아니고, 여자가 영어를 쉬엄쉬엄 읽는 것도 아니고 그냥 쉼 없이 막 읽어대는데, 정 선생 역시 그것이 바로 해석이 되는지 쉼 없이 타닥타닥 자판을 두드리고 있었다.


그렇게 5페이지 정도의 영문을 번역하는데 고작 5분이 걸렸다.


정 선생도 정 선생이지만 이 여자는 정체가 뭐지?


그녀의 정체가 더욱 궁금해졌다.




영어에 관한 질문을 댓글에 작성해주시면 선별하여 소설에 채택하여 사용하려고 합니다. 많은 참여 부탁 드려요^^


작가의말

명절 잘 보내셨어요?

이 작품은 어때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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71 그 남자의 여자 21.05.14 13 2 12쪽
70 그녀들의 마음 21.05.12 13 1 11쪽
69 추억의 부루마블 21.05.07 12 1 11쪽
68 정 선생, 계획이 다 있구나. 21.05.05 19 1 11쪽
67 I wish 가정법, as if 가정법, 혼합가정문. 집밥 정 선생 21.04.30 30 1 11쪽
66 가정법 21.04.27 22 1 12쪽
65 산은 산이요 물은 물이다 21.04.21 25 1 11쪽
64 최종보스 공략전 21.04.16 27 3 11쪽
63 조동사, Battle 1:N 21.04.13 25 2 11쪽
62 그 남자의 관심사 21.04.09 21 1 11쪽
61 데이트 21.04.09 17 0 12쪽
60 현재, 진행, 과거, 현재완료 下 21.04.02 20 2 11쪽
59 현재, 진행, 과거, 현재완료 上 21.03.31 18 2 11쪽
58 오버 정용화 선생 21.03.25 15 2 11쪽
57 그럼 뭐 먹지? 21.03.23 19 1 11쪽
56 지각동사 下, 소개팅? 21.03.19 24 1 11쪽
55 무대, 사역동사, 지각동사 上 21.03.16 60 1 11쪽
54 탑골 미션 21.03.12 21 1 11쪽
53 마음이 흐르는 방향 21.03.09 18 1 11쪽
52 실력자 21.03.04 18 1 11쪽
51 테스트, 연습 21.03.03 20 1 11쪽
50 막무가내 YET 선생 21.02.26 24 1 11쪽
49 YET, 문제적 영작 21.02.24 28 1 11쪽
48 최 실장이 궁금한 그녀, 신현정 21.02.19 23 1 11쪽
» PC 구하기 대작전 2 21.02.16 23 2 11쪽
46 PC 구하기 대 작전 21.02.05 42 1 11쪽
45 질문, 질문, 질문! 21.02.03 22 1 11쪽
44 부가의문문, 간접의문문, 도시락 21.01.28 26 1 11쪽
43 이게 학원이냐? 21.01.22 33 2 11쪽
42 정 선생의 도전기: 운전면허 21.01.20 25 1 11쪽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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