표지

Y.E.T.(Yame English Teacher)

웹소설 > 일반연재 > 로맨스, 일반소설

연재 주기
나불리스트
작품등록일 :
2020.08.22 20:15
최근연재일 :
2021.05.14 00:06
연재수 :
71 회
조회수 :
2,978
추천수 :
87
글자수 :
365,104

작성
21.03.04 23:59
조회
16
추천
1
글자
11쪽

실력자

DUMMY

연설의 초반부는 그가 설명문 같다고 말한 부분으로 아나운서가 시청자에게 정보를 제공하는 느낌으로 했고, 중반부터는 우리의 조상들이 어떻게 일본의 침략에 맞서 싸워 그들을 이겨내었는지에 대한 설명이었는데 그의 어투의 비장함이 가슴을 울컥하게 했다.


그중에서 내가 단순히 ancestor(조상)이라고 써놓은 것을 목소리를 점점 강하게 하며 ‘our father, our grand father, our grand-grand father and grand······grand······grand······.’라고 바꾸어 말했다.


그런 표현이 사람의 감정을 저 밑바닥부터 끌어올려 극대화하기 위한 기술이라는 것을 깨닫자 단순히 영문법만 잘하는 사람이 아니라는 생각이 들어 존경심이 싹트기 시작했다.


글의 후반부인 일본이 자본력과 국제사회에서의 그들의 높은 위치를 이용하여 독도를 차지하기 위해 어떤 로비활동을 하는지, 교과서 왜곡 등 자국 내에서의 노력, 그에 반해 상당히 소극적으로 보이는 우리나라의 태도에 대한 이야기를 할 때는 그에 어울리도록 위기감이 고조되는 어투를 선택하는 것이었다.


이 사람은 단순히 영어만 잘하는 사람이 아니었다.


적당한 쇼맨십과 연기력까지 두루 갖춘 참된 실력자였다.


우리의 싸움이 결코 쉽지 않을 것이고, 많은 시간을 필요로 할 것이지만, 결코 우리는 그들에게 무릎 꿇지 않을 것이라는 결론부에서는 표정과 목소리, 어투가 모두 비장하기 짝이 없었다.


이순신 장군께서 ‘죽고자 하면 살고, 살고자 하면 죽을 것이다.’라는 말을 딱 저 분위기로 했을 것 같다는 생각이 절로 들었다.


“It is possible for you to be afraid.”

(당신들이 두려움을 느낄 수도 있습니다.)


“But, Remember. They always try to defeat us in a long history.”

(그러나 기억하십시오. 그들은 긴 역사동안 언제나 우리를 쓰러뜨리려고 노력했습니다.)


“One thing to remember.”

(한 가지만 기억하세요.)


“We are Proudly standing right here!”

(지금 이렇게 자랑스럽게 서 있으며)


“We have been fighting against them,”

(우리는 계속해서 그들과 싸우고 있지만,)


“We are still alive!”

(우리는 여전히 살아있다는 것입니다.)


마치 사자후와도 같은 쩌렁쩌렁한 마무리에 나도 모르게 감동이 밀려와 눈물이 찔끔 나왔다.


내가 쓴 글이 이렇게 훌륭했단 말인가!


아니, 이렇게 훌륭하게 표현될 수 있단 말인가!


나도 모르게 기립박수를 치며 잠시 혼이 나간 것처럼 그의 얼굴만 바라보고 있었다.


이 남자! 멋!지!다!


그는 다시 그 가볍기 짝이 없는 방글방글 표정으로 돌아와 의자에 털썩 주저앉았다.


“야! 연설은 이렇게 하는 거야!”


“······!”


“이걸 목표로 할 건데! 일단 원본부터 외워야겠지!”


나도 모르게 세차게 고개를 끄덕였다.


“그러니 다 외웠다고 생각되면 그 때 다시 연락해!”


그가 내민 쪽지에는 음성채팅이 가능한 사이트와 그의 닉네임이 적혀 있었다.


나는 쪽지를 물끄러미 바라보면서 물었다.


“그런데 전부터 궁금했는데, 왜 닉네임이 YET예요?”


“그게 왜?”


“보통 부사를 닉네임으로 쓰는 사람은 없으니까, 무슨 의미가 있나 싶어서.”


“그거 부사 아닌데?”


“그럼 약어예요? 이니셜인가?”


나의 추측에 그는 아무런 대답 없이 빙긋이 웃기만 했다.


“Y? 윤! E? T? E는 어떤 글자가 가능하지? 은······? T는 태······? 윤은태? 아니면 유씨인가? 유은택?”


그는 팔짱까지 끼고 방글거리고 있었다.


“내 이름 이니셜로 결정 난거야?”


“그럼 아니에요?”


“현정아! 잘 듣고 따라 해봐!”


그는 내 질문에는 답을 주지 않고 갑자기 나에게 영어 따라하라고 했다.


아, 선생님 이름 알고 싶은데!


“Why do I always have to make my bed. 자 따라 해봐!”


마음이 콩 밭에 가 있기도 하고, 갑자기 따라 하려니 어색해서 약간 우물쭈물하자 그가 방실방실 웃으면서 내 어깨를 툭 쳤다.


“괜찮아! 자신 있게 해봐!”


“왜 이렇게 일찍 자러 가야해요? 뭐 대충 이런 뜻이에요?”


“뜻을 말하라는 게 아니고 내가 말한 문장을 영어로 말해보라고!”


“······.”


“일단 네가 ‘why’랑 ‘bed’는 들은 것 같네. 다시 말해줄게 잘 들어봐! Why do I always······ have to······ make my bed!”


“Why I always········· make my bed? 그런데 ‘make my bed’가 무슨 뜻이에요?”


여전히 내 질문은 쇙깐다.


“잘했어. 이제 좀만 하면 되겠다. 잘 들어봐! Why······ do······ I······ always······ have to······ make my bed! 이젠 다 들었지?"


그는 마치 슬로우 비디오를 돌리는 것처럼 아주 천천히 시작해서 조금씩 속도를 올려가며 문장을 반복해서 들려주었는데, 마지막에는 원어민과 같은 속도로 들려주었다.


“아, 그리고 ‘make one’s bed‘는 침대정리하란 뜻이야!”


불현 듯 생각난 듯, 내 질문에 대한 답을 주고 다시 문장을 반복했다.


놀라운 것은 전체 문장의 속도만 조절하는 것이 아니라 단어 간의 속도도 다르게, 즉 어떤 것은 빠르고 약하게 어떤 부분은 느리고 강하게 강약조절을 하면서 문장을 말했다.


문장을 가지고 논다는 것은 이것을 두고 하는 말인가?


“핸드폰 좀 줄래?”


“······?”


내가 핸드폰을 건네자 녹음 기능을 켜서 조금 전에 보여주었던 여러 가지 패턴의 문장들을 녹음해주기가지 했다.


“현정아 집에 가면 원본 외우면서 꼭 이 문장 여러 번 연습해봐!”


“······!”


“속도에 따라 또 문장의 강약 조절도 따로 연습하는 거야. 한 30분 정도씩 입이 아프도록 연습한 후에 원본을 외우는 거다, 알았지?”


나는 고개를 주억거렷다.


“그러면 너의 연설이 기지개를 펴면서 슬슬 힘을 받을 테니 연습 게을리 하지 말고.”


나는 무슨 보물을 받듯 내 핸드폰을 받아들었다.


“이제 천원 값 해야지?”


천원 값? 천원?


그는 노래방책도 들여다보지 않고 주저 없이 번호를 눌렀다.


맞다! 내가 노래 두 곡 부르라고 천원 줬었지.


연설에 미쳐서 까맣게 잊고 있었네.


그가 고른 곡은 ‘부활’의 ‘Lonely Night’이었다.


이거 엄청 어려운 곡인데?


남자애들이 멋져 보이려고 저 곡 골랐다가 결국 객기만 부리고 내려놓는 곡인데!


지들은 잘 불렀다고 생각하지만, 듣는 여자들 눈에는 습기 차는 곡인데!


그래서 사실 들을 때마다 짜증나는 곡인데······.


“이런 시간엔 더 그리워~~♫ 홀로 남는 이순간~~♫”


시작은 뭐······. 곧 첫 번째 위기의 순간이 찾아왔다.


몇몇의 남자애들이 무릎 꿇고, 대부분의 남자애들이 음이탈의 징조를 보이는 이 부분!


“이유라면 이유일 순 있지만 나는 알 수 없는 걸~~♫”


내 걱정과는 달리 그는 조금의 흔들림도 없이 잘 소화해 냈다.


오! 좀 하는데? 그러나 방심하기는 이르지. 곧 2차 위기가 올거니까.


대부분의 남자애들이 고음에 바이브레이션까지 소화할 수가 없어서 그저 소리만 빽빽 지르다가 성대가 맛툉이 가는 구간이 다가오고 있었다.


“Lonely night Lonely night~~♫ 떠나던 그 모습이 남았던~~♫ Lonely night so Lonely n~~~ight. 기억속에 남은 모습으로~~♫”


내 예상과 달리 이 부분도 무난히 정도가 아니라 너무도 자연스럽게 바이브레이션까지 소화해내었다.


이거 좀 하는 정도가 아닌데?


이제 마지막 이 노래의 최고 난이도 구간만이 남아 있었다.


이 노래의 클라이맥스가 다가오고 있었던 것이다.


지금까지와 비교했을 때 음의 높이는 크게 차이나지 않지만, 문제는 어렵고 높은 구간을 반복해서 불러야한다는 것이었다.


그것도 많이······.


한 두 번이야 전력을 다 해 해낸다고 치더라도 문제는, 그 한두 번에 전력을 대해버려서 계속해서 그 높이의 음을 낼 수 없게 된다.


계속해서 쥐어짜 그 소리는 내고 나면 이 곡이 그 사람에겐 노래방 마지막 곡이 된다는 마의 구간!


나는 나도 모르게 숨죽이며 들었다.


“Lonely night Lonely night~~♫ 떠나던 그 모습이 남았던~~♫ Lonely night so Lonely n~~~ight. 기억속에 남은 모습으로~~♫ Lonely night Lonely night~~♫ 떠나던 그 모습이 남았던~~♫ Lonely night so Lonely n~~~ight. Lonely night~~♫ Lonely night~~♫ Lonely n~~~~ight.”


흠잡을 데 없는 실력이었다.


물론 그가 연설을 직접 보여주었을 때 이미 그에 대한 적개심 대부분 해소된 상태였다.


그렇지만 노래도 이렇게 완벽하게 소화할 수 있을지에 대해서는 솔직히 ‘글쎄!’였다.


“선생님! 선생님 지금 당장 홍대에 가서 무대에 서셔도 완전 인싸 되실 것 같은데요?”


나의 진심어린 칭찬에 그는 슬며시 웃기만 했다.


“와! 소름 돋아! 제가 무대 마련해 드릴 테니 언제 같이 공연한번 하실래요?”


“난 노래는 그냥 내 인생을 풍족하기 위한 도구일 뿐 먹고 사는 것은 영어야!”


나의 흥분된 마음과 달리 그는 꽤나 무덤덤하게 말했다.


나는 그와 헤어진 후 지하철에 오르자마자 핸드폰을 켜고 이어폰을 끼고 아까 그가 녹음해준 음성 파일을 듣기 시작했다.




***




“그래서 그 이후에 어떻게 됐어요?”


나는 궁금함을 참지 못하고 현정에게 조르듯이 물었다.


“야! 그건 나중에 또 이야기하고 작업 마무리해야 되거든?”


정 선생이 대화를 잘랐다.


“너는 남은 음식 마무리 짓고 뒷정리 좀 해줄래?”


그리고 현정을 데려다가 다시 자리에 앉혔다.


“아까 우리 여기까지 했지? 자 이제 다시 달려볼까?”


정 선생은 양손에 깍지를 낀채 기지개를 한번 키더니 예의 그 빠른 타자를 치기 시작했다.


나는 남은 음식과 소주를 한 잔 하면서 현정의 예쁜 목소리에서 나오는 멋진 영어발음을 감상하고 있었다.


저런 목소리라면 노래도 분명 수준급일 것이다.


언제 한 번 개인적으로 꼭 그녀의 노래를 들어봐야겠다고 생각했다.


생각만 해도 가슴이 뛰었다.


그렇게 한 시간이나 지났을까, 정 선생이 현정을 보며 말했다.


“현정아 힘들지? 이제 한 시간 분량 남았네? 잠시만 쉬었다 가자!”


현정도 허리를 좌우로 틀며 스트레칭을 했다.


“최 실장? 나랑 현정이 소주 한 잔씩만 줄래?”


“현정씨는 맥주가 더 낫지 않아요?”


내가 현정을 챙기듯이 묻자 정 선생이 킥킥거렸다.


“얘 완전 주당이야! 그냥 소주로 줘! 글라스로 줘도 먹을 애야!”


나는 소주를 가져다 정 선생과 효정에게 건네주었다.




영어에 관한 질문을 댓글에 작성해주시면 선별하여 소설에 채택하여 사용하려고 합니다. 많은 참여 부탁 드려요^^


작가의말

세이프

이 작품은 어때요?

< >

Comment ' 0


댓글쓰기
0 / 3000
회원가입

Y.E.T.(Yame English Teacher) 연재란
제목날짜 조회 추천 글자수
71 그 남자의 여자 21.05.14 12 2 12쪽
70 그녀들의 마음 21.05.12 12 1 11쪽
69 추억의 부루마블 21.05.07 12 1 11쪽
68 정 선생, 계획이 다 있구나. 21.05.05 18 1 11쪽
67 I wish 가정법, as if 가정법, 혼합가정문. 집밥 정 선생 21.04.30 30 1 11쪽
66 가정법 21.04.27 22 1 12쪽
65 산은 산이요 물은 물이다 21.04.21 25 1 11쪽
64 최종보스 공략전 21.04.16 25 3 11쪽
63 조동사, Battle 1:N 21.04.13 25 2 11쪽
62 그 남자의 관심사 21.04.09 21 1 11쪽
61 데이트 21.04.09 17 0 12쪽
60 현재, 진행, 과거, 현재완료 下 21.04.02 19 2 11쪽
59 현재, 진행, 과거, 현재완료 上 21.03.31 18 2 11쪽
58 오버 정용화 선생 21.03.25 15 2 11쪽
57 그럼 뭐 먹지? 21.03.23 19 1 11쪽
56 지각동사 下, 소개팅? 21.03.19 23 1 11쪽
55 무대, 사역동사, 지각동사 上 21.03.16 60 1 11쪽
54 탑골 미션 21.03.12 21 1 11쪽
53 마음이 흐르는 방향 21.03.09 18 1 11쪽
» 실력자 21.03.04 17 1 11쪽
51 테스트, 연습 21.03.03 19 1 11쪽
50 막무가내 YET 선생 21.02.26 23 1 11쪽
49 YET, 문제적 영작 21.02.24 28 1 11쪽
48 최 실장이 궁금한 그녀, 신현정 21.02.19 22 1 11쪽
47 PC 구하기 대작전 2 21.02.16 22 2 11쪽
46 PC 구하기 대 작전 21.02.05 42 1 11쪽
45 질문, 질문, 질문! 21.02.03 22 1 11쪽
44 부가의문문, 간접의문문, 도시락 21.01.28 25 1 11쪽
43 이게 학원이냐? 21.01.22 33 2 11쪽
42 정 선생의 도전기: 운전면허 21.01.20 25 1 11쪽

구독자 통계

신고 사유를 선택하세요.
장난 또는 허위 신고시 불이익을 받을 수 있으며,
작품 신고의 경우 저작권자에게 익명으로 신고 내용이
전달될 수 있습니다.

신고

'나불리스트' 작가를 후원합니다!

  • 보유 골드: 0 G