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Y.E.T.(Yame English Teache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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나불리스트
작품등록일 :
2020.08.22 20:15
최근연재일 :
2021.05.14 00:06
연재수 :
71 회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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2,972
추천수 :
87
글자수 :
365,104

작성
21.03.23 23:11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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18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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글자
11쪽

그럼 뭐 먹지?

DUMMY

“그럼 뭘 먹지?”


“이 근처에 아는 데 없는데······.”


경은이와 하연이가 팔짱을 끼고 한참동안 고민했다.


훈민, 윤 선생, 현진은 가만히 서서 그 둘의 결정만을 기다리고 있었다.


경은이와 하연이가 이런식으로 시간을 낭비하게 내버려 두는 것은 내 스타일이 아니었다.


게다가 지금 이시간은 어찌되었든 훈민과 현진을 엮어야 하는 소중 한 시간인데, 이렇게 흘려보낼 수는 없었다.


경은이와 하연이의 환심을 살만하면도 조용하고 로맨틱한 소개팅의 현장이 되어줄만한 곳을 기억해내야 했다.


나는 재빨리 핸드폰 어플을 뒤져 한 번도 가보지는 못했지만, 너무 유명해서 양식의 양자도 모르는 나마저 이름을 알고 있는 ‘스테이크하우스’를 검색했다.


이 근처에 있다는 소리를 언젠가 들은 적이 있었기 때문이었다.


아니나 다를까 그리 멀지 않은 곳에 있었다.


나는 경은이와 하연이에게 핸드폰을 보여주며 말했다.


“경은아! 하연아! 너희 이런데 좋아하지? 어때? 여기 갈까?”


“네! 좋아요!”


“간만에 스테이크 좀 씹겠는데?”


경은이와 하연이는 눈에 띄게 밝은 표정이 되었다.


“현진씨도 괜찮으세요?”


훈민이 다정한 목소리로 말했다.


“현진씨? 나한테는 첫날부터 통성명하고 바로 이름 부르고 말 놓더니, 얘한테는 왜 이렇게 예의바르게 구실까?”


윤 선생이 훈민에게 짓궂은 어조로 다그쳤다.


“너랑 같냐?”


훈민이 웃는 낯을 한 채 낮은 소리로 으르렁 거렸다.


“현진이는 예쁘고 날씬하다 이거야?”


평소 윤 선생답지 않게 시비조였지만, 얼굴은 장난기로 가득 찼다.


이 여자가 이런 표정도 있구나 싶었다.


“그걸 말이라고 해?”


훈민이 윤 선생을 얄밉게 쏘아보고는 달리다시피 빠른 걸음으로 앞장서는 나아가는 경은이와 하연이 뒤로 현진을 다정하게 이끌었다.


나는 살짝 약이 올라 현진과 훈민의 뒤를 따르려는 윤선생의 손목을 낚아채고 낮은 소리로 속삭였다.


“눈치 없이 왜 끼어들고 그래?”


사실은 윤 선생과 오붓하게 걷고 싶어서 그런 거였지만, 윤 선생은 그런 낌새를 조금도 눈치 채지 못하고 방실방실 웃으며 내 옆에서 걸었다.


조금 전 행동이 매우 자연스럽고 적절했다고 스스로에게 칭찬해 주고 싶었다.


“너무 부담되지 않아요? 이 인원이면 액수도 꽤 나올 듯한데! 그렇다고 아직 학생 수도 얼마 없는 이 선생한테 부담 주는 것도 마음 편치 않고!”


윤 선생이 조용히 걱정 어린 말투로 말했다.


“뭐가 걱정이야? 윤 선생 돈 많이 벌잖아! 오늘은 우리 둘이 같이 계산하지 뭐! 일단은 내가 카드로 계산할 테니 나중에 윤 선생이 반 갚아. 어때?”


“좋아요.”


윤 선생은 무척이나 쿨하게 승낙했다.


이조차 내가 혼자 다 낼 수도 있었지만, 괜히 이걸 핑계 삼아 윤 선생과 한 번이라도 더 만나기 위한 속셈이었다.


이 역시 너무 자연스러워 윤 선생은 전혀 눈치 채지 못할 것이 분명했다.


가장 후발 주자였던 윤 선생과 내가 당도하자 경은이와 하연이가 이미 들어가서 자리를 잡고 앉아 미리 받은 메뉴판을 펼쳐보고 있었다.


6인석에 경은이와 하연이가 나란히 같이 앉아 있고, 벌써 바로 옆에 앉기에는 부담스러운 두 사람은 마주보고 있었다.


문제는 완전히 마주 보고 있는 것이 아니라 대각선으로.


이거 자리 배치 다시 해야겠는데?


나는 일단 윤 선생을 현진 옆에 앉히고 내가 그 옆에 앉으므로 현진을 제일 구석 자리로 밀어 넣었다.


“경은아, 하연아 너희 화장실 안가?”


“네?”


“아까 화장실 가고 싶다고 했잖아.”


나는 괜히 눈치를 주었다.


눈치 빠른 하연이 경은이를 데리고 일어났다.


“아, 우리 화장실 가기로 했지!”


“훈민아, 비켜줘.”


우리 세 사람의 작당을 눈치 채지 못한 훈민이 얼떨떨한 표정으로 일어났고, 경은과 하연은 공연히 화장실에 갔다가 돌아와서 훈민을 맨 안쪽 자리로 밀쳐 넣었다.


드디어 마음에 드는 자리배치가 되었다.


만족스러운 표정으로 메뉴판을 끌어다가 봤는데, 뭐냐? 이건!


아무리 스테이크라지만 너무 비싸잖아!


그렇다고 현진과 윤 선생 앞에서 내가 여기로 오자고 해놓고 쪼잔하게 보일 수는 없었다.


나는 최대한 태연한 얼굴로 메뉴판을 넘겨보았다.


대략 4만원에 육박하는 꽃등심 스테이크의 ‘록 햄프턴 립아이’가 눈길을 잡아끌었다.


뭔가 무척 고급지고 맛있어 보였다.


“록 햄프턴 립아이 6인분 주문하면 되겠네.”


내가 다 결정했다는 듯 손을 올려 주문을 하려 들자 내 옆에 있던 윤 선생이 얼른 올라가려는 내 손을 잡아 끌어내렸고, 현진을 비롯하여 경은이와 하연이가 경악스러운 표정을 짓고 있는 것이 보였다.


내가 뭐가 문제냐는 듯이 눈썹을 치켜세우며 그들을 바라보자 윤 선생이 말했다.


“정 선생님! 여기가 무슨 설렁탕집도 아니고, 그런 식으로 주문을 하면 어떻게 해요? 돈 무서운 줄을 몰라.”


“내가 뭘!”


나는 불퉁하게 말하면서도 마음 한쪽에선 윤 선생이 내 지갑 사정까지 신경써준 것 같아서 기분이 좋았다.


뭐 반반 내기로 했으니 자기 지갑 신경 쓴 것인지도 몰랐지만.


“그럼 여기선 뭘 어떻게 먹어야 하는 건데?”


내가 그렇게 묻는 사이 이미 나만 쏙 빼놓고 다섯 명이 머리를 맞대고 궁리를 하고 있었다.


그 모습을 보고 있자니 왠지 외톨이가 된 기분이었다.


“일단 메인은 아까 정 선생님이 주문하려고 있던 록 햄프턴 립아이 2개로 하고, 파스타 시킬 거지?”


나는 처음으로 윤 선생이 식당에서 적극적으로 뭔가를 고르는 모습을 보고 있었다.


그러고 보니 그동안은 언제나 내 마음대로 뭔가를 시켰던 것 같기도 하다.


윤 선생은 결정 장애가 있다고 생각해서 편하게 대신 주문해준 것이었는데, 여자들끼리 있을 때의 윤 선생은 뭔가 다른 것 같았다.


“투움바 파스타요.”


경은이와 하연이가 한 목소리로 외쳤다.


“뭔 파스타? 뭔 파스타가 이름이 이렇게 생소하냐?”


“그냥 나가서 뚝배기나 한 사발 하고 오시죠?”


내가 슬쩍 끼어들려고 하자 윤 선생이 핀잔을 주었다.


“알았어! 알았어! 근데 나는 그냥 토마토 파스타 먹을 거야! 알잖아! 난 파스타는 무조건 토마토 파스타야! 이것까진 허락해라!”


나의 완강함에 다들 알겠다는 듯이 투움바 파스타 1개와 토마토 치오피오 파스타 1개, 캘리포니아 스테이크 샐러드와 크리스피 치킨 샐러드를 시키기로 했다.


6개를 모두 정한 것 같은데, 그들의 회의는 좀처럼 끝나지 않았다.


“야! 전쟁 났냐? 누가 보면 군사작전이라도 짜는 줄 알겠다. 뭔 놈의 회의를 그렇게 오래해? 수업에 대한 회의를 할 때 좀 그렇게 해봐라!”


나의 핀잔도 들은 척 만 척 그들은 계속해서 머리를 맞대고 주문할 음식에 대해 속닥거리고 있었다.


“부시맨 브레드에는 기본적으로 망고 스프레드가 나오긴 하지만, 아무래도 라즈베리, 초코, 블루치즈 소스를 추가로 하는 것도 괜찮을 것 같아요!”


경은이의 탐욕스러운 표정과 말에 어쩐지 여자들이 열광하는 듯 보였다.


“야 끝났냐? 이제 좀 시키자! 아 언제까지 이렇게 시간만 보낼 거야! 응?”


내가 어린애처럼 보채자 윤 선생이 갑자기 어린 아이를 달래듯이 내 머리를 쓰다듬었다.


“좀만 기다리세요.”


아예 어린아이 달래는 흉내까지 냈다.


“아이 착하다! 우리 정 선생님 참을 수 있지요?”


나는 어이가 없긴 했지만, 가만히 생각해보니 윤 선생이 여기에 와서 나에게 이런 저런 스킨십을 하고 있다는 것을 깨달았다.


아까 팔을 잡아 슬그머니 내리는 행동이라든가, 방금 내 머리를 쓰다듬은 것이라든지.


문득 아무리 비싼 밥값을 내더라도 그만한 가치가 있다는 생각이 들었다.


새침하고 얌전한 윤 선생이 나에게 무려 스킨십이라는 걸 하고 있는 중이니까.


나는 그만 고분고분하게 테이블위에 엎어져 있었다.


활기차게 회의에 참가하는 윤 선생의 옆모습을 보면서.


웃는 그녀의 얼굴에 살포시 패는 보조개라든가, 깜박이는 속눈썹이라든가······.


“다 됐나?”


“아니요, 음료 골라야죠!”


현진의 말에 하연이 야심차게 답했다.


“음료는 오렌지, 레몬, 키위, 자몽, 딸기, 망고, 아사이베리가 있는데 천원만 더 내면 생과일쥬스로 바꿔먹을 수 있네요. 우리 골고루 먹어봐요!”


“좋다!”


다들 긍정적으로 반응했다.


경은이와 하연이는 평소 이런데 자주 올 것 같지 않은데 메뉴를 줄줄 꿰는 것처럼 보였다.


“안 돼! 난 생과일주스 먹을 거야!”


“생과일주스도 시킬 거예요.”


경은이 말했다.


“난 딸기 생과일주스 시켜서 혼자 먹을 거야.”


나는 심통 난 아이처럼 강력히 주장했다.


“알았어요! 도련님! 도련님은 딸기 생과일주스로 시켜드릴게요!”


윤 선생이 내 어깨를 톡톡 치면서 말했는데, 놀리는 건지 다독이는 건지 알 수 없는 말투였다.


원래 윤 선생이 이런 사람이 아닌데 오늘은 현진이 옆에 있어서 그런 것인지 장난도 치고 나를 아주 가지고 놀고 있었다.


뭐, 그렇다고 딱히 기분이 나쁜 것은 아닌 것이 사람이 좀 저런 면도 있어야지 만날 조용하고 할 말도 못하는 것보다는 훨씬 나아보였다.


최소한 나에게는······.


“자! 음료까지 다 골랐으니 이제 다 된 거지?”


내가 종업원을 부르려하자 경은이 손을 들어 제지했다.


“스프는 어떤 걸로 할까요? 일단 양송이 스프가 나오는데 1400원을 추가하면 스프를 샐러드로 바꿀 수가 있어요. 그럼 나는 하연이랑 스프 한 개로 나눠먹고 한 개는 샐러드로 바꿔서 먹었음 하는데 쌤들은 어떠세요?”


나는 다시 탁자에 엎드렸다.


윤 선생 옆모습이나 봐야지.


한 묶음으로 단정하게 묶은 머리 라인 옆으로 삐져나온 잔털들이 귀엽다.


“음! 그거 괜찮네! 그럼 나는 현진이랑 같이 먹고 샐러드로 괜찮지 현진아?”


윤 선생의 말에 현진이 고개를 끄덕였다.


갑자기 훈민이가 나를 바라보는 것이 느껴졌다.


“야 미쳤냐? 우린 그냥 각자 스프로 간다. 어차피 자리도 멀어! 뭐. 현진씨랑 너랑 둘이 같이 먹고, 윤 선생이랑 내가 같이 먹으면 몰라도.”


“아니요, 각자 드세요.”


갑자기 철벽녀로 변한 윤 선생의 목소리였다.


“나도 딱히 형이랑 같이 먹을 생각은 없었어요.”


훈민이 삐죽거리자 모두들 키득거렸다.


“쌤들, 오지치즈 후라이 이것도 맛날 것 같은데 한두 개 시킬까요?”


하연이 슬쩍 눈치를 보면서 물었다.


“아! 그건 또 뭔데!”


기나긴 회의와 배고픔에 지친 내가 짜증스럽게 말하자 하연이가 풀이 죽어서 고개를 숙였다.


“감자튀김 같은 거예요, 나도 먹고 싶은데 두 개 시키죠?”


윤 선생이 바로 앞에 앉은 하연에게 손을 뻗어 그녀를 토닥이며 나를 보고 생긋 웃었다.


이러면 내가 진거다.


하연의 시무룩한 표정에 미안한 마음이 들기도 해서 표정을 풀고 다시 말했다.


“하연아! 괜찮아! 먹어! 먹어! 먹고 싶은 거 다 먹어!”


언제 그랬냐는 듯, 하연의 얼굴이 밝아졌다.


이제 정말 다 결정이 되었는지 훈민이가 손을 들어 웨이트리스를 불렀다.




영어에 관한 질문을 댓글에 작성해주시면 선별하여 소설에 채택하여 사용하려고 합니다. 많은 참여 부탁 드려요^^


작가의말

야 이 답답아, 뭘 그렇게 눈치 못채게 해? 그래놓고 좋단다. ㅂㅅ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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67 I wish 가정법, as if 가정법, 혼합가정문. 집밥 정 선생 21.04.30 30 1 11쪽
66 가정법 21.04.27 22 1 12쪽
65 산은 산이요 물은 물이다 21.04.21 25 1 11쪽
64 최종보스 공략전 21.04.16 25 3 11쪽
63 조동사, Battle 1:N 21.04.13 24 2 11쪽
62 그 남자의 관심사 21.04.09 21 1 11쪽
61 데이트 21.04.09 17 0 12쪽
60 현재, 진행, 과거, 현재완료 下 21.04.02 19 2 11쪽
59 현재, 진행, 과거, 현재완료 上 21.03.31 18 2 11쪽
58 오버 정용화 선생 21.03.25 15 2 11쪽
» 그럼 뭐 먹지? 21.03.23 19 1 11쪽
56 지각동사 下, 소개팅? 21.03.19 23 1 11쪽
55 무대, 사역동사, 지각동사 上 21.03.16 60 1 11쪽
54 탑골 미션 21.03.12 21 1 11쪽
53 마음이 흐르는 방향 21.03.09 17 1 11쪽
52 실력자 21.03.04 16 1 11쪽
51 테스트, 연습 21.03.03 19 1 11쪽
50 막무가내 YET 선생 21.02.26 23 1 11쪽
49 YET, 문제적 영작 21.02.24 27 1 11쪽
48 최 실장이 궁금한 그녀, 신현정 21.02.19 22 1 11쪽
47 PC 구하기 대작전 2 21.02.16 22 2 11쪽
46 PC 구하기 대 작전 21.02.05 42 1 11쪽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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