Y.E.T.(Yame English Teache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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작품등록일 :
2020.08.22 20:15
최근연재일 :
2021.05.14 00:06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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21.04.09 00:18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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데이트

DUMMY

“A섬에서 출발한 비행기가 B섬을 지나 C섬을 향해 날아가던 중에 정확히 B와 C 중간에 떨어졌어! 생존자들은 어디에 묻어야 할까?”


“B에 묻어야 하지 않을까? 아직 C에 도착 안했으니까 B 어디쯤일 거야.”


훈민이 제일 먼저 말했다.


“목적지가 C였으니 C에 묻어야 하지 않을까?”


현진과 나의 의견이었다.


하연이도 동의하는 듯 고개를 끄덕였다.


“아니야, 아니야! 나 답 알았다.”


경은이의 자신감 넘치는 목소리에 우리 모두 주목했다.


“B와 C 중간에 떨어졌으니까 ‘와’에 묻어야 해요!”


경은이의 자신만만한 미소를 정 선생이 비웃음으로 덮으며 말했다.


“ㅋㅋㅋ······. 야! 생존자를 왜 묻어! 너 살인자냐?”


또다시 정 선생의 말장난에 넘어갔다는 생각이 들어 허탈한 웃음이 났다.


그래도 맛있는 음식을 먹으며, 이런 시답잖은 농담을 하는 동안 훈민과 현진의 분위기가 처음보다 많이 편안해지고, 친밀해진 것이 눈에 띄어 다행이라는 생각이 들었다.


테이블의 접시들이 거의 다 비워져갈 무렵, 정 선생이 먼저 자리에서 일어나 계산을 하는 모습이 보였다.


정 선생은 계산을 하면서 무슨 부탁이라도 하는 건지 직원에게 도란도란 얘기를 하고 있었다.


이내 자리로 돌아온 정 선생이 나의 슬쩍 자기 쪽으로 당기며 훈민에게 말했다.


“우리 여기서 헤어지자. 훈민이 너는 현진씨랑 따로 데이트 좀 하고.”


그리고 나에게 눈을 찡긋하며 작게 말했다.


“우리도 어디 가서 좀 더 놀다 들어갑시다.”


저편에서 웨이트리스가 빵을 사람 수에 맞춰 가지고 왔다.


원래는 각 1개씩 주는 걸로 알고 있는데, 한 사람당 빵이 2개씩 들어있었다.


정 선생이 카운터에서 도란도란 얘기하던 것이 이것이었나 싶었다.


밖으로 나와 정말 각자 흩어지기 직전 정 선생이 자신의 빵을 경은이에게 내밀었다.


“이걸로 주말 잘 보낼 수 있겠네.”


나도 내 빵을 하연에게 건네주려 손을 내밀었는데, 정 선생이 내 손을 슬쩍 밀쳤다.


“윤 선생도 쉬는 날 요리하기 힘들잖아! 그냥 넣어둬! 넣어둬!”


하긴, 나도 부시맨브레드 좋아하니까.


나는 그냥 못이기는 척 손을 물렸다.


“훈민아! 현진씨! 좋은 시간 잘 보내세요!”


정 선생을 크고 밝은 목소리로 인사하고 나에게 빠져주자는 제스처를 보냈다.


훈민과 현진만 덩그라니 남긴 채 우리 넷은 그 자리를 썰물처럼 빠졌다.


이에게 인사를 한 뒤 우리는 그 둘만의 시간을 보낼 수 있게 자리를 뜬다.


“저 두 분 정말 잘 어울리는 것 같아요.”


“둘 다 키도 크고 저런 걸 선남선녀라고 하는구나 싶어요.”


경은과 하연이 뒤를 흘끔흘끔 바라보며 말했다.


“너희들도 잘 가라!”


정 선생이 경은과 하연에게 인사하자 경은이 물었다.


“선생님 두 분도 데이트하시게요?”


“데이트는 무슨!”


내가 펄쩍 뛰자 정 선생이 그런 나를 잡아당기며 싱긋 웃으며 말했다.


“알았으면 꺼져!”


분명 농담조였지만, 그래도 애들이 오해라도 할까봐 정 선생을 살짝 노려보았다.


나의 그런 반응에는 아랑곳없이 셋은 어느새 알아서 인사하고 경은과 하연이 멀어져가고 있었다.


나는 뒤는게 경은과 하연에게 손을 흔들어주었다.


“어디가 좋겠어?”


“뭐가요?”


“우리 둘이 어디에 놀러 가면 좋겠냐고!”


아, 맞다. 둘이서 놀자고 했지, 참.


“동물원 어때요?”


조금 아이 같은 취향이라고 할지는 모르겠지만, 동물이나 식물을 워낙 좋아했기에 얼른 떠오르는 답이었다.


“야! 이 추운데 동물원에 가면 나와 있는 동물들이 몇 마리나 되겠냐?”


아니, 이럴 거면서 왜 물어봤대요?


내가 살짝 원망의 눈초리로 쏘아보자 정 선생이 너그러운 표정을 지으며 말했다.


“동물원은 나중에 날씨 좋아지면 그 때 가기로 하자! 그러고 보니 4월 중반 지나면 고딩 애들 모의고사 보잖아? 모의고사 끝나고 기분 좋게 가면 되겠네!”


좀 아쉽긴 했지만 그의 말이 꽤 설득력이 있어서 일단은 수긍하기로 했다.


“그럼 어디 가요?”


“마침 저기 극장 있네! 영화 보러 가자.”


영화도 나쁘지 않지. 어색하게 멜로 그런 것만 아니면.


사실은 멜로 영화 좋아하지만, 정 선생이랑 보기에는 좀 그러니까.


“무슨 영화 볼 건데요? 뭐 보고 싶은 거라도 있으세요?”


문득 전에도 주말에 같이 영화보러 가자고 했던 것이 떠올라 물었다.


단순히 나랑 영화가 보고 싶은 건지, 보고 싶은 영화가 있어서 나보고 가지고 하는 건지도 궁금했다.


남자들은 혼자 영화를 보거나 남자 친구들끼리 극장에 가는 것을 꺼린다는 얘기를 들은 적이 있다.


그런 맥락에서라면 나에게 그런 제안을 할 수도 있을 테니까.


“응, 보고 싶었던 영화가 있어. 윤 선생도 좋아할 거라고 생각해.”


영화관에 들어서면서 무척 오랜만에 영화관을 찾았다는 것을 깨달았다.


정 선생이 표를 끊기 위해 줄을 섰는데, 줄이 상당히 길어보였다.


“선생님 표 끊으시는 동안, 저는 팝콘 사올게요.”


“아니, 방금 그렇게 먹고 또 뭘 먹으려고?”


그가 자못 놀란 표정으로 말해서 내가 민망한 표정을 짓자, 정 선생이 금세 방글방글 웃으며 말했다.


“아! 여자들은 원래 간식 배는 따로 있다고 했었지?”


“네!”


내가 조금 토라진 목소리로 말하고 팝콘을 사기위해 돌아서자 그가 내 등을 향해 말했다.


“윤 선생, 영화보고 나서 아이스크림 먹으러 갈까?”


고개를 돌려 그의 얼굴을 보니 장난기 가득한 눈빛이 나의 반응을 기다리고 있었다.


“왜 또 ‘우유에 빠진 딸기’ 사 주시려고요?”


내가 눈을 살짝 흘기자 그가 재미있다는 듯이 답했다.


“뭐 그것도 나쁘지 않지······.”


내가 콜라 작은 것 두 개와 팝콘 큰 것 한 개를 챙기려 할 때, 뒤에서 손이 나와 팝콘과 콜라 하나를 덥썩 쥐었다.


정 선생이 어느새 표를 끊고 팝콘 가게까지 와 있었던 것이다.


“무슨 영화 끊었어요?”


“응, 아는 여자.”


영화가 시작하기까진 대략 20분 정도가 남아있었다.


나는 상영되는 영화 팸플릿이 진열된 곳으로 가 팸플릿을 하나씩 모두 뽑았다.


그리고 빈 의자에 앉아 한 장씩 들여다보았다.


남자들이 좋아할 만한 스파이액션 영화인 “미션 임파서블”에는 여자인 내가 봐도 반할만한 톰 쿠르즈 얼굴이 포스터를 가득 메우고 있었다.


우리가 보게될 ‘아는 여자’는 캐스팅이 무척이나 화려하진 않아보였지만 꽤 탄탄한 조연들이 포스터 여기저기를 메우고 있었다. 일단은 포스터만 봐도 그렇게 무겁지 않으면서도 달콤한 코믹 로맨스의 느낌이 확 든다.


요즘 젊은이들에게 대세라는 좀비물 같은 포스터도 있었는데 개인적으로 징그럽거나 잔인한 장면을 싫어하는 나로서는 포스터만 봐도 볼 생각이 확 떨어진다.


그렇게 이런 저런 이야기들을 하며 시간을 때우다가 우리는 시간에 맞춰 상영관으로 들어갔다. 좌석에 앉은 우리는 각자 받아든 콜라를 가운데에 위치해 놓고 팝콘은 내 손에 올려놓고 영화가 시작하기전에 이미 팝콘과 콜라를 살짝 맛봤다.




영화의 내용은 대충 이랬다. 한 때는 잘 나가다가 최근들어 부진의 늪에 빠진 한 야구선수와 그를 어릴적부터 몰래 짝사랑하며 지켜보던 여주의 이야기다.


남주는 코피를 자주 쏟게 되었고 몸에 이상이 있다고 생각하고 병원에서 검진을 받은 뒤 의사로부터 ‘시한부 생명’ 판정을 받는다. 그는 자신의 인생에 회의를 느끼고 자신의 모든 재산을 정리하고 사회복지단체에 기부를 한다. 일단 거주할 곳이 없던 남주는 우연한 기회를 통해 자신을 몰래 짝사랑하던 여주와 한 집에 거주하게 되고 여주의 마음과는 달리 그는 여주에 대해 이웃사람 그 이상도 그 이하의 감정도 느끼지 못한다.


그러다가 점점 친구 같은 감정으로 변화하면서 둘은 사귀는 듯 모르는 듯 그렇게 함께 시간을 보낸다. 의사가 말한 시한이 다가올수록 그 죽음을 가만히 기다리기 힘들었던 그는 마라톤대회와 같이 몸을 혹사시키기로 한다. 그렇게 달리다가 몸이 버티지 못하면 결국 멋있게 죽을 수 있을 것이라는 그의 생각과는 달리 그는 대회마다 상품을 타오게 된다.


그런 상품은 고스란히 여주에게 전달된다. 야구에 대해 아무것도 모르는 그녀에게 야구의 룰에 대해 설명하는 중에 여주가 갑자기 내야수가 잡은 공을 펜스밖으로 던져버리면 어떻게 되요?라고 묻자 남주는 답답하다는 듯한 표정을 짓더니 “정말 그러면 어떻게 되지? 그러면 안됀다고 배우긴 했는데?” 갑자기 어리둥절한 표정을 짓는 장면에선 극장이 웃음바다가 되었다. 나지막하게 여주의 목소리가 들린다 ‘정말 궁금하긴 하다’


그렇게 조금씩 남주는 여주에 대한 그의 마음이 어떤 것인지 갈등을 느끼다가 그녀의 교통사고 소식을 듣고 여주에게 달려가는 시간속에서 그녀가 자신에게 어떤 의미인지 서서히 느끼게 된다.


그렇게 서로의 감정이 깊어가는 과정속에서 자신이 처한 현실을 그녀에게 알려야 한다는 생각을 굳힌 그는 자신의 감정을 속이기 위해 코를 후비면서 자신이 시한부 판정을 받았다는 사실을 말한다. 이 없어보이는 상황에서 진지하게 이야기를 들어주던 여주는 ‘그러지 마세요’라며 울부짖는다.


울부짖는 그녀를 진정시키기 위해 그녀의 어깨를 손으로 감싸주자 여주가 남주의 품에 안기면서 ‘이야기 다 들었어요, 코파시지 마세요, 오빠 암 아니고 너무 코를 자주파서 코피를 흘리는 거래요’


이 말을 들은 남주는 화가 머리끝까지 나서 의사에게 찾아가 ‘야 이 돌팔이 의사야! 너 때문에 나 재산 다 정리해서 빈털터리되고 직장도 나오고 사랑하는 여자한테 청혼도 못해! 이 사태를 어떻게 해결할거냐’라며 울분의 외침을 날린다.


그런 그에게 여주는 괜찮다고 그를 감싸주면서 그를 위로한다. 이에 힘을 얻은 남주는 자신이 뛰던 팀을 찾아가 감독에게 무릎을 꿇고 자신을 다시한 번 받아줄 것을 요청하고 감독은 그에게 다시 한 번 기회를 주기로 한다.


팀에게 있어 매우 중요한 경기에서 선발로 나온 남주는 이전의 전성기와 같은 실력을 선보이며 9회까지 무실점으로 호투한다. 마지막 9회말에서 1-0으로 앞서고 있던 남주는 투아웃에 1루의 상황을 맞이하게 되고 다음 타자를 투수 앞 땅볼로 잡아내는 순간 남주팀의 모든 선수와 팬들은 승리의 환호를 하고 있다. 여기서 이제 재기에 성공한 남주와 여주는 행복한 연애를 하게될 것이라고 생각이 드는 순간 갑자기 남주가 그 공을 팬스 밖으로 던져버렸다. 모두가 벙찐 표정으로 그 상황을 지켜보는 가운데 심판들 조차도 어떻게 해야 할지 몰라 판정을 못하는 사이 주자와 타자가 모두 홈을 받으며 남주의 팀은 2-1로 역전패를 당하게 된다.


끝에 다시 백수의 모습으로 벤치에서 여주와 햄버거를 먹으면서 ‘왜 쓸데없이 이상한 질문을 해서 내가 그런 짓을 하게해?’라는 말에 여주는 남주의 품에 안기면서 ‘그러게 왜 그런 쓸데없는 짓을 해요? 그렇게 하면 안됀다고 해놓고는’이라고 말하자 남주가 웃으면서

‘그게 나도 진짜 궁금하긴 했어’라고 말하며 엔딩 크래딧이 올라간다.


아주 가슴이 여미고 눈물이 펑펑 쏟아지는 그런 것은 아니었지만 그래도 나름 감동적인 부분도 있고 또 중간 중간에 펼쳐지는 서투른 두 남녀의 사랑과 다소 얽히고 설킨 우스운 이벤트로 인해서 꽤나 재밌게 만든 영화라는 생각이 들었다.


영화가 끝나고 우리는 먹던 콜라와 팝콘을 정리하고 극장밖으로 나왔다.




영어에 관한 질문을 댓글에 작성해주시면 선별하여 소설에 채택하여 사용하려고 합니다. 많은 참여 부탁 드려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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67 I wish 가정법, as if 가정법, 혼합가정문. 집밥 정 선생 21.04.30 99 1 11쪽
66 가정법 21.04.27 68 1 12쪽
65 산은 산이요 물은 물이다 21.04.21 71 1 11쪽
64 최종보스 공략전 21.04.16 74 3 11쪽
63 조동사, Battle 1:N 21.04.13 72 2 11쪽
62 그 남자의 관심사 21.04.09 64 1 11쪽
» 데이트 21.04.09 62 0 12쪽
60 현재, 진행, 과거, 현재완료 下 21.04.02 63 2 11쪽
59 현재, 진행, 과거, 현재완료 上 21.03.31 61 2 11쪽
58 오버 정용화 선생 21.03.25 63 2 11쪽
57 그럼 뭐 먹지? 21.03.23 63 1 11쪽
56 지각동사 下, 소개팅? 21.03.19 67 1 11쪽
55 무대, 사역동사, 지각동사 上 21.03.16 113 1 11쪽
54 탑골 미션 21.03.12 69 1 11쪽
53 마음이 흐르는 방향 21.03.09 62 1 11쪽
52 실력자 21.03.04 58 1 11쪽
51 테스트, 연습 21.03.03 73 1 11쪽
50 막무가내 YET 선생 21.02.26 65 1 11쪽
49 YET, 문제적 영작 21.02.24 82 1 11쪽
48 최 실장이 궁금한 그녀, 신현정 21.02.19 75 1 11쪽
47 PC 구하기 대작전 2 21.02.16 65 2 11쪽
46 PC 구하기 대 작전 21.02.05 98 1 11쪽
45 질문, 질문, 질문! 21.02.03 75 1 11쪽
44 부가의문문, 간접의문문, 도시락 21.01.28 70 1 11쪽
43 이게 학원이냐? 21.01.22 82 2 11쪽
42 정 선생의 도전기: 운전면허 21.01.20 69 1 11쪽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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