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Y.E.T.(Yame English Teache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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나불리스트
작품등록일 :
2020.08.22 20:15
최근연재일 :
2021.05.14 00:06
연재수 :
71 회
조회수 :
2,976
추천수 :
87
글자수 :
365,104

작성
21.04.13 23:37
조회
24
추천
2
글자
11쪽

조동사, Battle 1:N

DUMMY

“그럼 우리 크리스마스이브 때 다함께 보내지 않을래요?”


“이 선생님이랑 현진 언니도 불러요!”


연말에 자기들 돈 안 쓰고 맛난 거 먹고 싶은 속셈이야 뻔했지만, 이렇게 해서 윤 선생과 크리스마스를 같이 보낼 수 있다면 나에겐 좋은 일이었다.


또 주머니사정 열악했던 나의 대학 때가 떠올라 이렇게 애교라도 부릴 수 있는 모습이 귀여웠다.


최후의 골뱅이를 경은이가 입 안에 앙큼하게 집어넣는 것으로 우리의 모임의 끝이 다가왔다.


스테이크하우스에서 받아온 빵을 챙겨 일어나는 경은이와 하연이, 오랜만에 여러 사람과 어울려 영화도 보고 쇼핑도 하고 맛난 것 먹으며 왁자하게 보낸 시간이 행복했던지 유난히 밝은 표정을 한 윤 선생을 흐뭇하게 바라보며 카드를 긁었다.


하루 종일 윤 선생과 함께 돌아다닌 것만으로도 내게는 충분히 좋은 하루였다.


오늘 하루 종일 긁은 카드가 아깝지 않을 만큼.


분명 저 여자는 월요일에 스테이크 하우스에서 쓴 돈의 반을 봉투에 넣어 내밀 테지만.


윤 선생이 월요일에 내가 사준 머리핀을 하고 온다면 더 없이 행복할 것 같았다.


상상만으로도 즐거운 일이었다.


세 사람과 지하철역에서 헤어지고 택시에 올라 마지막으로 경은이와 하연이가 한 말을 떠올렸다.


어쩌면 그냥 해본 말이었는지도 모르지만, 나의 머릿속에는 이미 크리스마스이브 파티가 벌어지고 있는 것 같았다.


어떤 이벤트를 해야 모두들 즐거워하고 윤 선생에게도 좋은 인상을 남길 수 있을까?


막상 시즌이 되면 적당한 장소를 구하기도 쉽지 않을 것이다.


어설프게 대충 계획을 세웠다간 고생만 하고 막상 파티는 엉망이 되기 일쑤여서 연말파티는 치밀하게 기획해야 한다.


크리스마스 때 모두를 깜짝 놀래줄 생각을 하니 벌써 짜릿함이 느껴졌다.


그때 섬광처럼 뇌리를 멋진 계획이 머리를 스쳤다.


나는 핸드폰을 열고 전화를 걸었다.




***




어제는 간만에 집에서 쉬면서 곧 있을 크리스마스이브 파티에 초대할 명단과 준비할 요리, 그리고 파티 때 무엇을 하며 보낼지에 대해 나름 세밀한 계획을 세웠다.


어떤 요리를 할지 선정하고, 미리 레시피도 확인할 겸 간만에 직접 요리도 했다.


내가 만들고 내가 먹었는데도 맛있는 것이 한동안 요리를 안했다고 실력이 어디 가는 건 아님을 확인했다.


혼자서 파티를 모두 준비하는 것이 힘든 일일 수도 있지만, 하나하나 계획하고 검토하면서 상상하는 것만으로도 꽤 즐거운 시간이었다.


출근하자마자 곧장 최 실장의 사무실에 들어가 그와 이야기를 나눈 후, 교실로 향하다가 경은이, 하연이와 마주쳤다.


“선생님 잘 들어가셨어요? 토요일엔 정말 즐거웠어요! 밥도 맛있었고요.”


“다음에 또 사주실거죠?”


예의바른 경은이와 넉살좋은 하연이는 좋은 콤비라는 생각이 들었다.


나는 ‘다음은 크리스마스이브 파티다!’라고 말하려다 녀석들이 먼저 제안한 거지만, 이미 까맣게 잊고 있는 것 같아 서프라이즈로 남겨 두기로 했다.


“오늘은 특별한 것 없으니까 서버에 있는 문제 중에 ‘관계대명사, 관계부사’ 파트에서 100문제씩 30부씩만 뽑아줘! 그러고 나면 나는 딱히 시킬 일 없으니까 요령껏 편하게 해!”


‘요령껏’이라는 말에 신이 난 둘은 보조실로 달리다시피 들어갔다.


내가 교실에 들어서자 이내 아이들이 따라 들어와 자리에 앉고 나는 항상 그러듯이 아이들에게 인사를 하며 A4지를 한 장씩 돌리고는 재미난 이야기를 하나 들려주었다.


“어느 날 선생님이 교실을 들어와서 ‘숙제 안 해온 사람 손 들어봐!’라고 하자 철수가 시무룩하게 손을 든 거야. 그 모습을 본 도덕선생님이 말씀 하셨어. ‘철수가 숙제를 해오지 않으니 내 맘이 참 무겁구나! 다음부턴 꼭 해 와라. 철수야!’”


“우~~! 그런 착한 선생님이 어딨어요!”


아이들의 반발이 꽤 컸다.


나는 손을 살짝 들어 아이들을 진정시켰다.


“자! 다음은 똑 같은 상황인데 이번엔 영어 선생님이야! 영어선생님은 뭐라고 했게?”


대부분의 아이들이 고개를 갸우뚱하는 가운데 장난기가 많은 우형이가 손을 번쩍 들고 말했다.


“Hey! You Come on!”


우형이가 제법 험악하고 건들거리는 어조로 말하자 아이들이 깔깔대고 웃었다.


나는 우형이의 머리를 쓰다듬으며 말했다.


“철수가 영어숙제를 해왔었다면 내 마음이 이렇게 아프진 않았을 텐데······.”


내 농담의 핵심을 알아차리기 시작한 아이들부터 하나 둘 깔깔대기 시작했다.


“이번에도 똑 같은 상황이야. 그런데 현실은 어떨까?”


“······?”


“손 대!”


이번엔 거의 모든 아이들이 공감한다는 듯이 웃었다.


아이들이 내가 또 무슨 재미난 이야기를 하지 않을까 기대하며 초롱초롱한 눈으로 나를 바라보았다.


이렇게 재미있는 이야기로 시작하는 것은 내가 아이들의 이목을 끄는 방법 중의 하나인데 오늘도 성공이었다.


“자 오늘 우리가 배울 부분은 조동사야! 니들 조동사 아는 것 많지? 아는 것 다 대보자!”


“Will.”


“Can.”


“May.”


“Must/”


“had better.”


“오! 공부 좀 했는데?”


내가 아이들이 말하는 단어를 칠판에 쓰다가 칭찬하자 더 신나서 외쳐댔다.


“ought to!”


“should!”


“used to!”


나는 흥분한 아이들을 제지하며 강의를 이어갔다.


“자! 일단 ‘조동사 + 동사원형’ 이해 되냐?”


“······.”


“자! 그럼 여기서 조동사는 ‘명/동/형/부/접/전’ 중에서 뭘까?”


“동사 아닐까요?”


“왜 그렇게 생각하는데?”


“참치김치찌게, 돼지김치찌개 이론에 따르면 ‘조동사’니까 동사 아니예요?”


“다른 의견 있는 사람 손!”


우리 반의 Ace라 할 만한 선화가 손을 번쩍 들었다.


“No! No! 선화는 마지막에 아무도 맞추는 사람이 없으면 기회를 줄게! 이해해라!”


입이 근질근질해 죽겠는데, 발표기회를 저지당한 선화가 입을 비죽 내밀자 머리를 쓰다듬으며 다독였다.


“선화 네가 답을 미리 해버리면 다른 학생들이 자기 의견을 말할 기회를 얻지 못하니까 그런 거니 이해해! 네가 그만큼 잘한다는 거니까. 알았지?”


“그럼 저는 언제 말할 기회가 있어요?”


선화는 여전히 입을 비죽이 내밀고 볼멘소리를 했다.


“곧 생길걸?”


그렇게 선화를 달래고 다른 아이들을 둘러보았다.


건이가 수줍은 듯이 손을 들기에 나는 턱짓으로 허락했다.


“부사요.”


대부분의 학생들이 ‘에이, 아무리 그래도 부사는 아니겠지.’하고 안타까운 표정을 짓는 반면 선화를 위시한 몇몇 Ace들이 놀란 표정을 지었다.


“왜 그렇지? 이유를 설명해볼래?”


놀란 표정을 지었던 아이들이 건이의 대답에 귀를 기울이고 있었다.


“저기서 조가 아마도 도울 조(助)라고 생각했어요. 즉 ‘동사를 도와준다.’ 이게 ‘동사를 꾸며준다.’는 뜻이 아닐까 생각하니 부사일 것이라는 생각이 들었어요.”


“얘들아! 박수!”


어떤 아이들이 놀라운 표정으로, 어떤 아이들은 아직 영문도 모른 채 박수를 쳤다.


“그래! 이게 문법적으로 사실이냐, 아니냐를 떠나서 이렇게 상황을 이론화해서 간단하게 이해하는 방법, 내가 가장 원하는 방식이지!”


“······.”


“물론 이 사실을 안다는 것이 우리가 문법문제를 푸는데 도움이 되냐? 아니, 별로 도움 안 돼! 그러나 아까 조동사는 동사라고 말한 친구들, 잘 생각해봐!”


나는 칠판에 ‘I will go to school.’이라고 썼다.


“이 문장은 맞냐? 틀리냐?”


“맞아요!”


너무 쉽고 익숙한 문장이었기에 아이들은 조금의 망설임도 없이 이구동성으로 답했다.


“그럼 ‘will’이 동사면 ‘go’도 동사니까 1번 원칙(S+V=1)에 어긋나잖아?”


“······!”


“너희들은 문법나무를 다 외우고 있다고 말했지만, 조금만 응용해도 갑자기 이상한 소리들을 하고 네? 즉 이것 따로, 저것 따로 외우려고 하는데 그게 아니란 거야!”


“······.”


“나뭇잎이 나무에서 떨어지면 곧 생명력을 잃게 되어 결국 썩어지게 되어있어! 너희들이 아무리 문법을 공부했어도 결국에는 하나도 모르겠다는 것은 이처럼 당연한 거야.”


“······.”


“어디서 어떤 문법을 배우던 결국 문법나무에서 너희들이 익혔던 것에서 벗어나면 다 썩어 없어지는 지식이 되는 거라 이 말이지! 공부하면서 항상 명심해야 돼!”


아이들이 자못 진지한 표정을 지으며 자신들의 실수를 곱씹는 것 같았다.


나는 아이들의 사기진작을 위해 조금 업된 목소리로 말했다.


“괜찮아! 괜찮아! 너희들 잘못이 아니니까! 너희들이 기존에 배워왔던 학습습관 때문에 생긴 질환 같은 거야! 연고 좀 바르고 시간이 지나면 너희들도 곧 치유될 거야!”


“······.”


“건이가 이런 부분에서 뛰어난 건 아마도 자기주도 학습이 몸에 배어서 그런 게 아닐까 싶어. 그렇지, 건이야?”


혹시라도 건이가 우쭐해하거나 다른 아이들이 기죽는 것을 방지하기 위해 부드럽게 한마디 덧붙였다.


수업분위기는 어느새 처음처럼 돌아와 있었다.


“자 이제부터 본격적인 수업으로 들어가 볼까?”


아이들의 눈망울이 초롱초롱했다.


모름지기 수업이란 게임이나 농담으로 재미있어 지는 것이 아니라 새로운 것을 익히고 깨달을 때 재미있어지는 것이다.


“자, ‘will’의 시제가 뭘까? 일단 여기서부터 시작해보자!”


“미래!”


“미래!”


너나 할 것 없이 아이들이 외쳤다.


내가 이견이 없냐는 듯 주위를 둘러보자 선화도 건이도 별다른 이견이 없다는 듯한 제스처를 보였다.


“그럼 ‘would’의 시제는?”


“과거!:


“과거!”


역시 아이들이 앞 다투어 외쳤다.


이번에도 아이들의 눈에는 조금의 의심도 없었다.


“간만에 모두들 의견일치가 나왔네? 좋았어!”


“······.”


”얘들아 간만에 의견도 일치되었으니 ‘Battle 1:N’ 해볼래?“


건이는 생전 처음 보는 상황에 주변을 두리번거리면서 분위기를 읽기으려 했다.


그리고 나머지 학생들은 선화를 위시한 Ace들의 모임인 일명 ‘선화군단’의 눈치를 살폈다.


‘Battle 1:N’은 한마디로 ‘나 혼자 VS 그 자리에 있는 전부’와의 Battle이었다.


게임의 룰은 간단했다.


1인 내가 하나의 가설이나 이론을 정해놓으면 N이 그것을 깨부수는 것이었다.


누구 한 사람이라도 그것을 깬다면 내가 지는 것이고, 아무도 내 이론을 깨지 못하면 내가 지는 것이었다.


그러나 이것은 단지 한명 한명과 싸우는 것과는 다른 것이었다.


그들 중 한명이 제시한 주장이 혹시 틀렸더라도 그 틀린 주장에 대한 나의 답변 속에서 뭔가를 발견해 계속 진화된 주장을 할 수 있었다.


이 게임이 진정 의미가 있는 것은 바로 그 진화되는 주장 속에서 또 그 과정 속에서 그들은 틀림없이 내가 원하는 진리를 찾아가는데 한 걸음 다다를 것이기 때문이었다.


그런 의미에서 ‘Battle 1:N’은 진정 내가 좋아하는 게임이었다.




영어에 관한 질문을 댓글에 작성해주시면 선별하여 소설에 채택하여 사용하려고 합니다. 많은 참여 부탁 드려요^^


작가의말

참치김치찌게, 돼지김치찌개이론이란?

문법에서 나오는 이름만 알아도 그게 무엇을 말하는 것인지 알 수 있다는 이론

이 작품은 어때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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66 가정법 21.04.27 22 1 12쪽
65 산은 산이요 물은 물이다 21.04.21 25 1 11쪽
64 최종보스 공략전 21.04.16 25 3 11쪽
» 조동사, Battle 1:N 21.04.13 25 2 11쪽
62 그 남자의 관심사 21.04.09 21 1 11쪽
61 데이트 21.04.09 17 0 12쪽
60 현재, 진행, 과거, 현재완료 下 21.04.02 19 2 11쪽
59 현재, 진행, 과거, 현재완료 上 21.03.31 18 2 11쪽
58 오버 정용화 선생 21.03.25 15 2 11쪽
57 그럼 뭐 먹지? 21.03.23 19 1 11쪽
56 지각동사 下, 소개팅? 21.03.19 23 1 11쪽
55 무대, 사역동사, 지각동사 上 21.03.16 60 1 11쪽
54 탑골 미션 21.03.12 21 1 11쪽
53 마음이 흐르는 방향 21.03.09 17 1 11쪽
52 실력자 21.03.04 16 1 11쪽
51 테스트, 연습 21.03.03 19 1 11쪽
50 막무가내 YET 선생 21.02.26 23 1 11쪽
49 YET, 문제적 영작 21.02.24 28 1 11쪽
48 최 실장이 궁금한 그녀, 신현정 21.02.19 22 1 11쪽
47 PC 구하기 대작전 2 21.02.16 22 2 11쪽
46 PC 구하기 대 작전 21.02.05 42 1 11쪽
45 질문, 질문, 질문! 21.02.03 22 1 11쪽
44 부가의문문, 간접의문문, 도시락 21.01.28 25 1 11쪽
43 이게 학원이냐? 21.01.22 33 2 11쪽
42 정 선생의 도전기: 운전면허 21.01.20 25 1 11쪽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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