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Y.E.T.(Yame English Teache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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나불리스트
작품등록일 :
2020.08.22 20:15
최근연재일 :
2021.05.14 00:06
연재수 :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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추천수 :
87
글자수 :
365,104

작성
20.10.01 02:51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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11쪽

Test Ⅱ

DUMMY

“이 테스트 신경 쓰지 마세요. 제가 이 친구들한테 이 문제들을 낸 이유는 아이들 실력을 알아보려는 게 아니고 이 학생들이 우리나라 영어교육의 희생자라는 걸 보여주기 위한 일종의 쇼입니다. 건이는 건이대로 민수는 민수대로 나름대로 공부를 열심히 한 거예요.”


아이들의 테스트에 촉각을 곤두세우던 우리 모두가 우롱당한 기분이 들었다.


내가 이럴진대 민수엄마의 심정이야 오죽하랴?


나는 이 언니들에게 정 선생을 소개시켜준 것이 괜한 오지랖이었다고 슬슬 후회가 되기 시작했다.


아울러 분위기 파악 못하는 정 선생이 조금 원망스러워지면서 그가 왜 괴짜라고 소문났는지 납득이 되었다.


“그럼 Test는 끝났고······.”


“이 학원은 정식 테스트지 같은 건 없나요?”


다음 말을 이으려는 정 선생의 말을 민수 엄마가 가로챘다.


‘쇼’라고는 하지만 자존심이 상했을 민수 엄마의 어휘선택은 다분히 공격적이었다.


정식 테스트지만 있다면 어떻게든 아까의 망신을 만회할 수 있을 거라는 의도도 있었을 것이다.


솔직히 나조차 저런 테스트만으로 아이들의 실력을 측정한다는 것이 가능할까 싶기도 했기 때문에 민수 엄마의 입장에 공감이 가서 정 선생에게 정중하게 부탁했다.


“선생님, 좀 더 봐주시면 안 될까요?”


건이 엄마는 고민이 깊은 건지, 건이가 민수보다 테스트 결과가 잘 나와서 어떻게 반응해야 좋을지 몰라서 그러는 건지 아까부터 말없이 이 모든 상황을 그저 지켜만 보고 있었다.


정 선생은 우리를 잠시 바라보더니 내선 전화를 들어 어딘가로 전화를 했다.


“중3 테스트지 가지고 오세요.”


정 선생을 수화기를 내려놓고 애매한 미소를 지은 채 우리를 향해 당부 아닌 당부를 했다.


“테스트 결과가 나오면 점수는 절대로 신경 쓰지 마세요.”


점수를 신경 쓰지 말라니!


정 선생의 오만하기까지 한 말에 ‘도대체 문제가 얼마나 어렵기에 이런 요란을 떠는 걸까?’ 문득 궁금해지는 나였다.


슬쩍 훔쳐본 민수 엄마도 ‘어디 한번 보자.’하는 눈빛이었다.


잠시 후, 대학생 정도로 보이는 어리고 예쁜 선생이 테스트지를 들고 들어왔다.


“수고했어! 애들은 문제없지?”


정 선생이 시험지를 받아들며 물었다.


“네, 잘하고 있어요. 근데 세훈이는 좀 힘들어 하는 것 같아요.”


상담 온 학부모 앞에서 충분히 마이너스 요인이 될 수 있는 부진 학생에 대한 이야기가 나왔음에도 불구하고 정 선생의 자신만만한 표정은 조금도 사라지지 않았다.


“그 애는 들어온 지 얼마 안돼서 그래. 문법 나무 한 번 그려보고 스스로 설명해 보라고 해. 설명에서 부족한 부분 지적해준 다음에 샘플로 몇 문제만 풀어줘. 몇 번 반복하면 잘 할 거야!”


정 선생의 지시를 받은 어린 선생은 ‘네!’하고 인사를 꾸벅 한 뒤 상담실을 나갔고, 그는 아이들에게 문제지를 한부씩 주었다.


“10분 줄게.”


“20문제인데 10분은 너무 짧아요.”


문제지를 받자마자 처음부터 끝까지 한번 뒤적여본 민수가 맨 끝부분의 번호를 확인하고 조용히 항의했다.


“한 문제당 10초 넘으면 모르는 거니까 그냥 다음 문제로 넘어가.”


정 선생은 마치 ‘아마추어같이 왜 그래?’하는 표정을 지으며 말했다.


“어머님들은 잠시 저랑 같이 나가시죠.”


상담실을 나가며 아이들을 살펴보니 약간 불만스러운 표정으로 시험지를 펼치기 시작한 민수와는 달리 건이는 벌써 집중하여 문제를 풀고 있었다.


상담실을 나와 로비에 있는 의자에 옹기종기 앉은 우리의 맞은편에 정 선생이 섰다.


“저도 처음에 이 학원에 왔을 때는 저 테스트지를 사용했었는데, 그간 50점을 넘은 애가 한명도 없었거든요. 괜히 아이들은 자신감 떨어지고, 어머님들은 상실감만 드시는 것 같아서 최근에는 거의 사용하지 않게 되었어요.”


언뜻 듣기에는 학부모의 멘붕을 예방하기 위한 친절 같았지만, 이면에는 약간의 무시와 조롱이 섞여있는 것 같았다.


마치 ‘영어에 대해 쥐뿔도 모르는 것들이 테스트 같은 소리하고 있네. 그런 걸 한다고 너희가 뭘 알아? 내가 대충 속이면 어쩔 건데?’라고 말하는 것 같아 기분이 좀 언짢았다.


정 선생을 소개한 죄로 어쩔 수 없이 자꾸 민수 엄마의 눈치를 보게 되었는데 그녀는 어금니를 꽉 깨물고 ‘그래, 봐봐. 네까짓 게 내 아들을 뭐로 보고.’라고 말하는 것 같았다.


그냥 혁보나 잘 보낼 걸, 괜히 남의 집 교육에 ‘감 놔라. 배 놔라.’하다가 난처한 입장만 되었다는 생각이 들었다.


혁보가 영어가 좀 는 것 같아서 신난 김에 언니들에게 자랑도 할 겸, 소개해줘서 잘되면 정 선생도 고마워서 우리 혁보에게 더 신경 쓸 수도 있고, 언니들도 나에게 고마워할 거라는 단순한 호기가 그가 ‘괴짜’라는 것을 간과하게 되었다.


나도 처음에는 정 선생의 ‘괴짜’적 면모를 보며 당황했으면서 그새 그걸 잊다니!


물론 나야 앞으로도 우리 혁보만 잘 가르치면 그때 일 따위 아무 상관없지만, 민수 엄마는 나랑 성격이 달라서 학원이 교육을 넘어선 ‘서비스’라고 생각하는 사람인데, 저런 태도를 순순히 참을 리가 없는 것이다.


이번에야 내가 혁보 때문에 한발 앞서 학원을 돌아보고 ‘문제의 정 선생’을 먼저 경험해서 그렇지 우리 동네 원조 ‘돼지 엄마’로서 특히 영어 학습에서만큼은 가장 많은 정보를 가지고 있는 것은 민수 엄마였다.


민수가 최근 영어성적이 좀 떨어졌다고는 하지만, 그것도 언제나 100점이던 점수가 80점대에서 90점대로 떨어졌다는 것이지 80점 이하로 말도 안 되게 나온 적은 없었다.


이런 상황이니 민수 엄마에게 마치 ‘민수도 50점을 넘을 리가 없다.’는 듯이 말하는 정 선생의 태도가 가당찮게 느껴질 것이 자명했다.


자존심 강한 민수 엄마와 오만하기 짝이 없는 정 선생을 붙여놓다니 참으로 내가 미췬년이었다.


어쩌면 민수 엄마에게 오늘의 모임은 그녀가 가진 수많은 정보에 ‘괴짜 정 선생’이라는 목록 하나를 추가하는 정도의 의미였는지도 모르는데, 괜한 내 알량한 오지랖이 내 발등을 찍고 있었다.


“문제 수준은 어떻게 되요? 많이 어려운가요?”


가만히 있기가 힘들어진 나는 분위기를 바꿔보기 위해 정 선생에게 물었다.


“그냥 중3 수준 문제입니다.”


정 선생에게서 들려온 대답은 나를 더욱 당황하게 했지만, 나는 애써 미소 지으며 다시 물었다.


“여태껏 제일 잘 본 애는 수준이 어느 정도였어요?”


혹시 성적이 안 좋은 애들만 테스트를 보게 되어 나온 결과가 아닐까 하는 마음에 한 질문이었다.


정 선생의 실력이라면 아이들이 처음에는 실력이 좋지 않은 상태로 이 학원에 등록했다가 지금은 향상되어 잘하는 것일 수도 있으니 충분히 가능한 가설이었다.


정 선생은 잠시 기억을 더듬더니 태연한 목소리로 말했다.


“그 애가 당시 전교 5등 안에 드는 애였을걸요?”


이게 대체 말이냐 똥이냐?


“선생님, 전교 5등이 50점이 안 나온다면 저건 중3 문제가 아닌 거 아니에요?”


“중3까지 배우는 문법과 단어를 충실히 다 아는 학생이라면 못 풀 리가 없는 문제들인데, 아이들이 그만큼 자기 지식에 확신이 없다는 거죠.”


“······.”


“학교 시험이야 범위 안에서만 나오니까 훨씬 점수가 잘 나올 수밖에 없죠. 범위라는 자체가 곧 힌트니까요. 저 테스트지는 다 섞여있어서 명확하지 않으면 답을 못 냅니다.”


“혹시 실례가 안 된다면 그 아이 이름을 여쭈어 봐도 될까요?”


“이름이 ‘민영’이였는데, 성이 지금 기억이 안 나네요. 아이들 이름을 성 붙여서 부를 일이 별로 없다보니.”


“그 민영이라는 아이 지금도 여기서 다녀요?”


나의 질문에 정 선생은 마치 비밀이라도 얘기하는 듯한 태도로 한껏 몸을 숙여 속삭였다.


“의대를 가고 싶다고 해서 저희 학원이 여러 여건상 그 친구에게 좋지 않을 것 같아서 제가 다른 학원가라고 했습니다. 다른 과목도 중요하잖아요? 애가 실력이 충분히 되는데, 그런 걸로 발목 잡히면 안 되니까요.”


지나치게 해맑게 웃으며 말하는 정 선생을 보며 아이의 미래를 생각하는 정직한 선생 같아서 믿음직한 반면, 원장이 알면 경을 칠 행동을 잘도 하는 ‘사회비적응자’같아서 진심으로 그가 걱정되기도 했다.


‘웃는 얼굴에 침 뱉으랴?’라는 속담이 있듯 속사정이야 달랐지만, 민수 엄마와 나는 그의 다소 황당무계한 답변들에 대해 어색한 웃음을 지어보였다.


그 와중에 건이 엄마만은 유독 진지한 얼굴로 정 선생의 말에 귀 기울이며 고개를 끄덕이는 것으로 그의 말에 동조하고 있었다.


“이제 들어가 보실까요?”


정 선생이 시계를 보더니 우리를 인도해서 상담실로 들어갔다.


“문제는 어땠어?”


“쉬워 보이는 것 같은데 막상 답을 고르기가 어려웠어요.”


정 선생의 질문에 건이가 먼저 머리를 긁적이며 아리송한 대답을 내놓았다.


“나는 생각보다 쉬웠는데!”


민수 엄마는 ‘그러면 그렇지!’라는 표정을 지으면서 결과를 기다리고 있었다.


정 선생은 아이들이 건넨 문제지를 훑어보며 고개를 몇 번 끄덕이거나 갸웃거리더니 채점도 하지 않고 문제지를 그대로 쓰레기통에 넣으려고 했다.


“선생님, 결과를 알려주셔야죠!”


민수엄마가 다급히 정 선생을 말리며 재촉했다.


정 선생이 쓰레기통에서 돌아서는 순간, 아주 잠깐이었지만 그의 눈빛을 보고 나는 깜짝 놀랐다.


젊고 잘생긴 그의 얼굴에서 어느덧 미소는 사라지고 불타오르는 눈빛만이 있었기 때문이었다.


다행스러운 것은 언니들의 시선은 오직 정 선생의 손에 들린 문제지에만 고정되어 있어서 찰나에 지나간 그의 눈빛을 나만 보았다는 사실이었다.


눈빛 하나로 사람이 저렇게 달라 보이기도 쉽지 않읕 것이라고 생각했다.


“잠시만 기다리세요.”


정 선생의 얼굴에 약간의 비웃음이 걸렸다.


정 선생은 빨강색연필을 집어 들고 탁자에 시험지를 올려놓고, 답안지도 없이 채점을 하기 시작했다.


“빠알간 비가 내리인다~♫”


정 선생은 흥얼거리며 가벼운 손목스냅으로 가차 없이 사선들을 긋기 시작했다.


간간히 동그라미를 치는 경우도 있었지만, 워낙 그 수가 적어서 미리 점수를 알 수 있을 지경이었다.


도합 4개의 동그라미를 받은 건이의 시험지에 정 선생을 복수라도 하듯 크게 ‘20’이라고 적었다.


이번에는 민수의 시험지 차례였다.


민수의 것은 좀 다를까?


나와 민수엄마는 시험지에 집중했다.


“또 빠알간 비가 내리인다~♫”


기분 탓인지 민수의 시험지에 긋는 사선이 아가 건이 때보다 더 진하고 굵어보였다.


민수는 건이보다 한 문제를 더 맞혀서 25점이 되었다.


이번에도 이름 옆에 커다랗게 보란 듯이 ‘25’라고 적었다.


“건이는 20점, 민수는 25점이네요.”


우리도 눈이라는 것이 있었으므로 이미 알고 있는 점수를 굳이 소리 내어 말하는 정 선생의 목소리에서 약간의 조롱기를 느낀 것도 나의 기분 탓일까?


“아까도 말씀드렸다시피 저 점수는 아무 의미가 없으니까 너무 신경 쓰지 마세요.”


다시 한 번 자신이 했던 말을 상기시키는 그의 목소리는 ‘옜다. 위로나 처먹어라.’하고 말하는 것 같았다.


이 분위기 어쩔?




영어에 관한 질문을 댓글에 작성해주시면 선별하여 소설에 채택하여 사용하려고 합니다. 많은 참여 부탁 드려요^^


작가의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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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Test Ⅱ 20.10.01 57 1 11쪽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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