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Y.E.T.(Yame English Teache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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작품등록일 :
2020.08.22 20:15
최근연재일 :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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365,104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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20.11.10 00:47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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11쪽

우유에 빠진 딸기

DUMMY

우리는 기분 좋게 원장실로 돌아왔다.


“정 선생님은 나이가 젊어서 그런지 센스도 있는데, 또 노련함이 굉장하구먼.”


아버지가 계약서를 내밀자 그는 처음에 그가 제시했던 계약 조건을 빠짐없이 다시 한 번 이야기하기 시작했다.


“비율은 6:4로 하고요, 학원이 4, 제가 6입니다. 그리고 처음 3개월까지는 인원에 상관없이 기본급 100만원이고요.”


나는 기존 계약서에 그가 제시하는 내용들을 빠짐없이 추가했다.


“그리고 제 수업에 대해서 학원 측에서 일절 관여하지 않아야 하고, 저와 함께할 팀메이트 수학 선생님에게도 동일한 조건으로 대해주실 것.”


원장실에는 그의 목소리와 나의 자판 두드리는 소리만 들렸다.


“그리고 강의실에 컴퓨터를 기본적으로 놓아주셔야하고요.”


파격적인 제안들이었지만, 아버지는 이미 그에게 도박을 거신 것 같았다.


“정 선생, 기대가 크구먼.”


“절대로 후회하지 않으실 겁니다.”


계약서가 프린트되는 소리를 들으며 두 사람은 눈빛을 나눴다.


아버지와 그가 나란히 사인을 하고, 아버지가 그에게 악수를 청했다.




***




마지막 수업을 마치고 보조선생들을 부르자 둘은 퇴근할 채비를 하고 내 교실로 들어왔다.


“윤 선생님, 저희 부르셨어요?”


“응, 잠시만 기다려.”


나는 그들에게 교실 의자를 가리키며 앉아서 기다릴 것을 지시하고 교무실에 갔다.


교무실 냉장고에는 낮에 정 선생이 사준 아이스크림이 무사히 얌전하게 들어있었다.


나는 그것을 꺼내들고 발걸음도 가볍게 경은이와 하연이가 있는 내 교실로 돌아왔다.


“아이스크림 같이 먹자!”


“야호!”


내가 그들의 맞은편에 앉아 책상에 아이스크림을 내려놓고 뚜껑을 열자 누가 먼저랄 것도 없이 서로 수저를 들이대기 바빴다.


“와! 나 ‘그린티’ 좋아하는데!”


경은이가 외쳤다.


“난 ‘우유에 빠진 딸기’도 맛있어.”


하연이의 반응이었다.


우리 셋은 사이좋게 아이스크림을 먹었다.


‘그린티’ 먹고, ‘우유에 빠진 딸기’ 먹고, ‘우유에 빠진 딸기’ 먹고, ‘그린티’ 먹고······.


아니 그런데 왜 아무리 먹어도 계속 ‘그린티’, ‘우유에 빠진 딸기’?


“이거 누가 사왔어요?”


아이스크림을 신나게 먹던 경은이가 조심스럽게 물었다.


“정 선생님이.”


내가 피식 웃으면서 대답하자, 곧 경은이와 하연이가 약속이나 한 듯이 고개를 주억거렸다.


“패밀리 사이즈면 5가지 맛 고를 수 있는데, 어째서? 정 선생님은 골고루 먹는 거 싫어하시나?”


하연이가 약간 실망한 표정을 지었다.


“난 ‘피스타치오 아몬드’랑 ‘엄마는 외계인’도 좋아하는데.”


경은이가 하연이의 의견에 한마디 보탰다.


“나도 ‘바람과 함께 사라지다’ 좋아해.”


내가 같이 슬픈 표정을 지어주었다.


“정 선생님은 녹차랑 딸기우유 덕후이신 걸까요?”


경은이 나에게 묻자 나는 불현 듯 생각나는 것이 있었다.


“아닐걸? 난 그냥 녹차 아이스크림만 주문했거든. 이렇게 큰 거 사달라고 하지도 않았고 말이야. 그런데 갑자기 이렇게 큰 걸 떡하니 들고 오더니 딸기우유 먹으면 가슴이 커진다고 말해주던데?”


마지막 말에 경은이와 하연이가 매우 경직된 미소를 지었다.


우리는 다시 아이스크림을 먹기 시작했다.


특히 나는 내일까지는 못 둘 것 같으니 이걸로 저녁이라도 때울 기세로 먹기 시작했다.


“그래도 정 선생님 알고 보면 좀 귀여운 구석이 있지 않아요?”


“귀여운 구석?”


“가끔 애들 같이 유치하실 때도 있지만, 그거야 직업 특성상 늘 애들과 함께 지내시다보니 아이들과 정신연령을 맞춰주는 게 습관이 되신 건 아닐까 싶기도 하고.”


“그러면 나는?”


경은이의 말에 내가 반문하자, 경은이가 ‘아, 정 선생님이 그냥 철이 없으신 거구나.’하는 표정으로 고개를 주억거렸다.


“그래도 애들하고 노는 것 보면 순수해 보이기도하고, 우리 같은 알바한테도 엄청 잘해주시는 거 보면 인성도 좋으신 것 같고, 영어도 엄청 잘하시고.”


경은이는 정 선생 명예회복이라도 시켜주려는 듯 열심히 그의 장점을 나열했다.


“그만하면 얼굴도 준수? 하긴 좀 아저씨긴 하다 그지?”


문득 외모에 대한 이야기를 하다가 그건 너무 나갔다 싶었는지 잠시 하연이의 동의를 구했다.


하연이는 아이스크림을 입에 가득 넣은 채 고개를 끄덕였다.


“나이차만 아니면 괜찮은 분이지!”


나는 왠지 의문의 1패를 당한 것 같은 기분에 낮에 식당에서 그가 나에게 했던 장난들을 재현했다.


나는 도저히 어느 포인트에서 웃어야할지 몰랐던 ‘팔굽혀펴기’를 보고 경은이와 하연이는 깔깔대고 웃었다.


유머 코드가 나만 다른가 싶어 나는 경은이를 대상으로 ‘호떡’도 보여주었다.


하연이는 내가 티슈를 두 번 곱게 접어 경은이의 한쪽 턱을 살포시 잡은 것을 보며 배를 잡고 자지러졌다.


“경은아 너 진짜 호떡 같아. 하하하. 웃겨 죽을 것 같네.”


내가 교탁에 볼펜 한 자루를 꺼내 턱에 대며 “이건 핫도그래.”라고 말하자 경은이 내 손에서 볼펜을 낚아채서 웃고 있는 하연이 턱에 가져다대며 웃었다.


“너 핫도그 진짜 잘 어울린다. 하하하.”


하연이는 자신이 핫도그 같다는 말이 또 웃겼는지 실성한 듯이 몸을 가누지 못하고 웃다가 그만 침이 죽 흘러나왔다.


“에이, 더러운 뇬. 침 닦아. 아이스크림에 떨어지겠다.”


경은이 하연에게 핀잔을 주면 조금 전까지 그녀의 턱을 감싸고 있던 티슈를 건넸다.


어쩐지 내가 의도한 바와는 전혀 다른 결과에 나는 가장 창피했던 비장의 ‘맷돌’을 보여주자 경은이와 하연이의 미간에 똑같은 주름이 생겼다.


“그건 너무 심한데요!”


“진짜 창피했겠다.”


내 편을 들어주는 얼굴 치고는 두 사람의 얼굴에 웃음이 일렁였다.


경은이는 손으로 입을 슬며시 가리고 있었고, 하연이는 입술을 살짝 깨물고 있었다.


“큭, 맷돌이래! 맷돌.”


하연이 참지 못하고 돼지코 소리를 시작으로 웃기 시작했다.


“너 그거 무슨 소리야? 더러운 소리 내지마.”


경은이 하연이의 돼지코 소리를 지적하면서도 웃음을 참지 못했다.


“근데, 정 선생님 정말 웃기지 않냐?”


나의 의도와는 점점 다른 방향으로 흘러가고 있었다.


저게 안 웃긴 내가 이상한 건지, 저 친구들이 낙엽 굴러가는 것만 봐도 웃길 나이······는 지났잖아.


그런데 왜 웃어?


도대체 어디가 어떻게 웃긴 건데?


나는 대화의 방향을 바꾸어보기로 했다.


“근데 정 선생은 나이가 몇인데 아직 컵라면도 못 끓여!”


경은이와 하연이의 웃음이 뚝 그쳤다.


화제 전환 성공!


“영어만 잘하면 뭐해? 정 선생 딱 봐도 외골수 기질이 다분하잖아. 모르긴 몰라도 영어 말고는 다른 건 하나도 할 줄 모를걸?”


경은이와 하연이의 표정에 의아한 빛이 떠올랐다.


“괜찮긴 뭐가 괜찮아? 그런 사람하고 결혼해봐! 생각만 해도 고생길이 훤하다. 훤해.”


나의 말이 쉬이 납득이 가지 않는지 경은이와 하연이가 서로를 마주보았다.


“어? 못 믿네? 오늘 내가 점심 때 컵라면이랑 김밥 먹으려고 했거든. 시키지도 않았는데, 컵라면에 물 받아 온다더니 찬 물을 떡하니 받아다 줬다니까.”


“······?”


“김밥이라도 먹으려고 했더니 그것도 자기가 반 넘게 먹어버리고.”


보조선생들을 앉혀놓고 정 선생 뒷담화나 하고 있는 나 자신에게 조금 자괴감이 들긴 했지만, 늘 사고치고, 나만 보면 골려먹기 바쁜 정 선생이 추앙받는 것은 배알이 꼴려서 보기 어려웠다.


“하연아! 너 정 선생님이 컵라면에 물 받아줄 때 차가운 물을 받아주신 적이 있니?”


“아니.”


“아니면 정 선생님이 컵라면 드실 때 실수로 차가운 물 받아오는 거 본 적 있어?”


경은이가 재차 묻자 하연이가 어깨를 으쓱하며 고개를 절레절레 내저었다.


“아니 그런 적 한 번도 없는데?”


경은이와 하연이가 ‘영문을 모르겠다’는 표정을 지었다.


“그리고 정 선생님 요리 엄청 잘 해요.”


“그걸 너희가 어떻게 알아?”


경은이의 말에 내가 반문하자 하연이가 답했다.


“맞아요. 정 선생님 댁에 한번 간 적 있는데, 저희한테 밥해주셨거든요. 청소도 되게 깔끔하게 하고 사시던데.”


평소 깔끔한 차림의 정 선생을 보면 청소야 그렇다 치더라도 요리는 정말 의외였다.


“혹시, 정 선생님이 윤 선생님 좋아하는 거 아니에요? 초딩 남자애들이 꼭 좋아하는 여자애한테 못된 장난치고 그러잖아요!”


“야, 그건 좀 아니다. 정 선생님이 초딩이냐?”


“맞다니까! 정 선생님은 윤 선생님한테만 장난쳐. 너 정 선생님이 다른 사람한테 장난치는 거 본 적 있어?”


“없지.”


“봐. 사이즈 딱 나온다니까!”


경은이와 하연이가 영문을 알 수 없는 대화를 나누고 있었다.


에이, 설마!


아니야.


아니지.


암, 아니고말고.


“오늘 정 선생님이 윤 선생님 점심 망쳤다고 밥 사주시고 아이스크림 사주신 거 맞죠?”


“응.”


나는 조금 어리둥절하여 대답과 함께 고개를 끄덕였다.


“거봐! 윤 선생님이 라면 먹는 거 안타까워서 일부러 사고 친 거라니까!”


“뭐야? 츤데레야?”


막상 나에게 질문을 해놓고 둘이서 계속 떠들고 있었다.


내가 모르는 외계어까지 써가면서!


츤...? 뭐?


“방금 뭐라고 했어?”


나는 경은이에게 그 생소한 단어에 대해 물었다.


“‘츤데레’요?”


“무슨 뜻이야?”


“아! 뭐 좋아하면서 좋아하지 않는 척 튕기는 거?”


“새침데기?”


“아? 네!”


갑자기 마음이 복잡해졌다.


경은이와 하연이의 추측이 전혀 근거가 없는 것은 아닐지도 모른다는 생각이 들었다.


모두 선약이 있어서 거절하긴 했지만, 정 선생이 서너 번 영화를 보자고 제안한 적이 있기는 했다.


혹시 그것이 데이트 신청이었나?


무슨 데이트 신청을 그렇게 맥락 없이, 눈치 못 채게 해?


누가 연애 고자 아니릴까 봐!


정 선생이 여자 마음을 좀 모르고, 유치한 아제게그를 해대서 그렇지 그렇게 나쁜 사람은 아니다.


정 선생을 처음 보았을 때, 그가 보인 수업에 대한 열정과 아이들에 대한 애정을 보면서 ‘강사로서 참 멋진 사람이구나.’하고 생각했었다.


장 기사나 보조선생은 살뜰히 챙기면서도 소위 권력자로 보일 수 있는 원장이나 최 실장에게는 결코 살살거리지 않았다.


권력에 굽히지 않지만 적대시하지 않고, 옆과 아래를 잘 챙기지만 동정하지 않는 모습이 반듯하게도 보였다.


그리고 정 선생에게 도움도 많이 받았다.


정 선생이 팀 메이트로 나를 선택해 주어서 학원에서의 입지도 페이도 훨씬 좋아진 건 분명 사실이었으니까.


처음에 그렇게 다방면으로 호감이었던 그가 언젠가부터 나에게 짓궂은 장난을 치기 시작하면서부터 급속도로 매력이 떨어지긴 했지만, 그 나이 먹도록 연애한번 못해본 모솔일지도 모른다는 생각이 들자 어느 정도 이해가 되었다.


어쩐지 처량하게 느껴지기까지 했다.


그놈의 아재개그나 점심때와 같은 민망한 장난만 치지 않으면 나름 괜찮은 사람이란 생각이 들기도 했다.


생각이 거기에 이르자 나도 모르게 피식 웃었나보다.


“갑자기 왜 웃으세요?”


나는 별일 아니라는 듯 손사래를 쳤다.


“아니, 그냥! 아무것도 아니야.”


나는 그렇게 말하면서 ‘우유에 빠진 딸기’를 떴다.




영어에 관한 질문을 댓글에 작성해주시면 선별하여 소설에 채택하여 사용하려고 합니다. 많은 참여 부탁 드려요^^


작가의말

정 선생은 우유, 원장님은 딸기...ㅋㅋㅋ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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36 진희와 훈민 20.12.22 27 1 11쪽
35 면접 20.12.18 27 1 11쪽
34 무교동 낙지, 청계천 20.12.15 23 1 11쪽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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32 문법나무 왼쪽가지(형태 변화), Soul Mate (소울메이트) 20.12.09 40 2 11쪽
31 문법나무 가지 실전 적용, 문법을 배우는 이유 20.12.02 35 1 11쪽
30 깨달음 20.11.28 33 1 12쪽
29 첫사랑 20.11.24 47 1 12쪽
28 혜신이 20.11.19 32 1 11쪽
27 동창회 20.11.17 43 1 12쪽
26 귀에 걸어도 코걸이, 코에 걸어도 귀걸이 이론 20.11.13 39 1 11쪽
» 우유에 빠진 딸기 20.11.10 37 1 11쪽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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22 윤 선생과 정 선생의 점심시간 20.10.29 40 1 12쪽
21 문법나무 가지 해설 V(동사) 下, AD(형용사), ADV(부사) 20.10.27 41 1 12쪽
20 문법나무 가지 해설 N(명사), V(동사) 上 20.10.22 47 1 11쪽
19 스킨십, 문법나무 줄기 해설, 대명사표 20.10.20 49 1 12쪽
18 팀 메이트 영어 정 선생 20.10.15 43 1 11쪽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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15 교재비는 500원, 문법 나무 20.10.06 57 1 12쪽
14 결정의 시간 20.10.03 54 2 11쪽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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