표지

Y.E.T.(Yame English Teacher)

웹소설 > 일반연재 > 로맨스, 일반소설

연재 주기
나불리스트
작품등록일 :
2020.08.22 20:15
최근연재일 :
2021.05.14 00:06
연재수 :
71 회
조회수 :
3,160
추천수 :
87
글자수 :
365,104

작성
20.12.10 23:45
조회
27
추천
1
글자
11쪽

미친 불닭 조작 사건

DUMMY

“여기서 제일 매운 컵라면이 뭐예요?”


“라면 코너 가운데 보시면 ‘미친 불닭’이라는 라면 있거든요? 이번에 나온 신제품인데, 그게 제일 매워요.”


나는 곧장 알바생이 가리키는 곳으로 가 ‘미친 불닭’ 두 개를 들고 왔다.


“얼마나 매워요?”


“저는 아직 안 먹어봤는데, 이거 매운 음식 덕후들도 울면서 먹는다고 소문이 자자해요. 실제로 저희 매장에서 이거 드시면서 우시는 분들도 여럿 봤어요.”


알바생은 바코드를 찍으며 나의 질문에 친절하게 대답했다.


나는 학원으로 돌아와 윤 선생에게 컵라면 두 개를 흔들어보였다.


“윤 선생! 이 라면 새로 나온 거라는데 한 번 먹어볼래? 윤선생것도 사왔어!”


나의 검은 속내를 모르는 윤 선생은 순진한 표정으로 컵라면을 보더니 고개를 갸웃거렸다.


“나 매운 거 잘 못 먹는데?”


망설이는 윤 선생의 의견을 묵살하고 나는 그녀를 끌고 탕비실로 향했다.


“찬물 붓지 마시고요!”


내가 컵라면을 들고 정수기로 향하자 등 뒤로 윤 선생의 목소리가 들렸다.


나는 컵라면이 익도록 덮개를 잘 덮어 싱크대 위에 소스와 함께 올려두고 윤 선생이 앉은 식탁 앞에 앉아 약간 무심한 듯 물었다.


“근데 아까 그 현진이라는 사람은 누구야?”


“소울메이트라니까요.”


또 그놈의 소울메이트 타령.


세상에 그런 게 어디 있어?


아직도 소녀처럼 그런 걸 믿는 윤 선생이 짜증나기도 하고, 도대체 그 현진이란 놈은 어떤 놈인지 궁금증이 일기도 했다.


“잘 생겼어?”


나의 질문에 윤 선생이 약간 애매한 웃음을 흘렸다.


“글쎄요. 잘 생겼다기보다는 예쁘게 생겼겠죠.”


내 그럴 줄 알았어.


역시 기생오라비 같은 놈이 틀림없어.


윤 선생은 뭐가 즐거운 듯 순진한 표정으로 방긋 웃었다.


이렇게 순수한 여자를 ‘소울메이트’니 뭐니 하면서 흔들어놓고 정작 고백은 하지 않고 어장관리나 하는 놈이라면, 역시 그런 놈에겐 그녀를 줄 수 없었다.


내가 나서서 윤 선생을 지켜주는 수밖에.


나는 가까스로 화나는 마음을 억눌렀다.


“소울메이트면 둘이 여행도 같이 다녀봤어?”


“그럼요! 걔는 여행 다니는 것 좋아하고, 좋은 여행지도 많이 알아서 휴가 때 항상 같이 여행가요!”


둘의 관계에 대해 알면 알수록 점점 빈정이 상했지만 정보를 더 캐내기 위해 티내지 않았다.


“둘이 어떻게 만났어?”


“전에 학원에서 같이 일하던 영어 선생이에요.”


“원어민은 아니지?”


내 질문이 황당했는지 윤 선생이 실소를 터트렸다.


“한국 사람이에요. 나 영어 울렁증 있는데 무슨 외국인?”


“그럼 영어 전공자야?”


“아니요. 포르투갈어 전공이에요. 그래서 유럽으로 유학도 다녀왔는데, 그때 유럽 곳곳을 다니면서 여행에 취미가 붙었나보더라고요. 다음엔 꼭 유럽에 같이 가보자고 했는데.”


예쁘게 생긴데다 부잣집 아들네미다 이거지?


나는 된장녀들과 외국인이든 유학파든 영어만 좀 한다싶으면 덮어놓고 좋아하는 어떤 여자들의 모습이 떠올라서 불쾌했다.


윤 선생도 그렇게 안 봤는데, 얼굴 반반하고 집 좀 살고 영어 좀 한다니까 홀린 거구만.


윤 선생 혼 좀 나야겠는데?


“라면 다 익었겠다.”


나는 윤 선생을 등지고 검은 웃음을 흘리며 컵라면 제조에 들어갔다.


물을 따라내고, 뜯기만 해도 매운기를 확 내뿜는 검붉은 소스를 내 것에는 소스를 반만, 윤 선생의 것에는 나머지 한 개 반을 모두 넣고 비비기 시작했다.


내 몸으로 싱크대가 가려질 것이기에 이 모든 작업을 들키지 않고 수행할 수 있었다.


자세히 보면 윤 선생의 것이 훨씬 소스의 색이 진하게 보이지만, 그렇게 신경 쓰지 않으면 둘 다 비슷해보였다.


잘 비벼진 라면을 구분하여 하나는 그녀 앞에 하나는 내 앞에 놓았다.


윤 선생은 매운기가 확 풍기는 라면을 선뜻 먹지 못하고 나무젓가락으로 휘저으며 탐색했다.


그녀의 경계심을 헐기 위해 내가 먼저 한 젓가락을 먹었다.


소스를 반밖에 넣지 않았는데도 충분히 매운 것으로 보아 사람들이 왜 눈물을 흘리며 먹는지 알 것 같았다.


윤 선생이 드디어 굳은 결심이라도 한 표정으로 라면을 한 입 입에 넣었다.


잔뜩 찡그린 그녀의 눈에 눈물이 어렸다.


“이거 너무 매운데요?”


그녀가 한 손으로 입을 가리며 고통 어린 목소리로 말했지만, 나는 여전히 화가 나 있는 상태였으므로 재빨리 정수기에서 뜨거운 물을 받아 주었다.


라면이 너무 매워 찬물 더운물을 제대로 구분할 수 없었는지 덮어놓고 내가 준 물을 받아 마신 윤 선생은 뱉지도 삼키지도 못하며 어쩔 줄 몰라 했다.


생각보다 더 심하게 고통스러워하는 그녀를 보고 이렇게까지 할 생각이 없었던 나는 재빨리 종이컵을 그녀의 입 앞에 내밀며 외쳤다.


“빨리 뱉어!”


“아이, 씨!”


윤 선생이 입에 있는 것을 뱉으며 저도 모르게 소리쳤다.


“그렇게 매웠어? 미안하긴 한데, 윤 선생도 욕을 하네?”


윤 선생은 미안해하는 나를 노려보면서 말했다.


“내가 언제 욕을 했다고 그래요? 그리고 정 선생님은 매운 거 먹은 사람한테 이렇게 뜨거운 물을 주면 어떡해요?”


“나도 당황해서 뜨거운 물인 줄 몰랐어.”


말도 안 되는 거짓말이었지만, 평소에 컵라면에 찬물을 받아다 준 것과 같은 맥락으로 이해하길 바랐다.


“그리고 이거 너무 매운데 선생님은 괜찮아요?”


나는 자연스럽게 뭐 어떠냐는 표정으로 다시 라면을 먹었다.


“이게 뭐가 맵냐? 윤 선생 입맛 까탈스러운 건 알아줘야 돼.”


컵라면 조작을 들키지 않으려고 괜히 윤 선생 탓을 하자 그녀가 놀란 표정으로 나를 쳐다봤다.


그녀의 표정이 양심을 자극했지만, 나는 여전히 시치미를 뚝 떼고 있었다.


“그런데 왜 선생님 건 내 거보다 약간 연해 보이죠?”


결국 나와 내 컵라면을 의문스러운 표정으로 번갈아보던 윤 선생이 그 미세한 차이를 발견한 것 같았다.


“연하긴 뭐가 연해?”


“연한 것 같은데? 그럼 한 입 줘보세요!”


윤 선생은 덜미라도 잡았다고 생각했는지 적극적으로 젓가락을 들이밀었다.


나는 그녀에게 뺏기기라도 할 새라 컵라면을 낚아채듯 손으로 들고 후다닥 먹어치웠다.


“야! 이게 뭐가 맵다고 그러냐?”


증거인멸에 성공한 나는 빈 용기를 내려놓고 의기양양한 표정으로 말했다.


윤 선생은 이상하다는 듯 고개를 갸웃거리면서 자신의 라면에 다시 도전했다.


그러나 역시 너무 매웠는지 아까 그 종이컵에 뱉었다.


마치 인간이 먹을 수 없는 것을 먹었다는 표정이었다.


윤 선생은 확신에 찬 표정으로 내게 자신의 컵라면을 내밀었다.


“저는 선생님 말대로 입맛이 까탈스러워서 안 되겠어요. 선생님은 좋아하시는 것 같으니 이것도 드세요.”


“나 배부른데?”


나는 핑계를 댔지만, 윤 선생의 눈에서 나오는 레이저를 피할 수는 없었다.


여기서 더 거절하면 저 여자는 내가 장난을 쳤다는 것을 확신할 것이었다.


그녀 앞에서 약한 모습을 보여 컵라면 조작을 들켜서는 안됐다.


나는 그녀가 내민 컵라면을 한 젓가락을 먹자마자 눈물이 핑 돌만큼 매운 맛에 ‘실수했구나!’라는 생각과 더불어 내가 그녀를 너무 얕잡아봤다는 것을 깨달았다.


한입 제대로 삼키고 나니 입이 열리지도 않았다.


“거봐요. 맵죠?”


윤 선생이 나에게 물을 건네주었다.


그 물을 마시고 싶은 생각이 간절했지만 그럴 수는 없었다.


나는 갑자기 전화기를 꺼내며 전화를 받는 척하면서 탕비실을 빠져나왔다.


이미 내 이마에는 땀이 비 오듯이 흘러내리고 눈에는 눈물이, 코에는 콧물이 질질 흐르고 있었다.


“거봐요! 맵죠?”


윤 선생의 외침이 등 뒤에서 들렸지만, 모른척 했다.




수업이 모두 끝나고 202호실을 들여다보니 윤 선생이 콧노래를 흥얼거리며 퇴근 준비를 하고 있었다.


핸드백에서 화장품을 꺼내 화장도 고치고 거울을 이리저리 보며 여간 신경을 쓰는 게 아니었다.


낮에 불미스러운 일이 있었지만, 이왕 이렇게 된 거 ‘쇠뿔도 단 김에 뺀다.’고 어떻게든 그 현진이란 놈의 정체를 알아봐야겠다는 생각이 들었다.


“어디가? 같이 가자! 나 오늘 너무 심심하단 말이야!”


나는 202호실 문을 벌컥 열고 들어가자마자 윤 선생에게 떼를 쓰며 말했다.


“어딜 같이 가요?”


윤 선생을 고개를 저으며 거절의 의사를 밝혔으나 내가 강경하게 계속 요정차자 결국 현진이란 사람에게 전화를 걸었다.


작게 뭐라고 속살거리더니 마침내 전화를 끊고 나에게 말했다.


“같이 가요.”


데이트에 외간 남자의 동행을 허락하는 걸 보니 역시 보통 놈은 아닌 것 같았다.


약속 장소는 다름 아닌 청계천이었다.


청계천 분수 쪽으로 걸어가자 멀리서 가늘고 긴 실루엣이 손을 흔들며 윤 선생을 맞이했다.


“자기야!”


내가 그의 정체를 다 파악하기도 전에 들려온 목소리는 분명 여자의 것이었다.


가늘고 긴 실루엣의 어깨로 넘실거리는 긴 머리카락도 보였다.


“저분이 그 영어 선생님?”


내가 얼떨떨한 목소리로 말하자, 윤 선생이 고개를 까닥이며 생긋 웃었다.


설마, 윤 선생 레즈비언은 아니지?


내가 다가가기도 전에 현진이라는 놈이, 아니 년이, 아니 현진씨가 먼저 나에게 성큼 다가왔다.


“안녕하세요! 저는 진희 베프 정현진이라고 해요!”


‘아, 성이 현씨가 아니고, 정씨였구나.’ 따위의 멍청한 생각을 하고 있는 나에게 계속 말을 걸었다.


“선생님에 대해서는 이야기 많이 들었어요.”


예의상 하는 말일 수도 있지만, 윤 선생이 베프에게 내 얘기를 했다는 것에 썩 기분이 좋아진 나는 환한 표정으로 현진씨에게 인사했다.


“안녕하세요! 저는 정용화라고 합니다. 저도 현진씨 얘기 많이 들었습니다. 우리 같은 ‘정’씨네요?”


“그러게요. 더 반갑게.”


상큼하게 웃는 현진씨는 늘씬한 키에 호리호리한 몸매가 마치 모델 같았고, 얼굴도 꽤 예뻤다.


원래 큰 키에 힐을 신어 키가 더 커진데다, 롱 코트를 입고 머리를 한 묶음으로 묶어서 멀리서 언뜻 보았을 때는 여자인지 남자인지 구분이 가지 않았지만, 가가이서 보니 누가 봐도 매력적인 여자였다.


물론 나는 키 크고 가냘픈 여자를 좋아하지 않았기 때문에 내 취향은 아니었다.


내 취향은 평범한 키에 약간 통통한 윤 선생 같은 타입?


오는 내내 만나기만 하면 골탕 먹일 생각으로 가득했던 것이 미안해서 나는 그들에게 저녁을 사야겠다고 생각했다.


물론 윤 선생이 말한 소울메이트가 남자가 아닌 것도 좋았고, 어장관리 당하는 것이 아니라 베프라는 것도 좋았고, 윤 선생이 된장녀에 골빈 여자가 아니라는 것도 좋았기 때문에 크게 한턱 쏘기로 마음먹었다.


“배 안고프세요? 저녁은 제가 살게요.”


나는 두 사람에게 호쾌하게 말하며 주변의 식당 간판들을 스캔하기 시작했다.


“뭐 좋아하세요?”


“전 다 잘 먹어요.”


현진씨가 밝게 웃으며 말했다.


“윤 선생은?”


“저도 아무거나 괜찮아요.”


문득 그녀가 나 때문에 점심을 제대로 못 먹은 것이 생각났다.


이번에는 꼭 맛있는 것을 사주어야겠다고 생각하던 찰나에 청계천 건너편에서 반짝이는 ‘무교동 낚지’라는 간판이 눈에 들어왔다.




영어에 관한 질문을 댓글에 작성해주시면 선별하여 소설에 채택하여 사용하려고 합니다. 많은 참여 부탁 드려요^^


작가의말

소울메이트: 영혼의 단짝

이 작품은 어때요?

< >

Comment ' 0


댓글쓰기
0 / 3000
회원가입

Y.E.T.(Yame English Teacher) 연재란
제목날짜 조회 추천 글자수
41 문법나무 열매(관계대명사), 의리의 사나이 장 기사 21.01.16 33 1 11쪽
40 문법 나무 열매(문장의 5형식, 관계대명사) 21.01.12 27 1 12쪽
39 오해, 문법 나무 열매(문장의 5형식), 궁극의 목적 21.01.07 31 1 11쪽
38 나불리스트 20.12.29 27 1 11쪽
37 이 선생과 윤 선생을 떼어놓는 방법 20.12.25 29 1 12쪽
36 진희와 훈민 20.12.22 27 1 11쪽
35 면접 20.12.18 27 1 11쪽
34 무교동 낙지, 청계천 20.12.15 23 1 11쪽
» 미친 불닭 조작 사건 20.12.10 28 1 11쪽
32 문법나무 왼쪽가지(형태 변화), Soul Mate (소울메이트) 20.12.09 40 2 11쪽
31 문법나무 가지 실전 적용, 문법을 배우는 이유 20.12.02 35 1 11쪽
30 깨달음 20.11.28 33 1 12쪽
29 첫사랑 20.11.24 46 1 12쪽
28 혜신이 20.11.19 31 1 11쪽
27 동창회 20.11.17 43 1 12쪽
26 귀에 걸어도 코걸이, 코에 걸어도 귀걸이 이론 20.11.13 39 1 11쪽
25 우유에 빠진 딸기 20.11.10 36 1 11쪽
24 시강: 12시제, 시간조건 부사절 20.11.09 43 1 13쪽
23 달콤하고 소심한 복수 20.11.03 46 1 11쪽
22 윤 선생과 정 선생의 점심시간 20.10.29 40 1 12쪽
21 문법나무 가지 해설 V(동사) 下, AD(형용사), ADV(부사) 20.10.27 41 1 12쪽
20 문법나무 가지 해설 N(명사), V(동사) 上 20.10.22 47 1 11쪽
19 스킨십, 문법나무 줄기 해설, 대명사표 20.10.20 49 1 12쪽
18 팀 메이트 영어 정 선생 20.10.15 43 1 11쪽
17 정 선생과의 인연 20.10.14 56 1 12쪽
16 1번 원칙. S+V=1 (‘to 부정사’와 ‘V+ing’) 20.10.08 59 1 11쪽
15 교재비는 500원, 문법 나무 20.10.06 57 1 12쪽
14 결정의 시간 20.10.03 54 2 11쪽
13 Test Ⅱ 20.10.01 55 1 11쪽
12 Test Ⅰ 20.09.29 59 1 12쪽

구독자 통계

신고 사유를 선택하세요.
장난 또는 허위 신고시 불이익을 받을 수 있으며,
작품 신고의 경우 저작권자에게 익명으로 신고 내용이
전달될 수 있습니다.

신고

'나불리스트' 작가를 후원합니다!

  • 보유 골드: 0 G