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Y.E.T.(Yame English Teache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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연재 주기
나불리스트
작품등록일 :
2020.08.22 20:15
최근연재일 :
2021.05.14 00:06
연재수 :
71 회
조회수 :
3,170
추천수 :
87
글자수 :
365,104

작성
20.12.29 23:31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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11쪽

나불리스트

DUMMY

오전 수업이 끝나고 경은이와 하연이, 이 선생과 정 선생, 그리고 나 이렇게 5명은 누가 먼저랄 것도 없이 자연스럽게 뭉쳐 점심을 먹으러 학원 밖을 나섰다.


오늘은 웬일인지 양식을 혐오하는 정 선생이 여자들의 의견을 받아들여 파스타를 먹기로 했다.


“대신 밥값은 각자 내는 거야.”


평소에도 점심 정도는 더치페이를 하고 있었지만, 굳이 저렇게 환기시키는 데는 평소 먹는 밥값보다 웃도는 금액에 혹시라도 경은이와 하연이의 마음이 돌아설까 하는 얄팍한 기대감이 있었을 것이다.


그러나 경은이와 하연이도 어쩌다 한번 이 정도는 거금을 쓸 의지가 있었던 모양이다.


우리는 최근에 학원 근처에 새로 생긴 파스타 가게로 향했다.


노란 외벽에 빨간색 어닝이 출입구와 창에 달린 유럽풍 인테리어가 여자들의 마음을 샀다.


모두들 즐겁게 메뉴판을 살피고 있는데, 정 선생만 심드렁한 표정으로 팔짱을 낀 채, 도통 주문에 관심을 두지 않고 있었다.


“정 선생님은 안 고르세요?”


붙임성이 좋고, 특히 정 선생을 잘 따르는 경은이가 물었다.


“뭐 고를 거 있어? 난 빨간 거 먹을래. 흰 건 도무지 느끼해서······.”


토마토소스 파스타를 그저 ‘빨간 거’라고 하는 정 선생의 어휘구사에 경은이와 하연이가 그만 웃음을 터트렸다.


“토마토소스 파스타도 여러 가지가 있단 말이에요.”


경은이가 웃음을 거두고 메뉴판을 보며 친절하게 설명했다.


“이집에는 미트볼이랑 해물이 있네요. 어떤 걸로 하실 거예요?”


“난 얼큰한 게 좋은데.”


정 선생은 생긴 건 파스타나 스테이크를 못해도 100번은 먹은 사람처럼 생겨서 입맛이 완전 토종이었다.


“그럼 해물 토마토소스로 하세요.”


정 선생의 메뉴는 그렇게 경은이가 도와주고, 경은이와 하연이는 봉골레와 까르보나라를 시켜 둘이 함께 먹기로 했다.


“남자는 역시 고기지! 나는 찹스테이크!”


“이 선생님 찹스테이크 나오면 저희 한 조각씩 주시면 안돼요?”


“그래.”


강아지 같은 눈빛을 한 경은이와 하연이에게 이 선생이 웃어주었다.


“윤 선생님은 뭐 드실 거예요?”


“으응. 알리오올리오랑 로제 중에 뭐 먹을지 고민되네.”


“그럼 로제 시키세요. 경은이가 오일 파스타고 제가 크림 파스타니까 우리 같이 골고루 나눠먹어요.”


나는 하연이의 제안이 마음에 들어 로제 파스타를 시켰다.


“파자도 한 조각씩 먹을까? 그건 내가 쏠게.”


센스 있는 이 선생이 마르게리타 피자를 하나 추가했다.


나는 피자와 파스타를 덜어먹기 위해 앞접시를 사람 수대로 달라고 부탁했다.


음식이 나오기 전에 주인이 개업 이벤트라며 우리 모두에게 무알콜 모히또를 한잔씩 내주었다.


나는 라임과 민트 잎이 아름답게 조화를 이루는 상큼한 모히또를 한 잔 마시며 이 선생에게 말했다.


“훈민 쌤, 나 어제 악플 달렸다?”


“악플?”


“응, 닉네임도 안 잊어버려. ‘나불리스트’야. 왠지 엄청 나불나불거릴 것 같은 닉네임이지? 아! 첫 악플이야! 기분 나빠!”


“뭐? 닉네임이 뭐라고?”


“나불리스트.”


“어? 그 사람 어제 내 글에도 댓글 달았는데?”


“뭐야? 나불리스트 역시 악플러야? 훈민 쌤 글에도 악플 달았어?”


나는 어쩐지 열이 확 오르는 것 같아 시원한 모히또를 한 모금 더 들이켰다.


“글세. 단순한 악플이라기 보다는 비평? 의견? 그런데 그 사람이 다는 댓글이 스포일러 수준이라 참 곤란하더라고. 그냥 악플 달아서 상대방 기분 나쁘게 할 목적이라 하기엔 머리가 무척 좋은 것 같아.”


“······?”


“내가 파놓은 수수께끼를 다 파악하고 있더라고! 그래서 앞으로 어떻게 글을 써야 할지 머리가 아플 지경이야! 그렇다고 시놉시스를 수정할 수도 없는 노릇이고 말이야. 그런 것에 반응해서 일일이 수정했다가는 이야기가 산으로 갈 테니까.”


“난 그야말로 악플이던데. 내 소설이 그렇게 형편없는 걸까?”


이 선생이 침울해 있는 내 어깨를 다독여주었다.


“너무 신경 쓰지 마! 제법 지능형이긴 해도 그래봤자 단순히 잘난척하려고 남의 글 비방이나 하는 놈일 거야. 어디 그런 사람들이 한 둘이야?”


그래도 내 기분이 나아질 기미를 보이지 않자 이 선생이 한결 밝은 목소리로 말했다.


“관종이야, 관종! 신경 쓰지 마!”


“맞아요. 그런 애들 있어요. 너무 한심해요!”


“그런 애들을 키보드 워리어라고 하는데, 익명이라는 점을 악용해서 누구든 가리지 않고 무조건 욕하는 애들 있어요.”


막 나오기 시작한 음식에 포크를 가져가며 경은이와 하연이도 거들었다.


“그런 새끼들은 어디서 연애도 한번 못해본 연애고자에 친구도 없어서 관심 끌려고 그러는 거예요.”


“맞아요. 윤 선생님 신경 쓰지 마세요. 그런 거에 신경 쓰시면 그놈한테 지는 거예요. 그게 그놈이 바라는 거니까요.”


우리 셋은 자신의 파스타를 서로에게 조금씩 덜어주었다.


우리의 격렬한 대화에도 불구하고 한 마디도 끼지 않고 그저 묵묵히 좋아하지도 않는 파스타만 먹고 있는 정 선생의 태도가 불현 듯 거슬렸다.


나에게 일말의 관심이 있는 것 같았는데, 그런 내 소설에 누군가 악플을 달았다는데, 어떻게 한마디도 하지 않는 것인지 서운해지기 시작했다.


“정 선생님은 나불리스트가 왜 그런다고 생각하세요?”


나는 서운함을 참지 못하고 결국 그의 의견을 구했다.


이쯤 되면 그래도 내 편을 조금이라도 들어줄 줄 알았던 정 선생은 의외로 비릿한 웃음을 머금고 나를 질책하는 듯한 말을 하기 시작했다.


“야! 좀 기분이 거슬리더라도 남의 말도 들을 줄 알아야지! 어떻게 윤 선생 기분 맞춰주는 사람 이야기만 듣냐? 윤 선생이 이승만이야? 선조야? 그렇게 ‘yes맨’들만 옆에 있으면 사람이 발전이 없는 거야! 안 그래? 훈민아?”


정 선생의 말이 틀린 말은 아니지만, 너무 냉정하게 내뱉는 그의 말에 나는 기분이 상하고 말았다.


게다가 나불리스트는 정당한 비평이 아닌 단순한 악플을 일삼았기 때문에 나는 정 선생이 잘 알지도 못하면서 함부로 말하는 것처럼 들렸다.


나는 서운함을 견디지 못하고 평소라면 하지 않았을 토라진 말투가 나오고 말았다.


“그래서 정 선생님은 제 글을 읽어보긴 했어요?”


“야! 내가 그렇게 할 일이 없냐? 그런 거나 읽고 있게?”


아! 재수 없어! 삼만 년은 재수 없을 것 같아!


“선생님! 윤 선생님 소설 생각보다 재밌어요. 한번 읽어보세요.”


하연이가 역성을 들자 정 선생이 다시 비릿하게 웃었다.


“들었지? 윤 선생! ‘생각보다’라잖아. 얼마나 기대를 안하고 읽었으면 ‘생각보다 재밌다’는 평이 나오냐? 그 악플러의 의견도 한번 깊이 고민해봐. 악플이 아닐지도 모르잖아.”


정 선생은 당황하는 하연이를 향해 부드럽게 미소 지으며 말했다.


“그런 거 관심 없어! 애들 가르치는 것도 힘들어!”


메인 메뉴 중 이 선생의 찹스테이크가 가장 늦게 나왔고, 찹스테이크가 나오자 경은이와 하연이의 관심은 그리로 쏠렸다.


이 선생이 그녀들에게 찹스테이크를 한 조각씩 덜어주자 세 사람은 고기를 한 조각씩 입에 넣고 우물거리며 고기예찬에 들어갔다.


그리고 정 선생은 언제 그랬냐는 듯 나에게 다시 산뜻한 미소를 지으며 은밀히 말했다.


“그나저나 윤 선생, 현진씨랑 훈민이 소개시켜주는 일은 잘 진행되고 있어?”


나는 내내 뾰로통해 있다가 화제가 전환되자 얼른 정신을 차리고 말했다.


“그렇지 않아도 이번 주에 같이 만나기로 했어요!”


“야! 그걸 왜 이제 말해?”


“그걸 꼭 선생님한테 말해야 해요?”


“당연하지. 나도 같이 나갈 건데.”


“선생님이 거길 왜 나와요? 눈치 없이?”


“야! 너야말로 눈치 없는 거지! 둘이 만나는데 거기서 너 혼자 뭐 할 거야?”


“뭐하긴요? 소개해주고 빠져줘야죠.”


“빠져줄 때도 혼자 빠져주면 불쌍해 보일 거 아니야. 그러면 착한 현진씨나 훈민이가 그냥 내버려 둘 것 같아?”


“······.”


“계속 셋이 놀게 될 걸? 내가 가서 대충 분위기도 살려주다가 둘이 분위기 좋아지면 같이 빠져주자. 그럼 그림도 좋잖아. 자연스럽게.”


“그런가요?”


나는 정 선생의 말이 제법 일리 있게 들려 고민스러웠다.


“그리고 그때 내가 보고 싶은 영화가 하나 있는데 같이 보러 가자!”


“와! 정 선생님 센스 장난 없다!”


어느새 우리 얘기에 귀를 기울이고 있었던 건지 경은이가 끼어들었다.


“윤 선생님 그렇게 하세요!”


하연이도 한마디 거들었다.


누가 봐도 그게 더 합리적인가?


하긴 내가 언제 소개팅 주선을 해봤어야 알지.


어쩐지 경은이와 하연이게 떠밀려가는 건 아닐까 생각할 즈음 마지막 음식인 마르게리타 피자가 나왔다.


“아니 이거 피자가 왜 이렇게 얇아? 이거 재료값 아끼려고 이렇게 얇게 만드는 거 아냐?”


정 선생의 반응에 우리 네 사람은 잠시 할 말을 잃고 굳어졌다.


“이거 먹고 어디 배부르겠어?”


“형님 여기 피자는 파스타 먹으면서 한 조각씩 곁들여 먹거나 피자만 먹고 싶으면 한 사람이 혼자 다 먹는 거예요.”


“혼자 다 먹어도 그렇지. 피자는 자고로 빵이 두툼하고 빵 바깥에 고구마나 치즈 들어 있고 그래야 제 맛 아니야?”


큰 소리로 정신 나간 소리를 해대는 통에 부끄러움은 모두 우리의 몫이었다.


나는 나불대는 정 선생의 입에 피자 한 조각을 들어서 밀어 넣었다.


정 선생이 피자를 우물거리느라 조용해지자 우리는 예정대로 식사를 계속했다.


자신이 시킨 파스타를 앞에 놓고 앞 접시를 세 개 얻은 우리 여자들은 서로의 것을 조금씩 덜어 나눠먹고 있었는데, 별안간 정 선생의 포크가 우리들의 평화로운 접시를 침범하려고 했다.


“뭐하시는 거예요, 지금!”


내가 그의 포크를 밀어내며 정색하자 정 선생은 뻔뻔한 표정으로 되받아쳤다.


“아니! 너희들도 내꺼 먹으면 되잖아!”


그러면서 반 이상 먹은 자신의 파스타 접시를 우리에게 툭 내밀었다.


“먹던 걸 어떻게 먹어요?”


정 선생은 이상하다는 듯이 우리를 쳐다보았다.


“너희들도 나눠먹고 있잖아. 나는 왜 안 되는데? 설마 남녀가 유별해서 그래? 윤 선생 그렇게 안 봤는데 완전 옛날 사람이네?”


“그런 게 아잖아요. 이건 기본 위생 문제라고요. 우리는 포크에 입대기 전에 미리 서로 조금씩 덜어 준 거 먹는 거예요. 그런데 정 선생님이 쪽쪽 빨던 포크로 휘저은 파스타를 누가 좋다고 먹겠어요?”


나는 경은이와 하연이 얼굴을 한번 본 뒤 다시 힘주어 말했다.


“얘네들이 말을 못해서 그렇지. 여자들이 그런 거 얼마나 싫어하는데요!”


“그렇게 깔끔을 떨면 면역력에도 안 좋고 그런 거야. 적당히 더럽게 살아야 더 건강한 거라고!”


오늘따라 정신 나간 소리를 많이 해대는 정 선생이었다.


“우리 때는 잔 돌리기 이런 거 해도 아무 문제 없었어. 찌개 그릇 하나에 다 같이 숟가락 꽂고 먹어도 맛만 좋더라!”


어이없어 입을 다물지 못하는 우리 셋을 앞에 두고 정 선생은 헛소리 한마디를 덧붙인 뒤 가차 없이 내 파스타 그릇에 자신의 포크를 담갔다.




영어에 관한 질문을 댓글에 작성해주시면 선별하여 소설에 채택하여 사용하려고 합니다. 많은 참여 부탁 드려요^^


작가의말

맛있겠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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40 문법 나무 열매(문장의 5형식, 관계대명사) 21.01.12 27 1 12쪽
39 오해, 문법 나무 열매(문장의 5형식), 궁극의 목적 21.01.07 32 1 11쪽
» 나불리스트 20.12.29 29 1 11쪽
37 이 선생과 윤 선생을 떼어놓는 방법 20.12.25 29 1 12쪽
36 진희와 훈민 20.12.22 27 1 11쪽
35 면접 20.12.18 27 1 11쪽
34 무교동 낙지, 청계천 20.12.15 23 1 11쪽
33 미친 불닭 조작 사건 20.12.10 28 1 11쪽
32 문법나무 왼쪽가지(형태 변화), Soul Mate (소울메이트) 20.12.09 40 2 11쪽
31 문법나무 가지 실전 적용, 문법을 배우는 이유 20.12.02 35 1 11쪽
30 깨달음 20.11.28 33 1 12쪽
29 첫사랑 20.11.24 47 1 12쪽
28 혜신이 20.11.19 32 1 11쪽
27 동창회 20.11.17 43 1 12쪽
26 귀에 걸어도 코걸이, 코에 걸어도 귀걸이 이론 20.11.13 39 1 11쪽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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24 시강: 12시제, 시간조건 부사절 20.11.09 43 1 13쪽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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22 윤 선생과 정 선생의 점심시간 20.10.29 40 1 12쪽
21 문법나무 가지 해설 V(동사) 下, AD(형용사), ADV(부사) 20.10.27 41 1 12쪽
20 문법나무 가지 해설 N(명사), V(동사) 上 20.10.22 47 1 11쪽
19 스킨십, 문법나무 줄기 해설, 대명사표 20.10.20 49 1 12쪽
18 팀 메이트 영어 정 선생 20.10.15 43 1 11쪽
17 정 선생과의 인연 20.10.14 56 1 12쪽
16 1번 원칙. S+V=1 (‘to 부정사’와 ‘V+ing’) 20.10.08 59 1 11쪽
15 교재비는 500원, 문법 나무 20.10.06 57 1 12쪽
14 결정의 시간 20.10.03 54 2 11쪽
13 Test Ⅱ 20.10.01 55 1 11쪽
12 Test Ⅰ 20.09.29 59 1 12쪽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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