Y.E.T.(Yame English Teache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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작품등록일 :
2020.08.22 20:15
최근연재일 :
2021.05.14 00:06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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21.01.16 00:39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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문법나무 열매(관계대명사), 의리의 사나이 장 기사

DUMMY

“This is the house which I live in. This is the house in which I live. 이 두 문장은 사실 같은 것인데, 전치사 ‘in’ 뒤에 전치사의 목적어(P‧O)역할을 해야 하는 명사가 없지?”


“······.”


“나 같으면 그냥 이거 ‘전치사의 목적격 관계대명사’라고 부르고 싶은데, 문법학자들이 전치사의 목적어도 어차피 목적어니까 ‘목적격 관계대명사’라고 불러.”


“······.”


“그래도 나는 내가 부르는 것처럼 부르는 것이 좀 더 체계적이라고 생각해! 다만 너희들이 학교에서 배울 때를 대비해서 미리 알려주는 거야!”


“······.”


“자 이렇게 관계사로 이어주는 문장에 꼭 있어야 할 명사가 하나 없는 것을 ‘불완전한 문장’이라고 해!”


“······.”


“즉 관계대명사를 써야 할지 그냥 단순 접속사를 써야할지 정해야 할 때는 선행사가 나왔느냐, 나오지 않았느냐, 그리고 관계사로 이어주는 문장이 완전한 문장 즉, 더 이상 명사가 나오지 않아도 되느냐 아니면 불완전한 문장 즉, 꼭 필요한 명사 하나가 없는지를 보면 알 수 있는 거야!”


“······!”


“이 정도까지 파악할 수 있다면 이미 너희들은 문법에서 초고수는 아니더라도 어깨를 펴고 살 수 있는 정도는 된 거야!”


아이들의 표정이 무척이나 밝았다.


“내가 누구?”


“야메 잉글리쉬 티쳐요!”


아이들의 함성과 함께 수업을 마치는 종이 울렸다.




수업을 마치고 식사를 하기위해 최 실장과 함께 장기사를 기다리고 있는데, 마침 그가 운행을 마치고 돌아왔다.


“아이고! 이게 누구야! 운전을 그렇게 잘한다는 장 사장님 아니야!”


나는 장 기사를 반갑게 맞이하며 그를 이끌고 최 실장과 함께 식당으로 향했다.


내가 장 기사를 마음에 둔 것은 그의 남자답고 의리 있는 성격도 한몫했지만, 그보다는 언젠가 그가 내뱉은 한마디 말 때문이었다.




***




멘사 학원에 온지 며칠이나 되었을까?


나는 최 실장과 장 기사와 함께 우연히 술자리를 갖게 되었다.


모르긴 몰라도 당시 학원 운영이 무척 어려웠던 탓인지 최 실장은 우리를 1인분에 2,900원하는 대패 삼겹살집으로 인도했다.


보통 학원에서 선생이 새로 들어와 환영식을 하는 경우, 늦게까지 수업이 있는 어쩔 수 없는 몇몇 선생들은 빼고라도 시간이 되는 선생은 모두 모아서 한다.


비싼 곳에 가서 먹지는 않더라도 조촐한 곳에라도 가기 마련이다.


이런 학생들이나 올 법한 싸구려 대패 삼겹살집이라니!


아무래도 내 환영식이 아닌가보다 하고 생각했다.


어차피 나는 성격상 환영식을 하거나 말거나 상관없기도 했다.


음식이야 맛없으면 안 먹으면 그만이고, 별로 친해질 것 같지도 않은 선생들과 억지로 모이는 것도 성미에는 맞지 않았다.


그런 맥락에서 볼 때, 오히려 최 실장과 나 둘이서만 마시면 될 것을 생뚱맞게 웬 운전기사를 데려왔나 싶었다.


물론 의문은 얼마 지나지 않아 풀렸지만.


“이쪽은 장영호 기사님이고, 나이는 올해 서른여섯이시죠?”


최 실장이 장 기사를 바라보며 나이를 확인하자 그가 고개를 끄덕였다.


“이쪽은 새로 오신 정용화 선생님이세요. 장 기사님이 정 선생님보다 세 살 많으니까 장 기사님이라고 하시던지, 형님이라고 하시던지 호칭 정리는 두 분이서 알아서 하시고.”


“형님은 무슨! 그냥 편하게 장 기사라고 부르세요.”


셋 중 제일 나이가 많음에도 불구하고 그는 깍듯한 예의가 몸에 밴 듯 무척 공손했다.


그렇다고 권력 앞에 굽실거리는 저자세와는 상당히 달라서 좋은 인상을 주었다.


“그럼 장 기사님도 저를 그냥 이 선생이라고 부르세요.”


나는 악수를 청하는 그의 손을 맞잡으며 말했다.


평소 지위로 상대방을 누르려고 하거나, 학벌이나 재력을 자랑한다든지, 그것도 아니면 왕년에 잘 나갔던가, 이도저도 아무것도 내세울 것이 없으면 나이를 벼슬 삼는 한국의 조직문화에 염증을 느끼고 있었다.


그런 나에게 있어 아직도 사농공상의 잔재가 숨 쉬는 대한민국에서 머리 쓰는 우리들 앞에서 몸 쓰는 기사라는 직업을 전혀 부끄럽게 여기지 않으면서도 이렇게 겸손한 태도를 보이는 장영호라는 인물은 내 마음을 끌기에 충분했다.


게다가 그는 알면 알수록 나이에 걸맞지 않게 아이처럼 순수했다.


그런 면에서 나는 그가 충분히 존중받아 마땅한 사람이라고 생각했다.


뿐만 아니라 그는 어떤 면에서는 나보다 뛰어난 인재임이 틀림없었다.




제일 먼저 운전!


일단 나는 운전을 하지 못했다.


필기시험이야 뭐든 공부하고 외우는 데에 이력이 난만큼 첫 시험에서 만점을 받았지만, 실기에서는 벌써 2번이나 떨어졌던 것이다.


장 기사가 운전을 잘하는 것은 그의 직업이니까 당연한 것이겠지만, 그럼에도 불구하고 그것을 칭찬할 수밖에 없는 것은 그의 주차 솜씨 때문이었다.


학원에 주차장이 따로 없다보니 우리 학원 앞이 주차하기가 여간 까다롭지 않았다.


그래서 다른 기사님들도 승하차를 마치고나면 차를 학원에서 좀 먼 데에 잠시 가져가시기도 했다.


그러나 장 기사는 달랐다.


차가 들어갈 수 있는 공간만 나면 그곳이 어디든 주차가 가능했다.


그가 주차를 할 때면 마치 영화 ‘미션 임파서블’이나 ‘007’같은 첩보영화의 주인공을 보는 착각이 들 정도로 그의 운전 솜씨는 현란했다.




두 번째 연애!


내가 생이 처음으로 공들일 마음이 들어 공을 들여도 잘 되지 않는 그 빌어먹을 연애!


장 기사는 나보다 세 살 밖에 많지 않은데도 벌써 슬하에 예쁜 딸을 둘 둔 한 가정의 가장이었다.


“따님이 몇 살인데요?”


“큰 애가 내년에 초등학교 입학합니다.”


“벌써요?”


“결혼을 일찍 해서 그렇죠 뭐.”


그의 얼굴이 멋쩍게 붉어졌다.


“서모님은 어떻게 만나셨어요?”


“어디서 만났어요?”


두 총각의 호기심 어린 질문에 장 기사는 뭘 그런 걸 물어보냐는 듯 그저 너털웃음을 흘릴 뿐 쉽사리 대답하지 않았다.


“연애 어떻게 했는지 좀 알려줍시다.”


“우리도 좀 배우게!”


“운명이죠. 뭐!”


그는 두 총각의 성화를 한마디로 일축했다.


나중에 친해지고 나서 조금씩 풀어놓은 그의 연애담은 순수 그 자체였는데, 첫 사랑과 결혼에 골인한 대단한 장영호씨였다.




세 번째 성실성!


창의력이 뛰어난 대신 나는 이 부분이 조금 부족한데, 장 기사의 성실함은 가히 존경할만했다.


윤 선생이랑 맞따귀 치던지, 윤 선생보다 더 성실할지도 모른다.


게다가 그의 성실은 단순한 일중독이 아니라 사랑에 근거했다.


굳이 그렇게까지 하지 않아도 될 텐데, 학원이 정해둔 코스보다도 훨씬 더 깊이 들어가서 아이들을 태워다주고 오곤 하니 일하는 시간이 길어지는 일이 잦았다.


마음 약한 장 기사가 무리하는 것 같아 내가 한마디 한 일이 있었다.


“굳이 뭘 그렇게까지 힘들게 일해요? 매뉴얼대로 해요. 그냥.”


“무조건 아이들이 안전해야죠! 어두운 데 걸어가다가 사고라도 나면 어떻게 해요? 나쁜 사람들도 많고.”


받아치는 말투가 무척 담담했다.


역시 두 딸을 둔 아버지의 마음이다, 이건가?


“게다가 아이들이 얼마나 피곤하겠어요! 차 뒤에서 늘어져 자고 있는 애들 보면 얼마나 짠한데요!”


그는 나무라지 말라는 듯 착한 눈빛으로 나를 바라보았다.




그런 그에게도 딱 한 가지 단점이 있었는데, 그것은 바로 자신의 짧은 가방끈에 대한 열등감이었다.


그의 그런 열등감은 처음에는 드러나지 않았지만, 친해지고 편해지면서 조금씩 드러나기 시작했다.


최 실장과 내가 무슨 말만 하면 “역시 배운 사람들은 뭐가 달라도 다르다!”며 추켜세웠다.


처음에는 단순한 칭찬인 줄로만 알았는데, 빈도가 잦아지자 그것이 칭찬이라기보다는 자신의 열등감의 표출이라는 것을 알게 되었다.


나는 열등감이 있는 사람을 좋아하지 않을뿐더러 열등감의 발로로 나오는 말을 듣는 것은 그것이 칭찬이라 하더라도 달갑지 않게 여기는 사람이다.


그러나 장 기사에게는 호감을 느끼고 있었다.


이유는 그는 보통 열등감에 휩싸여 있는 사람들에게서는 찾아보기 힘든 ‘분명한 꿈’이 있었다.


꿈이 있는 사람은 언제나 사랑스럽지 않은가!


“나중에 돈이 좀 모이면 자동차 정비공장을 운영하고 싶어요.”


“공장은 돈이 많이 들지 않나? 어느 세월에 공장 차릴 돈을 모아? 애 둘 키우려면 돈 많이 들지 않아요?”


기사 월급 뻔한데, 너무 허무맹랑한 생각 아닌가 싶어 조금 무례하다 싶었지만, 진심으로 걱정되는 마음으로 물었다.


“혹시 부모님이 땅 같은 거 가지고 계세요?”


나와 같은 생각을 했는지 최 실장이 물었다.


“땅은 무슨? 애 엄마도 일하고 있고, 저축을 열심히 하고 있지. 방법이야 찾으면 있지 않겠어요?”


작게 시작하는 케이스라거나, 폐업을 맞은 곳을 인수한다거나, 국가에서 지원하는 창업자금이라든가, 대출 등에 대해 장 기사는 그 방면에 생각보다 많은 정보를 가지고 있었다.


“그보다 기술은 있어요? 공장이면 기술이 있어야 하잖아.”


“그래서 일이 끝난 후에 정비기술을 틈틈이 배우고 있는데, 조금만 더 하면 자격증을 딸 수 있을 것 같아요.”


그의 얼굴에 수줍을 미소가 밝게 번졌다.


“하루 종일 운전하고. 밤에 자격증 공부까지! 장 기사님 안 피곤해요? 대단하다!”


최 실장도 혀를 내둘렀다.


나는 그렇게 열심히 살아가는 장 기사를 보면서 부모 잘 만나서 편하게 대학까지 나와 아무 꿈도 없이 그저 남들이 시키는 대로 남들 보기 좋으라고 대기업 아니면 공무원준비만 해대는 요즘의 삐리한 놈들보다 장 기사가 100배는 멋있다고 생각했다.


가방끈이 좀 짧으면 어때?


저렇게 자신의 꿈을 이루려고 노력하는 사람이 진정 멋진 사람이지!


그런 그에 대한 호감으로 우리는 자주 만나서 대화를 했다.


내가 창고 같던 그곳을 그럴싸한 교실로 만들던 때에도 시간이 허락하는 대로 나타나 도와주었다.


“밤 낮 일하느라 피곤할 텐데, 뭐 하러 와요? 잠시라도 좀 쉬어요.”


“괜찮아요.”


그렇게 해맑게 웃으며 무거운 것들을 번쩍번쩍 들어 옮겨주곤 했다.


그렇게 그와는 브로맨스를 나누는 사이가 되었다.


내가 그를 ‘장 기사님’이라고 부르지 않고, ‘장 사장님’이라고 부르는 이유도 부디 말이 씨가 되어 그가 하루라도 빨리 그의 꿈인 자동차 정비공장을 차리기를 바라는 마음의 발로였다,


나의 그런 마음을 알기라도 하는 듯, 그는 공석에서야 나에게 ‘정 선생님’이라고 부르며 깍듯하게 대했지만, 사석에서는 훨씬 편한 미소로 나를 ‘정 원장’이라고 불렀다.




“정 원장! 두 번이나 떨어졌다고?”


“필기는 가뿐하게 만점 받았는데, 실기가 그렇게 꼬이네.”


“내가 운전 가르쳐 줄까? 연습하기 딱 좋은 장소 아는데!”


“정말? 나야 완전 베테랑인 장 사장님이 가르쳐주면 땡큐지!”


뭐든 재고 따지는 것 없는 장 기사는 그날부터 그가 말한 그 ‘연습하기 좋은 곳’으로 나를 데리고 가서 직접 운전대를 잡게한 다음, 옆에 붙어 앉아서 주행연습을 시켜주었다.


그의 친절한 설명은 운전학원의 그 막 되먹은 강사들을 떠올리게 만들었다.




영어에 관한 질문을 댓글에 작성해주시면 선별하여 소설에 채택하여 사용하려고 합니다. 많은 참여 부탁 드려요^^


작가의말

목요일날 목요일이란 것을 까맣게 잊었습니다.

죄송합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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39 오해, 문법 나무 열매(문장의 5형식), 궁극의 목적 21.01.07 55 1 11쪽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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35 면접 20.12.18 39 1 11쪽
34 무교동 낙지, 청계천 20.12.15 32 1 11쪽
33 미친 불닭 조작 사건 20.12.10 36 1 11쪽
32 문법나무 왼쪽가지(형태 변화), Soul Mate (소울메이트) 20.12.09 46 2 11쪽
31 문법나무 가지 실전 적용, 문법을 배우는 이유 20.12.02 43 1 11쪽
30 깨달음 20.11.28 44 1 12쪽
29 첫사랑 20.11.24 57 1 12쪽
28 혜신이 20.11.19 48 1 11쪽
27 동창회 20.11.17 48 1 12쪽
26 귀에 걸어도 코걸이, 코에 걸어도 귀걸이 이론 20.11.13 44 1 11쪽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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20 문법나무 가지 해설 N(명사), V(동사) 上 20.10.22 62 1 11쪽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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16 1번 원칙. S+V=1 (‘to 부정사’와 ‘V+ing’) 20.10.08 64 1 11쪽
15 교재비는 500원, 문법 나무 20.10.06 64 1 12쪽
14 결정의 시간 20.10.03 61 2 11쪽
13 Test Ⅱ 20.10.01 62 1 11쪽
12 Test Ⅰ 20.09.29 65 1 12쪽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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