Y.E.T.(Yame English Teache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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작품등록일 :
2020.08.22 20:15
최근연재일 :
2021.05.14 00:06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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21.01.20 03:06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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정 선생의 도전기: 운전면허

DUMMY

요즘은 수능만 끝나면 필수인양 다 따서 지니고 있는 운전면허증이 나는 없었다.


이 나이 먹도록 면허증이 없어서 이제야 학원에 문을 두드리는 발걸음이 괜히 겸연쩍었다.


왜 내가 이 나이까지 운전면허가 없냐고?


물론 영어공부를 하느라 바쁘기도 했지만, 무엇보다 효율성을 중요하게 여기는 나였기 때문에 당장 타고 다니지도 않을 차를 위해 시간과 돈을 들여 면허를 따는 것이 불필요하다고 여겼기 때문이었다.


고등학교를 졸업했을 때, 넉넉지 않은 집안 형편에 차를 몰고 다닌다는 것은 사치라는 인식이 있었고, ‘어차피 서울은 지하철도 잘 되어 있고, 교통체증도 심한데 차가 뭐가 필요하겠어?’하는 생각이 지배적이었다.


생활 반경이 넓지 않은 나는 ‘뚜벅이’로도 충분히 만족했으며 필요에 따라 자전거를 이용하면 되었다.


나는 자전거도 무척 잘 탄다.


게다가 내가 여행을 좋아하는 편도 아니었고, 심지어 시내를 나가는 것조차도 싫어했다.


그것은 사회에 나와서도 마찬가지였다.


가끔 평소 생활 반경을 벗어나 외출이라도 하는 날이면 버스를 타거나, 약속 시간이 빠듯하면 택시를 타면 그만이었다.


어쩌다 한 번 택시를 타는 것이 차를 사고, 운전자 보험까지는 안 치더라도 필수적으로 꼭 들어야하는 자동차보험에 자동차세, 기름 값, 여타 차량 유지비를 내는 것 보다는 훨씬 쌌다.


무엇보다 택시는 피곤에 지쳤을 때나 혹은 술을 마셨을 때 남이 운전해주는 것이니 얼마나 합리적인가?


졸음운전을 한다거나, 대리비 따위는 필요 없는 것이다.


그렇다면 이렇게 합리적인 이유를 가지고 이 나이까지 무면허를 고집하던 내가 왜 이제 와서 면허를 따느냐고?


“다른데 쓰지 말고, 꼭 운전면허 따는데 써라!”


요즘 시대에 운전면허도 없으면 안 된다고 학원비로 쓰라며 쌈짓돈을 내 주머니에 억지로 쑤셔 넣으며 성화를 부리는 어머니 때문이었다.


어머니가 성화를 부려서 딸 것 같았으면 진즉에 땄겠지만, 이번에 달리 마음먹게 된 데에는 지금까지 단순히 ‘남들 다 따는 면허가 없으니 따라!’는 논리가 아니라 ‘저것이 저 나이까지 면허가 없어서 장가를 못가나?’하는 어머니의 한숨이 있었기 때문이었다.


학원에 등록을 하자, 처음 몇 시간은 1차 ‘필기’를 위한 실내 수업을 해야 한다고 했다,


오랜만에 강사가 아닌 학생으로 교실에 앉아 있는 기분이 생경하여 주위를 두리번거리니, 이제 막 수능을 본 듯한 어린 얼굴들이 대부분이었고, 그 다음으로 많은 수를 차지하는 사람은 나이 지긋한 아주머니들이었다.


아니나 다를까 내 또래로 보이는 사람은 남자는커녕 여자조차 하나 보이지 않았다.


그래! 이렇게 된 이상 한방에 따주겠어!


나는 굳은 결기를 다지며 강의에 귀를 기울였다.


강사의 설명을 열심히 듣는데 뭔가 이상했다.


제법 나이가 들어 보이는 이 남자 강사는 내가 기대하는 뭔가를 가르쳐 주지는 않으면서 ‘왜 꼭 자기네 학원을 다녀야하는지’에 대해서만 한동안 떠들어댔다.


이미 수강을 결정하고 돈까지 다 낸 사람들에게 홍보를 할리는 만무한데, 환영사라 하기에도 너무 길었던 그의 침 튀기는 연설도 강의도 아닌 그것을 내가 왜 듣고 있어야하는지 자괴감이 들 정도였다.


그렇게 한참 떠들고 나서 한다는 말이 ‘자율학습’이란다.


요는 등록할 때 사은품처럼 쥐어준 그 기출문제집을 그냥 풀라는 거였다.


이건 뭐 그냥 거의 형식적인 거잖아!


혼자 해도 될 필기시험을 교실하나 내주고는 준비해줬다고 하겠다는 건데, 어이가 없으면서도 우리나라 행정이 다 그렇지 뭐 하고 대충 넘어가기로 했다.


그래도 일단 학원에 와서 교실이라는 곳에 앉아 있고, 나는 공부에 관해서는 ‘프로’라는 자부심이 있으므로 자율학습의 진수를 보여주기로 했다.


총 20회로 구성된 기출 문제집을 누가 봐도 열공 포스를 느낄 수 있게 집중해서 풀었다.


내가 기본적으로 알고 있던 교통 상식과는 상당히 낯선 형태의 문제들을 보자 생각보다 합격점을 받는 것이 쉽진 않을 것 같다는 생각이 들었다.


삼삼오오 친구들끼리 함께 면허를 따러 온 학생들, 낯선 사람에게도 유들유들하게 말을 잘 걸면서 참견을 하는 아주머니, 관리가 되지 않는 자율학습이 면학분위기를 형성할 리 없었다.


다소 시끌벅적한 분위기 속에서 나는 고도의 집중력을 발휘하여 문제를 풀고 채점을 했다.


틀린 문제에 대한 이유와 정답을 확인해가며 2회 정도 풀고 나니 감이 잡히면서 그래도 그럭저럭 합격점은 맞출 수 있겠다는 자신감이 들었다.


그러나 합격 라인에 만족할 내가 아니었다.


그 후로도 며칠 동안, 학원에서 나눠준 기출 문제집을 10번은 돌려 본 것 같았다.


같이 일하는 강사들이 볼 때마다 키득거리며 “운전면허 필기고사를 그렇게 열심히 하는 사람은 처음 봤다.”고 놀려댔지만, 개의치 않았다.


예상했지만, 필기시험은 가뿐하게 만점을 받았다.


2차 ‘기능’을 맡은 강사는 중년의 아저씨였는데, 인상도 좋고 인상만큼이나 설명도 차근차근 잘해주시는 분이었다.


내가 좀 서툰 모습을 보일 때마다 “괜찮아요. 처음에는 다들 그래요.”하고 격려하는 말을 아끼지 않았다.


고래도 칭찬으로 면허를 따게 해주실 것 같은 강사님 덕분에 2차 기능시험도 단박에 성공했다.


그러나 문제는 마지막 3차 ‘주행’이었다.


나를 조수석에 앉힌 강사는 얼핏 봐도 나랑 비슷하거나 많아도 1~2살 정도 많은 것 같은 남자였는데 차에 오르자 다짜고짜 물었다.


“나이가 몇이예요?”


“32살입니다.”


“그 나이 먹도록 운전면허도 못 따고 뭐했어요?”


내 말이 끝나기가 무섭게 그는 버럭 버럭 소리치듯 다그쳤다.


자기 나이는 알려주지도 않고!


그의 도를 넘는 무례함에 수업도 시작하기 전에 벌써 기분이 나빠지고 있었다.


그래도 일단 그는 선생이고 나는 학생이니까 당장 아쉬운 쪽은 나였으므로 감정을 억누르며 ‘뭘 도대체 얼마나 잘 가르치는지 지켜보자!’하며 앉아있었다.


그가 한 것은 고작 나를 옆에 태우고 우리가 시험을 쳐야할 코스를 두 바퀴 돈 게 다였다.


코스에 대해 설명을 한다거나, 주의를 기울여야할 포인트를 설명한다거나 그런 것 하나 없이 그냥 오롯이 두 바퀴를 돌았을 뿐이었다.


물론 그 와중에 말을 하긴 했다.


시작은 주로 질문이었는데, 내 직업이 뭔지, 결혼은 했는지, 수입은 얼마나 되는지 등등······.


나에 대한 호구조사가 끝나자 일방적인 푸념이 시작되었는데, 그 푸념도 도무지 공감할 수 없는 것들이어서 듣고 있기 힘들 지경이었다.


시위를 하는 사람들은 할 일 없는 한심한 사람이라는 둥, 대학생들은 공부하기 싫고 취준생들은 일하기 싫어서 실업률이 높은 거라는 둥, 국가의 모든 사안을 색깔론으로 나누고 과거의 독재자들을 영웅시하는 시대착오적인 말들뿐이었다.


한바탕 사회정의라도 실현하려는 듯 나불대던 입은 자신의 인생 이야기로 이어졌다.


나이도 얼마 먹지 않은 것 같은데, 자기가 왕년에 얼마나 잘 나갔는지 아냐는 이상한 이야기를 해댔다.


그렇게 뭘 배웠는지 알 수 없는 두 바퀴를 마치고 난 뒤 그는 청천벽력과 같은 말을 했다.


“자리 바꿔서 이제 직접 돌아보세요.”


아니! 처음 본 곳에 와서 그저 두 바퀴 돌면서 잡소리만 해놓고는 나보고 돌아보라고?


처음 필기 수업 때 수업과 아무 상관없는 헛소리보다도 더 황당한 말을 들은 것 같았다.


도대체 이 학원은 뭐 하나 해주는 것도 없으면서 그 비싼 수업료를 받는단 말이야?


나는 반발심이 들었지만, 일단 그래도 시키는 대로 해보기로 했다.


내가 운전대를 잡으면 그때부터는 뭐 하나라도 가르쳐줄까 하는 기대심의 발로였다.


기억나는 대로 주행을 시도했는데 바로 구박이 날아들었다.


“아니! 내가 언제 여기서 그리로 갔어? 저리로 가라고 했잖아! 머리도 좋아 보이는 사람이 이걸 기억을 못해? 어이구! 답답해!”


난생 처음 도로에서 운전대를 잡고 있는 탓에 사고라도 날세라 온통 긴장한 나는 그가 나에게 반말을 지껄이고 있는 것도 몰랐다.


“아니! 우회전할 때는 좌측을 확인하랬잖아! 저기 차 오잖아!”


그의 말에 우회전할 때 저 멀리서 차가 오는 것을 보고 기다려고 차를 세웠다.


“아니! 뒤차 기다리잖아!”


그래서 다시 차를 출발시키려고 하자 또 소리를 지르기 시작했다.


“아! 좌측을 보라고 좌측을! 아이고 답답해!”


그의 짜증에 가까운 교육(?)에 ‘이게 뭐하자는 거지?’ 싶은 생각이 들었다.


‘이래서야 잘 할 수 있는 사람도 겁나서 못하겠다.’


‘이 색히야! 넌 첨부터 운전 잘했냐?’


그런 말들이 목 끝까지 치밀었다.


그럴 리도 없고 그래서도 안 되겠지만 ‘만약 네 놈이 나한테 영어 배우게 되면 내가 너 맨탈 털어 줄게 이 색히야!’라고 속으로 욕하면서 간신히 화를 참고 주행을 마쳤다.


그렇게 두어 번 더 주행을 하고 출발점으로 돌아오자 다시 자리를 바꿔 그놈이 운전대를 잡았다.


“오늘 수업 끝났어요. 이제 3차 주행수업까지 마쳤으니까 당장 운전면허 시험 봐도 되는데, 이 정도 해가지고는 대부분 떨어져요.”


이런! 이게 말이야 똥이야? 대부분 떨어지는 커리큘럼이 어딨냐?


그러면 교수법을 바꾸든가 시스템을 바꿔야지. 뭐 저런 말을 이렇게 당당하게 해?


“주행 수업이란 게 한 번 했다고 합격하긴 힘드니까 꼭 저한테 추가 수업을 들으세요.”


그는 뻔뻔하게 나를 압박했다.


물론 추가 수업을 할 때마다 비용이 추가된다는 건 학원 등록할 때 들어서 알고 있었다.


별반 도움도 되지 않는 시간 때우기 수업을 위해 비용을 더 지불하는 것은 돈을 날리는 행위라는 생각이 들었다.


돈을 날리더라도 이런 개차반 같은 놈을 위해 날릴 수는 없었다.


주행수업을 마치고 학원으로 돌아오니 나뿐만 아니라 주행 수업이 만족스러운 사람은 그다지 없는 것 같았다.


만족스럽지 않은 정도가 아니라 무슨 일을 당한 건지 울고 있는 아주머니도 있고, 겁에 질린 학생들도 있었다.


주행수업의 마지막은 ‘주차훈련’이었다.


그 되먹지 못한 강사가 나를 조수석에 앉히더니 앞으로 몇 미터를 갔다.


“저기 저 색칠된 타이어 보이시죠? 당신 어깨선이 저 색칠된 타이어와 일치했을 때 기어를 R(후진기어)에 놓고 핸들을 우측으로 한 바퀴반을 돌려! 이렇게!”


훅하고 주차선으로 후진해 들어가더니 또 말했다.


“여기서 내 왼쪽에 있는 싸이드 미러를 보면서 뒷바퀴를 봐! 이렇게! 그리고 이렇게 하면 끝나는 거야! 이해되지?”


자기만 이해할 수 있는 언어로 설명을 하고는 주차를 끝내버렸다.


여기서 이렇게는 뭐고 그 다음 이렇게는 뭐지?


“‘이렇게’가 뭐예요?”


도무지 납득이 가지 않아 묻자, 그는 또 짜증을 냈다.


“아니! 똑바로 안보고 뭐했어?”


그는 차를 처음 위치로 돌려놓고는 거의 명령조로 말했다.


“운전대 잡아봐!”




영어에 관한 질문을 댓글에 작성해주시면 선별하여 소설에 채택하여 사용하려고 합니다. 많은 참여 부탁 드려요^^


작가의말

늦었습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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