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Y.E.T.(Yame English Teache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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작품등록일 :
2020.08.22 20:15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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2021.05.14 00:06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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20.09.01 20:26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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11쪽

Phonics(파닉스)

DUMMY

정 선생은 칠판으로 가더니 단어들을 적었다.


desk, water, no, book, mouse, piano, five, lion, rose, think, that


“혁보야, 이 단어들 알지? 한번 읽어봐.”


혁보가 고개를 끄덕이더니 별 무리 없이 읽어 내려가자 나는 내심 안도의 한숨을 내쉬었다.


비록 쉬운 단어들이긴 했지만 혹시라도 혁보가 긴장이라도 해서 저 단어 중 못 읽는 게 있다면 도도해 보이는 저 성격에 혁보를 무시할지도 모를 일이었기 때문이었다.


당연히 읽을 수 있는 단어를 읽었을 뿐인데도 왠지 뿌듯한 마음이 들다가도, 혁보가 저 정도도 모를까봐 저런 것을 물어보나 싶어 자존심이 상하기도 했다.


정 선생이 혁보 앞으로 나왔다.


“desk 할 때, 혀끝이 치아 뒤에 닿으면 안 돼."


정 선생은 몸소 입을 벌려 그의 혀끝이 어디에 닿아야 하는지 혁보에게 보여주었다.


“de, de, de, desk. 혀가 치아 뒤에 닿으면 들어봐. 뜨에sk. 소리의 차이를 알겠어?"


단순히 좋은 발음 시범만 보여주는 것이 아니라 잘못된 발음의 예와 그 이유, 자기 입 속을 벌려 보여주기까지 하며 바른 발음의 원리를 가르치는 열의에 솔직히 조금 감동했다.


혁보도 정 선생이 시키는 대로 열심히 하다 보니 ‘떼슼’이라고 했는데, 영어 유치원의 원어민 소리와 비슷한 것도 같았다.


그런 방식으로 정 선생은 단어들을 하나씩 발음해 보이기 시작했다.


“d, t, n은 혀끝이 치아 뒤가 아닌 입천장에 닿아야 해. d가 치아와 제일 가까운 쪽, t가 가운데, n이 목구멍과 가장 가까운 쪽. 그래서 n을 발음하면 혀가 입을 거의 막게 되기 때문에 소리가 코로 새어나와서 콧소리가 나게 되는 거야. ‘no!’ 어때? ‘노우’라고 하는 것보다 뭔가 강하게 들리지?”


혁보가 ‘no!'와 ’노우‘할 때 정 선생의 표정과 설명이 재미있는지 웃었다.


“b, p, m은 입술이 맞붙어야 되고, 이건 뭐 별 문제없고.”


"f, v는 윗니로 아랫입술을 살짝 물어줘야 해. f, f, f, five."


"f, f, f, five."


“잘 하네. 그래. 그렇게 하면 돼.”


정 선생의 칭찬에 혁보의 얼굴이 밝아졌다.


“어머님도 제가 혁보랑 발음 연습하는 것 보셔서 짐작하셨겠지만, 특히 우리나라 사람은 d, t, n 발음을 제일 힘들어하거든요. 사실, 그 차이를 알려면 입 안을 봐야 하는데 어떤 외국인이 자기 입안을 쳐다보게 하겠어요?”


나는 어느새 정 선생에게 설득당하고 있었다.


어쩌면 아까 그가 입을 벌려 그 속을 우리 혁보에게 보여주는 순간부터였는지도 모르겠다.


“게다가 d, t, n 발음을 연습하면 혀의 움직임이 부드러워져서 혀가 날아다니는 기분, 전문용어로 flip(플립)이 가능해지거든요. 이게 원어민들이야 어려서부터 해온 것이라 당연한 건데, 우리나라 사람들은 혀를 안 쓰던 방향으로 자유자재로 움직여야하는 거니까 익숙해지는 데 시간이 걸려요.”


정 선생은 자신의 설명에 귀를 기울여 듣는 내 모습에 약간 도취가 되었는지 실제로 플립하는 모습을 보여주었는데 흥에 겨웠는지 노래를 하다가 갑자기 “아르르르 이히!”하고 외쳤다.


시골 잔치 트로트 장단에 어르신 흥도 아니고, 왠지 싸구려처럼 보일지도 모를 모습이었지만, 한번 좋게 보기 시작하자 정 선생의 이런 장난기도 순박하고 솔직한 모습으로 보였다.


어느 새 10분이 흘렀는지, 아이들이 올라오는 소리가 들리기 시작했다.


길다하면 길고 짧다면 짧은 시간이었지만 나에겐 많은 것을 배울 수 있는 유익한 시간이란 생각이 들었다.


이제는 수업시간에 정 선생이 무슨 내용을 어떻게 가르치는지 궁금해서 견딜 수가 없었다.


그리고 아이들의 실력도 어느 정도인지 알고 싶었다.


혁보는 어느새 내 옆에 앉아서 desk, water, no를 반복해서 연습하다가 말했다.


“엄마, 선생님이 시키는 대로 했더니 혀가 너무 아파.”


들어온 아이들은 마치 약속이나 한 듯이 교실 한편에 놓인 책장에서 가서 각자 책을 꺼내 정해진 자리로 가서 앉았다.


다분히 이상한 장면이었다.


책을 책장에서 꺼낸다는 것은 책을 학원에 두고 다닌다는 건데, ‘그럼 숙제는 어떻게 하지?’하는 의문이 들었다.


또 신기한 것은 한 명도 학업에 찌들거나 지친 표정을 하고 있는 아이가 없다는 것이었다.


오히려 뭔가 재미난 놀이를 앞둔 것 같은 표정을 짓고 있는 아이들이 많았다.


당황스러운 사실은 이쯤하면 다 들어왔겠지 싶었는데, 꾸역꾸역 계속 들어오는 아이들의 수였다.


교실이 넓다고는 하지만, 꽤 많은 아이들이 한 교실에 들어왔다.


세어보지 않아도 열 다섯 명은 되는 것 같았다.


우리 어렸을 때야 교실 하나에 우르르 몰아넣고 수업했지만, 그런 시절은 이미 지나가고 없었다.


요즘은 한 반에 많아야 7~8명이 고작인데 그 배가 들어왔다.


각자 자리를 꿰찬 아이들을 살펴보니 아이들의 연령대가 제각각이었다.


보통 학년별로 끊어서 수업을 할 텐데, 이럴 리가 없었다.


학년을 무시하고 레벨별로 끊어서 수업을 하나?


아무리 레벨로 끊어서 수업을 한다고 쳐도 각 학년 평균 실력이라는 게 있고, 월반을 하는 애도 한 두 명, 유급을 하는 애도 한 두 명이지 이건 섞여도 너무 섞였다는 생각이 들었다.


눈대중으로만 봐도 2학년 정도의 아이와 5학년 정도로 보이는 아이가 나란히 같이 앉아 있는 그림은 이질적이었다.


혹시 둘 다 같은 학년인데, 한 명은 너무 작고, 한명은 너무 큰가?


이런 식으로 제각각의 15명의 아이들을 다 설명하기는 어려웠다.


더 당황스러운 사실은 그 아이들이 펼치고 있는 책이 다 똑 같은 책이라는 것이었다.


그런데 ‘파닉스 1’?


이게 무슨 상황인가 싶다가도 좀 전에 본 아이들의 실력을 상기하면서 조금 더 지켜보기로 했다.


그러면서도 저런 낮은 수준의 책을 펼쳐들고 있는 큰 아이들이 걱정이 되었다.


자신보다 훨씬 어린 아이들과 같이 똑같은 책으로 수업하는 것도 자존심 상할 텐데, 더구나 이렇게 쉬운 책이라니!


차라리 어려운 책이었다면 어린 애들이 너무 실력이 좋은 탓이라고 할 수나 있겠지만!


아무리 선생이 훌륭해도 안 되는 애들은 역시 안 되는 건가 생각하다가 아이의 표정이 밝고 전혀 주눅 들어 보이지 않는다는 점에서 나는 큰 아이들도 나름 사정이 있겠지 생각하며 측은한 마음을 내려놓고 정 선생을 바라보았다.


단 10분이었지만, 어느새 내 마음 속에 믿음직함으로 자리 잡은 정 선생이라면 무슨 이유가 있을 것이라는 생각이 들었다.


정 선생은 학생들이 자리에 앉는 동안, 큰 궤도를 칠판 앞에 놓고 첫 장을 넘겼다.


그리고 아이들의 입모양을 확인하면서 혁보에게 설명했던 단어들을 아이들에게 발음해보도록 시켰다.


그렇게 입을 푸는 시간을 약간 갖더니 학생들에게 A4지 한 장씩을 나누어 주었다.


종이를 받은 학생들은 갑자기 두 명씩 서로 마주보는 대형으로 섰다.


나는 도무지 뭘 하려는 것인지 감이 잡히질 않았다.


“준비 됐니?”


“잠시만요!”


몇 명이 애교 섞인 말투로 시간을 벌고는 Flip연습을 하기 시작했다.


정 선생만큼은 아니었지만, 상당히 잘한다는 생각이 들었다.


아이들이 거의 준비가 된 듯하자 정 선생이 말했다.


“오늘은 늦게 시작했으니 간단한 것으로 하자. ‘twinkle twinkle little star’다.”


아이들이 일제히 노래를 시작했다.


재미있는 것은 아이들은 서로의 얼굴을 빤히 바라보며 노래를 부르고, 정 선생은 아이들을 향해 이상한 손동작을 쉴 틈 없이 했는데, 얼핏 보면 지휘를 하는 것 같기도 했다.


단순히 노래를 부르는 것 같지만, 자세히 보면 아이들은 중간 중간에 뭔가 체크를 하는 것 같았다.


아이들이 뭘 하고 있는 것인지 선뜻 이해가 가지는 않았지만, 일단 아이들의 노래 실력은 꽤 좋았다.


당연히 발음도 좋고!


그래서 ‘이 노래가 원래 이렇게 좋은 곡이었구나.’하는 생각이 들었다.


맞아, 모차르트지!


대부분의 아이들은 선생님의 지휘를 보지 않고도 노래를 불렀지만 간혹 어떤 아이들은 중간 중간 선생님의 손동작에 집중하는 모습을 보이는 걸로 봐서 단순한 지휘는 아닌 것 같았다.


게다가 노래가 끝나자 아이들은 서로 체크한 종이를 상대에게 보여주며 뭔가를 알려주는 것 같았다.


아마도 이 노래가 ‘수업 전 몸 풀기’가 아님이 들어나는 순간이었다.


“선생님, 억울해요!”


분위기 좋았는데 갑자기 누군가 소리쳤다.


정 선생은 아이에게서 종이를 받아들고 말했다.


“거기 다시 해 봐.”


정 선생의 지시가 떨어지자 아이가 노래의 일부분을 다시 불렀다.


그는 고개를 끄덕이며 노래를 듣다가 씩 웃더니 아이들에게 말했다.


“잘 봤네 뭐. 야 이 녀석아, 혀가 치아에 닿는 소리랑 혀가 천장에 닿는 것은 소리가 달라 소리가!”


영화 ‘타짜’의 명대사 “밑장을 빼면 소리가 달라.”라고 말하던 백윤식의 말투를 똑같이 흉내 내는 정 선생의 모습에 나는 그만 슬며시 웃었다.


이런 사소한 항의 같은 것들이 있었지만, 반의 분위기는 화기애애하고 즐거워 보였다.


정 선생은 몇 명을 더 지목하더니 어느 부분의 발음이 나아지고 있고 부족한 부분은 무엇인지 일일이 지적해주면서 아이들 각자에게 다른 숙제를 내주고 있었다.


저렇게 제각각의 숙제를 내주면 그것을 제대로 다 기억하고 검사를 할 수 있을까 의문과 걱정이 드는 동시에 저 짧은 노래 한곡으로 이 많은 애들의 실력을 정확히 지적해 주는 부분에서 내심 놀랍기도 했다.


음악 시간이나 놀이 같았던 수업이 끝나자 아이들은 당연한 듯이 각자의 책을 펼쳤다.


“오늘은 3과할 거야.”


정 선생의 지시에 따라 책을 펴는 아이들의 손길이 일사불란했다.


아이들은 노트도 없이 겨우 책 한 권 A4지 한 장, 연필 한 자루가 다였다.


정 선생은 아이들에게 뭘 가르쳐주는 것도 없고, 다짜고짜 말했다.


“연습할 시간 딱 10분 준다.”


그 말에 어린 학생이건 좀 큰 학생이건 할 것 없이 각자 뭔가를 중얼 거리기 시작했다.


많은 애들이 동시에 중얼대니 정확히는 뭘 중얼대는 것인지는 알 수 없었지만, 중간 중간 영어 단어가 들리는 것으로 보아 아마도 스피킹 연습을 하는 것처럼 보였다.


간간히 학생들이 정 선생을 불러서 질문을 하면 그는 아무런 말없이 손가락으로 그림의 특정부분을 짚어 줄 뿐이었다.


아무런 설명이 없는데도 정 선생의 지시에 따라 학생이 말하기를 끝내고 나면 그는 학생의 머리를 쓰다듬어주거나 손가락으로 ‘엄지 척’ 사인을 보냈는데 그러면 아이들은 신이 나서 다시 연습에 매진하곤 했다.


나는 지금 이 아이들이 무엇을 하고 있는지는 모르겠지만 최소한 이런 자율적인 학습 분위기는 매우 신선하다고 생각했다.




영어에 관한 질문을 댓글에 작성해주시면 선별하여 소설에 채택하여 사용하려고 합니다. 많은 참여 부탁 드려요^^


작가의말

코로나 시대에 정 선생처럼 수업하면 앙대요.

마주 보고 침 튀기며 발음 연습...

영어에 대해 모르는 게 있으면 '나불리스트'에게 물어보세요.^^

아, 그리고 우리 소설 로맨스 소설 맞습니다.

아직 여주가 안나와서 그렇지...

이 작품은 어때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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5 Speaking과 Writing, 맞춤형 수업 20.09.03 92 2 11쪽
» Phonics(파닉스) 20.09.01 116 2 11쪽
3 소문 속의 괴짜 명물 정 선생 20.08.27 123 2 12쪽
2 정체를 알 수 없는 멘사 학원 20.08.25 154 1 11쪽
1 김여사의 영어 조기 교육 +2 20.08.22 295 2 13쪽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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