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Y.E.T.(Yame English Teache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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작품등록일 :
2020.08.22 20:15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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20.09.10 23:17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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윤 선생이란 사람

DUMMY

문득, 학원을 알아보던 당시 한 대형학원에서 보았던 광경이 떠올랐다.


강사가 아이들을 향해 고래고래 소리 지르고, 아이들은 잔뜩 위축되어 땅바닥만 바라보던······.


말 안 듣고 집중 안하는 아이들 여럿을 한꺼번에 통제해야하는 답답한 강사의 심정이야 오죽했을까 싶다가도 막상 우리 아이를 그런 선생에게 맡기고 싶지는 않았었다.


반면, 잠시 본 것뿐이지만 윤 선생이 아이들을 가르칠 때, 조용한 분위기 속에서 차분하게 가르치는 모습이 썩 마음에 들었다.


그러나 그 보다 더 마음에 들었던 것은, 잠깐이었지만 윤선생과의 대화에서 느낀 여느 선생들과 사뭇 다른 그녀의 태도랄까, 가치랄까 그런 것이었다.


보통의 학원 선생들은 어떻게 하면 아이의 성적을 올릴까 고민하며 그 방법론이나 자신의 경력 같은 것을 어필하기 마련인데, 윤 선생은 학생의 장래에 대해 정말로 깊이 고민하는 것 같은 느낌을 받았다.


학부모인 나보다 더 성적에 연연해하지 않는 모습이 약간 충격적이기도 했지만, 윤 선생의 이야기를 듣다보면 구구절절이 옳은 것 같고, 그녀가 정말 아이들을 사랑하는 것처럼 느껴졌다.


나보다 한참이나 인생을 덜 산 것 같은 윤 선생이 마치 인생이 길다는 것을 이미 깨달은 사람처럼 느껴졌다.


그동안 성적에만 연연해서 내 아들 혁보를 괜히 고생시킨 것은 아닐까 돌아보게까지 되었다.


그래서 이왕 이렇게 된 것, 이번 겨울 방학을 계기로 학원을 한 번 싹 갈아보는 것도 나쁘지 않겠다는 생각이 들었다.


나는 정 선생과 다시 상담실로 들어왔다.


상담실장이 다 잡은 고기를 놓쳤다는 표정으로 있다가 우리가 들어서자 반색을 하며 우리를 반겼다.


“수업이 있어서 저는 이만······.”


정 선생이 가벼운 목례를 하고 다시 위층으로 총총히 올라갔다.


아까 수업 있다고 올라가는 것을 내가 붙잡았던 것이 생각났다.


나는 공연히 미안해지면서 정 선생의 수업에 많은 지장을 초래하지 않았길 바랐다.


“결정은 하셨어요?”


상담실장은 질문과 동시에 학원 등록 서류를 들고 왔다.


나는 은근슬쩍 서류를 나에게 들이미는 상담실장의 행동을 무시하며 물었다.


“제가 방금 상담한 영어 선생님이랑 수학 선생님 어때요?”


상담실장이 자기네 학원 강사를 나쁘게 말할 리는 없겠지만, 적어도 그녀가 말하는 장점이 내가 파악한 것과 동일하기를 기대하면서 한 질문이었다.


“영어 가르치시는 정용화 선생님은 솔직히 호불호가 있어요. 아이들 실력향상 하나는 확실하신데 성격이······, 아까 보셨다시피 너무 외골수시잖아요.”


상담실장은 정 선생이 엿듣고 있는 것도 아닌데, 그의 성품에 대해 언급할 때 저도 모르게 목소리를 낮췄다.


나의 예상을 뒤엎고 솔직하기라도 하듯 정 선생의 단점을 슬며시 언급하는 모습에 참 뒤끝 있는 사람이란 생각이 들었다.


“수학 가르치시는 윤 선생님은 정말 성실하시고 무엇보다 학생을 너무 아끼고 사랑하셔서 이 선생님을 싫어하는 아이들이 없어요.”


오히려 윤 선생에 대해서는 꽤 후했다.


아마도 개인적으로 정 선생에게 앙금이 있는지도 모르겠다고 생각했다.


아까도 정 선생 때문에 진땀을 뺏을 것이니······.


상담실장은 내가 정 선생과는 역시 좀 껄끄러워서 자신에게 재차 확인하는 거라고 생각했는지 다시 종합반 얘기를 슬며시 꺼내려는 조짐이 보였다.


“영어 수학 단과 등록할게요.”


나는 상담실장의 손에서 등록서류를 빼앗다 시피하며 그녀의 말을 일축했다.


내가 등록서류 작성을 마치고 학원비를 결제할 때, 검정색 뿔테 안경을 끼고 깔끔한 슈트 차림의 젊은이가 학원으로 들어왔다.


“실장님 오셨습니까?”


저도 실장이면서 뭔가 상사를 대하는 듯 깍듯한 태도였다.


같은 실장 명함을 지녔어도 젊은이는 학원의 실세인 것 같았다.


나는 나도 모르게 같이 허리를 굽혀 인사를 했다.


실장이라 불리는 젊은이는 예의바르고 공손한 태도로 나에게 맞절을 했다.


“정 선생님이랑 윤 선생님 수강 등록하러 오신 학부모님이세요.”


상담실장은 마치 윗사람에게 보고를 하는 것처럼 재빨리 그에게 나를 소개했다.


“탁월한 선택이십니다.”


지금까지 틈만 나면 종합반을 은근히 종용했던 상담실장과는 달리 부드러운 미소로 내 선택을 존중해주었다.


“그 두 분이 저희 학원 최고의 팀 메이트입니다. 절대로 후회하지 않으실 겁니다.”


남자 치고도 꽤 귀여운 용모에 신뢰감 있는 표정으로 예의바르게 말하는 실장으로 인해 이중인격처럼 보여서 잠깐이나마 나를 망설이게 한 정 선생에 대한 걱정이 사그라들고 있었다.




***




‘학부모 한명 설득하기 더럽게 힘드네.’


나는 커피 두 잔을 타서 202호실 앞을 기웃거렸다.


다른 선생님들은 쉬는 시간이나 공강 때 교무실로 돌아가 쉬기도 하고, 잡무도 하고, 다른 선생님들과 교제도 하지만, 나는 웬만해서는 교무실에 들어가지 않는다.


성미에 맞지 않는 사람들로 북적대는 교무실보다 오히려 내 교실이 나에게는 일터이자 휴식처였다.


나 말고도 쉬는 시간이나 공강 때 교무실에 들어가지 않는 사람이 한 명 더 있었다.


그 사람은 바로 내 팀 메이트인 윤 선생이다.


윤 선생이 교무실을 찾지 않는 이유는 나와는 결이 달랐다.


단순히 나와 성향이 맞지 않는 사람들을 상대하는 것이 귀찮고 싫은 나와는 달리 윤 선생은 바빠서 교무실에 못 간다.


학원에서 윤 선생만 특별히 혹사시키느냐고?


아니다, 윤 선생은 저가 그냥 바쁘다.


아무도 안 시켰는데, 혼자서 바쁘다.


수업이 끝나면 화장실을 갈 때를 빼고는 거의 대부분 보충학습을 하거나 학생들에 대한 정보가 빼곡히 적혀있는 문서들을 보면서 지낸다.


심지어 그 문서들은 학원용도 아니고, 오로지 윤 선생 사제 문서다.


그리고 허구한 날 아이들의 미래에 대해서 걱정하는 메모를 쓰곤 한다.


나는 그런 윤 선생이 한심하면서도 왠지 귀여운 구석이 있어서 좋았다.


‘아직도 철이 덜 들었군.’하면서도 세상에 물들지 않은 것 같은 윤 선생을 욕하긴 싫었다.


그래서 윤 선생을 팀 메이트로 골랐는지도 모른다.


202호 안을 빠끔히 들여다보자 다행히도 지금은 보충학습을 하는 학생이 없었다.


“윤선생!”


윤 선생은 방금 전 상황 때문에 아직 기분이 풀리지 않은 듯 대답은 않고 나를 살짝 째려보았다.


“공강인가?”


운 선생은 여전히 목소리를 들려주지 않고 그저 고개를 한 번 끄덕여주고는 서류를 열심히 작성하고 있었다.


치, 윤 선생 목소리 예쁜데!


“커피한잔 해!”


나는 윤 선생 앞에 인스턴트커피를 들이밀었다.


윤 선생은 그제서야 나를 살짝 치켜보더니 마지못한 표정으로 서류를 한 곳에 갈무리하고 나랑 마주 앉았다.


“야, 내가 뭘 그러게 또 잘못했다고 그래? 내 공식이 틀렸냐?”


“아까도 말씀드렸지만, 그 공식은 아직 애들이 배우지도 않은 거예요! 영어는 어떤지 몰라도 수학은 차근차근 밟아나가는 과정이라는 게 있다고요! 그 과정에는 다 그만한 이유가 있고요.”


“······.”


“정 선생님은 맨날 알지도 못하면서 쉽게 답 찾는 방식만 알려주시잖아요! 한두 번도 아니고! 정 선생님이 무시하는 그 과정에서도 아이들이 다 익히고 숙달해야 하는 것이 있는 건데!”


내가 실수를 했다손 치더라도 다 저를 도와주려고 그런 건데, 저렇게까지 말하는 건 사뭇 서운하긴 했다.


하지만 그런 투정을 부리는 윤 선생이 귀엽게 보여서 나는 이런 때 자주 그녀를 더 놀렸다.


“하긴, 한국식 교육이란 게 어쩔 수 없긴 해.”


“영어랑 수학은 다르거든요?”


윤 선생은 어김없이 걸려들어 주었다.


저렇게나 열정적으로 발끈하는 모습도 꽤 귀여웠다.


“과정이 얼마나 중요한데! 앞으로는 절대로 제 수업에 들어오지 마세요!”


아, 나는 변태인지도 모르겠다.


화가 나서 씩씩거리며 뾰로통해진 윤 선생의 볼을 꼬집지 않기 위해 안간힘을 썼다.


나는 윤 선생의 화도 풀어줄 겸 그녀에게 자주하는 농담을 건넸다.


“그런데 윤 선생은 왜 영어 안 가르치고 수학 가르쳐? 영어하면 윤 선생 아닌가? 유명하잖아?”


“저는 영어만 잘 했으면 서울대 갔을 거라니까요! 정말 적성에 안 맞아요. 몇 번을 말해야돼요?”


매번 하는 농담에 저렇게 진지하게 똑같은 답을 해주는 사람도 참 드물 것이다.


나는 조금 더 신이나서 말했다.


“뭐가 문젠데? 내가 다 알려준다니까? 너 내 밑에서 일하면 영어학원 원장도 할 수 있게 해 줄게.”


“나도 문법은 꽤 잘해요. 수능 때도 문법은 안 틀렸고. 결정적으로 단어를 못 외우는데 무슨 영어 선생을 해요?”


농담이라는 걸 깨닫지 못하고 진지하게 응수하는 윤 선생의 말투와 표정이 귀엽고 웃기다.


그래서 나는 그녀를 더욱 놀린다.


“야, 넌 수학공식도 척척 외우는 애가 단어 외우는 게 뭐 그리 어렵다고 난리냐? 난 천자문 외우는데 정확하게 50일 걸렸는데! 너라면 못해도 200일이면 다 될 것 같은데?”


내가 진지한 듯 농담인 듯 아리송하게 계속 말을 건네자 윤 선생이 갑자기 커피를 들고 일어섰다.


“잘나서 좋으시겠어요? 이제 제 교실에서 그만 나가주세요. 저는 보시다시피 바빠서!”


오늘도 윤 선생에게서 찬바람이 일었다.


오늘도 너무 갔나?


언제나 일어나는 일이었지만, 나는 도무지 어디까지 해야 적당한지를 잘 모르겠다.


비록 찬바람이 쌩쌩히 불지라도 지금은 윤 선생의 마음을 확인해야 할 타이밍이었다.


나는 나가는 척 하면서 그녀에게 물었다.


“근데 내 일 좀 도와줄래?”


윤 선생은 마치 ‘또?’라고 말하는 것 같은 표정을 지으면서도 순순히 나를 따라 내 교실로 와주었다.


‘휴! 그래도 윤 선생이 그렇게까지 화가 난 건 아니네.’라는 생각에 안도했다.


윤 선생은 자연스럽게 내 교실에 있는 메인 컴퓨터에 앉았고 나는 그녀 앞에 한 뭉텅이의 서류를 던져주었다.


“그것 좀 업데이트 해줘.”


나는 아주 일상적이고 자연스럽게 부탁했다.


윤 선생도 한두 번 해본 일이 아닌 만큼 군말 없이 당연하게 내가 준 자료들을 내 개인 홈페이지에 업데이트하고 있었다.


고마운 마음이 들 법도 하지만 나는 왠지 윤 선생에게 고맙다는 생각이 들지 않았다.


오히려 이런 최첨단 시스템을 통해 고리타분하고 아날로그적인 그녀에게 교육을 시키는 셈이니 내가 감사패라도 받아야 한다고 생각하면서 매번 일을 시켰다.


“야, 너는 왜 그렇게 오타를 많이 내냐? 영타 좀 배워!”


“그럼 선생님이 하시면 되겠네요. 사람 일 시켜놓고 구박은!”


윤 선생을 입을 삐죽이 내밀었다.


내가 좋아하는 귀여운 모습이다.


“에이, 화내지 말고 이거라도 먹으면서 일해.”


나는 구박을 하다가도 어린 아이를 어르듯 사탕이나 각종 군것질 거리들을 주면서 윤 선생을 다독이곤 했다.


윤 선생은 누구에게나 예의바르고 인간성 좋기로 소문난 선생이었다.


그럼에도 불구하고 다른 선생님들에게 그다지 인기는 없었다.


어쩌면 지나치게 모범적이라 상대방들도 편하게 대하기 껄끄러운지도 모르겠다.


나에게 중요한 사실은 그런 윤 선생이 나에게는 토라지기도 하고 욕까지는 아니지만 약간의 투정 같은 것도 부린다는 사실이었다.


나는 그게 좋았다.


사람이 저래야지 너무 좋은 척만 하면 속으로 썩어문드러질 테니 말이다.




영어에 관한 질문을 댓글에 작성해주시면 선별하여 소설에 채택하여 사용하려고 합니다. 많은 참여 부탁 드려요^^


작가의말

오늘 좀 늦었네요. 12시 안넘기려고 애썼어용.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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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윤 선생이란 사람 20.09.10 74 2 12쪽
6 팀 메이트 수학 윤 선생 20.09.08 84 2 11쪽
5 Speaking과 Writing, 맞춤형 수업 20.09.03 92 2 11쪽
4 Phonics(파닉스) 20.09.01 116 2 11쪽
3 소문 속의 괴짜 명물 정 선생 20.08.27 123 2 12쪽
2 정체를 알 수 없는 멘사 학원 20.08.25 154 1 11쪽
1 김여사의 영어 조기 교육 +2 20.08.22 295 2 13쪽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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